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5-10 17:30:22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영화 <해피엔드> 리뷰
DIRECTOR. 네오 소라
CAST.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외
SYNOPSIS. 점멸등이 일렁이는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동아리방을 찾아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그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그날 이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POINT.
✔️ <사카모토 류이치: 오퍼스>를 연출한 네오 소라 감독의 장편 극영화 첫 연출작.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다운 감각이 돋보입니다. 음악, 미술 모두 아름다워요.
✔️ 최근 일본 영화의 경향성에서 현실과 공명하는 부분들을 봅니다. 솔직히 한국 영화가 이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한국 사회의 맥락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어요.
✔️ 얘들아 너희 우정 정말 너무... (울컥)
✔️ 연기가 처음이라는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는 그냥 유타와 코우로 태어나서 자란 존재들처럼 보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 <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블루 하와이 역할을 맡았던 이노리 키라라, 다양한 일본 영화에서 봐온 나카지마 아유무의 얼굴도 반갑습니다.

근미래라는 단어는 분명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라고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지만, 나는 일상에서 이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한국어의 어미는 시제보다 다른 것들을 더 중시하는 느낌이고, (예컨대 “하다”와 “했다”의 차이보다, “하다”와 “한 것 같다”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서양의 언어를 배우면 오히려 시제가 명확했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어는 단순미래와 근접미래, 복합과거, 반과거, 단순과거, 대과거를 촘촘히 쪼갰다.
일본어는 과거와 현재를 나누지만 미래 시제를 따로 두지는 않는다. 현재시제가 미래시제를 대체할 수 있고, 시간 표현이나 문맥, “~할 생각이다” 같은 표현들로 미래를 담아낸다. 미래의 어미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 그 언어 안에서 근미래는 어쩌면 현재의 탈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예감 안에서 근미래를 담은 일본 영화들을 본다. 노인 안락사를 국가 정책으로 지원하는 영화 <플랜75>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작금의 약자 혐오 맥락을 보면 현재의 고민과 담론이 녹아 있다. 그리고 여기 빨간 불빛 사이를 달려, 우리에게 <해피 엔드>가 찾아왔다. 그렇다면 <해피 엔드>가 근미래를 통해 비추는 현재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판옵티’라는 회사의 AI 감시 체계가 도입되지만, 엄밀히 말해 이 세계관은 이미 감시사회다. 미셸 푸코가 말한 감시사회는 단순히 365일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물리적 존재보다, 그 느낌을 받은 개인이 결국 자기 행동을 검열하게 되어 굳이 물리적인 통제까지 가하지 않아도 되는 쪽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기계의 도입 여부는 마치 버튼 하나를 누르는 정도의 변화이다. 그저 인물들의 내면에 있던 생각들, 이미 느끼고 있던 감정들이 외부로 표출되는 계기.
경찰관이 얼굴을 찍는 것만으로 이름과 민족 정보까지 나오고, 자이니치라는 이유로 코우는 유타보다 더 많은 차별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위기 시 내각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헌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 어쩌면 나는 이 말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큰 위기를 만드는 문장인지 즉각적으로 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마치 2024년 12월 3일 우리 나라에서 있었던 어떤 일처럼, AI 감시 체계의 도입은 그간 사람들 안에 있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털털하게 다녔지만 코우의 내면은 차별로 상처받아 왔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음악에 취해 살았지만 유타는 사실 불안과 절망을 너무나 깊이 느낀 존재였고 (그의 안에 있을 ‘탄광 속 카나리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침묵하고 있던 파시스트들도 그제야 목소리를 낸다. AI 감시 체계 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의견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버튼이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서 묵음으로 처리된 지진은, 수도 없이 개인의 내면에서 굉음을 내며 이루어지는 어떤 붕괴들과 얼마나 다를까. 가끔은 오보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일부러 틀어놓는 거짓말이기도 하지만, 그 점조차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과 닮아 있다. 미약한 지진을 그냥 내 경련이나 어지럼증으로 오인하기도 하는 경험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진 오보가 늘어난 데에는 어떤 거짓이 있기 때문이다. 그 거짓 뒤에는 거짓을 튀어나오게 만드는 잘못된 시스템이 있다. 교장 선생님은 AI 체계에 항의하는 아이들에게 사회는 훨씬 더 차가운 곳이라고 계속 이야기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학교 교육의 목적은 감시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그 정도 시스템은 문제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 감시 시스템은 결코 자기들의 말대로 “공정과 상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교사의 말에 순응해 교실 바깥으로 나온 ‘비-일본국민’ 학생들에게는 벌점이 부여되고, 똑같은 잘못으로 불려간 후미와 코우의 보호자들은 전혀 다른 태도로 교장실에 들어선다. 법적 의무가 아님에도 달라고 하면 따라가야 하는 경찰들의 태도 또한 이를 드러낸다.
