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1 11:16:53
5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

<미키 17>을 제치고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약 42만 명)를 달성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도 승자가 되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개봉 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약 87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봉 이후 내리 1위를 차지했던 <야당>은 한 계단 내려온 2위에 안착했지만,
누적 관객수 320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25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3위는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한 <A MINECRAFT MOVIE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올랐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공포영화 시리즈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이 북미 박스오피스 1위로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시리즈 사상 최고 수준의 호평을 받은 이번 작품은 5,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프랜차이즈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수익도 1억 200만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습니다.
2위는 마블의 <썬더볼츠*>로, 개봉 3주 차에도 상위권을 지켰지만, 고비용 제작에 비해 흥행 속도는 다소 아쉬운 편입니다.
3위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네스: 죄인들>이 차지했습니다. 개봉 5주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식지 않는 인기로
장기 흥행에 성공하고 있으며, 오리지널 R등급 영화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디즈니의 실사영화 <릴로 & 스티치> 역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ive contents
-
- [JIFF 데일리] 아동권리 그리고 영화
세상엔 생각보다 영화제가 많다. 크고 작은 영화제가 많아지는 건 분명 기뻐할 일이나, 다 갈 수 없어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동종업계 인간으로서) 몇 년째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영화제가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운영하는 ‘아동권리영화제’다.
처음에는 ‘아동 권리’라는, 사실 내용은 대강 알아도 용어로서는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말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하기 위한 좋은 단발성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5년에 시작한 영화제는 코로나19를 넘어 지금껏 계속되었다. 아동권리 주간이 있는 매년 11월에 개최하는데, 2023년 11월에도 멋지게 진행했다.
2015년 초기부터 라인업이 막강했다. <자전거 탄 소년>, <아무도 모른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등 아동을 주제로 잘 큐레이션된 작품들에, 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 같은 아동 전문가, 이동진 평론가 같은 영화 전문가를 고루 패널로 초청하여 균형을 잡았다. 2019년에는 ‘아동 권리 관련 영화’ 하면 누구나 첫 손에 꼽을 <가버나움>에, <플로리다 프로젝트>, 촬영 과정에서도 아동 권리와 연결해 나눌 얘기가 많은 <우리들>, 개봉작도 아닌 <브레드위너> (넷플릭스에 <파르바나>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까지 골고루 챙겼다. 패널도 어느 한 명 빼놓을 수 없이 대단하다. 또한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나와서 진행한 행사도 있고, 초등학교 교사와 함께 진행한 행사도 있어, 아동과 영화 두 가지 주제를 다 만족시키려고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이렇게 훌륭한 큐레이션으로 영화제의 규모가 점점 커지더니, 출품을 받기 시작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권리 보호에 진심인 아동단체이지 영화단체가 아님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아동의 눈높이에 있는 작품의 적은 파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세이브더칠드런은 2019년부터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어, 영화제 곳곳에서 빨간 세이브더칠드런 부스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동권리영화제 수상작과 함께하는 특별상영에 이어, 씨네아동권리토크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2023년 수상작인 홍승기 감독의 <알록달록>과 김슬기 감독의 <한 숨> 두 작품,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 이대건 대표를 초청하여,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진행으로 토크가 진행되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알록달록>은 남다른 시각을 가진 다홍이가 보는 색이 진짜 색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펼쳐지는, 정말 ‘알록달록’한 이야기이다. 색맹은 일상에 지장을 주는 문제로 분류되지만, 바로 그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한 숨>은 반대로, 모든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프지 않고 건강한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다. 환경 오염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미세먼지 같은 문제도 너무 심해서, 아프지 않은 게 오히려 보편적인 세상이라는 가정은 오싹하지만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처럼 느껴진다. 설정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두 작품이다.
이대건 대표와 이다혜 기자는 입을 모아, “이전 세대는 이전의 기준으로 ‘아 나도 다 경험해 봤지’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쉽게 재단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경험과 감각은 이전 세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영화를 통해 어른들을 가르쳐야 하고, 어른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의 관점을 반영하고 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이토록 적다는 것은 그 배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것을 반증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대표적인 예시가 <한 숨>에서도 다룬 환경 문제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어떻게 감히(how dare you) 그럴 수 있”냐는 질문까지 빌려오지 않아도, 미래 세대는 이전 세대가 어렸을 때에 비해 환경 문제를 훨씬 예리하게 감각하고 이에 반응한다.
아동의 관점과 시선을 배워야 한다는 한 문장은 명쾌하지만 사실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를 제작한 두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공유되면서,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한 숨>의 김슬기 감독은 보육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그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옆에서 많이 들었고, 실제로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야외 놀이를 할 기회가 줄어드는 아이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알록달록>의 홍승기 감독은 어린 시절 흰 쌀밥을 분홍색으로 칠했을 때 어머니께서 “이 분홍색 쌀은 어디서 구할 수 있어?” 하며 다정한 관심을 보여주셨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 말이 지금을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따뜻하게 받아주는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한 것이다.
