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9-10 10:20:13
픽사는 사람을 울려...
픽사
오늘 30주년을 맞이한 <토이 스토리>가 재개봉을 했죠!
1편이 탄생한 지 30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요..!
눈물 흘리며 3편을 보내줬던게 엊그제 같은데..
4편을 지나 5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네요…🫠
그런 김에 오늘은 픽사 특집을 준비해 봤는데요!
픽사 애니메이션은 항상 사람을 눈물짓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여러분이 눈물을 가장 많이 흘렸던 픽사 애니메이션은 무엇인가요?
오늘 큐레이션 살펴보시면서 여러분이 눈물 흘린 장면을 공유해 주세요!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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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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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어느덧 2월의 마지막날인 월요일이네요.
곧 맞이하는 3월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2월의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이며,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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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언차티드>(NEW)
▶<언차티드>가 2월 3주차에 이어 이번 주 역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월 25일~27일) 관객 수 12만 58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8만 7769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3월 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 <더 배트맨>으로 박스오피스 순위가 변동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보는데요.
과연 이번 주 박스오피스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극장판 주술회전0>(-)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역시 지난 주에 이어 <극장판 주술회전0>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5일~27일) 주말 관객 수 6만 27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29만 1476명입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0>의 개봉 이후 초반 흥행이 돋보였던만큼 <언차티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박스오피스 순위를 1위 자리를 놓고 승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위. <안테벨룸>(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겟아웃>, <어스>제작진의 미스터리/호러물 <안테벨룸>이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25일~27일)동안 주말 관객 수 3만 2102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5만 5999명입니다.
영화 <안테벨룸>은 성공한 작가가 무언가에 의해 선택받은 뒤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끔찍한 세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충격 스릴러입니다. 믿고 보는 제작사인 A24와 <겟아웃>과 <어스>제작진의 조합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요.
<안테벨룸>은 제작진의 전작인 <어스>보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은 물론 <겟 아웃>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어, 전작의 흥행 계보를 이을 영화의 탄생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9회 예측 이벤트는 2월 4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한 주의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같이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제89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한 주동안 씨네픽 참가자분들은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예측은 박스오피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높은 확률로 맟혀주신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주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에 참가하여 모든 순위(1위, 2위, 3위)를 맞힌 분들은 모두 35명으로 상금을 맞히신 모든 분들에게 3,928P의 상금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90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NEW)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입니다.
주말동안 주말 관객 수 2만 6100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4만 8457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개봉 전 부터 29금의 파격적인 연기, 배우 연우진의 강렬한 연기 변신과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였던만큼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습니다.
5위. <해적:도깨비 깃발>(▼2)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해적: 도깨비 깃발>입니다.
주말동안 1만 9481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131만 4785명을 기록했습니다.
설 연휴 대작이었던 강하늘, 한효주 주연의 <해적: 도깨비 깃발>은 누적 관객 수 130만명을 돌파하면서 서서히 박스오피스 순위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배트맨>을 비롯한 영화들이 개봉 예정에 있는만큼 총 누적 관객 수는 130만명대에서 끝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또한 지난 주에 이어 <언차티드>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25일~27일) 북미기준 주말 매출액 $23,250,000 (한화 약 28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이로써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은 $83,385,478 (한화 약 1,006억)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지난 주의 북미박스오피스 순위와 동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한 지 2달이 훌쩍 지난 지금도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25일 ~ 2022년 2월 27일)
1. <언차티드> 2325만 달러 (누적 8338만 달러)
2. <도그> 1012만 달러 (누적 3089만 달러)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75만 달러 (누적 7억 7988만 달러)
4. <나일 강의 죽음> 450만 달러 (누적 3275만 달러)
5. <잭에스 포에버> 317만 달러 (누적 5206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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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넷째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마지막 2월 마지막 하루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마무리 하시고,
씨네픽은
3월의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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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결의 사랑에 기대어
SYNOPSIS.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POINT.
✔️ 대사 없는 애니메이션인데, 대사 공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촘촘한 연출력!
✔️ 색감도 아름답고 음악도 귀에 딱 붙는 명작
✔️ 도그와 로봇의 관계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몽글몽글... 이건, 사랑입니다
✔️ 스페인 애니 낯설다고? 배경은 뉴욕 맨해튼! 감독 오피셜, 뉴욕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뉴욕 오마주라고 해요. 그리고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정서가 펼쳐져요.
