나이브2021-06-03 19:36:38
[넷플릭스] 살인을 말하다: 테드 번디 테이프
[Ted Bundy Tapes] [미국 다큐멘터리]
미국의 연쇄 살인마 테드 번디의 범행 과정과 검거, 재판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어서 연쇄 살인을 저지른 테드 번디의 범죄와 검거 후 재판 그리고 사형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잘난 사람이고 싶지만, 타인을 이해하거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부족한 테드 번디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인물이었고,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화풀이로 살인을 택한다.
수십 명의 사람을 살해했으면서 본인의 죽음 앞에선 두려움을 느끼는 열등감 덩어리 인격장애 테드 번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살인을 말하다 : 테드 번디 테이프는 살인을 수사한 형사, 피해자, 테드 번디의 가족 등 범죄와 마주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이다.
Relative contents
-
- [JIFF 데일리] 뱀파이어인데 사람을 못 죽이겠어요
예전에는 짧고 간결한 제목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아닙니다. 아주 긴 제목이 오히려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도 그렇고, 동네 플리마켓에서 구매한 <한가로운 걱정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도 그렇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이 영화'도 그렇고 말이죠.
제목이 너무 길어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몇 번이나 이 영화의 제목을 헷갈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검색해 보지 않고 제목을 다시 떠올리는 것도 긴 제목의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죠. 이러한 이유로 제목을 자꾸 되뇌었더니, 영화관에 들어서기 한참 전부터 '이 영화'가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뭐냐면요….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Humanist Vampire Seeking Consenting Suicidal PersonSummary
'사샤'는 심각한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뱀파이어다. 사람을 죽이기엔 마음이 너무 약하다는 것! 다행히도 자살 성향이 있는 외로운 십 대 소년 '폴'을 만나고, '폴'은 '사샤'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로 한다. 하지만 이 둘의 계약은 날이 밝기 전, '폴'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한 탐험으로 바뀐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아리안 루이 세즈
출연: 사라 몽페티, 펠릭스-앙투안 버나드
뱀파이어 호러 속 비거니즘
우리는 너무 익숙하면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곤 합니다. 진실이라고 해도 잘 와닿지 않죠. 그래서 장르물이 재밌습니다. 장르라는 커튼 뒤에 현실을 어렴풋하게 감춰놔서 익숙했던 일상을 낯설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뱀파이어 호러 장르를 표방하는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사는 뱀파이어 '사샤'가 동정심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지 못해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사샤'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겠다는 마인드로,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면 차라리 굶어 죽겠다며 버팁니다. 그러나 본능을 거부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밀려오는 허기 앞에서 '사샤'는 윤리와 생존의 문제를 고민합니다.
이러한 '사샤'의 모습은 비거니즘이라는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먹이사슬 최상위의 인간들은 오랜 시간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먹어왔지만, 다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죽어가는 동물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세상은 동물에게 동정심을 갖는 사람들이 유별나다며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비건이라 칭하고, 동물을 죽이지 않는 삶을 택했죠. 인간을 죽이지 않는 삶을 택한 '사샤'처럼요.
현실에서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향해 얄팍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대신, 부모님이 구해준 피를 팩에 담아 쥐고 사는 '사샤'에게도 비슷한 잣대를 댈 수 있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면서, 남이 죽인 사람의 피는 마셔도 되는가?' '진짜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맞는가?'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사사로운 문제를 꼬집으며, '진짜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인지 아닌지를 재고 따지지 않습니다. 결국은 일반 뱀파이어들도 그의 대안을 존중하고 지원해 주죠.
휴머니스트 뱀파이어 '사샤'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상영작 중 하나인 <연습>의 주인공 '트리네'를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연습>은 트럼펫 오디션을 보기 위해 수천 킬로를 이동해야 하는 젊은 음악가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비행기 대신 히치하이크만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담은 로드무비입니다. '트리네'도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환경 운동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약간의 모순이 있을지라도, 조금 더 나은 대안을 밀어붙이는 마음. '사샤'와 '트리네, 그리고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따라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공통점입니다.
⊙ ⊙ ⊙
각자도생보다 공생
원제는 직역하면 '자살 희망자를 찾는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입니다. 'Consenting'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더 정확하게는 '피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 자살 희망자를 찾는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되는데요. 한국어 제목도 센스 있게 잘 번역했지만, 원제가 영화 전체의 맥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소개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람의 피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사샤')와 그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자살 희망자('폴')의 이야기거든요.