교육은, 성장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오는 과정이므로 성장통이 수반한다. 아이가 아파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응당 보호자의 마음일 것이며, 때로는 아이가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고 엉뚱해 보여, 바쁜 일상 속에서 ‘그냥 내가 해주고 말지’ 하고 넘어가는 날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아동권리, 아동의 시선을 반영하는 일은 결국 아이들의 방식과 속도를 존중하며 기다리고, 그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기를 기다리는 여유를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여유를 찾기 너무 어려운 어른들을 위해, 이대건 대표가 인용한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선언문 한 구절로 마무리한다.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
- 이미 늦어버린 나의 사랑, <퀴어>
퀴어 Queer, 2025 / 137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이미 늦어버린 나의 사랑, <퀴어>
출처: 영화 <퀴어> 스틸컷주인공 ‘리(다니엘 크레이그)’의 사랑은 난해하고 희한하며 불안하고 때때로 위험하다. 그가 퀴어이자 마약 중독자여서가 아니다. 평생 갈구하는 사랑을, 그 자신조차 확실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모양이고 어떤 냄새가 나며, 어떤 촉감을 갖고, 어떤 단어들로 이뤄졌는지 도통 알 수 없다. 그저 끊임없이 원한다는, 반복적인 행위(중독) 말고는 누구도 리의 사랑을 명확한 형태로 느끼고 볼 수 없다. 오프닝을 수놓는, 그의 침대와 소파, 책상 위에 널브러진 책, 선글라스, 여권, 담배, 권총, 마약만 봐도 알 수 있다. 리가 하는 사랑이 얼마나 어지럽고 난잡하며 불길한지 말이다. 그러나 <퀴어>는 그의 사랑에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남성미 넘치는 패션과 멕시코시티 거리를 활보하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혼란스러운 사랑을 독특한 미장센으로 치환한다. 인물과 환경, 인물 간의 관계를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했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같은 방식이다. 특별한 점은 아름답게 포장되었음에도 그의 사랑은 여전히 위태롭게 보인다는 점이다.
출처: 영화 <퀴어> 스틸컷<퀴어>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는 리의 불안정한 삶을 3부작 형태로 나눈다. 1부엔 유진에게 갈구하는 리의 사랑을, 2부엔 완벽한 유진과의 합일을 꿈꾸는 리의 모험을, 마지막 3부엔 모험의 시작이 곧 끝이었음을 리 스스로 선언하는 선택을 담는다. 특히 외적으로 뿜어내는 아름다움과 내적으로 곪아가는 추함의 간극을 직접 보여주면서 이에 따른 고통도 (타인의 관점은 철저하게 배제된) 리만의 관점으로 구성해 전달한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적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관객에게 ‘리’란 사람 자체를 보여주는 일 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당연히 없다. 영화는 리의 대변인에 불과하다. 관객이 직접 <퀴어>를 통해 리를 해체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극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단 얘기다.
그렇다면 대체 그에게 사랑은 뭘까. 어떤 것을 정의하지 못해서, 영화 내내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할까. 바로 그의 혼란한 정체성이다.
리는 자신이 퀴어임을 인정하지만, 절대 퀴어라고 소리 내 밝히지 않는다. 본인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떼어내려 애쓰는 데, 이를 ‘난 퀴어가 아니야,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거야’라고 표출하며 혼돈을 제어하기는커녕 합리화한다. 그리곤 또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루살이처럼 여러 술집(바)을 돌아다니며 퀴어를 찾아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다 다시 외로워지면 새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 길거리를 떠돈다. 이 역시 중독이 분명하지만, 리는 중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중독은 곧 이상이고, 현실로부터의 완전한 도피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 확립을 포기한 현실 속에서, 리의 자기 파괴적 행위는 자연스럽게 이상 세계와 연결되고, <퀴어>는 환영이 가미된 추상적 표현과 다양한 상징을 활용해,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인물이란 진실을 말이다.
출처: 영화 <퀴어> 스틸컷일생에 단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진정한 사랑(유진)을 발견했을 때도 그는 변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기 파괴를 일삼으며 유진에게 다가간다. 그의 손길을 느끼기 위해서, 몸도 마음도 돈도 다 내어주고, 가문의 저주가 자신에게 변태적 성향을 주입한 거라며 자기 비하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리는 유진에게 쉽사리 사랑받지 못한다. 그와 사랑을 나누지만, 그가 퀴어인지, 아닌지 모르고 심지어 직접 묻지도 못한다. 유진도 자기 정체성을 결정 내리지 못한 듯, 모호한 태도를 보이지만, 리와는 다르다. 현실과 이상을 명확히 구분해 행동하는 유진과 그렇게 할 줄 모르는 리는 전혀 같은 인물이 아니니까.
