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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작가2022-08-22 11:20:06

우린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

줄거리

인생 모든 것이 한심해 보이고 매사 불만이 가득한 사춘기 디제이의 최대 관심사는 앞집에 사는 수상쩍은 이웃, 네버크래커 씨를 관찰하는 것이다. 삐쩍 마른 네버크래커씨는 어린 꼬마 아이에게도 자신의 잔디를 밟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고, 잔디로 발이라도 내밀면 곧장 튀어나와 물건을 있는 족족 뺏어가는 괴팍한 할아버지다.

 

디제이는 친구 차우더의 농구공을 가지러 잠깐 네버크래커의 잔디를 밟았다가 그를 마주치게 되고, 흥분한 할아버지는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가고 만다. 네버크래커 씨가 집을 비우자, 집 주변에서는 수상쩍은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난다. 집이 창문 눈을 부릅뜨고 카펫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니!

저 집에 분명 무언가 있어...

우연찮게 집에 잡아먹힐 뻔한 제니를 구한 디제이와 차우더는 다 함께 집을 잠재우기 위한 계획을 짠다. 할로윈이 다가온다. 누군가 그 집 벨을 누르기 전에 집을 잠재워야 한다!

 

감상 포인트

1. 애니메이션 치고는 그림체나 발상이 상당히 공포스럽다.

2. 눈물 날 정도는 아니지만, 마지막 장면이 감동+슬픔이다.

3. 명작 애니메이션.

 

감상평

영화 [몬스터 하우스]는 어릴 적에 DVD로 저녁 먹을 때마다 돌려보던 영화 중 하나다. 아마 공포를 좋아하는 이 취향은 어릴 때부터 쭉 이어져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충격받을 정도로 무서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생과 부둥켜 안은 채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확실히 공포스럽다. 집이 살아 움직인다는 발상부터 아이들이 할 법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 표현을 기가 막히게 잘 했다고나 할까. 나도 어릴 때에는 아무도 없는 주차장을 지날 때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나를 노려보는 눈처럼 느껴진 적도 많았다. 자동차의 얼굴을 상상하며 나에게 갑자기 달려들진 않을까, 걱정을 했더랬다. 그런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해 호러스럽게 잘 풀어낸 영화가 바로 [몬스터 하우스]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몬스터 하우스]는 아이들의 기막힌 발상으로 시작되는 영화이지만, 그 끝에는 애절한 사랑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어른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본다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웃으며 끝나겠지만, 어른들이 본다면 그 속에 숨겨져있는 감정들을 모두 이해하고 눈물을 훔치며 끝날 것 같다. 내가 아이일 때 봤던 감상과 지금의 감상이 매우 다른 것처럼.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앞집 주인인 네버크래커 씨에게는 따라다니는 괴담 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아내를 뚱뚱하게 살찌워서 잡아먹었다는 것. 이는 극 중에서 디제이의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그를 돌봐주러 온 베이비시터 '지'의 남자친구, '본즈'가 알려준 것이다. 터무니없는 소문을 몇몇 어른들도 믿고 있었던 걸 보면 네버크래커가 동네 괴짜 노인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진 모양이다.

 

사실 콘스탄스는 '집채만 한 여자'로 서커스단에 끌려다니며 평생 남들의 구경거리로 살았다. 그러던 중 네버크래커를 만나 구출되어 사랑에 빠진다. 둘은 넓은 터에 함께 살 집을 지으며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하지만 할로윈에 사탕을 받으러 온 아이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한 콘스탄스가 도끼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내가 지켜줄게. 누구도 해코지 못하게."

네버크래커는 말리려 했지만 콘스탄스는 발을 헛디뎌 지하로 떨어져 버렸고, 그 과정에서 시멘트를 뒤덮게 된 것. 결국 집을 완성하고, 콘스탄스의 영혼은 이 집에 깃들었다. 네버크래커는 자신의 아내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아내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장장 45년간 아무도 이 집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왜 하필 할로윈일까?

영화 [몬스터 하우스]는 할로윈이라는 특수한 날을 통해 콘스탄스가 받아온 미움과 사랑의 모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사랑과 미움의 모양은 다르다. 보통 자신이 받은 사랑이나 바탕으로 사람들은 남에게 나누어줄 사랑의 모양을 만들어간다. 종종 타인에게 격하게 미움을 표현하거나 세상에 분노만 가득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연민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자신이 받은 것이 미움뿐이라서, 미움밖에 몰라서 남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도 미움밖에 없는 것이다.

"사탕 없는 가정에 할로윈의 짓궂은 테러가 발생할 확률이 55%를 넘는답니다. 집에 사탕 없으면 이런 장난의 집중 표적이 되죠."

익히 알고 있듯이 할로윈에는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여러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하고 외치고선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는다. 이때, 먹을 것을 나눠주지 않는 집에 아이들은 계란을 던지는 등 장난을 친다.

 

콘스탄스에게 집이란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완벽한 형태의 사랑이다. 평생 자기 집 없이 철장에 갇혀 살았던 콘스탄스는 네버크래커가 짓고 있는 집에서 안정과 평화를 찾았다. 함께 살면서 가정을 이루는 행복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꿈에 그리던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런 콘스탄스에게 할로윈에 집에 행패를 부리는 아이들은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망치려 드는 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결국 콘스탄스는 자신의 분노에 잡아먹혀 스스로 괴물이 되고 만다.

 

 

"잘 가요."

지금 와서 보니 콘스탄스가 참 애잔했다. 어떤 의미로는 콘스탄스 역시 이 집을 지키기 위해, 네버크래커와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파된 집 근처에서 콘스탄스의 영혼과 춤을 추다가 흩어지는 연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네버크래커의 표정 역시 애틋했다. 흐느끼는 네버크래커에게 디제이는 집을 폭파시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장장 45년이야. 45년간 꼼짝없이 갇혀 있다 이제 풀려났어."

하지만 네버크래커는 속 시원하다는 듯 웃는다.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삐뚤어진 자신의 사랑에 갇혀 죽은 아내마저 가두고 있던 지난 45년의 세월. 그는 이제야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고 콘스탄스를 보내준다.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네버크래커는 45년 만에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디제이는 이 비밀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차우더와 분장하고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일이 지겹다며 어린아이 취급을 했다. 엄마가 극성을 부리며 자신에게 애정표현하는 것도 낯부끄럽게 여겼고 말이다. 하지만 끔찍한 밤을 보내고 나니, 자신도 그저 평범하고 철없는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린 날로 돌아가고 싶은 나처럼 말이다.

 

유쾌하게만 봤던 옛날 영화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날이 오다니. 디제이 말마따나 "나도 나이 들었나" 보다.

작성자 . 최작가

출처 . https://blog.naver.com/shn0135/22285484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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