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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아다지오'의 매력으로 가득 채운 '로마 3부작'의 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스테파노 솔리마 stefano SOLLIMA
출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Pierfrancesco Favino, 토니 세르빌로 Toni Servillo, 아드리아노 지안니니 Adriano Giannini, 발레리오 마스딴드리아 Valerio Mastandrea, 지안마르코 프란치니 Gianmarco Franchini
ITALY|2022|127 min|DCP|Color|International Premiere
시놉시스
열여섯 살 소년 마누엘은 부패한 경찰로부터 나이트클럽에서 한 정치가를 몰래 촬영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마지막 순간에 비디오를 찍지 않고 도망친다. 그 후로 협박에 시달리게 된 소년은 아버지의 지인인 늙고 병든 과거의 갱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소년을 구함으로써 늙은 갱들은 속죄의 길을 찾게 될까?
드니 빌뇌브의 뒤를 이어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메가폰을 잡은 순간, 이탈리아 영화감독 스테파노 솔리마의 이름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데뷔한 순간부터 주목 받은 영화감독이었다. 데뷔작인 <A.C.A.B.>로 2012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상, 러시아영화비평가상, 국제영화클럽연합상을 모두 수상했을 정도.
이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아다지오>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다. <아다지오>는 데뷔작 <A.C.A.B.>, 2015년 작품 <수부라 게이트>으로부터 주제적으로 이어지기 때문. 동시에 <아다지오>는 솔리마의 '로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영화다. '솔리마'라는 작가의 한 장이 끝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솔리마가 그의 트릴로지를 끝내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보통 할리우드 작품의 경우 삼부작의 끝을 굉장히 장엄하고 화려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MCU의 많은 삼부작이 그랬고, <반지의 제왕>이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다지오>는 다르다. '아다지오'라는 제목의 이중성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데 주력한다.
'아다지오'로 쌓아 올린 분위기
아다지오는 음악 용어다. '천천히', '느리게'라는 뜻을 지녔다. 이는 <아다지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액션 범죄 영화이지만 솔리마는 섣불리 총을 꺼내지 않는다. 경찰과 마피아의 대립인지, 마피아와 또 다른 마피아의 싸움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첫 45분 동안 영화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밝히지 않는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은퇴한 마피아 '다이노타'(세르빌로). '마누엘'(프란치니)을 협박하는 무자비한 악역 '바스코'(지안니니), 전직 마피아이자 다이노타의 동료였던 맹인 '폴니우만'(마스텐드리아)과 '로미오'(파비노)까지. 영화는 이들의 관계, 목적, 과거사를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마누엘이 그들과 엮이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덕분에 영화는 천천히 끓어오른다. 정보가 풀릴 때마다 긴장감이 찬찬히 쌓인다. 일례로 바스코가 잔인한 악역이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드러난다. 그러나 그가 부패한 경찰이라는 사실은 가려져 있다. 그 덕분에 그의 신분과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 대립 구도와 추격전은 한층 더 분명해지고 절박해진다. 과거와 현재에 걸친 로미오와 다이노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비극은 중반부에야 모습을 드러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마지막 불꽃의 미학
캐릭터 활용법도 제목에 충실하다. "아다지오"는 이탈리아 말로 "안녕"이나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인사말이다. 달리 말해 <아다지오>는 인생의 끝이 임박한 늙은 마피아들의 작별 인사다. 실제로 세 명의 마피아는 모두 늙고 병들었다. 폴니우만은 눈이 멀었고, 다이토나는 정신이 뒤죽박죽이다. 로미오는 암에 걸린 시한부 인생이다.
솔리마는 그들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조금은 늦추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마지막을 담담히 수용하고 끝을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마누엘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어려움을 역이용하기에 더 흥미롭다. 시력을 잃은 폴니우만은 바스코의 부하를 맞닥뜨린다. 언제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 갑자기 찾아온 정전 덕분에 폴니우만은 동등한 처지에서 마지막 싸움을 벌일 수 있다.