리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친한 ‘조’는 하룻밤 상대들이 자기 물건을 도둑질하는 걸 알면서도, 호텔이 아닌 집에서 계속 데이트를 즐긴다. 그들이 아무리 내 것을 훔쳐 달아난다고 해도, 나의 자아와 신념, 삶은 결코 앗아갈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퀴어 커뮤니티(그린랜턴)를 이끄는 ‘두메’ 또한 본인 삶의 방식을 긍정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퀴어임을 부끄러워하거나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리만이 경계가 불명확하다. 그를 제외한 모두가 자기를 ‘무엇’이라 창하며 정의할 때, 리는 끝까지 침묵한다. 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을 절대 귀로 들을 수 없다는 듯 집요하기까지 하다. 그 결과, 리는 혼재된 두 세계에 갇힌 채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한다. 유진을 원하는 갈망에 영혼까지 분리되지만 그를 만질 수 없고, 팔다리가 잘린 여성에게 툭하면 정체성을 고발당하고, 마약이 주는 황홀함 없이는 현실에서의 기다림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서로를 돕고 함께 하며 삶을 견뎌야 한다는, 어릴 적에 만난 현명한 퀴어의 가르침이 무색할 정도로, 리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심각하게 자기중심적이다.
출처: 영화 <퀴어> 스틸컷결국, 리는 유진을 데리고, 텔레파시를 가능하게 한다는 미지의 식물(야헤)을 찾아 나선다. 정글에서 야헤를 연구한다는 식물학자에게 생필품으로 환심을 사고, 마침내 야헤를 접한다. 자기 심장을 토해내면서 시작된 환각은 리는 물론이고 유진의 존재론적 의구심과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에 불을 붙인다. 강렬한 환각으로 자신이 구분한 세계에서 길을 잃은 유진은 리에게 고백한다. 자신도 퀴어가 아니며,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자라고. 텔레파시를 통해, 유진과 완전하고 안전한 사랑을 꿈꿨던 리는, 결정적인 순간 또다시 포기한다. 떠나는 유진을 잡지도, 완전히 보내주지도 못하는 악순환에, 제 발로 들어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리가 다시 멕시코시티로 돌아온다. 조는 리의 등장에 기뻐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친구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리에게 남은 거라곤 아무리 후회해도 절대 바뀌지 않는 현실과 숱한 후회로 만들어진 환각에 속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허우적대는 일뿐이니까.
<퀴어>는 리가 마지막까지 머뭇거릴 걸 확신했다. 그가 겪는 고독함, 외로움, 절망도 필연적이기에, 현실과 이상의 혼재도 변함없을 거라 장담했다. 야헤의 진실을 미리 경고해 준 직원의 말처럼, 야헤(사랑)는 그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약물도, 텔레파시 능력을 주는 선물도 아닌, 이미 망가진 자기를 비추는 거울이었으니까. 아름다움 위로 보이는 추함의 균열이, 거울 속에도 이토록 선명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출처: 영화 <퀴어> 스틸컷이야기 끝에 선, 리는 혼돈 속에서 유진을 계속 그리워하다, 결국 자기 손으로 그를 총으로 쏴 죽여버린다. 유진이 죽기 직전, 눈물을 흘리며 자기 꼬리를 문 뱀(우로보로스)이 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한 장면으로 <퀴어>는 그간의 혼란스러웠던 리를 단번에 설명한다. 죽은 유진은 그의 사랑이기 이전에, 리가 자기 정체성을 깨달은 순간 외면한 자아이다. 즉 유진을 죽인 건, 늙은 리의 육체지만 사실은 한참 과거의 젊은 리의 정신이란 점이다. 어지러운 사랑도, 중독 증상에 대한 합리화도, 그가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리는 그저 온전히 이해받고 싶었을 거다. 본인이 없애버린 사랑은 전혀 모른 채, 난해하고 복잡한, 그래서 자신조차 외면한 나를 사랑으로 꽉 채워줬으면 했겠지. 그러나 후회하기엔 이미 늦어버린(놓쳐버린) 사랑이고, 무슨 수를 써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비극이다.
출처: 영화 <퀴어> 스틸컷혼자가 된 노년의 리가 쓸쓸히 침대 위에 눕는다. 눈을 감고 유진을 떠올리자, 어느새 나타나 리의 다리 위에 자기 다리를 살포시 올린다. 유진의 사랑일까, 그가 다시 불러온 이상인가. 그렇다면 그의 사랑은 긴 기다림 끝에 비로소 자기 형태를 보이게 되었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고 <퀴어>의 의도는 변함없다. 리가 원한 게 마음 가득한 대화뿐이라고 하더라도.
