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9-22 23:44:12
[30th BIFF 데일리] 이란 영화 붐은 온다
영화 <허락되지 않은> 기자회견 현장 스케치
고대부터 찬란하게 빛나던 페르시아 문화를 품은 국가답게, 이란 영화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필두로 해서 특유의 미학으로 영화사의 아름다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이란 영화는 또 다른 색깔을 갖는다. 유례 없는 검열을 거치면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던 이들에게서 새로운 방면의 상상력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그 이란 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2024년 칸영화제에서 무함마드 모술라프 감독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검열을 뚫고 새 나무로 우뚝 섰다.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이란에서 "여자, 삶, 자유"의 상황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이어 202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 돌아갔다. 역시나 이란에서 "반이슬람적"이고 "국가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입막음을 당했지만 실내에서 카메라를 들고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영화를 찍어 세상에 내놓고, 구금과 징역을 넘어 여기까지 온 인물이다.
그리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서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 작품이 올라왔다. 제목부터 많은 것을 시사하는 작품, 하산 나제르(Hassan Nazer) 감독의 <허락되지 않은>이다. 9월 22일 오전 비프힐 1층에서 나산 하제르 감독과 세타레 파카리(Setareh Fakhari)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허락되지 않은>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개인적으로도 매우 존경하고 작품에도 언급되는데, 감독님께 부국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운을 뗀 나제르 감독은 "영화를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관객들이 있는 부국제에서 영화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어 굉장히 영광이다"는 첫 인사를 건넸다.
어렵게 동행했다는 세타레 파카리 배우는 "이 영화가 이란 사회 여성들의 삶과도 긴밀하게 관련된 영화"이며, "억압적 사회 안에서 여성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란인들이 매일 경험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어려움에 놓인 여성들이 어떻게 맞설 수 있는지 목소리가 되는 영화"라는 소개에서는 단단한 자긍심이 느껴졌다.
나제르 감독은 "관객들이 이야기를 볼 때에 이것이 실제인가 가짜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실제성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중 나오는 경찰의 목소리나 사이렌 소리 등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소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취재한 소리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를 오가는 이 작품에 힘을 더했다.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 또한 "다양한 배경의 가정에서 온 아이들로, 어떤 사상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가진 모습 그대로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감독은 "아이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촬영 장소가 아이들에게 불안하지 않은 장소여야 했다. 스스로도 감독이라고 소개하지 않고, '이 영화의 감독은 출연하고 있는 너희들이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배역을 만들어 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연습시키거나 훈련시키지 않는 것이다. 여러 번 해보면 늘 첫 번째의 대답이 가장 좋다"고도 덧붙였다. 좋은 영화인의 산실로서 이란 정부도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은 방침이다.
영화 <허락되지 않은> 스틸컷
그러나 이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춤 추고 노래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고, 굳이 사회 비판적 소재가 아니어도 영화 촬영 허가를 받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은 "검열이나 제약을 이란 감독들이 오히려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에는 이야기를 변형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서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것이 이란 영화의 특색이 되고, 특히 국외 관객에게 더 사랑받는 이유 같다. 정부의 검열에 대해 욕해야 할지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란 감독에게는 창작의 또 다른 문을 연 것 같은 상황이다."고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나 자파르 파나히 감독 등 다른 이란 감독들에 대해서도 존경과 애정을 표하며, "그들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내 영화가 그들과 함께 작은 기여라도 한다면, 이란 영화와 이란의 현실에 대해 영광일 것"이라는 겸허하고 단단한 인사를 남겼다.
세타레 파카리 배우도 그 단단한 심지가 다르지 않았다. 원래 세타레 파카리 배우는 음악인으로 영화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떤 이야기인지 대본을 보기 전까지 잘 몰랐고, 그냥 아이들과 영화를 찍는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지만, "연극에 참여하거나 각본을 쓴 경험도 있고, 가수라는 직업 또한 허락되지 않은 직업이다. 이란에서는 여성들이 노래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검열 때문에 많은 괴롭힘을 당하고 압박도 있지만, 원래도 허락되지 않은 직업이었기 때문에 연기라는 작업도 크게 다르게 느끼지 않았다. 사실 이란 예술은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는 대답에서 저력이 느껴졌다.
영화 <허락되지 않은> 스틸컷
세타레 배우는 작품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남자 배우들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거나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걸 볼 때, '왜 남자들은 이렇게 실제 생활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도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생각"하며 제작진과 대화를 나누고 영화의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갔다. "여자들은 이란 사회에서 이래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강박을 많이 갖고 살게 된다. 이 영화가 특히 좋은 점은 가족 안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이야기하기 때문인데, 아이들의 생각은 대부분 가정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가정 안에서 여아들이 어떻게 자라고 또 결혼 후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영화에서 더 많이 말하고 싶었다."는 의도를 밝혔다.
나제르 감독 또한 "나의 성향이 배우 개인의 역량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감독 스스로를 덜어내고 배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 결과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던 인터뷰 장면을 예시로 들었다.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협업하여 얻은 멋진 결과물이었다.
