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14 11:56:04
캡틴 아메리카 4 | 반등했지만 비상하지는 못한 MCU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의 방패를 물려받고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난 '샘 윌슨'(앤서니 매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새로운 위험이 닥쳐온다. 소코비아 협정으로 어벤져스를 궁지에 몰았던 '로스'(해리슨 포드) 장군이 미국 대통령이 된 것. 로스는 인도양에 자리 잡은 티아무트 섬에서 채굴된 새로운 금속 아다만티움을 둘러싼 국제 분쟁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그 목으로 샘에게 어벤져스 재창설을 제안하며 협력을 요청한다.
하지만 둘은 쉽사리 손잡지 못한다. 백악관 테러의 배후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 2대 팔콘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와 함께 수사에 나선 샘은 이내 '리더'(팀 블레이크 넬슨)의 음모를 발견한다. 뇌에 스며든 헐크의 피 덕분에 초인적인 계산 능력을 얻은 그가 약속을 안 지킨 로스에게 복수하려 했다는 것. 그 사이 티아무트 섬 분쟁은 전쟁으로 치닫고, 분노를 참지 못한 로스는 '레드 헐크'로 변할 전조를 보이기 시작한다.
MCU, 마침내 반등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루소 형제의 MCU 복귀 뉴스는 멀티버스 사가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자인이나 다름없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캐릭터를 못 살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퇴장한 주요 캐릭터의 후계자 중 자기만의 서사와 매력을 보여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자연히 이전 작품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같은 인피니티 사가의 후속담에 관객들이 호응한 이유였다.
MCU만의 매력도 잃었다. MCU의 핵심은 시리즈 간의 연계였다. 한 영화 속 사건이 다른 영화에 영향을 끼치는 연쇄작용은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쾌감이었다. 그런데 멀티버스 사가는 각자 자기 일을 해결하기 바쁜 영웅들만 비췄다. 토니 스타크처럼 시리즈를 오가는 구심점도, 인피니티 스톤이나 타노스 같은 궁극적인 목적지도 명시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데드풀과 울버린> 이후 약 8개월 만에 공개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캡틴 아메리카 4>)는 상술한 두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안을 제시하는 듯하다. 그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은 차별화된 매력과 상징성을 증명하며 성공적으로 재데뷔했다. 미국 대통령이 된 로스는 흩어진 MCU의 이야기 중 일부를 묶어냈다. 이에 힘입어 MCU도 마침내 반등의 기틀을 마련한 듯 보인다.
샘 윌슨의 증명
캡틴 아메리카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자유',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자유'다. 1편 <퍼스트 어벤져>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나치와 하이드라에 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영웅이었다. 2편 <윈터 솔져>에서는 모든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으로 전 세계를 통제하려 한 하이드라와 맞서 싸웠다. 3편 <시빌 워>에서도 미국 정부와 유엔, 동료 절반과 척을 지면서까지 어벤져스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즉, 스티브 로저스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를 제외하면 정부 뜻대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비록 이름은 누구보다도 미국 정부의 하수인처럼 느껴지지만, 그에게는 개개인의 자유가 최우선 가치였다. 자유에 뒤따르는 책임도 개인이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부의 개입에는 일관되게 반대하는 슈퍼히어로였고,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어벤져스의 이상을 상징했다.
샘은 자신이 스티브의 신념과 이상을 계승했음을 증명해 낸다. 일례로 로스가 어벤져스 재창설을 부탁했을 때도 샘은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사야 브래들리(칼 럼블리)'를 무작정 백악관 테러 범인으로 몰아간 처사에 항의하는 의미였다. 샘이 리더의 음모를 알아채고, 전쟁을 막은 것 역시 진정한 자유를 추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가 로스 대통령의 압력에 굴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움직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리더의 계략 때문에 의도치 않게 레드 헐크로 변한 로스를 샘이 저지하는 장면 또한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자격을 증명한다. 샘은 레드 헐크 안에 있는 로스의 자유의지를 신뢰했다. 로스가 헐크에게 저지른 과오를 씻고, 딸 '베티'(리브 타일러)에게 속죄하려는 열망이 진심이라고 믿었기에 레드 헐크를 설득해 로스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 이는 <윈터 솔져>에서 버키를 믿고 그에게 자기 목숨을 맡겼던 스티브의 선택과 다르지 않다.
같게 또 다르게
그와 동시에 <캡틴 아메리카 4>는 '버키'(세바스찬 스탠)의 입을 빌려 샘 윌슨만의 상징성과 매력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옳다고 믿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스티브 로저스는 믿음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윈터 솔져>에서 쉴드의 일반 요원들은 그의 연설에 용기를 얻어 하이드라와 총격전을 벌였다. 이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그보다 능력이 뛰어난 다른 히어들이 그의 지시를 따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샘 윌슨은 다르다. 그는 혈청도 맞지 않았고, 초인적인 정신력을 지니지도 못한 평범한 군인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티브를 도우며 옳다고 믿은 신념을 따르는 과정에서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더 나아가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났다. 즉, 그는 누구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고 옳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타고난 리더였던 스티브보다는 동반자에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달라진 액션 스타일은 두 캡틴 아메리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방패를 활용한 액션은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공통점을 보여주지만, 더 아크로바틱 한 액션은 차이점을 암시한다. 대인 액션 시퀀스에서 샘은 스티브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스티브와 달리 힘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기 때문. 슈퍼 솔저는 아니어도 스티브의 신념을 이어가려는 샘의 노력이 액션의 차이점에도 녹아있는 셈이다.
