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8 15:04:27
🎫 5월 5주 차 개봉예정작
🎩 웨스 앤더슨표 첩보 스릴러...?
📮 5월 5주차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마크 러팔로, <스파이더맨: 브랜뉴 데이>에서 브루스 배너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MCU 10번째 등장으로,
단순 카메오가 아닌 주요 역할로 참여 예정입니다.
배너가 헐크로 변신할지는 미정이지만, 피터 파커의 과학적 멘토 역할이 유력하며 <쉬헐크>이후 첫 복귀이자, 향후 <어벤져스: 둠스데이>와도 이어질 흐름이라고 합니다.
이번 헐크의 등장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닐지도?
🗞️
❶ 마크 러팔로, <스파이더맨: 브랜뉴 데이>에서 브루스 배너로 복귀
❷ 이병헌, <오징어 게임 3> 앞두고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주인공 선정
❸ 라이언 레이놀즈, R등급 <스타워즈 영화> 각본 집필 중
❹ 이정재, 英 제작사와 K-POP 첩보 영화 <시크릿 아이돌> 기획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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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 구경거리 악동이 아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슈퍼스타
Lord, I'm doing all I can, To be a better man.
Robbie Williams - Better Man
안녕하세요! 지난 3월 20일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배러맨>을 개봉 전 관람하게 되어 후기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배러맨>은 뮤지컬 영화이자 영국의 전설적인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로, 국내에서는 <위대한 쇼맨>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그레이시(Michael Gracey)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또한 로비 윌리엄스가 직접 로비 윌리엄스 역의 목소리 연기를 수행했다는 점도 알고 계시면 좋을 관람 포인트입니다.
<배러맨>은 "영국 앨범 차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영국인 솔로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로비 윌리엄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합니다. 눈부신 조명 아래 선 팝스타의 모습과 동시에 그의 성장, 방황, 중독과 불안의 과정을 비추며 사람들이 알지 못했을 무대 아래에서의 시간들을 보여줍니다.
로비 윌리엄스는 어린 나이에 5인조 밴드 테이크 댓의 보컬로 가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팀의 막내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던 그는 갖은 논란과 잦은 갈등으로 인해 결성 6년 만에 팀에서 탈퇴합니다. 이후 도전한 솔로 활동에서 그는 크게 성공했고, 마침내 인생의 목표였던 넵워스에서의 공연까지 성취하게 됩니다. 멋대로 살아도 성공이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인생 이면에는 끊임없는 자기혐오와의 싸움이 있었는데요. 작중에서는 섬세한 심리 묘사로 이를 다루어냅니다.
<배러맨>에서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인 로비 윌리엄스를 원숭이의 모습으로 연출했다는 점이었는데요. 영화 속 모든 장면이 거의 실제와 유사하게 연출되어 있는데, 오로지 로비 윌리엄스만이 원숭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의문을 자아냅니다. 그를 원숭이의 모습으로 연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가 후반부로 달려가면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로비 윌리엄스는 밝은 조명들이 집중된 화려한 인생을 살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어린 나이부터 사람들의 구경거리로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과 갈등이 그를 외롭게 만들었죠. 그가 어떤 상태고 무엇을 느끼는지와는 무관하게 늘 동일한 얼굴로 무대 위에 올라야 했으므로, 어쩌면 그는 스스로가 마치 동물원 우리 속의 원숭이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릅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로비 윌리엄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요. 감독이 로비 윌리엄스에게 스스로 어떤 동물처럼 느껴지냐고 묻자, 그는 스스로가 공연하기 위해 무대에 끌려나온 원숭이 같다고 답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IV1QljKILs
<배러맨>에선 로비 윌리엄스를 그리 대단한 위인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저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던, 어디서든 눈에 띄는 끼를 지닌 능청꾸러기로 묘사했죠. 그렇기에 관객들은 그저 작은 소년에 불과했던 그가 스타의 길을 걸으며 느꼈던 거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에 더 공감하고 이입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시종일관 그를 연민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로비 윌리엄스의 반성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을 포함하며, 좀처럼 미화하거나 호소하지 않습니다. 화려한 영상과 대비되는 담백하고 진솔한 스토리. <배러맨>이 매력적인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뮤지컬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영화를 관람하며 <보헤미안 랩소디>가 떠올랐습니다. 로비 윌리엄스의 히트곡들로 펼쳐지는 뮤지컬의 장면들은, <위대한 쇼맨>을 통해 기대감을 가진 채로 <배러맨>을 관람할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켜 줍니다. “테이크 댓”의 무대 의상을 그대로 구현한 의상들이나 역동적인 장면들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긴 설명을 읽는 것보단 역시 직접 관람하는 것이 더 확실히 느껴지겠죠?
