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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2025-05-09 19:06:22

잃어버린 이름과 팔려나간 아이들

다큐멘터리 <케이넘버> 리뷰

 

조세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케이 넘버> 입양자 가족 찾기 서사가 아니다. 영화는 해외 입양을 개인의 선택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감독은 해외 입양된 사람들이 부모를 찾으려 하는 지를 보여 준다. 그렇게 점차 밝혀지는 진실은 해외 입양이야말로 한국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임을 직시하게 만든다.

영화는 1970년대 서울 길거리에서 발견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미오카 밀러의 실화를 중심에 둔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해외입양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을 수출하듯 내보냈던 한국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난다. 영화 제목인 <케이 넘버> 해외 입양아에게 부여된 일련 번호다. 인간에게 붙은 숫자, 이름 대신 번호로 존재해야 했던 현실은 자체로 입양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시스템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케이 넘버> 입양인들이 생모를 찾는 이유는 단지 혈연의 회복이 아니다. 정체성의 회복이다. 미오카 밀러는 자신의 엄마가 자기를 버렸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엄마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엄마를 찾는다. 이는 한국의 당시 여성들의 고통 아픔과도 연결된다. 

수많은 해외 입양자들이 길거리에 버려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자신의 자식을 길에다 버리는 엄마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수십만명이 넘는 어린아이가 길에서 버려진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영화는 해외에 입양간 입양자들의 찾아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 또한 한국의 해외 입양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통의 한국인들이 해외 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는다. 질문에 대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보통의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가 그동안 얼마나 감춰지고 숨겨지고 무관심했던 한국의 현실을 보여 준다. 

이러한 질문은 개인적 고민이 아니다. 가족도 이름도 빼앗긴 존재가 남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구조적 상처이다. 이는 자본주의와 국가 시스템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발이기도 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영화가 입양인의 시선에만 머물지 않고, 아이를 떠나보낸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까지도 끌어안고 있다는 점이다. 생모들은 대부분 미혼모였다. 사회적 낙인과 제도적 지원의 부재 속에서, 아이를 키울 없는 것이 아니라키울 없도록강요당한 여성들이다. 

어떤 이는 분만 직후 아이를 얼굴도 빼앗겼고, 어떤 이는 병원 서류 하나에 서명하며아이를 포기했다 낙인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감독은 고통을 단지 개인의 불운이나 선택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와 사회의 명백한 방조이며, 때로는 적극적인 개입이었다.

영화는 1970~80년대 한국 정부가 경제적 실리와 외교적 명분을 위해 해외 입양을 조직적으로 장려했음을 지적한다. 아이들은 복지를 위한 희생양으로 미화됐다. 이면에서 국가는 사회 문제를 외면한 인간 수출 가까운 구조를 방치하거나 조장했다. 영화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침묵의 공범자에 한국 사회 전체가 포함돼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케이 넘버> 미오카 밀러의 여정을 따라가면서도 다수의 입양인 증언, 서류, 과거 영상 그리고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층적으로 구조화된다. 감독은 감정적 몰입에 기대지 않고, 증거와 목소리로 관객을 설득한다. 그렇기에 영화의 충격은 오히려 깊다. 다큐멘터리는 관객의 눈을 적시는 대신, 외면하고 있던 사회의 민낯을 들이민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아이들이 거래되던 잔혹한 역사를, 한국 사회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 아이를 잃고도 죄책감을 떠안은 여성들, 그리고 모든 과정을 방관하거나 정당화해온 사회는 이제 책임을 져야 한다.

영화는 요구한다. 반성 없는 발전은 없다.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정의로울 없다. 그리고 책임은 이상 미룰 없는 과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제목: 케이 넘버 (K-Number)

감독: 조세영

각본: 조세영, 남순아

촬영: 조영춘

편집: 이윤정

제작사: 선보필름

배급사: 마노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112

장르: 다큐멘터리

개봉일: 2025 5 14

+씨네랩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작성자 . 시나몬

출처 . https://brunch.co.kr/@cinna-mon-0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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