이런 사회는 누가 언제 내 눈앞에 나타나 권위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요청할 수 있는 사회로, 그건 마치 코앞에 총구를 들이대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어둠 속에서 설왕설래하는 코우와 어머니의 대화를 끊고 다가오는 자경단의 불빛은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에 나오는 전짓불을 떠올리게 한다. 얼굴을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을 때에야 그 공포는 희석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감시사회는 공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그 공포의 ‘전짓불’이 자신을 향할 일 없다 믿는, 작은 박스 안에서의 삶에 순응하면서 살아감으로 충분하다 믿는 이들만이 캐비닛에 갇힌 채로 안심한다.
뭐 캐비닛에 갇혀 괴롭힘을 당하는 데에 익숙한 누군가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런 사회 안에서 심경이 복잡해진다. 아이들은 작은 새들처럼 예리하게 그 복잡한 감각을 받아들이고 또 내뿜는다.

톰이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말을 할 때, 유타는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톰은 마치 유타를 달래듯 미국’도’ 끔찍하다는 말을 한다. 이 절망에 혼자 버려지고 싶지 않은 유타와, 친구들을 부드럽게 어르는 힘을 가진 톰의 사이에는 ‘주의’라고 적힌 기둥이 놓인다. 무엇을 주의하는 것일까, 궁금해하다 나중에 유타와 코우가 대화하는 그림자를 보고 깨닫는다. 기둥 위에는 거울이 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바로 그 볼록거울.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주의해야 하는 것들은 거울 속에, 가만히 바라만 보는 눈 속에 있다. 방관 속의 침묵으로 드러난 파시즘이 대를 잇는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다만 그 파시즘을 깨뜨리는 것은 결국, 아주 오래 같이 걸어온 사이의 사랑이다. 언제부턴가 사랑은 연애감정의 동의어로 쪼그라들었고, 심지어 그조차 사치라는 듯 연애 관계조차 규약처럼 바뀌어 간다. 이러한 시대에, 제각각의 생각으로 박터지는 세상에서, 서로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서도 유타와 코우는 서브 우퍼를 같이 옮긴다. 음악을 같이 듣고, 땀을 같이 흘린다.

<해피 엔드>가 그리는 현실은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그때 1923년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실제로 감독은 그 질문을 품었고, 영화 속 캐릭터 후미 또한 가네코 후미코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세상은 멈추고 또 흔들리고, 상처를 남기고,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음 그대로가 우리의 싸움이다. 때로는 깊은 절망 안에서 회피하고, 때로는 투사처럼 싸운다. 다시 만날 수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고, 나누어 먹는 김밥이 있고, 과거에 빚진 멋진 음악도 있다. 절망하지도 희망하지도 못하는 채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채로,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혼란한 이 마음으로, 우리는 앞으로 간다. 거울은 맞세워 놓으면 무한 확장되는 세계 같지만, 깨지면 아무 것도 아닌 세계일 뿐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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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이겨내는 우주적 다정함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은 우리를 다른 인생으로 이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술 고수, 영화배우, 맹인 가수, 요리사 등등이 될 수 있고 심지어 돌이 되는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에 건너와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중국인 이민자 에블린(양자경)의 삶이 있다. 수북이 쌓인 영수증 더미에 깔리기 직전의 그는 쇠약해진 아버지(제임스 홍)를 돌봐야 하고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쿠안)와는 이혼하기 직전이다. 세무당국의 세무조사와 남편의 이혼 요구 그리고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여자친구 문제가 에블린에게 한꺼번에 덮쳐온다. 이런 에블린에게 모든 우주를 구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모든 우주를 혼돈에 빠뜨리려 하는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단다.