영화 <허락되지 않은> 스틸컷
마지막으로 감독은 "영화가 부산에서 처음 공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서 새 작업도 미루고 여기 왔다"며, "전 세계에 전쟁이 많은데 이란의 감독들도 어떻게 보면 삶 속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발언을 남겼다. 언젠가 이란에 온전한 표현의 자유가 찾아온다면, 그때 이란 감독들의 창의력은 또 어떤 새로운 문을 열게 될까. 그때가 되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 있다면- 이란 영화 붐은 온다. 아니 이미 온 것 같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2025.09.18-26) 상영일정]
2025.09.21 16:3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상영코드 242)
2025.09.22 16:30 영화의전당 소극장 (상영코드 334)
2025.09.25 14: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상영코드 608)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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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무서울게 없는 놈들이 나타났다 | 영화 프리즌
최근 낭만탁터 김사부에서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낭만탁터가?!
영화속에서 교도소 권력을 장악한 범죄자로 나왔어요!
영화 프리즌 이라는 작품으로 김래원과 한석규 주연으로 만난 것만으로
큰 기대감을 한가득 가지고 나왔는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프리즌 결말까지 살펴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느와르, 피카레이크, 고어
감독 / 각본 : 나현
출연진 : 한석규, 김래원
개봉일 : 2017년 03월 23일
평점 : 8.25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왓챠
기획 의도
흔적도 증거도 없다! 감옥에서 시작되는 완전 범죄
밤이 되면 죄수들이 밖으로 나가 대한민국 완전범죄를 만들어내는 교도소
그 교도소의 권력 실세이자 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
그 곳에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의 죄목으로 입소하게 되고, 특유의 깡다구와
다혈질 성격으로 익호의 눈에 띄게 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놈들은 따로 있다.
감옥 문이 열리면 큰 판이 시작된다
여담
영화 프리즌은 원래 '더 프리즌'으로 나올뻔 했지만 The를 뺀 '프리즌'으로 나왔다.
영화사들 사이에서 '프리즌'영화는 꾀 유명한 시나리오로
오래전부터 준비 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스토리와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보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개봉당시 타이밍 비수기 영화 시즌에 나와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 흥행에 중심에는 한석규와 김래원이라는 투톱 배우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후기 및 결말
영화 프리즌 결말을 살펴보자면
정익호(한석규)의 앞길을 막으려고 한 배국장(이경영)과 강소장(정웅인)은 결국 정익호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
송유건(김래원)은 정익호에게 꼬리가 밝혀 죽임을 당할뻔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며,
정익호는 현장에서 사살을 당하고 만다
정익호는 그동안의 모든 범법행위가 정상참작되지 않으며
유죄 확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는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범죄자가 교도소 밖으로 나가 범죄를 잃으킨다는 참신한 소재로 재미를 유발했지만,
뒤로 갈 수록 힘이빠지는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제대로 나타냈다.
한줄평 : 시작은 거창했지만, 뒤로 갈 수록 힘이 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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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나 | 과감한 액션만큼 소심한 드라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본질에 충실한 시리즈와 스핀오프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사람 혹은 국가 간의 갈등을 풀어내는 행위다. 이때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정치적 수단 중 폭력을 사용하는 행위가 바로 전쟁인 것. 이 격언은 영화 속 액션의 본질을 설명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전쟁이 국가 간의 갈등을 일방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행위이듯이, 영화의 액션은 캐릭터 간의 갈등을 일방적으로 해소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액션은 단순히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인물 간의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감정의 표출이자 의지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액션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주인공들이 싸우는 이유, 곧 그들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망각하고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하고 현란한 시퀀스도 그저 무의미한 움직임과 소음에 불과해지며, 관객을 매료하지 못한다.
<존 윅> 시리즈는 액션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아내의 마지막 선물을 파괴한 이들에게 복수하겠다는 동기도, 킬러의 규칙을 깬 사람은 죽인다는 규칙에 예외가 없다는 '존 윅'(키아누 리브스)과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상대와의 차이점도 직관적으로 설득력이 있었다. 즉, 드라마는 단순해도 존 윅과 상대방이 싸우는 이유와 그들의 차이는 명확하게 제시됐다. 이에 더해 액션 장면의 질도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높아졌으니 금상첨화였다.
스핀오프 영화인 <발레리나>도 마찬가지다. 복잡할 수도 있었던 드라마를 간결하게 가다듬으면서 단순하되 직관적인 갈등 구도를 제시한다. <존 윅> 세계관을 잘 몰라도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의 액션과 감정선에 손쉽게 몰입할 수 있을 정도다. 그와 동시에 새 주인공의 특성을 반영해 존 윅보다 과감한 액션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 결과 <발레리나>는 시리즈의 정체성과 새 활력을 모두 잡으며 스핀오프의 역할을 다해낸다.
단순해도 반복되면 효과적이다
<발레리나>의 드라마는 간단하다. '의장'(가브리엘 번)이 이끄는 컬트 집단 소속이었던 이브의 아버지 '하비에르'(데이비드 카스테나다). 그는 총을 잡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삶을 딸에게 물려주고자 컬트 집단에서 발을 빼지만, 그의 배신을 용납하지 않은 의장은 이브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사살한다. 이후 이브는 아버지와 연이 있었던 '윈스턴'(이언 맥셰인)의 도움을 받아 ‘존 윅’을 배출한 암살자 양성 조직 '루스카 로마'에 맡겨진다.
