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커피우유2025-05-15 16:13:27

불안정한 걸음걸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영화 <밀레니엄 맘보> 리뷰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사는 남자 ‘하오하오’와 여자 ‘비키’가 있다. 그 둘의 세계는 합일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나온 감정의 부유물은 가라앉지 못하고 그들의 옥탑방을 돌아다닌다. 영화 <밀레니엄 맘보>는 텁텁하고 숨 막히는 부유물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의 연속이다. 

 

 

 

 <밀레니엄 맘보>는 밀레니엄 시대에 살아가는 비키의 청춘을 한 덩이 잘라 내어 보여준다. 비키는 그 청춘의 이면을 때로는 불안정하고 외롭게, 때로는 당차게 걸어 나간다. 이는 유명한 첫 장면의 롱테이크로 표현하는데, 그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간간이 비치는 차가운 조명을 받으며 좁고 긴 길을 걸어가는 비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우리가 언젠가 겪었을 방황의 시기가 주마등처럼 스쳐 갈 것이다.

 

 

 

 

 

 

 

 <밀레니엄 맘보>에서의 청춘은 마냥 밝지 않다. 밝은 건 비키가 자주 가는 클럽의 조명뿐, 영화는 언제 바스러져도 모를 비키의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내가 되지 못한 채, 타인의 말 한마디에 삶 전체가 흔들리고,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답답함을 말이다. 하오하오의 그릇된 사랑(관계)을 뿌리치지 못한 채 그저 같은 공간에 있기에 관계를 지속하는 비키에게, 클럽과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 잭은 의지할 만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대상이다. 이 공간과 관계는 또 다른 하오하오일 뿐,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안정해질 것이다. 불완전하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해소해 주는 대체제를 찾는 것은 나름의 방향이지만, 이내 나 자신이 나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이 과정은 결과적으로 원점(자아 상실)으로 돌아올 것이다. 결국 나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밀레니엄 맘보>는 청춘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겪었을 모든 종류의 불안정함.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문제들, 그럭저럭 살아져서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회의감, 최악을 경험하고 차악을 선택하는 나날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 비키의 모습은 같은 아픔을 겪었음에 건넬 수 있는 위로 혹은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되어준다. 

작성자 . 커피우유

출처 .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