에블린은 여러 우주 중 하나에서 각 우주의 기술과 기억,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버스 점프’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물이다. 알고리즘을 개발한 우주의 에블린은 능력이 출중했던 한 아이의 버스 점프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 아이는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무한한 다중우주를 혼돈에 빠뜨린 빌런 ‘조부 투파키’가 탄생한다. 이 조부 투파키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우주의 딸 조이다. 에블린은 다중우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딸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된 그는 엄청난 지식과 힘을 얻었다. 무료하던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베이글 위에 올려버렸다. 가운데가 뻥 뚫린 검은 베이글 위에 온 세상을 올리자 그는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은 ‘무’이며, 부질없다는 진실을.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이 부질없는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진정한 죽음이다. 검은 베이글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부 투파키의 블랙홀이다. 또 한 가지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에블린이 자신과 같은 것을 보는 것이다.
조부 투파키 혹은 조이는 끝없는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힘과 지식을 얻었을지 모르나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며 혼란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는 것이다. 조이 역시 이 윤회와도 같은 끝없는 굴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원>)의 플롯을 간단하게 보자면, 모녀간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단 한 사람의 이해와 공감이면 딸이 가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바로 엄마다.
우주의 진짜 적은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다. <에에원> 속 베이글은 이 세상의 허무를 상징한다. 새하얀 공간에 둥실 떠있는 까맣고 가운데가 뻥 뚫린 베이글 말이다. 에블린이 싸워야 하는 것은 조부 투파키나 딸 조이가 아니라 세상의 폭력과 허무함 그리고 염세주의다. 이에 맞서는 단서는 남편 웨이먼드가 준다. 평소 웨이먼드가 세탁소 곳곳에 붙여놓은 하얀 바탕에 가운데가 까만 장난감 눈알은 베이글에 대항하는 다정함의 상징이다. 폭력과 고통 앞에서 자비와 연민을 가지라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에블린은 미간 근처 이마에 장난감 눈알을 붙이고 다정함의 방식으로 싸운다. 다른 우주의 어떤 누구라도 사랑으로 감싸 안는다. 손가락이 핫도그가 되어버린 우주일지라도.
멀티버스다운 영화적 스펙터클을 경험한 끝에 도달하게 된 곳은 다정함이다. ‘우리는 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쩌면 이처럼 거창해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현재의 삶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세탁하고 세금 내는 일이 지긋지긋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우주의 또 다른 나, 멋진 삶을 사는 나를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여기의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 모든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코인세탁소에서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이 삶을 사랑할 수도 있다. 에블린은 모든 우주의 자신을 보고 왔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조이와 여기 있는 삶을 선택한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평범하게 여겨지는 현재, 여기의 사랑을 멀티버스의 차원에서 설명해냈다. 무한한 다중우주를 거쳐 온 우리의 지금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현재 여기에서 서로 다정함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기적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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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한국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유
떠나려 하네. 저 강물 따라서. 익숙한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그 시간들도 다시 돌아오진 않아. YB의 윤도현이 부르는 노래다. 난 YB의 음악을 좋아했다. 내가 10대 때에 TV 프로그램이 있었고 거기에 YB가 나왔다. 당시 주류였던 아이돌 음악을 별로 안 좋아했던 나.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이유는 없지만 아이돌의 음악을 그렇게 좋은 음악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26살의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4만 번 이상을 생각했다. 물론 시간은 기차처럼 뒤로 돌아오지 않는다. 행복했던 시간. 후회되는 과거.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하는 미련. 만약과 가정은 잔인하게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근데 그런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터닝포인트는 보통 한 번만 찾아오지 않는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 아닌가? 한번, 두 번, 세 번 계속 일어나서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강물 따라 비행기를 타 한국을 떠나도 그 안에서 계속되는 루틴이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이게 잠깐 들고 끝나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웬만하면 흑역사는 누적되니 괴롭다. 난 21살 때 이 누적되는 흑역사들이 참 싫었다. 엄마, 아빠에게도 병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우울함에 장식되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에 점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할 때, 새로운 취미에 눈 뜨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리고 한국영화의 팬이 됐다. 나에게 이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니 만큼 여러분에게도 권하고 싶다.
