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29 22:23:19
6월 4주차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거야."
한 주의 시작을 함께하는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거야.
그렇지만 시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쳐서는 안 돼.
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2014년 개봉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이명세 감독의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인데요
극 중 시인이 되려는 청년 영민(조정석)에게
독거노인 시인 판해일(전무송)이 전하는 대사입니다.
여러분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벌써 6월도 어느덧 저물어 가네요.
남은 한 주,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보내시길 바라며!🌷
매주 월요일, 짧지만 오래 남는
대사 한 줄로 한 주의 문을 열어드릴게요!
좋아하는 영화나 문득 떠오르는 대사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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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선율 속 폭력
천재 피아니스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책으로 담으려던 기자 ‘제프 해리스’. 우연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에 매료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춘 그의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제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거듭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되었다는 것!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줄거리
제프 해리스는 우연히 한 앨범에 실린 테노리우 주니오르(Francisco Tenório Júnior)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귀를 사로잡는 음악에 연주자를 살펴보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그는 점차 음악인들의 기억 속에 한 조각씩 존재하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삶으로 빠져든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여느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 잊혀지다 명대로 죽은 걸까? 영화는 1960년대 보사노바를 이끌었던 음악인들 취재에서 점점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에 대한 조사로 태를 바꾼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 역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속 제프 해리스처럼 우연히 듣게 된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연주를 듣게 되고 그에 홀려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을 조사하게 된다. 그는 150명가량을 인터뷰하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삶과 실종 이후의 행적을 낱낱이 밝혀낸다.
'보사노바(bossa nova)',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이 단어는 1960년대 브라질에서 탄생한 음악의 한 형식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이 작곡하고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ais)가 작사한 카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Chega de Saudade'를 최초의 보사노바 노래라 일컫는다. 보사노바는 미국 내에서도 열풍이었는데, 1960년대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주앙 지우베르투가 스탄 게츠와 함께 제작한 보사노바 앨범 [Getz/Gilberto]가 미국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하며 미국 곳곳에서 보사노바 음악이 울려 퍼졌었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음악인들을 인터뷰하고 애니메이션은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향수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우리를 보사노바 황금기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인다. 보사노바를 영화관으로 데려온 이 영화는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잘 모르던 사람들까지 황금기를 그리워하며 보사노바를 음미하게 만든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함께 존재했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도 조사하는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실종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며 영화는 미스터리로 장르가 바뀐다. 제프 해리스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실종된 그날에 대해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담은 재즈 영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이때부터 자신이 생각했던 장르와는 달라 당황할 수 있으나 영화는 그 황금기를 살아온 하지만 곧 사라진 테노리우 주니오르 개인의 이야기로 집중된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1976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니시우스와의 공연 후 사라진다. 그의 친구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찾지만 현재까지도 그는 발견되지 못한 채 영영 실종 상태로 남고 만다. 그런데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지 10년이 지난 1987년, 그의 행적이 아르헨티나 병장 클라우디오 바예호스의 증언에서 발견된다. 그는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그날 그 밤에 군 순찰대에게 체포를 당했고 고문을 당하다 그로부터 9일 뒤 살해당했다고 말한다. 그저 피아노 연주를 하러 온, 브라질 사람인 그가 어째서 아르헨티나에서 살해당한 것일까.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1976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는 군사정권의 독재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최소 9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시 남아메리카 전역이 군사독재로 뒤덮였고,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협동하여 위험분자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민간인들을 탄압한다. 아르헨티나 병장의 인터뷰, 그리고 비니시우스를 비롯한 많은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이 행방을 찾다 발견한 정황증거들이 테노리우 주니오르 역시 이 독재정권의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제 군사정권 시절을 조명하며 그 시기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비춘다.
보사노바에 큰 획을 그었을지도 모르는 이 피아노 연주자의 삶은 재즈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이제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다. 이는 독재정권이 관련 없는 민간인에게까지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영화는 군사독재에 대해 상세히 다루며 주변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했고 군사독재가 지난 후에도 가해사실을 어떠한 방식으로 숨겨왔는지 등에 대해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재구성한 애니메이션으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보사노바 황금기의 피아노 연주자였던 테노리우 주니오르 한 개인의 삶은 결국 거대한 독재정권의 희생양으로 끝이 난다.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강렬한 색채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화려했던 보사노바 황금기와 폭력이 난무했던 군사독재 시절을 담아냈다. 동시에 이젠 지인들의 말과 사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살려내며 그의 음악을 귀만으로 듣는 것이 아닌 연주하는 모습과 함께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라는 개인의 삶으로 재즈,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른 이 영화는 결국 한 인간이 국가에 의해 어떻게 희생당했고 이 실종으로 남은 희생이 남은 이들에게도 그리고 보사노바 음악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전한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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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노 타임 투 다이> 결연하고 숭고한 헌정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MI6를 떠나 연인 '매들린(레아 세이두)'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자신의 과거와 죄책감을 떨쳐낸 후 매들린과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그는 자신 앞에 또다시 찾아온 위기로 인해 그녀와 이별한 후 잠적한다. 그러나 본드의 과거가 뒤섞인 적 '블로펠트(크리스토프 발츠)'와 그의 조직 스펙터는 물론, 매들린의 과거가 얽힌 새로운 적 '사핀(라미 말렉)'이 등장해 MI6가 숨기고 있던 치명적인 생화학무기 헤라클레스를 탈취하자 'M(랄프 파인즈)'은 본드에게 복귀를 요청한다. 이에 본드는 오래된 동료 'Q(벤 위쇼)'와 '머니페니(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잠시 동안 007을 맡고 있던 '노미(라샤나 린치)'와 함께 세계는 물론 마들렌과 새로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그의 마지막 미션에 나선다.