✔️ 칸영화제 특별 상영에서 최초 공개되어, 지금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로 노미네이트! 쟁쟁한 기술력의 작품들 사이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읽는 순간, 보기도 전에 마음이 퐁당 녹았다. 따뜻한 관계와 갑작스러운 이별... 그 애틋함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같은 건 모르니까. 뚜껑을 열어 보니, <로봇 드림>은 그런 기대를 기분 좋게 충족시키는 영화인 동시에, 뜻밖의 면면으로 기대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어떤 사랑은 눈 마주치는 순간 시작된다
도그를 비롯해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모두 동물로 표현되고 있지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어렵지 않게 도그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차갑고 어두운 도시의 밤, 2인용 게임도 혼자 해야 하는 도그는 외로움을 감출 수 없는 캐릭터다. 창문으로 보이는 이웃집 가족의 단란한 시간을 부러워 하기도 하고, 레토르트 식품을 혼자 데워 먹기도 하면서, 그는 외로운 생활을 채워 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텔레비전 광고 속에서 보게 된 한 마디. "외로우십니까?" 그리고 마치 홀린 듯이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그냥 지나치려면 지나칠 수도 있었을 광고를 보게 된 것, 그런 순간도 어쩌면 운명적 순간이라 할 수 있을까? 답은 광고 이후의 관계에 달렸을 것이다. 두 존재가 특별하게 맞닿는다면, 그 시작점이 어떻게 운명이 아닐 수 있겠어.
'친구'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Amigo/Amiga를 연상케 하는 (이탈리아어로 친구가 Amico/Amica이기도 하다) 로봇이 배달되고, 도그는 조립을 시작한다. 마침내 두 존재가 서로 눈을 마주쳤을 때, 둘에게는 편안한 미소가 떠오른다. 어떤 사랑은 그렇게 눈 마주치는 순간 시작된다. 당연한 것처럼, 더없이 자연스럽게.
둘은 더없이 행복하다. Earth, Wind & Fire의 명곡 <September>는 곧 둘의 주제가가 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은 도시의 주인공이다. 더이상 도그에게 어둡고 차가운 밤은 없다. "우리가 밤에 춤을 출 때 별들이 어두운 밤을 걷어가던 걸 기억하나요?" 노래 가사처럼 이제 그의 일상은 반짝거리고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리움은 사랑의 그림자
그러나 둘의 관계는 신나게 해변을 찾았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이별로 귀결된다. 이후 둘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장면 하나하나가 정서를 어찌나 고스란히 담아내는지, 내가 연애하다가 헤어진 기분이 들 정도로 도그와 로봇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꿈결에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 어쩌면 꿈처럼 기묘하게 정직한 것이 또 있을까? 트라우마처럼 남은 꿈에도, 무지개와 꽃으로 아름다운 꿈에도, 서로가 어른거린다. 그리움은 사랑의 해질녘 그림자가 아닐까. 사랑이 긴 만큼 더 길고 검게 늘어져, 둘을 놓아주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은 돌봄의 방법을 아는 것
로봇과 도그는 서로의 유일무이한 친구로서 우정을 주고 받았을 수도, 아니면 독점적인 사랑을 주고 받는 연인 같은 관계였을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거니와, 관계를 무엇이라고 명명하는지가 중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건 둘이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온전히 기쁘게 즐겼고, 헤어지고서는 깊이 그리워했다는 것. 웬만한 로맨스 영화보다 깊게 그 기쁨과 슬픔을 전달한 영화는 이내 결말로 우리를 데려간다.
우리는 관계에서 배운다. 처음 로봇이 도그의 손을 너무 꽉 잡아 아팠지만, 이내 적절한 세기로 손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만남을 통해서도, 만남이 지속되는 시간을 통해서도, 헤어짐을 통해서도, 헤어짐 이후의 시간을 통해서도 우리는 배운다. 도그와 로봇이 주고받는 마음과 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내 사랑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 하나를 슬며시 추가하고 싶어진다. 그건 돌봄이다. 서로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아는 것. 돌봄 없는 사랑은 모래 위에 지은 성 같다.
2시간 넘는 영화가 남발하는 세상에, 100여분의 산뜻한 러닝타임 안에서 영화는 그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쏟아내고, 별사탕을 가득 받은 사람 같은 기분이 되어 기분좋게 영화관을 떠나게 만든다.
그런데 모두가 별사탕처럼 사랑스러운 것들만 끌어안고 있는 가운데, 나는 어쩐지 도그와 로봇에게서 자꾸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읽어내게 된다. 동물이 숱하게 유기되고 학대 당하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겠지만, 서로를 기억하고 주고받는 감정은 분명 대등함에도 불구하고 한쪽이 한쪽을 구매하는 형태로 이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점이 어쩐지 마음에 자꾸 남는다.
하긴, 반려동물과 주고받는 감정은 우정과 사랑 모두를 아우르는 커다란 마음이니, 그렇다고 해도 꼭 이상하지는 않겠다. 내게도 몇 년째 꿈결에 그리워하는 동물 얼굴들이 있으니까.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얼굴들을 생각하면, 로봇과 도그의 마음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헤어지지 말자. 이 위험한 도시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일상의 낭만과 행복을 들이마시자. 우리만의 노래를 틀자. 그리고 혹시 헤어진다면, 꼭 다시 행복해지자.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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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개인에겐 마땅한 이유가 있고, 우리에겐 남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
개인에겐 마땅한 이유가 있고, 우리에겐 남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
개막작 <더 제인스> 리뷰감독] 티아 레슨, 에마 필더스
시놉시스] 경찰은 비밀 조직의 여성 일곱 명을 체포했다. 그들은 암호명과 눈가리개, 아지트를 활용하며, 안전하고 저렴한 불법 임신중단을 찾는 여성들을 위해 비밀리에 시술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들의 이름은 ‘제인’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 그들은 ‘제인 로’의 이름으로 약 11,000건의 임신중단을 도왔다.
