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17 09:44:33
당신이 사랑하는 스웨덴 영화
스웨덴영화
❣️[Cinelab Curation]❣️
씨네랩에서 진행되고 있는 챌린지 [스크린 너머 세계속으로…]는 스웨덴편을 진행 중인데요!
이를 기념해 특별 큐레이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스웨덴 영화들을 모아 봤어요❣️
소개해 드린 영화 외에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스웨덴 영화는 무엇이 있나요?
씨네랩과 함께 나눠주세요!🧡
아직 챌린지에 참가하지 않은 분들은 하단 링크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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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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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침질과 미봉책 사이
이 글은 영화 [외계+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구자의 길은 언제나 멀고도 험하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미래, 혹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진 채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그 길을 담담히 걸어야만 한다.
사람들은 때로는 무모하다고 하고 또는 하던 것이나 제대로 하라는 말로 손쉽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다 너를 위한 말이라는 쓸데없는 포장지를 잔뜩 써서.
그러나 용기란 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라고 했다. 이미 수많은 히트작으로 입지가 굳건한 최동훈 감독은 신작 [외계+인]으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는 시공간의 크로스 오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낯설기는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는 이번 영화로,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이 낸 용기의 크기만큼이나 어깨 위에 신뢰를 얹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게 되네...;한국 CG,몰라줘서 미안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CG라는 산은 한국 영화에 고질병처럼 등장하는 신파만큼이나 넘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을 작품보다 앞세워 마케팅했던 많은 선배 영화들의 끝은, 고된 CG 작업 후 꺼진 컴퓨터처럼 짠하고 고된 채로 쓸쓸히 사라지곤 했다.
한낱 부속품이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던 전례들 덕에. 한국 영화 속 존재하는 컴퓨터 그래픽들이 저평가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도 인정받지 못하고 왜 마블처럼 스토리도, 그래픽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냐는 두 배의 잔소리만 덩그러니 숙제로 남은 채로.
그러나 이번 작품은 좀 다르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우주선이 건물을 부수다 땅에 처박혀 아스팔트를 긁다 못해 까뒤집는 장면들은 이미 다른 영화들을 통해 눈에 익을 만큼 봐 왔건만. 현재 내가 보고 있는 장면들이 소위 말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 속 한 장면이라는 사실이 만나는 그 순간에. 가슴이 마구 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와 이게 되는구나.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티 나지”않는 장면들이 꽤 많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마블”처럼”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예전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부분만 톡 튀어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덕분에 고려 시대와 현재를 오고 가는 혼잡한 설정 속에서도, CG로 인해 생기는 위화감이나 피로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충분히 다듬어진 장면들을 보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음에 다시 한번 미소가 지어진다.
마블의 자수는 튼튼하다;시침질인가 미봉책인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애초에 2부로 나눠 개봉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반부가 뿌리는 떡밥과 떡밥 회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을 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답안지가 공개되었을 때 확인하는 재미 또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후속편을 기다리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약속이자. 자신들이 정교하게 그려 놓은 도안에 따른 떡밥이라는 시침질을 매우 정확하고 적절하게 한 케이스는. 애석하게도 현재 [외계+인]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는 마블이다.
물론 천하의 마블조차 한 땀 한 땀 완벽한 수를 놓지는 못했고. 최근의 작품들은 아예 도안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명성만큼은 아직 건재한 마블이 여태 해 온 관객과의 바느질 티키타카를 보았을 때. 적어도 이 영화는 비교 대상을 잘못 잡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영화가 떡하니 시침질을 해 놓은 자리는 관객들이 보기에 잘라내도 되겠다는 마음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곳이 되어버린다. 그런 관객의 눈길을 애써 돌리려는 듯, 영화 속 인물들은 그것이 과거이건 미래이건 상관없이 중심 축을 잡지 않고 관객의 양쪽에 늘어서서 내 말을 들어보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결과, 영화가 복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후반부 30분 정도부터는 그 속도를 올려 모든 숙제를 몰아 해치우듯 성급하게, 인물들이 직접 시침핀이 되어 영화라는 천 위를 숨 가쁘게 오고 가지만. 그런 노력에 비해 캐릭터 자체가 갖는 매력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영화의 중간중간에는 컷 편집에 있어 문외한인 나조차도 갸웃거릴법한 장면들도 보여, 영화의 완성도, 혹은 신뢰도는 수직 하락한다.
매우 용감했고 대담한 시도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 영화를 보며 묘한 쾌감이 드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과연 이 바느질들이 정확한 시침질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봉책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후자에 가깝다는 우려가 슬그머니 들어찬다.