<007 카지노 로얄>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수십 년의 전통을 지닌 캐릭터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 왔다. 냉전이 끝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스파이가 존재하는 이유와 그가 상대할 시대에 맞는 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했다. 그래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적절한 답을 찾을 때면 호평을 받고, 그렇지 못할 때면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주식시장을 악용해 자본주의 질서를 망치려는 테러조직을 상대하거나(<카지노 로얄>), 국가의 폭력으로 인한 희생자 및 피해자의 역습에 맞서 과거를 성찰하고 새롭게 거듭난 본드는(<스카이폴>) 극찬을 받았다. 반면에 거대 비밀 조직 퀀텀과 스펙터와의 구시대적 대결 구도라는 첩보물의 클리셰를 답습한 <퀀텀 오브 솔러스>와 <스펙터>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007 시리즈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둘 중 전자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편에서 애인인 마들렌과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기로 결정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파이가 다시 한번 영웅으로 복귀해야 하는 이유와 그의 퇴장까지 애정을 듬뿍 담아 성공적으로 제시하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때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포착한 시대의 변화는 '위기의 국가'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속 세상은 혼란스럽다. 본드의 코드네임 007을 물려받은 노미가 그에게 작금은 변화의 시대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 변화가 혼란의 동의어로 보일 정도다. 테러리스트의 습격으로 빼앗긴 생화학 무기 '헤라클레스'를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MI6와 CIA가 강한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둘 중 누구도 해당 테러를 어둠 속에서 조종한 사핀의 정체와 목적을 파악하지 못한다. 감옥에 갇힌 전편의 빌런이자 스펙터의 수장 블로펠트도 사핀이 어떻게 자신을 위협하는지 알아내지 못한다. M은 끊임없이 부하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찾고 사라진 정보를 복구하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그조차도 자신이 지닌 힘과 권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모습을 숨기고 있는 새로운 적과 싸울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국가가 자신의 소관 밖에 있는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는 영화 속 세상은 지그문트 바우만과 카를로 보르도니가 포착한 현대 사회의 알레고리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들은 공동 저서인 <위기의 국가>에서 국가가 권력의 상당 부분을 초국가적·전지구적 자본과 기술, 조직 등 국가 정치 기구의 소관 바깥에 있는 존재들에게 빼앗겼다고 말한다. 국가가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강력한 중재자, 경제 규제의 주체, 안전의 보장자로서 행동할 능력을 상실했고,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의 부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혼란과 변화는 빌런인 사핀의 대사와 그가 탈취한 생화학 무기 '헤라클레스'의 묘사에서도 암시된다. 너나 나나 폭력을 쓰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일갈하는 본드에게 사핀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제거할 방법도 없이 DNA 정보를 이용해 정확히 개인이나 집단을 노릴 수 있는 자신의 방법이 더 깔끔하다고 답한다. 이 장면은 정체를 숨길뿐 아니라 평범한 모습으로 일상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악과 본드와 첩보원으로 상징되는 국가가 주도권을 잃은 현실을 간단히 압축시켜 보여주기 때문에 특히 인상적이다. 또한 무기의 이름인 헤라클레스가 그 자체로 힘을 상징하는 영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MI6가 사핀에게 생화학 무기를 빼앗긴 것은, 국가 기관이 독점하던 권력과 힘이 사핀과 같은 개인 혹은 조직에게 넘어간 현실에 대한 비유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닌 장소에 위치한 그의 기지 역시 어떤 국가도 누가 중재자이고 적대자인지 알지 못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위기는 제임스 본드가 내려놓았던 살인 번호를 다시 되찾고 영웅적인 활약을 선보이게 될 장을 마련한다. 두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와 정치 대신에 민간 보험회사들이 사회보장을 담당하게 되었을 정도로까지 국가가 무능해졌"다. 그 결과 "시민에 빌붙어서 오로지 스스로의 생존에만 신경을 쓰는 ‘기생충’"이 되어버린 국가는 역으로 생존을 책임져 줄 시민, 곧 은퇴한 스파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CIA는 프리랜서가 된 본드를 MI6의 계획을 방해하려는 작전에 투입시키려 하고, M 역시 전직 요원에게 끊임없이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며, 머니페니도 본드에게 위기 극복을 도와달라고 거듭 요청한다.
동시에 영화는 본드가 007로 복귀하게 되는 동기로써 국가의 보호막이 없는 시대에 개인이 마주해야 할 위험을 제시한다. 그 위험은 두 캐릭터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바로 블로펠드와 마들렌이다. 블로펠드를 만나 그와 그의 조직인 스펙터를 이용해 사핀을 찾는 데 활용하려던 본드는 역으로 자신을 이용해 스펙터를 무력화하려는 사핀의 음모를 뒤늦게 깨닫는다. 이는 한 개인의 각종 정보와 존재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조종당할 수 있는 위험을 암시한다.
한편 마들렌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위기를 간접적으로 비춘다. 호색한 스파이였던 본드는 마들렌과 함께 가족을 이루는데, 영화는 세계를 구해낸 스파이조차 가족을 지킬 도리가 없는 상황에 그를 던져 놓는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해진 개개인의 삶을 사랑과 부성애를 매개로 직관적으로 전달하다 보니 본드와 마들렌의 멜로드라마는 예상보다 큰 비중과 많은 분량을 가져가고, 그만큼 진하고 애틋하다. 또한 본드의 든든한 동료였던 펠릭스와 본드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제목처럼 아직 국가와 영웅에게 희망을 갖는다는 점이다. 당장 본드만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 테러리스트에게 추격당하자 앞뒤 재지 않고 MI6의 도움을 요청하며, 추격전에서 좌절을 맛본 후에는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던 나미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힘이 없는 개개인이 혼자의 힘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면 결국 국가만이 비빌 언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깔끔한 방식이 많아진 세상에서 비록 힘과 통제력을 잃은 과거의 존재라고 해도 국가는 살아있는 동안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 보여야 하며, 이는 제임스 본드라는 한 영웅을 통해 이루어진다. 새로운 적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M의 모습처럼 본드 역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체감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미션에 나서며, 그의 007 복귀는 자연히 보호라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한 줄기 희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영화는 시작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국가와 본드를 연결시킨다. 본드를 숱하게 죽음과 삶의 경계상에 위치시키며 하강과 상승의 운동을 반복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본드를 배와 함께 바다 아래로 가라앉힌다. 베스퍼의 묘지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 후 그는 장례식을 알리는 종소리 아래에서 애스턴 마틴 DB5를 타고 가장 007스러운 카체이싱 액션을 이어간다.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깔린 계단을 올라가며 그들과 처절하게 싸우고, 기어코 미션을 완수한다. 이렇게 본드를 하강시켜 위기에 처하게 하고 또 그가 위로 올라가며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존재 가치를 잃어가는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상황도 환기시킨다.
이처럼 반복되는 연출은 영화가 더할 나위 없는 헌정사를 매듭지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본드는 마들렌의 과거가 사핀이라는 위험을 만들어낸 것처럼, 과거의 영웅인 자신의 존재가 위험이 될 수 있기에 마들렌이라는 현재와 딸의 미래가 꽃필 수 있도록 퇴장을 선택한다. 이는 오프닝에서 서로의 과거를 태워야만 현재가 있을 수 있다는 본드와 마들렌의 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렇기에 본드가 마지막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에서 상술한 장면에 담긴 의미는 전복되고, 더 이상 삶을 의미하지 않는 본드의 상승은 그의 결연함과 비장함, 그리고 숭고함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렇게 본드의 의미와 상징, 진심이 완벽하게 전달된 결과 마지막까지 의연한 본드의 모습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시리즈의 마무리로 손색없다.
