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2021-10-10 16:10:39
#말리그넌트 / Malignant, 2021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
영화 <말리그넌트>는 그 소재보다 "제임스 완"의 이름이 좀 더 돋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노의 질주: 더 세븐>과 <아쿠아맨>으로 각기 다른 프랜차이즈 영화를 맡아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만큼 흥행성을 인정받았으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컨저링 유니버스>의 총괄 책임자로 정신없이 바쁘니 그가 작품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작품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어느 프랜차이즈에 속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 작품을 위해서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를 포기했으니 새삼 그 매력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 작품이 아니라 '포기한 영화를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새어 나올 만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시국이 시국이라고 해도, 이번 <말리그넌트>는 그가 <데스 사일런트2007> 이후 북미에서 첫 주 오프닝 수익 1000만 달러에 실패한 영화입니다.
이후 추석에 개봉한 국내 극장가에서는 재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게 밀리는 등 체면이 안 섰고요.
그렇기에 차마, 손이 안 갔는데 보는 사람들의 평가들이 너무 확연하게 갈리더군요.
그만큼 취향이 맞는다면 한없이 맞는 코드의 작품이라는 것인데, 과연 <말리그넌트>는 저에게 맞았는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있습니다.
임신한 상태의 "메디"는 몸이 좋지 않아 직장에서 집에 돌아왔지만, 집에 기다리는 건 남편의 폭력이었죠.
하물며, 이미 2번의 유산을 겪었던 그녀이기에 화를 내고 싶어도 아이에게 해가 갈까봐 잠자코 화를 삭일 뿐이죠.
그러던 그날 밤, 집에 들이닥친 강도로 남편을 잃고 유산을 한 "메디"는 절망에 빠지고 이번 일에는 자신의 친구 "가브리엘"이 연관되었음을 눈치채는데...
제임스 완이 만든 공포잖아요.
1. 내공이 엿보이는 시작
일단, 해당 작품을 소개하는데 앞서 "왜, <말리그넌트>를 공포로 생각했을까?"라는 궁금증부터 해결해야겠죠.
이런 이유에는 이번 <말리그넌트>의 감독, 제작, 그리고 각본을 맡은 "제임스 완"의 대표작이 <분노의 질주: 더 세븐>과 <아쿠아맨>, <컨저링> <인시디어스>도 아닌 <쏘우>이기 때문입니다.
안 봤어도 잔인한 영화로 다 알고 있을 만큼 <쏘우>만으로도 대단한데, 이후 차례로 선보인 <인시디어스>와 <컨저링>은 잔인함이 아닌 으스스한 분위기로 스타일을 바꿨음에도 성공해 "공포"만큼은 거꾸로 찍어도 관객들이 즐기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말리그넌트>는 <인시디어스>와 <컨저링>, 그리고 <쏘우>까지 어떤 영화에 좀 더 가까웠을까요?
너, 어디서 영화 좀 찍어봤구나?
대개, 2마리의 토끼를 잡다가 1마리도 못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말리그넌트>도 스타일이 극명한 영화로 예상되었으나 도입부에서 보이는 건 "제임스 완"의 내공이었습니다.
최근 "제임스 완"이 선보인 영화들 가운데 "청소년 관람불가"가 없었기에 보여주는 잔인함은 확실히, <쏘우>를 연상시키지만 이는 거들 뿐입니다.
극 중 병원으로 보이는 시설에 수상하리만큼의 실험을 행하는 의사들은 익숙하지만, 분위기를 조성해 극의 신비함을 보여줘 잔인한 비주얼을 살리는데요.
이처럼 하나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스타일을 섞어내 관객들에게 낯선 공포보다는 익숙한 공포를 빚어내 보다 무서운 작품으로 태어납니다.
2. 액션 좋아, 근데...
이렇게 이번 영화의 스타일을 알았다면 다음으로 본 작품의 제목이 Malignant(악성)인지를 알아봐야 하는데요.