영화에도 휴롬이 필요해;너무 많은 재료는 모든 것을 망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충무로 최고의 혹부리 영감답게. 최동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전작인 [전우치]의 틀 위에 어울릴법한 전래동화나 시조에서 따온 모티브를 얹었다. 눈에 익은 몇몇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와 자신의 전작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섭섭하지 않게 마블의 세계관도 고루 둘러 넣었다.
문제는 재료들이 같거나 비슷한 크기로 갈려 목 넘김이 좋은 스무디가 되어야 했지만. 들어간 재료들이 한 번씩은 식도 벽을 툭툭 건드리며 넘어간다는 것에 있다. 하나하나 돌아보면 이야깃 거리가 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재료들이 영화에 가득하지만. 거기서 오는 안전함까지 확보하지는 못했다. 껄끄럽고 성가시며. 때로는 무엇이 제대로 갈리지 못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중 결국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 할 만큼 가장 큰 덩어리는 무륵(류준열)에게 자격을 묻는 장면이었다. (물론 이 장면에서 무륵은 기가 막히게 멋있었다.)
뽑지 못할 것만 같던 검을 뽑는 장면에서는 쉽게 엑스칼리버나 묠니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모티브 자체가 쓰이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없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주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촉매에 대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2부에서 말해주겠지.라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1부에서 했어야 할 숙제까지 떠안아야 할 내일의 2부가 이미 힘겨워 보인다.
마치면서
웨하스 같은 영화다.
먹을 땐 맛있지만. 부스러기가 너무 심하게 남는다. 먹고 나서 엄마의 등짝 스매싱 생각에 순간 아찔해진다.
과자 자체의 맛이 너무 뛰어나서 잔소리를 견뎌내고 청소를 감행할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웨하스를 생각함과 동시에 내 멘탈만큼이나 흩날릴 가루들을 생각하면 다음번의 간식으로 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일정 부분의 재미도 있고. 감탄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곱씹을수록 어딘가 찜찜하다.
이 시리즈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설령 우려했던 결말이라 해도, 나는 여전히 이 수다스러운 혹부리 영감 같은 감독을 좋아할 것이다. 단지 이번 옛날이야기가 나와 맞지 않았다며 넘기고 다음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를 테니까.
[이 글의 TMI]
1. 그 누가 뭐래도 딱복이 최고야.
2. 딱복 2만원치가 일주일만에 순삭되는 마법이란.
3. 체리도 곁들여 먹으면 맛있징.
4. 다음 글은 아마도 독일어 근황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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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와 비극이 만나 빛나는 속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숱한 모험과 전투를 거듭한 끝에 아홉 개의 목숨 중 단 하나의 목숨만 남은 장화신은 고양이 '푸스(안토니오 반데라스)'. 우유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그는 현상금 사냥꾼 ‘빅 배드 울프(와그너 모라)’에게 기습당한 순간 여태껏 느껴 보지 못한 강력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에 푸스는 마지막 남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도망치고, 히어로가 아닌 반려묘로서 살 수 있는 피신처를 찾아낸다. 어느 날, 푸스는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별의 위치가 적힌 지도의 행방을 알게 되고, 다시금 여덟 개의 목숨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푼다. 그러나 소원별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는 앙숙 '키티 말랑손(셀마 헤이액)'과 모든 게 행복한 강아지 '페로(하비 길렌)'와 예상치 못하게 동행하기 시작하고, 그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빌런을 마주하며 위험에 빠진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제각각의 특징을 지닌다. 일례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작품은 유서 깊은 라이벌인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상당히 다른 노선을 걷기로 유명하다. 성인 취향의 영화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즈니와 픽사가 고전 동화의 내용을 가급적 충실히 따르되 메시지를 재해석하는 편이라면, 드림웍스는 <슈렉>처럼 동화를 완전히 비틀어버린다.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이자 2011년에 개봉한 <장화신은 고양이>의 속편인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서도 드림웍스의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는 동화 속 주인공인 '장화신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고양이 '푸스'의 모험을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온갖 동화의 요소를 재조합하고 비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도 꽤 진중하고도 비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성공한다.