로스라는 연결고리
샘이 캡틴 아메리카의 자격을 증명하는 사이, 로스 대통령은 MCU의 유산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의 플롯은 샘과 마찬가지로 증명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로스는 헐크에게 군대를 보내고, 어벤져스를 감옥에 보냈던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그의 변화는 정치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지점에서 <캡틴 아메리카 4>는 서로 다른 시리즈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던 과거 MCU를 연상케 한다.
로스의 플롯 중 정치적 측면은 <이터널스>의 후폭풍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인도양의 섬이 되어버린 티아무트에서는 비브라늄보다 단단한 금속 아다만티움이 발견된다. 이에 로스는 일본, 인도, 프랑스 등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고자 한다. 티아무트 섬을 남극처럼 중립지대로 놔두고, 아다만티움을 지구촌이 공유하자는 것. 로스는 호전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백악관 테러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대화를 통해 조약을 체결하고자 애쓴다.
로스의 변화는 개인적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 4>는 <인크레더블 헐크>의 유산을 활용해 그의 부성애를 부각한다. 로스는 한때 브루스 배너의 연인이었던 딸 베티와의 화해를 염원하고 있으며, 그전에는 차마 죽을 수 없어서 리더에게 심장병 치료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 과정에서 리더의 계략 때문에 레드 헐크로 폭주하기도 하지만, 그에 맞는 죗값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히어로로 변모할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즉, <캡틴 아메리카 4>는 인피니티 사가의 후일담이자 멀티버스 사가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마침내 MCU다운 영화를 보는 듯하고, 극 중 삽입된 여러 복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벤져스 재창설이라는 떡밥이 등장하고, 쿠키 영상에서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를 암시함에 따라 마침내 멀티버스 사가의 목적지가 보이기 때문. 마치 10여 년 전 MCU를 보는 듯한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다.
양날의 검
그러나 로스를 전면에 내세운 선택은 양날의 검이다. 우선 진입장벽을 높인다. <캡틴 아메리카 4>는 <인크레더블 헐크>와 <팔콘과 윈터 솔져>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문제는 두 작품 모두 접근성이 낮다는 것. 전자는 MCU가 인기를 얻기 전인 2008년에 개봉했고, 후자는 디즈니+ 드라마이기 때문. 초반부에 뉴스 형식으로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두 작품을 보지 않았으면 극 중 상황을 즉각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영화의 밀도도 낮춘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빌런과 히어로의 대립이 고조될 때 클라이맥스의 쾌감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샘과 리더는 각자의 이유로 로스와 갈등을 빚을 뿐, 정작 서로 대립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티아무트 섬에서 샘과 로스의 대립이 일단락된 순간, 영화는 긴장감이 꺾인다. 로스와 리더의 플롯이 남은 가운데, 샘의 역할이 애매해지는 것. 그 결과 레드 헐크와 샘의 충돌도 비록 눈은 즐겁지만, 뒷북처럼 느껴진다.
리더와 <시빌 워> 속 제모 남작을 비교해 보면 문제가 더 명확하다. 두 빌런은 그림자 속에서 암약하며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가짜 미끼를 던져주고, 주인공끼리 싸우게 만든다. 그러나 리더와 달리 제모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원한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와 아이언맨을 분열시키는 전개는 복수라는 맥락 안에서 개연성이 있었고, 서스펜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정확히 <캡틴 아메리카 4>에서 빠진 스토리라인이다.
더 나아가 기시감도 극대화된다. 영화가 늘어짐과 동시에 지난 시리즈를 답습한 장면이 드러기 때문. 일례로 백악관에서 이사야가 도주하는 시퀀스의 연출과 타이밍은 <윈터 솔져>에서 버키가 닉 퓨리를 저격한 후 도주하는 장면을 빼닮았다. '사이드와인더'(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도로에서 샘을 급습하는 장면, 리더가 군사 기지 지하에 숨어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이는 오마주를 넘어서서 자가복제에 가까워 보인다.
비상까지는 부족한 한끗
그 외에도 <캡틴 아메리카 4>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완성도가 한끗 부족한 순간이 적지 않다. 액션 연출이 대표적이다. 물론 확실한 장점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이 일본 해상자위대 및 세뇌된 미 해군과 펼치는 공중전에서는 최근 MCU에서 보지 못한 역동감이 느껴진다. 빠른 속도감과 레드윙을 활용한 신선한 연출 덕분이다. 레드 헐크도 <어벤져스> 1편과 2편에서 보여준 헐크의 위용만큼 파괴적인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라는 제목에 비하면 전반적인 액션 연출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대인 액션, 육박전 장면에서는 카메라 워크나 편집 속도가 한 템포씩 늦다 보니 주인공들의 움직임에서 박력이 덜 강조된다. 군사 기지 지하 복도에서 군인들과 샘, 호아킨, '루스'(쉬라 하스)가 한 데 뒤엉키는 액션 장면을 <윈터 솔져>나 <시빌 워>의 액션 시퀀스와 비교해 보면 부족함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숱한 재촬영의 여파도 가리지 못했다. 주요 캐릭터 중 일부는 중요성에 비해 분량이 적다. 일례로 로스의 안보 보좌관이자 레드룸 출신 블랙 위도우인 루스는 스티브-샘-나타샤처럼 샘, 호아킨과 팀을 이루는 데도 활약이 미미하다. 전개도 편의적이다. 레드 헐크가 샘에게 갑자기 설득되거나, 사이드와인더가 손쉽게 샘에게 협력하는 식이다. 기존 촬영분과 재촬영분을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후반부 전개를 섬세하게 다듬지 못한 흔적이다.
