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우유2025-08-27 17:32:49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지 못한 연인들의 이야기
쿠팡 플레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리뷰
쿠팡 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로케이션을 오가며 펼쳐지는 한국 유학생(최 홍)과 일본인(아오키 준고)는 일반적인 연인 관계를 보이면서도, 분명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이는 극 중 배경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일본을 부담스럽지 않게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일본이 이국적인 나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외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최 홍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며 만나게 된 준고와 사랑과 후회를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작중 그녀가 겪는 고립감과 고독함은 연고 없는 타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이 추상적인 감정은 한국과 일본의 물리적인 거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연인 준고에게서도 그 감정을 느낀다.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준고는 일에 몰두하며 최 홍을 외롭게 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던 그녀는 준고의 상황을 이해할 여유가 없다. 그렇게 둘은 후회스러운 사랑을 끝마치고 각자가 속한 위치(한국과 일본)로 되돌아간다.
5년이 지난 후 둘은 한국에서 다시 마주한다. 최 홍이 칭찬하던 준고의 글이 재회의 수단이 되어준다. 준고의 소설은 한국으로 진출하게 되고, 한국 출판사에서 일하는 최 홍은 그 소설로 준고를 만나게 된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은 서로를 원망하고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함은 확실했고, 단지 이별 할 당시의 감정을 들춰 볼 용기가 없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겨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한겨울 호숫가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눈처럼, 천천히 주인공들의 서사와 감정을 풀어나간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그 둘의 애절한 기억을 짚어간다. 지하철 출구에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 줬던 때, 돈이 없어 먹지 못했던 몽블랑 케이크, 혼자 뛰던 이노카시라 공원, 홍과 준고의 내레이션이 번갈아 오가는 것을 듣다 보면, 이제는 누구의 잘못으로 이별했는지는 중요치 않아 진다. 그저 이만큼 아파하고 그리워했으니, 이제는 다시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마 홍과 준고도 이를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함께였지만 혼자였던 과거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사랑을 동반할 관계가 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됐을 것이다.
단순히 '사랑에도 국경이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사랑이 본질적인 결핍(특히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가, 우리는 그와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리즈이다.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서로를 보듬어 주는 홍과 준고를 보면서, 우리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Relative contents
-
- 고구마 없는 시~원한 사이다 전개 영화 5편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가슴을 뻥 뚫게 만들어주는 액션으로
<범죄도시 3>가 무서운 속도로 벌써 600만을 넘었는데요,
그러하여 오늘 씨네랩은 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이는 고구마 없는 사이다 전개 영화 5편을 준비했습니다.
취향저격, 고구마가 뭐죠? 빠른 전개 + 몰입도 높은 사이다 영화 5편,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미스슬로운
Miss Sloane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개요: 드라마, 스릴러 | 미국
감독: 존 매든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마크 스트롱, 구구 바샤-로, 알리슨 필, 마이클 스털버그
개봉: 2017.03.29.
배급: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시놉시스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총기 규제 법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두가 포기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슬로운’은 뛰어난 전략으로 한 번도 굴복한 적 없는 거대 권력에 맞서지만, 동시에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는데…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숨통을 조여도 나한테 징징대진 마'
CINEPICK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로 분한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극을 달하는 작품.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예측 불허의 결말,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러닝타임 132분 내내 독보적인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캐시트럭
Wrath of Man
ⓒ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개요: 액션 | 영국, 미국
감독: 가이 리치
출연: 제이슨 스타뎀, 스콧 이스트 우드, 조쉬 하트넷
개봉: 2021.06.09.
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놉시스
캐시트럭을 노리는 무장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H(제이슨 스타뎀). 분노에 휩싸인 그는 아들을 죽인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한다. 첫 임무부터 백발백중 사격 실력을 자랑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급부상한 H. 캐시트럭을 노리는 자들을 하나 둘 처리하며, 아들을 죽인 범인들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자비는 없다, 분노에 가득 찬 응징만이 남았다.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Lungs, Liver, Spleen, Heart.'
CINEPICK
<알라딘>의 가이 리치 감독과 고난이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해내는 찐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타뎀의 만남!
강렬한 분노에 걸맞은 묵직하고 리얼한 액션을 선사하며 처절한 응징과 복수극을 담은 작품으로 속도감 있는 연출과 액션, 생생한 사운드에 대한 호평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걸캅스
Miss & Mrs. Cops
ⓒ CJ ENM
개요: 코미디, 액션 | 대한민국
감독: 정다원
출연: 라미란, 이성경, 윤상현, 수영, 염혜란, 위하준, 주우재, 강홍석, 김도완
개봉: 2019.05.09.
배급: CJ ENM
시놉시스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과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 집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 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 두 사람은 민원실에 신고접수를 하기 위해 왔다가 차도에 뛰어든 한 여성을 목격하고 그녀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강력반, 사이버 범죄 수사대, 여성청소년계까지 경찰 내 모든 부서들에서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이 밀려나자 ‘미영’과 ‘지혜’는 비공식 수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수사가 진전될수록 형사의 본능이 꿈틀대는 ‘미영’과 정의감에 활활 불타는 ‘지혜’는 드디어 용의자들과 마주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합동 수사가 펼쳐진다!