현실에 빗대어 보면, 둘의 협력은 타인에 의해 생명을 거두는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연상케도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둘의 협력과 연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는 바로 공생이었습니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 단지 개인적으로 마음을 쓰고 있는 부분이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생은 두 생물이 이익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입니다. 흔히 악어와 악어새를 예로 들어 설명하곤 하죠. 우리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각자도생과는 정반대의 말입니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에서는 삶을 빼앗기 싫은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와 삶에 미련이 없는 자살 희망자가 공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어쩐지 현실에서는 공생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습니다. 휴머니스트 뱀파이어 '사샤'와 자살 희망자 '폴'은 서로가 있었기에 다음을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각자도생뿐이었다면 두 생물의 결말은 어땠을까요? 적어도 해피엔딩은 아니었을 겁니다.
⊙ ⊙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는 뻔한 장르, 뻔한 스토리를 즐기는 맛에 보는 장르물입니다. 하지만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뻔한 장르에서 가장 안 뻔한 부분을 집어내 확장하고, 그 안에서 안 뻔한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국내에서는 5월 29일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색다른 뱀파이어물을 보고 싶으신 분들께 가볍게 추천해 드립니다.
One-Liner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나도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인간이 되고 싶어.
Schedule in JIFF
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23:59
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3:59
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23:59
2024.05.07(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7:00
2024.05.10(금) CGV전주고사 1관 11:0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5월 01일 - 05월 10일
-
- 우리의 안개, 당신의 파도, 나의 잉크
좋을 수 없는 첫 만남 속의 의심 그리고 관심까지 이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같은 결을 이루고 있다가 결국엔 결심으로 다다른다. 1부 산, 2부 바다 그 사이의 두 사람은 누군가의 행동으로 인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또다시 가까워진다. 박찬욱 감독만이 낼 수 있는 미장센이 극대화되어 한 사람은 볼 수 있지만 한 사람은 볼 수 없는 만조가 들이닥친다. 대사, 표정, 분위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지도 모를 것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이 모호함까지도 완전함이 된다. 이 영화는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고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이 있는 거야.” 이 대사처럼 관람 후에 고운 모래가 밀려오듯 파도가 밀려온다. 해준은 잠이 오지 않아서 잠복수사를 하고 수사를 하기 위해서 잠을 자지 않는다. 살인과 폭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해준이 서래를 만나며 감정을 채워 넣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추방될까 봐 신고하지 않고 살아온 서래가 해준을 만나며 사랑을 채워 넣는다. 수사극의 일종이지만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수사는 사랑을 파고드는 수단이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언어의 차이를 넘어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지만, 서로를 향해 “사랑해”라는 그 흔한 말을 내뱉지 못한다. 술을 먹으면 다음 날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안개가 눈을 가리는 것처럼 사랑은 망각과 같았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산에서 바다로 끝나는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해준의 감정이 그때도 해준의 와이프인 정안과 함께 할때보다 서래와 함께 있을 때 좀더 안정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드러낸다. 인공눈물도, 기계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헤어질 결심은 해준에게 있어서 사건 해결, 서래에게 있어서는 결혼이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굳게 다짐해 보아도 붕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서로의 마음은 안개가 짙던 곳에 해가 들어서서 서래는 해준에게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미결 사건’으로 남았고 또 남을 수밖에 없었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이 왜 그렇게 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잔잔하면서도 내면의 감정을 표정으로 세밀하게 연기하는 탕웨이 배우와 박해일 배우의 조합이 완벽했고 이를 화면 밖에서도 느껴지게 한 박찬욱 감독의 능력이 새삼 놀랍다. 한 번 보기는 아쉬운 영화 헤어질 결심이었다.
-
- 서로에게 ‘식구’가 되어 살기로 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개봉을 앞두고, 모든 것을 꽁꽁 숨겨둔 마케팅을 하고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 나는 이 와중에 이번엔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를 하고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형태를 빌어 가족, 다양성, 전쟁, 환경문제등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코 ‘먹방’이 아닐까. 일본의 어느 가게에선 지브리 음식을 실제로 재현하고 있다고 마케팅을 하고, 애니메이션 이름을 딴 정식까지 출시 될 정도이니, 이쯤 되면 지브리와 음식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틀림없다.