우선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답게 <장화신은 고양이 2>는 익숙한 동화의 흐름을 과감히 거부하고 파괴할 줄 아는 재해석의 묘미를 자랑한다. 당장 영화는 동화중에서도 가장 원형적인 소재 중 하나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지구에 추락했고, 그 소원별을 찾는 고양이의 모험담을 그려낸다. 사실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를 뒤틀어 버린 전편의 화려한 전적에 비하면, 소원별을 땅으로 추락시키는 각색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러나 드림웍스의 성향이 진정으로 빛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빌런의 서사다. 익숙한 동화 속 주인공을 초청하되, 그들의 사연을 조금씩 손보면서 각양각색의 매력을 끌어낸다. 곰 세 마리 가족이 대표적이다. 본래 원전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골디락스(플로렌스 퓨)'는 곰들 집에 있는 죽을 먹고, 새끼 곰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가 세 마리 곰이 자신을 발견하자 곧바로 도망친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을 바꿔 버린다. 골디락스를 발견한 곰 세 마리는 그녀를 입양해 가족으로 삼는다. 또 골디락스가 두뇌 역할을 하고 곰 세 마리가 행동 대장 역할을 맡은 도둑단이 만들어졌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에 더해 골디락스의 심경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동화 속 인물을 입체화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인간인 골디락스는 진짜 가족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러던 그녀는 별을 찾는 여정 중 곰 세 마리 가족을 진정한 자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이렇게 영화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준다.
또 다른 빌런인 꼬마 '잭 호너(존 멀레이니)'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동요의 원래 가사를 뒤틀어 아이들이 가질법한 잘못된 욕망을 꼬집는다. 동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꼬마 잭 호너, 구석에 앉아 크리스마스 파이를 먹었지. 엄지손가락을 찔러 넣어 자두를 빼내고 말했지. 난 정말 착한 아이야!" 단순히 보면 그냥 한 아이의 성탄절 모습 같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의미가 보인다. 구석에 있는 아이가 관심을 갈구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에 상상력을 더해 꼬마 잭 호너를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져야 하는 악독한 제과 공장의 주인 '거대한 잭 호너'로 성장시킨다. 그래서 그는 여러 동화 속에 등장하는 숱한 마법 도구와 보물들을 수집하고, 세상 모든 마법을 독차지하겠다는 소원을 빌기 위해 땅에 떨어진 별을 찾아 나선다.
<피노키오>와 연결해 잭 호너의 사악함을 부각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피노키오> 속 말하는 귀뚜라미인 '지미니'의 등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 피노키오의 양심을 대변하고 동시에 그의 멘토로 활동했던 지미니는 이번에도 잭 호너의 양심이 되어주고자 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잭을 계도하려는 지미니의 기대와 달리 양심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잭은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사악함을 온전히 표출한다. 지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처럼 자기가 수집한 각종 마법 도구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식이다. 이 대목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이면서도 본래 동요 가사의 어두운 이면을 극대화한 영리한 재해석으로 읽힌다. 특히 영화가 말하고 싶은 '소원'의 의미가 골디락스와 잭 호너를 대조할 때 명확해지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푸스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빌런 ‘빅 배드 울프’의 존재가 눈에 띈다. 그의 존재감 덕분에 영화는 동화를 변형하고 비트는 데에서 그치는 대신, 한층 더 깊고 무거운 비극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홉 개나 있던 목숨이 어느새 하나만 남은 것을 깨달은 푸스. 우유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그는 살면서 처음 느끼는 살기를 접하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를 잡으러 온 현상금 사냥꾼 ‘빅 배드 울프’는 단순한 사냥꾼이 아니라 하나의 목숨만 남은 푸스가 처음 마주한 '죽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사용하는 낫은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더해준다. 결국 죽음이 내뿜는 스산함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푸스는 모자와 칼도 내버린 채 도망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처럼 그 어떤 현상금 사냥꾼보다 무서운 '죽음' 그 자체의 추격에 시달리는 한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나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가치를 조명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장화신은 고양이 2>는 그리스 비극의 향기를 뿜는다. 그리스 비극 속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 존재다. 인간은 단 하나뿐인 목숨이라는 유한성으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유한한 시간 때문에 인간의 삶에는 신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인간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마지막처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간절한 소망과 기대, 패배와 몰락, 위대한 승리와 성취와 같은 가치로 가득하다. 영화 <트로이> 속 아킬레우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하기에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그런 이유로 인간은 신보다 아름답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신들조차 부러워하는 인간만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는 푸스에게도 해당되는 교훈이다. 마지막 순간 두려움에 빠졌던 푸스는 달라진다. 그는 남은 삶을 지키기 위해 마냥 도망치지 않는다. 이전에 자기가 누린 여덟 번의 다른 삶처럼 불멸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별에게 목숨을 다시 아홉 개로 늘려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는다. 대신 ‘빅 배드 울프’와 당당히 맞서 싸운다. 죽음을 인정하되 두려워하지 않으며, 죽음과의 다음 만남을 약속하면서도 명예롭게 맞서 최선을 다해 싸운다. 언제나 ‘위풍냥냥’하면서도 허세가 잔뜩 섞여 있는 고유의 매력을 되찾는다. 또 앙숙이자 연인인 키티 말랑손과 언제나 해맑은 강아지 페로와의 사랑과 우정도 끝끝내 지켜낸다. 그렇기에 <장화신은 고양이 2>는 단순한 동화 패러디가 아니다. 고전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성인들을 위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작화 덕분에 <장화신은 고양이 2>의 매력은 배가된다. 마치 손으로 그린 만화를 보는 듯한 작화가 동화적인 느낌을 주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스케일을 실감케 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한 외곽선과 단순화된 색감과 그림자를 강조하고, 초당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카툰 렌더링 기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디즈니나 픽사가 꾸준히 선보인 실사 영화적인 비주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화적인 느낌을 강화한 덕분에 오프닝 시퀀스나 클라이맥스에서 푸스의 활약은 유달리 빛이 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그림체를 보는 듯한 강렬한 인상과 몰입도를 선사한다.