한 작품으로서 비교적 단단한 완성도 역시 영화에 담긴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고, 제임스 본드라는 한 인물에게 몰입해 그와의 작별을 고할 길을 적절히 터준다. 특히 근래 많은 작품이 선택하는 빠른 템포와 짧은 숏으로 구성된 액션 대신 본드의 등 뒤 시점에서 원테이크로 찍는 액션이 효과적이다. 마치 다양한 로케이션 현장에서 함께 싸우고 다치는 것처럼 느끼게 하면서 단지 액션을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본드의 감정선까지도 따라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신무기를 보여주면서 007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리기도 하고, 감독의 전작인 공포영화 <그것>처럼 서스펜스를 영리하게 조절하며 카 체이싱, 총격전, 맨몸 격투 등의 다양한 액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또한 시리즈를 총정리하는 작품이라서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왕도적인 첩보 영화 구조를 토대로 주인공들이 단계별로 단서를 추리하여 사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큰 비중을 두고, 불필요하다 싶은 장면은 모두 쳐내면서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한 팔로마처럼 중간중간 새로운 캐릭터를 수혈해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도 일품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16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농축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늘어진다는 생각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빌런인 사핀은 가면을 벗고 영화 전면에 나서자 오히려 위압감과 카리스마를 잃기 시작한다. 최초의 계획을 이루고도 더 크고 위험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추상적인 말만 반복하며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 결과 뻔하고 익숙한 캐릭터는 단지 라미 말렉이라는 배우 개인의 존재감 외에는 큰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한다. 이에 더해 별다른 설명 없이 일본풍 소품이나 배경이 과하게 두드러지고 주인공들이 일본식으로 행동하는 장면도 순간적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추가적인 상황 설명이 덧붙여지기는 하지만, 이러한 연출은 일본계인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선택이든 일본을 배경으로 했던 1967년작 <007 두번 산다>의 오마주든 간에 극의 흐름과 동떨어진 간격을 메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위의 단점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건네는 작별인사의 감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전 시리즈의 내용을 함축하고 영화 본편 내용을 암시하는 오프닝 시퀀스가 관객을 압도하는 가운데, 오프닝 시퀀스와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엔딩이 대구를 이루며 관객들을 영화 안에 가둬 버린 결과다. 오프닝은 사핀과 마들렌의 과거사와 베스퍼의 죽음부터 본드의 숱한 역경과 은퇴, 그리고 끊임없이 그를 노리는 숙적 스펙터의 존재, 마지막 사랑인 마들렌에 이르기까지 4편에 달하는 전작의 내용을 한 데 압축시키며 감정적으로 휘몰아친다. 그런데 빌리 아일리쉬의 목소리가 더해진 007 특유의 오프닝 크레디트 이후 영화가 이미 나온 이야기들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에, 또 한 번 달라진 세상에서 본드가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해 펼치는 사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으로 강렬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영화는 마지막에 '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James Bond will return)'는 자막을 스크린에 띄운다. 이미 007 시리즈가 시간 순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이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또 다른 제임스 본드가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라는 암시일 수 있다. 또 할리우드이기에 그 외에 수많은 방법으로 제임스 본드를 다시 불러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제목과 달리 역설적으로 왜 본드가 멈춰 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여섯 번째 제임스 본드는 또 다른 시대의 아이콘인 로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처럼 장중하고 심금을 울리는 작별 인사를 건넬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보이지 않는 위기 속 국가와 영웅의 한계와 역할에 대한 희망과 슬픔이 뒤섞인 소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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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사와 외계인이 써내려 간 사상누각 SF 판타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22년 현재,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기 위해 지구에 상주 중인 로봇 ‘가드’(김우빈)’와 ‘썬더(김대명)’. 인간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서 이들은 지구의 여러 시간대에 죄수를 가둬두고, 자동차와 비행선으로 변신할 수 있는 썬더를 통해 시간여행을 하며 죄수들을 감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려시대 말로 이동해 탈옥한 죄수를 검거한 가드와 썬더는 의도치 않게 인간의 아기를 현재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다. 한편 고려말 도사 ‘무륵(류준열)'은 현상금을 받기 위해 신검을 찾으러 나서다가 요괴를 만나고, 마찬가지로 신검을 찾는 ‘이안(김태리)'과 속고 속이는 쟁탈전을 벌인다.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도 마찬가지로 요괴의 존재를 감지하고 신검을 좇는 가운데, 밀본의 수장 '자장(김의성)' 도사도 신검 쟁탈전에 가담한다.
SF와 판타지의 만남을 보여주는 영화 <외계+인> 1부는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에 이르기까지 흥행불패를 이어온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등의 스타 배우들이 총집합했고, 387일이라는 한국 역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을 자랑한다. <승리호>처럼 한국형 SF를 표방한 것이나, 올여름 격돌할 이른바 한국영화 Big 4 중 첫 번째이기에 기대가 더 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계+인> 1부는 실망스럽다. 여러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의 초점은 산만하고, 감독의 장점인 하이스트 장르의 특징이 발현되려는 찰나에는 리듬감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든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하면 캐릭터들의 매력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외계+인>은 감독의 전작이자 한국형 히어로 혹은 무협 판타지 영화였던 <전우치>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지점에서 sf와 판타지라는 상이한 장르적 특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혹은 않은) 듯 보인다.
우선 <외계+인> 1부는 여러 측면에서 <전우치>와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도사 무륵의 첫 등장은 모의고사 지문으로도 등장했던 전우치의 등장씬을 오마주하며,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한 <전우치>처럼 <외계+인> 1부도 시간여행을 펼친다. 두 신선 흑설과 청운이 코미디를 도맡는 것은 신선 3인방을 연상시키고, 고양이로 변신하는 좌왕과 우왕은 유해진이 연기했던 초랭이를 보는 듯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사가 등장해 여러 시련 끝에 스승이 알려주지 않는 비기를 득도한다는 전개도 전우치의 성상 서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숨어 지내며 피리를 노리던 요괴 '화담(김윤석)'처럼 외계인이 사람의 모습을 취한 채 신검을 쫓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이는 바꿔 말해 <외계+인> 1부가 제목에서부터 강조하고 있는 외계인의 존재가 <전우치>를 더 큰 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위한 핵심 도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우치>가 일방향적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하는 데 그쳤으니, 영화는 더 많은 도사와 더 복잡한 시간 여행기를 보여주려 한다. 그렇다고 이미 한 차례 활용한 빌런인 요괴를 등장시킬 수 없기에 전혀 다른 존재인 외계인을 등장시켜 현재와 과거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세계관을 키운다. 그래서 외계인은 철저히 수단적으로 활용된다. 외계인 캐릭터는 생동감이나 입체감이 부여받지 못한다. 그들의 존재는 위기를 자아내고, 시간 여행의 문을 열어서 사건의 발단을 만드는 것으로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그 문을 넘어서면 더 많은 도사와 주변인들이 과거의 현재 사이에서 펼치는 화려한 티키타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만 보면 외계인을 투입한 선택은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도구적인 외계인 활용법은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하나는 무색무취한 외계인의 등장은 결국 SF 장르의 스펙터클이라는 외피만 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로 인해 SF와 판타지라는 장르 사이에서 영화가 좀처럼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외계인을 통해 깔아 둔 판 위에서 펼쳐져야 할 여러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그 자체로 큰 재미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단 <외계+인> 1부는 SF 장르와 판타지 장르가 일반적 인식과 달리 결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SF와 판타지는 초자연적이고 초현실적인 현상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있다. 판타지 영화는 초자연적 세계와의 경계를 없애버리는 장르에 가깝다. 이 세계의 것이 아니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마법과 같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나니아 연대기>과 같은 판타지는 현실에 발붙이는 대신 초월적 세계를 주무대로 삼으며, 선악의 대립에 기초한 형이상학적 윤리관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장식한다. 반면에 SF 영화는 알려지지 않은 초자연적 세계를 향해 돌진하는 영화에 가깝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통해 당장은 이해할 수 없으나 미래에는 이해할 수 있을 현상과 세계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한다. 이때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이끌어내기에 SF는 판타지와 달리 당장 현실의 문제에 발 딛고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SF 영화가 재현하는 세계에는 당장 오늘의 현실적 문제가 투영된다. SF 영화 속 세계는 알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새로운 발견과 기술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세계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 지점에서 SF 영화에는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낙관만큼이나 인간의 기계화나 혹은 기계의 인간화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자연히 깃들 수 있다. 그래서 SF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과학과 관련된 사회 제도와 구조와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다. 즉, SF 영화는 과학에 근간을 둔 스펙터클을 통해 오히려 인간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는 통로이며, <터미네이터>, <아바타>, <쥬라기 공원> 등의 SF 명작들은 제각기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선악의 대립 끝에 선의 승리를 통해 기존의 세계관과 질서를 반복하는 판타지가 보수적이라면, SF는 진보적인 장르인 것이다. 이는 SF 작가 테드 창이 "판타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면 SF는 세계가 변화하는 이야기"라고 요약한 이유다.