로비 윌리엄스의 삶을 다룬 작품은 <배러맨>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3년 넷플릭스에는 <로비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4부작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습니다. 그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작품으로, <배러맨>을 통해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해당 다큐멘터리를 영화 관람 전 미리, 혹은 관람 후에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서 볼 때 진가를 발휘하는, 울림이 있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90년대 영국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 로비 윌리엄스에 대해 아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영화, <배러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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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스완 (2011)
-이 글은 영화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블랙스완>은 이야기 자체의 매력보다도 이야기를 영상으로 다루는 방식이 강렬한 영화다. 영화 <블랙스완>은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내적 고통과 고뇌, 그리고 자아의 분열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방식이 압도적이다. 믿을 수없는 화자를 내세워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하는 한편, 16mm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후 디지털화하여 영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영상의 노이즈들과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는 웅장한 ‘백조의 호수’, 흑조와 백조를 오가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한데 섞인 이 영화는 예술가의 혼란스러운 심리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괴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듯 압도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영상으로 짜여진 이 영화는 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완전히 영화의 매력에 사로잡히는 느낌을 받는다. 즉, <블랙스완>은 예술가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단순히 그려내는 것을 넘어 곁에서 체험시키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즉, <블랙스완>은 예술가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단순히 그려내는 것을 넘어 곁에서 체험시키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강렬한 방식이 눈에 띄는 영화로, ‘완벽’이라는 허상의 것을 좇는 개인의 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다소 앞서가는 것이거나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통해서 완벽주의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너무도 강해서 이 영화의 지엽적인 메세지에 불과한 완벽의 추구와 그 허무에 관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화두를 뜯어 고치지는 않겠지만, 다소간 확장시키게 될 지도 모르겠다.
1. 보이지 않는 고통들을 드러내는 <블랙스완>.
영화 <블랙스완>이 다루는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내적 고통은 ‘나탈리 포트만’이 <블랙스완> 시사회 인터뷰에서 말한 것과 같이 발레 무용수들이 겪는 내적 고통과 유사하다. 아름다운 발레 무용수들의 무대 위 모습과는 달리, 토슈즈를 벗으면 드러나는 성하지 못한 그들의 발과 한번의 무대를 위한 압도적인 연습량으로 닳고 닳은 깡마른 그들의 몸은 그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보이지 않는 고통’들이다. 한편, 예술가들이 하나의 보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쥐어짜내는 고통 역시 보이지 않는 고통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고통을 모두 짊어진 ‘니나’를 통해서 두 개의 고통을 포개어 놓는 것으로 그 고통의 상징성을 강화한다. 이렇듯 발레와 예술가의 내적 갈등으로 상징되는 두 개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중첩시켜 영화속 ‘니나’가 겪는 고통은 배가된다.
발레와 예술가의 내적 갈등으로 상징되는 두 개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중첩시켜 영화속 ‘니나’가 겪는 고통은 배가된다.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에서 모티브를 받아 구상되었고, 감독의 누이가 발레 무용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예술가와 발레 무용수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고통’의 상징을 함께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우연치 않게 두 가지의 상징이 구성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우연이고 필연이고를 떠나서 상징을 중첩시켜 인물의 고통을 강화한 이 영화의 각본은 굉장히 현명했고, 특별하다.
1-2. 분신(Dvoinik)과 분열된 자아.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 Dvoinik>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으나, 그것과는 상당 부분 다르다. <분신>속 자아의 분열은 결과적으로 한 인간의 덧없는 파멸만을 그려내어 탐구가 다소 얕은 반면, 영화 <블랙스완> 속 분열된 자아는 완벽주의에 이르고자 하는 예술가의 심리적 고통과 함께 파멸과 성장의 이미지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영화 속 이야기의 주체의 역할을 맡은 ‘백조’는 그동안 니나가 추구해온 완벽하고 순수하며 순종적인 자아인 반면, 주체에서 떨어져 나온 분열된 자아이자 분신인 ‘흑조’는 저항적이고, 본능적이며, 불완전한 자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국 두 자아 모두가 니나의 자아라는 점이다.