이처럼 스토리, 주제의식, 메시지, 볼거리가 모두 한 데 어우러진 결과 <장화신은 고양이 2>는 오랜만에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알려주는 수작처럼 보인다. 또 영화의 마지막 장면 덕분에 재미와 만족감은 또 하나의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푸스, 키티, 페로가 탄 배가 '머나먼 왕국'으로 향하는 장면은 <슈렉> 시리즈의 부활을 기다리게 만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의 독특한 매력과 높은 완성도를 고려하면, 그 기다림이 보답받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과하지 않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예상 못 한 겨울철 복병의 등장. 이런 고양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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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으로 가져야만 꿈을 이룬 것일까?
교수님께서 좋은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추천해준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와 결이 맞지 않아서 보는 내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언젠가 다시 보면 그 의미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의문덩어리인 작품인 듯 싶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시놉시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남성 4인조 밴드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팀의 리더 성우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귀향한다. 수안보로 가던 중 섹스폰 주자 현구는 밤무대 밴드 생활에 희망을 버리고 아내와 자식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간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재회한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순수했던 친구들은 어느새 생활에 찌든 생활인으로 변해있다.
약국을 하고 있는 민수는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있고, 시청 건축과에 근무하는 수철은 환경운동가가 되어있는 인기와 시위가 있을 때마다 마찰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성우에게 음악의 지표였던 음악학원 원장은 알콜 중독에 빠져 출장밴드를 하는 폐인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성우의 첫사랑이었던 인희는 남편과 사별하고 트럭 야채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성우는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을 되새기며 이들의 변화에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여자를 좋아하는 올갠주자 정석은 여전히 여자들을 꼬시며 문제를 일으킨다. 강직한 드러머 강수는 목욕탕의 때밀이 아가씨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정석만큼의 재주가 없어 데이트 한번 변변히 못하는데. 정석이 때밀이 아가씨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게 된 강수는 정석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껴 큰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대마초에 손을 대게 된다. 결국 강수는 밴드를 떠나고 밴드가 해체 위기에 놓이자 성우는 급하게 음악학원 원장을 팀에 합류시킨다. 그러나 여자 문제로 계속 골치를 앓는 정석과 알콜 중독이 심각한 원장과 팀을 이끌어가는 것은 성우에게 버겁기만 하다.
부산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현구나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하게 된 강수 역시 밴드 생활을 접고 살아가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다. 고단한 현실에서 어린 시절의 꿈 맞닥뜨린 성우에게 이제 선택이 남아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빛바랜 이야기에서 찾을 수 없었던 긴장감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크게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화 작품을 영화관이 아닌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집이라는 환경 속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간 봐왔던 작품들은 조금 집중이 흐트러지다가도 긴장 포인트를 잡아서 순간적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어떠한 긴장감도 불어넣지 못하는 단조로운 카메라 무빙과 정말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들. 뭔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그 무언가가 전혀 내재되어 있지 않아서 보는 내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밴드영화에서 왜 사로잡는 음악이 없을까?
변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큰 주제로, 그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소재로 밴드를 이용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재로 밴드를 선택했다면 적어도 밴드 씬만큼은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적어도 한 컷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치기엔 내 귀를 사로잡는 연주가 단 한 개도 없었다.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밴드 씬들은 그저 직장인 아침이 돼서 출근하고 저녁이 되면 퇴근하듯이 노래와 의상만 바뀌고, 시작하는 장면도 끝나는 장면도 똑같다. 카메라 구도도 달라지는 것이 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사람들이 나이트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밴드가 굳이 소재로 쓰였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속세에 적응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왜 밴드가 사용되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은 해결되지 않았다.
과연 꿈을 버린 것일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엔딩이었다. 영화의 엔딩은 여수로 내려간 성우와 성우의 첫사랑 인희가 보컬로 들어오면서 카바레에서 노래를 부르며 끝이 난다. 너무나도 힘든 현실이지만 어떤 환경 속에서도 어렸을 적 꿈꿔왔던 ‘밴드’라는 굼을 꾸고 이를 지키려고 애쓰는 자를 두둔한다.
