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2025-07-11 18:45:12
돌아오니 선녀였다
시네마 천국
나이를 먹으면 봤던 영화도 다르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본다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영화가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감상만 되풀이될 것이라는 생각에 재개봉되더라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 시간에 한 편이라도 새로운 영화를 보며 얻어걸릴 또 다른 특별한 영화를 기다렸지만, 사실은 핑계에 불과하다. 아무런 근거도, 기준도 없이 보냈던 시간은 한 번도 본 적 없으며 어딘가에 존재하지도 않을 이상적인 영화에 대한 동경의 크기만큼 길었으리라. 이런 생각을 깨게 해준 영화가 최근에 재개봉한 <시네마 천국>이었다.
확실히 예전보다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잘려 나간 무수한 키스 씬 필름으로 토토와 알프레도의 절절한 사랑, 그리고 남겨진 사랑의 흔적에 감동하는 어른들이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 보니 <시네마 천국>은 완전한 로맨스 영화였다. 토토가 성장하며 만끽한 사랑 그리고 그들과의 이별에서 특히 느꼈는데, 이때 알프레도가 꺼낸 사랑 이야기. 공주를 100일간 기다리던 남자 이야기에서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이해할 수 있다. 그 모든 기다림과 절심함도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는 걸.
시골에서 자란 토토는 고향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끼며 살아갔다. 마냥 행복한 앞날만 보장되지는 않지만, 부족한 것도 없었다. 그저 알프레도와 애인 그리고 가족들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계속.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시간도 언젠가 끝을 맺는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설득으로 더 큰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자연스럽게 애인과의 관계도 마무리되고 가족마저 소원해진다. 그런데 토토가 더 넓은 세계에서 성공은 할 수 있어도 사랑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일회적인 관계들로 빈자리를 채우지만,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가 있을까. 작고 우스운 사랑이더라도 사랑인데 한번 내다 버린 사랑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후회가 쌓이고 방황은 커간다. 어디에서도 사랑을 하지 못하는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차갑게 내보낸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이었다.
알프레도는 사랑이 뭔지 알고 있었다. 일평생을 한 자리에서 영사만 하던 그가 줄곧 마주한 것은 영화 속 세계였다. 가난하고 죽음이 도사리던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았고, 큰 세계에 대한 열망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열망을 어린 친구 토토를 위해 남겨두었다. 알프레도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행복해질 길을 알면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보내줄 수 있는 어른이었다.
그 화룡점정은 엔딩 씬에서 이뤄진다.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돌려보며 눈물을 훔치는 유명한 장면이다. 토토는 마지막 모습이 차가웠던 알프레도의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려 나간 무수한 키스 컷들처럼 자신의 사랑과 추억들이 좌절되더라도 마음 속에 영영 남을 수 있음을 그는 깨닫는다.
여기서 나는 100일간 공주를 기다린 남자 이야기의 의미를 수정해 본다. 그 이야기는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난다'라는 뜻보다 '사랑에는 때가 있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이처럼 나는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 없는 사랑을 만끽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믿어본다. 한 번 끝낸 이야기들에도 다름을 느끼고, 언젠가 그 이야기들에 토토처럼 눈시울을 붉히는 날이 다가올 수 있으리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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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 리뷰
"우린 그저 운이 좋았던 거죠. 당신과 나."
꼭 보겠다고 말한 다짐이 무색할 만큼 난 오랫동안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가 수작이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마이클 레젠더스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의 연기가 대단히 훌륭하다는 것도. 그럼에도 내가 차일피일 감상을 미룬 건 영화의 소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기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기자들이 추적한 논란이 바로 가톨릭 아동 성범죄였으므로. 내가 가톨릭 신자인 것은 아니나 선하다고 믿고 싶은 인간 종족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결국 고개를 들 만한 이야기는 늘 보는 것이 망설여지기에(그래도 늘 보긴 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영화 제목인 ‘스포트라이트’는 미국의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 내 탐사보도 팀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인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마땅한 사건을 추적하겠다는 기자들의 직업정신과 열의가 돋보이는 작명이다. 재미있게도 팀 내에 등장하는 네 명의 기자는 국내에 소개된 포스터 속 문구처럼 '세상을 바꾼 최강의 팀플레이’를 해냈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영상 속에 끊임없이 비쳤음에도 개개인으로 기억에 남진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영화의 주인공은 ‘네 기자’가 아니라 네 기자가 포함된 ‘스포트라이트’라는 유기체적 팀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로비 로빈슨(마이클 키튼)과 마이클 레젠데스(마크 러팔로)의 대립을 통해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팀플레이일지언정 얼마든지 갈등이 존재할 수 있고, 샤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가 비치는 가톨릭에 대한 회의 등을 통해 기자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지켜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을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설정한 전략은 사건의 피해자/가해자 측에도 비슷하게 사용된다. 즉, 작가인 조지 싱어와 감독이자 작가인 톰 매카시는 가톨릭 교구의 아동 성범죄를 추적하기 위해 실화를 극화하면서 단 한 명의 피해자에 매달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피해자 한 명의 삶이 얼마나 처절하게 망가졌고 교회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끔찍하게 망가뜨렸는지를 전시하거나 소비하지 않은 대신, ‘생존자’라 불리는 피해자들이 모임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었고 바로 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얼마나 무심해질 수 있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며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또한 영화 내에선 집착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우리에게 거듭 강조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한 명의 신부/사제의 일탈처럼 비치지 않도록 사건을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취재를 열심히 한들 가톨릭 교회 관계자에게서 돌아오는 답변이 사과가 몇 알 썩었다고 박스채 버릴 순 없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면 더더욱. 