영화는 발레무용수가 자신이 가진 것 이상(以上)의 연기를 소화해내기 위해 이제껏 가져왔던 자아를 버리고, 백조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자아를 꺼내어 자신의 이상(以上)에 이르고자 한다. 물론 그 이상(以上)의 상태란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理想)적인 상태는 아니기에, 이 발레 무용수는 완벽한 예술을 위하여 이전까지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이 태어나는 과정 속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이 태어나고자 하는 예술가의 욕망(흑조)과 이전까지 유지해온 자기 자신의 삶의 방식(백조)은 두 가지의 자아로 나타나며, 두 자아는 적대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다.
‘백조’는 니나가 추구해온 완벽하고 순수하며 순종적인 자아인 반면, 주체에서 떨어져 나온 분열된 자아이자 분신인 ‘흑조’는 저항적이고, 본능적이며, 불완전한 자아다.
영화 <블랙스완>은 서로에게 적대적인 두 자아의 대결을 다루며 이야기의 장력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또 한편으로 ‘니나’의 자아가 분열되어가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여러 차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시각적 긴장감을 더하여 ‘시각매체로서’ 영화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2. 완벽이라는 이름의 허상
지금 현재, 존재하는 존재들은 모두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그것들은 정해진 운명이 없기에, 이미 정해진 운명을 가진 과거의 존재와 미래의 존재보다 우위에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관한 이론으로 현존재를 해석하자면, 지금 나의 무수히 많은 선택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무수히 다른 나를 만들기 때문에, 현존재는 모든 존재 중 우위성을 차지할 수 있다. 반면, 시간에 얽매어있는 현존재의 성질 탓에 현존재는 모든 존재들 사이에서 우위에 있음에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 무수히 많은 가능함이라는 결과 자체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간대에 놓인 무수히 많은 선택지중 하나의 선택지를 택하면, 다른 모든 선택지가 닫혀버리기 때문에, 현존재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시간에 얽매어있는 존재의 성질 탓에 현존재는 모든 존재들 사이에서 우위에 있음에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을 뜻하는 단어 Perfect {per(모두) + fectio(하다)} 는 시간의 속성에 얽매인 존재들은 도저히 이를수 없는 허상의 단어이다. 때문에,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얼마간은 헛된 일일 수밖에 없으며 완벽을 말하는 것은 어느정도의 거짓이자 자기 기만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지나친 완벽의 추구는 허상의 것을 끊임없이 좇는 일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블랙스완>에서 ‘니나’가 보여주듯이, 완벽한 연기를 위해 겪는 고통과 자멸, 그리고 전락을 암시하는 결말은 허상의 것을 추구하는 행위의 덧없음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고통을 엿볼수 있다. 그렇다면, 완벽을 추구하는 일이란 결과적으로 한없이 허무할 뿐인가?
3. 완벽이라는 환상의 추구와 그 당위성없는 행위의 당위성.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현존재는 언제나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은 우리가 짊어진 숙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해소되지 않을 결핍을 끊임없이 채워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결코 완전해질 수 없는 존재가 완전해지고자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가는 것, 그 것이 결과론적으로 허상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과정마저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 수메르의 바빌로니아에서 길가메시가 영생을 찾아 여행을 떠나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동시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인정하는 가장 뛰어난 왕이자 “깊은 곳을 본”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는데, 그것은 그의 여정이 비록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 해도, 그 과정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말했듯이 완벽은 허상의 것이다. 그렇다면, 완벽의 추구. 절대로 구해지지 않을 것을 구하는 이 일은 어떤 당위성을 얻게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삶의 당위성을 그 목적지에서 찾는 그 전제가 애초에 들렸다는 점을 지적하고 시작하자. 삶의 목적지는 결국 죽음이다. 완벽한 끝. 삶의 문제를 벗어나, 모든 목적은 그저 ‘완벽한 끝’이므로 죽음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삶의 의미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오해되는 전제를 깔아놓고, 결말만을 두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모든 행위는 당연 무의미하고, 당위성을 잃는다. 그렇기에, 완벽의 추구 또는 이상의 추구,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이룰수 없는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그 당위성 없는 행위의 당위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각 개인의 몫이므로, 나는 다만 삶의 의미란 의미를 찾아가는 삶속에 있다고 말할 수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을 단순히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집착하는 것이다.
4. 추구하는 것과 집착하는 것은 다르다.