그런데 과연 어렸을 적 꿈궈왔던 것을 꼭 직업으로 선택해야만 그 꿈을 이룬다고 볼 수 있을까?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그 꿈을 버린 것으로 그 사고를 제한하는 프레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각자 환경이 있고 어렸을 적 꿈을 모두가 이루며 살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꿈을 버.렸.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안타까웠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제와 나의 가치관이 꽤 맞지 않아서, 그리고 영화의 진행방식이 나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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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거기까지
요즘의 마블은 앞선 비전을 제시할 때보다 그들이 세운 과거의 영광을 반추할 때 빛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그랬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그랬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도 그랬다. 데드풀은 현재를 살아갈 때 가장 빛난다. 데드풀이 생사가 오가는 액션 상황에서 그런 농담들을 뱉는 것은 그가 현재에 충실한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가 뱉어내는 농담이 바로 지금, 그 상황에 충분한 재미를 제공한다면 그 농담이 여태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설정에 미칠 영향에 상관없이 그냥 뱉어내는 것이다. 사실 그래서 데드풀 시리즈는(물론 이 영화 이전까지 두 편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한 번도 발전을 보여주거나 매너리즘을 타파한 적이 없다. 그것은 데드풀 시리즈의 태생적 한계이다. 그리고 데드풀도 거기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을 것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에는 다양한 맥락들이 관여되어 있다. 디즈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합병하며 폭스의 히어로들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편입되었고, 폭스의 히어로 영화들 중에는 엑스맨 시리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잊혔거나 망한 영화들도 많았으며 이러한 상황에 유용하기 그지없는 마블의 멀티버스 전략은 이미 실패만을 거듭했고, 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폭스 인수합병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일도 있었기에 디즈니는 폭스와 그들의 여태까지의 작업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여주어야 했다... 등등. 이 영화를 둘러싼 이러한 복잡한 영화 외적 맥락들을 고려할 때 <데드풀과 울버린>의 대답은 꽤 슬기로운 대답이다. 이 영화엔 엑스맨 시리즈 최악의 작품이라 평가받는 <엑스맨3> 속 뮤턴트들이 대거 등장하며, 그야말로 '실패한' 히어로들인 갬빗과 엘렉트라, 이제는 잊힌 히어로인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와 같은 캐릭터들이 마침내 제대로 된 엔딩을 맞이한다. 말하자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실패한 영웅담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여태까지의 폭스의 히어로 영화에 대한 존중인 것이다. 이 영화는 실패한 영웅담에 대한 헌사라는 주제의식의 연장선으로 마블의 실패한 멀티버스 사가에 대한 자조까지 다룬다. 데드풀의 입으로 그것을 직접 언급하기도 하고, 후반부 데드풀과 울버린이 수많은 데드풀들을 피 튀기며 해치우는 장면은 멀티버스 설정에 대한 자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이러한 발걸음은 이 영화에 주어진 일종의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영리하고, 마블 팬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곳을 긁어주었다는 점에서 유쾌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이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사실 바라볼 생각이 없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닌 (결국 데드풀 시리즈라는)태생적 한계이다. 이 영화가 디즈니의 폭스 인수를 둘러싼 복잡한 맥락들을 창의적으로 오락에 이용하고, 멀티버스 프로젝트를 툭 까놓고 자조한 것은 철저히 농담의 방식을 통한 것이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다면 곤란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이라는 선언을 끝으로 마블은 앞으로의 멀티버스 사가를 완전히 엎어버릴 수 있을까? 물론 마블이 이후의 방향성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필모그래피상의 위치를 고려할 때 <데드풀과 울버린>이 상징적인 분기점으로 남을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드풀과 울버린>이 어떤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구세주인가?'라는 질문은 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데드풀은 그 말 자체를 농담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재미는 여전히 과거의 순간에 골몰하는 마블과 역시 현재의 쾌락에 몰두하는 데드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둘 중 미래를 보는 쪽은 없다. 조금 신선해질 뻔했던 <데드풀과 울버린>은 거기서 멈춘다. 물론 데드풀은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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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아네트 (Annette)
아네트
감독 레오 카락스
출연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사이먼 헬버그
※개봉 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개봉일 : 10월 27일
개인 평점 : ★★★★★ (5 / 5) 뮤지컬 영화 팬으로 +0.5점
한 줄 평 : 뮤지컬 영화 속 존재하는 비극 오페라
p.s. 사실상 오페라 영화라고 부르는 게 맞을 지도?
>극 중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부산국제영화제 설명에는 록 오페라라고 적혀있긴 하다.
아네트 리뷰 3줄 요약
1. 뮤지컬+오페라+연극이 합쳐진 영화(?)