1. 무엇에 관한 작품인가요?
처음 시퀀스를 보면 익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어딘가 사연이 많아 보이는 남자 영호.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일행들의 마이크를 뺏어 노래를 부른다. 노래도 부르다 말고 갑자기 철로 위로 올라가는 영호. 갑자기 만난 사람이 느닷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한 명을 남기고 다른 친구들은 트로트 음악에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선로 위에 올라간 영호.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한 채로 영호는 기차에 몸을 던지기로 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비명과 함께.
영화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영호의 과거를 좇는다. 그가 어떤 과정을 겪었기에 그런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격동의 한국사를 천천히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정통으로 맞은 영호. 그렇게 자기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의 희생양이 된 인물이 영호다. 이 영화는 왜 사회에게 상처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얼마나 한국사에 상처가 많은가'와 '당신이 돌아가고 싶을 만큼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라고 묻는다. 이 영화는 그런 작품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세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상처. 역사. 공감. 상처는 인물의 상처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역사는 우리 한국사회의 과정과 인간의 삶이 큰 관련이 있단 걸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은 감독 이창동이 해결책이 아닌 절규로 인물의 최후를 묘사했다는 것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설루션이 아닌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세 가지 키워드로 보여준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근데 한국적이다. 이게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전부를 관통하는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엔딩을 서두에, 오프닝을 결론부에 배치하는 거야 그렇게 찾아보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분명하게 구분되는 차이점은 이런 내용을,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보장한다. 뭐랄까. 이 영 호라는 인간이 질이 구린 인간인 거야 초반부만 봐도 느껴지는데, 어쩐지 모르게 이 인물에게 느껴지는 공감이 있다. 근데 그 기분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세상에게 상처를 받는 이유가, 어쩌면 그가 피할 수 없는 어떤 요인들 때문이었다는 것이 그 때문일 수도 있다. 또, 그 아픔을 겪고 나서 보여주는 리액션이 우리의 인생과 그렇게 멀지 않음도 그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질이 구린 인간에게 느껴지는 연민과 위로'는 다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역사에 좌절하는 인간이 보여주는 리액션'은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에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이 이창동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탁월한 완성도도 그 특이함과 장점을 경험할 수 있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영화가 어렵지는 않다. 근데 보는 건 좀 힘들 수도 있다. 감독이 연출을 잘 만들어 인물에게 이입을 잘하게 만들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설경구. 문소리. 작년 2021년에 활동했던 배우들이기도 하다. <자산어보>와 <세 자매>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 두 사람이기도 하다. 이 둘의 신인시절이 담겨 있는 영화다. 후에 <오아시스>로 재회하는 둘이지만 '뇌성마비에 걸린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보다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안에 거대한 화와 상처를 품고 있는 영호. 대놓고 감정연기를 하는 것보다 내면에 화를 품었다는 걸 드러내기가 어렵지 않나?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아픔이나 결핍을 알기 어려우니까. 배우 설경구는 주인공 영호의 심리상태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끔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걸로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평단의 인정을 받았단 뜻도 될 듯. 문소리도 <오아시스>만큼이나 고난도는 아니었겠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감독 이창동이 이런 쪽으로 배우의 연기를 뽑아내는 걸 잘하는 것 같다. <밀양>에서의 송강호 배우나, <버닝>에서의 스티븐 연의 연기나 뭐랄까 우리 주변에 실제로 있을 법 한 인물을 잘 설정한다는 느낌이다.
6) 줄거리 외의 부분은 어떤가요?
보통 이 부분에 대해 쓸 때는 미장센에 대해 썼다. 근데 사실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미장센이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상미가 안 좋은 뜻은 결코 아니다. 그냥 평범한 영화 같다는 뜻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미장센이 어쩌고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플롯 연출이 워낙 탁월해서 조용히 영호의 마음에 스며든다.