어른 버전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퀴어>는 잊을 수 없는 첫사랑으로 자기 정체성을 깨닫게 된, 아름답고 따뜻한 영화는 절대 아니니까.
-
- ? 12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죽지않고 살아돌아온 쏘우 시리즈의 영화에 반신반의를 보였던 반응과 달리 호평을 받고 있는 <쏘우X> 북미
박스오피스에선 긍정적인 평가와함께 흥행에도 성공했는데요. 한국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12월 2주차 개봉예정작 같이 만나보아요
쏘우 X
Saw X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스릴러 | 미국 | 118분
감독: 케빈 그루터트
출연: 토빈 벨, 쇼니 스미스 등
개봉: 2023.12.13.
배급: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1편의 게임을 마친 존 크레이머 일명 ‘직쏘’는 암을 치료하러 멕시코로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모든 희망은 절망이 되고 모든 것이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제 존의 차례이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다. ‘직쏘’의 세계로 초대받은 모든 사람은 자신을 구원할 기회를 가진다. 그들의 게임이 끝나고, 직쏘의 게임이 시작된다.
CINE PICK!
로튼토마토 84%로 시작하여 리뷰어들에게 쏘우 속편들 중 가장 평가가 좋은 작품입니다. 이후 로튼토마토 87%를 받으며 역대 공포 영화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로 기록되었으며 미국 현지 평론가들은 쏘우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라 찬사를 쏟아내며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비밀
Unforgivable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한국 | 105분
감독: 임경호, 소준범
출연: 김정현, 길해연, 박성현 등
개봉: 2023.12.13.
배급: ㈜영화특별시SMC
시놉시스
잔혹한 연쇄 살인, 모든 증거가 10년 전 죽은 녀석을 가리킨다. 한밤 중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강력반 형사 ‘동근’은 사체에서 10년 전 날짜가 적힌 일기 조각을 발견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동근’은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쪽지가 피살자와 함께 군복무했던 ‘영훈’의 일기 일부분이라는 것과 '영훈'이 10년 전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근’은 당시 군대 가혹 행위의 배후에 있던 인물이자 제약회사 임원 ‘성현’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 역시 똑같은 방식의 연쇄살인 사건의 피살자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한편, 사건을 파고들면서 ‘동근’은 ‘영훈’이 그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잊었던 기억과 함께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드는데…
CINE PICK!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김정현이 강력반 형사 ‘동근’역을 맡으며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편 <택시운전사> <검사외전> <악의 연대기>등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박성현 배우가김정현과 팽팽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조이랜드
JOYLAND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가족, 드라마 | 파키스탄, 미국 | 127분
감독: 사임 사디크
출연: 알리 준조, 라스티 파루프, 알리나 칸, 사르와트 길라니 등
개봉: 2023.12.13.
배급: (주)슈아픽처스
시놉시스
“기막힌 각본과 연기” - THE TELEGRAPH 감각적인 놀라움, 가슴 아픈 러브레터 소박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부부 ‘뭄타즈’와 ‘하이더르’는 아버지, 그리고 형님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집안일을 도맡는 남편 ‘하이더르’는 어느 날, 카리스마 넘치는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의 백댄서로 취직한다. ‘하이더르’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비바’에게 매혹적으로 이끌리고, 점차 춤에 몰두하면서 가족들은 묘한 기류에 휩싸인다. 선명하게 떠오르지만 만질 순 없는 설레지만 슬픈 사랑, 전 세계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가장 사랑한 올해의 엔딩을 만난다!
CINE PICK!
자아가 확고한 뭄타즈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비바 뿐 아니라 흔들리는 성적 정체성을 가진 하이더르와 시아버지 아만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되고 착취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하는데요. 영화는 지난 75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알리 준조, 라스티 파루프, 알리나 칸, 사르와트 길라니
Sisi & I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 132분
감독: 프라우케 핀스터발더
출연: 산드라 휠러, 수잔느 볼프
재개봉: 2023.12.13.
배급: (주)안다미로
시놉시스
42살 미혼 여성 이르마의 삶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수녀원 행이라는 19세기 유럽 안에서 특히 더 그랬다. 결혼을 하자니 남자를 보면 식탁보가 떠올라 답답하고 수녀원을 선택하자니 평생 억눌러왔던 반항심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르마는 마지막 선택지였던 황실의 시녀를 자처했다. 물론 당시 이르마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새로운 주인이 될 오스트리아의 황후 늘 대중의 관심과 소문의 중심에 있는 ‘엘리자벳’이 얼마나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지. 하지만 그러함에도 이르마는 첫 순간부터 다짐했다. 평생 황후의 곁을 지키기로…!