ⓒ CJ ENM
'일망! 타진!'
CINEPICK
나쁜 놈 때려잡는 걸크러시 콤비 라미란 & 이성경을 필두로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활약을 담은 영화.
디지털 성범죄자를 추격하는 내용의 코믹 액션 영화로 라미란, 이성경의 질주하는 사이다 면모와 통쾌한 케미가 빛을 발휘한 작품입니다.
범죄도시 3
THE ROUNDUP : NO WAY OUT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요: 범죄, 액션 | 대한민국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개봉: 2023.05.31.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 서울 광수대로 발탁!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사건 조사 중, ‘마석도’는 신종 마약 사건이 연루되었음을 알게 되고 수사를 확대한다. 한편, 마약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은 계속해서 판을 키워가고 약을 유통하던 일본 조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한국에 들어오며 사건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나쁜 놈들 잡는 데 이유 없고 제한 없다. 커진 판도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경찰이 뭐야. 민중의 몽둥이 아니야'
CINEPICK
개봉 일주일만에 벌써 6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 압도적인 흥행률을 자랑하고 있는 <범죄도시 3>
타격감, 리듬감, 그리고 보는 재미와 시원함으로 매 순간 사이다처럼 터지는 작품으로 마석도(마동석)에 대적하는 악역을 투톱으로 내세워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악의 스케일이 커진 만큼 이들을 응징할 때 쾌감 또한 극대 달하는 작품으로 현재 절찬 상영 중입니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개요: 드라마, 액션 | 미국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왈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3.03.21.
배급: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아내를 구해야 하는 분노의 로맨티스트 ‘장고’ 그를 돕는 정의의 바운티 헌터 ‘닥터 킹’ 그들의 표적이 된 욕망의 마스터 ‘캔디’ 복수의 사슬이 풀리면, 세 남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와일드 액션 로맨스, <장고:분노의 추적자>!
'장고, D.J.A.N.G.O. D는 묵음이지'
CINEPICK
노예제도를 난도질하는 통쾌하고 시원한 복수를 담은 작품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만의 스타일리시함으로 미국과 유럽 박스오피스 1위를 이룬 바 있으며 해외 및 국내 관객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총 5편의 영화 어떠셨나요?
시원함 2배, 스트레스 2배 풀리는 유쾌, 상쾌한 사이다 영화로 스트레스 시원하게 날리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GONI 였습니다.
대표사진 삭제링크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대표사진 삭제링크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 <더 폴: 디렉터스 컷>: 추락과 구원의 메타필름
200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의 확장판인 <더 폴: 디렉터스 컷>은 무성 영화 시대의 로스 엔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진 이민자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LA의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호기심 많은 알렉산드리아는 하반신 마비로 입원한 스턴트맨 로이를 만나고, 둘은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점점 가까워진다. 이야기는 블랙 밴디트를 중심으로 한 6명의 무법자가 악당 오디어스에게 복수를 하러 떠나는 서사시를 중심으로 한다. 현실과 환상의 플롯이 점점 서로 얽혀 가는 게 영화의 관전 포인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락 (Fall)’ 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프이다. <더 폴> 은 크게는 네 번의 추락을 통해 역설적으로 구원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추락은 알렉산드리아가 창문 밖으로 쪽지를 떨어뜨리며 시작한다. 쪽지는 아래층 병실 안의 로이에게 떨어지고, 이 만남을 계기로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자신이 지어낸 서사시를 들려준다. 알렉산드리아의 적극적 개입으로 약간은 엉망진창인 천일야화가 무르익던 중 로이의 꿍꿍이가 드러난다. 이야기를 미끼로 알렉산드리아에게 자살을 위한 모르핀을 가져오게 하려던 것.
두번째 추락은 이야기와 현실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알렉산드리아가 가져온 약을 먹고 로이는 잠에 ‘빠져든다’ (영어에서 잠에 빠지는 것을 ‘fall asleep’ 이라고 한다). 동시에 이야기 속에서는 로이를 대변하는 블랙 밴디트의 결혼식이 거행된다. 로이가 잠에 빠져드는 순간, 밴디트 또한 뒷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진다’. 몽롱한 로이 탓에 밴디트와 로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그 틈을 타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 안에 새로운 캐릭터로 난입하며 환상과 현실이 선이 모호해진다.
세번째 추락은 절망한 로이에게 약을 가져다 주려던 알렉산드리아가 의자에서 떨어지는 장면이다. 병상의 알렉산드리아가 꾸는 꿈은 하강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꿈 속에 등장하는 로이, 알렉산드리아의 아버지 등은 지속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며 쓰러지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흘러 깨어난 알렉산드리아 옆에는 죄책감으로 엉망이 된(하지만 여전히 심하게 청초한) 로이가 있다. 자기 혐오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로이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달라는 알렉산드리아의 말에 등장인물을 차례로 죽이기 시작한다. 밴디트 (로이) 또한 오디어스에게 겨우 한대 맞고 허리까지 오는 수영장에 엎어져 일어나지 못한다. 네번째 추락이다.