7) 이 영화를 보기 전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아마 10대 때 한국사 과목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IMF, 5.18 광주사태 등등.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실들을 상기시키기만 한다면 될 것 같다.
8)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반복되는 상처에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 생의 끝까지 왔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어떤 삶이든, 당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요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 박하사탕을 먹고 조금이라도 더 눈물을 쏟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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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5월 공개 예정 기대작 TOP 5
벚꽃이 만개하던 4월은 지나가고, 푸릇푸릇한 5월이 다가왔습니다. 4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썬더 포스>,<러브 앤 몬스터스>는 많은 인기를 받아 넷플릭스 순위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하였는데요. 넷플릭스가 5월에도 선물 같은 영화들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영화들 속에서 여러분의 선택이 힘들지 않게!!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 중 , 씨네랩이 기대되는 영화 5편을 뽑아왔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1. 몬스터 Monster (2018) - 앤서니 맨들러
2021.05.07 공개 예정
" 도에 이은 살인 사건에 연루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재능 있고 성실한 고등학생이 억울한 누명을 쓴다. 자신의 결백과 진실을 주장하는 소년. 하지만 법정은 이미 그에 대한 심판을 끝냈다. "
<몬스터> synopsis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몬스터>는 2018년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었으며, 이후로 3년간 개봉되지 못한 영화입니다. 그 후 넷플릭스가 판권을 인수하여 글로벌 공개 예정입니다. 또한 R&B 가수 '존 레전드'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포스터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 <몬스터>는 5월 7일 공개 예정입니다.
2. 댄스 오브 41 Dance of the 41 (2020) - 다비드 파블로스
2021.05.12 공개 예정
" 동성애가 금기시되었던 멕시코에서 멕시코 대통령 딸과 결혼한 게이 의원에 대한 이야기 "
<댄스 오브 41> synopsis
영화 <댄스 오브 41>은 LGBTQ 멕시코 영화입니다. 대통령의 달과 결혼한 의원이 비밀 클럽에서 젊은 남성과 은밀한 밤을 보낸. 아무도 몰라야 할 그날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포스터부터 엄청난 압도감으로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 <댄스 오브 41>은 오는 5월 12일 공개 예정입니다.
3. O2 Oxgen (2021) - 알렉산드르 아야
2021.05.12 공개 예정
"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냉면장치안에서 눈을 뜬다. 산소가 고갈되어 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되찾고자 애쓴다. "
<O2> synopsis
영화 O2는 <크롤>을 연출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나우 유 씨미 : 마술 사기단>, <6언더그라운드>에 출연한 '멜라니 로랑'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공식 예고편을 본 관객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이다 보니 영화 <베리드>를 많이 떠올리는데요, 과연 <O2>는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요? 영화 <O2>는 오는 5월 12일 공개 예정입니다.
4. 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2020) - 조 라이트
2021.05.12 공개 예정
" 광장 공포증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정신과 의사. 그녀는 건넛집에 이사한 가족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창문 넘어 잔혹한 범죄를 목격한다. 진실을 찾으려는 그녀의 집착. 그 끝은 어디일까"
<우먼 인 윈도> synopsis
공개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친 영화 <우먼 인 윈도>는 2019년도 디즈니 개봉 예정 영화였으나, 결국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게 된 영화입니다. <우먼 인 윈도>는 '에이미 아담스','게리 올드만','줄리안 무어','안소니 마키'등 라인업이 엄청난 영화인데요. 광장 공포증을 가진 정신과 의사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영화 <우먼 인 윈도>는 오는 5월 14일 공개 예정입니다.
5.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 (2021) - 도노반 마시
2021.05.14 공개 예정
"어린 소녀들을 납치한 극악무도한 조직. 인신매매 단속반 형사가 그들을 쫓는다. 그러다 발견한 놀라운 사실. 누군가 범인들을 노리고 있다. 그들을 한 명씩 차례대로 처단하면서."
