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29 12:14:23
5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홍상수 감독, 2025 칸영화제 심사위원 맡는다

<극장전>, <당신의 얼굴 앞에서> 등 칸영화제에서 자신의 여러 작품을 상영했던 홍상수 감독이 제7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신상옥 감독(1994년), 이창동 감독(2009), 배우 전도연(2014), 박찬욱 감독(2017), 배우 송강호(2021) 이어 국내 감독, 배우로는 6번째입니다.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줄리엣 비노쉬, 배우 할리 베리, 배우 알바 로르와처, 인도 영화감독 파얄 카파디아 감독, 프랑스-모로코 출신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콩고 출신 영화감독 겸 프로듀서 디외도 하마디, 배우 제레미 스트롱, 멕시코 영화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가 올해 심사위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션 베이커 차기작, 오는 가을 촬영 시작 예정

<아노라>로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 소식입니다.
얼마 전 열린 아이비 영화제에 참석한 션 베이커가 자신의 아내이자 공동 프로듀서인 사만다 콴과 함께 최근 차기작을 위한 로케이션 헌팅을 다녀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가을쯤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캐스팅 및 줄거리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버거 감독 신작 주연 확정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콘클라베>로 믿고 보는 감독으로 등극한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신작 <The Riders>에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팀 윈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주인공 프레드 스컬리가 갑작스럽게 자신과 딸을 떠난 아내로 인해 겪게 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영화의 배급권은 여러 스튜디오 간의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아트하우스 명가 A24가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데브 파텔, <The Peasant> 연출 및 주연 확정

<몽키맨>으로 연출 데뷔했던 배우 데브 파텔이 <The Peasant>을 통해 감독으로서 커리어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영화는 1300년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마을을 파괴한 용병 기사단에 맞서 복수를 시작하는 한 양치기의 여정을 그리며, 제작진은 이 작품의 시리즈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브 파텔은 해당 작품의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과 주연을 모두 맡을 예정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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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비상선언>, 그래도 좋았던 건...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린 현실에서 수많은 재난을 봐왔다. 그 재난을 경험하고 살아난 생존자들도 있고, 반대로 희생당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 그것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악몽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마음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재난상황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본능을 끌어올린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사회에 보여주는 가면을 치워버리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따뜻한 얼굴, 차가운 얼굴, 무심한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은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생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안전을 좀 더 바라보게 만들고 필요한 경우, 보다 나은 안전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한다. 반면에 정치인들은 그 재난의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인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공무원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인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보다는 일단 자신의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결정에 따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재난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생존할 기회를 찾게 만든다. 이 가혹한 상황은 모두를 몰아붙인다.
비행기 속 테러와 재난을 함께 다루는 영화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은 테러와 재난 상황 속 인물들과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외부의 인물들의 얼굴을 담는다. 이 상황을 시작한 건, 테러범인 진석(임시완)이다. 그는 미리 SNS에 비행기 테러를 하겠다는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의 표를 구매해 탑승한다. 그의 목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남대문을 불태운 테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의 테러범이 했던 것처럼 사회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정작 테러를 한 진석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탄 모두를 죽이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다. 영화 속 어디에도 그가 다른 사람이 차례로 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단지 그는 치사량 높은 바이러스 하나로 자신이 가진 분노를 표출하고 그 자신도 그 분노에 의해 먼저 현장을 떠난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벌어진 테러의 중심에 다양한 인물이 포진된다. 부기장 현수(김남길), 스튜어디스 희진(김소진)과 과거 비행기 조종사였던 재혁(이병헌)이 진석을 막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테러범인 진석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이미 퍼뜨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승객들은 하나둘씩 감염되기 시작하고 어떤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에겐 불안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그와 중에 스튜어디스들과 조종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쓴다. 비행기 내부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시에 따라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을 구분 짓기를 원한다. 영화 중반 이후엔 바이러스 증상 발현자들과 무증상자를 따로 나누게 되고 이는 그 안에서 작은 계급을 만든다. 짧은 시간에 형성된 작은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외부에서는 형사 인호(송강호)가 테러리스트인 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도 상황실을 만들어 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한다. 가장 열심히 뛰는 건 아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인호다. 그는 필사적으로 진석의 행적을 수사해 그 상황을 해결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반면에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관계자 태수(박해준)는 관련 관리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의 결정을 기다리는 측면에서 그들의 논의와 결정은 무척 늦은 감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타계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은 늘 한 발 느리게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떤 경우엔 다음 결정을 못하고 지지부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테러 장르로 시작해 중반까지 이어지는 압도적인 긴장감