서사시의 결말에 이르러 현실과 환상은 완전히 뒤섞인다. 이야기의 인물을 살려달라 애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말은 이야기 속의 밴디트와 동시에 현실의 로이에게로 향한다. 시종일관 이야기 속 밴디트를 ‘그’ 로 정의하던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와 밴디트를 동일시하며 “네가 죽는 것이 싫다” 고 말한다. 그 순간 로이는 억눌렀던 울음을 터뜨린다. 작품 내내 반복된 하강의 이미지는 알렉산드리아의 격려에 의하여 상승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풀장에서 일어난 밴디트는 알렉산드리아를 번쩍 안아들고 담담히 오디어스의 별장을 떠난다. 로이 또한 계속 살아가기로 알렉산드리아와 약속한다.
사진 출처: 아트 인사이드
<더 폴>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통해 구원받는 메타 픽션이다. 결말부 이야기 속 인물을 살려달라 애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진심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로이에게 가 닿는다. 메타 픽션의 형식을 빌려 영화는 삶과 밀접한 이야기가, 그리고 타인과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게 우리를 살게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알렉산드리아가 ‘영혼을 구하’는 성체를 로이와 나눠먹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더 나아가 <더 폴>은 이야기 중에서도 ‘영화’가 삶을 구원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이와 처음 만난 알렉산드리아가 열쇠구멍 사이로 영사된 말의 그림자를 보는 장면, 결말에 드러난 스턴트 영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로이의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환자들까지. 곳곳에 감독이 영화에 바치는 헌사가 묻어난다. 영화는 로이의 천일야화와 마찬가지로 치유의 능력을 지닌다. 한 번의 추락(Fall)으로 꿈과 다리, 그리고 사랑 모두를 잃고 부서진 로이는 결말부 병원에서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자신이 참여한 영화를 본다. 촬영 중 낙마 사고를 당한 장면을 긴장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로이 앞에는 안전히 말에 착지한 영화 속 주인공이 보여진다. 영화는 이어 붙인 컷으로 무너진 로이의 꿈을 복원하고, 마음의 상처를 봉합한다. <더 폴>은 컷과 편집이라는 영화의 기본 요소에 구원의 가능성을 부여하며 <파벨만스>, <클로즈 유어 아이즈>와 같은 위대한 메타 필름의 반열에 스스로를 올려놓는다.
-
- 성폭행 피해자의 상처와 결단
씨네랩의 초대로 개봉 전 시사회로 먼저 관람하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줌마'라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이기적이고 고집 있고 예의가 없는 촌스러운 이미지가 얼핏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남성을 지칭하는 '아저씨'라는 말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왠지 더 어감이 좋지 못한 건 '아줌마'라는 단어다. 여러 미디어나 사람들 사이에서 무수히 전해지는 예의 없는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들은 현대 사회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져 왔고 그렇게 소비되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모습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반화의 오류다. 많은 아줌마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일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다. 제 3자의 눈에 그들의 모습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보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과 공간을 지키고 있다.
만약 시장에서 일하는 어떤 아줌마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면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아줌마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선뜻 쉽게 믿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그 피해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없다면 더더욱 그런 의심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깊숙이 박혀있는 그 고정관념의 이미지는 꽤 강력하다. 분명히 피해자인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깨끗하지 않다. 그 피해자가 아줌마라서 피해 사실의 신뢰성을 의심하거나 피해를 받았음에도 그 정도는 참고 넘기라는 의견도 생겨난다. 그런 시선들 때문에 피해받은 이후 어떤 사람들은 그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조차 포기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 오복의 이야기
영화 <갈매기>는 시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에게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주변에 무수하게 스쳐 지나가는 아줌마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 존재는 가까운 엄마 또는 이모와도 가깝다. 우리 주변에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중년 여성 오복도 그렇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다.
영화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일로 세 딸을 낳아 기르고 이제 둘째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오복(정애화)이 겪는 일을 차분히 보여준다. 둘째 딸(고서희)의 결혼식 준비에 약간은 들떠있는 모습의 그는 시장 사람들과 저녁 술자리에 참석할 정도로 시장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던 인물이다. 그가 어느 날 저녁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같은 시장 사람인 기택(김병춘)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그 사건 이후에 오복의 행동과 감정은 매우 어둡고 절망적으로 보인다. 그가 주변 사람, 심지어 가족에게도 그 사실을 선뜻 이야기하지 못하는 모습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영화는 피해 이후 오복의 시선을 줄곧 보여주며 그의 뒷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영화 속 오복은 왜 자신의 피해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할까. 아마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자신을 향한 비난과 시선이었을 것이고 그것으로 인한 두려움과 혼란이 그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게 했을 것이다. 이제 나이가 든 중년인 자기 자신의 모습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에게 나쁜 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영항을 주었을 것이다. 피해 직후 오복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힌다. 그의 표정과 행동을 가만히 보여준다. 그저 혼자 앓고 있는 그의 주변에 있는 가족들은 그가 그저 몸이 아프다고만 생각한다. 혼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혼자 출혈이 난 흔적을 지우면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하는 모습에서 무력감이 느껴진다.