CINE PICK!
<토니 에드만>으로 유럽 영화상 여우주연상, 독일 영화상 여우주연상 등 유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쓴 산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엘리자벳과 나>에서 ‘시녀’ 역할을 맡으며 아름답지만 까다롭기로 이름난 엘리자벳의 삶을 시녀의 시선으로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
- 경이로움이 사라진 공룡 세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개봉한 이후 3년 만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룡들은 또 한 번 극장에서 큰 울음소리를 준비하고 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부제처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 시리즈에서 봐왔던 콘셉트의 조각을 가져와 이어 붙인 스핀오프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스크린으로 재현한 거대한 공룡들의 모습은 반갑지만, 모든 점에서 그 매력이 떨어진다. 혹평을 받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보다도 말이다.
공룡과 인간은 공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구는 공룡이 지배하던 환경이 아니었다. 도심에 사는 공룡들은 하나둘 사라졌고, 적도 부근에 있는 공룡들만이 생을 이어 나간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탐욕은 또다시 공룡을 향한다. 신약 개발에 공룡 DNA가 필요해진 제약회사 ‘인젠’(이 회사가 문제여~) 직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은 특수 용병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고생물학자 헨리(조너선 베일리), 과거 조라와 함께 일했던 용병 던컨(마허셜라 알리)과 함께 공룡들이 서식하는 생 위베르 섬에 잠입한다. 이들의 임무는 가장 큰 육해공 공룡들의 혈액 표본을 가져와야 하는 것. 한편, 요트 여행을 떠난 한 가족은 모사사우르스에 의해 조난을 당하고, 조라 일행은 이들을 구하러 간다.
<쥬라기 월드>(2015)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쥬라기 공원 3> 이후 14년 만에 작품이자, 1편의 감성과 재미를 살짝 변주해 오롯이 담았기 때문이다. 이는 <쥬라기 공원>(1993)에 오마주를 바친 것과 동시에, 이 작품이 당시 관객에게 소구한 포인트들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 <쥬라기 공원>을 극장에서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안 좋아할 수 없었을 터. 그리고 14년이란 시간이 주는 장점, 즉 과거 이 영화를 만난 관객이 어른이 되어 자식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이점 또한 수익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쥬라기 월드>의 흥행 레퍼런스를 따라가지 않는다. 너무 빠른 시간에 나온 속편이라는 것은 <쥬라기 월드> 장점을 복원하는데 큰 장애물이다. 대신 공룡을 타깃화한 인간의 이기심을 또 한 번 재현하면서 자연, 지구의 황폐화를 이끄는 인간의 악한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심장병 치료제를 위함이라는 공익성을 내세우지만, 돈을 벌기 위해 팀을 만드는 마틴이나, 공룡 박물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며 돈이 필요한 헨리, 불투명한 미래에 돈이 필요한 조라와 던컨 등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악하다. 물론, 섬에 들어가 미션을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위험을 경험하면서 이들은 각성을 한다.하지만 이 개과천선 캐릭터들은 너무나 단편적으로 그려진다. 오롯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인물들의 쓰임새 폭이 좁고, 입체감도 떨어진다. 중요한 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나 감정 이입 측면이 빠져 있다. 눈은 물론, 마음도 움직여야 이들의 고난을 함께하는데, 이 부분도 덜컹거린다. 영화는 <쥬라기 공원>에서 그랜트 박사와 두 아이가 보여줬던 유사 가족애를 벤치 마킹해 엉겁결에 이들과 섬에서 고난을 함께 하는 요트 가족을 출연시키지만, 이들 또한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아 가족애를 느끼기가 어렵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캐릭터를 잘 그린 작품은 아니었지만, 인물의 흡입력은 두 편 보다 후퇴한 느낌이다.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인간 캐릭터와 스토리보단 공룡 액션 등 영상 퀄리티에 더 집중할 것이다. 특히 이번 감독은 <고질라>(2014),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7), <크리에이터>(2023) 등을 연출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라는 점에서 공룡 구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거칠고, 위협적이고, 좀 사악해 보이도록 공룡을 디자인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모사사우루스, 케찰코아틀루스 등이 주력으로 담긴다. 물론, 티렉스도 빠지지 않는다. 전작과의 차별화 포인트로서 이종교배로 탄생한 돌연변이 공룡들도 나온다.
