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2025-09-25 16:47:26
[30th BIFF 데일리] 우리가 지옥을 탈출하는 법
영화 <올 그린스>를 보고
DIRECTER. 코야마 타카시
CAST. 미나미 사라, 데구치 나츠키, 요시다 미츠키
SYNOPSIS.
조용한 시골 마을의 생활은 한적하다 못해 따분하기까지 하다. 히데미, 야구치, 이와쿠마, 세 여고생은 각자의 꿈을 꾸면서, 언젠가 지겨운 고향을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다. 래퍼를 꿈꾸는 히데미는 어느 날 예측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탈출을 도와줄 위험한 물건을 손에 넣게 된다. 세 여고생은 훔친 물건으로 돈을 벌어서 최대한 빨리 마을을 빠져나가자는 황당무계한 계획을 세우고, ‘올 그린스’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안에서 비밀스러운 일탈을 하기 시작한다.
소녀들에게 마을은 지옥이다. 가족도 학교도 그들에겐 버팀목이 아닌 감옥과 같다. 그들은 자신의 끝이 마을에서 퍼진 소문 속 한 여자의 죽음과 같지 않을까 걱정한다. 가정 폭력을 당했고, 가정에서 도망치다 뺑소니를 당했으며, 결국 자살을 선택한 여자. 심지어 그들은 여자가 차에 치이는 순간을 목격했다. 이런 그들이 원하는 바는 하나다. 마을에서 벗어나는 것. 그들은 이를 위해 커다란 일탈을 감행한다. 마리화나를 키워 한몫을 챙겨 마을을 벗어나기로 하는 것이다. 히데미는 이와쿠마, 야구치와 함께 우연히 취득한 마리화나 씨앗을 이용하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학교에 ‘올 그린스’라는 원예부를 꾸려 마리화나를 키우는 거대한 일탈을 시도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시작할 수 없는 일임에도 세 사람이 처음부터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은 아니다. 너드에 가까운 히데미와 이와쿠마는 친구였다. 하지만 야구치는 달랐다. 모두에게 인기를 얻으며, 무엇이든 잘하는 그는 히데미의 시기의 대상이자 물과 기름처럼 뒤섞일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서로의 삶의 진실을 목격하게 되며, 두 사람은 가까워져간다.
나아가 범죄라는 비밀이 생기자 자연스레 세 사람의 우정은 점차 자라난다. 이는 마리화나의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범죄라는 비밀을 공유하자,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들을 공유하며 세 사람은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이 작품은 통념적인 상큼한 청춘물은 아니다. 방황하는 청춘들을 그리며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배치하되, 케이퍼 무비적인 특성을 섞으며 <올 그린스>만의 장르를 창조한다. 물론 지옥 같은 삶 속에 자신들만의 탈출구를 찾고자 일탈을 일삼는 청춘들을 그리는 작품들은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딘가 한끗이 다른 울림을 준다.
유독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여느 고등학교가 그렇듯, 장래희망을 작성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이때 이들은 자신에겐 어떤 꿈도 없다는 듯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보인다. 그러나 오직 세 사람만이 존재하는 시간에 나누는 이야기는 다르다. 히데미는 래퍼를, 이와쿠마는 만화가를, 야구치는 영화계에서 일할 수 있기를 꿈꾼다. 서로에게만 말할 수 있는 서로의 꿈. 지옥 같은 삶은 끝나지 않았더라도, 이들에겐 탈출구가 되어주는 서로가 있다.
영화의 엔딩을 말하지는 않겠다. 그저 나도 모르게 이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에 웃음이 뒤섞였다고는 말하고 싶다. 최소한 나에게 이 작품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지 않기를 나도 모르게 바랐다. 오랜만에 보석 같은 영화를 발견한 기분이다. 아마 나에게 이 작품은 청춘영화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 같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2025.09.17~09.26)]
상영일정
0920 12: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상영 코드: 213)
0922 22: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상영 코드: 390)
0923 13:00 CGV센텀시티 4관 (상영 코드: 430)
0925 13:30 CGV센텀시티 2관 (상영코드: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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