지브리 영화에서 음식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엄마, 아빠가 지나치지 못하고 먹던 음식은 ‘유혹’이며, 가오나시가 받던 음식은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 속 음식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으리으리하게 멋지고 화려한 요리들이 펼쳐진 장면이 아니라,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박한 한끼를 표현한 장면들이다.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치히로는 하쿠가 만들어 온 주먹밥을 건네 받고 먹으며 안심하고 서러운 감정을 드러 낼 수 있었다. “많이 힘들었지? 어서 먹어.”하고 남은 주먹밥을 건네는 하쿠의 대사에서, 누군가의 편이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 포뇨가 배가 고플까봐 샌드위치 속 햄을 나눠 주는 소스케, 인간이 된 포뇨와 함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 먹으며 포뇨가 좋아하는 햄을 잊지 않은 마음.
함께 먹으며,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가는 지도 모른다. 외로운 상황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장면에서 유독 더 맛있게 느끼지는 음식들, 그 것을 나누어 먹으며, ‘식(食)구(口)’가 되는 장면은 다시 봐도 또 보고 싶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삼각주먹밥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정식
<벼랑위의 포뇨> 라면
<이웃집 토토로> 도시락
<귀를 기울이면> 나베우동
<마녀배달부 키키> 프렌치토스트
<마녀배달부 키키> 청어파이
<마루밑 아리에티> 수프
<바다가 들린다> 도시락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팥찐빵
<하울의 움직이는 성> 티타임
영화 속의 좋았던 장면의 음식들은 특별할 게 없다. 빵, 샌드위치, 스프 어떨땐 그저 따뜻하게 끓인 물에 꿀을 듬뿍 한 스푼 넣은 꿀물일 때도 있고, 간단한 인스턴트 라면일때도 있지만, 온기를 나누는 데는 서로 마주 볼 작은 테이블과 함께 하는 마음만 있다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가 개봉할 때 마다 영화 속 음식이 화제가 되었던 만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번 영화에선 어떤 음식으로 우리를 따듯하게 만들어 줄지 기대된다 .
-
- 혐오스러운 이미지만 나열되는 공포영화
과연 신이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 신이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초월된 어떤 존재를 믿는다. 하느님, 부처, 알라 등 다양한 종교 집단의 믿음을 받는 존재들은 이미 인류의 마음속에 선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런 비 과학적인 존재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각 종교에 헌신하고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매주 기도를 하고 자신과 가족의 평안을 위해 종교시설에서 시간을 보낸다.
큰 종교들에서 조금 시선을 돌리면 더 다양한 종교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분파들을 비롯해 특정 지역에서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오는 토속 신앙들도 있다. 모두 사람들의 신뢰를 받아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다양한 신은 그 믿음이 대를 이어 계속 전해 내려오고 해당 신의 믿음을 일반 대중에게 연결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스님, 목사, 신부 등이 대표적이며 지방 신들과 이어주는 무당도 그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모두 공통적으로 종교의 가르침이나 선한 존재에 대한 것들을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일련의 종교들을 현재까지 존재하게 하는 건 바로 믿음이다.
지방 신을 믿는 무당과 그 가족의 이야기
영화 <랑종>은 무당인 님(싸와니 우톰마)과 그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크 다큐영화다. 태국어로 랑종은 무당이라는 의미로 이 영화가 주인공인 님과 그가 모시는 반야 신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영화 속 님은 젊은 시절 반야 신에게 신내림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과거 신내림을 받기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몸이 아팠다. 얼마 정도 저항을 했지만 결국 반야 신을 받아들인 그는 대를 이어 반야 신을 섬기는 무당이 되었다.