단순히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돋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활용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데에만 치우친 많은 한국 SF 영화는 이 대목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현재나 혹은 과거 사회상에 대한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세계를 상상해 스크린에 띄운 결과 영화에서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부정적 우려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SF 영화의 세계관을 기대하는 관객과의 소통 부재를 일으키는 결정적 이유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로 인한 미래상을 그려낸 <설국열차>와 넷플릭스의 <승리호>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외계+인> 1부는 익숙한 실수를 반복한다. 외계인들의 행성이 전쟁으로 인해 초토화된 후 평화에 반대하는 '설계자'를 비롯한 이들을 지구의 인간 속에 가두고 있다는 설정에서는 현실 세계를 향한 비판적 시선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구체적인 장면 없이 대사로만 전달될 뿐만 아니라, 반전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주제의식 자체도 지나치게 일반론적이다. 그나마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가드와 썬더가 인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처럼 계량화 할 수 없는 요소들의 중요성을 깨닫는 대목에서는 인간성이 사라지는 세계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내용은 고려시대를 배경을 한 도사들의 이야기에 밀려 제대로 된 서사와 분량을 배분받지 못하며, 결국 급작스러운 전개로 인해 메시지에 설득력이 실릴 틈이 없다. 가드와 썬더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전우치>의 연장선상인 판타지적 세계관에 속해 있기에, SF의 외적 요소를 제외하면 지향점이 근본적으로 다룬 SF영화의 스토리는 좀처럼 하나의 영화에 통합되지 않는다.
최동훈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힌 대목에서는 이 실수가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당장 그 <어벤져스>도 판타지와 SF의 세계를 혼합하는 데 긴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도로 발전한 과학이 마법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중심이 된 시리즈에 신화 속 인물인 토르는 좀처럼 섞이지 못했다. <토르> 시리즈의 1편과 2편은 판타지도 sf도 아니라는 혹평을 들었고, 배경을 완전한 외계 행성으로 바꾼 3편부터 세계관에 녹아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외계+인> 1부도 단순히 기능적으로 SF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목표로 했다면 더 많은 준비가 있어야 했다. 판타지와 SF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충분히 전개할 수 있는 구조와 구성, 시리즈의 편수와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시리즈와 같은 배급 방식에 이르기까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는 최동훈 감독이기에 남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면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역으로 이는 최동훈 감독의 특기였다. 그의 영화들은 자세한 설정과 배경 설명, 구체적인 세계관을 토대로 관객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한눈에 들어오는 특출 난 캐릭터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관객의 귀로 곧장 꽂히는 매력적인 대사들로 무장한다. 관객의 눈과 귀를 현혹해 부족한 점을 가리고 러닝타임 내내 최동훈 감독의 시나리오를 따라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유달리 최동훈 감독의 작품은 명대사와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많다. 십수 년이 지나서도 명대사와 캐릭터를 재발굴할 수 있는 영화인 <타짜>, 모의고사 지문으로도 등장해 화제가 된 <전우치>, 전지현의 대표작인 <도둑들>과 이정재의 성대모사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인 <암살>에 이르기까지.
<외계+인> 1부에서는 이러한 매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실한 세계관의 허점을 눈감고 넘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없다. 물론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사들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인물들의 매력을 어필한다. 흑설과 청운의 콤비는 등장인물들 중 가장 고타율의 유머를 자랑한다. 어느 시점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따라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무륵과 이안도 2부에서 풀릴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감은 심어준다. 나름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자장 도사도 극의 무게감을 잡아준다.
문제는 현대 시점이다. 외계인 캐릭터를 철저히 도구적으로 설정한 결과 그들과 맞서 싸우는 가드는 일인다역을 소화하는 김우빈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원맨쇼를 펼치는 듯 느껴진다. 그와 합을 맞춰야 할 또 다른 캐릭터인 썬더도 문제가 적지 않다. 전투가 벌어지거나 가드가 일을 할 때 달걀 모양의 로봇인 썬더가 말하는 "비상", "위험하다", "생명력 9%"와 같은 유치한 대사의 내용이 다급한 톤과 묘한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흐름을 깨기 때문이다. 그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인 점,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한 C3PO와 R2D2처럼 로봇 캐릭터가 SF 영화에 매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달리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외계+인> 1부는 한국 영화에서 여전히 생소한 SF와 판타지 간의 이종결합을 시도했다는 의의는 있을 지라도, 상업영화로서 최동훈 감독의 명성에 걸맞고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닌 것 같다는 인상만을 남긴 채 내년에 개봉할 2부를 기약한다.
P(Poor, 형편없는)
한국형 SF 판타지의 도전 그 자체를 칭찬하기에는 반면교사도, 롤모델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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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전주에서 니시카와 아사코 PD를 만나다.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 기자로서 2024년 5월 2일,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새벽의 모든> 프로듀서님인 니시카와 아사코 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아이는 귀족>, <아주 긴 변명>, <멋진 세계>, <더 피시 테일>등의 제작자로서 어떤 사람이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영화를 제작해 오셨던 것만큼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했다. 정말 진지하고 세심하게 인터뷰해 주셨던 니시카와 아사코 프로듀서님과 나눈 대화를 전해보려 한다.
Q. 전주는 어떠셨나요? 영화제에 참여하시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인천에서 전주로 올 때 굉장히 멀었거든요. 정말 어느 정도의 시골까지 가길래 이렇게 오래 걸리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딱 와서 보니까 시골이 아니고 도심이어서 굉장히 놀랐고요. 지나가다 보면 영화제를 위해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포스터나 시설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런 걸 보며 영화제에 딱 최적화돼 있는 지역이구나 여기 있으면서 즐겨야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PD님이 제작하신 영화들을 챙겨 봤는데,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평범한 일상을 찾고 싶어 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영화를 제작하실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지요.
A. 사실은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거나 장르물은 저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이 얼마만큼 드라마틱한지 잘 알기 때문에, 평범함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게 굉장히 기적 같은 일이기 때문에 그 평범함을 그리는 것을 많이 다루고 싶습니다.