'디렉터'(안젤리카 휴스터)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킬러로 성장하고,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브. 그녀는 복귀하던 중 그녀를 공격한 킬러의 손목에서 아버지를 죽인 컬트 집단의 표식을 확인하고,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품었던 복수의 총구를 마침내 꺼내 든다. 컬트 집단과의 전면전을 우려하는 디렉터는 이브를 만류하고 또 협박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의장을 찾아내 죽이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발레리나>는 이브와 사연과 비슷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여러 인물을 제시하며 드라마의 단순함을 상쇄한다. 이브와 존 윅의 접점을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디렉터의 명령대로 이브를 찾아낸 존 윅. 그는 이브와 나눴던 짧은 대화를 떠올리며 그녀가 복수를 끝낼 약 30분의 기회를 준다. 그도 사랑하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은퇴 생활을 접고 킬러들의 세계에 복귀했던 만큼, 이브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다니엘'(노먼 리더스) 부녀도 이브의 서사를 보충해 준다. 의장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다니엘에게 접근한 이브는 그가 이브의 아버지처럼 딸을 컬트 집단에서 빼내려다가 수배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그녀는 다니엘을 죽이려던 계획을 바꿔서 그의 딸을 보호해 주기로 결심한다. 그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봤기 때문. 이처럼 <발레리나>는 여러 나무젓가락을 겹치듯이 유사한 사연을 반복하면서 단단한 반석을 세운다.
단단한 반석 위에서 빛나는 액션
그 반석 위에서 <발레리나>는 유려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의장과 컬트 집단에 대한 묘사와 설명을 최소화한 단순한 서사 덕분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주인공에게 집중된다. 자연히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모든 초점이 그녀에게 집중되고 빌런들은 그저 리액션 대상으로 전락한다. 즉, 이브라는 캐릭터의 상황과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면서 <발레리나>만의 개성과 장점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발레리나>는 이브가 이제 막 킬러들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새내기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례로 그녀는 공간과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격투를 펼치기 전후로 쉽게 기습당하고 함정에 빠진다. 이는 베테랑 킬러답게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효율적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변수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존 윅과는 다른 이브만의 액션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브의 액션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과감함'이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한 '팔로마'와도 비슷하다. 그녀는 경험 많은 존 윅이나 제임스 본드라면 생각조차 안 할 무모한 임기응변을 자주 보여준다. 레스토랑에서 기습당한 순간, 권총 손잡이에 식칼을 이어 붙여서 앞에 있는 적을 찌름과 동시에 다가오는 적을 겨냥해 쏘면서 무기와 숫자의 열세를 극복하는 대처법이 대표적이다.
수류탄 액션 시퀀스는 그 정점이다. 무기 상점에서 미처 총기를 구매하기도 전에 습격당한 그녀는 폐쇄된 실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다. 문과 벽을 방패 삼아 10여 개의 수류탄을 한 번에 투척해 적들을 제압하는 식이다. 수류탄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한 액션 연출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원숙함을 갖추지 못한 초보 킬러의 막무가내 액션을 볼 수 있다 보니 이 순간의 쾌감은 <존 윅> 본편마저도 앞서는 듯하다.
그녀의 이름이 '이브'인 이유
하지만 액션이 만족스러울수록 상대적으로 서사의 아쉬움은 커진다. 액션에 들인 공에 비하면 전개가 지나치게 편의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발레리나>에는 눈에 잘 띄는 메타포가 있다. 바로 이브다. 하와라고도 불리는 이브는 성경에 등장하는 첫 여성이자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그의 짝이다. 천주교에서는 선악과를 먹고 신의 명령을 어긴 나머지 인간의 원죄에 책임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발레리나>는 성경 속 이브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이미지를 극 중 이브에게 선사하려 한다. 성경에서 신은 이브에게 아담과 같이 에덴동산을 떠나고, 평생 노동과 출산에 시달려야 하는 영속적인 벌을 내린다. 이러한 신과 이브의 관계는 오히려 영화 속 의장과 그 추종자들의 관계와 유사하다. 신이 인간에게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벌을 주듯이, 그 역시 자기 명령을 어긴 추종자를 끝까지 추적해서 죽음으로써 응징한다.
반면에 극 중 이브는 성경 속 원죄를 저지른 이브와는 정반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컬트 집단 내에서 신이나 다름없는 의장을 향한 복수를 꿈꾸는 그녀는 구원자에 가깝기 때문. 다니엘 부녀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그녀는 억압적인 구조로부터 다른 피해자들을 구해내는 영웅인 셈이다. 프로이트적으로 본다면 '아버지 신'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억압적인 초자아의 표상을 파괴하고 자아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주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브라는 이름은 해석의 여지가 큰 종교적 메타포다. 즉, 성경 속 이브에게 부여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또 다른 이브를 일종의 아이콘으로서 구상했다고 봐도 어색하지는 않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와 집단에서의 탈출과 해방 서사가 렌 와이즈먼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특유의 작품세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메타포가 의도된 상징이라는 점은 더 명확해진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버리다
그런데 <발레리나>는 이 매력적인 메타포를 애써 무시하고 부정한다. 이브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비웃는 대사를 집어넣는 식으로 메타포의 함의를 억누른다. 한 마을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무장 집단이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의장이 이끄는 컬트 집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브라는 메타포가 존 윅 시리즈와의 접점을 강조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발레리나>는 독립된 작품으로서는 이브의 캐릭터성을 강조해야 하고, 존 윅 시리즈의 부품으로서는 존 윅과의 접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기모순이 노출된다. 존 윅이 이브를 도와주고 그녀의 멘토처럼 묘사되는 결정적인 장면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버지 신'이라는 표상에 도전하는 이브의 캐릭터성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발레리나>는 이브라는 상징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취급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복잡하게 묶인 매듭을 푸는 대신 단칼에 잘라버렸듯이, <발레리나>도 메타포에 담긴 이야기는 최대한 잘라낸다. 그 대신 본편과의 접점을 최대한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이브와 상대방이 서로 화염방사기를 쏘는 순간을 촬영한 장면은 <존 윅 4>에서 드래곤 브레스 탄을 활용해 펼쳐졌던 전투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그 외의 장면도 시리즈로서의 연결고리를 부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매 편마다 한 번씩은 등장한 클럽에서의 격투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예상보다 존 윅에게 할애한 비중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브와 일 대 일로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이브가 대적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우위를 뽐내면서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에 기다림에 보답한다.
