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6-05 13:51:29
영원히 미완성인 퍼즐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 리뷰
이 글은 디즈니 플러스 [나인 퍼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번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오는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는 바람에 이젠 선입견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은 바로 "애매하다'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긴 했다.
하지만 85퍼센트는 족히 넘는 확률로 이런 감정을 느끼다 보니 해당 OTT에 대한 기대감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고 작품을 본다면 오히려 더 많은 작품과 접할 가능성도 크고, 그중에서 나의 이런 오만함을 비웃어줄 작품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있긴 하기에. 그런 미련에 가까운 마음이 내가 계속 디즈니가 제공하는 시리즈에서 관심을 거둘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입장에 서 있는 나에게 [나인 퍼즐]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내 마음속 이 짙은 구름을 선입견이라는 견고한 비석으로 바꿔버리는 작업에.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윤이나(김다미)라는 인물의 설정이었다. 두드러지는 "영 앤 리치"콘셉트는 아마도 최종회까지 보고 나서야 왜 그녀의 재산에 대해 과장되었다라고 느낄 정도로 말해야 했는지에 대해 "느끼게"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좋게 봐준다면 그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견은 없다.(아님)
그러나 그녀가 인물로서 가지는 매력에 대해 말하자면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에 가까울 지경이다. 제로에 가깝다는 말이다. 프로파일러로서의 실력을 믿고 건방진 것인지 생각이 없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이 한 톤으로 다 해결되는 대사. 다 큰 성인이 자신의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것처럼 팔랑거리는 듯한 이나의 몸짓. 감을, 혹은 감길 생각이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깜빡이는 눈. 거기다 끼얹은 죽은 삼촌의 막대한 유산을 받아 번쩍번쩍하기만 한 그녀의 모든 물건들.
불완전한 그녀의 상태를 그렸다고 하기엔 그녀의 자아는 너무도 견고하고. 그러면서도 그녀의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정돈되어 있다. 그러니 이나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기이함일 수밖에.

사실 더 큰 문제는 실패한 외적인 설명을 제외하고서라도 반드시 이끌고 가야만 했던 소프트웨어적인 설정들에서도 대패(=선거비 한 푼도 못 건진 이준석처럼)했다는 것이다.
소시오패스나 ADHD를 기반으로 한, 트라우마를 가진 천재 캐릭터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출중하다기보다 직감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사건의 배경에 대한 조사가 이미 다 되어 있는데 카레남(A.K.A김한샘, 손석구)은 이미 되어 있는 일을 다시 파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고. 이나의 추리 속도가 한샘과 비교했을 때 정말 "찰나의 순간"만큼만 빠르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화만 서로 잘 받았다면 아마도 이미 잡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다면 재기 발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캐릭터로서는 성공했느냐. 한다면 이마저도 실패에 가깝다. 이나는 10년 전의 그 사고 때도 이런 모습을 버리지 않았다. 이 태도가 내겐 비호감일지언정 그녀가 극을 관통하며 반드시 지켜야 할 아이덴티티 같다고 느꼈지만. 그녀의 이런 모습마저도 마지막화에선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세상엔 둘도 없이 대를 이은 죄인이 되어버린다.
진실은 뼈아플 수 있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잔인할 수는 있지만. 그녀가 말하고 보여주는 모습은 설득당하기엔 조금은 성급했고, 밀고 나가기엔 거부감이 컸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형식에 대해 말한다면. 이마저도 아쉽지만 내 취향에는 조금 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분명 눈치챌 수 있는 떡밥은 많았고, 연결했을 경우 꽤 맞아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범인은 그 필드 밖에 있었기에 트릭이나 알리바이를 설명할 의무 따위는 홀라당 없어진다. 시리즈의 말미에 가서야 마치 고자질처럼. 얘가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방식의 추리물은 내 취향이 아니기에. 견고하게 만들어진 트릭들에서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반전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알겠으나. 이 "사실"이 오히려 범인이 저지른 그 어마어마한 연쇄살인에 있어서의 의문을 갖게 한다. 이는 아마도 "누가"에 집중하기보다 "왜"와 퍼즐조각에만 집중하게 했던 것이 마지막에 가서야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나마 머리에 남는 것이라곤 고해성사에 가깝다 할 수도 있을 살인자의 마지막 비명소리뿐. 분명 퍼즐은 다 완성되었건만 내가 들고 있는 퍼즐은 어딘가 마치 불에 타 버린 듯 뻥 뚫려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글의 TMI]
1. 이번 주말에 나는 들기름 막국수를 먹을 것이야.