다시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블랙스완>의 니나는 완벽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자기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인물이지만, 그 과정속에서 “깊은 곳”에 닿지는 못하는 인물이다. 니나가 완벽한 흑조가 되어 마주하는 것들은 혼란과 고통, 전락, 그리고 결과에 대한 구체적이지 못한 자기만족―나는 완벽했어, 그 모호한 한마디―에 그친다. <블랙스완>의 니나는 결과적으로 완벽에 집착할 뿐인 광적인 예술가의 군상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보자면, 그녀는 흑조가 되기 이전부터 기술적으로 완벽한 무용수였고, 이미 ‘백조’의 순수함과 순종 결백 등에 집착하고 있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다 큰 그녀가 어머님의 말에 순종적으로 따르는 모습이나 지나치게 순수한 모습들은 그녀가 백조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흑조의 날개가 자라나는 환각을 보는 장면이나, 자신의 피부에서 흑조의 깃털이 돋아나는 환각을 보는 것은 백조의 이미지에 집착하여 다른 모든 자아와 의지를 억누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이미 백조에 대한 심한 집착과 몰입을 보여준 예술가 니나가 ‘흑조’ 역할을 맡으며 흑조에게 집착하고 결과적으로 그 자아에 또 다시 자신을 온전히 맡기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문제는 니나가 예술가로서 완벽성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무대는 완벽했다. 하지만, 백조의 추락과 백조의 죽음을 의미하는 마지막 엔딩씬은 광기어린 무용수의 집착이 결과적으로 그 자신의 파멸을 야기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읽힌다. 물론, 이전까지 니나를 가두었던 백조의 이미지가 죽어버리고 흑조로 새로이 태어나는 것이 니나가 ‘성장’한 것처럼 읽힐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게 감독의 의도이고, 옳은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존재의 공허함을 채우는 과정에서 이전까지의 미숙한 자신을 살해하는 것이 완전한 존재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존재의 결핍된 모습들마저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결핍된 자신을 채워가는 것이 존재의 의미를 채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니나가 백조를 자신 안에서 완전히 살해하고 흑조로 새로이 태어나는 것은 니나 자신을 가두는 백조의 틀을 깨버리는 일인 동시에 니나의 미덕이었던 백조의 모습들마저 버리는 것으로, 흑조로 성장하기보다는 흑조로 ‘변이’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니나가 매번 이렇게 변이만을 반복한다면, 그녀는 끊임없이 이전의 자신을 살해하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견뎌내야만 할 것이고, 이 편집증적 고통은 성장통의 고통과는 다르다. 그 고통은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동반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스완>은 한 예술가가 성장해가는 서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블랙스완>의 니나가 보여주는 것은 예술가의 광적이고 고통스러운 집착일 뿐이다. 다만 <블랙스완>이 다루는 이야기의 방향성과는 상관없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졌으니, 이 영화의 이야기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과는 상관없이 작품의 완성도는 아주 높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데미안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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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후보>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찍기까지
어제는 4월 1일! 만우절이었죠.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장난'으로 많은 이슈가 생기는 이날에도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요! 평소에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일까요? 순식간에 '진실의 주둥이'가 되어버린 3선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정직한 후보>는 선거를 앞둔 지금 보기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말은 진실보다는 거짓이라는 말이 있죠. 이 명언을 철저히 지켜오던 '주상숙' 후보는 한순간에 지나치게 정직한 입을 갖게 되었는데요. 영화 <정직한 후보>는 리얼 가득한 대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실제 국회의원들을 인터뷰하고, 찐 '선거 캠프'를 만들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정치계 전문가들에게까지 끊임없이 자문을 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들여 탄생시킨 캐릭터를 뒷받침하기 위해 로케이션 또한 현실과 최대한 맞닿아있을 수 있게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경기콘텐츠진흥원,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 각 도시들이 지역 사회 홍보와 '콘텐츠 산업'의 부흥을 위해 콘텐츠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고, 2019년에 개봉한 <정직한 후보> 역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제 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기호 1번 주상숙 후보는 과연 어떤 장소들에서 어떤 선거 유세를 펼쳤는지 선거 유세 차량을 '씨네리포트'가 추적해보았습니다!
TJB 대전방송
선거 전 언제나 그렇듯 TV 토론이 열리고, 후보들은 주상숙 의원의 '자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합니다. '옥희재단'에 의문을 품고 있는 건 후보들뿐만이 아닙니다. 토론이 열리는 방송국엔 주 후보를 끝~까지 쫓아 비리를 파헤칠 기자님도 존재하죠. 토론부터 주 후보가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촬영된 이곳은 바로 TJB 대전방송으로, 대전의 지원 사업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배재대학교
"어려운 사람을 살피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말씀을 남긴 '김옥희' 여사께서 설립한 옥희과학대학으로 변신한 이곳은 대전에 위치한 '배재대학교' 입니다. '옥희재단'은 주상숙 의원 비리의 핵심이었던 만큼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곳인데요. 늘 그렇듯 훈훈한 결말을 위해, 비리 가득했던 이곳도 결국 '정직하게 운영'되는 곳으로 끝맺음 짓게 됩니다.