종합하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로운 <퍼스트 어벤져>에 가깝다. 기존 클리셰에 기대면서 완성도는 일부 포기하더라도, 세계관의 핵심 인물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며 시리즈와 유니버스의 기반을 다졌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달리 말하자면 반등에 성공했을 뿐, 아직 날아오르지는 못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두 후속 타자, <썬더볼츠*>와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의 어깨가 여전히 무거워 보인다.
Acceptable 무난함
날아오르기에는 아직 출력이 부족한 캡틴 아메리카와 MCU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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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ㅇ난감 | 색다른 외관에 못 미치는 깊이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대학생 '이탕'(최우식). 어느 날, 그는 편의점에 난입한 취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퇴근길에 그들과 다시 마주쳤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급하게 자취방에 숨은 그는 미처 숨기지 못한 범행 도구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면서도, 사망자가 악독한 범죄자였다는 뉴스를 보면서 묘한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예상치 못한 목격자 '선여옥(정이서)이 등장하면서 이탕은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장난감'(손석구) 형사가 이끄는 수사망이 점점 그를 조여올 뿐만 아니라 여옥의 협박과 갈취도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 것. 이에 자수와 도주를 두고 고심하던 이탕은 결단을 내린다. 모든 증거를 지우기 위해 살인자가 되어 살기로.
<살인자ㅇ난감>의 명암
한국 영화 시장에는 네 번의 성수기가 있다고들 한다. 여름 방학, 크리스마스, 추석과 설날 연휴.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특히 명절 연휴의 위력이 옛날 같지 않다. 작년 추석에는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설 연휴에도 <도그 데이즈>, <데드맨>, <아가일> 모두 외면받았다.
대신 그 자리를 OTT가 채웠다. 특히 넷플릭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오징어 게임>, <수리남>처럼 명절 연휴를 겨냥한 대형 한국 콘텐츠가 연달아 흥행하는 중이다. <살인자ㅇ난감>도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개된 후 3주 차가 되도록 국내외에서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한 몸인 법. <살인자ㅇ난감>에는 성적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한국 콘텐츠의 고질병, 부족한 뒷심이다. 에피소드 8개 중 앞선 절반은 환상적이다. 출연진 말마따나 '팝(pop)하다'라는 표현이 안성맞춤인 독특한 연출이 정주행을 결심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풍경이 부산으로 바뀐 후부터 각 캐릭터는 표류하고, 극은 동력을 상실한다.
살인자의 난감함을 꽃피우다
<살인자ㅇ난감>의 매력은 예상을 과감하게 벗어나는 이미지의 향연에서 비롯된다. 이탕은 선여옥을 죽이려 한다. 그녀의 거실에서 머리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는 탕. 그 순간 화면이 전환된다. 탕과 여옥은 거실에 있지 않다. 웬 꽃밭에 있다. 그곳에서 탕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여옥의 머리를 망치로 후려친다.
특히 이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그것도 순식간에, 빨간 피는 가능한 등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색다른 배경, 교차 편집, 짧고 담백한 묘사가 한 데 어우러지니 임팩트는 강렬하다. 잔혹함을 대신하는 상쾌한 이미지를 보면 '이 드라마는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팝한' 연출의 힘은 휘발성이 아니다. 살인자의 난감함이 아름다운 화면과 대조를 이루며 더 명쾌하게 드러나기 때문.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른 이후 충격에 빠진 이탕. 그의 정신적 피로감과 죄책감은 그가 선여옥을 죽일 때만큼이나 독특하지만, 기묘한 환각으로 표현된다. 그 덕분에 그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잃고 점점 살인에 빠져드게 되는 일련의 흐름도 더 설득력 있게, 직관적으로 제시된다.
평범해진 살인자
하지만 <살인자ㅇ난감>은 첫인상의 이점을 더 살리지 못했다. <살인자ㅇ난감>의 신선함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한다. 핵심은 발상의 전환이다. 살인을 잔인하지 않게 다루는 연출과 미장센이 돋보였다. 문제는 다른 부문에서 발상의 전환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즉, 살인의 외양만 바꿨을 뿐, 이야기의 본질은 색다르지 않다. 그 결과 <살인자ㅇ난감>의 초반과 후반은 괴리감이 극심하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그 방증이다. 주인공 이탕은 자기 직감대로 사람을 죽이고, 사망자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자기 살인을 정당화한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대학생의 면모도 지녔다. 살인 이후 극심한 악몽에 시달리고, 자수를 결심하며, 가족의 품을 그리워한다. 이처럼 살인이라는 거대한 충격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청년이 이탕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었다.