다이토나도 마찬가지다. 마누엘을 추적하는 바스코에게 고문당하는 노인. 마지막으로 바스코가 질문하는 순간, 다이토나는 정신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항상 되뇌던 곱셈을 다시 읊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로미오도 다르지 않다. 시한부 인생인 그의 첫 등장은 무기력하다. 침대 아래 바닥에 늘어져 있다. 하지만 마누엘을 만나고, 다이토나와의 악연을 청산한 후에 그는 예정된 죽음을 앞당기는 용기를 보여준다. 한때 원수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바스코와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다. 늘고 병든 세 마피아의 작별 인사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밝게 타오르는 촛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보여준다.
로마는 이렇게 쓰는 거야
로마 활용법 덕분에 이들의 작별인사는 더욱 빛나고, 처연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첫 장면부터 영화는 거대한 화재로 인해 위기에 빠진 로마를 보여준다. 산불 때문에 도시는 점점 자주 정전에 빠진다. 여름과 화재가 겹쳐 도시의 온도는 점점 더 상승한다. 재 구름 덕분에 하늘도 서서히 어두워진다. 불을 피하기 위한 차들의 행렬 때문에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러한 로마는 묵시록의 한 장면 같다.
이에 더해 솔리마는 자기 특기를 살려 로마의 어두운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미션 임파서블 7>이나 <분노의 질주 10>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게 한 수 알려주는 듯하다. 값싼 아파트의 철조망과 문은 사람들을 가둔 듯 보인다. 높고 더러운 창문 때문에 햇빛도 잘 안 든다. 이는 마치 벗어날 길이 없는 로마에서의 우울한 삶을 상징한다. 자기 전작처럼 부패한 공권력과 정치인 때문에 범죄에 찌든 도시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로마의 두 이미지가 만나면 <아다지오>의 목적지는 명확해진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실패한 운명임을 선언한다. 로마의 부실한 인프라는 이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을 일깨운다. 거대한 산불은 범죄와 폭력으로 찌든 로마를 불태워야 한다는 듯이 강렬하게 타오른다.
이는 은퇴한 마피아도,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도 모두 자기 죗값을 치르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은퇴한 마피아가 자기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젊은이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 주려하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로마라는 도시의 어두운 면을 스크린으로 끄집어낸 덕분에 세 마피아의 작별 인사는 더 처연하고, 인상적이다. '로마 3부작'의 끝으로서 여운이 깊은 마무리인 이유이기도 하다.
'아다지오'의 일장일단
다만 '아다지오'에 충실한 영화 구조와 흐름은 양날의 검이다. 긴장감을 천천히 쌓아 올려 한 번에 터뜨리는 스토리텔링은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다. 이탈리아 마피아 영화를 조금 접했다면 마누엘을 이용하는 바스코 일당의 목적과 정체를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각 캐릭터의 과거사도 쉽게 짐작 가능하다.
물론 중간에 몇몇 장면은 관객을 쥐고 흔들기도 한다. 미친 노인처럼 보이는 다이토나가 한순간 바스코의 경찰차에 올라타 칼을 들고 경고하는 장면, 로미오가 자기 집에 설치된 녹음기를 찾아내는 장면 등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이다 보니 장르적인 쾌감은 크지 않다. 액션 자체의 절대적인 분량도 부족하다.
종합하면 <아다지오>는 솔리마를 사랑하는 팬에게, 특히 그의 로마 영화를 사랑하는 팬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반면에 이 작품이 솔리마와의 첫 만남이라면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어려운 영화일 수밖에 없다.
Acceptable 무난함
마지막 힘을 짜내 타오르는 로마의 찬란함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10/4~13) 중 상영일정
10월 7일 13:00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 (상영코 158)
10월 8일 19:30 영화의 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216)
10월 12일 12:00 영화의 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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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NETFLIX, 22.12.25 공개)
감독: 데니스 켈리
출연: 알리사 위어, 엠마 톰슨 등
무려 크리스마스에 개봉한다고 해서 한 달 전부터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던 작품입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마틸다'와 내용 같고요, 거기에 뮤지컬을 추가했다고 생각하심 될 듯해요
근데 기대를 너무 많이 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지루하고 유치한 느낌이 많이 났답니다 ㅠㅠ
전체 관람가다 보니 아이들도 보기 쉽도록 단순하게 연출했겠지만,
아무래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거라며 과대 홍보를 하여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 놨던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일반 영화와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은 이야기 진행이랄까요?