한국에서도 2021년 이후 낙태죄가 없어지면서 임신중절수술은 합법화가 되었다. 어찌보면 생명을 죽이는 일이기에 이를 합법화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와 여성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2019년 낙태법이 위헌 결정이 나면서 유예기간을 두다가 2021년부터 임신중절수술을 합법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러한 법리적 판단의 첫 걸음이었다고 볼 수 있는 ‘로 대 웨이드’ 판결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을 도왔던 제인의 이야기가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이 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여성을 무시하는 법은 똑같이 무시하라
법이라는 것은 사실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 앞에서 이 법이 나를 무시했으니 나도 그 법을 무시하겠다는 이 용기있는 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사회의 진보는 어찌보면 그 시대 속에서는 조금 괴팍하고 급진적인 인물들의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공론화가 되면서 발전해나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임신중절수술은 불법이었으며 결혼한 여성이 아닌 이상 피임약과 피임기구를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이거나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는 마피아나 갱단을 찾아가 위험천만한 불법시술을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여성들의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임신중절수술의 필요성과 이 문제가 굉장히 정치적임을 깨달은 여성들은 ‘제인’이라는 이름 아래 임신중절수술을 원하는 여성들과 이러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들을 보호하면서 시카고에서 유명해지게 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그 유명한 경구를 따르는 것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악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악볍이 폐지되기 전까지 불법이라도 최선을 다해 여성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한 이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지금 당연하게 생각되어지는 여성 인권이 있기 까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싸움을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평범하다1970년대 미국에서의 여성은 그 권리가 거의 없었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타자를 치는 일에 불과 했고, 아주 극소수의 여성만이 전문직으로 나갈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진보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그 진보 속에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당은 없었다. 여성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믿음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제인’은 이를 이용해서 경찰의 감시망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이 얼마나 통쾌한 작전인가.
기존 ‘제인’은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찾거나 그 기술이 있는 남성들에게 그 수술을 부탁했다. 그래서 프론트와 수술실을 따로 두면서 프론트에서는 ‘제인’ 멤버들이 여성들에게 수술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걱정하는 여성들을 진정시키는 일을 담당했다면 수술실에서는 남성이 그 수술을 집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장 믿었던 수술 집도의 ‘마이클’이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 그들은 마이클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마이클이 의사가 아닌데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는거 아니야?’라는 어찌보면 무모한 생각과 함께 마이클에게 수술 방법을 교육받고 직접 그 수술에 나선다.
그렇게 재편된 제인은 프론트와 수술실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었고, 한 장소에서 대기와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각은 곧 시카고 경찰에 의해 발각되고, 들이닥친 경찰들은 코 앞에 있는 제인들이 수술했다는 사실을 모른채 있지도 않은 의사를 찾아다녔다. 여자는 수술을 집도할 수 없다는 편견 속에 갇힌 것이다. 시대가 자신들을 무지몽매하다고 본다면 애써 이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이를 이용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하면서 사회의 통념을 깨부시면 된다는 그들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쳤던 순간이었다.여성의 권리를 위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던 임신중절수술을 결과적으로 합법화로 이끌었던 ‘제인’의 활동들. 그들이 ‘제인’으로서 활동을 하며 임신중절수술을 하려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느낌은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기에, 그리고 그 당시에는 불법이었기에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그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던 그들. 하지만 ‘제인’ 멤버들은 ‘개인에게 있어서 이유는 충분하고 그 이유의 경중은 없다. 또한 우리가 뭐라고 그들을 판단하는가?’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남의 선택에 대해 판단할 권리가 없다. 여성의 인권을 넘어 우리 역시 우리만의 잣대로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그 섣부른 판단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26 13:0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MX
1022022-08-27 13:30
메가박스 상업월드컵경기장 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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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의 일상화
미국이 '인디언'이라 부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내쫓아 땅을 빼앗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은 소설과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그런 이야기들 중에 <포카혼타스>나 <늑대와 춤을>, <라스트 모히칸>과 같이 잘 알려진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있다. 차별받고 학살당하는 그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나아가서 그들을 위해서 앞장서서 싸워주는 이야기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물론, 그것들이 품고 있는 무서운 '내적 식민지화'를 몰랐을 때의 이야기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학살은 미국의 원죄나 다름없다. 위의 이야기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어떻게 학살되고 차별받고 쫓겨났는지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구원하려던 백인들이 그들을 구원했다'라는 메시아적 서사를 덧씌운다. 이 개념은 정말 여러 군데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비단 아메리카 원주민뿐 아니라 아프리카나 일본에 대한 이야기도 <타잔>과 <라스트 사무라이>등으로 그려지고 최근엔 <아바타>까지 그 서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백인들은 '자신들의 제국주의 역사'를 비판한다며 열광한다. 결국 그 식민지도 백인이 구원한다는 이야기인데. 한국으로 비유해 보자면, 임진왜란 때 조선에 항복해 일본과 싸우던 항왜를 주인공으로 해서, 항왜가 조선 여인과 사랑도 하고 조선을 구했다는 식의 스토리가 되는 셈이다.