지난 수요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의 구성 자체가 이렇게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테러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그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생화학 테러를 벌인다. 그리고 그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한 명으로 시작했던 감염자는 금방 그 숫자를 늘려간다. 그렇게 비행기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 중반까지 담긴다. 중반까지 진행되는 테러 장르는 꽤 훌륭하게 영상에 담겼다. 실제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비행기 세트를 실제로 돌리면서 촬영된 비행 시퀀스는 굉장한 현실감을 주고 긴박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동기를 드러내지 않고 테러를 벌이는 빌런 진석은 영화에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지상에서 진석의 뒤를 쫓는 인호의 추적극도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있게 담겨있다.
이렇게 무사히 전반부를 마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재난 장르로 방향을 튼다. 재난 장르에는 빌런이 사라지고 피해자들과 지상의 가족 그리고 공무원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니까 목적 자체가 테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비추기 시작한다. 피해자 중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혁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그렇게 신파 코드를 덧붙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도 포함되면서 중반까지 응축해왔던 긴장감을 풀리게 만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과 사람들의 행동들도 조금은 인위적으로 압축해놓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에서 영화 <비상선언>의 후반부는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 자체는 명확하다.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여론은 급격하게 갈라진다. 그 안에서 여러 의견들을 보고 자신이 어떤 것을 따를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단번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 피해자들이 탄 비행기의 착륙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두 가지 의견 중 어떤 것이 더 옳은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한 편으로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정부는 피해자를 최대한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정을 한다. 그들의 비겁한 모습 또한 영화 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쉽지만 평가절하되서는 안 될 이야기
영화 <비상선언>은 동일한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무척 잘 캐치하여 담았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통해 겪어온 일이다. 더 과거로 가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한국 내 재난을 떠올릴 수도 있다. 특별한 테러 동기도 찾기 어려운 테러범 진석도 우리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대구 지하철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일으켰도 남대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테러 장르로 시작해 재난 장르로 마무리가 된다. 비록 후반부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이 영화가 평가절하될 만큼 엉망은 아니다. 하이재킹 테러 장르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긴장감을 영화에 담았고 후반부에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신파적인 장면들 역시 포함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그 강도가 세지는 않다. 비록 압축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비약과 너무 딱 맞게 떨어지는 설정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영화에는 피해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고, 무책임한 정부 관계자도 있기만 그 상황과 결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관료도 있다. 거기에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면서 다각도로 영화의 상황을 볼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임시완이다. 테러범 진석 역할을 맡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분노를 깊숙이 숨기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척 좋은 인상을 가진 그가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뱉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송강호나 전도연, 이병헌 같은 탑 배우들도 이 영화 안에서 혼자 따로 놀지 않고 적절하게 잘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과거 <연애의 목적>, <연애의 온도> 같은 관계에 대한 영화를 탁월하게 연출했었고, <관상>, <더킹>, 같은 사회고발과 관련한 영화도 완성도 있게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비상선언>에는 실감 나는 비행기 테러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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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비상선언>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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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영화 리뷰를 쓰기 전에는 꼭 스틸컷을 들여다봅니다. 스틸컷만 다시 보아도 영화관에서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인데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리뷰를 쓰기 전에 영화의 스틸컷을 쭉 훑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자꾸 아릿해져 옵니다. '오늘도 리뷰 쓰기 쉽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습니다.