영화에는 성폭행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저 잠깐의 검은 화면 전환으로 간단하게 넘어간다. 그런 잔인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그 사건 이후 오복의 표정과 행동으로 그 피해에 대해서 설명한다. 빨간 피가 묻은 속옷을 목욕탕에서 씻는 오복의 표정은 마치 감정이 없는 것처럼 텅 비어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어두운 방에 누워있는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그의 표정과 피 묻은 속옷을 봤을 때, 그가 누군가에게 나쁜 일을 당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영화는 끝까지 직접적이고 충격적인 이미지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여타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오직 그 인물을 비추면서 그 사건으로 인한 파장에 집중하고 있다.
피해자 오복의 시선으로 제시되는 피해의 잔상들
오복의 모습을 통해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답답함과 상실감이 잘 담겨있다. 이를 테면 그나마 가장 가해자와 관계가 가까운 어르신에게 가서 사과를 받아달라는 요청을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다. 가해자와 친한 이들은 오히려 오복을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시장의 다른 사람들에게 증언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러 다니면서 힘들게 부탁하는 모습에서도 그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답답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지만 오복은 그 피해에 대한 사과를 받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 속 시장 사람들은 정부 혹은 지자체와 시장의 권리나 보상에 대한 투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 사람들 간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그냥 덮고 넘어가길 바란다. 각자의 보상금에 영향이 있을까 봐 오복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행동한다. 오복이 받은 심한 상처는 얼마 전까지 같은 곳을 보고 같이 투쟁했던 그 집단에서 마저 치유받지 못하고 오히려 오복은 그들에게 계속된 거절과 비난을 받는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 오복의 남편(이상희)이 술에 취해 성폭행 피해를 받은 아내를 보고 좋았냐고 웅얼거리기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그렇게 오복을 외면하는 그들을 비추는 화면에선 피해자인 오복보다 그들이 더 죄인 같고 초라해 보인다.
오복이 나이 들고 보잘것없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성폭행이라는 행위를 당했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 일을 무심하게 생각해버린다. 우리 주변에도 그저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줌마인 오복과 같은 일을 겪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꼭 성폭행이 아니더라도 어떤 피해를 받았다고 해도 온전히 도움이나 위로를 받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은연중에 자리한 나이 든 여성, 아줌마라는 색안경은 사람들의 올바른 생각을 방해한다.
오복은 어린 시절 다른 형제자매의 교육을 위해 자신은 돈을 버는 것에 집중했다. 결혼 후 세 명의 딸을 낳고 그 뒷바라지를 위해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일을 했다. 날개가 있음에도 육지 근처에서만 생활하는 갈매기처럼 그는 시장과 집이라는 그만의 울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영화의 제목인 갈매기는 오복이 살아온 삶과도 닮아있다. 영화는 사건 이후, 늘 육지 근처에서만 지내던 오복이 날개를 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가기까지의 과정이다. 그것을 돕는 건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두 딸뿐이고, 남편은 전혀 그를 돕지 못한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오복, 그 가치를 보여주는 영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오복이 다른 시장 상인들에게 증언을 요청하려고 각 상인들의 집을 하나하나 방문하는 장면이다. 마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주인공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가 자신의 직업을 되찾기 위해 동료들을 하나하나 만나서 설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데, 산드라가 그랬듯 오복도 거절이라는 벽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포기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각각 찾아가 설득하는 모습은 영화의 초반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망한 표정을 짓던 오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영화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면 다양한 생각이 스치게 된다. 내 주변에 있는 아줌마들을 나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을까. 어디선가 1인 시위를 하는 누군가를 봤을 때 나는 그 사람이 왜 그런 시위를 하는지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피해자가 하는 말을 얼마나 신뢰했던가. 그들의 숨겨진 노력과 감정, 행동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영화를 연출한 김미조 감독은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어떤 감정과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가 어두운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오복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꽤 흥미롭고 긴장감이 넘쳐 계속 집중하며 영화를 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여성영화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지난 21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공동 수상한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갈매기 리뷰>
-
- 과거로의 여정 속에서 찾는 '나'라는 존재
과거로의 여정 속에서 찾는 '나'라는 존재
영화의 제목 "이다(Ida)"는 안나의 본명이다. 안나는 서원식 전에 자신에게 혈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일한 혈육인 이모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모에게 두 가지 사실을 듣게 된다. 자신의 실제 이름이 "이다(Ida)"라는 것과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 이모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유대인이다. 쌀쌀맞은 이모의 태도와 그녀가 전하는 정보에 혼란스러우면서도 자신의 부모에 대해 알고 싶어진 안나는 이모와 함께 그 흔적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이 영화는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한다. "이다"라는 한 이름의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인상과는 다르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 이다(안나)와 완다 두 명이라 할 수 있다. 안나는 부모에 대해 알아가며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진실들을 하나씩 마주한다. 그러나 안나가 부모에 대한 진실에 점점 다가갈수록 완다는 잊고 싶던 과거의 기억을 점차 떠올리며 그것에 잠식되어간다. 두 사람의 동행은 안나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임과 동시에 그녀의 이모 완다가 자신의 과거 기억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과정이다.