과감한 만큼 소심하다
이에 더해 마지막 장면에서 이브는 마치 존 윅처럼 공공의 수배 대상이 되어서 온갖 킬러에게 쫓기는데, 이 또한 존 윅 같은 결말이자 속편을 암시하는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발레리나>는 여러모로 '존 윅' 시리즈다운 스핀오프 작품으로서 관객을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스핀오프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시한 선택도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리즈 일부로서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
그와 동시에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완결성을 갖추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매듭을 잘라 버린 대가가 영화 곳곳에 흩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디렉터 밑에서 함께 훈련받다가 루스카 로마를 떠난 이브의 친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종의 구원자여야 할 이브의 정체성을 강조되지 않다 보니, 이들의 우정과 평범한 발레리나가 된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이브가 뿌듯해하는 결말은 그 중요성만큼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다.
따라서 <발레리나> 스토리텔링이 지나치게 편의적이라는 비판을 결코 피할 수 없다. 명백한 상징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소심함이 액션씬을 구상하고 연출할 때의 과감함과 대비를 이루고, 또 강조되니까. 그 결과 <발레리나>는 쾌감만큼 크고 진한 아쉬움을 함께 남긴다. 본편에 절대 뒤쳐지지 않고, 때때로 본편보다 뛰어났던 액션만큼 서사에도 공을 들였다면 더 뛰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Acceptable 그럭저럭
이브의 반만큼만 과감했다면 더 풍성하고 깊어졌을 스핀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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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의 실체가 없는 진실게임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다. 그 진실을 뒤덮은 댓글과 소설가 뺨치는 이들의 음모론들이다. 진실이란 먹잇감을 발견한 동시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음지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썰과 밈은 진실을 아예 덮어버린다. 그리고 댓글창 또는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그들만의 놀이동산이 된다. 24시간 동안 불빛이 꺼지지 않는 그 놀이동산. <댓글부대>는 허영심 짙은 기자의 눈으로 그곳을 들여다보는 영화인 동시에 이런 사회문제를 넌지시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눈은 좋은데, 허영심이 높은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는 대차게 미끄러진다. 한 중소기업 사장의 폭로를 통해 대기업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가 오보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재원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그 즉시 임상진은 기레기로 낙인찍히며 정직당한다. 6개월 후 복직은커녕 1년 넘게 죽은 듯이 사는 그는 다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어디 세상이 뜻대로 되나.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SNS로 메신저 하나가 도착한다. 그동안 자신이 온라인 여론조작을 해온 팀알렙의 멤버고, 그 문제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그 즉시 만남을 가진 상진은 뜻밖의 진실을 듣게 된다.
<댓글부대>는 황정민 주연의 <모비딕>, 박해일 주연의 <제보자>처럼 사건을 향한 집념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앞서 소개했듯, 영화 속 진실은 이야기의 얼개를 여는 역할로만 작용한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음모론. 임상진 기자의 추리와 온라인 여론조작을 했다는 찻탓캇(김동휘)은 물론,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의 이야기다. 실제 있을법한 온라인 여론전을 수면위로 올린 영화는 이들이 벌이는 작업 과정을 지켜본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탄생과 성장, 행동, 그리고 그 결과까지 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며 소멸하는지를 관객 스스로 살펴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름 모를 다방에서 만는 찻탓캇의 이야기는 임상진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지는데, 그 자체로 있을 법한 일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탑 랭크된 글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인데, 임상진 또한 기자이지만 점점 찻탓캇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이를 방증하는 증거를 수집하면서 그를 믿게 된다. 감독은 이런 임상진의 모습을 통해 100%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사실이 더욱 진짜처럼 여겨지는 세상, 그리고 진실을 탐문하는 기자들도 그 덫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오롯이 보여준다.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무엇인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릴 수 없는 현실을 영화로 가져온 것에 있다. 극초반 임상진 기자가 취재한 기사가 진실인지 오보인지, 찻탓캇이 말한 팀알렙이 한 여론 작전들, 그리고 이들의 배후에 대기업 ‘만전’이 있다는 게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그 모호함을 유지한다. 한 번쯤은 삐끗할 수도 있는 이 줄타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데, 이로 인해 극의 긴장감은 계속해서 유지되고, 더 나아가 무엇을 믿고 걸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는 영화가 끝까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 후반부 모호한 결말로 끝맺음을 내는 것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영화 자체가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을 극명하게 가르는 작품이 아니기에 충분히 이해되고, 장점으로까지 읽힌다.