볼거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공룡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떨어진다. 육해공 가장 큰 공룡들을 대거 투입하고, 후반부에 돌연변이 공룡들이 등장하지만, 인간들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특히 돌연변이 공룡들을 통해 인간들을 향한 분노가 서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몰아가는 연출력이 부재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전락한다. 물론 대중 영화로서, 그것도 여름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볼거리와 즐거움을 주지만 너무나 쉽게 휘발되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세로 자막으로 <쥬라기 공원> 극장에서 본 1인으로서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건 반갑다. 하지만 반대로 가장 아쉬운 건 ‘경이로움’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마이클 클라이튼이 텍스트로 복원한 공룡 세계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스크린으로 구현했을 때의 그 경이로움은 지금도 소름을 돋게 한다. 쥬라기 공원에 도착해 살아있는 공룡들을 봤을 때의 그랜트 박사의 표정은 아마 전 세계 모든 관객의 표정과도 일치했을 것이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경이로움은 덜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30년도 넘은 그때의 감흥을 극장에서 다시 얻고 싶은 마음은 관객으로서 어쩔 수 없나 보다. 부디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처음 본 아이들에게는 경이로움이 꼭 전해지길 바란다.덧붙이는 말: 쿠키는 없다. 쿠기가 없어서 더 스핀오프처럼 느껴지는 걸까.
사진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평점: 2.5 / 5.0
관란평: 색다른 것 없는 쥬라기 월드 재개장!
-
- 잃어버린 ‘코모레비’를 찾아서
인생은 한 편의 시와 같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자체로 멋지지만 가슴에 오롯이 새겨지지 않았던 이 말은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기여이 내 마음에 들어 앉았다. 평범한 일상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상황 속 찰나와 같은 ‘코모레비(こもれび,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의 순간은 시처럼 담백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한 부분을 그려낸다. 비록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 완벽한 날이라 말하는 영화는 관객 모두에게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어쩌면 이 작품은 그 물음의 답을 찾는 우리들의 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난다. 씻고, 식물에 물 주고, 자판기에서 뽑은 캔커피를 마신 그는 차를 끌고 일터로 나간다. 출근길 동반자는 이른 아침 도심 풍경,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로 들리는 올드 팝이다. 이곳 저곳 화장실 청소를 하다 점심 시간이 되면 근처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필름 사진기로 하늘을 찍는다. 모든 일이 끝나면 귀가 후 목욕탕에 가서 말끔히 씻고, 지하철 역사에 있는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기울인다. 캄캄한 밤이 되면 책을 읽다가 졸리면 잠을 청한다. 매일 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그는 누가 뭐라 하던 간에 묵묵히 자신의 루틴대로 일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조카 니코(나카노 이리사)가 찾아오고, 그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퍼펙트 데이즈>는 히라야마를 통해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보여주며,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히라야마는 매일 똑같은 일을 열심히 한다. 극중 어차피 다시 더러워질 화장실을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냐는 동료의 핀잔에도 히라야마는 닦고 또 닦는데, 이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게 행복한 순간을 줄 수 있다는 걸 믿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매번 그의 바람처럼 세상 일이 돌아가지는 않지만, 그 또한 인생이라고 믿으며 감내하고 또 다시 일을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히라야마는 고단한 삶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의 모습처럼도 보인다.
영화는 히라야마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주변인들, 특히 매번 그 자리에 항상 있는 사람들을 주시한다. 공원에 있는 나무, 공중 화장실, 집 주차장 캔 커피 자판기 등 무심코 지나가지만 꼭 있어야 하는 존재처럼 서점 주인, 식당 사장, 사진관 사장, 공원 노숙자 등을 히라야마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책으로, 술 한잔으로, 사진으로, 존재 자체로 위안과 행복을 주는 이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의 평범한 모습과 일상을 담은 건 이 영화의 시작점에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빔 벤더스 감독은 도쿄의 공공 화장실들을 수리하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리한 화장실을 보고 영감이 떠오른다면 관련된 작품을 하나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노 감독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도쿄의 화장실 그리고 이 도시의 사람들 일상을 지켜보며,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히라야마처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다른 이들이 잠시나마 특별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예로 히라야마가 동료 다카시(에모토 도키오)에게 썸녀와의 데이트 비용을 주거나, 조카 니코에게 잠시나마 휴식처를 제공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영화는 감독의 시선처럼, 극중 인물과의 거리두기를 한다. 히라야마라는 인물의 감정이나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고 설명하기 보다는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마치 그가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고, 공원 노숙자를 지켜보고, 동이 트는 도심 풍경을 바라보듯 말이다. 이를 통해 생긴 여백은 아이러니 하게도 관객이 주인공의 일상에 더 집중하고, 미세하게 변하는 그의 감정과 태도를 확인하게 만든다. 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바라보는 시점샷으로 변주를 주는데, 이를 통해 히라야마의 감정선과 그날의 온도차를 유추할 수 있다. 장면마다 흐르는 올드 팝 또한 말 수가 적은 그의 감정을 유추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다.