서양의 이런 메시아 서사는 기독교의 예수 스토리에서 영향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지만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간의 편에서 구원을 돕는다. 결국, 신인 자신을 희생해 인간을 구원한다. 이 기독교식 구원 이야기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인간은 신이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즉,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존재다. 헐리우드의 많은 영화는 이런 메시아 서사를 백인과 식민지의 관계로 풀어놓아서, 얼핏 보면 식민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구원하는 이야기 같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식민지인 자체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게 짙게 깔려있다. 결국 그들을 구원하는 건 그들에게 감화된 제국인, 백인이니까.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기존의 '백인이 식민지를 구원한다'는 서사를 깔지 않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흑역사와 원죄를 그대로 드러내는 영화를 만든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뉴욕 백인들의 끔찍한 과거까지. 그는 그것을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평단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상과 이상하게 인연이 없는 감독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흔한 '인디언에 대한 차별과 학살'에 대한 스토리가 아니다. 이 영화가 충격적인 이유는, 그동안 백인 구원서사로 점철되어 왔던 이야기들의 민낯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살인의 일상화
아메리카 원주민 오세이지 족은 백인들에 의해 바위 투성이인 오클라호마로 쫓겨가 어쩔 수 없이 그곳에 터전을 잡는다. 하지만 거기에서 석유가 터지며 상황은 반전된다. 백인들이 내쫓고 그들의 땅이라고 이름 지어준 곳에서 석유가 터졌으니, 백인들의 법으로 오세이지족의 석유가 된다. 여타 영화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무조건 백인의 법을 무시하고 무식하게 싸우다가 죽어가는 모습을 그렸던 것과 달리, 오세이지족은 그 법을 살려 석유가 자신들의 돈이 되도록 한다. 물론, 그 돈을 온전하게 다 쓰지 못하도록 백인들이 또 복잡한 절차를 만들긴 했지만.
영화에서 계속 그려지는 풍경은 굉장히 기이하다. 개척시대에 아메리카 원주민 오세이지족과 백인들이 너무 즐겁게 융화되어 잘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오세이지족이 백인들을 하인으로 부리고 있다. 백인들은 친절하고, 그들의 말을 배우고 같이 사업을 하며 술도 마시고 결혼도 한다. 오세이지족도 마냥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백인들의 집, 문화와 많이 동화되어 있다. 이런 풍경을 그리는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정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지 다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 평화롭게 보이는 일상에서, 오세이지족은 너무 일찍 죽는다. 그리고 그 죽음이 그냥 평범한 죽음이 아니라, 백인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보인다. 이 부분이 <플라워 킬링 문>에서 가장 섬뜩한 부분 중 하나인데, 끔찍한 연쇄살인이 너무도 평범한 일상과 평화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를 연상시킨다.
<큐어>는 아주 일상적인 장면에서 끔찍한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기에 굉장히 섬뜩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물론 그것이 최면에 의한 것이긴 했지만,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 주변의 모두가 살인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살인의 일상화'로 공포를 주는 작품이다. 발랄한 아침음악과 함께 아침 일상을 하는 도중, 마치 옷을 개듯 사람을 죽이고 다음 일을 이어가는 사람들. 하지만 <플라워 킬링 문>은 더욱 무섭다. 왜냐하면 여기서 살인을 저지르는 백인들은 최면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최면
사람들은 보통 권력이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권력은 오히려 그 힘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힘을 드러낸다. 언론은 무언가를 일부러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그 힘을 과시한다. 검찰은 기소하지 않음으로 그 힘을 과시한다. 촌지를 받은 선생님은 잘못한 학생을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권력을 보여준다.
오클라호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 중 하나가 된 오세이지 족이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백인들이 세운 거대한 미국이라는 국가 안에 속해있기 때문에 사실상 권력은 백인들이 쥔 셈이었다. 그곳의 백인들은 모두가 한통속이다. 특히 오세이지족과 가장 친한 그들의 대변자 윌리엄 킹(로버트 드니로)부터, 그곳 보안관까지. 그 마을의 백인들은 범죄를 묵인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권력을 드러낸다.