님은 반야 신을 진정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영화 내내 그는 반야 신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행동한다. 신내림 직전 님과 그의 언니가 경험했던 신체의 이상한 아픔이 조카 밍에게도 벌어지자 님은 그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것이 진짜 신내림인지를 판단하려 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다큐의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님이 가진 시각이나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는다. 그의 인터뷰에는 반야 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깔려있는데 그것은 결국 반야 신이 선한 신이라는 판단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 속 마을의 사람들은 동물, 집, 산, 나무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애니미즘(animism)의 시각이 영화에 담겨있는 것인데, 이 애니미즘은 살아있는 생물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물에 정령이나 혼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주로 원시 문화에서 많이 믿었던 이 개념은 현대까지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 문화의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그런 다양한 혼령이 주변에 있다고 믿는데 특히나 반야 신은 그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추는 존재로 특별히 그를 받아들인 무당 님 또한 특별한 존재로 묘사한다.
사실 영화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특별하지 않다. 님의 인터뷰와 생활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님이 형부의 장례식장에서 밍을 만나 관찰하는 시선으로 전환된다. 밍이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 신체의 아픔 등은 그것이 일종의 신내림이라는 것을 모두가 부인하지 않는다. 밍의 엄마가 자신의 딸이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지만 영화 내의 다른 등장인물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결국 밍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반야 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 흔들릴 때 찾아오는 공포
모든 등장인물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반야 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불신하지 않는다. 그 믿음과 신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안정감을 주는데 밍의 이상한 행동들에 불안감이 있지만 무당인 님의 말을 따르면 그런 것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믿음이 곧 사람들을 안심하게 해주는 것인데 그 믿음이 흔들리는 시점부터 영화는 공포의 강도를 높이게 되고 후반부에는 거의 직접적인 이미지로 그 공포를 보여주게 된다.
사실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영향이 많이 들어갔다고 보여진다.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과 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 점에서 나홍진 감독의 전작인 <곡성>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두 영화 모두 무당이나 퇴마 의식이 진행되기도 하고, 지역의 신인 바얀 신을 향한 믿음이 어느 정도 있는지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홍진 감독의 색깔이 겹쳐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나홍진의 색이 입혀진 것까지는 괜찮지만 영화가 나홍진 영화가 가지고 있는 깊이 까지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랑종> 이 <곡성>처럼 보다 근원적인 공포를 효과적으로 보여줬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무당인 님의 시각과 설명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하여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예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 후반부의 전개와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의 중반이 넘어가면 영화는 밍에게 나타나는 이상한 증상들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공포의 수위를 높인다. 그런데 한 번에 수위를 높인 영화는 그 이후 아주 원초적이고 혐오스러운 공포 이미지를 계속 반복해서 보여준다.
일종의 푸티지 영화인 이 영화는 캠코더로 귀신이나 초자연 현상을 찍은 여러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한국영화인 <곤지암>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처음 몇 장면들은 꽤나 공포스럽지만 영화의 공포스러운 존재의 모습이 계속 반복해서 보여지게 되면서 오히려 무서움이 줄어든다. 아주 직접적으로 공포스러운 장면을 드러내는 후반부는 주인공들의 처절함과 공포심이 화면으로 전달되지만 혐오스럽고 역겨운 장면을 제외하면 영화가 만들고자 하는 공포심이 극대화되지 않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가 여러 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이미지에 완전히 파묻혔기 때문이다. 영화가 던진 주제의 힘은 약하지만 그를 뒷받침해주는 이미지들은 너무 강렬해서 주제가 가져오는 공포는 휘발되버리고 만다.
혐오스러운 이미지만 나열되어 아쉬운 영화
영화가 포함하고 있는 특정한 종교나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는 핵심적인 질문은 후반부에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인 퇴마 의식 장면은 바얀 신에 대한 믿음이나 무당에 대한 믿음 같은, 영화의 초반부터 던지고 있는 질문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그러니까 영화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저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혐오스러운 공포의 장면들이고 그 이면에 있는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나 주제는 완전히 가려져 버린다. 그래서 영화의 맨 마지막 보여주는 메시지도 큰 울림을 가지기 어렵게 된다.