수녀원의 제한적인 정보와 환경 속에서 격리되다시피 살아오던 안나에게 바깥세상은 신기하기만 하다. 안나는 바깥세상에 대해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진다. 수녀원 측의 배려로 서원식을 앞두고 직접 완다를 찾아가지만 이모 완다는 그녀를 쌀쌀맞고 퉁명스럽게 대한다. 이모는 안나가 유대인이라는 것과 그녀의 실제 이름과 부모의 이름, 그리고 사진 한 장을 주고는 그녀를 수녀원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첫 만남부터 비밀로 싸여있던 완다는 안나가 수녀원에서 그녀에 대해 아무 정보도 듣지 못했다는 것을 알자 안나에 대한 경계를 늦춘다. 판사인 완다는 법정 재판 중에 생각이 잠기더니 이다를 데리러 버스터미널로 가고, 이때부터 그녀의 태도는 상반되게 온화해진다. 이다를 보고 마주하기 힘들던 과거를 떠올려서일 수도,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들에 대한 죄책감이나 후회 때문일 수도, 혹은 온전히 이다에게 뿌리를 알려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계기가 어떻든 간에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다시 만나 서로의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안나 가족의 죽음은 1941년 독일의 폴란드 점령 당시 폴란드 민간인들이 유대인 수백여 명을 죽였던 예드바브네 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추측해보건대 안나의 부모와 함께 죽은 어린 남자아이는 아마도 그녀의 아들일 것이다. 과거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죽은 가족들의 유골을 마주한다. 완다는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스탈린 정부 하의 폴란드 공산당원이 되어 살아남았고, 안나는 갓난아이라 유대인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들 가족을 죽인 남자는 무덤을 판 구멍에 앉아 죄의식을 보이긴 하지만 끝까지 이들에게 사과를 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을 더이상 괴롭히지 않고 집에서 계속 살게 되는 조건으로 유골이 묻힌 곳을 알려주는 거래를 했을 뿐이다. 완다는 아들의 유골을 소중히 끌어안는다. 그녀는 자신이 판사로서의 권력을 휘두르며 저질렀던 과거의 행보를 되돌아보면서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히고, 결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반면 이다의 선택은 어떠한가. 이 영화의 엔딩씬을 그녀의 선택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엔딩씬은 무척 독특하다. 내내 정적이던 카메라는 엔딩씬에서 급작스럽게 흔들린다. 감독은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는 이다의 모습을 핸드헬드로 잡는다. 핸드헬드 자체가 특별한 연출기법은 아니다. 다만 앞선 모든 장면에서 감독이 유지해오던 연출 방식과는 상반되게 끝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엔딩씬은 특별해진다. <이다>는 여백을 통해 스토리텔링하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은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연출 특징이기도 하다. 차기작 <콜드 워>에서도 이어지는 1.33:1의 풀 프레임 화면비와 흑백의 이미지, 헤드룸을 많이 남기며 전통적인 미장센을 깨는 과감한 시도까지 그의 영화는 형식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크고, 그는 형식을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화면의 중심이 아닌 사이드에 위치하고 카메라는 여백이 많이 보이도록 대상을 비춘다. 그럼으로써 영화 속 인물들은 어딘가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마치 세상의 구석으로 내몰린 느낌까지도 든다. 이 점을 <이다>에서 <콜드 워>까지 이어지는 그의 영화 속 시대 배경과 연결 지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대와 운명이 반기지 않는 가운데, 세상으로부터 내쳐지는 인물들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다시 엔딩씬으로 돌아와서, 내내 무표정하던 그녀의 표정이지만 그 순간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 의지의 분위기가 엔딩씬 전체를, 관객을 압도시킨다. 안나는 어쩌면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제대로 찾게 된 건지 모르겠다. 아니, 그 길을 비로소 시작하는 건지도. 지금까지 살아온 '안나'로서의 삶을 계속 살아가든, 새롭게 알게 된 '이다'로서의 삶을 살아가든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이름이 무엇인가와 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어딘가로 묵묵히 걸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그녀의 결연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제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의 선택은 오로지 그녀의 의지와 발길에 달렸다. 이다는 자신의 길을 계속해서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
- 꼼꼼한 기만작전으로 전쟁을 막아라
한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수많은 전쟁들을 보게 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월남전 등등.. 우리나라는 전쟁을 많이 겪었다. 어렸을 때는 이 전쟁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냥 우리나라가 예전에 어떤 나라와 싸웠구나. 그냥 이 정도였다. 사건이기 때문에 암기하고 외워왔다. 이 생각은 나이가 먹을수록 바뀌기 시작한다. 죽음, 이별 이런 것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무섭다.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가 갑자기 떠난다? 그것도 자기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라 윗동네 소수가 고른 멍청한 고른 것의 대가라면 참으로 갑갑하다. 나라를 위해 싸웠다. 말은 좋다. 근데 이 싸움을 일으키는 지도자들이 우리 모두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어쩌면 멍청한 폭군들이 벌였던 결과물 중 하나다.
이 비극이 그냥 잠깐 쨘 하고 끝나면 다행일 텐데, 2022년 5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 일어난 지 3개월. 분명 온 세계가 힘을 합쳐서 러시아에 보복을 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화가 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낼 위기에 쳐해 있다. 전쟁은 일어나선 안될 끔찍한 비극이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여러 번 증명했던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80년 전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벌였던 전범국을 막기 위해 영국의 해군 정보장교가 묘안을 가지고 왔다. 세계 2차 대전이 발발 중이던 영국으로 가보자.
