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Anonymoushilarious2025-08-18 01:08:57

이미 생긴 상처는 관리대상일 뿐 없앨 순 없다

내 말 좀 들어줘

팬지는 말 그대로 '쌈닭'이다. 모든 인간에게 시비를 걸고 모든 인간과 싸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가족이고 뭐고 지나가는 행인이든 그녀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을 넘어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집착적으로 깨끗함에 목을 매고, 좋은 의도로 다가오는 사람조차 공격으로 여기며 모든 사람들에게 이를 갈며 덤빈다.

 

그녀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지언정 그렇게 보인다.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그녀의 눈치를 본다. 그녀의 동생도 그녀를 버거워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남편과 아들은 그녀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그 정도 되면 그녀와 대판 싸울 법도 한데, 그들은 그녀와 대놓고 싸우진 않는다.

 

그저 그녀가 선사하는 알싸한 욕을 그대로 듣기만 한다. 어떠한 공격적인 의지도 드러내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그녀가 그렇게 공격적인지는 영화가 자세하게 말해주진 않지만 유년 시절에 그녀에게 어른들이 무심함을 넘어 무관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무관심은 그녀로 하여금 표현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표현하지 못한 울분은 화가 되어 그녀의 삶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집착적인 완벽주의와 그 완벽주의를 남에게 요구하는 모습은 일종의 화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브런치 글 이미지 2


 

 

그녀도 자신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갈피를 못 잡던 그 때, 그런 그녀를 변화시키는 건 놀랍게도 간단했다.

 

그녀를 변화시킨 건 동생의 진심어린 걱정과 사과였고, 그 사과를 듣자마자 그녀는 다시 10대의 소심하고 어른들 눈치보던 모습으로 돌아간다.

 

동생은 몰랐던 언니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면서도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모두 느낀다.

 

하지만 팬지의 아들이 선물한 꽃을 받고 고맙다고 하면서 펑펑 우는 팬지를 보고 있자니 앞서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하던 팬지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면서도

 

그녀가 새삼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아, 뭔가 해소되지 못했던 거구나, 사랑받고 싶었던 거구나, 사랑받지 못해서 엇나갔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생각보다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는 것은 어리숙해도 진심이 담긴 말과 마음이 담긴 조그마한 선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에 대한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는데

 

어떤 사유로 남편과 사이가 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은 표면적으로 어떤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진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더이상 아들을 들들 볶진 않았지만 남편은 더 미워하는 것 같았다.

 

한바탕 울고 난 후, 팬지가 평온해졌다고 생각한 남편은 팬지의 분노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끼곤 그녀의 우울이 그에게 전이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이 계속 맴돈다. 이 커플의 결론은 남남이 되는 것일지 어떨지.

 

정말 팬지의 분노의 방향이 남편에게 향하게 된 데에는 어떤 내막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영화를 보고 나온 지금도 사실 계속 그게 궁금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팬지를 보면서 느낀다.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 영원히 마음의 낙인으로 남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

 

같은 상처를 가졌어도 팬지의 동생은 긍정적으로 살지만 팬지는 그러지 못한다. 상처를 대한 자세가 달랐던 것이다.

 

팬지를 보면서 다소 안타까웠던 것이 어떻게든 울부짖고 표출했어야했는데 그녀는 쌓아둔 것 같다. 그것이 속병이 되어 세상에 등돌린 것 같다. 보통 무례한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세상이 자신을 등돌렸다고 하던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녀도 비슷한 게 아닐까.

 

 

 

참고로 팬지의 욕을 창의적으로 번역하신 번역가님 대단하신 듯하다. 깔쌈한 욕 번역이영화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대되어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192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