국립경찰병원
말이 맘처럼 안 나온다니 굉장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직'한 후보여서는 안 되는 상숙은 궁여지책으로 병원으로 향하지만, 병원에서 진실의 주둥이는 더욱 활기를 찾습니다. 양방으로 안 된다면 한방으로 가야죠! 문젯거리인 주둥이에 침까지 맞아보지만 소용없습니다. 이렇게나 정직하신 후보님께서 방문하신 병원은 바로 국립경찰병원인데요. 치안이 훌륭한 곳이라고 하니, 아주 잘 다녀오신 것 같습니다.
서울책보고
지나치게 '정직'하게 된 후보님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곳은 바로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책보고'입니다. 다가오는 유권자를 보고 식겁하기도 하고, 사인을 요청하는 시민에겐 얼떨결에 '대필' 사실을 밝혀버리기도 하는데요. 서울시가 헌책방들을 모아 오래된 책의 가치를 담아 새로 만든 헌책방인 이곳 뒤편에서 후보님께서는 보좌관에게 '중고차'를 사주겠다고 고백하기도 하죠. 특색 있는 구조로 큰 인기를 끌었던 문화공간으로 문화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국회도서관
선거 10일 전, 과거의 킹메이커를 고문으로 부르자는 '보좌관'의 말을 믿고, 그를 모시러 갑니다. 온갖 정책과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일까요? 그분은 다름 아닌 "국회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전두지휘하며 주 후보 '왕'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순식간에 '갓상숙'이 된 주 후보!는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우절'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 '진실의 주둥이 사단'이 돌아온다고 하는데요! 후속작 <정직한 후보2>는 장유정 감독과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배우가 다시 만난 작품으로, 진실의 주둥이 '주상숙'이 정계 복귀를 꿈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진실의 주둥이를 기다리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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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미친 작전
<언젠틀 오퍼레이션>,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미친 작전
언젠틀 오퍼레이션(ungentle operation). 한국어로 “거친 작전”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친 작전’은 언제, 누가, 왜 수행했던 걸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치 독일은 유럽 전역을 차례대로 집어삼키고 있었고, 영국도 매일 밤마다 나치의 공습에 흔들리는 등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한 가지 묘안을 낸다. 히틀러의 세력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독일의 허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당시 나치 독일은 U보트라 불리는 강력한 잠수함을 이용해 대서양을 장악하고 있어, 영국은 군수 물자 수송은 물론 미국의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칠은 나치의 비밀병기 U보트를 무력화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명령을 수행하기에 최적인 인물을 찾는다. 바로 영국군 안에서 ‘미친개’로 불리던 거스 마치 필립 소령이다.
거스 마치 필립은 자신만의 팀을 꾸리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살인 병기로 불리는 라센부터 나치에게 붙잡혀있던 애플야드 대위까지, 총 5명이 된 거스의 팀은 U보트에 물자를 공급하는 ‘공작부인’ 호를 폭파하고자 한다. 그들은 ‘공작부인’이 정박되어 있는 나치의 점령지인 코트디부아르(서아프리카)로 향하고,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가수 겸 배우인 스튜어트와 섬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던 헤론은 비밀 수사관으로 거스의 팀을 돕는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공작부인’이 예상보다 더 빨리 항구를 떠난다는 것! 거스의 팀은 과연 작전을 완수할 수 있을까?
승리보다 성공을 목표로 한 이들
전쟁은 궁극적으로 승리를 향해 달려간다. 전쟁 영화가 주는 긴장감은 승리를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긴장감 대신 통쾌함을 안겨준다. 아군도 적군도 모르는 작전을 수행하기에 발각은 곧 죽음을 뜻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 미션의 성공을 향해 달린다.
눈을 즐겁게 하는 액션과 각양각색 매력적인 캐릭터, 가끔 웃음 짓게 하는 유머까지. 유쾌 상쾌 통쾌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언젠틀 오퍼레이션’과 함께 ‘거친 작전’에 뛰어들 차례다. 2025년 3월 19일 개봉.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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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했지만 발전하지는 않은 마동석 유니버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 광역수사대로 소속을 옮긴 ‘마석도’(마동석). 어느 날, 그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사망 사건을 조사하다가 신종 마약 범죄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다. 이에 그는 강남 클럽과 술집을 중심으로 마약 수사를 벌이기 시작하고, 일본 야쿠자가 마약을 유통한 증거를 확보한다.