가장 돌봄이 필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취약한 환경에 처한 어린아이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건들 뒤에 숨겨진 인간의 추악한 면모는 죄책감 없는 개인의 범죄적 계산과 그 모두를 눈 감은 무소불위의 권력일 것이다. 피해자가 너무도 많아 병리적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라는 전문가의 말이 흘러나오는 세상 이건만 한편으론 천상에서 지상으로 걸음 한 신의 말씀을 경건하게 받아들인 양 설교하는 종교적 지도자인양 행세하면서도 무수한 개인을 짓밟은 범죄자는 권위에 보호받으며 그저 교구를 옮겨다니기만 하였다. 이렇듯 영화는 스포트라이트팀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이 사건의 뒤엔 얼마나 많은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었으며 스포트라이트팀이 받은 퓰리처상에 대한 언급을 삭제함으로써 사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시사 고발 영화는 단순한 사건의 재현이 아니다. 지나간 일을 다시금 들추고자 할 뿐이었다면 기자들의 회고록을 찍거나,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되는 일 아닌가. 존재했던 진실을 서사적으로 엮어 내면서도 전달해야만 하는 메시지를 러닝타임 내에 예술의 이름으로 삽입하여 시민의 성찰과 각성을 불러내는 것이야말로 고발 영화의 미덕이지 않을까. 모든 시사 고발 영화가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따르며 관객을 소외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엄연히 부당한 억압에 따라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단순히 상업 영화라는 미명 하에 왜곡시키고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흥미만을 좇아선 안된다는 이야기다. 영화라는 미디어는 결국 한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원하든 원치 않든- 재생산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무너진 사회 정의를 조명하는 고발 영화에 조금의 윤리의식도 기대할 수 없거나, 예민하게 다뤄야 하는 사건을 단순한 감정의 배설구로 사용하는 것은 적지 않은 모순일 테다. 이런 점에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언론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도 무감각한 사회로 인해 비극이 심화된 사건의 본질을 해치지 않았고, 피해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실화를 각색하였다. 또한 영화 내 등장하는 변호사 미첼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의 대사, "이건 명심하세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에요."를 통해 영화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기까지 하니, 훌륭한 시사 고발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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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른인가 아이인가
한 남자의 비리 사건이 터진다. 이 남자는 죄책감 때문인지 회피하고 싶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가족들을 남겨두고, 죽어버린다. 유일하게 집에 남은 딸아이는 경찰의 표적이 되어 중요한 참고인이 된다. 경찰은 아이가 아버지의 남은 비리 재산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아이를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감시를 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미성년자이지만 이미 다 커서 알 거 다 아는 어른 이임을 감안하고 이 아이에게서 아버지가 남긴 남은 지산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아이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그런 그 아이는 자살을 기도하고, 그 자살사건에 현수가 투입된다. 그런데 과연 이 아이는 아버지의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이 답을 하기 전에 우린 이 18살을 더 자세히 이해해보아야 할 것 같다.
1. 어른 아이, 18세를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상반되는 대사가 있었다.
"18살이면 다 큰 거죠."
"아직 어린애잖아요."
비리 사업가의 딸을 두고 내린 상반된 평가. 과연 이 아이는 정말 다 큰 걸까.
요주의 아이, 세진은 경찰의 시선으로는 다 큰 아이로 간주되어 어른의 세계로 인도되었다. 경찰은 세진을 다 큰 아이로 간주되었지만 여전히 어린 나이로 인해 어른에게 물어보듯이 취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진에게 뭔가 더 확실한 정보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세진이 머무는 집 곳곳에 cctv를 심어놓았다. 하지만 세진은 사생활 침해라며 항의했지만 정보가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세진의 이런 항의는 세진에 대한 의심만 더 높아지게 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세진을 섬으로 보내 요양도 시켜주고, 원하는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cctv 단 거 가지고 항의를 하는 세진이 정말 거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은 참고인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을 다 커서 알 거 다 알만 틈 성장한 세진이 어린 나이를 내세워 미운 어린아이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진이의 자살 소식에 태풍을 핑계로 시신을 찾으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귀찮은 아이니 빨리 사망 처리하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 아이가 죽은 이유에 경찰의 지분이 아예 없지 않음을 경찰 집단이 이미 빨리 간파하고, 이 아이의 잔상을 빨리 잊고 싶은 진짜 다 큰 어른들의 비정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하게, 어른들은 고등학생 나이 때의 아이들의 성장을 평가할 때, 어른 특유의 '내가 다 살아봐서 알아'라는 식의 관점과 함께 상황적 요소와 자신의 주관을 섞어 평가한다. 예를 들면, 집안의 웃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혹시 웃어른이 유산 상속자를 18세 미성년자 손자에게 몰빵하셨을 때, 18세 아이에게 무엇인가 설득하려는 주위 친척 어른들이 이 아이를 회유하는 타이밍에 잘 나오는 멘트 중에 "너도 이제 다 컸으니, 알 거 아니냐"라는 뉘앙스의 멘트를 날리시는 분들이 있다. 요맘때 학생들이 주요하게 쓸모가 있을 때에는 머리는 커버렸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임을 어른들은 잘 인정하려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세진이를 두고 보이는 경찰의 태도를 두고, 이 미성년자가 필요한 존재일 때에는 어른 취급을 해주며 존중하는 척해주다가도 아이의 쓸모가 다하면 버려버리는 모습에서 아직 완벽하게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가 어른에게 느꼈을 환멸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세진을 아껴주던 형사 형준마저 자신을 이용했고, 새엄마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이 상황에서 18세 아이가 느꼈을 좌절을 그 시기를 거쳤지만 그 시기에 대해 잊어버린 어른들은 이해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어른들의 비정함과 다 컸지만 아직 어른이 되진 않은 18세의 연약함을 비교하게 만들어 준다.
