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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5-09-14 22:01:47

연상호 감독의 진짜 얼굴!

영화 <얼굴> 리뷰

연상호 감독이 돌아왔다. 염세적인 세상을 그리는 연상호 감독이 돌아왔다. <얼굴>을 보면 감독의 초기 애니메이션 작품인 <돼지의 왕> <사이비>가 생각날 정도로 지옥 같은 한국 사회와 그 안에서 양심과 도덕성을 버리고 오로지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부산행> 이후 종종 거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정작 놓쳤던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다시 살아온 듯한 느낌이랄까. 제작비도 2억원이 들었다고 하니 여러모로 기적 같은 영화다!

 

 

 

 

 

 

시각 장애인이자 국가가 인정한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않았던 그는 세상을 본 적 없지만, 아름다운 글씨를 새긴 도장을 만든다. 더 대단한 건 40년 전 아내가 사라진 후, 홀로 아들 동환(박정민)을 키웠다는 것. 그 인생도 참 예술이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이 있었던 어느 날, 동환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사라진 엄마 영희(신현빈)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것. 그 자체로 놀라운데, 살해 가능성이 있다는 경찰의 말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일을 알게 된 다큐 PD 수진(한지현)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알아봐 주겠다며, 동환과 함께 과거를 추적해 나간다.

 

<얼굴>은 제목 그대로 얼굴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차례대로 진행되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 영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영희의 얼굴을 궁금해한다. 신현빈이 연기를 했지만, 정작 얼굴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은 관객과 밀당 아닌 밀당을 하는데, 그럴수록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못생겼다’고 말한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일가친척은 물론, 청계천 방직 공장에서 일했던 동료들 모두 그녀를 못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공장 사람들은 ‘똥걸레’라는 그녀의 악의적인 별명까지 전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영희는 정말 못생긴 사람이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영희는 정말 못생긴 사람일까? 

 

아름다움에 환호를 보내고 추함을 혐오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고 자유라고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남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영희를 추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얼굴을 비춘다. 예상은 했겠지만 그들이 더 추하다.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진실과 옳은 것을 말하는 영희와 대척점에 선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 산업화가 가속화가 되는 시점에서 방직 공장 사장에게 착취당하고, 그의 권력에 무릎 꿇은 이들은 영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제만 일으키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마치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인권이 말살됐던 그 시절을 보여주듯 영희는 잘못된 인간의 욕망과 순간적으로 표출되는 사람들의 얼굴을 오롯이 담는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수치심과 공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보여준다. 물론,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끌어와 풀기에는 영화가 너무 작아 표현하는데 한계는 있지만,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충분하다.  

 

 

 

 

 

 

 

복잡하지 않게 스트레이트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는 흡입력이 대단한데, 배우들의 연기가 계속해서 관객을 끌어 당긴다. 1인 2역을 맡은 박정민은 마치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신현빈은 목소리와 움직임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한다. 후반부 권해효가 말아주는 연기 내공, 여기에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한지현과 임성재의 연기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렇다면 영희의 얼굴은 아름다웠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추했을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전 관객은 이 물음에 가닿을 것이다. 왜 우리는 얼굴, 그것도 아름다운 얼굴에 집착하는가? 그리고 나의 얼굴은 아름다운 것인가? 극장을 나오면 자연스럽게 거울을 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한 사람의 인생을 새기는 전각(영규), 한 사람의 인생을 담는 카메라(주상, 수진), 한 사람의 인생을 기억하는 경험(그 외 사람들). 이 모든 게 그 대상이 아닌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나오는 자기 결과물이라는 아이러니함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어쩌면 아름다운 얼굴은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평점: 3.5/ 5.0
한줄평: 우리의 얼굴을 돌아보게 하는 힘!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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