Q. 제작하신 영화 중, 가장 애정 가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A. 요코미치 요노스케라는 작품의 주인공이 가장 개성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원작은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라는 소설이거든요. 그 작품의 주인공이 가장 개성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요노스케 이야기>
일본에서 어떤 한국 유학생이 누군가를 돕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뒷 배경에는 그 학생을 또 구하려고 했던 일본의 카메라맨이 있어요. 그 카메라맨에 대한 얘기인데 이 영화는 그 당시 그 사건 얘기가 아니라 어렸을 적 젊었을 때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에 대해서 그렸어요. 그 캐릭터가 가장 지금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두 분 다 죽었는데 이제 요코미치 요노스케라는 친구가 굉장히 평범한 대학생이고 청춘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친구들이 라디오나 뉴스로 그 사건을 듣게 됩니다. 내 친구인데, 그 친구가 죽었다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그리는 영화입니다.
*요코미치 요노스케 - 한국 제목으로는 요노스케 이야기.
*2001년 1월 26일 JR동일본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 승객 추락사고
영화 <멋진 세계>
Q. 저는 멋진 세계의 주인공인 미카미의 주변에 있는 사람이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A. 사실은 그 미카미라는 주인공은 어떤 의미의 그런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그 시간으로,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생활을 원하고 있지만 자기가 이미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기 때문에 내가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거죠. 그의 시선으로 그 살인자의 시선으로 보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 내가 가고 싶어도 손이 안 닿는 생활, 그러한 생활을 약간 이상적으로 나도 저기 가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그 주변 사람들을 아주 일상적인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영화 <그 아이는 귀족>
Q. 그 아이는 귀족이라는 작품에서는 막연한 동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귀족이라고 그려지는 사람 또한 그 다른 일상을 원하는 동경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후의 그들이 삶이 어떨지 또 궁금합니다.
A. 그 영화 이야기의 가장 큰 포인트는 솔직히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특히나 일본에서는 신분의 격차 이런 게 사실 없다고 저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잖아요. 우리 다 똑같은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각각 그 격차, '귀족이라는 계급이 있어서 귀족들이랑 교류를 못하고 이런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격차가 있어요'라는 것을 가시화하기 위한 영화가 그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예요. 근데 영화에서 그래서 각자가 가진 숙명 같은 게 각각 다 있는데 그 숙명을 넘어서 어떤 삶을 원하는지 각자가 생각하는 거를 그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면서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행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 경제적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거를 꼭 실행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그거에 대해서 이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건데 그 사람들이 각각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가 그 영화에 표현이 돼 있어요.
그래서 어쨌든 영화에는 하나코라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자기가 원하는 거를 계속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 있고요. 또, 미키는 그 안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하고 그대로 인생을 짓기 시작을 해요. 근데 그 안에 정말로 내가 생각대로 다 안 돼 어떻게 거지 하고 싶은데라고 하다가 포기를 하고 그냥 이대로 살자라고 하는 게 코이치로라는 주인공이에요. 이런 3인 3색을 그대로 그려냈던 영화입니다.
영화 <새벽의 모든>
Q. 이번 영화 새벽의 모든에서 이제 원작 소설을 좀 보셨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반영되기를 좀 바라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A. 일단은 소설을 읽고 가장 큰 것은 PMS와 공황장애 였습니다. 이 소재는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는 것이기에 그대로 살렸고요. 그다음에 두 사람의 이런 애매한 이런 관계성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그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드렸어요.
그리고 이제 원작에서는 구리타 금속이었어요. 구리타 금속이라는 회사인데 거기에 나오는 일하시는 아저씨들 원래 소설이 아마 우리 영화보다 조금 더 연세가 더 있는 설정이거든요. 근데 그분들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들은 반드시 살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Q. 이번 제작 과정에서 좀 힘드셨던 점과 좀 제일 인상 깊었던 그러니까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신가요?
A. 일단 첫 번째로 이제 가장 힘들었던 게 이 기획이 이제 예를 들어서 이제 제작되기 2년 전부터 이제 이 기획이 나와서 사실은 소설을 보고 그 소설 내용이 있는 것만으로 먼저 캐스팅을 했거든요. 배우들이 캐스팅을 했는데 캐스팅을 하면서 감독님한테 별도로 또 의뢰를 드렸죠. 그리고 시나리오가 나중에 나오게 되잖아요. 그러다 근데 그 기간이 딱 코로나 기간이었어요. 그래서 만나지 못하는데 캐스팅해야 되고, 만나지 못하는데 시나리오를 제작해야 되니까 회의를 계속 연속해야 되고 하는 그런 약간 좀 확실하게 뭔가가 다가오는 게 없는 그런 상황이 힘들었어요.
촬영장에서도 코로나를 굉장히 조심해서 촬영을 해야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식사도 그렇고 촬영 시간도 그렇고 약간 굉장히 제한이 좀 많았거든요. 근데 그중에 또 코로나 걸린 사람이 또 나와요. 그러면 그 걸린 사람을 어떻게 해서 우리가 촬영을 진행해야 될지와 같은 대처가 가장 힘들었어요.
저희가 이제 촬영을 딱 시작했을 때, 출연하는 배우들이 일본에서 굉장히 핫한 배우들이거든요. 이 두 사람이 날이 굉장히 좋은 날 걸어가며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촬영을 하는 씬이 있었어요. 촬영하는데 주변에서 자꾸 사람들 한두 명 3명 보더니 사진을 찍고 이걸 SNS에 올리고 이러니까 이런 통제가 안 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촬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 전에 스텝 거의 전체를 다 모아서 약간 워크숍 같은 걸 했어요. 원래는 워크숍을 하지 않아서 1개월 동안 같이 일을 하는데도 그 스텝이 있는데도 이름도 잘 모르고 제대로 이렇게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하루 워크숍을 했어요. 워크숍을 했더니 그 효과가 정말 좋았어요. 예를 들어서 서로서로 옆에서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니까 이름도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의 개성도 각각 다 알게 되고, 서로가 어떤 사람들인 하루 만에 파악이 좀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을 시작을 했을 때 굉장히 편하게 현장을 시작을 했어요. 구리타 금속이라는 회사의 분위기처럼 똑같이 우리가 촬영을 할 수 있었구나라는 거를 촬영 현장에서 많은 스태프들이 얘기를 촬영하고 나서도 그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요. 그래서 그 워크숍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Q.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약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뤄야 할 성취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뭐가 있을까요?
A. 일단 이게 굉장히 마음에 확 와닿는 질문인 게 사실은 지금 저 자체가 아마 일을 시작한 이 타이밍 일반사보다는 좀 늦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기 빈둥빈둥 대는 시기가 한 3년 정도 있어서 아마 같은 연배의 친구들이나 이 사람들에 비하면 차이가 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 자체가 좀 늦게 시작을 하다 보니 일을 딱 시작을 했을 때, 뭘 해도 주변이 나보다 어린 사람들 동기들이 다 어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근데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랑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빨리 뭔가를 해야 되는데 그게 또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굉장히 사람이 조급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저는 자기 페이스를 잘 잡고 그 타이밍을 잘 지켜서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게 어떤 불교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윤회로 다시 태어나는 게 12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12번 그 인생을 다시 이제 시작을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몇 번째 지금 태어난 걸까 몇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고 생각했을 때 나보다 훨씬 어린데 훨씬 모든 걸 엄청 많이 알고 잘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있을 수 있잖아요.