이런 고도의 줄타기를 가능하게 한 건 손석구는 물론, 김동휘, 김성철, 홍경 등 주요 인물들의 연기 덕분이다. 손석구는 영화의 안내자인 동시에 댓글부대가 판치는 세상에 점점 빨려 들어가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김동휘, 김성철, 홍경은 한 팀인 동시에 서로를 견제하는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 선과 거리를 두며 연기하는데, 그 자체로서 긴장감을 유발하며 멋진 앙상블을 이뤄낸다. 손석구는 말해 뭐하나. 김동휘, 김성철, 홍경은 앞날이 더 기대된다. 여기에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며 영상화한 안국진 감독은 영화가 가진 아무말 대잔치 격인 이야기를 정립하고 흥미롭게 잘 엮어내며 멋진 연출력을 선사한다. 억지로 매듭짓지 않고 열린 결말을 제시하며 판단을 관객에게 내미는 그 솜씨도 탁월하다.“댓글부대를 절대 악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소비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불가피한 공생관계가 형성되는지 기자의 시선에서 조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
인터뷰를 통해 안국진 감독은 현시대의 세태를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처럼, <댓글부대>는 뭐든 이슈가 되면 최고라는 탈진실 시대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 속 누군가는 그것에 좌지우지되고, 누군가는 그것을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받아쳐 내는 요지경 같은 세상 속에서 영화는 시의성 있게 이 부분을 잘 담았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점에서 임상진 기자의 마지막 행동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진제공: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평점: 3.5 / 5.0
한줄평: 진실의 실체가 없는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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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에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부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러까지!!
다양한 극장 개봉작부터 OTT 공개 예정작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럼 5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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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안녕하세요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8분
감독: 차봉주
출연: 김환희, 유선, 이순재 등
개봉: 2022.05.2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외로운 세상 속에서 죽음을 결심한 열아홉 수미(김환희).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수간호사 서진(유선)의 제안에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다.
이 사람들이 곧 죽을 사람들이라고?! 예상치 못한 유쾌함과 따뜻함이 수미를 반기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점차 스며들며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곡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환희부터 데뷔 67년 차 명배우 이순재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과 인생의 가치를 조명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노비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미국 | 97분
감독: 로런 해더웨이
출연: 이사벨 퍼만, 에이미 포사이스 등
개봉: 2022.05.2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후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는데···
관전 포인트
<위플래쉬>를 비롯해 <헤이트풀8>,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등 40편이 넘는 베테랑 사운드 제작진인 로런 해더웨이의
감독 데뷔작인 <더 노비스>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또한 <오펀: 천사의 비밀>으로 국내에서 알려진 배우인 이사벨 퍼만이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90분
감독: 김희성
출연: 조동혁, 이완, 임정은 등
개봉: 2022.05.25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최대 청부폭력조직 '백정파'는 무자비함으로 악명 높은 해결사, 일명 '도깨비'를 앞세워 일대를 장악한다.
그러나, 베일에 싸인 ‘도깨비’ 두현은 친형제 같았던 영민의 죄를 뒤집어쓰고 10년의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한편, 두현이 사라진 사이, ‘도깨비'행세를 하며 조직을 차지한 영민은 두현의 출소 소식을 듣고 불안에 휩싸인다.
영민은 두현을 먼저 치기로 하고 새 삶을 시작하려던 두현은 결국, 진짜 ‘도깨비’의 부활을 선언하며 영민과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제1회 아산충무공 국제액션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김희성 감독이 참여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강렬한 액션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
개요: 애니메이션 | 프랑스 | 90분
감독: 비보 버거론
출연: 바네사 파라디, 션 레논, 아담 골드버그 등
개봉: 2022.05.26
배급: (주)다날엔터테인먼트
줄거리
1910년 대홍수로 에펠탑마저 물에 잠긴 파리는 안개 낀 도시 곳곳에서 목격된 미스터리한 괴물로 떠들썩하다.
소문의 주인공은 바로 거대 벼룩 ‘프랑코’ 아름다운 목소리와 마음씨를 가졌지만 무서운 외모 때문에 쫓기던 그는
우연히 인기 가수 ‘루실’을 만나 가면을 쓴 가수로 데뷔한다. 그들의 환상적인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지만 ‘프랑코’를 수상히 여긴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친구들은 ‘프랑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작전을 세우는데!
관전 포인트
세계 명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기반으로 재탄생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의 동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캐릭터와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오마주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8분
감독: 신수원
출연: 이정은, 권해효, 탕준상 등
개봉: 2022.05.26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줄거리
엄마 영화는 재미없다는 아들과 늘상 밥타령인 남편, 잇따른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영화감독 지완.
아르바이트 삼아 60년대에 활동한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 감독의 작품 <여판사>의 필름을 복원하게 된다.
사라진 필름을 찾아 홍감독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가던 지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자 쓴 여성의 그림자와 함께 그 시간 속을 여행하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이정은 배우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기대를 모은 <오마주>는 도쿄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워싱턴한국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았고, 피렌체한국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홍은원 감독에 관한 이야기이자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OTT 공개 예정작
스펜서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16분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등
공개: 2022.05.25
스트리밍: 쿠팡플레이
줄거리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관전 포인트
이동진 평론가는 <스펜서>를 "마침내 인형의 집을 나서는, 거꾸로 쓴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평론했다.