그런데 배경이 부산으로 바뀐 후부터 이탕이라는 캐릭터는 평범해진다. 그는 노빈의 도움을 받아 자기 직감이 옳음을 확인한 뒤 범죄자를 처단한다. 마지막까지도 범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정의롭다고 믿는 살인을 저지른다. 이처럼 "죽어 마땅한 놈들은 죽어야 한다"는 신념을 거침없이 실천에 옮기는 그는 다크 히어로에 가깝다. 살인의 무게감 때문에 괴로워하던 전반부의 이탕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살인 장난감도, 살인자 난감도 찾을 수 없다
'송촌'(이희준)과 장난감 형사의 존재감도 덩달아 유명무실해진다. 송촌은 본래 이탕의 내적 고뇌를 드러내는 장치여야 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죽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명확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탕에게 "죽어야 할 놈을 판단하는 너 스스로를 믿을 수 있냐"라고 묻는다. 살인 대상의 범죄를 인지하고 죽이는 자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윤리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에 이탕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윤리적 딜레마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들 간의 차이점은 논제가 던져지자마자 퇴장한다. 분위기만 잡은 후에 이탕을 정의의 사도로, 송촌을 그에 맞서는 마지막 빌런 정도로 간략히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살인자'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것 같았던 첫인상을 후반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장난감 형사의 문제는 더 크다. 그는 범죄자를 법의 범위 내에서 단죄해야 하고, 죽어야 할 사람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경찰 혹은 검사 캐릭터다. 자연히 그와 이탕의 대립은 익숙하다. 그 와중에 드라마가 은연중에 이탕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으니, 그와 이탕의 대립각은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이에 더해 평면적인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려는 노력도 적다. 장난감과 아버지의 묘한 관계, 아버지와 송촌의 과거를 토대로 형사가 살인자가 되는 이야기를 쌓으려 한 시도는 엿보이나 역부족이다. 세 인물 간의 감춰진 이야기가 단순한 애증과 부조리로 귀결되기 때문. 손석구라는 배우의 독특한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더 희미한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반복돼서 더 아쉽다
사실 후반부가 맥 빠지는 현상은 <살인자ㅇ난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한국 콘텐츠에서 볼 수 있는 문제다. 피카레스크 성향의 원작을 영상화할 때 선인-악인, 가해자-피해자로 나눌 수 없는 캐릭터가 단순해지면서 뒷심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스크걸>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웹툰 원작의 경우, 흥행이나 편의성을 고려해 대중적인 플롯에 맞춰 각색이 자주 이뤄진다. <살인자ㅇ난감>의 후반부도 마찬가지다. 연결성과 흐름은 깨져도, 이탕 중심으로 구도를 간략화했다. 장점도 분명하다. 한정된 분량 내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보여준 색다른 연출을 고려하면 결말로 향하는 과정이 평범하다는 인상도 부정할 수는 없다.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나머지 용두사미가 된 셈이다. 객관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옭아맨 <살인자ㅇ난감>이 유독 아쉬운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또 하나의 뒷심 부족을 목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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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육십에 성폭행을 당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 <갈매기>
갈매기 (Gull, 2020)
제작 : 한국, 드라마 │ 감독 : 김미조
출연 : 정애화(오복), 장유(남편), 고서희(큰딸), 김가빈(막내딸)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75분"아 이 언니가 나이 먹고 왜 이래?"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건 뭘까. 딸 셋을 낳고 시장 좌판에서 몇십 년을 억척스럽게 일해온 ‘오복’은 이른바 나이 먹은 여성이다. 그녀는 배운 건 없지마는 생선을 팔아 딸내미들을 모두 대학공부까지 시켰다는 긍지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오복의 또 다른 이름은 평범한 어머니다. 나 하나를 키우기 위해 32년간 궂은일 마다 않고 살아온 울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딸의 혼사를 앞둔 어느 날, 오복은 시장 사람들과 술을 기울이다 수모를 당했다. 밤이었고, 술에 취했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뒤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오복은 육십이 넘어 그런 일을 당한 것에 무어라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한다. 그저 ‘사과를 받아야 할 일’쯤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억울함보다, 딸의 혼사에 방해가 될까, 남편에게 괜한 신경 거리가 될까, 시장 사람들한테 수치가 될까를 먼저 고민한다. 오복은 그렇게 며칠을 끙끙 앓으며 가족들 몰래 산부인과를 찾고, 가족들 몰래 피 묻은 이불을 빨고, 범인의 영업장에 가서 수족관을 깨버리는 것 정도로 이 일을 덮으려 생각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큰 딸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그래 놓고도 괜한 말을 했다며 곧바로 후회하면서도, 큰딸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제안하자 오복은 처음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고는 신고일뿐. 목격자도 증인도 없는 외로운 상황 속에서 오복은 자신이 성폭행당했음을 증명할 방도가 없다.
우리 엄마 세대의 여성에게도 미투는 유효한가 ?
