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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별2025-09-21 21:34:56

전쟁의 이면, 그리고 언젠가 전해지는 진실

영화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리뷰

전쟁의 이면, 그리고 언젠가 전해지는 진실

 

영화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리뷰

 

 

 

 

 

 

 

 

 

 

감독] 엘렌 쿠라스

 

출연] 케이트 윈슬렛,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마리옹 꼬띠아르, 앤디 샘버그,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조쉬 오코너

 

시놉시스] 패션지 ‘보그’의 모델이자 세기의 아티스트 ‘만 레이’의 뮤즈 ‘리 밀러’. 다른 이의 렌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포토그래퍼가 된 그는 화려한 삶 대신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 전장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스포일러 유의#

 

 

 

 

 

승리의 그림자, 미시사로 들여다본 전쟁의 얼굴

 

 

 

영화 리 밀러가 인상적인 지점은 전쟁을 단순히 승자와 패자의 구도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흔히 나치의 패망과 연합군의 승리를 당연한 역사적 귀결로 받아들이지만, 이 작품은 그 승리 속에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나치 점령 하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개개인의 삶, 본토에서 직접 전쟁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그 영향 속에 살아가던 미국과 영국의 사람들, 그리고 전쟁 후 연합군의 모습까지—영화는 우리가 알던 ‘해방자’의 이미지를 불편하게 흔드는 서사이다. 파리로 돌아온 병사들이 여성들을 강간하는 장면이나, 히틀러의 거처에서 그의 물건을 마치 기념품처럼 다루며 파티를 벌이는 모습은 전쟁의 잔혹성과 인간의 본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장면이다. 승자는 언제나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영화는 은근하지만 단호하게 던지는 것이다. 이 지점은 제국주의와 전쟁사, 그리고 ‘누가 말할 권리를 갖는가’라는 문제를 고민하는 미시사적 시각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석사 논문에서 다뤘던 주제와 교차하는 대목이라 더욱 눈길을 끈 부분이다. 결국 이 영화는 전쟁을 승패로 나누는 이분법적 관점을 넘어, ‘그 속에 살았던 개인들의 선택과 행동이 역사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앞에 놓아두는 작품이다.

 

 

 

 

 

 

 

 

 

 

진실과 진심, 전해지는 순간은 늘 뒤늦게 온다

 

 

 

리 밀러는 사진가로서 전쟁의 실상을 기록한 인물이다. 그녀의 렌즈는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 세상에 드러나야 하는 진실을 담아내려는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늘 진실을 반기는 것이 아니다. 전쟁 직후 사람들은 민심을 추스르고 승리의 서사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으며, 그녀가 담아낸 참상은 불편한 진실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한 것이다. 밀러 자신은 절망했고, 쓸모없다고 여긴 기록들을 잘라내며 삶의 무게와 싸워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사 오드리가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사진을 뉴욕 보그에 전달하면서, 결국 세상은 늦게나마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진실은 언제나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한편, 밀러의 개인사 또한 전쟁과 다르지 않게 뒤늦은 이해와 화해로 채워진 것이다. 아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그녀는 차갑고 무심한 어머니로만 남았지만, 그녀의 죽음 이후 아들은 사진과 유품을 통해 그간 감추어졌던 어머니의 마음을 발견한 것이다. 전쟁의 기록과 가족의 기록이 교차하며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실과 진심은 우리가 원하는 순간에 반드시 전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언젠가 도착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밀러는 전쟁 영화라기보다 기록과 기억, 그리고 진실의 도착 시점을 묻는 영화이다. 승자의 서사에 가려졌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동시에 한 인간이 남긴 삶의 흔적을 통해 진심이 어떻게 뒤늦게라도 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그것이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묻는 성찰의 영화이다.

 

 

 


 

 

작성자 . 세라별

출처 . https://blog.naver.com/shkwon1128/22401656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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