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7-10 11:41:43
이런 걸 왜 봐요마 소다팝 마이 리틀 소다 팝!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5분만 참으면 된다.
그러면 웬만한 뮤지컬 뺨치는 퀄리티의 노래들도, 이 세상 만으로도 모자라서 저세상까지 호령하는 아이돌들도. 게다가 왕크왕귀의 정석답게 왕발로 쓰러트린 것들에 집착하는 더피도 모두 누릴 수 있게 된다.
사실 최근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이었던 [퇴마록] 덕분에 한동안 마음에 드는 작품은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제목에다 떡하니 케이팝이라는 말이 박혀 있어서 거부감이 좀 컸던 것도 부인하지는 않겠다. 설상가상으로 재생버튼을 누르자마자 얼토당토않은 소다팝 타령을 해대는 바람에 살짝 위기가 왔지만, 정말로 딱 5분이다. 그것만 넘기면 된다.

생각해 보면 반가운 점(?)들이 참 많은 작품이다.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하기 때문에 그다지 씹어 삼키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샤이니 이후로는 아이돌의 계보에서 멀어진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부담감 없는 노래와 콘셉트(소다팝 제외)이었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에 대한 편견이 서서히 사라져서, 보면서 꽤 몰입할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을 제외하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요소들을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이질감을 전형적이지만 언제나 먹히는 서사와 구조로 안정화시켰다. 게다가 고리타분함을 피하기 위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먹히고" 있는 한국형 아이돌의 모티프를 차용한 셈이다.

이 절묘함은 작품이 가진 확실한 차별점이 된다. 그리고 그 차별점은 신선함이 되어 이 낯선 것들로 가득한 작품의 배경인 한국, 더 크게는 한국 문화(불교 포함)에 대한 궁금증까지 불러일으킨다. 덕분에 우리는 사자 보이즈가 갓끈 돌리는 것에 가장 열렬한 물개박수를 치는 관중들이 되는 동시에 저걸 나는 알고 있다.라는 자부심 비슷한 것 마저 느낄 수 있게 된다.
분명 소다팝이 울려 퍼질 때 머리를 싸매며 꺼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말했던 나였는데 작품이 끝나고 나니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내가 싫어요마 소다팝 마이 리틀 소다팝.
[이 글의 TMI]
1.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웃겼던 것은 HAN의원이었음.
2. 더피 시무룩해할 때 나도 같이 시무룩해짐.
3. 그래도 저승사자한테 가터벨트는 너무한 거 아니오.
#케이팝데몬헌터스 #메기강 #크리스아펠한스 #아덴조 #안효섭 #메이홍 #김윤진 #켄정 #이병헌 #넷플릭스 #OTT #애니메이션 #판타지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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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에 가려진 현실을 들추는 로맨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화려한 패션으로 무장한 이 도시는 수많은 영화에서 로맨틱하고 사랑이 꽃피울 것만 같은 부드러운 인상으로 등장했다. 파리의 예술에 대한 판타지가 집약된 로맨스로 유명한 <미드나잇 인 파리>나 시즌 2까지 공개되어 큰 인기를 끈 <에밀리, 파리에 가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 그래픽 노블 작가의 단편 세 편을 각색한 자크 오다아르 감독의 <파리, 13구>는 다르다. 파리의 20개 행정구역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 타운이 있는 파리 13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파리는 그저 흑백 필름의 배경일뿐이다. 우연적인 만남은 있을지언정 그 만남은 드라마 같은 낭만적 사랑 이전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 그렇게 영화는 절제된 도시의 느낌과 배경을 통해 청춘의 사랑, 자유, 방황, 불안정한 삶을 온전히 전해 준다.