12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와 더불어 42개 부문에서 수상할 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덴마크 | 89분
감독: 요나스 포헤르
개봉: 2022.05.27
스트리밍: 왓챠
줄거리
가장 보편적인 공간인 '집'의 의미를 물으며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아민'으로 불리길 원하는 한 남성에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장 클로드 반담에 빠져있던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해맑은 소년이 코펜하겐의 성공한 학자가 되기까지 25년의 시간 동안, 그는 무채색의 시간 속을 걸어왔다.
진정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직면해야 했던 한 남자의 실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관전 포인트
선댄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장편 국제영화상,
장편 다큐멘터리상 3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며 기대를 모은 <나의 집은 어디인가>.
가묘한 이야기 4
ⓒ 넷플릭스
개요: SF | 미국
크리에이터: 더퍼 형제
개봉: 2022.05.27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미국 인디애나주 호킨스에 사는 단짝 친구들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
관전 포인트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글로벌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가 2년만에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찾아왔다.
폭풍 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예고편에 등장한 마인드 플레이어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공포를 유발했다.
시즌 4에서는 또 어떤 기묘한 일들이 일어날지 두려운 한 편, 기대감을 자아낸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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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여름(2023)> 리뷰
최은영 작가는 『쇼코의 미소』로 처음 만났다. 이 책이 좋은 인상을 남겼음에도, 본디 나는 한 작가의 모든 책을 독파하겠다는 멋진 목표를 세우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므로, 애써 그의 작품을 찾아 읽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인 <그 여름(2023)>을 감상한 후 오랜만에 작가의 이름을 검색하고 ‘찜 목록’에 『그 여름』을 빠르게 추가했다. 원작이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 스포일러 주의
<그 여름(2023)>은 로맨스/드라마 장르의 애니메이션답게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고등학생인 이경과 수이는 열여덟 살 여름 처음 만난다. 기실 첫 만남이 썩 좋진 않았다. 축구선수를 꿈꾸던 수이가 찬 공에 이경의 안경이 부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연으로 색칠된 사건은 사랑으로 확대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수이는 딸기 우유를 매일같이 사 왔다. 염려와 걱정으로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몸은 좀 괜찮니,’라는 서투른 한마디가 만남을 위한 구실로 변했을 때 둘은 자연스럽게 이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수이와 이경, 두 사람이 마주한 사회는 그다지 녹록지 않다. 비교적 ‘일반적’이라 여겨질 수 있는 요소마저 약간의 ‘다름’이 첨가되는 순간 공격 대상으로 둔갑하는 곳이므로. 예컨대 이경이 자연적으로 타고난 갈색 머리카락과 눈은 비아냥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악의에서 비롯된 공격을 막아주거나 돕는 이도 적은지라, 수이의 부상은 다시금 아프게 벌어진다. 게다가 수이 개인이 품었던 기나긴 인생의 꿈이 순식간에 지워졌음에도 그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것뿐, 제대로 된 치유 과정조차 묘사되지 않는다. 고작 십 대 소녀 두 명에게 세상의 부조리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싸우라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 수이와 이경의 대응은 자그맣다. 스쿠터를 타고 길을 달린다. 많은 이들이 모르는 저수지의 조그마한 안식처로. 그곳에서 꾸는 꿈은 무엇보다도 달고 찬란하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떠나 과거와의 시공간을 잠시 끊어냈을 때, 봄이 흐르고 여름이 되었을 때 약속하는 먼 미래에서 이경은 불안을 감지한다. 우리가 그때까지, 그때까지 정말 함께일 수 있겠는가. 고대 그리스의 프시케 신화에서도 지적했듯 한 차례 의심이 깃든 자리에 사랑이 자리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생활은 모든 걸 바꾸어놓았다. 서로가 공유하는 시간부터 인간관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문화는 물론, 털어놓는 꿈의 내용까지. 그저 습관 같은 사랑만 남아 존재한다. 비슷한 공간과 제약에 시달렸던 때엔 몰랐던 차이가 점차 거대해져 무겁게 이경을 압박한다. 이경은 결국, 간호사로 일하는 은지를 만나며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제목은 '그 여름'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두 사람이 실로 안정되어 있던 시간은 겨울이다. 영원하길 바랐던 한 순간을 꼽아야 한다면 겨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궁금할 만큼 안정적이고 따스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그리고 소설의 제목이 여름에 주목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십 대 마지막에 시작하여 이십 대 초반에 끝난 연애의 찬란함과 쓰라림이 모두 환한 빛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죽기 직전에 이런 풍경만 기억하겠지,라고 독백한 이경이 묘사한 시간은 여름철의 몸짓이었다. 다만 그렇기에, <그 여름(2023)>은 다분히 이경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이경만의 이야기이며 미숙했던 시절에 대한 헌시이다.