'무엇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그 어떤 최면보다도 더 강력하다. <뜨거운 녀석들 -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란 무엇인가> 글에서도 언급했듯,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며 스스로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는 인식조차 없어진다. 처벌받지 않는 권력은 그래서 무섭다. 오세이지 족을 아무런 죄책감없이 일상 속에서 죽이는 백인들은 그들이 사이코패스라서가 아니라,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최면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처벌받지 않는 권력은 현대에도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영화라는 미디어 역시 최면이다. 사람을 이야기에 빠트리고, 훌륭한 외모를 가진 배우들이 서사의 당위성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해진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영화라는 최면 안에 녹여서, 그것이 '영화를 즐기는 재미'속에 들어가도록 두지 않는다. 이 사건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또 범죄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정말 당혹스러울 정도로 영화라는 형식을 깨고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 순간 우리는 마치 최면에서 깨는 '레드선' 주문을 들은 것처럼,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역사였고 현실이라는 것을 마주한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끔찍하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피지배자
오세이지 족은 힘없는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 살 길을 개척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사람들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그들을 구하러 오는 FBI가 주인공처럼 그려지지만, 영화에서는 오세이지 족과 결혼하는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주인공으로 했다. 더군다나 '잘생김의 서사'를 피하기 위해,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의치를 넣고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가며 열연을 했다. 덕분에 이 영화에선 오세이지족의 억울함, 스스로 개척하고 구원하는 힘이 더욱 강조되었다. 영화 내내 오세이지 족은 그저 당하기만 하는 피해자가 아니다.
이 영화가 오세이지 족과 미국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사실 이 세상의 모든 피지배층을 대변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 노예제도를 폐지한 것은 지배층인 백인이었지만, 미국 흑인들의 목숨을 건 꾸준한 저항이 없었다면 그것이 가능했을까? 여성운동 또한 권력층인 남성들이 변화해야 하지만,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정도라도 변화가 일어났을까? 한국이 1919년 독립선언을 한 이후 끊임없이 저항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백인에 의해 전쟁이 끝났다고 해도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었을까? 피지배층은 권력에 끊임없이 저항했고 그것이 스스로를 구원해왔던 길이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여도, 당장은 힘이 없는 자의 몸부림으로 보일지라도,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기존의 메시아 서사처럼 지배층의 누군가가 감화되어 싸워주지 않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현대의 오세이지 족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원작의 저자 인터뷰에 따르면 오세이지 족의 석유는 고갈되었지만, 7개의 카지노를 운영하며 자체 헌법으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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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얼핏 보면 '이전에 하던 백인이 인디언 죽이는 이야기네'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훨씬 더 무섭고 끔찍한 역사의 이야기며, 그동안 백인 구원 서사를 통해 백인들이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다. 자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달하는 거장의 발걸음도 묵직하고, 범죄의 희생자였지만 피해자처럼 살지 않고 백인에게 무릎 꿇지 않는 오세이지 족의 당당함이 존경스럽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한국 제목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는데, 원작 소설의 첫 페이지를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원작 소설인 <플라워 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할 정도로 커다란 달 아래에서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처럼 키가 좀 더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은 팔랑팔랑 날아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땅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 Flower-killing moon'의 시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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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위선을 글로 담은 작가, 맹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며 살아가는 시대다. 인터넷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나감으로써 세상의 수많은 생각과 문제들을 알아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며 사회 시스템이나 특정 조직의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하고 그것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불씨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보여준 현재의 문제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회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각종 미디어, 영상매체는 최신의 미디어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만, 글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보나 지식을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글쓰기는 이제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되었다. 누구나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 자체가 힘이 있고 훌륭하다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도 결국 글을 씀으로써 시작된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과 시대상을 담아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것이 영상화가 되면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남아 무수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결론적으로 글과 함께 그것을 구현한 영상이 남는 것이다. 그래서 글과 영상 모두 글쓴이의 인장이 남게 된다.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 작가 허먼 맹키위츠의 이야기
영화 <맹크>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맹크, 허먼 J. 맹키위츠(게리 올드만)가 쓰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시대적으로 1930-40년대의 이야기이지만 맹크가 겪었던 일들과 그가 쓰는 이야기는 현재에 적용해도 큰 괴리감이 없다. 과거 명작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1941)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올렸던 그의 행동과 생각이 영화 <맹크>에서는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으로 영상화하여 전달된다. 즉, 맹크가 그의 역작인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영화 전반에 걸쳐 보인다. 그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오슨 웰스(탐 버크)의 제안으로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맹크에게 제안하게 되고 맹크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속기사 리타(릴리 콜린스)와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 웰스는 맹크에게 60일의 마감 시한을 전달하지만 몇 주전 교통사고를 당해 침대에서만 있을 수 있고, 알콜 의존 증상이 있어 충분하지는 않은 시간이다.
영화는 현재 글을 쓰고 있는 맹크의 시점과 과거 맹크가 할리우드 주요 인물들과 만나며 경험하는 과거의 플래시백을 교차로 보여준다. 현재 시점에서는 맹크가 글을 쓰는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을 보여주면서 알콜 의존증을 보이는 그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의 고민과 생각을 천천히 보여준다면, 과거의 모습을 통해서는 맹크가 왜 <시민 케인>이라는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맹크가 만난 할리우드 주변 인물들은 다양하다. 거대 미디어 회사 창업주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는 그 모든 이면에 있는 중심인물로 맹크가 <시민 케인>을 쓰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허스트의 정부로 알려진 여배우 마리온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 할리우드 영화사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의 공동창업주 루이스 B. 메이어(알리스 하워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이야기되는 인물들이다.