필요에 의해 어른들은 18세 미성년자를 다 컸으니, 어른의 세계에 협조하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그 다 큰 아이는 여전히 아이였고, 어른이 요구하는 덕목은 아직 갖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어른들은 ' 다 컸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 본인이 18세였던 시기를 망각하고, 세진을 다 큰 '아이'임을 무시해 버렸고, 그 무시의 결과는 아이에게 더한 못을 박았음을 세진의 경찰에 대해 표시한 반감을 통해 알 수 있다.
2. 아무것도 몰랐냐는 말의 비정함
이 영화에서 세진과 그녀의 죽음을 쫓는 경찰, 현수는 비슷한 심리적 상태를 보인다.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자 자신의 몸을 해하면서까지 정신을 차려보려고 하고, 악몽을 꾸면서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고, 허한 동공으로 분노에 이글거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 세진을 통해 현수는 자신의 과거를 본다. 그래서였는지 직감적으로 이 아이는 다른 경찰의 예상과는 다르게 경찰이 혹할 만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아빠가 비리를 저지르고, 오빠가 감옥에 가있는 상황에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만 살아온 자신의 잘못도 일정 부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으로 인해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음을 알았다.
"너는 내가 어떻게 남편이 그렇게 오래 바람나도록 아무것도 모를 수 있냐고 물어봤었지. 근데 있지, 나 진짜 아무것도 몰랐었다. "
이 현수의 대사에서 정말 모르고 살았던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모를 수 있냐는 상식 가득한 주변인의 대사는 참으로 가슴 아플 수밖에 없다. 그 말은 내 바보 같음을 비난하는 것 같기도 하거니와 해맑게 살았던 나 자신을 자책하며 반추하게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세진의 경우도 같았다. 아빠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지도, 오빠가 감옥에 갈 만한 일을 저지르는 줄도 모르고 나만 행복하게, 해맑게 살아온 것에 대해 어린아이가 얼마나 자책을 하고 살았는지 세진의 cctv 속 얼굴과 팔에 상처가 그 시간의 암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새엄마는 세진의 연약함을 잘 알았지만 본인의 상황의 불안정함을 이겨내는 데에 치중하느라 세진은 잠시 뒤로 미루어진 존재였다. 오히려 마주한 적도 없는 현수만이 세진의 외로움, 자책감, 무력감을 이해했다.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경험을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도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데, 다 큰 사람 취급을 당한 아직 어린아이는 주변 사람들의 배신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 것인지 우리도 예상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공감까지는 이루어낼 수 없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는 한.
사건의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들이 쉽게 내뱉는 말들은 생각보다 상처가 많이 된다. 당하고만 있었던 나의 바보 같음을 저주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의 위로라는 가면을 쓴 팩트 폭력들은 생각보다 위로가 안된다. 이처럼 다른 이들이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기반한 편견이 담긴 팩트 폭력은 전혀 상처 받은 이에게 위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큰 현타를 얻고,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사람에게는 각자의 상식을 담은 충고, 조언보다는 그저 입을 닫고,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이다. 혹시 당신의 인생에도 아무 충고, 평가도 없이 밥 먹자고 끌고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내 사람이니, 붙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3. 내 몸에 흐르는 피를 확인해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현수와 세진 모두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자해와 비슷한 행위를 한다. 타인이 바라볼 때, 팔에 상처를 내는 행위는 자살 기도로 해석할 수도 있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정신을 놓고, 자신의 몸을 해하는 정신병적 행위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수의 대사를 보면, 자해성 행위의 또 다른 정의를 고려해보게 된다.
"넌 내가 죽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 징계 피하려고 내 팔을 그렇게 찧었던 것 같아? 아니, 일이라도 해야 잠깐이라도 잊을 수 있는데, 마비 때문에 일까지 못하면 나 진짜 어떻게 될까 봐. 제발 마비가 풀렸으면 해서 그랬어. 죽으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랬다고. 그 애도 그랬을 텐데, 아무도 없어."
다른 이들은 자신의 몸을 해하는 일은 죽을라고 하는 일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몸을 해하는 이유 중에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에 상처를 내서 피를 봐서라도 살아있음을 확인하려고 하는 경우도 꽤 많다. 정신의학에서도 이런 분석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오래도록 무감각하고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공허함에 시달린 이에게, 자해를 할 때의 고통과 피가 흐를 때 느껴지는 일련의 자극적인 감각들은, 마치 살아있음을 깨닫는 감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무런 의미 없는, 마치 죽은 듯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스스로를 상처 내고 다치게 하는 행위, 죽음으로 가까워지는 행위로 인한 자극이 역설적으로 살아있다는 자각을 되살려 주는 것이다.
[출처] 내 몸에 피가 흐르면, 나는 살아있음을 느껴요.; 자해 속에 숨겨진 마음|작성자 두두
그리고 비슷한 예시로, 일본 소설 중에서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중에서
야구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해본 적이 없었지만 눈동냥으로 배운 기억을 되살려서 가슴을 공이라 상상하고 있는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방망이는 쩍 인지 철석인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멋지게 가슴 위를 떄리고 정확히 턱에서 멈췄다.
“으아아아아아아!”
덜커덩덜커덩, 침대 채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자는 거칠게 몸부림쳤다. 왼쪽 가슴은 한입 베어 먹은 토마토처럼 살덩이가 쑹덩 날아가고 없었다.
환호성과 피비린내가 뒤섞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빨간색이었다. 나도 기분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출처] 스트로베리 나이트 : 혼다 데쓰야
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살인자가 살인을 저지를 때에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현수와 세진은 자신의 몸을 해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그 반대로 살인자가 사람을 죽일 때에 느끼는 쾌감의 근원이 피를 보고, 피의 색깔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데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현수와 세진이 살인자와 같은 부류로 분류한 것은 아니지만 현수와 세진이 자기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행위를 한 사람이라는 점과 몸을 해쳐서 피를 보고서라도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이 살인자가 피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부분을 떠올리게 되었다. 다른 이나 자신의 몸을 해쳐야만 볼 수 있는 피라는 존재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색깔 때문인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참 기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몸을 죽이는 일이 나의 생존을 확인하는 일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현수와 세진은 희미해져 가는 맨 정신을 붙잡기 위해서 피라는 매개체를 생각해낸 거라면, 살인자의 경우, 피를 자신의 쾌락으로 여기는 점이 다르다. 현수와 세진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면, 살인자에게는 쾌락의 도구인 것이다.