그만큼 영화는 자신이 가진 메시지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참혹한 영상만을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파놓은 깊은 우물 밑만 보여줄 뿐 그것을 밖으로 내뿜지 못하고 있다. 나홍진이 제작한 영화이지만 그가 연출한 영화들의 깊이보다는 그가 가진 테크닉과 분위기만 가지고 온 영화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대부분 신인이나 무명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특히 님의 조카 밍 역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의 연기가 훌륭하다. 그는 아주 발랄한 젊은 여성의 연기로 시작해 여러 령에 의해 빙의된 괴이한 존재를 그의 얼굴과 몸짓으로 표현해내 영화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그의 기이한 행동과 연기는 <부산행>, <곡성>에 참여한 박재인 안무가에게 연기지도를 받아 훌륭하게 표현되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가 가진 분위기 자체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주제와 공포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아쉬운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랑종 리뷰>
-
- 머글이 보기엔 나쁘지 않은
나는 공식적인 머글이다. 영화를 좋아해서 이렇게 끼적거리긴 하지만 연예인을 덕질한다거나 특정 장르를 덕질하진 않는 그저 잡식 인간이다. 그런데 삶이 무료하던 시점에 한 애니메이션를 실사화한 영화를 보았다. 당연히 애니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애니는 보지 않았는데, 찾아보니 이게 그렇게 설레는 애니였나 보던데 뭐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판단하는 나의 기준은 오글거림의 유무이기 때문에 이 영화 오글거리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보아하니, 애니에는 남주 여주 뿐만이 아니라 남주의 누나도 등장하는 것 같던데 이번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더라. 이후에 시즌 2를 제작하려는 걸지, 그냥 분량상 잘라낸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영화의 장점은 로맨스가 주된 주제인 영화인데, 모든 장면들이 과하지 않다. 감정 표현도 과하지 않고, 오히려 절제되어 있다. 군인이라는 남주의 캐릭터에 맞게 모든 표현이 절제되어 있다. 그리고 여주 또한 대단히 오버를 떨지 않는 캐릭터이다. 일본 영화는 가끔 연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고, 인물들의 리액션이 한국인이 느끼기엔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지점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류의 로맨스는 아닌, 아련함이 가미된 로맨스라서 볼만 했던 것 같다. 약간 애니 실사화라고 하면 으레 그런 오버스러운 리액션이 떠올랐는데, 이 애니는 애초에 그런 소재가 아니었던 것 같더라.
오히려 이 영화가 일본 영화같다고 느꼈던 지점은 이능력자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때문인데, 시대를 불문하고, 불이나 바람을 다룰 줄 안다는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것이, 일본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백하게 넣어놔서 그런지 초능력자들의 결투로 이어지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보는데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뭐, 대단한 칭찬을 한 것 같지만 사실은 킬링영화용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적고 싶었던 것 뿐이다. 대단한 잘 만든 영화라고까지는 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름 설레는 잔잔한 로맨스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이나 '나는 머글인데 일본 실사화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하시는 분들이 입문용으로 도전해보면 좋을 만한 영화인 것 같다. 뭐, 내 주변 오타쿠를 자처하는 친구들은 실사화를 굳이 왜 보려고 하는 친구들도 많긴 하지만 말이다. 간편하게, 크게 자극적인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을 때 흘러가듯이 보면 나쁘지 않은 영화인 것 같아서 괜시리 한 번 넣어봤다. 요 근래 너무 심각한 영상물들만 소개한 것 같아서 말이지......
뭐, 지금까지 칭찬만 이어갔으니 아쉬운 점을 말해본다면, 물론 로맨스 장르라는 지점에서는 크게 결격 사유는 없지만 수많은 장르 중의 하나인 영화라고 봤을때는 뭐 그렇게 자주 볼 것 같진 않다는 점 정도? 크게 별로는 아닌데 대단히 추켜세워줄 만한 장점도 없는 그래서 더 특이하게 느껴졌는 지도 모르겠다. 약간 평양냉면 처음 먹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분명히 나쁘지는 않은데, 아 뭔가 박수까지는 안나오지? 라고 생각하며 의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혹시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피드백 주실 분 있으면 주시면 감사하겠다.
-
- 아침이 오고 우주는 넓어진다
SYNOPSIS.
절연한 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 ‘마키오’는 홀로 남은 조카 ‘아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아사’를 향해 수군거리고 이를 참지 못한 ‘마키오’는 홧김에 ‘아사’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
POINT.
✔️ 러블리한 웃음으로 알려져 있던 아라가키 유이가 보여주는, 전혀 다른 얼굴. 내가 알던 그 배우가 맞나 한참 바라보게 할 만큼 캐릭터를 철저하게 그려내는 연기력!