2. 영화의 시작과 끝이 인상적 (쿠키는 없음)
3. 독특한 연출과 난리 난 배우들의 열연
<아네트> 포스터 [출처: 씨네랩 제공]
-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레오 카락스는 프랑스의 천재 감독으로 37년의 감독 생활 동안 7개의 영화만 연출한(심지어 1개는 단편이다) 독특한 이력이 있는 감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편 데뷔작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부터 천재 감독 소리를 들었고, 이후 약간 주춤하는 듯했으나 국내에서 나름 흥행한 <퐁네프의 연인들>과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에 이름을 올린 <홀리 모터스>로 이름을 알리고 이번에 <아네트>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입증했다.
이번 <아네트>는 그 전작인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작품이다.
뮤지컬 영화로 일반 뮤지컬과 다르게 대사 전체가 노래로 이루어진 뮤지컬 영화이다.
<아네트>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록 밴드 <스파크스> 론 메일, 루셀 메일 형제 [출처: 스파크스 SNS]
영화의 음악은 미국의 글램 락 밴드 스파크스가 제작했으며 OST 외에도 각본에도 함께 참여했다. 심지어 영화 속에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스틸 컷 이미지를 보면 오른쪽 상단 구석에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감독 레오 카락스이며 그 옆엔 감독의 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줄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남자가 바로 공동 각본과 영화의 음악을 작곡한 스파크스 첫 줄이 배우 3명이다.
<아네트>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주연 배우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아담 드라이버는 특히 명감독들과 작품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최근 노아 바움백 감독과 <결혼 이야기>에서 열연을 보여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고, 그 외에도 마틴 스콜세지, 리들리 스콧, 스티븐 스필버그, J.J. 에이브럼스 등
검증된 연기력으로 쌍제이 감독님의 <스타워즈>에서 얼굴을 알리면서 더 유명해졌다.
마리옹 꼬띠아르 역시 프랑스 배우 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활약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인셉션>의 메인 테마곡은 그녀가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영화 <라 비 앙 로즈>에서 직접 불렀던 노래로 <아네트>에서도 뛰어난 노래실력을 뽐낸다.
<아네트>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극적인 작품. <아네트>
전체적으로 연극스러운 연출이 가미되어 있는 영화 <아네트>는 작중 주인공들 역시 무대 위에 서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 헨리 맥핸리는 무대에 서는 코미디언이고, 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한 앤 델그레코는 오페라 가수이다.
영화는 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약간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는 영화이다.
전체적으로 1막, 2막처럼 구분되어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배경이나 주변 연출에 있어서도 무대 연출 같은 느낌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에 걸맞게 두 배우 모두 수준급의 노래실력을 보여준다.
특히 마리옹 꼬띠아르는 극 중에서도 천재 오페라 배우 역할이기에 더 도드라지는 노래 실력을 뽐낸다.
사담을 조금 붙이자면 <아네트> 시사회를 보는 당일 소소한 에피소그가 있었는데
퇴근 후에 시사회를 보러가는 일정이었다보니 업무를 빠르게 한다고 했음에도 출발이 약간 늦어졌고 아슬아슬하게 극장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딱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입장하게 되었는데
영화의 첫 곡의 제목이 <So May We Start>였다. 마치 다급하게 들어와서 땀을 삐질 흘리며 부랴부랴 영화에 집중하려 하는 내 상황을 아는 것처럼 시작해도 될지 물어보는 느낌이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덕분에 더 쉽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고 무척 재밌었던 관람이었다.
<아네트> 메인 예고편 [출처: 네이버 영화]
- 예고편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내용입니다.
<아네트>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마침 제공받은 스틸 컷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서 소개하자면 지휘자 역할의 사이먼 헬버그가 다시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는 초반에 앤의 피아니스트로 잠깐 등장하고 사라지지만 앤의 죽음 이후 강렬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그 장면이 바로 스틸 컷에서 지휘 중인 그의 모습이며 그의 열망과 그리움 회한 등의 감정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쏟아져 나올 때 소름이 살짝 돋을 정도로 감탄하며 봤었다.
순서로 따지면 두 번째 스틸 컷이 먼저지만 지휘자의 등장이 인상적이라 먼저 소개해봤다.
사실 두 번째 스틸 컷이야말로 극의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초반부부터 암시해오던 비극을 향해서 가열차게 달려나가다가 앤의 죽음을 기점으로 비극적인 후반부 내용으로 전환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헨리 얼굴의 상처라던가 간지럼을 태우는 장면, 영화를 만든 계기 중 하나라는 뮤지컬 영화 속 격렬한 애정 신, 영화의 시작과 끝, 아네트에 관한 이야기 등 말하고 싶은 장면이 널렸지만 영화를 관람할 사람들을 배려해서 마침 스틸에 있던 두 장면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다.