사실 '마틸다'에서도 이야기가 너무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한 1인입니다만... 학대당하는 아이, 그러나 어딘가 천재성이 있는 아이, 입학하게 된 학교의 교장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그 와중에 초능력을 부릴 수 있단 걸 알아챈다, 게다가 아이를 안타깝게 여긴 선생님이 거둬 주기까지... 소재가 하나인 게 아니라 다양한 소재가 뒤엉켜 하나의 결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잖아요.
'마틸다'에서는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에서는 마틸다가 머릿속에 상상한 소설이 한 편 등장하는데요. 그 소설의 주인공은 사실 허니 선생님이에요
임신한 채로 곡예를 부리던 엄마는 자신을 낳고 돌아가시고, 이모 손에 맡겨진 허니 선생님은 학대를 당하죠 그 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의 아빠는 대응하려다가 아마도, 이모 손에 죽게 된 거 같고요. 그 이모가 바로 트런치불 교장!
자신에게 이런 끔찍한 과거가 있기에 마틸다를 거둬 주기로 한 건데요... 마틸다와 겹쳐지는 허니 선생님의 어린 시절 연출이 굉장히 슬프고 감동적이긴 했지만 사실 영화의 엔딩 치고 그닥 완벽해 보이진 않아요. 마틸다는 행복해졌지만, 시청자가 개운하진 않은...?
하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본다면 전 사실 이 모든 게 마틸다의 상상 같기도 합니다. 학대를 당하던 마틸다는 이미 죽었을지도요.
자신을 방임하는 부모에게 염색약, 본드 등으로 복수하는 것도 작고 힘 없는 마틸다의 상상이었을지도 모르고요. 트런치불 교장이 있는 그 학교는 어쩌면 고아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학교에 있는 아이들은 마틸다와 달리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자란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정작 트런치불 교장의 학대에 소리치는 부모는 등장하지 않아요. 아니, 그냥 그들의 부모는 등장하지 않아요
오로지 허니 선생님만이 교장의 학대를 막아 줄 뿐 이 모든 게 상상이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초능력' 때문이겠죠. 그 초능력만 있었다면 마틸다는 부모의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긋지긋한 트런치불에게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거든요.
엔딩쯤에서 아빠가 마틸다에게 '딸'이라고 하는데요 평생을 '아들'이라고 부르다가 마지막에야 딸이라고 하거든요. 그게 마틸다가 듣고 싶던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요?
어쨌든! 많이많이 기대한 것보다... 훠얼씬 실망했다는 게 저의 총평이랍니다 ㅠㅠ 노래를 듣는 맛은 있었지만 귀에 착 감기는 넘버는 없었고, 뮤지컬 '마틸다'로도 공연 중이기 때문에 그걸 한번 보고 싶다는 욕심은 생겼네요~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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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나라 모두 다양하게 있는! 넷플릭스 6월 공개 예정 영화
여러분들께 5월 공개 예정 영화를 소개해드린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5월이 끝나가네요! :)
5월에 공개된 영화, 시리즈 작품 재밌게 보셨나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아미 오브 더 데드>, 도노반 마시 감독의 <내가 그 소녀들이다>가 현재 넷플릭스 영화 순위권에 들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고 보면 더 재밌지 않나요?
다양한 장르로 만나보는 넷플릭스 6월 공개 예정 영화. 함께 보러 가시죠!
1. 카니발 Carnaval (2021) - 레안드로 네리
6월 2일 공개
▶러닝타임 : 94분
▶장르 : 코미디"주인공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서로를 보완해 주는 친구들이다. 어느 날, SNS 인플루언서인 니나는 남자친구가 바람피우는 영상이 인터넷을 휘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별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친구 셋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니나. 인맥을 활용한 덕에 사우바도르에서 카니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머지않아 이 경험을 통해 새 팔로워 이상으로 훨씬 더 값진 우정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카니발> synopsis
브라질 영화 시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제작사 중 하나인 '카미자 리스트라다'에서 제작한 영화 <카니발>은 포스터부터 브라질 특유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데요. 흔하지만 흥미로운 소재. 'SNS'를 통해 깊은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 <카니발>은 오는 6월 2일 공개 예정입니다.