저 사람 10번 11번 어쩌면 12번일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고 그럼 나는 뭐지 나는 첫 번째야 첫 번째니까 지금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천천히 나가자. 그러면 나도 결국에는 12번 산 사람처럼 저렇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내 페이스를 지키자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은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굉장히 큰 직책 이런 거를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마 그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의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라고 생각을 했을 때 행복한 게 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행복을 뭘로 채워야 될지를 생각하는 게 어떤 의미에 좋지 않을까 그래서 아까 처음에 질문에 성취가 늦다는 이 늦음이 사실은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남이랑 비교해서 내가 이것보다는 내가 그 행복을 어떤 걸로 채워나갈지라는 거를 생각하 가장 중요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영화도 각자의 행복 추구에 굉장히 많이 포인트를 두고 제작을 해 왔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Q. 이때까지 영화를 제작하시면서 제일 케미가 좀 잘 맞았던 감독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근데 이제 지금 미야케 감독님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이번에 처음 이제 일을 하죠. 일을 지금 했거든요. 근데 너무너무 이제 되게 훌륭하신 분이고 사실 10살 차이가 나요. 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배우는 부분이 많아가지고 너무 훌륭합니다. 누군지는 밝힐 수가 없네요 (웃음)
가장 길게 같이 일을 한 분은 니시카와 미와상이에요. 대학 졸업했을 때부터 이제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같이 이제 만났는데, 이제 서로서로 마음도 터놓는 그런 사이예요. 소설도 쓰면서 사람에 대한 관찰력 또한 굉장히 예리해요. 그러다 보니까 옆에 있으면 어떤 열등감을 굉장히 많이 느낀 지만 굉장히 그 사람이 이제 많은 거를 깊이 생각하고 그릇이 엄청 큰 사람입니다. 그래서 존경을 하는 분 중에 한 명이기도 하죠.
많은 감독님분들과 지금까지 작업을 해봤는데요. 지금 PD로서 내가 그분들한테 어떤 거를 제공할 수 있을지 항상 일 시작할 때 불안하기도 하고 하고 어떤 걸 또 드려야 될지 알 수 없는 그런 분들도 있잖아요. 근데 이제 항상 일을 같이 하고 싶을 때 내가 어떤 도움이 가능한지를 가장 먼저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어떤 분이랑 일을 할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부 최대한 찾아서 그분이랑 맞춰나가면서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제작하시는 영화들이 한국에 개봉하지 않은 것도 있잖아요. 이제 조금씩 이제 개봉을 하고 있는데 한국과의 합작도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개봉을 못한 영화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분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게 좀 많거든요. 그런 기회를 꼭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고요. 사실 한국이랑은 예전부터 뭔가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많이 했는데 이제 코 프로덕션이라고 해서 그 사전 작업에 일본이 예전에 인정을 하지 않았어요. 한 획으로 쫙 다 해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 코 프로덕션을 지금 어느 정도 인정을 하는 분위기가 돼서 한국이랑 같이 협조를 해서 뭔가를 할 수 있게끔 합작을 할 수 있게끔 향후 그런 방향으로 좀 추구를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지금 현재 일본의 감독님들이 영어가 안 되는 부분이 좀 많아요. 그래서 어딘가 협업하자 나가자 같이 하자 이러면 굉장히 좀 주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국내 제작에 이제 그쳐 있는 분들이 좀 많거든요. 근데 공유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랑 협업을 했으면 좋겠는 게 예를 들어서 이제 그 아이는 기존 같은 경우에도 사실은 여성에 대한 이런 생각들이 굉장히 공감 가능한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공감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서 같이 만들어서 같이 뭔가를 색깔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Q. 제작자의 길로 들어서야겠다는 계기가 있으셨나요?
A. 학생 때 직접 이제 자주 영화, 독립 영화 같은 것을 좀 제작했었어요. 근데 그때도 사실은 난 디렉터가 돼야지라고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계속 그때도 영화를 제작할 때 '이 많은 스태프들이 다 같이 제작을 했는데 이거를 어떻게 보여주지?' '우리의 이런 작업들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앞으로 직업으로 영화 쪽에서 일을 하려고 했을 때 예를 들어서 만들어진 영화 또는 만드는 영화에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이제 예를 들어서 공연이 가능하지 내가 뭐를 할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을 했어요. 어떤 의미의 이 디렉터 피드라는 입장이 관객이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내가 보고 싶은 거 또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거 어떻게 해서 제공을 하면 난 볼 것이다 이런 생각이 일반 관객들이랑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일반인 가장 비전문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포지션에서 일을 하는 게 나한테는 가장 맞지 않을까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기 때문에 뭔가 계기로 이걸 돼야지라고 한 건 아니고 옛날부터 계속 생각을 해왔다는 게 정답일 것 같아요.
Q. 그럼 혹시 연출도 생각이 있으신가요?
(놀라며 손사레를 치셨다.)
연출은 전혀 생각이 없지만 대신에 아까부터 이제 예를 들어서 이렇게 만들어진 작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일단은 만들기 위한 기획이 필요하고 만들고 나서 배급 어떻게 보여드려서 어떻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봐줄 수 있어 생각을 하잖아요. 이게 큰 틀에서의 연출이라고 만약에 생각을 한다면 우리 PD들도 연출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어쨌든 우리가 이거를 만들어서 누구한테 보여주는 이 단계에서의 그 많은 분들한테 보여줄 거를 생각을 하는 요 일만 하는 거지 내가 뭔가 디렉션을 해가지고 연출을 해서 뭔가를 만들고자 이런 생각은 전혀 없고 연출의 일부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새벽의 모든>을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일단 그전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서 PMS나 영화 속의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 회사를 쉴 수 있다거나 또는 남녀 관계없이 저 그래가지고 좀 그래요.라는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요?
Q 그러니까 할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는 되어 있지만 사회적으로 눈치를 좀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날 쉬는 날에 이제 직장 동료들이 이제 나의 업무를 이제 떠맡아야 되다 보니 암묵적으로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A. 베를린이나 프랑스와 같은 곳을 가면 아니 저 당연한 거를 왜 영화까지 해서 이렇게 얘기를 해야 되지 이런 국가들도 있긴 있더라고요. 그래서 만약에 한국이 일본이랑 같이 그런 상황이라면 남녀 누구든 다 이 영화를 봐 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게 어떤 문제를 이제 그들이 갖고 있는지를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적어도 저런 문제가 있구나라는 걸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그게 이제 공황장애를 앓는 분들도 마찬가지거든요.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데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이 어쩌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같이 호흡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느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만약에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줄 수 있는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PMS도 그렇고 공황장애도 그렇고 그 외에 다른 증상들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또,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미야케 쇼 감독님이 만든 영화, 영화로서의 즐거움도 같이 즐겨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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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안데스 다니엘슨 리 등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국가: 노르웨이
상영시간: 121분
개봉일: 2022.08.25
사랑을 통해 찾아가는 진정한 내 모습
서른을 앞둔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의대생에서 심리학 전공으로, 사진작가에서 작가 지망생으로 직업을 수시로 바꾸고, 진로의 변화에 따라 만나는 애인도 함께 바뀐다. 유명한 만화가 '악셀(안데스 다니엘슨 리)'과 안정적인 연애를 하는 듯하지만 커리어를 쌓아 사회적 위치를 확보한 그와 달리 서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자신의 상황에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다. 이후 우연히 파티장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를 만나 편안하고 유쾌한 시간들을 보내지만 여전히 모호하기만 한 정체성과 장래가 다시 한 번 '율리에'를 괴롭힌다. 그는 진정한 사랑과 자신이 꿈꾸는 것 모두를 찾을 수 있을까?