무의미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
한 남자의 집에 파티가 열린다. 영국의 한 군인 이웬 몬태규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였다. 파티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표된다. 몬태규의 아내와 아이들이 미국으로 간다는 뜻이다. 세계 2차 대전은, 히틀러의 나치가 유대인의 피를 가진 사람이라면 죄다 탄압했던 시기였다. 영국 역시 반제국주의 연합 사이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위험이 들어닥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아내를 떠나보낸 이웬. 당연히 별로 기쁘지 않다.
이웬 몬태규는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집중하기로 한다. 지금 영국은 전쟁 중이다. 히틀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왠지 절망스러운 현재. 전쟁의 끝을 내기 위해 신묘한 한 수가 필요하다. 시칠리아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였다. 이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시칠리아에 매복 중인 독일군 23만 명을 따돌려야 한다. 이웬 몬태규는 그럴듯한 작전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영국군과 20 위원회는 작전에 성공해 세계 2차 대전을 끝낼 수 있을까?
살짝 다른 전쟁영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정말 피곤해서 내가 억지로 살고 있다! 싶은 분들은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좋은 작품이라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충분히 그런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하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한 3주 전쯤에 본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생각난다. 영화 자체가 몰입감은 있었다. 집중하고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영화를 돌이켜보면 볼수록 그 학교폭력 가해 장면 빼곤 생각나는 게 없었다. 이 영화는 그것과는 다른 지점을 갖고 있다. 전쟁 신이 나오긴 하지만 극후 반부에만 잠깐 나온다. <1917>같이 멋있는 롱테이크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열심히 토론과 토의, 대화와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앞에서도 썼듯 책략 설계다. 시칠리아에 있는 병력들을 그리스로 이전시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를 위해서 꼼꼼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신분을 만드는 게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엥? 그럼 그게 전쟁영화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긴장감이 있는 전쟁영화다. 일단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다 세계 2차 대전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났는지 알고 있다. 결론을 알고 시작하는 영화. 그럼에도 어떤 작전을 위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아예 처음 들어본다. 그래서 이 작전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싶은 긴장감이 극을 이끈다. 또 긴장감 아래에 주인공이 갖고 있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가족의 문제, 그리고 본인의 문제다. 대사가 많아 눈 딱 뜨고 보지 않으면 루즈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긴 하지만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마음의 방향키를 돌려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모티브는 인지다. 일단 첫 번째로, 제일 중요한 소재 ‘기만작전’은 상대방의 인지에 오류를 만들고 싶어서 설계하는 것이다. 나치와 히틀러가 영국군의 행보를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 초반부에 주인공의 아내가 주인공에게 서러움을 표현한다. 역시 이는 ‘인지’라는 오해에서 온다. 그리고 극에서 로맨스가 있는데, 이 역시 상대방을 ‘어떻게 인지할 것인가’에서 온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이것에 대해 대사를 하기도 한다. 그다음 극의 중후반부를 넘어가서 제시되는 인물 간의 갈등이 있다. 이게 실제 인물들이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는 (찾아본 결과) 모르겠지만 감독이 실제로 넣었다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모티브를 가지고 이야기를 철저하게 설계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난이도는 4.0
영화를 끝나고 이 작품의 번역을 누가 맡았을까? 찾아보고 싶었다. 크레디트를 쭉 보니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번역 황석희’, 아는 이름이기도 했지만 일단 이걸 어떻게 번역하지? 싶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대사량은 어마 장장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집중이 안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계 2차 대전이 어떻게 결론이 났고, 응? 싶은 부분도 콜린 퍼스의 눈빛 연기로 설명이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만약 이 영화가 <1917>이나 <이미테이션 게임>같이 멋진 전쟁영화를 기대하고 계셨다면 꾸벅꾸벅 졸 수도 있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드라마를 본다고 생각하고 극장에 가시는 걸 추천한다!
매너가 연기를 만든다
이 배우들 중에서 아는 이름은 콜린 퍼스뿐이다. 그리고 콜린 퍼스 작품도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다. 신기하게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 연기 못하는 사람은 없는 느낌이다. 콜린 퍼스는 이 중간에 있는 인물이 아닐까? 주인공 이웬 몬태규는 외로운 내면이 있는 사람이다. 그게 초반부부터 나타난다. 아내와 소통이 그렇게까지 잘 되는 편은 아니었던 듯한 주인공. 이 외로운 내면은 극 끝까지 쭉 전개된다. 그 좀 생각 많아 보이고 무언가 결핍됐기 때문에 행동하는 인물의 성격 묘사를 콜린 퍼스의 덤덤함으로 잘 소화해 냈다. 절제해서 완성시킨 연기가 궁금하다면 극장으로 달려가서 예매하셔도 괜찮다!