사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작품은 처음인데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개봉하면 다시 봐야지가 첫 번째 감독의 전작인 <홀리 모터스>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두 번째 아담 드라이버의 <결혼 이야기>도 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세 번째였으니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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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무난한” 캡틴 아메리카를 위한 관객은 없다.
(IMDB, 발췌 편집)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지속된 졸작들로 인해 바닥까지 내려간 마블. 엔드게임 이후 지금까지 개봉했던 주요 캐릭터의 영화와 시리즈를 돌아보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솔져>, <로키>, <블랙 위도우>, <샹치>, <이터널스>, <호크아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미즈 마블>, <토르 러브 앤 썬더>, <쉬헐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오갤3>, <더 마블스까지> 총 17편이 개봉했다. 이 중에서 '스파이더맨'과 '가오갤'을 제외하면, 꼭 봐야할 좋은 작품이 없다. 이렇게 참담한 상황에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개봉했다. 이 작품이 엔드게임 이후의 세계관을 잘 이끌어나갈 진정한 첫 번째 영화가 될 수 있을지 하나씩 따져봤다.
예고편 대참사
(IMDB)
이번 영화를 기다리면서 어처구니없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예고편이었다. 감칠맛을 살짝 돋우는 정도로 보여주는 게 예고편의 목적이지만, 영화 전부를 보여줬다고 해도 무방했다. 주인공이 쉽게 죽거나 다치지 않는 특성을 지닌 히어로 장르는 베일에 싸인 빌런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하지만 레드 헐크를 공개해 버리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다 날아가 버렸다. 물론, 메인 빌런인 스턴스는 예고편에 많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캐릭터 자체에 큰 매력이 없었다. 이 부분은 밑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번 예고편에 대해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건 아닌지 비교해 보기 위해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예고편을 다시 봤다. 인피니티 워를 몇 번이나 봤던 입장이지만, 타노스가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그리고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고편 마저 명작이다.
이번 예고편을 보면서, 이번 영화마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는 마블의 불안감과 성급함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캡틴아메리카 아닌가. 엔드게임 이후 처음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영화이기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그들 입장에서 당연할 터다. 예고편으로 인해 긴장감은 제로 였지만, 캡틴 아메리카니까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극장에 갔다. 그런데 또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이런 빌런, 지긋지긋해.
예고편에 많이 등장한 레드 헐크는 메인 빌런이 아니다. 무려 2008년에 개봉했던 인크레더블 헐크에 등장한 스턴스가 메인 빌런이다. 17년 전 등장한 일회성에 가까운 빌런을 등장시킨 느낌이다. 등장시킬 빌런이 얼마나 없었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스턴스는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대표적인 빌런 중 하나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보면 된다. 이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예전 영화를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험을 하다가 일이 틀어져서 세상에 앙심을 품은 빌런 정도로 이해해도 문제없다. 빌런이 지루한건 오랜만이다.
(IMDB)
게다가, 극중 스턴스의 실제 모양새를 보면 메인 빌런이 이렇게 허약해 보일 수도 있나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가녀린 모습에 빌런이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다. 메드 사이언티스트 답게 두뇌 싸움은 잘하느냐? 꼭 그렇지도 않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등장했던 헬무트 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여러모로 폼이 떨어진다. 빌런이긴 한데, 빌런의 역할을 제대로는 한 건지 의문이 생기는 사이드와인더. 그의 등장도 아쉽다. 캡틴 아메리카가 운전 중인 차량을 폭파하고, 그와 단독 액션 장면이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캐릭터처럼 그려졌다.
윈터 솔저가 닉 퓨리를 급습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스턴스보다 묵직한 느낌의 빌런처럼 보였지만, 영화가 끝나는 무렵까지 사이드와인더의 쓸모는 무엇이었는지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예전 캡틴 아메리카 영화에 등장했던 레드 스컬이나 헬무트 제모를 생각하면 이번 빌런들은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다. 마블 원작에 따른 빌런의 등장 순서가 이렇게 정해져 있다면 어쩔수 없다. 하지만, 레드 헐크의 마무리와 무전기나 들고 다니는 빌런의 모양새를 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무난해선 안 된다.
(IMDB)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어땠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고 아직 어색하다. 캡틴 아메리카 보다는 강화된 팔콘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팔콘의 첫 등장은 스티브 로저스의 조력자였다. 여러 영화에서 전투에 참여했지만, 팔콘 개인의 서사를 쌓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팔콘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분이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받는 순간 아닌가. 이후에야 팔콘 중심의 서사가 펼쳐지는 팔콘 윈터 솔져 6부작 시리즈가 나왔었다.