2. 새콤달콤 Sweet & Sour (2021) - 이계벽
6월 4일 공개
▶러닝타임 : 94분
▶장르 : 코미디"매번 해도 어려운 연애. 하지만 그 새콤달콤한 연애의 맛에 제대로 빠져버린 달콤한 연인 장혁과 다은. 그리고 새콤한 매력의 보영까지.
세 남녀가 그리는 찐 현실 로맨스 "
<새콤달콤> synopsis
<럭키>,<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이름을 알린 이계벽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새콤달콤>은 장기용, 채수빈, 크리스탈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배우 장기용, 채수빈, 크리스탈이 주연을 맡아 ‘청춘’들의 찐 현실 로맨스가 잘 드러날 것 같습니다. 가볍게 보기 좋을 영화 <새콤달콤>은 넷플릭스에서 6월 4일 공개 예정입니다.
3. 어웨이크 Awake (2021) - 마크 라소
6월 9일 공개
▶러닝타임 : 96분
▶장르 : SF, 액션, 스릴러" 기이한 현상이 전 세계를 휩쓴다. 잠드는 능력을 빼앗긴 인류. 불면으로 인한 광기와 혼돈. 그래도 상처투성이 과거를 간직한 전직 군인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웨이크> synopsis‘불면으로 인한 광기와 혼돈’을 다룬 영화 <어웨이크>는 불면으로 인한 광기’라는신선한 소재를 다룬 재난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개된 <어웨이크> 예고편을 본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 박스>를 떠올리는데요. 과연 <버드 박스>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가 될지! <어웨이크>는 오는 6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예정입니다.
4. 비탄의 정글 Tragic Jungle (2020) - 율레네 올라이졸라
6월 9일 공개
▶러닝타임 : 96분
▶장르 : 드라마"고대 마야 왕국의 전설이 살아있는 멕시코의 정글 속 고무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연히 신비스러운 여성을 구출하게 된다. 아그네스는 백인 농장주와의 결혼을 피해 도망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를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눈에는 열기와 욕망이 차오르고, 무법지대 정글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구원이 아닌 약탈일 뿐이다. 여성 감독 율리네 올라이졸라의 네 번째 장편 극영화 <비탄의 정글>에서 싱싱한 초록 식물로 뒤덮인 정글은 순식간에 복수극의 무대로 탈바꿈한다."
<비탄의 정글> synopsis2020년 하반기 최대의 화제작 중 하나인 <비탄의 정글>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며 활약 중인 율레네 올라이 졸라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영화 <비탄의정글>은 베니스 영화제와 바르샤바 영화제의 출품되어 각종 상을 휩쓸었는데요.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비탄의 정글은 원주민 출신의 비전문 배우를 출연시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5. 위시 드래곤 Wish Dragon (2021) - 크리스 애펄핸즈
6월 11일 공개
▶러닝타임 : 98분
▶장르 :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요술램프 속 지니? 아니! 이 몸은 찻주전자 속의 위시 드래곤이란 말씀. 근데 천년만에 만난 주인이 이렇게 순박한 너라니. 한 가지 소원은 아까 들어줬고.. 빨리 다음 소원이나 말해봐"
<위시 드래곤> synopsis
미국과 중국의 합작 애니메이션 <위시 드래곤>은 극장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하여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작품입니다. 중국판 램프의 지니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과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성룡, 존 조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영화 <위시 드래곤>은 오는 6월 11일 공개 예정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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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분명 달라졌다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 My Salinger Year, 2020
드라마 / 12세 이상 관람가 / 101분
감독: 필립 팔라르도
그녀는 분명 달라졌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
꿈은 작든 크든 누구에게나 있다. 현실이 꿈보다 매번 먼저 우릴 찾아와 문제지.
슬프지만, 현실은 늘 꿈보다 한 발자국 앞서 있다. 그래서 우린 매 순간 현실과 꿈 사이에 표류하면서 안전지대를 찾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현실도, 꿈도 모두 포함된 이상적인 공간. 그 공간을 단 한 뼘이라도 마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혼을 팔아도 좋을 만큼 꿈은 우리에게 절실하며 애틋하다. 꿈꾸던 시절이 곧 '나'의 찬란한 인생의 한 겹이며, 그 투명하고 얇은 겹이 하나둘 겹쳐지면 앞으로의 나를 예견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니까. 현실에서 꿈꾸는 일은 언제나 가치 있다.