4. 그럼에도 살아가다.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다.
생각보다 인생은 길다.
이 대사가 결국 영화의 궁극적 메시지다. 인생이 잠시 망가졌을지언정 당신의 전체 인생은 아직 진행형이다. 자신이 문제 생겨 곪아 터질 때까지도 해맑게 모르고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자책하고 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배신한 다른 이에게 맞설 힘을 길러야 함을 이 영화는 외치고 있다. 내가 나를 해하고 싶을 만큼 자괴감이 드는 문제는 분명 나만 잘못해서 생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 탓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해할 만큼 자책만 하는 것도 결코 손뼉 쳐 줄 일은 아니다. 자책하고, 자신을 해할 시간에 문제를 이렇게 만든 다른 인간들을 응징하거나 문제를 말끔히 잊고 살아갈 깡, 패기, 똘끼가 조금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다른 이들도 함께 만들어낸 문제에 본인만 파괴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한 것 아닌가. 나에게 해를 끼쳐 존재 이유를 찾지 말고, 이젠 소소하더라도 꾸준한 성과로 존재 이유를 찾으시길. 우린 아직 죽을 이유보다는 살 이유가 더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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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주 최신개봉영화
2022년 3월 1주 개봉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The Batman , 2022
수학에서 발견하는 인생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 입니다.
‘수알못’ 관객들도 영화가 주는 감동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일상 곳곳의 수학을 친숙하게 표현해냈으며,
경제부 기자 출신 각본가부터 물리학 교수까지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250 대 1 경쟁률 뚫고 발탁된 김동휘와 독보적 스크린 장악력 선보인 박병은과
박해준, 빛나는 신예 조윤서까지 환상적인 배우들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도 빠질수 없는 관점포인트 입니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수학의 즐거움을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첫번째 추천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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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The Batman , 2022
새로운 배트맨의 탄생
영화 '더 배트맨'은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이자
고담 최고 부를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알프 DC 확장 유니버스와는 연결되지 않는 독자적인 스토리로 다시 탄생을 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새 배트맨 영화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청춘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맡고,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를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 배우 마이클 키턴, 2000년대 크리스천 베일,
2010년대 벤 애플렉에 이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의 주인공이 된거죠
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배트맨으로 새롭게 돌아온
두번째 추천영화 "더 배트맨"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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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트 Blacklight , 2020
액션장인 리암 니슨의 신작
영화 "블랙 라이트"는 언더커버 요원들을 관리하는 FBI 비공식 스페셜 요원 트래비스가 조직의 추악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는 끝장 액션 영화입니다.
"블랙 라이트"는 ‘타임 투게더’, ‘어니스트 씨프’ 등의 작품을 연출한 마크 윌리엄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액션 히어로로 회춘한 리암 니슨이 ‘어니스트 씨프’에 이어 마크 윌리엄스 감독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게 됐죠.
역시나 액션장인 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맨몸 액션과 쉴 틈 없는 총격전은 물론,
도로 위 거침없는 추격전까지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러닝 타임 내내 펼쳐질 예정입니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의 베테랑 제작진과 힘을 합쳐
카체이싱부터 맨몸 액션까지 다양한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블랙 라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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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Sophie′s world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영화 "소피의 세계"는 일상처럼 여행을 보낸 ‘소피’,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 ‘수영’과 ‘종구’, 2년 전 그들이 함께한 나흘의 기록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여행자 ‘소피’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한 호스트 ‘수영’이 2년 전의 기록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과거를 바라보며 기록과 기억이 뒤엉키고 풀어지는 스토리 입니다.
"소피의 세계"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정서로 주목받은 영화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바라봤을 때 발견되는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소피의 세계"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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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레이더스 Night Raiders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전쟁으로 도시가 모두 폐허가 된 2043년,
국가는 얼마 남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공적인 자산 취급하며 애국을 세뇌시키는 군대식 공공학교 ‘아카데미’로 차출해가고,
인간병기로 만들어 다시는 부모와 만날 수 없게 하죠
숲에 은신하며 딸 ‘와시즈’를 지키던 엄마 ‘니스카’는 덫에 걸려 다리를 크게 다친 딸에게 약 하나 제대로 구해줄 수 없게 되자
온전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이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이별을 택합니다
전쟁 이후, 개인이 낳은 아이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전쟁 이후의 독특한 설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나이트 레이더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과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대기록을 달성 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뜨거운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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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허우적대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블립 이후 PTSD에 시달리기 시작하자 '닉 퓨리'(새뮤얼 L. 잭슨)는 우주 방공 시스템 'S.A.B.E.R.'로 숨는다. 하지만 그가 우주에서 마음을 달래는 사이, 지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퓨리가 새 집을 찾아주겠다는 30년 전 약속을 배신했다고 판단한 스크럴이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
새로이 스크럴 저항군의 리더가 된 '그래빅'(킹슬리 벤아디르)은 인류를 절멸할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고, 지구는 제3차 세계 대전 직전에 빠진다. 그 사이 퓨리의 절친 '탈로스'(벤 멘델슨), 아내 '프리실라'(샬레인 우더드), 그리고 탈로스의 딸 '가이아'(에밀리아 클라크)는 목숨을 위협받는다. 이에 퓨리는 마침내 지구로 돌아온다. MI6 국장 '소냐'(올리비아 콜먼)의 도움을 받아 그래빅을 막기 위해서.