때로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그 어떤 실사 영화보다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지요. <로봇 드림>이 딱 그러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어쩌다 가슴팍을 부여잡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그 이유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로봇 드림>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로봇 드림>은 2024년 3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Summary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출처: 씨네 21)
Cast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사랑했었던 우리를 기억해
<로봇 드림>은 외롭게 살던 어느 '도그'와 그의 삶에 생기를 채워준 어느 '로봇'의 이야기입니다. 딱딱한 기계의 대표 주자인 로봇이 생명체의 생기를 채워준다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하는 영화인데요. <로봇 드림>의 캐릭터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개인적인 애정을 담아 '도그'는 '강쥐', '로봇'은 '로봇이'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로봇이는 강쥐와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합니다. 음료를 나눠 마시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보고, 산책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춤추고, 게임하고, 손잡고…. 이 모든 일들을 처음 겪는 로봇이에겐 서툰 점이 많습니다. 강쥐가 손을 잡자, 그 손을 부숴버릴 것처럼 맞잡아 버리는 식이죠. 그러나 똑똑한 로봇이는 다시 살포시 손을 잡아주는 강쥐를 보며, 그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프로그래밍합니다.
어느 날, 강쥐와 로봇이는 해수욕장에 놀러 갑니다. 바닷속을 탐험하며 신나게 하루를 보내죠. 그런데 로봇이의 몸속에 너무 많은 물이 들어가 버린 탓일까요? 바닷가에서 쉬던 로봇이는 그만 먹통이 돼버리고 맙니다. 강쥐는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이를 어떻게든 집에 끌고 가보려 하지만, 그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직 눈과 입을 움직일 에너지가 남아있었던 로봇이는 강쥐에게 눈인사를 하며 웃어 보입니다. '얼른 가.' 로봇이의 얼굴을 마주한 강쥐는 무거운 발걸음을 뗍니다. '내일 꼭 돌아올게.'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이면 그다음 날부터 해수욕장의 하절기 운영이 종료되어 해변 출입이 금지됩니다.
로봇이와 생이별하게 된 강쥐는 다시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로봇이 역시 강쥐와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세 계절을 나죠. 그렇게 가을, 겨울, 봄을 거치는 동안 강쥐와 로봇이에게는 각자만의 새로운 날들이 펼쳐집니다. 서로가 희미해지다가도 다시금 선명해지는 나날들, 그 시간을 지나 강쥐와 로봇이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로봇 드림>은 강쥐와 로봇이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들을 앞에 두고, 그 후의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갑니다.
<로봇 드림>에 관한 여러 자료에서 '우정'을 강조하는 카피를 여럿 보았습니다. 시놉시스에서도 강쥐와 로봇이의 관계를 '둘도 없는 단짝'이라며 아주 친한 친구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것이 우정에 관한 영화라면, 제가 지금까지 사귀어 온 친구들은 모두 다 친구가 아니었을 겁니다. 단언컨대 이것은 '사랑',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엔딩은 예전에 즐겨 보았던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한 대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단어의 반대말은 '미워한다'도, '싫어한다'도" 아닌 "'사랑했었다'라는 과거형"이다.
몸에 배어버린 사랑의 기억은 함께 듣던 음악만 들어도 나를 춤추게 하고, 내 입은 자꾸만 그때 그 음악을 흥얼거립니다. 미워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기에 재회의 순간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죠. 헐레벌떡 다가가서 붙잡고는 '보고 싶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둘은 사랑했었던 기억을 마음에 품고, 그저 사랑을 추억하는 것으로 끝낼 뿐입니다. 영화 내내 둘의 테마곡으로 등장하는 노래 'September'의 가사처럼 말이죠. "Do you remember?" 그리고는 지나간 추억을 뒤로한 채, 지금의 동반자에게 지난 사랑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합니다. 손은 지나치게 꽉 잡지 않고, 바다에선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별과 만남, 이것을 어떻게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성숙한 사랑이죠. 캐릭터에 특별한 이름이 없는 것도 수많은 이름들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로봇 드림>을 감히 강쥐와 로봇이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판 <라라랜드>라고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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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하게 미소 짓는 로봇이의 성장기
<로봇 드림>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이 영화에 단 한 줄의 대사도 없다는 것입니다. 감독과 제작진은 그럴싸한 말들이 귓가에 앵앵대는 소음의 세상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서사를 만드는 마법을 구현했습니다. 대사가 없는 시공간을 살아있는 디테일로 채워 넣은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대사가 없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영화에 집중하게 되죠.