한편, 마약 공급 책임자인 '주성철'(이준혁)은 야쿠자로부터 받은 마약을 빼돌려 사업을 키우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이에 야쿠자는 킬러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보내 주성철을 제거하려 한다. 때마침 야쿠자와 협력한 한국인 공범을 쫓는 마석도의 수사망도 주성철을 향해 좁혀 오면서 마약 사건 규모는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변화를 천명하다
2017년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범죄도시> 시리즈. 영화 2편으로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예상치 못한 흥행이라서 더 빛났다. 1편은 역대 한국 청불 영화 흥행 3위라는 기록을 썼다. 2편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팬데믹 기간 최고 흥행작 자리도 차지했다.
한계도 있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단순했다. 마석도 대 범죄자. 악랄한 범죄자를 마석도가 시원하게 때려잡는 내용이었다. 1편도, 2편도 다르지 않았다. 한계는 캐릭터로 극복했다. 배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온 마석도, 감초 같은 활약을 보여준 장이수, 서로 다른 결의 잔인함을 보여준 빌런 장첸과 강해상까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범죄도시3>는 변화를 추구했다. 시리즈의 새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마석도 못지않은 인기 캐릭터인 장이수를 과감히 배제했다. 마석도의 팀원도, 액션 스타일도 달라졌다. 빌런이 둘 등장해서 대립 구도가 복잡해졌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영화는 더 통쾌하고, 더 웃기다. 하지만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순간 머뭇거린다. 시리즈의 관성에 기대면서 자기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통쾌한 주먹과 유쾌한 웃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액션이다. 전편에서 마석도는 주먹 한 방을 앞세워 범죄자를 제압했다. 이번에는 복싱 액션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거리에서 행패 부리는 불량배를 만난 마석도. 그는 날렵한 몸놀림, 간결한 펀치, 연속적인 공격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던 괴한을 힘으로 제압한 전편과는 사뭇 다르다. <이터널스>에서도 볼 수 있었던, '마동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잘 드러난다.
기존 장점은 유지하면서 액션은 더 통쾌해졌다. <범죄도시> 표 액션은 리액션이 특징이다. 마석도가 주먹을 휘두른 뒤의 상황을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깡패는 주먹에 맞아 날아간다. 그들 덕분에 주변에 있던 벽이나 가구 같은 구조물도 같이 깨진다. 슈퍼맨 때문에 무너지는 건물과 폭발하는 주유소를 강조한 <맨 오브 스틸>을 보는 듯하다.
코미디 분량도 늘었다. 2편도 1편보다 코미디에 힘을 준 인상이 강했는데, 3편에서는 강도도 세지고 빈도도 늘었다. 특히 시리즈를 모두 본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5 대 5 중에 누가 5야?"와 같이 전편에서 화제가 된 대사를 변형하거나 일반적인 예상이 아닌 허를 찌르는 상황 전개를 보여주는 식이다. MCU라는 같은 줄임말을 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가 보여주는 유머와 결이 유사하다.
현실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
현실을 품은 서사도 인상적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사회적 열망을 반영한 일종의 집단 판타지라고 볼 수 있다. 근래 한국 사회에서는 엄벌주의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형량 강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처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환상 하나가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강력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정의를 실현해 주기를 바라는 열망이다. 마석도의 속 시원한 주먹을 향해 환호와 탄성이 쏟아지는 이유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절묘한 타이밍에 적절한 환상을 보여줬다. 각 시점마다 대중적으로 주목받은 범죄를 소재로 삼았다. 1편은 조선족 범죄를 다뤘고, 2편은 연쇄살인범이 빌런이었다. <범죄도시3>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목을 끌었던 마약 범죄를 다룬다. 그 덕분에 마석도의 활약은 또 한 번 쾌감을 선사한다. 주먹이 변호사라고 하거나 조금 더 맞아야겠다는 대사도 시리즈의 정체성과 매력을 보여준다.