닉 퓨리도 구하지 못한 MCU
MCU가 위기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정도를 제외하면 '마블'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흥행도, 비평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앤트맨: 퀀터매니아>로 막을 올린 페이즈 5도 표류 중이다.
디즈니+ 드라마도 반응이 안 좋다. <완다비전>, <호크아이>, <팔콘과 윈터솔져> 등 익숙한 히어로가 등장한 작품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변호사 쉬헐크>, <미스 마블> 등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는 작품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연계도 악수가 됐다. 드라마를 보지 않으니 시리즈에 연계된 영화 역시 자연히 흥미가 떨어진다.
MCU는 여전히 두 리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셈이다. 이에 마블은 아끼던 카드를 꺼냈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만 잠시 모습을 비춘 닉 퓨리가 첩보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어벤져스 프로젝트의 기획자도 MCU의 구세주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크릿 인베이젼>이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까닭이다.
인간 닉 퓨리를 보다
<시크릿 인베이젼>을 <변호사 쉬헐크>, <미스 마블>과 같이 분류하면 닉 퓨리 기분이 꽤 나쁠지 모른다. '닉 퓨리'가 주인공이라는 개성과 재미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퓨리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나 <캡틴 마블> 정도를 제외하면 언제나 조연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항상 베일에 가려 있었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MCU가 10년이 넘도록 감춘 인간 닉 퓨리를 보여준다.
퓨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약하다. 동료들을 잃고, 나이가 들었다. 그는 지키지 못한 30년 전 약속에 짓눌린다. 자기가 초래한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도통 갈피를 못 잡는다. 그는 아내와 친구 등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그의 결점과 인간적인 면모를 들려줄 기회를 잡는다.
각 에피소드는 퓨리와 특정 인물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마리아 힐과의 동료애. 탈로스와의 애증 섞인 신뢰. 그래빅과의 갈등.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이아와 퓨리의 동병상련. 퓨리를 중심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학적인 대사가 곁들여져 품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레이먼드 카버의 시 '마지막 단편'을 인용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결국 <시크릿 인베이젼>은 외관이 첩보물일 뿐, 퓨리의 인생을 들려주는 드라마에 가깝다.
이민자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물론 퓨리만 있지는 않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퓨리를 중심으로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서사는 탈로스와 그래빅의 대립이다. 퓨리가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종족의 생존을 위한 길을 선택해야 했던 둘. 그러나 그들이 생각한 방식은 달랐다.
드라마는 이들의 갈등을 단순한 선악으로 가르지 않는다. 그래빅이 빌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신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살핀다. 그래빅에게 퓨리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탈로스는 퓨리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퓨리의 배신이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그래빅이 인간을 얕보는 이유와 탈로스가 믿는 인간의 강점까지. 퓨리와의 관계 안에서 그들의 신념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니 둘의 대립은 마치 <엑스맨> 시리즈 속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갈등 같다. 탈로스는 인간과 돌연변이가 공존할 수 있다는 프로페서 X와 같은 의견이다. 그는 그래빅을 막고, 지구를 구한 대가로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요청하려 한다. 반면에 그래빅은 매그니토에 가깝다. 인간을 모두 죽이고 지구를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혐오를 선동하는 지도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을 전쟁터로 내모는 역사가 반복된다.
최근 멀티버스에 집중하는 MCU에 지친 팬들에게 이 대목은 퍽 반갑다. 잠시 과거의 마블이 보이기 때문.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며 세계관을 확장한 덕분이다. <캡틴 마블>이 스크럴을 난민에 비유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스크럴을 이미 한 사회에 녹아든 이민자로 대한다.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미국이 아닌 유럽인 점도 무게감을 더해준다.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간과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꽤 만족스럽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각 인물의 서사는 잘 쌓아 올렸지만 정작 첩보물로서의 재미가 부족하다. 케빈 파이기가 이 드라마를 두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밝힌 것에 비하면 성에 차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까지 등장했지만 첩보물다운 서스펜스는 부족하다.
이유는 명백하다. 마블 스튜디오가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연속성이다. 영화는 한 편의 완결성만 갖추면 된다. 속편 예고는 선택사항이다. 드라마는 다르다. 다음 화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회별로 기승전결을 가지되 전 회차 역시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드라마에 이중 플롯이 필요한 이유다.
이 작업은 정교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각 에피소드에 어떤 이야기를 분배할지, 각 회의 핵심 사건은 뭔지, 다음 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엔딩은 뭘지, 전 회차를 아우르는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낼지. 이 모든 작업이 이뤄져야 드라마의 이중 플롯이 안정적으로 완성된다.
모아 놓고 보면 부실한 이유
그런데 <시크릿 인베이젼>은 이중 플롯을 살리지 못했고, 첩보물로서의 연속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시도는 했고, 편린이 보이기도 한다. 동료도 조직도 잃은 채 그래빅의 음모에 대응하지 못하는 퓨리. 그 빈자리는 MI6 국장 소냐가 채운다. 그녀는 영국 정부에 침투한 스크럴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그래빅을 추적하고, 그의 계획을 조금씩 알아챈다.
하지만 그녀의 활약은 피상적이고, 부분적이다.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활용될 뿐이다. 적은 아니지만 친구도 아닌 퓨리와의 팽팽한 줄다리기도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지키지 못한 퓨리부터 헛되이 희생한 셈인 탈로스, 어벤져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다 강해진 가이아와 허망하게 퇴장한 그래빅까지. 여러 캐릭터의 마지막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첫 두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은 50분 남짓이다. 이후 나머지 4개 에피소드는 40분 분량도 채우기 힘들어한다. 약 4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6개로 나눈 셈이다. 그러니 각 화의 플롯은 챙겨도 전체 에피소드를 연결할 플롯까지 온전히 챙길 여유가 없다. 주인공인 퓨리만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나머지 캐릭터와 이야기를 희생한 격이다.