영화의 살아있는 디테일 중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바로 로봇이의 미소입니다. 로봇이는 언제나 활짝 미소 짓습니다. 저였다면 '인생이 어쩜 이래' 하며 찡찡거렸을 것 같은 순간에도 로봇이는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고는 웃습니다. 저는 해변에 남겨진 로봇이를 걱정하면서도 그의 밝은 미소에 몇 번이나 저항 없이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로봇이니까, 행복하게만 프로그래밍된 것 아닐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로봇이는 기계라기보다는 세상, 사람, 사회, 감정을 처음 맞닥뜨린 어린 청년과 같은 존재입니다. 중간에 스치듯이 등장하는 다른 집의 로봇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마구 때리고 괴롭히는 집에 사는 로봇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로봇이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강쥐를 만나 맑고 해사한 로봇이 되었죠. 그랬기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몸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 따뜻한 대지가 되어줄 수 있었습니다. 로봇이에게 강쥐가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한 개체의 행복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부모와 자식,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 동반자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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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계절에나 떠오를 또 하나의 영화가 생겼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One-Liner
꿈속에 그리던 당신에게 보내는 다정한 끝인사, "Do you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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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개인에겐 마땅한 이유가 있고, 우리에겐 남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
개인에겐 마땅한 이유가 있고, 우리에겐 남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
개막작 <더 제인스> 리뷰감독] 티아 레슨, 에마 필더스
시놉시스] 경찰은 비밀 조직의 여성 일곱 명을 체포했다. 그들은 암호명과 눈가리개, 아지트를 활용하며, 안전하고 저렴한 불법 임신중단을 찾는 여성들을 위해 비밀리에 시술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들의 이름은 ‘제인’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 그들은 ‘제인 로’의 이름으로 약 11,000건의 임신중단을 도왔다.
한국에서도 2021년 이후 낙태죄가 없어지면서 임신중절수술은 합법화가 되었다. 어찌보면 생명을 죽이는 일이기에 이를 합법화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와 여성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2019년 낙태법이 위헌 결정이 나면서 유예기간을 두다가 2021년부터 임신중절수술을 합법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러한 법리적 판단의 첫 걸음이었다고 볼 수 있는 ‘로 대 웨이드’ 판결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을 도왔던 제인의 이야기가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이 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여성을 무시하는 법은 똑같이 무시하라
법이라는 것은 사실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 앞에서 이 법이 나를 무시했으니 나도 그 법을 무시하겠다는 이 용기있는 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사회의 진보는 어찌보면 그 시대 속에서는 조금 괴팍하고 급진적인 인물들의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공론화가 되면서 발전해나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임신중절수술은 불법이었으며 결혼한 여성이 아닌 이상 피임약과 피임기구를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이거나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는 마피아나 갱단을 찾아가 위험천만한 불법시술을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여성들의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임신중절수술의 필요성과 이 문제가 굉장히 정치적임을 깨달은 여성들은 ‘제인’이라는 이름 아래 임신중절수술을 원하는 여성들과 이러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들을 보호하면서 시카고에서 유명해지게 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그 유명한 경구를 따르는 것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악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악볍이 폐지되기 전까지 불법이라도 최선을 다해 여성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한 이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지금 당연하게 생각되어지는 여성 인권이 있기 까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싸움을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평범하다1970년대 미국에서의 여성은 그 권리가 거의 없었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타자를 치는 일에 불과 했고, 아주 극소수의 여성만이 전문직으로 나갈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진보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그 진보 속에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당은 없었다. 여성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믿음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제인’은 이를 이용해서 경찰의 감시망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이 얼마나 통쾌한 작전인가.
