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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7-21 22:50:49

진실의 실체가 없는 진실게임

<댓글부대> 리뷰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다. 그 진실을 뒤덮은 댓글과 소설가 뺨치는 이들의 음모론들이다. 진실이란 먹잇감을 발견한 동시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음지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썰과 밈은 진실을 아예 덮어버린다. 그리고 댓글창 또는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그들만의 놀이동산이 된다. 24시간 동안 불빛이 꺼지지 않는 그 놀이동산. <댓글부대>는 허영심 짙은 기자의 눈으로 그곳을 들여다보는 영화인 동시에 이런 사회문제를 넌지시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눈은 좋은데, 허영심이 높은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는 대차게 미끄러진다. 한 중소기업 사장의 폭로를 통해 대기업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가 오보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재원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그 즉시 임상진은 기레기로 낙인찍히며 정직당한다. 6개월 후 복직은커녕 1년 넘게 죽은 듯이 사는 그는 다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어디 세상이 뜻대로 되나.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SNS로 메신저 하나가 도착한다. 그동안 자신이 온라인 여론조작을 해온 팀알렙의 멤버고, 그 문제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그 즉시 만남을 가진 상진은 뜻밖의 진실을 듣게 된다.   

 


<댓글부대>는 황정민 주연의 <모비딕>, 박해일 주연의 <제보자>처럼 사건을 향한 집념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앞서 소개했듯, 영화 속 진실은 이야기의 얼개를 여는 역할로만 작용한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음모론. 임상진 기자의 추리와 온라인 여론조작을 했다는 찻탓캇(김동휘)은 물론,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의 이야기다. 실제 있을법한 온라인 여론전을 수면위로 올린 영화는 이들이 벌이는 작업 과정을 지켜본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탄생과 성장, 행동, 그리고 그 결과까지 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며 소멸하는지를 관객 스스로 살펴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름 모를 다방에서 만는 찻탓캇의 이야기는 임상진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지는데, 그 자체로 있을 법한 일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탑 랭크된 글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인데, 임상진 또한 기자이지만 점점 찻탓캇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이를 방증하는 증거를 수집하면서 그를 믿게 된다. 감독은 이런 임상진의 모습을 통해 100%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사실이 더욱 진짜처럼 여겨지는 세상, 그리고 진실을 탐문하는 기자들도 그 덫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오롯이 보여준다.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무엇인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릴 수 없는 현실을 영화로 가져온 것에 있다. 극초반 임상진 기자가 취재한 기사가 진실인지 오보인지, 찻탓캇이 말한 팀알렙이 한 여론 작전들, 그리고 이들의 배후에 대기업 ‘만전’이 있다는 게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그 모호함을 유지한다. 한 번쯤은 삐끗할 수도 있는 이 줄타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데, 이로 인해 극의 긴장감은 계속해서 유지되고, 더 나아가 무엇을 믿고 걸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는 영화가 끝까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 후반부 모호한 결말로 끝맺음을 내는 것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영화 자체가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을 극명하게 가르는 작품이 아니기에 충분히 이해되고, 장점으로까지 읽힌다. 

 

 

 

 


이런 고도의 줄타기를 가능하게 한 건 손석구는 물론, 김동휘, 김성철, 홍경 등 주요 인물들의 연기 덕분이다. 손석구는 영화의 안내자인 동시에 댓글부대가 판치는 세상에 점점 빨려 들어가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김동휘, 김성철, 홍경은 한 팀인 동시에 서로를 견제하는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 선과 거리를 두며 연기하는데, 그 자체로서 긴장감을 유발하며 멋진 앙상블을 이뤄낸다. 손석구는 말해 뭐하나. 김동휘, 김성철, 홍경은 앞날이 더 기대된다. 여기에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며 영상화한 안국진 감독은 영화가 가진 아무말 대잔치 격인 이야기를 정립하고 흥미롭게 잘 엮어내며 멋진 연출력을 선사한다. 억지로 매듭짓지 않고 열린 결말을 제시하며 판단을 관객에게 내미는 그 솜씨도 탁월하다. 

 

“댓글부대를 절대 악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소비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불가피한 공생관계가 형성되는지 기자의 시선에서 조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

 

 

 

 

 

 

인터뷰를 통해 안국진 감독은 현시대의 세태를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처럼, <댓글부대>는 뭐든 이슈가 되면 최고라는 탈진실 시대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 속 누군가는 그것에 좌지우지되고, 누군가는 그것을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받아쳐 내는 요지경 같은 세상 속에서 영화는 시의성 있게 이 부분을 잘 담았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점에서 임상진 기자의 마지막 행동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진제공: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평점: 3.5 / 5.0
한줄평: 진실의 실체가 없는 진실게임!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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