✔️ 서로 다르게 어긋난(違), 나라와 나라(國)의 경계만큼 선명한 타인과 관계 맺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다정한 영화
✔️ 풋풋한 십대 시절부터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는 마음들까지, 따뜻하게 끌어안아 주는 영화
✔️ 찡한 포인트도 있지만, 무해한 웃음 포인트도 많은 영화
✔️ 미술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주인공 직업이 작가라 그런지 문구 맛집... 보고 나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일기를 쓰고 싶어지기도.
✔️ 10월 2일 개봉합니다
내가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의문이었다. 왜 학생 때는 장례식장에서 교복을 입으면 된다고 하는 걸까. 검은색 옷을 찾아 입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매일매일 입는 일상의 옷인데, 내 옆에 친구들도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는 것도 평소와 같은데, 우리는 평소답지 않게 흑흑 울고 있다. 더없이 비일상스러운 감각이 일상의 옷에 스미는 게, 자꾸 슬픔과 역방향으로 툭툭 부딪쳤다.
이 영화에도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하는 아이가 나온다. 사고로 한날한시에 사망한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자신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의 어둠에 갇힌 아사를, 이모 마키오가 구해 데려온다. 일반적인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마키오는 언니와 절연해 호칭조차 '그 사람'이라고 건조하게 말하고, 타인과 함께 지낸다는 것에 적당한 선을 그으며 살아온 사람이다. "너를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 너를 짓밟지는 않"는다는 말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된다.
가족의 죽음을 시작점에 둔 영화지만, 마냥 슬픈 톤으로 꾸려져 있지는 않다. 마키오는 애초에 언니와 절연한 사이였고, 아사는 그 슬픔을 바로 직시하기엔 아직 어안이 벙벙할 뿐 아니라 눈앞에 다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갈 곳이 없었던 것도, 졸업식과 입학식이라는 큰 이벤트를 거치면서 친구들에게 어떤 스탠스로 말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마키오라는 새로운 사람과 알아가야 한다는 것도.
무엇보다 이 영화가 아주 슬프지 않았던 것은, 은은하게 다정한 관계망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키오와 아사와 주변 사람들 하나하나를 정 들 때까지 세심하게 보여주는데, 이들 중 누구도 과장되게 노력하지 않는다. 무리해서 다정하게 대하려고 하거나, 억지로 감정을 끄집어내지 않는다. 대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관계를 맺는다. 서투르면 서투른대로. 고독한 사람은 고독을 거절하지 않으면서. 자존심이 센 사람은 자존심을 드러내면서. 각자의 불안을 상대에게 투영하지도 않고, 감정을 서로에게 전가하지도 않으면서, 서로에게 가 닿는다.
어른이 되면 성숙해질까
어른이 되면 성숙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나는 그 착각의 정도가 유난히 심해서, 바느질이나 요리, 재봉틀 같은 것도 어른이 되면 저절로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한 친구가 "우리 엄마 요리는 맛이 없어"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엄마가 한 요리는 맛이 없을 수 없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보면 부모님과 선생님을 포함해 모든 어른들을 NPC로 취급했던 것 같다. 엄마라면 이럴 것이고, 교사라면 이럴 것이고... 으레 대충 그렇겠지 뭐. 그때 내 눈엔 나만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아사의 모습들을 보며 감탄했다. 어쩜 저렇게 저 시절을 잘 표현했을까. 어른에게 친구가 있는 걸 처음 본다고 말하는 것도, 어른이 되면 뭐든 다 잘하게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도. 내가 받는 사랑은 안 보이고, 남들이 받는 사랑만 커 보여서 그게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도. (내 세상의 중심은 나인데!) 친구가 한 말에 모처럼 용기를 내어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그것조차 서투른 것도. 지우개로 글씨를 곱게 지우기보다는, 흑연이 사그라드는 감정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마구마구 그어 버리고 싶어지는 순간도.
미성숙해도 '에코'가 된다면
이미 애진작에 어른이 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처럼, 영화 속 마키오와 친구들도 어른이 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성숙해지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른이 되면서 이들이 이룬 성숙은 딱 하나,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정도. 성격이 너무 다른 친구지만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며 자기 색깔대로 시간을 펼치고, 서둘러 관계의 이름을 규정하려 애쓰기보다는 존재로서 힘이 되어주는 것을 우선하며 모르는 걸 서서히 알아가 보기로 하는 정도다. 세상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램프의 요정 같은 건 없지만, 모르는 건 하나씩 더듬더듬 삶으로 익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딱 그 정도의 성숙. 서로에게 기대며 조금씩 나아간다는, 그 은은한 다정함.