<내가 그 소녀들이다> synopsis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연루된 인신매매의 조직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스릴러 영화입니다. 시놉시스부터 흥미진진한 내용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평소 범죄/스릴러 영화를 즐겨보는 분이라면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취향저격 작품일 것 같습니다.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오는 5월 14일 공개 예정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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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아무도 기억 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일까 아닐까
[JIFF데일리] 위드아웃 허 (Without Her)
아리안 바지다프타리 | Arian VAZIRDAFTARI
Iran |2022 |111min |DCP |Color |Fiction |15Asian Premiere
시놉시스
로야는 이란에서 덴마크로 이민을 떠나기 불과 2주 전, 길을 잃었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어린 여자를 만난다. 로야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있을 곳을 마련해 주고 자신의 남편, 가족,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로야는 이 여자가 점차 자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다.
프로그램 노트
남편 바박의 강한 주장으로 2주일 후면 로야는 이란에서 덴마크로 이민을 떠난다. 집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싸는 등 경황없는 날들을 보내는 로야는 어느 날 길에서 말 없는 젊은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길을 잃어버렸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 데다가 로야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한다. 로야는 그녀를 돕기 위해 집으로 데려가고, 정신을 차리자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녀의 신분은 조회되지 않는다. 한편 출국 서류 준비를 하던 로야는 친구 때문에 자신의 출국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젊은 여자는 로야 행세를 하며 로야의 정체성을 훔치기 시작한다. 남편 바박까지 도우면서 로야는 더 이상 로야가 아니고, 젊은 여자가 로야로 둔갑한다. 누군가가 내가 되고, 나는 또 다른 누군가가 된다고 상상해본다면 황당한 줄거리 같지만, 아리안 바지다프타리 감독은 스릴러의 형식을 빌어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로야 역을 맡은 타나즈 타바타바이의 연기도 뛰어나다. (전진수)
아무도 기억 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일까 아닐까
남편 바박과 함께 오랫동안 계획한 덴마크 이민을 위해, 시끌 벅적하게 퇴직 인사를 하고 집 앞에 선 로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쏟아지는 정신 없이 스산한 밤이었고, 집 앞에서 비를 맞고 서 있던 젊은 여자는 로야의 눈 앞에서 쓰러진다. 기억을 잃은 것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로야는 ‘지바’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을 찾도록 돕는다.
‘지바의 비밀은 무엇일까?’ ‘왜 그녀는 로야의 삶을 훔치려고 하는 것일까?’ 영화가 한참 지날 때 까지도 관객은 지바의 사연을 좇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실은 무엇인지, 누가 바박의 아내였는지, 그래서 ‘로야는 정말 로야인지’ ‘지바가 로야를 구해준 것이고, 로야가 착각한 것은 아닌지.’ 관객조차 헷갈리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다다라야지만 누군가의 사연이나, 배신이나 함정이 아닌 여자의 대체가 통용되는 ‘단지 그런 세상’이라는 세계관에서 비롯된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자의 인생을 대체하는 것이 통용되는 세상엔 두가지 법칙만 있다. 순응하던가. 사라지던가.
말하는 법조차 잊어, 말을 하지 않던 지바가 말을 하기 시작하며, 로야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고, 로야의 실종된 친구 엄마에게 찾아가 꿈 이야기를 듣던 어느 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건 나일까 아닐까’ 하고 말하던 장면에서 지바는 새로운 삶에 침묵으로 거부하다가, 순응하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준다. 가족은 자신의 장례를 치루어 자신을 지웠고,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는 인생은 살아있지 않은 것과 같은 삶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바는 사라지는 것 대신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대체를 하는 쪽도, 대체를 당하는 쪽도 모두 마찬가지다. 순응하지 못하면 사라진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억이 되는 수밖에.
눈을 가린 여자에게 행하는 ‘돌봄’이라는 이름의 가해
영화는 내내 흐릿하다. 이란에 저렇게 비가 많이 오나 싶을 만큼 세차게 내리는 비는 자주 사람들의 시야를 흐린다. 빗방울이 쉴 새 없이 흐르거나, 김이 서려 흐릿하게 보이는 유리창은 선명한 사실에서 자주 멀어지게 만들고, 로야가 라식 수술이 후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은 위기의 절정이 된다.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게 되고,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가해를 저지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지… 이런 설정은 이란의 여성이 처해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시야를 가리고, 보호라는 이름으로 억압하며,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말도 안되는 일이 당연한 듯 벌어지고 있는 무서운 세상이 2023년, 이란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디터 luna
영화 <위드아웃 허>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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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박진영 배우 주연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의 개봉부터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더 메뉴>의 개봉까지!