맹크가 미디어 재벌에 주목한 이유
이런 인물들 가운데에서 맹크는 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에 주목했을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굉장히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정치적인 영향력도 상당했고, 당시 할리우드에도 힘을 행사해 다양한 제작자나 배우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맹크가 그를 처음 만나 사적 모임을 제안받는 곳도 영화 제작 현장이었다. 미디어 재벌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 영화의 제작 현장에 까지 와서 그 장면을 본다는 것 자체가 영화 제작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 겉으로는 아주 고상하고 선한 얼굴을 하면서 뒤에서는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여 대중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맹크는 그의 그런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모습을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알아챈 것이다.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의 현실은 영화사 창업주 루이스 메이어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그들 앞에 서서 회사의 경영상황이 어렵게 되어 월급 50%를 당장 삭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울면서 한다. 거기에 반응한 직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만, 무대를 벗어난 이후에 눈물을 닦으며 본인의 연기가 어땠는지를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루이스 메이어의 감정에 호소하는 연기를 이용해 회사는 큰 금액의 비용 절감을 단번에 얻어낸 것이다. 그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대리인이자 실행인으로 그런 위선적인 모습으로 그 당시의 할리우드를 이끌고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악랄하게 묘사되는 부분은 가짜 정보를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나 루이스 메이어가 정면에서 시키는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그것의 배경에 그들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 후보를 위해 지지 영상을 만들거나 상대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영상을 만드는데, 그 영상들이 모두 가짜 인터뷰로 구성된다. 재연 배우를 통해 만들어진 그 영상은 일종의 프로파간다용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자신들이 유리하게 바꾸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었다.
맹크는 이들의 행태가 어떤 이들에게는 심각한 마음의 병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가짜 영상을 만들었던 감독이 자살하거나, 그들의 선동을 위해 해고된 단역배우가 이용되는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나 루이스 메이어가 참석하는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그들의 생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정치적으로 반대에 있다는 발언을 직설적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위선을 바꿀 수 없고, 대중들도 그런 점을 모르고 넘어갈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위선들이 여전히 이어지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것 때문에 맹크는 <시민 케인>이라는 글을 이미 구상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정말 쓸지 말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주변의 만류 등을 모두 고려한 후 마침내 글을 완성하기로 한다. 처음엔 영화의 각본가로 크레딧에 추가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했으나 작업의 말미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영화의 크레딧에 넣을 것을 오슨 웰스에게 강력히 요청한다. 오슨의 짜증과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린다. 그리고 그 영화는 영화 역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었고,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감독 오슨 웰스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견제를 받게 되었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담은 글로 세상의 위선을 고발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현재는 어떤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은 그런 프로파간다나 위선이 없어졌을까. 아니다. 여전히 가짜 뉴스는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복잡다단해졌다. 결국에는 영화의 맹크처럼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꼭 맹크가 쓰던 긴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게 쓰여진 글은 뉴스가 되기도 하고 영상으로 옮겨져 대중들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런 노력들이 계속 이어질 때, 또 다른 맹크가 등장해 좋은 이야기로 대중을 설득하기도 할 것이고 위선자들의 진실을 알려주기도 할 것이다. 결국 글쓰기로 시작한 그 작은 행위들이 모여서 사회를 변화의 길로 만드는 작은 씨앗이 된다.
영화의 감독은 <나를 찾아줘>(2014), <소셜 네트워크>(2010), <세븐>(1995) 등 여러 사회심리 스릴러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가 맡아 흑백영화로 제작하였다. 흑백영화 특유의 질감과 잡음 섞인 소리, 그 당시의 자막을 세밀하게 연출하여 마치 그 당시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영화사적 지식이 없는 관객들에게는 초반이 다소 어렵고 따라가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서서히 몰입하게 만들어 플래시백과 현재가 빠르게 교차되면서 만나는 말미로 가면 비로소 이야기의 전체 줄기가 보이게 되어 이해를 돕는다. 주요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게리 올드만이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의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훌륭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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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크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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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의미에서든 절반의 성공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무기 ‘텐 링즈’의 힘을 이용해 수세기 동안 끊임없이 더 강한 권력을 쫓아온 '웬 우(양자 위)'. 