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2025-09-21 16:23:04
[30th BIFF 데일리] “여성 청소년의 다양한 선택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지우러 가는 길> 기자회견
Director
YOO Jaein 유재인
Cast
Subin SIM 심수빈
Jiwon LEE 이지원
Sun JANG 장선
Program Note
보통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윤지는 담임선생 종성과 비밀 연애를 하다 임신까지 했다. 종성은 연락이 닿지 않고 며칠째 학교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종성의 아내 민영이 남편을 찾겠다고 학교로 들이닥치고 실종 신고까지 한 상태다. 아이를 원치 않던 종성과 다르게 출산해 자신에게도 가족이라는 게 생기길 바랐던 윤지는 이제 아이를 지우기만 하면, 종성이 돌아올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불법적으로 약을 구하고, 동물병원을 찾고, 임신 중지를 시도한다. 이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온한 여정에 룸메이트 경선이 동행한다. <지우러 가는 길>이 직면한 상황은 심각하고 과격하고 충격적일 만하다. 단지 세속의 세계에서 말하는 사안의 중차대함이나 이후 진행될 일련의 예측할 수 있는 파장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에 골몰할 마음이 없다는 게 이 영화의 진정한 야심이다. 비밀과 거짓말 사이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윤지는 한층 당돌하게 욕망을 행동으로 하나씩 옮기고 보기 좋게 깨진다. 인물들은 자신이 믿었거나, 믿고 싶었거나, 믿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실은 얼마나 매정한가를 정확히 목격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학원물이나 윤리극이 아니라 야멸찬 통속의 세계 앞에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마구 흔들리는 격정과 격랑의 드라마이다. 이 난장 속에서도 유머라는 숨구멍, 우정과 동행이라는 출구를 잃지 않고 마침내 자기식의 결론에 이르는 소녀들이 있다 .그것을 감당하는 영화의 뚝심이 신통하다. (정지혜)
20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지우러 가는 길>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우러 가는 길>은 고등학생 윤지가 담임 선생과 비밀 연애를 하다 임신하게 된 후, 임신 중지를 시도하며 겪게 되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유재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이다.
유재인 감독은 “청소년의 임신, 출산, 임신 중단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었다”며 “현실을 어둡고 진지하게 그리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인공 윤지 역의 배우 심수빈은 “윤지의 마음에 공감을 많이 했다”고 말하며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사회 문제에 대해 알게 됐고 이 영화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지의 룸메이트 경선 역의 배우 이지원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경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경선이 마냥 착한 마음으로 윤지의 여정에 동참했다기 보다는, 윤지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선의 입체적인 면모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재인 감독은 ‘지우러 가는 길’이라는 제목에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임신 중지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진 상처를 내려놓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각자 다양한 선택을 하는 여성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관객과의 대화 도중 인상깊었던 반응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생각했던 것 보다 관객분들이 많이 웃어주셨다”며, “어두운 소재를 재미있게 표현한 것에는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엉뚱하고 재미있는 포인트에 관심을 가지는 성격이 드러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첫 장편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되어 이미 큰 성과를 이뤘다”며, “이번 작품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일들을 열린 마음으로 만나고 싶다“며 소회를 밝혔다.
[상영 일정]
2025.09.19. 15:50 영화의 전당 하늘연 극장 (상영코드 079)
2025.09.20. 20:00 영화의 전당 소극장 (상영코드 172)
2025.09.24. 17: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상영코드 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