물론 퓨리의 뒷이야기를 감상하고, MCU의 확장을 본다는 점은 여전히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 작품에게 기대한 첩보물의 성격이 옅어진 이상 주객전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특히 누구로든 변할 수 있는 스크럴 종족의 특성, 곧 첩보물에 가장 걸맞은 능력도 온전히 살리지 못했으니 더더욱. 결국 드라마를 제작한 기획부터 의문이 남는다. 6개 에피소드로 쪼개기보다 과감히 편집해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마블의 현재를 요약해 준다. 마블은 디즈니+ 출범과 맞물려서 드라마 제작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라마라는 형식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통 감을 못 잡는 듯 보인다.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었다가 영화로 제작하기로 변경된 <아머워즈>가 방증하듯.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만달로리안>과 <안도르> 등의 드라마를 영리하게 활용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는 것과 자연히 대비를 이룬다.
그렇다고 플랫폼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이런 딜레마도 따로 없다. 이미 <로키> 시즌 2, <에코>, <아이언하트>, <데어데블: 본 어게인> 등 8개 드라마가 공개 예정인 가운데, 과연 마블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지만, 낙관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Poor 형편없음
디즈니+, MCU의 계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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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또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영화. 난 사실 인생영화가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한동안 제일 재미있었던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뽑았다. <나이브스 아웃> <유전> <큐어> <킬빌 1,2> 같은 영화들은 재생하기만 하면 시간이 후딱 간다. 또한 나는 MCU의 팬이기도 하다. 내가 작년 동안 제일 잘한 일 뽑으라고 한다면 극장에서 어벤저스 시리즈 그러니까 MCU의 영화들을 다 봤다는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맨몸액션 영화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한테 있어 영화는 이런 것들이었다. 무슨 일이 있든 머리를 비워줄 수 있다면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로맨스 영화는 왠지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아서 피하곤 했었다. 왜일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숨기면서 살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를 보라고 한다면 두려웠다. 난 왜인지 나를 나누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그런 시간은 다 간 것 같다. 물음표의 연속이던 내 머릿속에 느낌표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될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이러면 되는구나!'로 변했다. 이제 나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난 나를 어두운 이야기만 할 줄 알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나를 괴롭히던 몇몇 생각들에 이젠 구애받지 않게 됐다. 이를 서서히 깨달을 즈음에, 또 이제는 스릴러, 호러물이 아닌 잔잔한 작품도 좋다고 여길 때 이 영화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셈이다. 2021년 2월.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해피 투게더>는 이별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크게 세 사람만 나온다. 양조위가 맡은 아휘. 장국영이 맡은 보영. 장첸이 맡은 장이다. 이 세 주인공 중 아휘와 보영은 연인관계다. 허구한 날 싸움만 하는 것 같은 두 사람. 관계 회복을 위해 홍콩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다. 외국에 온다 해서 예외가 있는 건 아니다. 이과수 폭포에 가면서도 두 사람은 또 싸운다. 지칠 대로 지친 아휘는 보영과의 관계를 마무리한다. 보영의 빈자리를 느끼는 아휘. 없다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지만 다시 상처 받기 싫어 보영에게 냉담하게 행동한다. 보영은 이런 아휘를 다시 시작하자며 흔들어놓는다. 흔들리던 아휘. 어느 날 만신창이가 되어 나타난 보영의 같이 있어달라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없이 받아들인다. 겉으로는 까칠했지만 사실 아휘는 보영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보영이 다 낫게 되면 자기를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보영의 여권을 숨기기까지 하는 아휘.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국 보영의 손은 다 낫는다. 보영은 아휘에게 여권이 어디 있냐며 따져 묻지만 안 돌려줄거라는 답을 듣는다. 보영은 이에 화나 아휘와 헤어진다. 혼자가 된 아휘. 아휘는 보영이 떠났다는 사실에 외로워하며 이리저리 방황한다. 방황 끝에 아휘는 홍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계획하고 원래 일하던 식당에서 그만둬 도살장에서 일하게 된다. 돈을 원하는 만큼 모은 아휘는 홍콩으로 떠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른 대만에 식당에서 일하다 만난 친구 장의 사진을 보게 되고, 장을 찾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게 됨으로서 이 영화는 끝난다. 이게 대략적인 영화의 줄거리다. 딱히 어려울 것 없는 내용이다. 싸우다 헤어지고 난 다음의 평범한 커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해피 투게더>는 다르다. 왕가위는 이런 보편적이라고 볼 수 있는 줄거리를 가지고도 다른 로맨스영화와의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내가 생각하는 차이점은 왕가위 감독의 연출에서 나온다. 첫번째. 어렵지는 않지만 특이한 줄거리다. 연인이 싸우고 헤어진다. 끝. 영화의 줄거리는 1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만약'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만약에 부딫힌다. 아. 그때 그랬으면 어쨌을까. 내일 일을 미리 알수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회가 우리 삶에서 좋은 구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 영화는 이런 모두를 이해라도 한 듯 우리가 선택할 만약이란 가정을 전부 다 보여준다. 수도없는 결벌 후 계속해서 사랑을 이어간 둘이 행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둘은 걸핏하면 싸웠다. 그렇다고 해서 둘이 불행했다고 볼 수 있나? 아니다. 둘은 같이 왈츠를 추다가도 서로 사랑한다는걸 인지하고 격하게 포옹한다. 그러니까 둘에게 만약이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 연인관계이기 때문에 불행한 하루하루가 계속될 것이다. 즉, 둘의 관계는 무슨 짓을 하든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왜? 영화에서 다 보여준것과 같이 이미 이들은 할만큼 했다. 이것만큼 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상은 없을 것이다. 영화는 이를 보여주며 행복했지만 불행했던 시간을 보낸 우리들에게 말 한마디를 건낸다. 그래서, 너가 선택해야 했던 미련과 후회를 골랐다고 해서 현재와 다를거라고 생각해? 아닐걸. 난 플롯을 통해서 왕가위 감독이 이 말을 하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두번째 연출의도로 이어진다.