60대 여성이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세상에 털어놓는 과정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비교적 괜찮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내 동의 없이 이루어진 부적절한 스킨십을 언제든 ‘추행’으로 고발할 수 있는, 내가 입 밖으로 꺼내기만 한다면 나 같은 여성들의 지지가 언제든 뒷받침될 수 있는 세상에 태어났음에 때때로 감사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건 2021년을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까. 우리의 엄마들은? 육십이 넘어 일찍이 폐경을 한 우리 엄마들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과연 그럴까? 영화 속 오복을 보니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한 번도 엄마 나이대 여성의 성폭행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엄마는 내게 조심하라고 하는 사람이었지, 당신이 조심해야 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엄마는 언제나 거대하고 굳건해서 엄마가 누군가의 성범죄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배제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들도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오복이 그랬던 것처럼 가족에게 상처가 될까 봐, 나이 먹고 부끄럽게 왜 이러냐고 할까 봐, 그렇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겨온 엄마들이 내 생각보다 많을지도 몰랐다.
성범죄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젊은 여성에게는 물론, 생식기능이 전혀 없는 소아부터 노년의 여성에게까지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전방위적 범죄다. 문제는 우리 사회 성범죄 의식의 범주가 ‘젊은 여성’에 포커싱 되어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은 언제든 ‘미투’로 지지받고 상대를 수장시켜버릴 수 있는 반면, 나이 든 여성들은 왜 이런 사실을 함구하는 데에 익숙할까 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
“우리말로 한강에 배 한번 지나갔다고 생각해” 라던 오복의 시장 동료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의 눈치만 보다가 나는 언제 챙기냐”던 오복의 말도 그래서 서러웠다. 바야흐로 힘 있고 당당한 여성들이 세상을 이끄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 세상이 우리 밀레니얼 세대 여성의 전유물만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소리 내면 안된다던 시대적 굴레에 갇혀, 또 엄마와 아내라는 프레임에 갇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중년 이상의 여성들에게도 용기와 힘이 전해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 바람과는 달리, 오복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결국 증명해낼 수 없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보리색 모닝을 끌고 엄마의 억울함을 벗기려고 곁에 머문 건 오복의 두 딸들이었다. 이 영화는 여성을 위한, 그 속에서도 우리 엄마 세대 여성의 용기에 대한 헌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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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블랙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저녁에 영화가 보고 싶어서 DVD를 뒤적거리다 이 영화를 골랐다. 이미 본 영화지만, 이번에 다시 보니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액션 씬이 매우 뛰어나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고, 전투 현장에 있는 듯한 긴박함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마크 보우든이 쓴 같은 제목의 넌픽션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소말리아 내전에 관해 알아봤다.
소말리아는 영국 보호령이었던 북부와 이탈리아의 신탁통치를 받던 남부로 갈라져있었다가 1960년에 통일되어 소말리아 민주 공화국이 탄생했다. 1969년 시아드 바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1991년까지 22년간 소말리아 대통령을 역임했다.
미국은 친소정부였던 시아드 바레를 지지했다. 1986년 시아드 바레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부족들을 특수부대인 레드 베레로 공격하자, 소말리아 혁명이 시작되었다.
1991년 1월 26일 시아드 바레 대통령이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가 이끄는 군벌연합의 쿠데타로 축출되어 퇴임한 이후, 소말리아 혁명에 반대하는 혁명이 발생했다. 내전에 따른 폭력의 증가는 인권 마비, 무정부상태를 초래했다.
내전이 격화되자, 소말리랜드라고 불리는 소말리아 북서부 지역이 소말리랜드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독립을 승인하지 않았다. 북동부 지역은 푼트랜드라고 불린다. 푼트랜드도 1998년 자치 공화국을 선포했으나, 인접한 소말리랜드와 달리 푼트랜드는 소말리아에 대해 명백하게 독립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는 남부 지역에 속해있다.
미국은 1993년 소말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델타포스를 모가디슈 전투 (1993년) 에 파병했다가 현지 민병대원에게 헬기 두 대가 격추당하고 18명의 병사가 체포돼 목숨을 잃었던 이른바 "블랙호크 다운"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1991년 부터 20년간의 내전속에서 소말리아인 4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57만명은 난민이 돼 인접국으로 떠돌고 140만명이 살던 곳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말리아인들은 지금의 무정부 상태보다 시아드 바레 정부 시절이 훨씬 좋았던 '황금시기'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말리아 인권단체들은 정부군의 20%(5000∼1만 명), 반군 병력의 80%가 소년병이며 9세 어린이까지 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키 백과'에서 가져 옴)
결국 미국은 세계경찰을 스스로 떠맡아 여러 분쟁 국가에 개입을 했는데, 소말리아에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영화 끝에서도 나오지만, 이 전투로 소말리아 민병대는 약 1천 명이 사망했고, 미군은 19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소말리아 반군 지휘관인 아이디드는 결국 미군에 의해 암살당한다.
이 영화는 당연히 미국의 시각에서 보여지고 있고, 소말리아 민병대를 '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소말리아 반군은 미국을 내정간섭을 하는 적으로 여기고 있고, 그들의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미군(미국)의 국제 분쟁 개입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니, '정의'니 '평화'니 하는 수식어는 가당치 않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미군 병사들의 전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들이 어떻게 작전을 수행하는가 하는 전술적인 면과 실제 전투를 하는 듯한 생생한 전투 씬이 관람의 포인트가 되겠다.
소말리아는 약소국으로 유럽과 강대국에 의해 분할 통치되어 결국 내전까지 일으키게 되는 불쌍한 나라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강대국에 의해 착취당하는 약소국의 설움과 분노를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는 미군이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를 체포하러 도시로 진입하면서 발생한 전투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를 거듭 보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내용은, 1) 지휘관의 전략, 전술이 얼마나 중요한가, 2) 현대의 시가전 양상, 3) 정규군사조직과 민병대의 차이, 4) 무기의 차이에 따른 전력의 크기, 5) 전우애 등이다.