<퍼펙트 데이즈>가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야쿠쇼 코지의 연기 덕분이다. 빔 벤더스 감독이 카메라로 써내려 간 영상 시에 때로는 규칙적으로, 때로는 격렬하게 운율을 행하듯 보여주는 연기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사가 아닌 표정과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몇 마디 말보다 임팩트가 더 강하다. 특히 극 후반부 아쿠쇼 코지의 마지막 표정은 압권이다. 그동안 숨겨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처럼 하루 하루 쌓아온 모든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위해 2시간 내내 절제 연기를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극 중 다카시의 대사처럼 10점 만점에 10점. 아쿠쇼 코지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듯 제76회 칸영화제, 제47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에게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관객이라면 히라야마의 마지막 표정을 보며 삶이 고되기에 찰나의 행복을 느끼는 건지, 찰나의 행복이 크기에 삶이 고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정답은 없기에 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철학적 사유를 할지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아닐까. 고단한 삶을 깨우는 소리와 음악, 햇빛, 목욕, 사진, 술 한잔, 책 등 작지만 소중한 것들로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그렇게 살아가니까 말이다. 부디 이 영화를 보고 고단한 삶을 잠시 잊게 만드는 자신만의 ‘코모레비‘를 찾길 바란다. 우리들의 퍼펙트 데이즈를 위해~
덧붙이는 말: 영화를 보고 극장 밖에 나오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와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을 꼭 들게 될 것이다. K-pop 대신 올드팝을 듣는 자신에게 너무 놀라지 말고, 두 곡을 포함한 명곡 향연에 푹 빠지길 바란다. 빔 벤더스 감독님! 플레이리스트 좀 공유해주세요~
사진제공: (주)티캐스트
평점: 4.0/ 5.0
한줄평: 단조로운 일상에 스며든 특별하고도 가치있는 운율
-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Spider-Man: No Way Home, 2021
작년 '코로나19'가 뺏어간 "마블"의 21년도 끝을 짓고 있습니다.
여름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가을에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그리고 <이터널스>까지 "창고 대방출"의 느낌도 없진 않으나 이로 확인한 건 아직도 관객들은 "마블을 원한다"였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시작부터 제대로 터트렸습니다.
개봉 하루 전까지 예매량은 75만명에 달했으며, 개봉 첫날에만 634,948명으로 이번 "코로나19"이후 개봉일 기준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냐면, "네영카"에서 유저들이 영화관별로 준비된 굿즈들의 현황이 반나절 만에 동이 나버렸으니 대충 감이 잡히실까요?
그렇다면, 영화는 어떠했는지?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감상을 "SCREEN X"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전작 "미스테리오"가 준비한 "악마의 편집(?)"으로 "피터 파커"는 그동안 숨겨온 정체가 밝혀지게 됩니다.
이에 자신뿐만 아니라 "네드"와 "MJ", "메이 숙모"까지 피해를 끼치자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이를 지워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하지만 뭐가 추가되는 사항에 주문은 틀어지고, 그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의 악당들이 스파이더맨을 찾게 되는데...이전 스파이더맨, 극장에서 못 봤다고?
진짜 재밌는데 ㅋㅋㅋ1. 1인분인데, 2인분 같단 말이지.
이번 <노 웨이 홈>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마지막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MCU"를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많겠지만 솔로 타이틀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17년 <홈커밍>을 시작으로 19년 <파 프롬 홈>, 이번 21년 <노 웨이 홈>까지 생각보다 짧게만 느껴지는데요. (첫 등장한 16년 <시빌 워>를 합쳐도 7년이니...)
그래서, 늘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을까요? - 이번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은 어딘가 빠져있다는 느낌입니다.진짜 홀로서기는 아니었나?
단적으로 '프로레슬링'을 예시로 든다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적은 신인들은 한데 묶는 "태그팀" 혹은 "매니저"를 같이 대동하곤 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서로의 부족함을 메꿈으로 '누구와 함께 있느냐?'로 다양한 에피소드와 시너지를 발산시켜려는 것인데요.
그런 점에서 이전 <스파이더맨>들에게는 "MJ"와 "그웬"이라는 히로인들이 있었다면, 이번 <스파이더맨>에게는 "토니"와 "닉 퓨리" 등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피터"에게 "같이 고생을 했어도 성장이 필요한 꼬마라는 사실을 까먹는다"라고 대사를 던집니다.
이는 즉슨, 이번 <노 웨이 홈>이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를 넌지시 말하던 건 이니었을까요?2. 언더테이커에 기립박수가 나오듯이!