2. [브링 허 백] 조조로 예매했는데 극장에 나 혼자인 거 같은데 어쩌지....
#나인퍼 #윤종빈 #김다미 #손석구 #김성규 #한국작품 #미스터리 #디즈니플러스 #OTT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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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욕심 있었던 봉준호 출연작 모음
얼마 전, 뉴욕타임즈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름을 올렸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인데요…! 👏그 소식을 듣고 문득 떠올랐습니다.
감독이 아닌 ‘배우 봉준호’의 얼굴.
작품 속 인물로 깜짝 등장하던 그의 카메오 모먼트들…사실 알고 보면 연기에 대한 은근한 욕심(?)도 있었던 봉 감독. 그의 짧지만 인상 깊은 출연 순간들을 한데 모아봤습니다.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연기는 배우 고유의 영역이라,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고 말하며,직접적인 지시보단 질문을 통해 배우 스스로 감정을 찾도록 유도한다고 밝혔는데요.
어쩌면, 그가 직접 연기에 나섰던 순간들은
연기를 ‘통제’하기보단 ‘이해’하려는 노력,
영화를 더 잘 만들기 위한 공부의 일환이었나 봅니다.심지어 잠깐이지만 연기도 자연스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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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으로 살아나는 부녀의 시간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배리 젠킨스 감독이 제작에 나서고 샬롯 웰스 감독이 본인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으로, 2022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 56개 부문 수상, 154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애프터썬입니다. 성인이 된 주인공 소피가 낡은 캠코더에 담긴 20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한 빛바랜 튀르키예 여행 영상들을 보며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부녀간의 추억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억을 곱씹어 그리워하는 통속적인 구조를 그리기보다 그때 여행에서 자신이 못 보았던 모습을 돌이켜보며 묘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여기서 비롯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함이 깃든 미묘함은 극 후반부까지 이어지며 관객에게 평범하지만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주죠. 그렇기에 지루할지도, 특별할지도 모르는 추억 여행은 아마 보는 분들마다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우리 여기 놀러 온 거 맞지?”
어느 날, 소피는 꿈속에서 아빠를 만나고 다음날 아침에 자신이 11살 때 아빠와 함께 떠난 튀르키예 여행지에서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꺼냅니다. 부모님의 이혼 후 떠난 부녀의 여행, 버스를 타고 어느 휴양지 리조트로 향해 일주일간 함께한 여정. 밥을 먹고, 수영도 하며, 포켓볼을 치거나 오토바이 게임도 했던 여름날의 행복해했던 추억을 천천히 돌이켜봅니다.
예고편│Trailer
원제: Aftersun│감독·각본: 샬롯 웰스
출연진: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실리아 롤슨-홀 외 多
장르: 드라마│상영 시간: 101분
국가: 영국, 미국│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왓챠피디아 예상 3.4, 로튼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82%, IMDB 7.8, 메타 스코어 95점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상영 일정: 개봉일 2023년 2월 1일
수상 내역: 48회 LA 비평가 협회상(편집상), 87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신인작품상), 57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감독상), 48회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그랑프리, 국제 비평가 상), 39회 뮌헨 국제영화제(시네비전상) 등 유수 영화제 56개 부문 수상, 154개 부문 후보
“가장 사적이고 평범한 이야기의 특별함”
성인이 된 한 여성이 20여 년 전 아빠와 함께 떠났던 여행의 추억을 꺼내보는 내용은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어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합니다. 시간이 지나 사회의 경험을 쌓은 지금에 다시 떠올려보려 보니 각별한 의미를 가진 추억이 되었다는 전개는 그때 미처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그림자를 알아간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 봤을 삶의 이야기지요. 그렇게 일주일 간의 튀르키예의 한 리조트에서 지내며 보낸 아주 사사로울 수 있는 순간이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확장됩니다. 소피의 기억과 상상한 장면들은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른, 아버지의 뒷모습을 본 어린 소녀는 훨씬 더 성숙했었기에 그때 느낀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행복을 그리워하거나 지금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클럽 조명 사이로 어른이 된 딸과 과거 아버지 모습이 몇 번 교차할 뿐 오롯이 어린 11살의 모습만이 스크린에 전달되죠. 정신없이 살아온 시간에 잠시쯤 쉬어갈 수 있는 존재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혼재된 시간의 기억에서 잠시나마 자신에게 빛이 되어준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임을 상징하는 것인 굉장히 모호한 부분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상상 속 시끄러운 클럽을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찾아오는 여백은 그저 진실한 마음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이해하려 했던 부녀의 이야기, 그렇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임을 확인시켜줍니다.
