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글다2025-05-13 01:15:35
피로 이어진 얼간이들의 얼렁뚱땅 찾아가는 인도여행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
웨스 앤더슨의 시선으로 본 ‘인도’
웨스 앤더슨의 시선으로 본 ‘인도’는 어떤 모습일까. 어머니를 찾아 인도로 오게 된 삼 형제의 성장을 담은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는 현재 전 세계 인구수 1위의 (당시에는 중국이 1위이긴 하지만) 복잡하면서도,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동양의 신비로운 나라를 웨스 앤더슨의 시선에서 보여준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원색적인 화면 연출은 빠지지 않았다. 세심하게 설계한 파랑, 빨강, 노랑의 조화는 인도의 화려하고 신비로운 이미지와 시너지를 이루며 인도만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강렬한 원색들은 동시에 압도적으로 눈을 사로잡으며 그가 본 원초적인 인도의 매력을 설명한다. 그는 형형색색의 불규칙한 사람들 속에서 각자의 여정을 이어가는 형제들의 클로즈업과 같은 자신의 통제적인 미장센으로도 인도를 보여준다. 이런 연출은 산만해질 수 있는 영화의 갈피를 잡고, 균형과 조화를 통해 인도만의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피로 이어진 얼간이들
영화 속 주인공 프랜시스(오웬 윌슨), 피터(애드리언 브로디), 잭(제이슨 슈왈츠먼)은 지독한 얼간이처럼 묘사된다. 웨스 앤더슨 영화의 주인공들은 주로 조숙하면서도 유치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면, <다즐링 주식회사>의 세 형제는 성숙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리숙하고, 막무가내이다. 얼굴 박살 난 첫째와 도둑 아빠인 둘째, 여성 편집증 막내라는 서로를 지칭하는 말에서도 진중함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삼 형제가 유달리 어리숙하게 보이는 이유는 ‘자아의 상실’로 인한 불안정한 정서, 그리고 그로 인한 ‘집착’ 때문이다. 첫째 프랜시스의 내면에는 잃어버린 자아 대신 ‘보호자’가 들어와 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이 보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그는 동생들을 인도로 불러 관계를 회복하려 하고, 어머니를 찾으려 부단히 애를 쓴다. 그러나 프랜시스의 속뜻과 달리 그의 행동은 ‘통제’에 집착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당연하다는 듯이 형제들의 식사 메뉴를 대신 정하며, 직원까지 고용해 빽빽한 일정표를 만드는 모습은 오히려 형제들의 관계를 더 멀어지게 한다.
둘째 피터의 내면에는 ‘아버지’가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의 신발과 선글라스 같은 소지품으로 알 수 있듯이 그는 아버지를 추억하는 것을 넘어 ‘과거’에 집착한다. 동생의 소설을 보며 추억에 잠겨 몰래 눈물을 훔치고, 인도 여행의 대부분을 자신의 눈이 아닌 아버지의 선글라스를 통해 바라본다는 사실은 여전히 그가 아버지의 시선 속에 갇혀 과거에 외로이 남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아버지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셋째 잭은 자신의 내면이 아닌 타인의 애정 속에서만 존재한다. 아버지 죽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버지가 끝까지 자신의 책을 읽지 않았음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인의 ‘애정’에 집착한다. 단편영화 <호텔 슈발리에>와 <다즐링 주식회사>에서도 보여준 전여자친구(나탈리 포트만)와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애정과 사랑을 채우기 위해 허덕인다.
기차에서 쫓겨난 후 맞이한 첫 밤, 따뜻한 화롯불과 약으로 하이해진 기분, 라디오에서 들리는 드뷔시의 ‘달빛’까지 더해져 시작된 대화에서도 셋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어쨌든 최선을 다했어. 이젠 어째야 하는 거지?”(프랜시스), “그래도 아빠는 좋아하셨을 거야”(피터), “아빠가 정말 형이 제일 좋다셨어?”(잭).
길 잃은 기차처럼 얼렁뚱땅 찾아가는 목적지
<다즐링 주식회사>는 예상치 못하더라도, 비정상처럼 보일지라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음을 웨스 앤더슨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영화는 풀어낸다. 기차를 타기 위해 가방을 버리면서 과거에서 벗어나고, 아이의 장례식에서 마땅한 옷이 없어 기차의 잠옷을 입고 참석하지만,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맨발의 막내와 짝짝이 신발 첫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벨트를 건네받아 재킷 위에 벨트를 찬 둘째까지 더욱 얼간이 같은 모습이 된 삼 형제는 이제 기차에 올라타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한다. 이들의 여정은 길 잃은 기차처럼 얼렁뚱땅 이어지더라도 성장의 종착점으로 데려다줄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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