과감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감각적인 로맨스 영화의 탄생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마치 단편 모음집처럼 여러 개의 플롯으로 쪼갠 구성, 과감한 쇼트와 독특한 연출 방식을 통해 혼란이 깃든 '율리에'의 심리로 몰입을 이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처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각각의 부제가 있는 14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음에도 줄거리가 뚝뚝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챕터별 구성 때문에 내용을 질질 끄는 구간이 없고, 호흡이 빠르기 때문에 지루함이 없고 라디오에서 각기 다른 연애 사연을 듣는 것처럼 모든 챕터가 흥미롭다.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모든 것이 멈춘 세상에서 '율리에' 혼자만이 '에이빈드'를 향해 뛰어가는 장면이라던가 약에 취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신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것 등 로맨스 장르의 작품을 풀어내는 방식도 매우 신선하다. 대중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도시 '오슬로'를 배경으로 해 길가에서 달리는 장면마저도 로맨틱하게 그려지며 섹슈얼한 장면마저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감정 표현을 요하는 '율리에'로 분한 '레나테 ㄷ레인스베'와 '악셀'이라는 사람이 실존하는 것처럼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안데스 다니엘슨 리' 두 배우의 열연이 이끄는 힘도 강렬하다. 심도 있는 이야기와 감각적인 장면들, 뛰어난 배우들이 만나 '나'와 '사랑'을 주제로 한 감각적인 작품을 완성도 있게 그렸다.
사랑은 거들 뿐, 골치아픈 자기탐색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보통의 범주에 속한 로코 무비는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란 본디 사랑으로 맺어진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 '율리에'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랑이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단순히 로맨스적인 측면만을 고려하면 율리에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악셀'은 율리에의 꿈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대화도 잘 통하는 남자였으며 '에이빈드'는 다정하고 헌신적인 애인이었다. 율리에는 부족함 없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은 완전하게 채워지지 않았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어진 남녀의 관계 속에 자신의 이름으로 온전히 설 수 있는 위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율리에'는 서른을 앞둔 사회초년생이지만 40대 중반의 남자친구 '악셀'은 인지도와 커리어를 모두 갖춘 인기 만화가다. 율리에는 그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진로를 바꾸기만 하고, 아르바이트생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그와 비교하며 마치 자신이 인생의 조연인 것처럼 느꼈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회적 위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 '에이빈드'를 만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율리에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남자였지만 서로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사랑만으로 그녀의 갈망을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결국 이 작품은 '율리에'가 뜨거운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딪히고 쓰러지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사랑은 단지 '나'를 찾는데 쓰이는 수단일 뿐이며 '율리에'는 두 남자와 사랑의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을 만나 행복해 하고 아파하는 시간을 겪으며 자아를 조금씩 찾아나간다. 남녀의 로맨스가 아닌 '율리에'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를 바라본다면, 그의 모순적인 태도를 답답해하기 보다는 그녀와 헤어진 것과는 별개로 끝까지 성장을 응원하던 '악셀'처럼 율리에가 자아의 혼란과 내적 갈등을 이겨내기를 바라게 된다.
최악일지도 모르는 나, 누구에게나 있을 방황의 시간
극중 '악셀'은 '율리에'에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는 말을 한다. 그녀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이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이는 애인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원제에 대한 번역이 작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데, 직역하면 '세상 최악의 인간'에 좀 더 가깝다. 번역된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여러 남자와 사랑을 하며 최악의 인간들을 경험하는 스토리가 예상되지만, 작품에서 말하는 최악의 인간은 결국 '율리에' 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 글을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뭔가를 원하긴 하는데 스스로도 알지 못해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고 싶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때문에 뜻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 이러한 방황의 시기에 두 남자를 만나며 이별을 반복함으로써 사랑할 때 최악의 인간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은 변덕스럽고 모순적인 '율리에'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으며 관객에게도 이를 유도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저 이상을 향한 욕망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고, 진로 결정에 대한 큰 고민을 하는 사회초년생일 뿐이기 때문이다. 과연 상대방에게 최악의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악셀'과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거나 '에이빈드'의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선택지를 고르는 게 바람직했을까? 인생에서 사랑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상대에게 최악의 인간이 되는 것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면, 설령 누군가 비난을 할지라도 본인을 위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같은 형태는 아닐 지라도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방황이기에 우리는 '율리에'를 욕하지 않고 기꺼이 공감하고 응원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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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언론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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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고로 감추기엔 매혹적인 '악마와의 토크쇼'
악마와의 토크쇼
이 영화의 주인공은 1970년대 미국 토크쇼를 진행하던 아나운서 잭 델로이(데이빗 다스트말치안)다. 유명인사인 잭 델로이. 젠틀한 목소리 톤과 말끔한 매너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쇼는 1971년이었다. 꿈을 이룬 잭 델로이. 코미디부터 가족드라마, 연극까지 다양한 소재를 포용하는 토크쇼를 진행하며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1970년대의 미국인들은 그의 토크쇼에 큰 위안을 받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잭 델로이. 당시 최고의 토크쇼였던 조니 카슨 쇼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그래미 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밝은 빛과 어둠은 함께 따라온다고 했던가. 높은 인기 덕인지 톱스타 여배우 매들린(조지나 헤이그)과 결혼하기도 했지만 잭이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서서히 치닫았던 위기는 잭의 인생의 큰 장애물이 된다. 비흡현자였던 매들린. 폐암에 걸렸다. 그리고 잭의 곁을 떠났다. 슬픔 속에 잠긴 잭. 하지만 잭에게 쉬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서서히 낮아지는 시청률. 그리고 더 침몰하는 잭. 다양한 논란에 그의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묘수가 필요하다. 색다른 토크쇼 콘텐츠를 기획하는 잭 델로이. 그가 꺼낸 아이디어는 악마와의 토크쇼다. “잭. 걱정하지 말아요. 이 토크쇼는 분명 유명해질 테니.”