기존 ‘제인’은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찾거나 그 기술이 있는 남성들에게 그 수술을 부탁했다. 그래서 프론트와 수술실을 따로 두면서 프론트에서는 ‘제인’ 멤버들이 여성들에게 수술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걱정하는 여성들을 진정시키는 일을 담당했다면 수술실에서는 남성이 그 수술을 집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장 믿었던 수술 집도의 ‘마이클’이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 그들은 마이클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마이클이 의사가 아닌데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는거 아니야?’라는 어찌보면 무모한 생각과 함께 마이클에게 수술 방법을 교육받고 직접 그 수술에 나선다.
그렇게 재편된 제인은 프론트와 수술실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었고, 한 장소에서 대기와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각은 곧 시카고 경찰에 의해 발각되고, 들이닥친 경찰들은 코 앞에 있는 제인들이 수술했다는 사실을 모른채 있지도 않은 의사를 찾아다녔다. 여자는 수술을 집도할 수 없다는 편견 속에 갇힌 것이다. 시대가 자신들을 무지몽매하다고 본다면 애써 이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이를 이용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하면서 사회의 통념을 깨부시면 된다는 그들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쳤던 순간이었다.여성의 권리를 위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던 임신중절수술을 결과적으로 합법화로 이끌었던 ‘제인’의 활동들. 그들이 ‘제인’으로서 활동을 하며 임신중절수술을 하려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느낌은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기에, 그리고 그 당시에는 불법이었기에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그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던 그들. 하지만 ‘제인’ 멤버들은 ‘개인에게 있어서 이유는 충분하고 그 이유의 경중은 없다. 또한 우리가 뭐라고 그들을 판단하는가?’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남의 선택에 대해 판단할 권리가 없다. 여성의 인권을 넘어 우리 역시 우리만의 잣대로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그 섣부른 판단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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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022-08-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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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날의 불꽃놀이 같던 아름다운 우리의 추억과 작별하기
모든 영화는 작별을 가르친다. 극장에서 보내는 두 시간, 우리는 다른 세계를 산다. 그저 타인의 삶을 바라보듯 관조하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주인공과 나는 본질적으로 타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다른 영화들도 있다. 내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 그의 삶에 이입하게 웃고 울게 된다. 그러나 극장에서의 시간은 유한하다.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을 비추던 형형색색의 빛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영화와 작별한다.
영화 <이사>는 이혼을 앞두고 별거 생활 중인 부부와 이들의 재결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딸 렌의 이야기다. 영화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짐을 맞이할 것이다. 이혼 전의 별거는 주로 작별의 유예에 불과하니.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딸의 마음이다. 렌은 아빠에게 전화로 두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아빠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그때 렌은 말한다. 나에겐 생각할 시간이 없지 않았느냐고. 이것은 이혼이라는 어른들의 분쟁에 휘말린 아이의 마음을 응축적으로 대변하는 장면이다. 아이에겐 언제나 선택권이 없다. 그저 눈앞에 차차 다가오는 이별을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작별은 관계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일까. 영화는 불의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가정의 불화로 혼란에 빠진 아이는 학교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과학 시간 아이들과 싸움이 붙었을 때, 렌은 알코올램프를 던져 자신의 분노를 표한다. 영화의 말미에서도 불은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렌은 두 사람의 재결합을 위해 마지막으로 필사의 시도를 한다. 세 사람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던 장소로 두 사람을 불러 모은 아이. 그곳은 세 사람이 함께 축제를 즐기던 장소이다. 아빠는 아이의 간절함에 재결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은 늦었을 뿐이다. 그렇게 축제의 밤은 찾아오고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렌은 이제 인정한다. 그 아름다운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에게 말한다. “내가 어른이 될게”. 작별은 성장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는 그 순간 끝을 맺을 법도 하나, 환상과 닮은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정글과 같은 공간에서 끝없이 헤매는 렌. 풀숲에서 바다로 나온 렌의 얼굴에는 성숙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렌의 눈앞에는 세 사람의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이 펼쳐진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행복의 순간. 그 순간마저 불로 인해 사그라든다. 그때 렌은 “축하합니다”라고 연달아 외친다. 아이는 더 이상 분노하지도 떼를 쓰지도 않는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는 체념의 정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는 기쁨은 공존한다. 그렇게 렌은 한여름 날의 불꽃놀이 같던 아름다운 우리의 추억과 작별한다. <이사>의 러닝타임 동안, 나는 잠시나마 렌이 되었다. 나 또한 수많은 작별들을 만났다. 그리고 작별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쯤은 안다. <이사>는 작별을 통한 성장이 아픈 성장일지언정 필연적인 것이라면, 조금은 성숙하고 아름다운 작별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였다. 미련투성이인 삶이나, 오늘만은 내 작별들을 축하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이 영화와 만나서, 작별해서 무척이나 좋았다.