앞서 말했듯이 이번 <노 웨이 홈>, 역시 "스파이더맨"만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은 아닙니다.
요즘 세대들은 어색하겠지만, 저와 같은 올드팬들에게는 한없이 익숙한 "옥타비우스(aka. 문어 박사님)"와 "그린 고블린"을 시작으로 "일렉트로"와 "샌드맨", 그리고 "리자드맨"까지 <어벤져스>를 처음 봤던 그 희열을 되감기 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외에도 마지막에 "MJ"를 구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모습이나 "글라어더"로 희생당하는 "그린 고블린"의 오마주, 여기에 각 스파이더맨들이 대결을 펼친 빌런들의 무용담까지
'왜 다들 박수가 터져 나왔는지?'를 납득이 갈 정도로 팬심을 꾹꾹 눌러 담아냅니다.근데, 이젠 톰 홀랜드가 스파이디 잖어!
이렇게 기뻐하기도 잠시, 우리는 이번 <스파이더맨>이 "톰 홀랜드"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자꾸 깜빡깜빡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노 웨이 홈>의 "스파이더맨"은 어디까지나 "톰 홀랜드"이고 그 위상이 결코 깎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영화까지 세 번째이지만, <스파이더맨>을 꿰뚫는 교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에피소드는 늘 인상적입니다.
이런 이유에는 시리즈를 통해서, 쌓아올린 설명도 있겠지만 "그린 고블린"역의 "월렘 대포"의 연기가 가히 압권입니다.3. 악당들의 매력에는 차이가 많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분량은 148분으로 일반 영화와 비교해도, 굉장히 긴 시간을 가진 작품입니다.
근데, 이마저도 앞서 소개한 캐릭터들의 분량으로 부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앞서 관객들에게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으로 완벽하게 이관된 것과 달리, 악당에서는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린 고블린"을 제외하면, "옥타비우스"정도 인상적이지만 추후 돌아서는 모습은 현재의 관객들에게 이해가긴 어려울 겁니다. (원작를 본 팬들은 이런 이유를 알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캐릭터들도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이런 점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당신의 악당에 1표를!
여기에 "SCREEN X"로 보는 액션은 그 스케일을 가늠케 하는데요.
단적인 예시로 시작과 동시에 도시의 빌딩에서 지하철까지 시원하게 활강하는 액션부터 앞서 언급한 다양한 빌런들과의 투탁거림은 이를 꼭 봐야 한다고 말하는 거 같습니다.
특히, "샌드맨"의 모래폭풍이나 "리자드"의 추격전까지 모두 "SCREEN X"로 보여주니 이 포맷도 한 번 관람을 고민해 봐도 좋을 겁니다.
여기에 거드는 <노 웨이 홈>의 이야기에서만큼은 역대 오리지널 작품들과 견주어도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4. 소니야, 잘 키워야 해!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은 솔로 영화임에도 혼자서, 이끌어가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이유가 뭘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가 말한 "같이 고생을 했어도 성장이 필요한 꼬마라는 사실을 까먹는다"라는 대사로 뭔가 알 거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이를 일으킨 원인만을 생각하는데, 이는 전작 <파 프롬 홈>에서도"토니의 유산"을 두고서 "미스테리오"에게 보여준 회피 행동과도 맞물려 보입니다.3번이나 우린 게 아니라 끓인 거야.
그런 점에서 보여주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에피소드에 지겨움보다 "클래식"으로 느껴지는 건 저뿐인가요?
이에 영화는 슈트로 그 책임감을 보여줍니다.
이전까지 "스타크"가 만들어준 슈트에서 마지막에는 자신이 만든 슈트를 입는데, 이는 "태그팀"에서 혹은 "매니저"를 막 떼어낸 솔로 레슬러의 포효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3부작을 마지막으로 "마블"과의 협업이 끝난 그이지만, 어디선가 다음 3부작의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특히, "소니"에서 준비하는 "SSU(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막 출범했기에 "어벤져스"가 아닌 "소니"를 이끄는 그의 모습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상대로, 쿠키는 2개인데 다음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를 위해서라도 <완디비전>과 <로키>는 꼭 챙겨 봐야겠습니다. (필참!)
-
-
- 비주얼과 흥이 살아있는 모아나 2 / 전작보단 별로인듯 / 열정적인 음악과 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모아나 2" 후기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있어요~
-
-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리뷰 예고편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그 이름 구찌. 내 것이 될수록 더욱 갖고 싶었던 이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었떤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
-
- 디즈니+ <시크릿 인베이젼> 공식 예고편
지구에 침투한 이들과의 마지막 전쟁 생각보다 끝은 멀지 않았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시크릿 인베이젼] 6월, 오직 디즈니+에서 단독 스트리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