반군 지도자를 체포해야 한다는 명령은 '백악관'에서 강력하게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고,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부대 전체를 지휘하는 윌리엄 개리슨 소장이 부대와 군인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 소말리아의 미군은 모두 특수부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군 정예 가운데서도 정예라고 자부하는 '델타포스', '제75레인저연대',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 부대가 연합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미군은 소말리아 민병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무장을 했고, 압도적 화력을 가졌지만, 시가전은 예측할 수 없는 전투라는 걸 가볍게 생각한 면이 있다. 미군이 본격 시가전을 치른 것은 2차 세계대전 말엽, 유럽의 도시에서가 전부였으니 50년 전의 상황이었고, 그나마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라고 해봐야 아주 작은 국지전 정도였으니, 소말리아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것도 그 정도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휘부에서 시가전에 대한 심각성을 병사 모두에게 인지하지 않았다는 건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병사들도 두어 시간이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올 걸로 생각하고, 전투에 필요한 준비물을 완벽하게 챙기지 않고 전투에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이것은 전투의 승리와 병사의 생명을 다루는 전투에서 가장 옳지 않은 태도였다.
시가전투의 전형은 2차 세계대전에서 쏘련군과 독일군이 벌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들 수 있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 바로 코앞의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으로 수십만 명의 독일군을 투입한다. 이 당시 전쟁의 전략적 위치로만 보면, '스탈린그라드'는 독일군이 굳이 점령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었다. 독일군은 쏘련의 서남부 지역을 점령해서 유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히틀러가 스탈린과의 자존심 대결을 벌이며, 쏘련의 상징이기도 한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면 쏘련과 스탈린의 자존심을 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탈릴그라드는 약 90%까지 독일군에게 빼앗긴 상황까지 몰렸지만, 쏘련군은 병사를 전장에 갈아넣는 인해전술로 독일군의 마지막 진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건물 잔해가 자연스럽게 은폐물이 되었다. 시가전은 게릴라 전투 형식을 띄는데, 최소 단위의 부대가 움직이면서 적을 치고 빠지는 전투가 끊임없이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쏘련군과 독일군이 담장 하나 사이로 지나치기도 하고, 같은 건물에서 뒤섞여 전투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조금 크게 말하면 서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전투를 하니 대형무기보다는 소형무기와 수류탄 따위의 개인화기 중심으로 싸우게 된다.
모가디슈의 시가전에서도 민병대는 소총과 RPG, 기관총이 무기의 전부였다. 비정규군이고 대형무기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해서 소말리아 민병대의 무기 보유는 개인화기가 중심이다. 반면 미군은 장갑차를 비롯한 중장비와 월등한 개인화기는 물론 '블랙호크'와 '코브라' 공격형 헬기 등도 보유하고 있어 화력에서는 비교할 필요도 없이 월등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미군이 시가전에서 큰 피해를 당한 이유는 전술이 없었고, 도시의 지형지물을 몰랐으며, 지형의 유리한 위치를 민병대가 선점했기 때문이다. 시가전에서 유리한 위치는 전투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시내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민병대는 건물 옥상과 주요 길목을 선점했고, 미군 장갑차를 공격했다.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블랙호크'가 추락하는 건 민병대가 쏜 RPG 한 방이었는데, 단순한 비용으로만 봐도 몇 십만원짜리 포탄 하나로 500억짜리 전투기를 격추한 것이니 엄청난 전과다.
그럼에도 이 시가전의 결과는 미군의 압도적 우위로 드러났다. 미군이 19명 사망, 87명 부상인 반면, 소말리아 민병대는 약 1천 명이 사망했다. 처음 작전 투입에 대대 병력이 들어갔다면, 블랙호크가 다운되고, 지상군이 도시의 골목에 막혀 심하게 공격 당하자 개리슨 소장은 대규모 병력 지원을 요청한다. 기존의 유엔군과 다른 기지에 있던 미군까지 총동원하면서 헬기와 탱크 등 중화기와 수백 명의 병사를 추가 투입한다.
영화에서 시가지 전투를 벌이기 전까지, 미군 기지에서 생활하는 병사의 모습이 조금 지루할 정도로 보이는데, 이것은 영화의 주제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서 죽거나 부상당하는 병사가 발생하고, 병사들은 이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후방으로 옮긴다. 개리슨 소장 역시 전장에 병사를 남기고 돌아온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단 한 명의 병사라도 반드시 귀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강한 화력을 지원하면서 시가전을 펼쳤고, 실제 피해 규모로만 보면 소말리아 민병대가 밀린 것 같지만, 이 전투는 명백히 미군이 패한 전투였다.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것, 시가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 미군의 피해가 상대적으로는 적지만, 전투의 규모로 보면 매우 크다는 것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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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전주에서 미야케 쇼 감독님을 만나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이다.
소설가 세오 마이코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월경증후군 (PMS)로 고통받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에의 이야기를 담았다. 5월 2일 개막시사 후 진행된 기자회견과
5월 3일 진행된 인터뷰를 정리해 보았다.
