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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ZUHA2025-05-18 19:57:34

파멸이라는 실로 짜인 사랑

팬텀스레드 리뷰



과거의 나와 단절하고 싶어도, 현재의 나는 여전히 그 과거와 보이지 않는 실로 엮여 있다. 때로는 이를 '저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존재하며 타인과의 관계, 나의 감정과 정체성의 깊은 내면까지 파고든다.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패션 디자이너인 주인공 레이놀즈 우드콕은 정교하게 짜인 삶과 옷감 속 자신을 가두며 감정을 억누르고 타인과의 거리두기를 고집한다. 우드콕이 '나는 저주받지 않았다'고 적힌 글귀를 옷감 안에 숨겨둔 장면이 있다. 완벽주의의 강박으로 자신이 정한 규칙에서 흐트러지는 것을 꺼리지만 자신도 이 규칙들을 깨고자 하는 의지와 나약함이 내면에 있었음을 상기해 주는 장면이다. 이처럼 우드콕은 보이지 않는 실을 자리고 싶어 하지만 되려 그 실들이 그를 구성하는 본질이었다.

 

 

 

 하지만 이런 견고한 것 같던 우드콕의 세계에 알마가 들어왔다. 처음엔 그녀도 우드콕이 그간 만나왔던 여자들과 똑같이 우드콕에게 순종하고 모든 걸 그에게 맞춰주지만, 점차 그의 틈에 파고들며 그의 세계를 파괴하고 삶을 다시 짜기 시작한다. 이 파멸로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독버섯'이다. 알마는 독버섯을 통해 우드콕의 건강을 의도적으로 해치고 그가 무력해진 틈을 타 나약한 내면을 드러낸 우드콕을 돌본다. 계속해서 연인관계인 우드콕과 알마 사이에서 위로 군림하려고 하는 관계에서 권력관계를 타파하고 균형을 되찾기 위한 수단으로 알마는 독버섯을 선택했다. 이 둘의 사랑은 결국 파멸되어야만 지속할 수 있었다. 이 파괴적 행위는 알마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모순되게도, 우드콕은 이 파멸 속에서 비로소 안식과 의존을 경험하며 안정적으로 되고 자신이 나약해짐을 알면서도 독버섯을 먹는 것을 선택한다. 이처럼 우드콕과 알마의 사랑은 파괴와 의존, 나약함과 지배가 공존하는 역설 속에서 완성된다. 알마는 우드콕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움으로써 그와 진정한 관계를 맺고, 두 사람은 통제와 복종이 아닌 새로운 균형 위에서 함께하게 된다.   

 

작성자 . YUZUHA

출처 . https://blog.naver.com/youngyongee/223869712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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