떠나간 사람들을 추모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의 엔딩은 추모다. 이 사람이 전쟁 영웅으로서 얼마나 위대한지로 끝을 내지 않았다. 이는 영화가 갖고 있는 주요 소재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히틀러를 위시한 나치 지도부가 나쁜 거지, 그냥 징용된 독일군이 나쁜 걸까? 아닐 것이다. 물론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군인들은 위대하다. 그런데 막상 이 사람들 난 너무 칭찬하면 어느 정도의 형평성이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사람의 마음’이라는 주요 소재를 반영하듯 개인의 희생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관객에게 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변증법적 유물론, 서양경제사론, 제3세계 정치, 러시아 혁명사, 한국민중사,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 같은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주의 이론 등을 공부했다. 이 무렵 제3세계 역사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같은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노동계급의 투쟁, 사회주의자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 투쟁을 공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이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자를 얼마나 악랄하고 처참하게 학살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칠레는 한국의 '혁명운동'에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였다. 특히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 뒤에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미국의 CIA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공 군사독재가 칠레의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를 수만 명 학살하고도 미국의 보호 아래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국의 군부 쿠데타와 장기 독재 역시 칠레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제3세계에서 반공 군부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한 결과이며, 그 목적은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 이념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쏘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 개혁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부르주아 반동 세력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이 와중에 민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하라가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빅토르 하라와 아옌데 대통령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빅토르 하라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초반이었다. 내가 알기로 빅토르 하라와 관련한 책이 그때 처음 한국에 등장했고, 책에는 부록으로 음악 CD가 들어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내가 받은 CD를 찾아보았는데, 운 좋게도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복사해 준 CD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지금도 처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칠레의 민중가수이며, 사회주의자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의 음악이 칠레 민중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피노체트가 빅토르 하라를 불법, 체포, 구금한 다음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빅토르 하라를 다룬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를 이야기하려면 칠레의 현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빅토르 하라는 1932년, 칠레 남부 산티아고 근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 이전에도 이미 격동의 역사를 겪고 있었다. 칠레는 1818년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했으나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1891년 내전이 일어났고,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이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20년대 한국에서도 '조선공산당'이 탄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칠레에서도 1920년대 이미 개혁적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세력이었던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 사회 개혁은 대부분 좌절된다. 그리고 곧 이어 1924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까지 칠레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작농으로는 도저히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빅토르의 부모는 도시인 산티아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빅토르가 열 살 무렵, 가족은 산티아고로 이주하고, 열여섯 살 무렵, 빅토르는 판토마임 극단에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한다. 빅토르가 태어나 성장하던 1932년부터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던 1970년 사이는 중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난한 시기였다.
빅토르는 1951년, 칠레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하고, 칠레 민요를 연구하고, 연주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1961년부터는 칠레대학교 부속 연극연구소에 근무하며 무대연극을 연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칠레 전통음악을 부르는 가수였다.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면 빅토르의 어머니는 전해오는 민요를 불렀고, 빅토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칠레 음악의 원형을 익혔다. 그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부른 것처럼 칠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으나 차츰 사회의 모순에 눈 뜨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 무렵부터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들은 노동자, 농민, 기층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렸거나, 칠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었다.
빅토르 하라가 만나게 되는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으니, 빅토르 하라보다 24살이 많다. 발파라이소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옌데의 집안은 교육자, 학자, 법률가들이 가족이었으며, 아버지가 변호사였고, 삼촌들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집안의 영향을 받은 아옌데는 칠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옌데가 의사인 것은 체 게바라와 비슷하다. 아옌데나 체 게바라나 모두 중상층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살아가고 있던 사회 현실에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까이 보면서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빅토르 하라가 민중의 노래를 본격 만들던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살바도르 아옌데는 진보정당(칠레공산당)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빅토르는 아옌데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지지하며, 민중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옌데는 인민연합(칠레 사회민주당, 칠레 공산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장을 국유화하고, 민중의 복지에 우선 투자했으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미국CIA의 적극적 개입, 칠레 내부의 자본가, 부르주아의 반대, 미국 정부의 악의적 방해 - 구리값 인하, 투자자금 회수 등 - 로 인해 아옌데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개혁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마침내 1973년, 미국CIA는 칠레 군부에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가 전권을 쥐고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칠레 공군폭격기가 아옌데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궁을 폭격하고, 탱크가 밀고 들어가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자살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의 논란이 많은데, 자살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던 마지막 날, 1970년 9월 11일, 그때 파블로 네루다는 죽음을 불과 12일 앞두고 있었다. 아옌데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네루다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 있는 칠레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스페인 내전을 목격했으며, 이때 인민전선정부의 탄생,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네루다는 칠레에 귀국해 1945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칠레공산당에 입당한다. 