<그 여름(2023)>은 기본적으로 이경이 수이와의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을 회고하는 이야기지만 수이는 연인임에도 잘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말과 감정으로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딪혀오는 사건에 몸으로 버텨내고 생존을 증명함으로써 단단해지는 부류의 사람. 이런 수이를 이해하고 포용하기에 이경은 어렸던 듯하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며 헤어져선 안된다는 것을, 헤어진다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 두 사람에게 상처가 될 것이며 후회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후회하게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운동을 하며 한 사람의 몸으로 모든 것을 감내해 왔다고 묘사되는 수이는, 이별을 고하는 이경에게 말한다. 어차피 삶이란 다 그런 것이니까 괜찮다고. 다들 이렇게 사는 거니까, 괜찮으니까 가라고. 그리고 자신에게 물건을 돌려주고자 수이의 월세방에 온 이경에게, 수이는 말한다. 왜 돌려줘, 그냥 갖거나 버리지. 헤어지게 되면 이경이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들을 수 없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는 수이에게, 이경은 그야말로 전부였다. 전부였기에 전부를 내어줬고 삶으로 말했다.
다른 때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이며, 자신이 이별을 후회하리라는 것을, 이경 역시 알고 있었다. 이렇듯 알면서도 하는 선택은 어리석지만 한편으로는 숙명적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자기 충족적 예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따금 그 흐름에 스스로를 맡기며 기꺼이 자멸한다. 이 시절이 흐른 후 수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은지와 고작 일 년가량에 불과한 연애를 끝마쳐야만 했다는 이경은 또 어떤 삶을 살았을까. 후회하지 않았을 리 없는 삶이지만 충실했다면 그것만으로 인생 혹은 사랑은 긍정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어차피 실패와 성공은 다분히 자의적인 것이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경의 선택은 삶이 유혹하는 어떠한 불가항력에 대한 수긍이라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시계가 반사하는 그 반짝임, 순간의 일렁임에 눈을 돌리고 마는 천진한 실수에 대해 무어라 하겠는가. 다만 이것 혹은 저것, 이라고만 세계를 확정 짓고 분류했던 어른들의 논리와 마찬가지로 사랑 혹은 이별이라는 이분법적 세계에 이경마저 침식당한 것이 내게 남은 한 줄기 안타까움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엔 끔찍한 폭력과 혐오가 없다는 점이 적지 않게 위안이 되었다. 이경이 지새운 여름은 그저 미숙함으로 점철된 시간이다. 어쩌면 여름은 그런 미숙함마저 감싸안는 계절일지 모른다. 여름은 어디로 가지를 펼쳐야 할지 모르는 나무들이 펼치는 신록의 계절, 어디로 불어야 할지 모르는 비바람이 재앙처럼 닥쳐오는 장마와 태풍의 계절이기도 하니까.
원작이 있었기 때문일까, 영화의 기본적인 뼈대에 있어 크게 부족한 점을 느끼진 못했다. 말했듯 애니메이션 <그 여름(2023)>은 최은영 작가의 책을 오랜만에 찾아야겠다고 다짐했을 만큼 매력적인 화면을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이기에 찾을 수 있는 사소한 디테일들이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동안 이스터 에그와 같은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다만 소설을 영화로 전환하며 소설 속 독백을 지나치게 고스란히 가져온듯한 몇 부분이 다소 아쉽다. 소설의 문법은 영화 대본의 문법과 다르다. 문자로만 가득한 세계에서 골라야 하는 어휘는 영상과 음악이 공존할 때 사용하는 어휘와 1:1 대응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점을 다소 간과하여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던 도중 귓가에 부자연스럽게 와닿았던 대사가 몇 있었다. 또한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었을 듯한 관계 묘사가 오로지 61분에 압축되며 원작보다 투박해진 듯하였던 점이 미련처럼 내 마음에 남았다. 이것이 내가 작가의 책에 손을 뻗고자 하는 이유이니 어떤 의미로는 장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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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 아웃> - ‘꿈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도루’
낫 아웃 (NOT OUT)
개봉일 : 2021.06.03
감독 : 이정곤
출연 : 정재광, 정승길, 김희창, 이규성, 송이재
꿈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도루
아웃과 세이프, 득점 또는 실수, 승리와 패배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야구 세계. 그리고 그 세계 구석 어딘가에서 “그냥 야구를 하고 싶어요.”라고 처절하게 외치고 있는 소년이 있다.
코치, 감독의 갑질, 금품 요구, 비리, 성추행 등 스포츠계뿐만이 아니라 많은 직업군에서 선배, 상사들에 얽힌 파문이 끊이지 않는 요즘. 이 소년의 더럽혀지지 않은 꿈에 대한 외침이 한층 더 처절하게 느껴진다.
<낫 아웃>의 주인공 광호는 열아홉 살 야구 입시생이다. 기적적으로 안타를 날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자칭 타칭 이 팀의 에이스다. 친구들은 광호의 실력을 부러워하며 그 정도면 무조건 선발일 거라며 부러워하고, 광호도 친구들 앞에서 내색은 않지만 분명 선발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었으니 이제 진짜 야구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거라, 진짜 선수가 되어 야구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광호는 믿고 있었다.
하지만 노력과 실력으로 모든 걸 이뤄낼 순 없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세상이 그렇다. 돈과 바탕(또는 인맥). 아무리 투명해 보이는 집단이라 하더라도 경쟁을 하고 순위를 정하는 순간, 이 두 가지가 개입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안타깝게도 광호는 가진 게 없다. 선뜻 내밀 수 있는 두툼한 돈 봉투도, 감독님과 끈끈한 친분을 유지할 높은 직위를 가진 부모님도 없다. 있는 거라곤 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과 악바리뿐이다.