간호학에서 '암세포와 태아'의 차이에 '숙주의 몸에 기생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숙주의 생명을 위태로이 만드는 것은 똑같다면 그 차이는 무엇인가?'에 고민을 합니다.
실제로, 모 드라마 작가가 꺼낸 희대의 명대사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다면 조금은 다르게 기억되었겠죠?
아무튼, 극 중 초반 주인공 "메디"는 임산부로 설정된 것을 봐서는 가벼운 공포 영화로 만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에 쫓길 때 윗선으로 보여주는 것은 "갇혀있다"라는 물리적 반응을 계속해 새어 나오는 후두부의 피는 '벗어날 수 없다'라는 이야기의 의미까지 더해내거든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타입
근데, 본 작품을 공포 영화로 소개했지만 정작 이를 고민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 액션이 짙게 남아있습니다.
무슨 소리이냐면, 영화 <말리그넌트>는 액션이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극 중 후반부 "가브리엘"의 정체의 밝혀지면서 유치장부터 경찰서 내부까지 액션 시퀀스가 이어집니다.
여기에 해당 작품의 관람가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것에서 크게 걸리는 것도 없어 여타 영화들과 비교해도 이 영화를 택할 만큼 잘 나왔습니다.
다만, 마음이 걸리는 건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의 반응이 많이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3. 한데 연결되지 않는 장면들
일단, 해당 액션에 앞서 준비해서 보여주는 비주얼은 <엑소시스트>의 계단 오르내리기만큼이나 가히 충격입니다.
이까지는 관객들이 예상했던 "공포"의 맥락과 맞지만, 문제는 이후 보여주는 액션이 너무 능수능란하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장면을 보여주었던 영화 <업그레이드2018>는 "인공지능"이라는 설정이 있었지만, 해당 영화에는 이런 세세함이 없기에 기분이 좋기보다는 당황부터 앞서는데요.
여기에 이후 보여주는 이야기의 전개와 개연성은 미봉책에 그쳐 111분이라는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싶었어.
이런 이유에는 영화 <말리그넌트>가 온전하게 공포 영화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서 스타일을 논하는데, <컨저링>과 <인시디어스>, 그리고 <쏘우>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섞어냈던 것처럼 또 하나의 영화 <아쿠아맨>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 워킹으로 보여준 말도 안 되는 액션 시퀀스도 있지만, 도입부에서 보여준 신비스러운 실험과 초자연적인 능력은 코믹스의 느낌을 풍깁니다.
이외에도 주인공이 사건을 목격한 장면들로 수사극스러운 부분과 끊임없이 농담을 뱉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는 온전하게 공포 영화로 즐기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4. 너무 힘을 주셨다!
이에 어느 블로거의 말마따나 "와일드 피치(폭투)"는 야구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가 공을 받는 포수가 받아내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로 타자 주자는 "낫아웃"으로 1루 베이스로 나갈 수 있거나 다른 이동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왜 직면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투·포수 간의 사인이 맞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일단 투수의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물론, 힘을 뺀다면 그만큼 구속이 느려져 딱 치기 좋게 들어올 테니 선수들은 자신들만의 기준을 세워 힘을 넣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 <말리그넌트>는 "제임스 완"의 힘 빼기는 커녕 힘 더하기입니다.
넣는 것보다 빼는 게 힘들다.
앞서 말한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비주얼, 액션, 수사극에 농담까지 이 모든 게 각 장면별로 본다면 정말 훌륭합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합쳐내는지?'에 있습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이를 받지 못하면 포수만 힘들겠지만 투수의 뒤에 서있는 수비수들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어집니다.
특히, 투수가 던지는 공에 따라서 다양한 수비 위치에 있어야 하니 이는 "포수"뿐만 아니라 연쇄적인 작용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어디로 던질지 몰라 상대방 타자도 긴장해야 하는 장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팀원에게는 피해는 끼치지 않아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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