하지만 반동정권에 의해 공산당이 불법화되면서 칠레를 탈출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전전하다 1952년이 되어서야 다시 칠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 아옌데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가 되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가 발발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사망하고, 수많은 진보지식인, 학생,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학살당하고 있을 때, 그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병석에서 빅토르 하라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루다는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시를 썼으며, 특히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내에게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라고 분노하며 말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시간이 약 40년 가까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의 아내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가 대학으로 처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칠레 경기장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참혹한 구타를 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산티아고 공동묘지 바깥에서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호안 하라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고,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 수만 명을 학살한 피노체트는 1973년 권력을 찬탈한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17년 장기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노체트는 박정희, 전두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독재자였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제국주의 앞잡이였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듯이, 칠레에서도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 가톨릭이 폭넓게 퍼졌고, 민중의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구교)을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레 민주화운동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중요했다. 피노체트가 가톨릭 사제, 수녀까지도 학살했으며, 지식인,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의 죽음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의 주검을 수습한 다음,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고, 남편 빅토르 하라의 참혹한 주검을 세상에 알렸으며, 빅토르를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칠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호안 하라는 36년 동안 가매장했던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정식으로 매장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칠레 시민이 빅토르 하라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호안 하라와 칠레 진실화해위원회는 1973년 당시 칠레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 칠레경기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누가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병사들의 입을 통해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그때 자신들에게 명령을 했던 장교들이 찾아와 입을 열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완전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증인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기 마련이다. 최초의 증언자는 1973년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 파레데스였다. 그는 중위 페드로 바리엔토스가 빅토르 하라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바리엔토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로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출세했던 인물들은 1991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했다. 피노체트도 1991년 영국 런던으로 도망갔지만 1998년, 런던에서 체포당한다. 스페인 정부가 피노체트를 납치, 살인죄로 기소하고 국제수배를 하자 영국의 사법부가 체포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2000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칠레로 돌아왔으며, 20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호안 하라와 진실화해위원회는 미국 법원에 바리엔토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 바리엔토스의 행위로 인해 호안 하라와 그의 가족의 삶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칠레에서 모은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첫번째 증인이었던 파레데스의 증언은 바리엔토스 본인과 그의 호위병 두 명에 의해 부인당했다. 바리엔토스가 당시 중위였고,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칠레 경기장에는 가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파레데스는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호안 하라는 낙담하지만, 다시 증인을 찾아나섰고, 이번에는 수십 명의 증인들 -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 -의 증언을 녹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당시 바리엔토스의 호위병이었던 나바레테로부터 나온다. 나바레테는 바리엔토스가 칠레 경기장의 책임자였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리엔토스가 지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바리엔토스는 끝까지 자기는 그 자리에 없었으며 빅토르 하라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상 좋은 모습으로, 침착하며 온건하게 말한다. 자기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며, 군인이 된 것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징집당한 것이고, 자기는 순찰과 경호 업무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바리엔토스는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하지만, 테스트를 주관한 사람의 증언은, 바리엔테스가 '기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법원은 호안 하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바리엔토스는 호안 하라에게 2,800만 달러(330억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바리엔테스는 빅토르 하라를 죽이기 전에 러시안룰렛을 하며 살인을 즐기듯 한 인물이고, 빅토르 하라를 죽인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사람을 학살했을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호안 하라는 91세로, 다행히 그가 살아 있어 끝까지 남편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자를 찾아내 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독재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독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중의 노래를 싫어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수들은 탄압당했다.
노래가 총칼보다 강하다는 걸 우리도, 적들도 알고 있다. 지금도 칠레에서는 빅토르 하라를 기리는 행사가 있고, 천 명이 기타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며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는 행사도 갖는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끊기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많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칠레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
- 다시 돌아온 공룡!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렇게 맥없는 퇴장을??
?Rabbitgumi 입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공룡들이 다시 극장에 찾아왔습니다.
90년대에 만들어진 쥬라기 공원 시리즈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었는데요.
2015년 부터 시작된 쥬라기 월드 시리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쥬라기 공원과 동일한 세계관에서 발생된 일이다보니,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는 오리지널의 세 박사님들도 등장하게 되죠.
과연 이번 영화는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었을까요?
영화가 어땠을지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끝장리뷰 | 벽, 담벼락, 담장(wall) 상징 | 결말해석 | 헨젤과 그레텔 분석 | 사운드와 이미지, 옆모습(측면 숏), 열화상카메라 의미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벽, 담벼락(wall), 결말해석
Chapter 2 사운드와 이미지, 옆모습(측면 숏), 헨젤과 그레텔
00:00 존오브인터레스트
01:07 닮은 영화들
03:01 wall
06:43 결말해석
07:50 사운드, 이미지, 옆모습
08:59 핸젤과 그레텔
10:52 별점 및 한 줄 평
11: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오브인터레스트 #존오브인터레스트리뷰 #존오브인터레스트해석 #존오브인터레스트후기 #존오브인터레스트영화 #영화존오브인터레스트 #조나단글레이저 #TheZoneofInterest #TheZoneofInterestMovie #TheZoneofInterestReview #산드라휠러 #JonathanGlazer #SandraHuller #크리스티안프리에델 #ChristianFriedel
-
- 영화 <스펜서> 메인 예고편
전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
- 영화 <와인 패밀리> 메인 예고편
새로운 인생을 꿈꾸나요?
일만 하며 바쁘게 살아온 캐나다의 자동차 회사 CEO 마크.
문득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그는 자신의 신념에 반대하는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이탈리아 아체렌자로 떠난다.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서 순수했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던 마크는 할아버지가 남긴 포도밭을 되살리고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하지만, 그의 무모한 도전에 마을 주민들은 꿈 깨라며 만류하고 가족들의 반대에도 부딪히는데…
쉼표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달콤한 인생 리셋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