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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artist2025-05-06 02:03:36

언젠가 마주할 나의 상처에 붙이는 마블식 반창고 한 장

영화 <썬더볼츠*> 리뷰

 

 

갈 수록 높아져만 가는 전체 시리즈의 진입장벽, 반복되는 히어로물 특유의 클리셰들과 서사로 지쳐가던 관객들의 흥미도는 마블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크나큰 숙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숙제를 풀기 위해 채택한 방법은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실망한 관객들은 마블에서 등을 돌린 지 오래됐다. 수많은 선택과 그 선택이 낳은 실패와 실망에 맞아보고 나서야 드디어 마블은 무언가 깨달은 듯, 영화 <썬더볼츠>를 개봉시켰다. 꽤 비장하게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영화가 지난 몇 편의 작품들과는 달라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 작품을 모두 관람한 후 마블이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해나갈지 결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썬더볼츠>는 특이하게도 액션이 주()인 작품이 아니다. 어쩌면 액션 보다는 감정, 위로, 용서, 후회와 같은 인간의 정서가 지배하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물론 실망스러웠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액션씬들이 유달리 흥미롭게 여겨질 정도로 매력 있었다고 보기란 어렵다. 또한 이런 액션씬들 만큼이나 전반적인 소품과 각종 의상들,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몇몇 개의 유머씬들 또한 충분히 재미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의 본 작품의 특출난 장점 내지는 특징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영화 <썬더볼츠>를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여 더욱 좋은 작품으로 받아들이게 됐고, '감정의 영화'라는 마블이 이전에 사용한 적 없는 장르를 감행했음에도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인상 깊게 다가왔을까?

최근 히어로물 관련 텐츠들을 종합적으로 놓고 보면 공통으로 포착되는 점은 바로 영웅의 불완전성이다. 요즘은 슈퍼맨처럼 완전무결한 영웅 서사보다는 현실적이고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정서적 불안에서 오는 심적 고뇌 그리고 이를 극복해가는 입체적 서사를 더욱 선호한다. 근래 히어로 장르 내에서 영화의 첫 장면부터 완벽하고 대단했던 인물이 끝날 때까지 그 모습을 이어 나가 결국 순전히 비열하고 악독하기만 한 악당을 물리치는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이던 인물이 세상에 복수심과 혐오감을 갖게 되는 과정을 그려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어 나가면서 영웅뿐만 아니라 악당에게도 소위 '당위성'을 부여한다.

영화 <썬더볼츠>도 이 당위성과 정당성에 집중하여 히어로로 비는 인물이 왜 히어로가 되었는지, 처음부터 히어로가 아니었던 인물들이지만 영웅이 되고자 선택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비춘다. 이 지점들을 지루하거나 매우 흔한 방식이 아니라 마블이 그동안 해오던 방식인 몇몇 볼만한 액션과 유머씬을 통해 해결했다는 점이 본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이 설득이 대단히 자연스러웠고, 몇 군데에서는 어색함이 다소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그럼에도 본 작품이 관객을 도중에 유기시키지 않고, 본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끝까지 친절히 설명하고자 노력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작품을 모두 보고 난 후 생각해 본다면 영화 속 진정한 악당은 "센트리"도 "발렌티나"도 아니라고 영화는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나의 진정한 악당은 나의 내면 속에 있는 어둠, 공허함, 나의 어떠한 선택도 믿어주지 않고 감싸주지 않으려 하며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이 녀석이 우리의, 영화의 진짜 악당일지도 모른다. 작품 속 "센트리"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대단한 힘이나 비행 능력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트라우마와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둬놓는 능력이다. 그 능력으로 인해 작 중 영웅들도 고통과 고뇌의 시간을 겪게 되고, 아픔을 직면한다. 이를 이겨내는 방식 또한 영화는 제시한다. 물리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신'급의 빌런과 힘만 조금 센 영웅들의 끝마무리는 육체적 싸움이 아닌 서로의 상처를 안아주는 위로로 정리된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면 작품 속 어려서부터 최고 정예 스파이로서 훈련받아 왔지만 사실상 능력적으로는 크나큰 메리트가 없는 인물인 "앨레나"가 작품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가장 큰 능력을 갖 인물처럼 보이는 이유도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여 이를 이겨낼 용기가 있고, 자기뿐만 아니라 곁에 본인처럼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듬어줄 힘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물이라고 해서 싸우고, 죽이고, 폭력을 가해서 정의를 실현하려 하지 않는다. 마치 그런 추세는 지났다고 말하듯 본인들이 새로운 추세를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장담은 필자에겐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마블의 페이즈 1, 2, 3, 4 때의 작품들과 요즘 마블 작품들을 모두 비교해 본다면 분명 기술의 발전, 영화 산업의 급성장을 통해 액션이나 CGI 기술 등으로 볼거리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화려한 볼거리를 이용해서도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인가. 이번 작품, 영화 <썬더볼츠>를 통해 하나쯤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마블 영화, 히어로물 영화라 하더라도 현란하고 휘황찬란한 스크린 속 볼거리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볼거리들로 어떻게 관객들을 설득하고, 동화시키며, 그들의 감정을 어떻게 이용할 지에 대한 구상 내지 서사적 구조라는 것을 말이다.

작성자 . being artist

출처 . https://blog.naver.com/le_film_artiste_ho/22385640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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