조안나의 꿈은 뉴욕에서 시작된다. 그것도 아주 즉흥적으로.
남자 친구에게 버클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일방적인 말에서 왜 활기찬 희망이 느껴지는 걸까. 그렇다, 그녀는 작가란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을 선택했다. 싸구려 아파트에 살면서 카페에서 글 쓰는 유명 작가들의 노선을 경험하기 위해, 진정한 작가는 바로 그런 사소하면서도 운치 있는 환경에서 탄생한다는 학습된 환상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라면 갖고 있는, 특별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조안나에겐 그게 결정적으로 필요했다.
조안나는 작가 지망생이란 신분을 숨긴 채 전통 깊은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하는 데 성공한다. 그녀에게 주어진 마가렛의 첫 번째 업무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샐린저에게 온 편지를 빠짐없이 읽고 정해진 형식에 맞춰 답장하는 일. 첫 만남에 딱 잘라 작가 지망생은 비서로 뽑지 않으며 오로지 내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마가렛의 말에 조안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마가렛의 비서가 냉정하다 못해 서늘한 직업이라 느껴졌지만, '작가의 세계에 다가간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기에 만족했다. 그러니 편지를 읽고 답장하는 일도 자신의 글쓰기에 분명 좋은 영감을 줄 거라 막연하게 여겼던 그녀였다. 아주 긍정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독자들의 편지를 분쇄기에 넣을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마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일을 하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원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짓밟고 무시하고 있다는, 나아가 '작가'로서 독자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독자인 동시에 작가였기 때문이다. 정해진 양식으로 독자에게 답장하는 일은, 독자가 존재함으로써 살아 숨 쉬는 작가로선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정말 못 할 짓이었다. 그때부터 조안나는 마가렛이 준 임무를 말도 안 되는'허튼소리'라 명명한다.
그러나 조안나는 새내기였다. 꿈을 잃지 않기 위해, 현실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을 것을 과감히 선택했으나 사회생활이라 말하는 사회 구조의 한 일원으로서의 경험이 부족했다. 자신의 뚜렷한 기준 갖고 마가렛의 비서로 일하는 건 나쁘지 않은 자세였지만, 그녀는 직원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문을 품지 않았다. 왜 작가 에이전시에서 독자에게 똑같은 편지 형식을 고수하는지, 왜 소속된 작가의 작품을 '감상'이 아니라 '판매'에 중심을 두는지, 왜 슬러시 파일(개인 출판사가 없이 활동하는 작가들의 원고)을 대부분의 헛소리로 평가하는지... 조안나는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이고 강압적이며, 열정적인 마음을 식게 하는 부정적 시선만을 눈여겨봤을 뿐이다. 그녀는 작가 에이전시가 지금까지도 그런 메마르고 인정머리 없는 감성을 고수하고 있는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직원으로서 말이다.
조안나가 못 박은 허튼소리는 법률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수많은 경험과 데이터가 쌓아 올린 최소한의 울타리이자, 가장 안전한 지침이었다. 답장 하나를 마음껏 할 수 없는 현실에 자신의 처지를 '비서일 뿐'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애석하게도 조안나는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비서'가 틀림없었다. 그러니 그녀는 해야 할 일을 잘 해냈어야 했다.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사로잡히란 말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변화시킬 길이 있다면 바꾸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는 말인데, 다들 알다시피 뭐... 그게 어디 쉽나. 다 실수를 해봐야 아는 거지.
고심하던 조안나는 결국 회사의 타자기를 훔쳐, 허튼소리 대신 자신의 이름을 쓰고 독자에게 정성스럽게 답장한다. 동시에 자신의 세계를 기둥처럼 받쳐주던 관계들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새로 사귄 남자 친구(돈)와의 관계, 냉정한 사장 마가렛과의 관계, 전 남자 친구(칼)와의 관계 마지막으로 내 꿈과 내 현실의 관계까지. 귀중한 관계들이 하나씩 엉키면서, 그녀는 자신이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드는 샐린저의 전화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또 반응한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내가 뭘 하려고 했었더라?'
