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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2025-02-17 16:14:23

애프터썬: 당신의 뒷모습을 안아줄 수 있더라면

애프터썬 리뷰

애프터썬: 당신의 뒷모습을 안아줄 수 있더라면

 

 

 

 

 

 

 

기억의 파편으로 시작된 사적인 이야기


 

영화 애프터썬11살 소피가 아빠와 함께 떠났던 튀르키예 여행의 기록을 31살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캠코더 속 아빠의 모습은 생생하지만, 현실에서는 더 이상 곁에 없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러한 부재의 감각 위에서 기억과 애도의 과정을 섬세하게 응시한다.

 

 

 

소피와 아빠 캘럼은 오랜만의 만남 속에서 서툴지만, 서로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초반부는 햇살 가득한 휴양지의 풍경과 함께 한 소녀의 성장 서사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쌓아가는 감정의 결은 단순한 유년의 추억이 아니다. 마지막 10, 그제야 영화가 품고 있던 깊은 공허와 아득한 슬픔을 또렷이 인식하게 된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 혹은 보려 하지 않았던 것들


 

빛나는 햇살 아래에서도, 영화는 지속적으로 불안과 긴장감을 은은하게 유지한다. 초반부터 어딘가 모호한 분위기가 깔려 있으며, 장면 곳곳에서 캘럼의 감정적 균열이 드러난다. 명상과 태극권에 몰두하는 모습, 자신이 11살이었을 때 생일을 별로 축하받지 못했다는 고백, 친구와의 사업이 실패했음을 암시하는 대화. 이 모든 조각들은 그가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를 암시하는 복선이다.

 

 

 

 

 

 

캘럼은 딸 앞에서는 최선을 다해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하지만, 문득문득 그늘이 드리운다. 소피가 없는 순간, 그는 깊은 우울과 피로에 잠긴다. 영화는 이러한 단서들을 흩뿌려놓지만, 어느 하나도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이는 감독 샬롯 웰스가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직관적이며,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기억의 공간에서 춤추는 한 사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소피의 꿈속에서 11살의 아빠가 격렬하게 춤을 추는 순간이다. 이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감정을 분출하는 몸짓이자 외로운 내면의 울림처럼 보인다. 마지막 날의 춤과 연결되며 더욱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소피는 31살이 되고, 과거를 되돌아볼 때, 그때의 아빠를 다시금 이해한다. 캠코더 속의 장면들을 되새기며,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어렴풋이 감각하며, 어린 나의 세상에서 미쳐 보지 못했던 고독했던 아버지의 표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캘럼은 끝까지 소피에게 자신의 우울과 무너짐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시간은 냉정하게 흘러갔고, 소피가 그 감정을 헤아릴 수 있었을 때 아빠는 이미 그곳에 없다. 영화는 관객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지만, 남겨진 이가 가지는 후회와 애도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따라서, <애프터썬> 잃어버린 시간을 향한 깊은 애도이자, 존재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한 사람을 향한 애틋한 포옹을 담은 영화다.

작성자 . o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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