Q. 원작 소설에서는 PMS를 막기 위해서 잡초 뽑기를 했는데,
영화에서는 세차로 바꾼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A. 잡초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해 주셨는데 굉장히
세세한 대사 부분까지 봐주셔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말씀을 드리자면 사실은 소설 속에서는 이 잡초를 뽑는 이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게 저한테 다가왔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읽고 생각을 했던 것은
몸을 움직여서 잡초를 뽑고 그걸로 인해서 새로 나아간다 이런 부분들이 어쩌면
조금 책이랑 다른 느낌이 이지 않을까, 조금 다른 인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잡초 뽑기가 영화에서는 그렇게 큰 이제 인상을 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다른 액션들을 뭔가 같이 보자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여러분들 영화에서 보신 계속 뭔가를 담는, 사용해 왔던 물건들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그런 이제 모습들을 보면서 뭔가 똑같아 없는 것 같은 그런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꼭 중점적으로 봤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A. 그동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많은 배우진들과
영화를 촬영을 했습니다. 많은 출연자들이 굉장히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사실 주연 두 분의 연기도 너무너무 훌륭했지만 구리타 과학이라는
회사 안에서 좀 연세가 있으신 베테랑 선배님들의 연기와 중학생
어린 중학생 2명의 연기를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희 영화는 한 번 보면 다 한 번 보고는 다 모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두 번 번 어떤 분들은 세 번을 보셔야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자전거에 대한 설정이 좀 궁금한데요.
원작 소설에서는 그 자전거가 두 사람을 연결해 주는 매체로 쓰이지만
영화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설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자전거를 빌려서 여자주인공이 입원한 병원에
가기 위해 자전거를 빌리는 씬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영화에는 반대로 여자주인공이 예전에 아르바이트에서 썼었는데,
지금은 내가 안 쓰니까 네가 써하면서 전달을 합니다.
스쳐 지나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라스트신을 보면 야마조라는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쭉 가는 씬이 있잖아요.
자전거 자체는 후지사와 상이 준 것이지만 그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남긴 것, 내가 받은 이 물건이 그녀는 없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에 대한 존재를
그 자전거로 표현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스쳐지나가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 자전거를 놓고
영화만 이야기를 하지만 물건일 수도 있고 생각일 수도 있고
우리에게 없지만 갖고 있는 게 우리 영화에서 큰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옛 선조에게서 받았지만 우리에겐 있고 선조는 이 세상에 없는 것과 같은 것.)
저희 영화의 주인공 한 명은 공황장애가 있기 때문에 영화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봐주세요.라고 말씀은 못 드려요.
그러나, 가실 수 있는 분들은 꼭 가셔서 이 영화관에서의 그 깜깜한 상황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저희 영화랑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가셔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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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특선 영화 총정리!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죠!
계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고,
올해는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라며!
설날을 맞이하여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특선 영화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월 20일(금) - 1월 21일(토)
▶ 22:30 tvN <앵커>
ⓒ 네이버 영화
유명 TV 앵커에게 걸려 온 섬뜩한 제보 전화. 제보 내용을 조사하던 그녀는 끔찍한 범죄 현장을
마주하고, 그 후 불길한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 23:20 tvN <강릉>
ⓒ 네이버 영화
강릉 최대 조직의 ‘길석’.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며 질서 있게 살아가던 그의 앞에
강릉 최대 리조트 소유권을 노린 남자 ‘민석’이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둘, ‘민석’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두 조직 사이에는 겉잡을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데..
▶ 23:30 KBS2 <양자물리학>
ⓒ 네이버 영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가진 유흥계의 화타 찬우. 어느 날 찬우는
연예계,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파티 사건을 눈치채게 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 00:45 EBS1 <티파니에서 아침을>
ⓒ 네이버 영화
신분 상승을 꿈꾸며 티파니 보석상을 활보하는 여인 홀리.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작가 폴은
우아하고 귀여운 홀리에게 매료당하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 21:00 MBN <아이스 로드>
ⓒ 네이버 영화
제한 시간 30시간 안에 다이아몬드 광산에 갇힌 26명의 광부들을 구출하기 위해 해빙 직전의
위험천만한 ‘아이스 로드’를 횡단해야 하는 전문 트러커 ‘마이크’와 구조팀의 불가능한 미션을
그린 재난 액션 블록버스터다.
▶ 21:40 EBS1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
ⓒ 네이버 영화
범법자의 신분으로 경찰에게 쫓기는 도미닉(빈 디젤)은 사랑하는 여인 레티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고 복수를 위해 LA로 돌아온다. 한편 LA 최대 갱단의 두목을 쫓고 있던 브라이언은 범죄의
중심에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레티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위장 잠입한 갱단
소굴에서 서로 만나게 된 도미닉과 브라이언. 서로 쫓고 쫓기는 경찰과 도망자의 관계이지만,
서로의 우정과 믿음에 이끌린 두 사람은, 여인과 친구의 복수를 위해 잠시 손을 잡기로 한다.