새로운 빌런 활용법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더 짜릿하다. 만약 <범죄도시3>가 마석도 대 범죄자 구도를 답습했다면 자칫 역풍을 만날 수도 있었다. 피로도가 쌓일수록 자기 복제라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테니. 하지만 이번에는 함정을 잘 피해 갔다. 악역 한 명의 역할을 주성철과 리키로 나눴다. 지략이 돋보이는 부패 경찰과 일본도 달인 야쿠자가 서로 견제하는 신선한 구도를 만들었다. 관계는 복잡해지고 서사는 풍부해졌다. 더 많은 적을 상대하는 마석도의 분투도 자연히 돋보인다.
결정적인 순간 망설인다
아쉽게도 <범죄도시3>는 변했지만, 발전하지는 않았다. 변화를 진보로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눈에 띄는 문제는 빌런이다. 악역을 둘로 나눠서 색다른 구도를 만든 시도는 좋았다. 활약도 없지는 않다. 리키는 무자비하게 상대방 숨통을 끊는 위압감을 발산한다. 주성철은 마석도와 리키를 모두 속이고 목적을 이룰 뻔한 지략을 자랑한다. 그러나 둘 모두 강한 임팩트는 없다. 장첸이나 강해상하면 생각나는 명대사도 없다.
눈에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설정이 정작 서사에 제대로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성철은 부패 경찰이다. 경찰 직위를 악용해서 자기 범죄를 감추고 사업을 넓힌다. 부패 경찰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악역은 시리즈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내부의 적은 사법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마석도의 영웅성도 한 차원 더 파고들 기회였다.
즉, 마석도와 주성철의 대립은 관객인 신뢰하는 판타지 속 경찰과 불신하는 현실 속 경찰의 대결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판타지와 현실의 대결인 셈이다. 따라서 이 설정을 잘만 활용한다면 영화의 결말에는 더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깃들 수 있었다. 실제로 작중 주성철의 존재감이 가장 큰 장면은 그가 사람을 죽이거나 음흉한 미소를 지을 때가 아니다. 정체를 숨긴 채 경찰 대 경찰로 마석도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영화는 부패 경찰이라는 설정을 그 장면에서만 활용한다. 다시 꺼내지 않는다. 주성철이 '경찰'로서 마석도를 위기에 빠뜨리거나 수사를 방해하는 대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그저 평범한 범죄자이자 마석도에게 붙잡힐 어린양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간 빌런처럼 등장한 리키가 마석도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다.
변화와 발전은 다르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범죄도시3>는 도전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시리즈의 관성에 의지한다. 물론 장수 시리즈라면 일종의 공식을 갖기 마련이다. 8편까지 나온 <해리포터> 시리즈도 프리벳가 4번지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는 해리가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고, 호그와트에서 사건의 흑막을 밝히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래도 잘 나가는 장수 시리즈는 각 단계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장면만큼은 바꾸려고 노력한다. 해리가 아니라 볼드모트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하기도 하고(불의 잔), 호그와트로 가기 전에 그리몰드 광장 12번지나 마법 정부 같은 새 장소를 등장시키거나(불사조 기사단), 프리벳가 4번지가 등장하지 않기도 한다(혼혈왕자).
<범죄도시3>에서는 이런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영화는 악역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제목이 나온 다음에는 길거리에서 벌어진 범죄를 간단히 정리하는 마석도를 보여준다. 농담을 주고받는 마석도와 팀원들이 그 직후에 나오고, 본격적인 사건이 등장한다. 전편의 전반부와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똑같다. 등장인물과 대사만 조금 다를 뿐이다.
마무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건이 끝나고 혼자 걸어가는 마석도의 뒷모습을 비춘 후, 회식으로 끝낸다. 시리즈 관성에 그대로 기댄다. 좋은 설정을 손에 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장이수의 복귀를 암시하는 쿠키 영상은 반가운 만큼 걱정된다. 혹시나 익숙한 길로 회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깃들기 때문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미 한국 영화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한국 영화계가 양극화됐다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이처럼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닌 프랜차이즈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말 사전 개봉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위협할 정도니까. 이 시리즈의 흥행은 한국 영화 부흥과 큰 관련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확실한 매력으로 무장한 <범죄도시> 시리즈가 앞으로는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란다. 단순히 변하는 게 아니라, 진일보하고 발전하길 바란다. 이미 8편까지 기획된, 이 유쾌하고 통쾌한 시리즈를 오래도록 만나고 싶으니.
Acceptable 무난함
일보 전진과 일보 후퇴. 시원한 주먹만큼 과감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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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상상했던 세대가 만드는 만들어내는 세대가 되었다.
#영상
#퇴마록 / 애니메이션 / 대한민국 / 85분
-감독: 김동철
-출연: 최한, 남도형, 정유정, 김연우, 홍승효 등
그 옛날 천리안/하이텔 시절에 세상에 나왔던 퇴마록.