영화 애프터썬은 가타부타 할 자초지종은 생략하고 오로지 어린 시절 여름날의 애틋하고 따뜻한 기억을 담는데 집중합니다. ‘노멀 피플’로 멋진 모습을 선보인 폴 메스칼은 캘럼 역으로,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프랭키 코리오는 소피 역으로 그러한 부녀의 온기를 세세한 표현으로 전합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받았던 사랑의 소중함을 헤아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빛바랜 영상을 보며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그녀의 추억처럼 뒤늦은 깨달음을 함께하는 묘한 분위기를 말입니다. 감춰진 불안감이 무엇인지 느끼고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며 더 깊어지는 애틋함일지도 모르는 그러한 평범한 기분, 감독이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잔잔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안하기도 한 그때의 감정, 그러나 일반적으로 관객에게 어디까지 전해질지는 의문이 드네요. :)
한 줄 평 : 빛바랜 영상, 되살아나는 기억, 스며드는 애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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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썬더볼츠*>가 개봉 2주 차에도 1위의 왕좌를 지켰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3,3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누적 수익 1억 2,840만 달러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누적 관객 수 80만 명으로 3위를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네스: 죄인들>은
개봉 4주 차 주말에도 2,1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여전히 강한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는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IMAX 70mm 재상영이 확정되며, 추가적인 흥행 상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누적 관객 수 3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앞둔 <야당>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4주째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야당>이 과연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누적 관객 수 약 301만 명)의 성적을 넘어서,
과연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최대 관객 수를 기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 큰 사랑을 받은 <A MINECRAFT MOVIE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누적 관객 수 123만 명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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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애나의 ‘외로움’을 가득 담은 영화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사람이 살면서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외로움은 찾아오고 긍정적인 일들이 주변에 많이 일어나도 어느 순간이 되면 갑자기 찾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인지 모른다. 사랑을 주고 또 받을 사람을 찾고, 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결혼이라는 문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그 외로움이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랑에도 익숙해질 즈음에 그 외로움은 또 찾아온다.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과 만나며 그것을 해결하기도 하고, 그저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데 더 집중하면서 그 외로움일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외로움이라는 것은 그렇게 평생 우리 곁에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같은 화면을 통해 접하는 연예인들도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낀다. 화면 속 화려함과 팬들의 동경은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주지만 개인의 삶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연예계에서 멀리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화려한 인기 속에 살고 있더라도 외로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친구가 많아도 외로움은 찾아오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달래가야만 한다. 어쩌면 그건 인간으로 태어나 평생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외로움을 담은 영화
영화 <스펜서>에는 외로움과 고독한 감정이 가득 담겨있는 영화다. 유명을 달리한 다이애나 황태자비(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감정을 담는 영화는 그가 이혼하기 전 왕실에 있던 1990년대 초반 즈음의 크리스마스 3일을 다룬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했다기보다는 다이애나라는 인물의 감정을 압축해서 영상으로 옮겼다는 설명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처음 별장에 가족들과 일하는 직원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초반에 다이애나는 혼자 오픈 카를 운전하여 별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보조해주는 운전사도 없이 혼자 운전을 하는데 길을 잃고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못하지만 계속 왕실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무척 애쓴다.
다이애나가 도착한 왕실의 별장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생가 근처에 있다. 영화 속 다이애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의 생가에 가려고 하거나 과거 아버지가 농사지었던 땅의 허수아비를 찾아간다. 영화 속 '현재'에 다이애나는 고립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이 있던 ‘과거’의 장소로 회귀하려는 시도를 계속 반복한다. 얼굴엔 외로움이 가득하고 쓸쓸함이 느껴진다. 왕실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은 그는 곧 그 음식을 다 비워낸다. 마치 왕실의 모든 것에 거부감을 느끼듯 속에 들어온 많은 것을 뱉어내려 애쓴다. 그의 주변에 그를 돕기 위해 파견된 도우미들이나 파티를 주관하여 총괄 관리하는 그레고리 소령(티모시 스폴)은 계속 그를 파티와 행사에 밀어 넣지만, 다이애나는 그걸 계속 밀어낸다. 그래서 가족 모임으로 다이애나를 끌어들이려는 그들이 영화 속에서 악당처럼 느껴지는 건 영화가 다이애나의 감정을 무척 잘 표현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이애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의 행위는 모두 적대감이 느껴진다.