[본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으로 관람한 작품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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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죠스는 인재(人災) 영화다
줄거리
애미티는 여름 피서객을 상대로 한철 장사를 하는 작은 해안 마을이다. 그러나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의 마을에 비상등이 켜진다. 바다에서 상어한테 물어뜯긴 듯한 시체를 발견한 것. 바다를 싫어하는 경찰서장 브로디는 당장 해수욕장을 폐쇄하지만, 시장은 장사를 해야 한다며 경비를 강화하고 그대로 해수욕장을 열기로 한다.
결국 한 소년이 상어의 습격을 받게 되고, 시장은 그제야 상어를 잡아야 한다는 브로디의 말에 따른다. 많은 상어 사냥꾼이 몰려오지만, 브로디의 눈에 띈 건 딱 두 명. 상어를 연구하는 박사 '매트 후퍼'와 마을의 어부인 '퀸터' 선장. 세 사람은 함께 상어를 사냥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감상 포인트
1. 눈썰미 좋은 사람들한테는 티날 수 있지만, 나 같은 막눈에게는 상어가 제법 리얼하다.
2. 언제 일이 터질 지 모른다는 압박감과 공포감으로 보는 영화.
3. 죠스는 과연 천재(天災)일까, 인재(人災)일까.
감상평
'빠밤~ 빠밤~'
지금 아무런 음이 없는데도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죠스]라는 영화에서 이 음악이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알려준다. 엄청난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하면서 평화로운 화면에서조차 긴장감을 느끼게 만드는 마력의 음악이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컨저링이 개봉할 당시에 포스터에 적혀있던 말이다. 이 말의 시초가 바로 죠스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영화 [죠스]는 상어에 관한 이야기지만 상어가 나오는 장면은 손에 꼽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완벽한 상어 모형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봇까지 만들었지만 물에 들어가니 고장 났다고.
오히려 그게 감독에게 발상의 전환을 안겨준 셈이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상어 나오는 장면 없이 무서운 상어 영화"를 만든 셈이다.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다리, 그런 사람에게 다가오는 지느러미, 상어 시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여기에 깔리는 음악까지. 더할 나위 없이 무섭다.
게다가 실제로 상어 사냥을 나갔을 때는 그들의 배에 접근하는 노란 부표만으로도 엄청난 긴장감을 보여주고, 부표의 거센 움직임으로 긴박한 전투를 보여주었다. 천재라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옛날 작품이다 보니 모형이 리얼하진 않다. 전체적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을 볼 때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왜 이 모형을 숨기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은. 하지만 말했다시피 나는 막눈이라서 그런지 '그래도 제법 리얼한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같이 보던 동생은 모형인 게 너무 티 나서 순간 긴장감이 확 죽어버렸다고. 눈썰미 좋은 살마들은 웬만해선 흐린 눈 하고 보기를 추천.
상어보다도 내가 더 관심 있었던 것은 인간의 욕망이었다.
서장이 자신의 권위와 장사 수익만을 위해 해수욕장을 열었기 때문에 어린 소년이 희생당했다.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이건 인재(人災)였다. 그래서 아이의 엄마가 검은 장례식 복장을 입고 우는 장면에서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 왜 내가 태어난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날까.