만다린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아버지 웬 우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암살자로 훈련을 받아온 '샹치(시무 리우)'는 어느 날 아버지의 통제를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도망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둘도 없는 친구 '케이티(아콰피나)'를 만나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아버지의 테러 조직 텐 링즈의 습격을 받은 후 그의 야욕이 자신은 물론 동생 '샹리(장멍얼)'에게까지 미친 것을 눈치챈 샹치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 어머니 '장 리(진법랍)'의 고향이자 신비의 마을인 탈로로 향한다.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힘과 관련해 이모 '장 난(양자경)'의 도움을 받으면서 샹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거이자 두려움인 아버지 웬 우와의 전투를 준비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에서 <블랙 위도우> 다음으로 개봉한 두 번째 영화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 중인 드라마를 포함하면 페이즈 4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다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페이즈 4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나온 영화와 드라마들이 어디까지나 이른바 '인피니티 사가'의 부록이었던 것에 비해, <샹치>는 <캡틴 마블> 이후 2년 만에 마블이 선보인 새로운 히어로인 만큼 페이즈 4라는 새로운 시대의 막을 알리기에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첫 선을 보인 샹치라는 캐릭터는 물론 그와 텐 링즈를 중심으로 암시되는 MCU의 미래 모두 불안감을 배제할 수 없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는 샹치라는 새로운 히어로를 두 가지 측면에서 소개한다. 첫 번째는 액션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전반에는 <와호장룡>이나 <살파랑>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중국 무협 영화의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정교하고 화려한 합을 맞춰서 마치 하나의 춤을 추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액션을 원테이크로 선보이는 것이다. 그 안에서 웬 우의 절도 있는 움직임과 장 난 혹은 장 리의 유려하고 부드러운 선이 이루는 대조, 즉 상이한 액션 스타일의 조화를 통해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낸다. 일례로 웬우와 장 리의 대련은 사랑의 시작을, 웬우와 샹치의 대결은 부자의 갈등과 화합 등을 격한 춤에 싣는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단지 중국의 전통을 오마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재해석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반부 대마무 숲에서 펼쳐지는 웬 우와 장 리의 맞대결이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전형적인 중국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마카오 고층 빌딩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가건물에서 샹치와 샤링이 텐 링즈를 상대로 격투를 벌이는 것은 대나무 숲이라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이소룡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동양인 히어로를 21세기에 소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간 마블 영화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스펙터클로 무장한 것도 흥미롭다. 새로운 무기인 텐 링즈의 활용은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그 존재감은 토르의 묠니르 혹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에 비견될만하다. 이에 더해 동양 판타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용과 그에 맞대응하는 존재인 서양의 악마적 존재가 펼치는 대결은 같은 디즈니 작품이자 동양 문화권을 배경으로 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연상시키면서 마치 괴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색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문제는 영화가 새로운 히어로를 소개하는 두 번째 방식에 있다. 영웅 서사의 구조적 측면에서 샹치라는 캐릭터는 결코 MCU에 안착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샹치는 다른 영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버지 죽이기 신화의 전형을 따른다. 주인공인 아들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해서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아버지의 뜻과 철학을 수용하고, 부정적인 의미에서는 아버지를 꺾어야 한다. 실제로 샹치에게 웬 우는 그의 모든 기술, 힘과 뜻을 전수하면서도 자신의 방식을 아들에게 강제하는 두려운 존재다. 이때 샹치는 아버지를 꺾는 대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도 알려주었지만 그가 잠시 잊고 있었던 가르침으로 그를 설득하려 한다. 그래서 텐 링즈를 이용해 파괴적인 전투를 벌이는 웬 우 앞에서 샹치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고 상대방까지 포용하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대항한다.
그런데 이 부자 관계는 사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 <아이언 맨> 속 토니 스타크와 하워드 스타크, <토르> 시리즈 속 오딘과 로키의 관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익숙하다. 그래서 영화는 샹치-웬 우의 관계에 역사, 사회적 맥락을 덧붙이며 단순한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다채롭게 변주한다. 그 중심에는 샹치의 조력자인 샹리와 케이티가 있다. 예를 들어 샹치의 동생이지만 아버지에게는 거의 없는 존재로 취급받고 오빠가 받는 교육도 공식적으로 허락받지 못했던 샹리는 전통적 가부장제를 전복하는 여성을 상징한다. 웬 우-샹치의 부자 관계 그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아버지 죽이기 신화를 변주하는 셈이다. 이 상징성은 마카오에서 거대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그녀가 아버지의 제국을 차지할 수 없다면 자신의 것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으며, 두 번째 쿠키영상까지 보고 나면 더욱 확실해진다.
한편 샹치의 절친인 케이티는 중국계 미국인(넓게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현재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초반부에 카메라는 중국말을 쓰고 중국 전통대로 생활하는 할머니, 미국인이고 영어를 사용하지만 사고방식은 중국인인 어머니, 그리고 외관만 동양인일 뿐 보통의 미국 사람인 케이티 간의 갈등을 비춘다. 웬 우 - 샹치의 부자 관계를 성공을 위해 이민을 선택한 부모 세대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자녀 세대의 대립, 가정과 사회 사이의 문화적 차이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시아계 이민자 2세의 이야기로 간략하게나마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초반부 배경인 샌프란시스코가 골드러시와 미국 대륙 횡단 철도 공사의 영향 때문에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한 첫 번째 도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샹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아픔을 다룬 <블랙 팬서>와 궤를 같이 하는 면이 있다.