다이애나가 마음을 열고 있는 왕실 사람은 두 아들과 의상 담당자 매기(셀리 호킨스)뿐이다. 두 아들은 그가 낳은 친족이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매기는 일하는 직원일 뿐이다. 그럼에도 매기는 다이애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답답하고 꽉 막힌 왕실 가족의 분위기에서 유일하게 다이애나가 편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 보면, 매기라는 인물은 다이애나를 사랑했던 소수의 주변 인물과 일반 대중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매기의 말처럼 다이애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 사실은 실제로 그가 불운한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 추모의 분위기로 알 수 있다.
다이애나의 자유에 대한 의지
다이애나가 자신의 생가에 어렵게 방문하여 보게 되는 과거의 환영들에서 그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삶의 의지를 확인한다. 그 환영을 본 후 다시 별장에 돌아와 매기와 만나며 시간을 보내고 두 아들을 시외로 데리고 나가는 장면에서 다이애나의 모습은 숨 막히는 왕실의 압박과 분위기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스펜서’라는 결혼 전 자신의 성으로 주문하고, 길거리에서 먹는 모습 두 아들과 다이애나의 뒷모습에는 영화 속 어떤 모습보다 자유롭게 보인다.
영화 <스펜서>에는 다이애나의 고독과 외로움이 가득 담겨있다. 무엇보다 다이애나 역을 맡은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외모부터 실제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비슷해 보인다. 거기에 목소리 톤까지 그에 맞추면서 더욱 실제 다이애나가 눈앞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리고 과거 다이애나가 겪었을 감정적 외로움과 고독이 배우의 얼굴로 세세하게 표현한다. 거대한 왠지 위압적인 별장의 모습과 그에 비해 너무나 작아 보이는 다이애나의 모습이 잘 대비된다. 또한 연신 음식을 토해내는 모습은 그가 가진 왕실에 대한 거부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스펜서>는 실제 사건을 요약하여 제시하는 영화라기보단 그 당시의 인물이 가졌던 감정을 함축적으로 제시하는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영화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한다. <스티브 잡스>는 실제 사건을 다룬다기보다 무대 뒤에서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가졌던 사람들과의 관계의 문제점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된 영화다. 그러니까 주인공의 감정이나 있었던 일에 대한 반응을 이야기에 함축하고 배우의 표정으로 표현해낸다는 측면에서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영화를 연출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과거에도 퍼스트레이디인 재클린 케네디의 이야기를 다룬 <재키>나 칠레의 민중 영웅 파블로 네루다의 이야기를 다룬 <네루다>를 연출한 경험에 있다. 이번 <스펜서>에서도 실존인물인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가졌던 감정을 두 시간의 영상으로 함축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다이애나는 영화가 담긴 시기 이후 이혼을 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어쩌면 이혼 후의 시간에서는 영화를 가득 채웠던 외로움과 고독감을 조금은 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늘 억압되고 고독했던 다이애나를 이제 대중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 다이애나의 외로움에 담긴 영화 <스펜서>는 정적인 스타일의 영화지만 다이애나의 표정을 통해 보는 사람의 감정을 크게 움직이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스펜서>
https://www.youtube.com/watch?v=O2fcOhr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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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인 스타일리쉬, 보는 이도 극단적으로 미쳐버려
왕가위 감독은 독창적인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이다. 그의 영화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분위기가 좋다", "느낌있다" 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을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연출과 영상미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실이다. 흔히 왕가위 감독의 리즈시절이라 불리던 80~90년대에는 그의 스타일을 모방한 광고나 영화가 한국에서 여럿 나왔을 정도니. 다만 그의 단점으로 뽑히는 것은 이러한 연출과 영상미를 따라오지 못하는 각본이다. 실제로 촬영감독이 바뀐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때 부터는 각본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번에 이야기 할 영화 "2046"은 그런 왕가위의 장점인 연출과 영상미, 단점인 각본이 극단적으로 나온 영화라고 생각한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독창적인 카메라 무빙은 이 영화에서 더 강렬해졌으며, 난해한 스토리 라인은 작중 현실과 소설의 이야기와 상상이 교차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 영화에 극단적으로 반감을 표할 것이고, 동시에 누군가는 극단적으로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 영상미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우면 어때. 너무 황홀하잖아.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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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스릴러를 펀하게. [넷플릭스]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이 후기에는 결말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합법적인 약을 마약처럼 활용하는 주인공 애나는 독특하고 처절한 방식으로 딸을 잃은 여자다. 부모님의 직업을 참관하는 미국의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그녀의 딸은 FBI 프로파일러인 아버지의 일터에 방문한다. 그 방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연쇄 살인마를 인터뷰하는데 딸을 데리고 간 것? 어쩌다 우연히 불운하게 딸과 연쇄 살인마가 한 공간에 갇히게 된 것? 하필 부모님 직장에 방문해야 하는 날이 연쇄 살인마를 인터뷰하는 날이었던 것? 핑계 댈 곳은 많지만, 주인공 애나는 딸을 잃은 슬픔을 그 누구에게도 전가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고, 슬퍼한다.