게다가 그런 어머니를 옆에는 버젓이 거짓말하는 인물들이 서 있다. 바로 상어 사냥꾼들. 영화 내에서 유추해 보자면, 그들은 상어를 직접 잡은 게 아니라 어디서 가져온 상어를 잡아온 것처럼 말한다. 실제로 소년을 잡아먹은 그 상어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리고 서장은 이 거짓된 사진을 앞세워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생각밖에 없다. 결국 희생자의 부모 앞에서도 욕망에 젖은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은 상어의 모습보다도 소름이 끼친다.
영화 [죠스]는 이런 인물들 간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어 사냥을 나가는 세 사람의 모습을 더 집중적으로 비출 뿐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이런 비판적인 이야기를 주류로 다룬다고 한다.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건 영화를 보고 알았는데, 오히려 영화보다 책이 나와 더 잘 맞을 것 같다.
더불어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다. 상어를 잡는 사냥꾼들이나, 퀸트 선장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고 할까. 특히 퀸트 선장의 배에 수많은 상어 이빨을 보며 역겨웠다. 그냥 해수욕장을 비워서 먹이가 없다는 걸 알았으면 상어는 다시 해안가로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애당초 상어가 해안가로 온 이유도 먹이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까.
여러 이익이 충돌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로지 답은 없겠지만, 상어가 갑자기 나타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 변했을 때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린 때론 그 이유를 찾기보다 눈앞에 나타난 현상을 해결하는 데에 더 목을 맨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왜?'를 묻는 것이다.
영화 [죠스]에서도 사람들이 조금만 더 '왜'를 물었더라면 훨씬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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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너를 사랑한다는 것
해길랍 (海吉拉, Hijra in Between, 2018)
개봉일 : 2021.03.31 (한국 기준)
감독 : 채밀결
출연 : 허광한, 요애녕, 임의잠
그저 너를 사랑한다는 것
해길랍(海吉拉, 히즈라).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 생리적인 남성 계층을 뜻하는 말. 남자이면서 여자의 정체성을 가진,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한 사람.
처음엔 <해길랍>이라는 영화 제목의 뜻을 모르고 허광한 배우만을 바라보며 이 영화를 골랐더랬다. 예고편으로 공개된 영상들의 분위기도 그렇고, 시놉시스 상으로도 그렇고 당연하게도 달달한 첫사랑 이야기쯤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당연함의 범위가 아닌 색다름의 범위로 빗겨나간다.
새로운 소재와 영화의 초반부의 결은 상당히 좋다. <해길랍>은 허광한이라는 배우를 보며 가장 먼저 기대하게 되는 이미지를 온전히 만족시켜주며 한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새로운 소재와 다소 가파르게 마무리되는 결말은 끝내 진한 호불호라는 결과를 낳게 되어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짧은 러닝타임의 탓도 있겠지만 초반부 로맨스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버린 느낌이랄까. 끝이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허광한을 보시라.. 말하고 싶다.
해길랍 시놉시스
등굣길 버스 안, 반짝이는 서로에게 반한 ‘탕셩’과 ‘완팅’은 가슴 뛰는 첫사랑을 시작한다. 서로의 세상이 되어가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고로 ‘완팅’은 한 통의 편지와 ‘탕셩’만 남겨둔 채 곁을 떠난다. 몇 년 후, ‘탕셩’ 앞에 새로운 친구 ‘류팅’이 등장한다. 낯선 익숙함에 잊지 못했던 감정이 자라나는데…
*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원탕셩과 완팅은 등굣길에 매일 같은 버스를 탄다. 서로에 눈에 띈 두 사람은 무방비로 첫사랑에 빠지고 벅찬 두근거림을 느끼며 서로를 알아간다. 하지만 완팅의 사고와 동시에 이들의 첫사랑은 깨져버리고, 끝나지 않는 그리움만이 남은 시점에 새로운 모습을 한 인연이 다가온다.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이런 모습으론 널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완팅과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게."라고 말하는 원탕셩. 상대방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사랑할 수 없다고, 사랑하기에 그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두 사람. 결론은 다르지만 결국엔 '사랑'이라는 한 방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이 온전하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하나의 사랑을 향해 달려가던 중 커다란 갈림길을 만난 청춘의 흔들림이 미세한 진동을 타고 전해진다. 저주 같은 현실 앞에서도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잘 상상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다.