그럼 12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31분
감독: 김성수
출연: 진영, 김영민, 김동휘 등
개봉: 2022.12.7
배급: (주)디스테이션줄거리
쌍둥이 동생 ‘월우’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형 ‘일우’가 소년원
패거리와 잔혹한 대결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
관전 포인트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의 스토리가 탄탄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장르의 대가 김성수 감독의 연출과 충무로 베테랑부터 슈퍼 루키까지 한데 모인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 메뉴
ⓒ 네이버 영화
개요: 서스펜스 | 미국 | 107분
감독: 마크 미로드
출연: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 조이 등
개봉: 2022.12.7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코스 요리를 즐기기 위해 외딴 섬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한 커플이
최고의 셰프가 완벽하게 준비한 위험한 계획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관전 포인트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해외 언론에서 호평이 계속
이어져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코스 요리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독특한 전개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러브레터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17분
감독: 이와이 슌지배우: 나카야마 미호 등
개봉: 2022.11.30
배급: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줄거리
죽은 약혼자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죽은 약혼자의 어린 시절 첫사랑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국내에서만 벌써 6번 재개봉을 한 <러브레터>. 재개봉을 정말 많이 할 정도로 국내에서 팬층이
두터운 영화이자,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가득한 연출과 가슴 저릿한 배우의 연기로 아련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커넥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개요: 스릴러 | 한국 | 6부작
감독: 미이케 타카시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등
공개: 2022.12.7
OTT: 디즈니+줄거리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불사의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
관전 포인트
신대성 작가의 웹툰 [커넥트]를 원작으로 장르 영화의 대가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연출을 맡아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
ⓒ 넷플릭스
개요: 액션 | 한국 | 6부작
감독: 김홍선배우: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등
개봉: 2022.12.9
OTT: 넷플리스줄거리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관전 포인트
강도단의 서사와 교수가 강도극을 계획한 진의가 드러나는 등 파트 1에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비밀들이 밝혀질 예정이다. 새 캐릭터가 합류하면서 다채로운 액션과 확장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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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당신에게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감독) 오시야마 키요타카
주연) 카와이 유미, 요시다 미즈키
작년 9월, 5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한다. 만화 천재 ‘후지노’와 그녀를 따르는 ‘쿄모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룩백>이다. 일본 현지 반응이 심상치 않았으며, 국내에서도 성공한 애니메이션인 <체인소맨>의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기 때문에 <룩백>은 개봉 전부터 꽤나 큰 기대를 받았다. 개봉 직후부터 입소문을 탄 <룩백>은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며 30만 관객을 모집하는 큰 성과를 거둔다.
그렇다면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룩백>은 학교에서 네컷 만화를 연재하는 ‘후지노’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녀에게 만화는 ‘잘하는 것’ 정도이다. 친구들의 칭찬을 받으면서도 만화가가 되는 것을 열망하진 않는다. 그러던 그녀의 삶에 ‘쿄모토’가 등장한다. 쿄모토의 만화는 이렇다 할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도와 묘사를 보았을 때 대단한 실력자가 그린 것만은 확실했다. 자극을 받은 후지노는 만화 그리기에 열중하지만 좁혀지지 않는 간격에 만화를 그만두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후지노는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쿄모토의 집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열성팬인 쿄모토를 마주한다.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은 누군가에겐 평생의 과제일 것이다.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두 가지가 일치하기는 더욱이 어렵다. 재능이 있다고 믿은 분야에서 진짜 재능을 만나 벽을 느끼기도 하며,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후지노에게는 만화가 그러했을 것이다. 쿄모토의 만화를 본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노력하지만 쿄모토를 따라잡지 못한다. 만화를 그만두는 후지노의 선택은 현실과의 타협이었다. 그러던 그녀의 앞에 나타난 쿄모토가 그녀의 오래된 팬임을 밝혔을 때, 후지노는 지금까진 없었던 새로운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후지노와 쿄모토는 공동 작업을 시작한다. 