나는 책으로 된 것을 2000년대 초반에 접하게 되었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 착실히 꽂혀있던 퇴마록을 국내편을 지나 세계편을 읽고 계속된 그들의 모험을 읽으면서 '영화 퇴마록'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나 착실했는지 1998년에 나온 영화가 있었음에도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말에 빌려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러고는 책 이상으로 영상이 뽑힐리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시도도 하지 않았드랬다.
퇴마록을 다 읽고 나서는 이우혁 작가님의 치우천왕기도 읽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이 작가님의 정신세계를 탐방해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를 해야 이렇게까지 쓸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존경심이 한꺼번에 몰려오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 퇴마록이 리뉴얼되어서 나올 즈음 구버전 퇴마록이 소장하고 싶어서 온갖 중고 사이트에서 책을 사고 빠진 것은 개별 구매까지 해서 전권을 모았을 때의 뿌듯함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치우천왕기도 함께.
이렇게 어릴 때 책으로 퇴마록을 팠던 세대가 이제는 소비하는 세대, 그리고 만드는 세대가 되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김동철 감독님, 같이 학교를 다닌 나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읽은 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 싶기도 했다.
그러니 애니메이션으로 퇴마록이 나온다는 소식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설레였다. 최근에 우리나라 웹툰을 일본에서 영상화하는 경우들이 많았기에 살짝 그런 기대도 했다. 개인적으로 3D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개봉일에 맞춰서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일행과 단 둘이 본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퇴마록에 대해서 조잘조잘 말하면서 볼 수 있다니!
썸네일들을 가지고 오는 것이 좋았을까 싶었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3D라고 했을 때 일본 애니메이션인 <암굴왕>과 느낌이나 기법이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그래서 최대한 예고편도 안 보려고 노력했다. 뭔가 오버워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난 것은 나 뿐일까 ㅎㅎ 그래도 저예산이라니 예상 밖이었다. (찾아보니 아케인보다 먼저 준비되었는데 아케인과 비슷하다고 오해를 받고 있다고 한다ㅎㅎ)
영상은 각자 기대치가 다르니까 뒤로 하고 생각보다 우락부락한 신부님과 너무 미소년인 준후, 분량이 실종에 가까운 승희가 팬들의 조금의 안타까움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신부님의 과거 회상 장면은 대체 왜! 게임의 과거 회장 장면처럼, 혹은 AI가 만든 것처럼 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꼭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혹시나 퇴마록이 장편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로 만들어진다면 이 영화는 극장판 프롤로그가 될 것이다. 꼭 봐야한단 소리.
투자자가 잔뜩 붙어서 꼭 시리즈물로 만들어졌음 좋겠다. <신의 탑>도 계속 나오고 있으니, <퇴마록>도 계속 나온다면 어른이가 된 꼬맹이들이 얼마나 덕질을 할지 안 봐도 비디오다. 2026년에 퇴마록으로 예능을 만든다는데 어떻게 만드는 건지 감이 안 잡힌다. '대탈출'이나 '크라임씬' 같은 장르이려나 싶긴 하다. 최애가 소비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
퇴마록이 OTT에 서비스 된다면... 일본 더빙은 어떻게 될지 조금은 궁금하다.
*고속버스 티켓과 시내버스 탑승은 다들 마음에 걸려하고 있는 포인트였나보다.
*아, 맞다. 요즘 아이들은 비디오를 몰라서 안봐도 비디오라는 말을 모른다고 했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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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매드랜드 후기 / 제92회 아카데미 3관왕 /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 미국 중서부의 자연경관 / home이 아닌 house가 없는 노매드의 삶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노매드랜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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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사카 나오미: 정상에 서서> 공식 예고편
테니스 챔피언이자 떠오르는 리더, 오사카 나오미.
다양한 문화유산을 타고난 그녀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스포츠 스타의 외면과 내면을 밀착해서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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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니얼굴> 메인 예고편
어느 뜨거운 여름,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은혜씨가 양평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난다 “예쁘게 그려주세요” “원래 예쁜데요 뭘~” 예쁜 얼굴도 안예쁘게 그려주는 은혜씨 앞에 4천 명의 사람들이 환하게 웃음 짓는다 -감독: 서동일 -출연: 정은혜, 장차현실 -개봉: 2022년 6월 23일 -제공/제작: 두물머리 픽쳐스 -공동제공/배급: ㈜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