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2025-09-22 16:53:14
[30th BIFF 데일리] 인도에도 우리 엄마가 살고 있다니
영화 <모모의 모양> 리뷰
Director
트리베니 라이 Tribeny RAI
인도 시킴 출신의 감독. <모모의 모양>은 장편 데뷔작으로 제작 단계에서 인도국립영화개발공사(NFDC)의 필름바자르 워크인프로그레스 랩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홍콩국제영화제 HAF(The Hong Kong - Asia Film Financing Forum) 고즈 투 칸에도 선정되었다.
Cast
Gaumaya GURUNG
Pashupati RAI
Shyama Shree SHERPA
Rahul MUKHIA
Bhanu Maya RAI
Sonam BOMZON
Wangden SHERPA
Janaki KADAYAT
Deepak SHARMA
Synopsis
비슈누는 델리에서 일을 그만두고, 히말라야 근처의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아들이 자신을 두바이에 초청해 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할머니, 다소 비효율적이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집안과 마을 일을 꾸려오던 엄마, 시어머니 및 남편과의 갈등을 피해 친정으로 온 임신한 언니를 보면서 비슈누는 최선을 다해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어느 날, 건축가 기얀을 만나고 관계가 점차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비슈누의 마음도 복잡해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비전 부문에 초청된 <모모의 모양>은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면서도 매우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동시에 필자를 포함해 한국에 살고 있는 미혼 및 비혼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실제로 GV에 참석한 감독와 프로듀서는 자신들의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에 대한 기대와 떨림이 객석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안도감을 느꼈고 그것이 동아시아 문화권이 공유한 일종의 공통코드 덕분인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결혼, 꼭 해야하나요?
주인공 바뉴수는 엘리트 교육을 받고 도시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다 고향인 시골마을로 돌아온 뒤 결혼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고통받고 있다. 젊은 미혼여성인 그녀에게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는 그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야만의 세계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 마을에서 산 엄마는 그 가치관을 완전히 수용하는 존재이기에 바뉴수에게 그녀는 가르치고 고쳐야할 대상처럼 느껴진다. 공동체의 규칙과 마을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희생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가족들의 태도는 합리적인 바뉴수에게 위선 또는 일방적인 희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관점에서 그녀에게 결혼이라는 전통적 제도는 단순히 남녀의 결합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가치관에 굴종하는 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그녀는 가장이 해야할 일을 하고자 한다. 도망간 일꾼대신 집을 고치고 가족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낸다. 냉정하게 못 받은 돈을 받고, 불편한 이야기를 하며, 놀고있는 땅에 홈스테이 건물을 짓고자 한다. 공부도 포기하고 남편 없이 혼자 만삭의 몸으로 살아가는 삶에 고단해하는 동생을 위해 오픈대학교 대학원을 알아봐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이다. 가족 공동체에도, 도시에도 속할 수 없는 그녀는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말이 통하는 매력적인 건축가 기안과 자연스럽게 썸을 타게 되지만 자연스러운 마음의 방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도 '결혼'으로 이어보려는 마을과 가족의 시선은 그녀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결국 그녀는 기안과의 이별을 선언하게 만든다.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원하는대로 했음에도 바뉴수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녀 역시 시킴의 정체성이 마음 속에 있고, 여성으로서 불가항력적이 상황에서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혼에 진심이었던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신이 직접 보살필 수 없어 대신 보낸 존재라던 말처럼 뚯밖에도 엄마는 그런 바뉴수의 마음을 포용해준다. 홈스테이를 지을 땅을 팔아 델리에 집을 구해줄테니 다시 도시로 가서 원하는 인생을 살라 한다. 그리고 엄마는 자신도 젊은 시절 도시에 나가 살고 싶었다는 고백을 털어놓는다. 바뉴수는 먹먹해진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해본다. 엄마는 왜 여기 있게 된걸까? 바뉴수는 자신의 진심을 담은 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모모의 모양이 중요해?
모모(인도식 만두)는 우리나라의 송편이나 만두처럼 대가족과 잔치, 전통정인 공동체를 상징하는 음식이다. 바뉴수가 만든 모모는 맛있지만 모양은 엉망이라던 엄마의 말대로 바뉴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혼, 미혼, 토박이, 이민자들이 자신만의 모양대로 살아가길 응원하는 영화, <모모의 모양>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2025.09.17-09.26) 상영일정]
2025.09.12 16: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상영코드 298) GV
2025.09.22 12:00 CGV센텀시티 5관 (상영코드 359) GV
2025.09.23 11: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상영코드 461)
2025.09.25. 17:00 CGV센텀시티 2관 (상영코드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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