그래서였을까? 딸을 보냈던 그날, 내렸던 비에 트라우마가 생긴 애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밖으로 한 발도 딛지 못한다. 혹시 비를 맞게 되면 기절하기 일수. 그녀가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술과 약. 그리고 술과 약을 섞어 먹으며 딸의 환영을 보는 일.
그런 그녀를 견디지 못한 남편은 떠나고, 그의 슬픔을 동정하던 이웃들도 그녀의 파괴적인 행동에 동정 대신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애나의 앞집에 어린 여자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가 이사를 온다. 늘 자신을 돌보지 않던 애나는 앞집의 소녀를 보며 자신의 딸을 떠올리고 손놓았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앞집의 소녀에게 반한 애나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와 썸을 탄다고 느끼는 순간, 남자의 여자친구가 나타나고 애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남자의 애인은 될 수 없지만, 자신의 딸을 닮은 당돌한 소녀와는 잘 지내고 싶었던 애나. 소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자 하지만, 남자의 애인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틈틈이 소녀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애나는 소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막 전학 온 소녀를 위해서 쿠키를 사주는 일처럼 소녀에게 도움이 되는 일. 그런데 이 과정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럽다. 특히 애나와 함께 이웃 여자를 험담하는 장면은 어린아이라기엔 묘하게 이질적으로 보였다. 소녀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둘이 살아서 성숙한 걸까라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하지만 곧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라는 제목을 떠올리며, 이 아이는 곧 모두의 뒤통수를 치겠구나 싶은 깊은 의심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 드라마는 불안정한 정신의 애나의 시선을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평온한 일상도 불안하게 보여준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극의 진행. 그리고 그 예상처럼 애나는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술을 마신 상태에서. 그동안 이웃의 신임을 잃었던 애나의 말은 아무도 믿어 주지 않고, 살인을 당했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여전히 문자로 연락이 된다. 애나 역시 자기 자신을 의심할 정도.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애나가 술을 마시고 환각을 자주 보기 때문에 헛것을 본 건 아닐지 같이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애나의 의심은 사실이었고,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나타나게 된다.
아내의 죽음으로 수사를 받은 소녀의 아버지. 애나의 집 앞에서 몇 주가 지나도록 우체통을 고치고 있는 수상한 남자. 살해당한 여자의 숨겨진 애인이자 사업 파트너(사기). 그리고 술에 취하면 필름이 끊기는 애나 자신까지.
치밀하진 않지만, 인과관계는 확실하게 짜인 판의 범인은 애나였다. 애나가 아무리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고,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사람들은 애나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애나는 전화로만 상담하는 상담사가 있었는데, 그는 스스로를 의심하는 애나에게 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말해준다. 그의 말처럼 애나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애나가 또다시 앞집의 살인을 의심하게 된 날. 비 내리는 길로 뛰어든 애나는 소녀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기어서 앞집으로 향한다. 자신의 딸은 잃었지만, 앞집의 소녀만은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목격하게 된 것은 자신이 지키려 했던 소녀의 민낯. 아버지를 죽이고, 우편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남자 역시 찌르고, 애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 시도하는 소녀. 애나는 죽을힘을 다해서 소녀에게 대항하지만, 과할 정도로 소녀는 힘이 셌다.
사실 이 작품을 특별한 해석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극의 종반부에 닿으면 친절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준다. 소녀가 자신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의 애인과 아버지까지 살해한 과정. 모든 죄를 애나에게 덮어 씌우려고 한 상황까지 모두 알려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식상하지 않았던 이유는 30분 단위로 끊어지는 회차의 빠른 진행과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있었다. 특히 보통은 아이를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결말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수사물이나 스릴러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제목 때문에 소녀를 바로 의심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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