하나하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각자의 고민과 불안과 생각들이 있다. 어떤 아이는 자기 사랑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어떤 아이는 부당한 대우에 화를 낸다. 어떤 아이는 멋있게 잘 하면서도 기대 후에 실망하기 싫다고 말한다. 각자의 세상에 불안과 고독과 무력감과 분노 같은 것들이 있다. 서로 다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는 노력조차 서투르지만, 그래도 조금씩 함께 서 보고 이야기를 해보면서, 다정한 마음이 서로에게 '에코'가 된다.
성장, 그 은은한 다정함
<위국일기>의 은은한 다정함은 이 영화가 인물 개인의 성장이라기보다, 관계 안에서 성장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지점에서 온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작은 우주를 보는 기분이었다. 자라면서 스스로가 중심에서 빛나는 태양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딸려서 빛나는 달도 아니라는 사실을 배워가는 것. 나는 작은 행성이며 다른 행성들과 나 사이에는 인력과 척력이 적당히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내 위치에서 나로 존재하는 것, 어쩌면 그게 성장이 아닐까?
어른이 되면서 타인에게 나의 울퉁불퉁한 면면 중 서로 다른 일면만 보일 수 있음도, 그래서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걸 꼭 맞출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와 타인과의 거리감을 가늠하며, 그렇게 우리 중 누구도 예외 없이 인력과 척력 안에서 은은하게 다정한 우주를 산다. 가끔은 매정하리만큼 '타인'과의 거리감이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힘차게 문을 닫아걸어 보기도 하지만, 이미 문 안에는 서로의 흔적이 가득하다. 상대가 내어준 노트에 글자와 그림을 채워 넣으며 나의 내핵을 향하는 중력을 실감하기도 하고, 한 단어에서 연상되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더 넓히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우주는 조금씩 더 팽창한다. 적당한 인력과 척력 안에서 시간이 흐르면, 어둠을 가르고 정돈하며 아침이 온다. 아사(朝)라는 이름처럼. 뒤늦게 터지는 눈물처럼. 어깨를 감싸는 손처럼. 그렇게 아이도 어른도, 우리 모두 조금씩 자라면서, 우주는 한 뼘씩 넓어진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 킹메이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을 아는 남자와 대통령이 되고 싶은 남자가 만났다!
영화 킹메이커가 지난 주 개봉했습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 전략가로 불렸던 엄창록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된 영화인데요.
영화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좋습니다.
영화 속 두 인물의 우정과 관계도 눈에 들어오는데요.
대선이 다가오는 요즘 이 영화를 본다면, 정치란 무엇이고 또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제 Rabbitgumi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ug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
- [Movielog #22] (브런치작가/영화리뷰/결말x) 진짜 저스티스리그가 찾아왔다!
잭 스나이더가 하차하면서 자신의 버전을 완성하지 못했던 저스티스 리그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7년 조스웨던이 완성한 버전은 여러모로 평가가 좋지 못했죠.
이번 HBO max에서 공개된 영화는 한국에서는 Vod로 공개 되었어요.
4시간의 상영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완성도 자체는 조금 올라갔어요.
여전히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 버전에 비해서는 캐릭터 서사가 나아졌고, 액션 장면도 좋아졌어요.
또한 음악감독을 맡은 정키XL의 음악도 영화에 힘을 줍니다.
마지막 전투도 조금 바뀌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 합니다.
잭 스나이더의 다음 편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래도 좀 더 나은 저스티스 리그를 볼 수 있어 좋네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
-
- 영화 <미키17> 공식 예고편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 💥 [미키 17] 공식 한국 예고편 공개! 끝나지 않는 죽음과 삶의 반복 #미키17 은 2025년 1월 28일, 또 다시 살아난다
-
- 왓챠 <우주전쟁>
[2021년 4월 21일, 왓챠 공개]
‘그들은 왜 인류를 몰살했을까’
H. G. 웰스 소설 〈우주전쟁〉 원작!무자비한 외계 생명체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인류의 고군분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