광호는 어떻게든 이 꿈을 지키고 싶어 한다. 선발 선수가 되어 그라운드에 오르고 싶고 승리하고 싶다. 아웃되는 선수가 아닌 항상 경기의 중심에 서있는 선수가 되고 싶고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 선발에 탈락한 시점, 꿈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대학에 가는 일뿐이다. 광호는 돈과 바탕으로 이미 다져놓은 아이들의 자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는 불법적인 일도, 아버지에게 상처가 될 말을 내뱉는 일도 서슴지 않으며 어떻게든 아웃되지 않겠다고 발버둥 친다. “나 야구 계속하고 싶다고..” 어떤 순간엔 체념을 한 듯, 어떤 순간엔 울분에 차 폭발하듯 내뱉는 이 한마디가 가슴을 쿵쿵 때린다. 이 엉망진창인 세계에 덩그러니 남겨진 소년의 어깨엔 남아있는 힘이 없다.
낫 아웃 시놉시스
기적이 일어났고, 끝까지 가고 싶었다.
특별할 것 없던 열아홉 고교 야구 입시생 ‘광호’는 봉황대기 결승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다, 잘 될 것 같았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광호’.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광호’는 친구에게 불법 휘발유를 파는 일을 소개받아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광호’는 친구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끝내기 안타! 우승입니다!” 흥분한 해설 위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친구들이 광호를 둘러싼다. 광호는 친구들이 인정하는 팀의 에이스가 된다. 광호도 친구들 앞에서 뽐내지 않을 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연습생 제안이 들어왔음에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선발을 기다리던 광호는 결국 불리지 않는 자신의 이름에 절망한다. 분명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다른 기회도 모르는 척 외면해버렸는데.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한순간에 벤치 신세로 전락해버린다. 남은 건 손에 깊이 박힌 굳은살뿐이었다.
제가 원하는 건 그냥 계속 야구만 할 수 있으면 돼요. 제 꿈이었단 말이에요. 드래프트.
광호는 열심히, 잘하기만 한다면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 연습생 제안을 거절할 때도 “저 원래 후회 같은 거 안 하는데요.”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여러 기회들은 순식간에 광호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 버린다. 광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배를 불려줄 능력이 있는 선수. 광호가 기대하거나 차버린 기회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향한다. 광호는 새로운 기회를 엿보며 죽어라 달리지만 간신히 그 자리를 유지할 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갑자기 선발이 된 친구와 부모님의 경제력으로 대학 자리를 봐둔 친구를 보며 광호는 돈을 써서라도 야구를 할 마지막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정이 어려운 아버지에게 상처가 될 말도 해보고, 불법 휘발유를 팔기도 한다. 광호의 친구 민철은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관두고, 베트남으로 떠나기 위해 불법 휘발유를 팔며 돈을 모으고 있다. 민철의 친구라는 수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지만 돈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떠밀려온 광호를 보며 “너무 자주 나오진 마.”, “이쪽으로 오지 마.”라고 선을 그으며 광호가 이런 불법적인 일에 더 이상 엮이지 않도록 선을 그으려 노력한다.
나, 야구 못한 거 아냐. 존나 잘했단 말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급해진 광호는 결국 민철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게 되고, 일이 잘못돼 다친 민철을 생각하며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까지 한 이상 더 야구를 포기할 수가 없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 먹던 햄버거를 혼자 먹게 된다 해도, 나보다 더 돈이 많은 친구가 내가 가고 싶은 대학에 미리 자리를 닦아놨다 하더라도, 화가 난 감독이 손찌검을 하더라도, 엄마가 남긴 유일한 재산인 식당을 팔게 되더라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외친 이상 야구를 포기할 수가 없다. 광호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위해 식당을 비우고 광호는 매일 아침 “뛰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복해서 운동장을 돈다.
꿈과 열정, 실력이 있으면 당연히 선발이 되고 야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실력이 아닌 돈으로 자신이 갈 길을 닦아놓았고 누군가는 나의 이익을 위해 파릇파릇한 꿈을 이용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절한 이의 앞길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꿈만 갖고 있던 광호는 이런 이들에 의해 밀려 갈 곳을 잃는다. “저는 어디로 가요?”라고 묻는 떨리는 광호의 목소리가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결국 광호도 어머니의 식당을 판 돈으로 자리 하나를 챙기게 된다. 야구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했던 아버지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순수했던 광호의 꿈이,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해 조금 찌그러들게 된 순간이다. 하지만 그저 ‘야구를 하고 싶었던’소년은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배트를 손에 든다. 어찌 됐든 광호의 꿈이 지켜지긴 했지만 이 세계에서 아웃되지 않기 위해 이렇게도 처절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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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tv "파본자들" 베놈편 출연했습니다! with 김민아 아나운서
제가 김민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파본자들" 방송을 녹화하고 왔어요.
오늘 올레tv에서 방송이 되었고 Seezn 앱에서 파본자들 검색하시면 풀버전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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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갈게요, 당신 곁에" 바다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에리얼의 아름다운 사랑이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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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 최고의 인기 시리즈 [옐로우스톤] 그 이전의 이야기 서부로 가기 위한 목숨을 건 위대한 여정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1883] 6월 16일 티빙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