하지만, 적의 실체에 점점 다가갈수록 목숨을 건 위험한 액션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데…
▶ 23:10 SBS <범죄도시>
ⓒ 네이버 영화
대한민국을 뒤흔든 ‘장첸’ 일당을 잡기 위해 오직 주먹 한방으로 도시의 평화를 유지해 온 괴물
형사 ‘마석도’와 인간미 넘치는 든든한 리더 ‘전일만’ 반장이 이끄는 강력반은 나쁜 놈들을 한방에 쓸어버릴 끝짱나는. 작전을 세우는데…
▶ 23:30 KBS1 <도굴>
ⓒ 네이버 영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물이다.
1월 22일(일)
▶ 13:20 EBS1 <에린 브로코비치>
ⓒ 네이버 영화
무직의 싱글맘 에린은 변호사 에드의 보조로 취직한다. 어느 날, 캘리포니아의 발전소가 도시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맨손으로 그들과의 전면전을 펼친다.
▶ 22:40 EBS1 <관상>
ⓒ 네이버 영화
칩거하던 천재 관상가 내경은 연홍의 제안으로 한양을 향한다. 소문이 자자해진 그는 궁 생활을
시작하고, 수양대군이 역모를 꾸미고 있음을 알게 된다.
▶ 22:40 tvN <외계+인 1부>
ⓒ 네이버 영화
인간의 몸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기 위해 631년 전으로 가게 된 '가드'와 '이안'이
얼치기 도사 '무륵', 그리고 신선들과 함께 외계인에 맞서 모든 것의 열쇠인 신검을 차지하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 23:05 SBS <킹메이커>
ⓒ 네이버 영화
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 23:10 KBS2 <뜨거운 피>
ⓒ 네이버 영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이다.
1월 23일(월)
▶ 18:30 tvN <카시오페아>
ⓒ 네이버 영화
이혼 후 변호사,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진은 하나뿐인 딸 지나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가 손녀를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얼마 후 수진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뜻밖의 결과를
듣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잊을까 봐 두려워하는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는 수진의 곁을 지키고,
기억을 잊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 부녀만의 애틋한 동행이 시작된다.
▶ 21:00 KBS2 <동감>
ⓒ 네이버 영화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이다.
▶ 21:00 SBS <육사오(6/45)>
ⓒ 네이버 영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당첨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
▶ 23:20 MBC <특송>
ⓒ 네이버 영화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반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1월 24일(화)
▶ 10:00 SBS <장르만 로맨스>
ⓒ 네이버 영화
쿨내진동 이혼부부, 일촉즉발 비밀커플, 주객전도 스승제자,알쏭달쏭 이웃사촌.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의 사생활이 밝혀진다!
▶ 20:00 MBC <인생은 아름다워>
ⓒ 네이버 영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 20:20 SBS <범죄도시2>
ⓒ 네이버 영화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괴물형사 ‘마석도’와 ‘전일만’ 반장은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끼고, 그의
뒤에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역대급 범죄를 저지르는 ‘강해상’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는데...
▶ 21:50 KBS2 <발신제한>
ⓒ 네이버 영화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평범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 의문의 목소리는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자리에서
일어날 경우 폭탄이 터진다고 경고하는데…
▶ 22:30 KBS1 <세자매>
ⓒ 네이버 영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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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34년으로 갈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쿵쿵 울리는 비트, 깜빡이는 조명과 함께 요란한 생일파티가 벌어지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 날 잠에서 깨어 숙취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집이 아닌 집에 돌아가면 비키는 어제 입었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을 것이다. 둘 사이 대화는 없고, 다음 날과 또 그 다음 날도 이들은 계속 이 집에만 살고 음악만 듣고, 담배를 피우기만 할 것이다.
비키는 노동조차 클럽에서 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또다시 그곳은 파티장이 되어 시끌벅적하다. 하오하오와 그녀는 서로를 사랑한다면서 서로에게 관심은 없다. 그래도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집에 붙어 산다. 오늘과 내일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 버리고, 밤 밖에 남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밤, 마시고 피우고 일어나면 또 밤이다. 비키는 멍해져 있다가 치밀어오르는 화를 마주하고, 점점 해가 뜰 때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러나 쉽지 않다. 해가 뜨면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밤에 번 돈을 생존에 다 써야 하고, 전날 마신 것을 게워 내야 하고, 훔친 물건을 물어내야 한다. 영화의 후반에 가서야 그녀는 말한다.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라고. 그러나 관객은 그녀가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안다. 떠나는 것.
비키가 자유가 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90년대의 낭만, 음악, 술과 마약도 다 흰 눈에 덮여 사라진다. 그녀는 90년대를 떠나 겨울로 갔다. 그리고 무사히 2011년에 도착했다. <밀레니엄 맘보>가 낭만으로 남아 반짝일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거기에 도착하여 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서사시나 스펙터클이 아니라, 한 세대가 통과해 나온 터널처럼 보인다. 비키는 통과해 나왔지만, 돈도 음악도 뭣도 선택 못하는 하오하오는 낭만 속에 빠져 허덕이다 그 안에 영영 갇혔을지도 모른다. 혹은 몸만 2011년으로 옮겨와 회의주의에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밀레니엄 맘보>의 색채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2024년의 관객이 결코 쥘 수 없는 멋진 낭만이다. 그리고 우리가 겨울로 나아가든, 24년도에 갇혀 있든 계속 달아오른 채 깜빡일 과거의 불빛이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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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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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이제 시작이다
00:43 캡틴아메리카4가 온다
02:34 1대 캡틴, 크리스 에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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