점차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언제부터 제멋대로 선을 넘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감정이 확 솟잖아요!'라 소리치던 독자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답장이 기계적인 편지보다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 불이 꺼지기 시작한 관계는 다시 보살피고 필요 없는 관계는 단호히 잘라내면서 마침내 "그들의 편지가 저를 바꿨죠."라고 읊조릴 수 있게 된다. 과거의 나를 책임질 줄 아는 '내일의 조안나'가 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녀는 자기만의 속도로, 또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했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매력이 폭발하는 지점이다.
자기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즐겁게 춤추고 뛰어다니며, 끝까지 나를 잃지 않는 힘까지 갖게 된 조안나.
이제 그녀는 샐린저의 외투에 몰래 독자들의 편지를 넣어버리는 걸 들켜도 예전처럼 움츠러들지 않게 됐고,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면서도 마가렛에게 진심이 담긴 말을 듣는 사람이 됐다. 그녀는 처음 뉴욕에 눌러앉으면서 평범한 사람이 되기 싫다 말했었다. 반드시 특별해지고 싶다 했다. 하지만 더는 자신이 평범하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게 됐으며 이를 불안해하지 않게 됐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나를 이끌어낼 방법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우린 언제든 특별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 평범하다는 말속에 잠시 나를 위로하고 돌보는 거지.
조안나, 그녀는 분명 달라졌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자기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세상에 사는, 지금도 열심히 꿈꾸고 있는 자들을 위한 작품이다. 조안나를 통해, 꿈을 위해 현실을 이용하는 당차고도 용기 있는 자의 현재와 현실과 꿈의 괴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구현해낼 줄 아는 자의 미래를 모두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긴 여운을 남기는 좋은 응원이 될 것이다.
현실이든 영화든 당연한 해피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 당연하지 않은 게 세상을 움직이는 법이다.
<마이 뉴욕 다이어리>처럼, 조안나처럼, 앞으로의 우리처럼, 그리고 오늘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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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의 그림자를 뒤쫓아 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이 디셈버>. 5월과 12월이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 알게 되리라 생각하고 상영관에 입장했다. 그러나 5월과 12월의 간극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들을 가리키는 것임을 영화를 본 후에야 찾아볼 수 있었듯이, <메이 디셈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갇혀 있던 사건의 연보와 억눌렸던 생각을 조금씩 끄집어낸다. 다름 아닌 배우가 캐릭터로 분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 커플의 이야기는 곧바로 관객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날씨는 좋고, 여유는 넘치고 집은 예쁘고 아이들은 신이 났다. 집 주인 부부의 나이 차가 유독 많이 난다는 특징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이 매끄러운 세계는 배우인 엘리자베스가 도착하면서부터 조금씩 뒤틀린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솜씨가 그 뒤틀림과 균열의 과정을 묘사하면서 특유의 긴장감을 창조한다.
열 네 살 소년 ‘조’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징역형을 살고 아이를 낳은 그레이시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엘리자베스가 그녀를 연기하게 된다. 배역 준비를 위해 가족을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관찰을 시작하지만, 그레이시는 영화가 담아 낼 자신들의 삶의 단면, 즉 이야기로 만들어질 법한 일정한 시간 이외의 것은 공유하지 않으려 든다. 엘리자베스도, <메이 디셈버>를 보는 관객도 그녀와 그레이시가 캐릭터로서 닮아 가는 과정만큼이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들의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동기와 선택, 사건과 감정, 그리고 그 재연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 디셈버>는 단편적인 증언과 인물의 태도만 보여줄 뿐, 결코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를 직접 목격하게 하는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진실을 파헤쳐 보려는, 형사들이 할 법한 이런 시도를 배우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가 선명해질수록,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엘리자베스는 캐릭터가 된다.