하지만, 팔콘 개인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썬더볼츠 개봉을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 신경을 분산했기 때문이다. 팔콘의 서사가 쌓이기보다는 마블의 세계관만 넓어졌다. 물론,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고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스티브 로저스가 시빌 워에서 보여줬던 신념에 비교하면 소박하다. 이제야 팔콘의 첫 번째 개인 영화가 나왔는데, 아직도 “내가 캡틴 아메리카 맡기에 적임자 일까?”, “내가 혈청을 맞았더라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좀 짜치더라.
(IMDB, 반가웠고.)
이런 모습을 자기들도 알고 있는 건지,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로의 성장을 위한 조언자 역할로 버키를 잠깐 등장시키기까지 했다.(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하더라.)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뜬금없는 입담으로 레드 헐크를 잠재우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했다. 참 뜬금없었다. 레드 헐크와의 대치 과정에서 새로운 액션과 기술을 선보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정체성 고민을 이번 편에서 끝내던가, 아니면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제대로 그려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어설프게 빌런을 처리하고, 고민 살짝 하다가 브레이브 뉴 월드가 끝났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여준 힘과 기술은 어땠는가? 전보다 확실히 발전한 느낌이다. 방패를 사용하며 전투하는 어떤 장면에서는 스티브 로저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부분은 칭찬할 만하다. 레드윙도 전편에 비하면 발전된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짜치게 만드는 요소가 또 있었다. 바로 CG다. 역대 캡틴 아메리카 영화 중에서 가장 CG 퀄리티가 떨어졌다. 과장 더하자면, 마블 영화 중에서도 CG 기준으로 보면 중하위권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항공 전투 장면은 탑건: 매버릭보다 못했다. 이번 편에서는 팔콘을 이을 호아킨이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스티브 로저스의 조력자로 등장했던 샘처럼, 그 역시 같은 포지션의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는 항공 전투에 한 번 참여해 부상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팔콘을 계승할 것처럼 그려진다. 팔콘이 수년간 함께하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아 계승한 과정과 비교하면, 초고속 승진한 느낌이다.
수습 가능할까?
종합해보면, 빌런을 빌런답게 그려내는 데 실패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여전히 애매하다. 아군으로 등장해 팔콘의 위치를 계승받는 호아킨의 등장도 양산형 느낌을 지울수 없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 진급하니까, 빈 자리를 채우는 느낌이다. 팔콘은 수년간 어벤저스의 조력자로 등장하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아 그를 계승했다. 초고속 승진이라는 말이 적합하다. 또한, 페이즈 1에서는 쿠키 영상도 아주 잘 활용했다. 쿠키 영상을 다음 편에 대한 짧은 예고편 느낌으로 사용하며 관객들에게 다음 편에 대한 감칠맛을 줬다. 다음 편에 대한 수많은 추측을 만들어내며 수많은 팬들이 생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의 쿠키 영상은 엔드게임 이후에 나온 영화들의 쿠키 영상들에 비해 영양가 없었다. 더욱이, 이제는 그만 했으면 하는 소재를 또 등장시켰다. 바로, 멀티버스다. 다른 세계에서 적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페이즈 1에서 최종 빌런 타노스를 향하는 빌드업에 비하면 너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다음 편에 대한 감칠맛은커녕 또티버스라는 짜증만 만들어낸다. 생각하면 할수록 앞으로의 영화들에 대한 빌드업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만 든다. 이쯤 되면, 엔드게임에서 모든 이야기를 끝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과연, 수습이 가능할까.
(IMDB)
*이 와중에 등장한 리브 타일러는 왜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모습이랑 다르지 않은지 신기할 뿐이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현실 국제 외교 포인트를 차용한 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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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끝장리뷰 | 밥 딜런의 두 가치 | 의문의 지점들
[컴플리트 언노운](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두 개의 정체성
Chapter 2 의문의 지점들
00:00 컴플리트 언노운
02:00 두개의 정체성
05:56 의문의 지점들
08:18 별점 및 한 줄 평
08:38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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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 싸나희 순정, 메이드 인 이태리, 엔칸토 마법의 세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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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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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이블 시즌2> 공식 예고편
심리학자 크리스틴, 수련 사제 데이비드 그리고 벤은 성당의 의뢰를 조사하며 온갖 미스터리한 사건을 마주한다. 한편, 스스로 악마와 거래했다는 릴런드와 대립하며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악의 근원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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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도터> 어워즈 예고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주연 [로스트 도터] 어워즈 예고편 최초 공개! 전 세계 37관왕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 아카데미시상식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이 영화는 대단한 업적이다" 극찬에 극찬을 이어가는 걸작 [로스트 도터] 7월 14일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