모두가 지겨울 만큼 외쳐대는 사랑이란 건 무엇일까. <해길랍>은 청춘 남녀 3명을 통해 대부분의 사랑이 아닌 특별한 사랑을 그려낸다. 소심하지만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착한 소녀 완팅,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완팅의 오래된 친구 시전, 용기 있게 첫사랑을 시작하고,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소년 탕셩. 세 사람은 아주 잠시지만 사랑의 라이벌이 되기도 하고, 빛나는 청춘을 함께 한 둘도 없는 절친 사이가 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하는 혼란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정이라 생각했던 감정이 사랑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었던 그를 향한 감정이 먼 거리감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용기를 내 한걸음 다가서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한다. 탕셩, 완팅, 시전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사랑과 우정이 완팅의 변화와 함께 깨져버리고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던 각자의 정체성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흔들림 끝에 만난 새로운 갈림길에서 세 사람은 용기를 짜내 마음이 이끄는 길로 향한다.
왠지 어색해진 사이 속에서 완팅의 변화는 사랑이란 감정을 더욱 명확히 정의해 줄 행운이었을지, 저주였을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서 단 하나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세 사람 모두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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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과 - 연상연하 킬러 선후배의 애증섞인 서열정리
지킬 게 생긴 킬러 VS 잃을 게 없는 킬러. 40여 년간 감정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온 60대 킬러 ‘조각’(이혜영). ‘대모님’이라 불리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지만 오랜 시간 몸담은 회사 ‘신성방역’에서도 점차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한편, 평생 ‘조각’을 쫓은 젊고 혈기 왕성한 킬러 ‘투우’(김성철)는 ‘신성방역’의 새로운 일원이 되고 ‘조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스승 ‘류’(김무열)와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약속했던 ‘조각’은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은 그날 밤, 자신을 치료해 준 수의사 ‘강선생’(연우진)과 그의 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투우’는 그런 낯선 ‘조각’의 모습에 분노가 폭발하는데… 삶의 끝자락에서, 가장 강렬한 대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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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팬, 웬디의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되다-영화 웬디
올해가 피터팬 탄생 110주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피터팬을 재해석한 웬디 라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하여 영화를 관람하고 왔어요!
원작과 마찬가지로 판타지 장르의 성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조금 다른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요.
웬디가 중심 인물이 되어서 피터를 만나면서 한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어요.
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요.
나이 듦에 대한 생각과 아이와 노인을 대비시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냅니다.
특히나 아름다운 섬의 풍경과 신비로운 고래의 모습이 눈길을 잡아두는 영화입니다.
단, 일반 판타지 물의 오락적인 성향은 적은 영화에요. 잔잔하고 진중합니다.
그래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조금 심심한 듯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들은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는 않지만 웬디 역을 맡은 데빈 프랑스의 좋은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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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람보르기니 : 전설이 된 남자> 메인 예고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람보르기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고향으로 돌아온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그는 트랙터 회사를 세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야망을 품고있다. 타협 없는 노력 끝에 결국 트랙터 개발에 성공하였지만, 그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페루치오는 동경하는 자동차 제조사 회장 ‘엔초 페라리’를 찾아가 동업을 제안하지만, 시골 촌놈 취급을 받으며 거절당하는 굴욕을 당한다. 이에 격분한 페루치오는 업계에서 유능하다고 알려진 자동차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며, 황소같이 강력한 차를 만들기위해 의기투합한다. 제네바 모터쇼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페루치오는 정말 세상에 선보인 적 없던 최고의 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황소처럼 강렬한 실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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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사라져버린 '루시' 그녀는 환상일까? 현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