그러나 영화는 그 진실이 무엇인지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진실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배역을 완성해가는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와의 관계에 균열을 내지만, 그것이 그레이시의 과거 중 정확히 어느 지점 때문인지 관객도, 엘리자베스도 알 수 없다. <메이 디셈버>는 영화와 배우만 할 수 있는 방식대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찾고 싶은 것, 진실에 가까운 무언가의 궤적을 재현하고 또 재연해 보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보여 주는 사건들, 그 옳고 그름에 대해 자꾸만 고민하게 하는 문제를 연결하는 것은 결국 스크린 위에 그것을 배치해 둔 손길이다. 나탈리 포트만과 줄리안 무어의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 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는 관객이 추리하고 긴장하게 하는, <메이 디셈버>만이 발휘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아 시사회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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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의 아내 | 러시아에 추락한 이카로스를 만나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세기 러시아 제국, 모스크바 귀족 가문 출신의 '안토니나'(알리오나 미하일로바)는 파티장에서 일생의 사랑을 발견한다. 바로 러시아 최고의 '표토르 차이콥스키'(오딘 런드 바이런). 그날부터 그녀는 그와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꿈을 실천에 옮긴다. 그가 재직하는 음악원에 입학하고, 그에게 연애편지를 보내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게 안토니나는 차이콥스키의 아내가 된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도 잠시. 그녀와 표토르의 사이는 점점 벌어진다. 급기야 남편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별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안토니나는 결코 차이콥스키의 아내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그의 명성과 재산을 탐내서가 아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 또 사랑이 유효한 이상 그들을 갈라놓을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으니까.
차이콥스키의 아내, 러시아의 이카로스
파란 지중해 위를 내려쬐는 태양. 그 사이를 황금날개가 거침없이 노닌다. 이카로스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갇혀 있던 감옥을 탈출한 기쁨에 취한 그. 따스히 자기를 감싸는 태양빛에 마음을 빼앗긴 채 계속해서 태양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카로스가 태양을 향해 날아갈수록, 황금날개의 밀랍이 녹고, 그는 그렇게 깊은 바다의 심연 속에 빠지게 될 운명임을.
19세기말 러시아 제국에도 이카로스가 있었다. 그저 여성이었고, 태양이 아닌 한 작곡가를 경외했으며, 바다가 아닌 은반 같은 호수 밑으로 침전했을 따름이다.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러시아의 이카로스, 안토니나 차이콥스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안토니나는 결혼 이후 평생을 차이콥스키의 아내로 살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순간도 영위하지 못한 비운의 여인. 세례브렌니코프는 그녀의 일생을 스크린 위에 펼쳐 놓는다. 특히 그녀의 황금날개가 무너져 내린 이유를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거북하게, 때로는 환상적으로 풀어낸다.
태양을 만난 황금날개의 비상과 추락
세레브렌니코프는 안토니나의 황금 날개에 집중한다. 그녀는 차이콥스키라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고, 태양과 행복한 오후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그 태양 때문에 추락해 갈사한다. 카메라는 철저히 안토니나의 시점에서 그 과정을 담아낸다. 안토니나의 내면을 파고드는 심리학 보고서인가 싶을 정도다. 이때 핵심은 불이다. 불의 모티브를 적극 활용해 태양의 광채, 따스함, 흉포함을 모두 보여준다.
일례로 파티에서 만난 차이콥스키를 그리워하는 안토니나의 방은 어두침침하다. 자욱한 안개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그가 그녀의 방에 찾아오고, 청혼을 받아들이자 그녀의 방은 달라진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가득하다. 분명 실내인데, 날 좋은 오후에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처럼 밝고 따뜻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녀의 결혼은 이내 파탄 난다. 아내를 친구 다음 순위로 두는 남편. 아내와의 성관계를 거부하는 남편. 그런 남편에게 안토니나는 지치고, 그들 사이는 조금씩 벌어진다. 이번에는 촛불이 등장한다. 수직으로 길게 뻗은 촛대와 촛불은 안토니나와 표토르를 이어 줄 수평선을 자꾸만 끊어버린다.
촛불은 이제 화재로 번진다. 차이콥스키는 이혼을 요구하고, 별거를 유지하며, 생활비만 붙인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 관계를 놓지 못한다. 남편, 아이들과 가족사진을 찍는 꿈을 꾸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꿈은 소음과 함께 끝나고, 눈을 뜬 그녀는 온 집을 삼킨 화재를 발견한다. 결혼반지마저 불 속에 놓고 창문에서 몸을 던지는 안토니나. 불을 피해 몸을 던진 그녀는 태양 때문에 바다에 빠진 이카로스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화려한 러시아 제국의 민낯
이카로스가 죽은 이유는 명확하다. 태양에 가까이 가면 밀랍이 녹을 수도 있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다. 안토니나가 추락한 이유는 다르다.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한 그녀의 잘못만큼이나 시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러시아 제국의 민낯을 공개한다.