두번째.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카메라 구도다. 감독의 전작에서는 볼 수 없는 구도가 보인다. 인물들을 굉장히 가깝게 찍는 카메라 워킹 여러가지가 나온다. 가령 이과수 폭포 전등을 빤히 쳐다보는 아휘의 모습도 카메라가 굉장히 가까이서 주인공을 찍는다. 또 있다. 장이 녹음기를 주며 '여기에 네가 슬픈 걸 털어놓아봐'라고 말할때 조용히 우는 아휘의 모습을 줌인한다. 아휘가 보영이 왔다는 생각에 문을 열지만 아무도 없다는걸 확인할 때에도 카메라를 가까이 대며 찍는다. 나는 이런 장면들을 보며 내가 아휘이거나 보영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혹은 내가 이들을 아는 제 3자가 되어 이들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보는것같은 느낌도 들었다. 난 왕가위가 이런 지점을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입때문에 이렇게 매 장면을 연출했을 것이다. 얼마나 이 인물이 이런 일들로 하여금 외로워하는지, 이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카메라를 우리에게 돌린것이다. 이런 공감대의 활용은 엔딩신 지하철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홍콩의 지하철 어느 장면들을 비춰준다. 마치 내가 지하철을 타는 승객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지하철이 되어 홍콩의 사람들을 주욱 비춰주고, 무언가를 다짐하는 아휘를 보여준 다음 영화는 종착지에 도착한 기차를 보여준다. 난 이 엔딩의 두 장면을 보며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일에 생각이 많아질 때 기차를 탔다고 가정해보자. 더이상 무언가를 떠올리고 싶어도 기차가 종착지에 도착하면 일단 내리고 봐야 한다. 무언가와 이별한다는 건 이런게 아닐까. 기차와도 비슷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간 일은 기차와도 같아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내려야 하는 기차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내려야 할 때 내려야한다. 난 왕가위감독이 기차와 엔딩신을 통해 이런 비유를 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구도가 이끄는 공감대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엔딩신에서의 지하철을 바라보는 시점은 승객으로서의 시각과도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아휘와 관객들은 동일시가 된 셈이다.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 그래서. 이제까지 너희 이야기 실컷 했지? 이제 네 미련과 후회에서 내릴때가 됐어. 아쉬움은 털어내라구. 난 왕가위 감독이 이 연출요소들로 이 메세지를 주고 싶어했다고 생각한다. 플롯을 독특하게 만들지 않은 대신 카메라 구도로 영화를 표현한것도 이 말을 전달하기 위한 좋은 받침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이기도 하다.
세번째. 영화는 이런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한마디 더 했다. 그래서. 너가 돌아가야 할 다른 곳은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어 자유롭다. 가족이란 것도, 친구란 것도 다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든든한게 아니었다. 내가 외로울 때 두서없는 투정을 드러내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었다. 영화는 이런 돌아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 주인공 다 돌아갈곳이 없어 외롭다. 가령 아휘와 장만 해도 집을 무작정 떠나온 사람이다. 보영은 아휘라는 마음의 안식처를 잃어버렸다. 종반부로 가면 쉴 곳이 유일하게 생긴 주인공이 있다. 아휘다. 아휘에게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장이다. 지하철 타는 엔딩신 이전 장면은 아휘가 장의 집을 찾는 부분이다. 아휘는 마음 아프게 누군가와 이별해 방황하지만 결국 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아휘는 앞으로 방황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언제든 마음이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앞의 두가지 만큼이나 이 지점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앞에서 내가 쓴 부분을 다시 갖고올 필요가 있다. 결국 무언가와 이별한다는 건 돌아갈 길 하나 없애고 다른 길을 파는것이 아닐까. 아휘는 장이 있기 때문에 더이상 헤메지 않을 것이다. 왕가위 감독은 이런 '돌아갈 곳이 있고 없고'의 차이의 대비를 통해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헤어진다는 거?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마음이 놓일 곳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한다. 난 이 영화를 보며 이런 느낌이 들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누군가와 친했다고 해서 그 사람과 영원히 행복할리는 없다. 이걸 뻔히 알고있다면, 인생 모든게 다 정해진게 되어 외로워지게 된다. 난 가끔 이런 나를 이해해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우리를 이해하고 있다. 이래서 난 이 영화가 좋았다. 나에게 그래도 됐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영화의 원제는 춘광사설이다. 영화 안에서 봄이라고 유추할만한 계절적 배경이 드러나진 않는다. 무엇이 봄의 햇볕같을까. 당연히 둘이 사랑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헤어지는 순간을 보여주지 않느냐? 아니다. 영화는 수도 없는 결별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절대 결코 완벽한 인간일 수 없다. 영화는 이런 미숙함에 대해 아름다운 봄과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다 어느 부분에선 미숙하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누구를 떠나보내기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괜찮다. 이것도 봄의 햇볕같은 날이자 '해피 투게더'한 날일 것이다. 는 이게 영화의 제목이 이것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누군가가나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라도 우리는 우리를 이해하는 무언가와 함께 해야한다. 피할 필요 없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다 일어난다. 당신은 무얼 선택하든 같은 선택지를 골랐을 것이다. 그러니까 챙겨야할 것 몇가지만 챙기고 앞으로 나아가자. 왕가위 감독은 이 사랑이야기를 통해 보다 성숙한 대답을 해주는 것 같다. 남남 커플의 사랑이야기에서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왕가위의 연출능력이 정점에 달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두고두고 볼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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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지금껏 보지 못했던 <챌린지 + 90초 빙의>의 새로운 공포!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같은 웰 메이드 다양성
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신흥 강자 A24 영화사가 배급을 맡았으며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영화제의 대상 수상작인 <톡 투미>가 개봉한다고 합니다.
