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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지2025-09-23 12:47:32

[30th BIFF 데일리] 사육곰과 90년대생 여성 활동가, 돌봄이 머무는 자리

영화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리뷰

 

 

Director
WANG Mincheol 왕민철

 

Producer
Ilkwon KIM 김일권

Hyekyung CHUNG 정혜경
 

Program note

청주동물원 사람들을 그린 <동물, >(2018) 야생동물구조센터 사람들을 다룬 <생츄어리>(2022) 이은 왕민철 감독의 번째 영화. 이번에는 반달가슴곰 생츄어리다. 농장을 인수받아 생츄어리로 바꿔놓으려는프로젝트 베어팀의 이야기는 소재에서 전작의 연장선상에 놓인 보이지만 영화는 다르다. 야생으로 돌아갈 없는 사육 곰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수고로운 노동인지를 알아챌 즈음, 우리의 시선은 일을 자원한 이들에게로 옮겨진다.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 강원도 화천에서 열세 마리의 곰을 돌보며 사는 90년대생 여자 넷의 이야기다. 아마도 청춘들은 여기 단지, 잠시 머물렀다가 떠날 것이다. “곰을 돌보는 경험이 삶에서 필요할까?” 그렇게 사람이 떠나니 다른 사람이 온다. 최단 코스를 검색하는 대신 멀리 돌아가고 때론 멈추어 주변을 둘러보는, 다른 청춘들이 사색을 불러온다. (강소원)

 

 

 

 

영화는 한평생 좁은 철창 안에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곰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다철창 속에서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며 정형 행동을 하던 곰들이 구조되어 옮겨진 곳은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생츄어리다. 한번 밟아보지 못한 곰들은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 앞에서 발짝 떼기조차 망설인다.

 

이렇게 영화는 곰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가 싶더니, 이내 곰을 돌보는 90년대생 여자 활동가들에게로 시선을 옮겨간다. 열세 마리의 , 90년대생 여자 , 강원도 화천이라는 지역. 이렇게 이질적인 단어가 엮이며 영화는 우리를 기존의 삶의 반경 너머로 훌쩍 데려가버린다.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강원도 깊숙한 산골짜기, 고된 노동, 활동가라는 직업의 불안정함은 여성 청년으로서의 경로로서는 이례적인 조건이다. 그들은 자신이 몸담은 단체가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될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화천에서의 삶의 지속성에 대해 묻는다. 활동가들의 대화 속에는화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화천에 남을 것인지, 혹은 구례에 생길 생츄어리로 것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도시로 떠날 것인지. 고민은 간단하지 않다. 아라는 본가에 있는 반려동물이 마음에 걸리고, 민재는 활동가라는 직업을 지속하는 것에 확신이 없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각자 고민을 품고 있지만 생츄어리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무척 즐거워 보인다는 것이다. 손수레 가득 밥을 나르고, 새는 건물을 직접 고치고, 무거운 짚을 갈아주고, 때로는 위험한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그들은 끊임없이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민재는 활동가들의 유대를 곰이 합사 하는 과정에 빗대어 표현한다. 과정은 장난인지 다툼인지 구분이 가지만 때로는 참아주고, 기다려주며 서로에게 뒤섞여 가는 일이다

 

영화는 생츄어리의 곰을 돌보는 여성 청년들을 통해 그들이 몸담은 화천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활동가라는 직업의 불안정함, 그리고 돌봄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활동가 일을 그만뒀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대학원에 다니며 또다시 퇴사를 꿈꾸는 민재의 모습은 끊임없이 경로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청년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나아갈 있을까. 비영리 활동은, 돌봄은, 소동물이 아닌 곰을 수용하는 생츄어리는 어떻게 지속될 있을까

 

 

 

 

 

상영 일정

 

2025.09.21. 12:30 CGV센텀시티 4 (상영코드 273)

2025.09.22. 09:10 CGV센텀시티 3 (상영코드 350)

2025.09.23. 12:00 CGV센텀시티 2 (상영코드 423)

 

 30 부산국제영화제 (2025.09.18-26)

작성자 . 손민지

출처 . https://brunch.co.kr/@minzyson/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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