쿄모토는 후지노가 짜놓은 이야기 속의 배경을 그린다. 그들의 포지션은 그들의 관계성과도 닮아있다. 쿄모토는 후지노의 배경이다. 쿄모토는 후지노를 선망해왔다. 후지노의 방에서의 그들의 위치 또한 의도되어있다. 바닥에 앉아있는 쿄모토가 책상 앞 의자에 앉아있는 후지노의 등을 바라보는 구조인 것이다. 후지노의 입장에서 쿄모토는 자신을 빛내주는 사람이며, 든든한 지원자이자 팬이자 동기부여의 대상이다. 그녀는 이제 만화에만 몰두할 수 있다. 그녀의 배경은 풍요롭게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성장해간다. 그러면서 각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결국 후지노와 쿄모토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자연스럽게 쿄모토의 시선으로 시작된 Look Back의 주체는 후지노에게 넘겨진다. 쿄모토의 Look Back이 후지노의 등을 보는 것이라면, 후지노의 Look Back은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허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뒤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쿄모토는 항상 뒤에 있을 것이며 지금 집중해야하는 것은 눈 앞의 만화이다. 그런 그녀에게 쿄모토와의 이별은 아쉽지만 이겨낼 수 있는 사건이다. 그녀는 더이상 뒤돌지 않는다. 이젠 뒤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인기 작가가 된 후지노는 어느 날 한 가지 사건을 전해 듣는다. 쿄모토가 괴한의 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충격에 빠진 후지노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녀가 그 날 쿄모토의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쿄모토는 지금 살아있을 것이다.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자책한다. 어쩌면 그녀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건, 쿄모토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존재가 아닌 등을 내어줄만큼 믿을 수 있는 존재였고, 떨어진 후에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후지노의 Look Back은 공간적 차원에서 시간적 차원으로 넘어간다.
후지노의 배경이 되어준 쿄모토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쿄모토와 함께한 시간들은 후지노의 삶에 생생히 남아있다. 후지노는 깨달았을 것이다. 쿄모토가 그린 배경은 훨씬 장대하고 아름다웠다는 것을. 이제 그녀는 쿄모토를 위해 만화를 그린다. 쿄모토가 그려준 배경에 어울릴만한 솜씨를 갖기 위해서, 그리고 쿄모토가 채워준 삶의 배경에서 씩씩하게 살아갈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후지노의 작업실 창문에는 네컷만화가 붙어있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인다. 그 선택의 결과는 당장은 알 수 없으며, 우연과 필연 사이의 운명과 같은 사건들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통제할 수 없는 삶은 가혹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고통을 수반한다.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또는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후회는 먼지보다도 작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눈은 앞만 볼 수 있어서, 뒤를 돌아보면 다시 앞을 볼 수 없다. 정확히는 원래는 앞이었던 뒤를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내가 보는 방향이 앞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렇게 역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도 그것을 멈출 수 없다.
<룩백>은 공교롭게도 ‘룩백(Look back)’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담긴 작품이다. 등을 본다는 의미에서의 <룩백>은 누군가의 뒤를 지켜준 이들에 대한 감사 표시일 수 있겠다. 부모님, 배우자, 은인 등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쿄모토가 그 대상일 것이다. 뒤를 돌아본다는 의미에서의 <룩백>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놓친 것들에게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이다. 우리가 볼 수 없었던 뒷편의 모습들을 충분히 사유하고 기억하되, 그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다가왔다. 앞을 보고 살아왔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후지노는 자신이 쿄모토를 구하는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그려냈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룩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57분간의 짧은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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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 싸나희 순정, 메이드 인 이태리, 엔칸토 마법의 세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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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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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워리어> 공식 예고편
아삼은 사라진 누이를 찾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다. 아삼의 무술 실력을 눈여겨본 왕차오는 그룹 합웨이당에 팔아넘긴다. 한편, 빌 오하라 경관은 차이나타운 전담반을 꾸리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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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대반란 예고편
"우리는 격하게 세상을 구하고 싶다!" 꽃같이 터지는 R등급 액션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