소년들
The Boys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24분
감독: 정지영
출연: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엄헤란
개봉: 2023.11.01
배급: CJ ENM
시놉시스
이것이 무슨 수사여? 똥이제! 1999년 전북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의 수사망은 단번에 동네에 사는 소년들 3인으로 좁혀지고,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내몰린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수감된다. 이듬해 새롭게 반장으로 부임 온 베테랑 형사 '황준철'(설경구)에게 진범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그는 소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재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책임 형사였던 '최우성'(유준상)의 방해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황반장'은 좌천된다. 그로부터 16년 후, '황반장' 앞에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과 소년들이 다시 찾아오는데…
CINE PICK!
실제로 1999년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발생했던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에 대한 재수사에 나선 수사반장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블랙머니> <부러진 화살>등 여러 작품을 통해 굵직한 메시지를 전했던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톡 투 미
Talk to Me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호러 | 오스트레일리아 | 95분
감독: 대니 필리포우, 미하엘 필리포우
출연: 소피 와일드, 알렌산드라 젠슨, 조 버드, 오티스 단지 등
개봉: 2023.11.01
배급: ㈜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시놉시스
실시간트렌드 #90초빙의챌린지 #넘사벽스릴 #주작아님 STEP 1. 촛불을 켜고 저승의 문을 연다. STEP 2. 몸을 묶고 ‘죽은 자의 손’을 잡는다. STEP 3. “내게 말해”라고 속삭인다. STEP 4. 나타난 귀신에게 “널 들여보낸다”라고 말하면 빙의 완료. ※ 경고 ※ 단, 90초 안에 깨울 것. 반드시 촛불을 꺼 문을 닫을 것. SNS에서 핫한 빙의 챌린지에 중독된 '미아'와 친구들. 위험한 게임을 이어가던 중 친구 '라일리'가 '미아'의 죽은 엄마에게 빙의되자 '미아'는 이성을 잃고 마의 90초를 넘기고 마는데! 죽음보다 끔찍하게, 당신을 무자비하게 뒤흔들 공포가 시작된다! #ㅌㅌㅁ #ㄷㄷㄷ
CINE PICK!
<톡투미>는 SNS에서 유행하는 ‘빙의 챌린지’에 빠져든 10대들이 게임의 룰을 어기며 시작되는 공포를 담은 호러 영화로,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꼽히는 브뤼셀 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대상 수상작입니다. 10대 사이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숏폼 플랫폼에서의 챌린지를 접합해 신선함을 더하고, 90초로 빙의 시간에 제한을 둔 형식이 눈길을 끕니다.
앵그리 애니
Angry Anni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20분
감독: 블란딘 르누아르
출연: 로르 칼라미, 지타 한롯, 인디아 헤어 등
개봉: 2023.11.01
배급: (주)팝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1974년 프랑스 교외의 한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애니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다행히 MLAC(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도움으로 일상으로 돌아온 애니. 하지만,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MLAC 활동에 동참하기 시작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지난날을 자책하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데… 세상을 향한 분노, 세상을 바꾸다!
CINE PICK!
<앵그리 애니>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로, 피임과 임신 중지에 대해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없었던 그 당시 사회상이 고스란히 투영된 영화입니다. 친구의 죽음과 애니 본인이 직접 겪은 임신 중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 어떻게 세상 밖으로 확장되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는지 보여줍니다.
키리에의 노래
KYRI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19분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아이나 디엔드, 마츠무라 호쿠토, 히로세 스즈 등
개봉: 2023.11.01
배급: 이화배컴퍼니
시놉시스
"너의 노래가 있는 곳으로 내가 갈게" 말을 잃고 노래로 소통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 꿈도 이름도 잃고 방황하는 ‘잇코’. 사랑을 잃고 기다리는 ‘나츠히코’. 차갑고 냉정한 세상, 함께 견뎌낼 수 있을까?
CINE PICK!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라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으로 2000년대 초 국내에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와이슌지 감독은 이번 <키리에의 노래>의 개봉을 알렸습니다. 영화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 키리에의 친구 잇코,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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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삼칠 리뷰 - 이름을 빼앗긴 소녀, 지옥에서 희망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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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영상은 홍보마케팅사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발견한 가장 빛나는 만남”
열아홉 윤영은 엄마와 단 둘이 살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친구들처럼 학교에 가고 싶기도 하지만, 얼른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장에서 일하는 청각 장애가 있는 엄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
착한 마음과 성실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뜻밖의 사고는
윤영을 피해자에서 살인자로 돌변시켜 교도소에 몰아넣고
‘윤영’이라는 이름대신 ‘이.공.삼.칠.’이라는 수감번호로 불리게 만든다.
더 이상 절망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10호실 동료들은 윤영을 지켜주기 위해 희망의 손길을 내미는데…
반드시 돌려줄게 너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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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메인 예고편
📢7월 16일 개봉 확정!
하루 일찍 극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척안에 잠들어 있던 진실이 눈을 뜬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화이트아웃 미스터리 액션! 역대급 스케일 역대급 액션으로 돌아온 레전드 극장판❄️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7월 16일 극장 대개봉! #명탐정코난_척안의잔상 #명탐정코난28기 #명탐정코난 #7월16일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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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슨> 메인 예고편
가난한 이민자 출신으로 런던 교외에서 3남매를 키우며 살아가는 벨라. 어느 날 청각장애를 가진 딸의 몸에 난 멍자국이 정부 당국의 오해를 부르고 벨라의 아이들은 강제입양 당할 상황에 처한다. 자신의 가난과 남편의 실직, 그리고 딸의 장애에도 침묵하던 사회 시스템은 한 순간에 나타나 그녀와 가족의 삶을 아프게 흔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