영화는 의미심장한 자막으로 시작한다. 자막에 따르면, 19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에서는 여성이 마음대로 이혼을 할 수 없었다. 정부의 공식 허가가 떨어지거나, 법원의 명령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이 이혼에 동의하거나, 한쪽에 명확한 귀책사유가 있어야만 했다.
문제는 이 법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는 차이콥스키와 안토니나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 차이콥스키는 동성애 성향 때문에 퍼진 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토니나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신경 쇠약과 우울증을 앓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기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거짓 사유를 인정하면서까지 이혼을 요구했다.
반면에 안토니나는 남편의 요구를 수용할 수가 없다. 그녀는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하기에 이혼에 동의할 수 없다. 또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이혼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고, 집착과 미련의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두 소수자의 잘못된 만남을 파국으로 몰아간 사회가 낳은 비극 속으로 빠져든 셈이다.
차이콥스키 없는 차이콥스키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표토르와 안토니나의 평행선을 제목에 충실한 화법으로 전달한다. 사실 아무리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라 해도 차이콥스키라는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한 그의 음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이기 때문. 하지만 그의 음악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일생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바로 이를 역이용한다. <차이콥스키의 아내>에서 차이콥스키에게 부여된 분량은 많지 않다. 대신 그의 개인사와 성적 지향은 철저히 복선으로 암시된다. 영화는 결혼식을 시작으로 이혼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자그마한 복선을 던진다. 그렇게 신발 속 모래 알갱이 마냥 뭔지 모를 불편함과 물음표를 조금씩 키워 나간다.
예를 들어 결혼 소식을 접한 차이콥스키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묘하게 반응한다. "자네가 결혼을 하다니 의외네?" 같은 대사와 함께 안토니나에게 미묘한 축하를 건넨다. 그뿐만이 아니다. 표토르는 안토니나가 한껏 힘을 준 옷이나 장신구를 보고 예쁘다는 말을 한 번도 건네지 않는다. 불협화음은 계속된다. 영감을 받은 표토르가 피아노 연주에 몰입하려는 찰나에 안토니나가 끼어드는 식이다.
이 장면들은 안토니나가 이혼 통보를 받은 뒤 시퀀스와 이어진다. 가족사진 촬영이 대표적이다. 신혼 때 부부 사진을 찍으러 간 표토르와 안토니나. 하지만 막상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순간, 차이콥스키는 아내와 다른 곳을 바라본다. 마치 결혼 생활에 초를 치려는 듯이. 이 장면은 가족사진을 찍는 안토니나의 꿈과 이어지면서 그녀의 절망을 더 강조한다.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우울함
안토니나의 추락은 무대 예술을 보는 듯이 독특한 연출 덕분에 더욱 인상적이다. 연극처럼 막이 바뀌거나, 연극 무대처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공간이 이어지는 식으로 그녀 내면에 자리 잡은 우울함과 불안감을 표출하는 장면이 거듭 등장한다.
이는 당시의 분위기를 메타적으로 표현하고, 또 비판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다. 세레브렌니코프의 말을 빌리자면, "그 시대가 워낙 연극적"이었으니까. "당대의 사람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의상을 입었고, 사회가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고, 사회가 강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으니까. "인생은 일종의 무대 연출이었고, 각자에게 정해진 배역"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둡고 차가운 빈방에서 안토니나는 남자 무용가들과 춤을 춘다. 이 발레는 마치 그녀의 내면을 끄집어낸 것 같다. 차이콥스키를 향한 비틀린 사랑, 집착과 광기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피아노 건반음이 강조된 음악이 더해지면 안토니나의 불안정한 상태를 눈, 귀, 가슴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비록 불운한 시대와 사회가 그녀에게 잘못된 결혼 생활을 안겨줬지만, 비극을 잘라내지 않은 선택은 온전히 안토니나의 본인의 몫이라는 것. 이처럼 찜찜하고 불쾌한 마무리 덕분에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뇌리에 강렬히 각인된다. 비록 전형적인 구성과 마무리는 아니지만, 안토니나 차이콥스키의 일생과 사랑을 이해하는 데는 전기 영화로서 이보다 충실하기도 어려울 테니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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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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