문제는 샹치, 샹리, 케이티가 각각 뜻하는 아버지 죽이기 이야기가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케이티의 이야기를 다른 주인공들과 하나로 연결시키기에는 감정적 유대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주인공 일행의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서사를 굳이 함께 붙여 놓을 공통분모가 부족하고, 케이티의 이야기는 중반부부터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유달리 겉도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웬 우의 가족사나 텐 링즈의 역사에 관한 정보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제시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플래시 백의 형태로 이들의 과거사가 등장하다 보니 샹치나 샹리가 아버지를 기필코 막아 세우려고 하는 동기나 각오는 머리로 이해되는 선에서만 머무를 뿐,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다. 이는 마블이라는 프랜차이즈 차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만다린의 존재와 텐 링즈라는 테러집단은 <아이언 맨> 시리즈에서 10년 전부터 꾸준히 등장하고 암시가 되었던 존재이기에 이처럼 빈약한 묘사는 팬들의 호기심과 갈증을 모두 해결해주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곧 양조위의 웬 우, 만다린이라는 빌런의 존재감이 히어로인 샹치를 넘어설 정도로 뛰어나게 느껴지는 이유로 이어진다. 부족한 감정적 유대와 가족사를 대신해 배우의 존재, 그의 카리스마와 여유로운 분위기만이 영화에 통일감을 부여하기 때문에 샹치에게 향해야 할 삼중의 서사로 쌓아 올린 스포트라이트마저 자연히 빌런에게 쏠리는 것이다. 그 결과 샹치의 데뷔전은 데뷔 자체로만 만족해야 하는 애매한 성공에 머무른다.
이에 더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확장되는 MCU의 세계관 역시 절반만 성공적이다. 물론 MCU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아이언맨 3>에서 가짜 만다린으로 등장했던 '트레버 슬래터리(벤 킹슬리)'의 재등장이 대표적이다. 반쯤 정신이 이상한 것으로 이미 각인된 이 캐릭터는 전개 상의 구멍을 피해 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곤경에 처한 샹치 일행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재적소에 제공한다거나, 자칫 작위적이나 편의적인 전개로 보일 수 있는 대목에서도 그는 모든 것을 말이 되게 만드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은 MCU 특유의 유머 역시 예상외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칫 가벼울 수 있는 일부 캐릭터들의 변심에 최소한의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앞으로 이어질 페이즈 4의 기반을 놓아야 한다는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텐 링즈라는 무기가 수천 년 간 존재했고 만다린이 천 년간 늙지 않았다는 점, 또 만다린의 존재를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본작의 의문점들을 일부러 해결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예시다. 마블의 다음 영화인 <이터널스>가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던 인류 문명의 숨은 전파자이자 수호자들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기에 이에 대한 복선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후반부에 장르가 히어로 영화에서 괴수물로 급격히 변하면서 히어로와 빌런의 존재감을 약화시키고 괴리감을 안기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급전개는 최근에 큰 화제를 모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예고편에서도 볼 수 있는 멀티버스와 우주로의 세계관 확장을 염두에 둔 전개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10여 년 전 복선 뿌리기에 급급하던 마블처럼 텐 링즈를 인피니티 스톤처럼 활용한 결과 이번에도 단독 영화의 완성도에 큰 부담을 안기는 셈이다. 이렇게 한 편의 영화로서도, 시리즈의 한 부속으로서도 뚜렷한 명암을 보여준 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데뷔전을 마무리한다.
A(Acceptable, 무난함)
아직은 안갯속에 쌓여 있는 샹치와 마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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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2] (브런치작가/영화리뷰/결말x) 진짜 저스티스리그가 찾아왔다!
잭 스나이더가 하차하면서 자신의 버전을 완성하지 못했던 저스티스 리그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7년 조스웨던이 완성한 버전은 여러모로 평가가 좋지 못했죠.
이번 HBO max에서 공개된 영화는 한국에서는 Vod로 공개 되었어요.
4시간의 상영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완성도 자체는 조금 올라갔어요.
여전히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 버전에 비해서는 캐릭터 서사가 나아졌고, 액션 장면도 좋아졌어요.
또한 음악감독을 맡은 정키XL의 음악도 영화에 힘을 줍니다.
마지막 전투도 조금 바뀌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 합니다.
잭 스나이더의 다음 편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래도 좀 더 나은 저스티스 리그를 볼 수 있어 좋네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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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이노 마이 프렌드> 특별 동영상
공룡 연구를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난 뒤 사라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용감한 인턴 요원 ‘우디’가 출동한다.
최강 초식 공룡 스테고사우루스부터
무시무시한 지배자 데이노니쿠스,
공룡의 제왕 티렉스까지 모인 그곳!
신세계를 발견한 기쁨도 잠시, 뜻밖의 위기에 빠진 ‘우디’는
꼬마 공룡 ‘샤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며 둘은 친구가 된다.
한편, 초식동물 마을을 탐내는 포악한 공룡 ‘디에고’의 등장으로
모험을 떠난 ‘우디’와 ‘샤샤’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는데..
과연,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한 공룡 마을을 지켜내고
‘우디’는 무사히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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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티탄> 30초 예고편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여성이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다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던 슬픈 아버지와 조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