이런 장르물 기다려왔어
이 <악마와의 토크쇼>는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왜 훌륭해? 아주 재미있기 때문에. 왜 재미있을까? 그러니까 글쓴이가 이 영화에 애착이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면 굳이 생각을 두, 세 번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더 큰) 영화 노동자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나는 감상에 있어 이런저런 사소한 부분까지 캐치해야 한다. 작은 부분까지 눈에 담아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마와의 토크쇼>는 이 과제들을 염두할 틈도 주지 않고 내내 강력하게 몰아친다. 영화가 몰입감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사소한 부분을 챙겨가며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왜? 영화가 에너지의 근거를 친절하게 다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영화의 톤 측면에서 기괴한 톤을 유지한다. 그 근원지가 어디일까? 바로 우리가 아는 공포영화의 이미지들이다. 이 이미지들을 비틀어서 기괴함을 증폭시킨다. 글쓴이는 크리스투(파이살 바지)의 역할이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는 메시지의 측면이나 이야기의 측면이나 영화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인데 <악마와의 토크쇼>를 안 본 분들도 이 캐릭터에 매혹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장르영화의 팬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영화가 강력한 미스터리로 똘똘 뭉친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그 미스터리 영화 안의 기괴한 톤과 시너지가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물로서의 쾌감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그 내실을 따져보면 영화 안의 형식만 신선하고 원래 기획의도였을 것 같은 호러영화로서의 톤은 부실하다. 왜? ‘어떻게’는 충분히 신선하지만 ‘무엇’의 결과물이 이에 호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유전> 같은 장르물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다. 특히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핵심을 보여주고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에 호러영화로서의 장르적인 특성은 포기한 흔적이 보인다.
있는 그대로를 믿을 것?
이 인간과 미디어의 관계에 카메라를 비추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 핵심을 위해 영화가 설정한 것 중 가장 강력한 부분은 주인공 잭 델로이다. 잭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100% 적합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왜? 이 왜 적합한지에 대한 부분이 영화 초반부에 나온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잭의 태도가 진지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잭의 여러 히스토리들이 영화의 배경처럼 제시된다. 이 장면들은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가 초반부부터 메시지의 측면에서 근거를 깔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통해 인물이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영화가 코멘트한다는 점을 주의 깊게 염두하고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어떤 매개체가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지가 이 작품의 진주인공을 보여주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극 중 토크쇼를 관객이 초대받은 것 같은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이면을 탐구해야 한다. 누굴 위한 토크쇼일까? 사실상 이 영화 안의 토크쇼는 단 한 사람의 리액션을 위해 설계되어 있는데 그게 누구이며 또 그 과정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택이 제시되는데 이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또 주인공 외의 인물 관계도 이야기의 핵심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가령 주인공의 보조 mc 거스(리스 오테리)의 모습이 영화에 전면에 등장한다. 이 거스를 대하는 인물들은 무대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관성을 가진다. 이 일관성을 흐리는 선택이 아주 흥미로운데 이 둘의 공통점을 묘사하는 연출에 어떤 것이 들어갔는지 염두하고 보면 재미있으실 것이다. 또 이 인물이 어떤 존재에 의해 영향받는지도 이야기 안에서 굉장히 진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다. 이 존재를 오고 가는 연출이 사실상 영화를 이끄는 플롯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현실과 그 나머지의 세상을 잇는 감독의 박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러닝타임이 다 끝나있다. 이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은 거스가 아닌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 인물들은 어떤 존재 때문에 특정한 사건을 겪는다. 영매사 크리스투, 초능력자 사냥꾼, 모녀관계라고 볼 수 있는 릴리(잉그리트 토렐리)와 준(로라 고든)의 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 잭까지. 인물들은 미디어라는 틀을 넘어 현실의 우리에게 침입한다. 가령 릴리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은 기괴해서 장르적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핵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단순한 이야기에서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인 비유를 새겨놓은 각본가와 감독의 능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미디어 = ?
영화 안에서 흥미로웠던 세 번째 지점은 핵심과 장르를 겹치게 연출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야? 이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토크쇼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거대한’이다. 이 영화의 틀을 이루고 있는 미디어, 그러니까 토크쇼라는 존재는 관객에게 초자연적인 일을 묘사하는 원동력임과 동시에 이야기의 형식이다. 무슨 말이냐? 초반부에 1970년대 미국의 정치사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실적인 맥락을 넣은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무리를 생각해 보면 이 영화의 틀을 부순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로 담는다. 이 모든게 토크쇼인 것이다. 이 두 요소로 인해 영화의 톤이 상충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에는 걸림돌이 없다. 왜? 카메라의 존재 때문이다. 카메라의 의미가 영화의 플롯을 이끄는 것과 동시에 초자연적인 행위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 카메라의 존재는 영화가 왜 영화인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2024년의 관객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또 <악마와의 토크쇼> 안의 토크쇼 관객과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관계가 흥미롭다. 이 둘은 사실상 동일시되기도 하고, 전후관계에 있어 전제조건이 되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각각의 관객(토크쇼/영화)의 성격을 미디어의 성격을 통해 분류한 것이다. 토크쇼의 관객은 쇼를 만드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제작자들의 이해관계가 관련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화의 관객들은 카메라가 이끌리는 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를 엇갈리는 연출이 흥미로웠다. 이 엇갈리는 연출이 무엇인지 딱 겹쳐지는 지점이 있다. 장면이 무엇인지를 애둘러 써보자면, 이야기의 폭력적인 것을 지양한답시고 그 전부를 담는 뉴스를 여러분도 본 적 있지 않나? 이 영화의 카메라는 그런 느낌이다.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서 이야기의 외면을 비추다가 어느 지점을 벗어나 시점을 급격하게 바꿔버린다. 이건 중요하다. 관객들의 관계를 영화가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급격하게 바꾸는 시점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대단한데, 토크쇼가 존재했기 때문에 1977년부터 2023/2024년에 이르는 영화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것이고 ‘악마와의 토크쇼’가 가능했으며 관객을 향한 무언가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장면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러분 모두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분들은 영화의 엔딩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의 이런 마무리야 말로 꼭 필요했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언론홍보학과 출신 글쓴이가 전공 공부를 하며 배운 것이 있다. ‘서브리미널 효과’라는 것이 기억에 생생한데 이것이야 말로 미디어가 관객에게 끼치는 영향 그 전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가 봤던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삶에 틈입하고 있지 않은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영화인 셈이다. 어쩌면 이런 미디어의 속성이야 말로 진짜 공포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범죄도시 4>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극장 나들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강력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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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최고, 최악의 CG 장면들
#산돌구름 #마블CG #엔드게임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1. 28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마블의 CG
01:02 아이언맨3 가짜 로다주
02:09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마크45
02:53 디에이징 효과
03:52 시빌워 토니&스파이더맨
05:04 닥터스트레인지의 마법
05:57 CGI 팬서
07:08 엔드게임 Final Battle
07:57 헐크버스터 in 와칸다
08:28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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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자크: 시즌4> 파트 1 예고편
누구도 상처 없이 빠져나갈 수 없다. 시즌 4 파트 1, 곧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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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고니아> 메인 예고편
"이건 미친 짓이에요." 위기의 지구를 지켜야 하는 기묘한 블랙 코미디 [부고니아] 메인 예고편 공개✨ [부고니아] 11월 극장 개봉🐝 #부고니아 #BUGONIA #엠마스톤 #EmmaStone #제시플레먼스 #JessePlemons #알리시아실버스톤 #AliciaSilverstone #요르고스란티모스감독 #YorgosLanthimos #지구를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