오다아르 감독이 그려내는 파리는 첫 장면에서부터 알 수 있다. 텅 빈 도시의 밤거리를 비추던 카메라는 이내 불 켜진 창문들을 칸칸이 스쳐 지나간다. 네모난 칸 안에 분절되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칸 안에서 비슷하게 또 다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채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 외로움은 서로 다른 캐릭터의 모습으로, 또 그들 간의 관계와 섹스 안에서 등장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에밀리(루시 장)',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 채 쫓기만 한 '카미유(마키타 삼바)', 다른 이를 사랑하는 일이 두려운 '노라(노에미 메를랑)', 사랑이 값비싼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가 그들이다. 영화는 제각기 처한 상황과 사랑과 삶을 마주하는 태도가 다른 이들이 우연히 스치고 만나는 시간과 그 시간에 담긴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첫 만남은 에밀리와 카미유의 만남이다. 파리 정치 대학을 졸업하고도 OTT 멤버십 가입을 권유하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에밀리는 룸메이트를 구하다가 박사 학위를 준비하면서 학교 선생일을 하는 카미유를 만난다. 첫 순간부터 카미유와 눈이 맞은 에밀리. 그녀는 함께 섹스를 할 때 비로소 자신을 옥죄는 가족을 잊고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그녀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고, 가장 자기 자신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에밀리만 카미유를 사랑한 일방향적 관계는 이내 틀어진다. 카미유와 다른 여자 친구인 스테파니를 집에 들인 것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카미유가 집을 나가 버리고, 에밀리 본인도 성적인 뉘앙스로 고객 응대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다음 만남은 노라와 엠버 스위트의 만남이다. 고향에서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홀로 서기를 하기 위해 30대 초반에 법대생으로 파리에 온 노라. 그러나 그녀는 신입생들과 어울리기 위해 참석한 파티장에서 쓴 금발 가발 때문에 포르노 모델인 엠버 스위트와 동일 인물이라는 오해를 산다. 학교에서 야유를 당한 노라는 결국 신과 닮았다는 포르노 배우 엠버 스위트와 직접 유료 채팅을 시작한다. 엠버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노라. 포르노 사이트에서 정직하게 자신의 본명을 쓰는 노라를 보면서 엠버도 자신의 본명을 알려주고, 둘은 개인 계정을 통해 화상 채팅을 이어가며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로 발전한다.
다음은 노라와 카미유다. 학교 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던 노라는 휴학을 선택한 뒤, 고향에서 원래 종사했던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자 카미유가 친구 대신 운영하던 사무실에 취직한다. 에밀리와 몸을 섞으면서도 마음을 주지는 않았던 카미유지만, 그는 능력 있고 매력적인 노라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장벽이 있다. 노라는 카미유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분위기에 맞춰 자신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연기한다. 이미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엠버에게 큰 위로를 받고 있던 노라에게 진실되지 않은 카미유와의 만남은 매력이 없다. 그런 노라를 보면서 카미유는 카미유대로 에밀리에 대한 생각을 지우지 못하며 그녀와 재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인 고객의 통역을 위해 부동산 사무실에 들른 에밀리를 보고, 노라는 카미유에게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이들의 만남은 항상 섹스와 쾌락이 우선하고, 그다음에 사랑과 관계에 대한 고뇌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그 고뇌가 단지 로맨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의 삶에 관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처음 만난 날부터 즉각적인 육체관계를 갖는 에밀리와 카미유, 그저 대화를 원한다는 노라에게 망설이지 말고 원하는 서비스를 말해보라는 엠버, 각자의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관계를 맺는 카미유와 노라. 이것이 세 여성과 한 남성이 만들어 낸 관계도다. 이 관계도는 통상적인 사랑과 쾌락의 관계가 뒤바뀐 듯하고, 무척이나 가볍지만 무시할 만한 무게는 아닌 감정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파리, 13구>는 인터넷으로 만난 관계는 진지할 수 없다는 통념을 조금씩 벗겨내는 감정, 희미한 호감이 있지만 적극적 구애로 전환하기는 애매한 감정이 빚어내는 현대적 사랑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때 영화는 단지 중심 없이 혼란스러우며, 두루뭉술한 사랑의 그림을 보여주는 데에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림 밑바탕에 있는 스케치의 모습을 밝혀내고자 한다. 그 스케치는 청년들이 확신에 찬 사랑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대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 그 핵심은 불안감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사회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이에 사랑은 부차적인 이슈가 된다. 경제적 조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믿지 못하고, 그 불안감으로 인해 사랑을 잡을 날을 요원해진다.
에밀리, 카미유, 노라, 앰버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만남은 어느 로맨스 영화처럼 우연으로 시작되지만, 그 우연은 곧장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감정들은 사랑에 앞서 삶을 돌아보고 뒤바꾸는 기회가 되고, 그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을 기회가 된다. 에밀리는 직장과 집을 오가며 답답한 삶을 살았지만, 카미유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수입원이 사라지고, 가족들과의 관계가 끊어지며, 사랑을 찾으려는 노력에 이르기까지 언젠가 필요했을 변화의 순간을 초래한다. 노라에게 일어나는 변화도 다르지 않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가벼운 성욕 너머에 있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진짜 외로움이다. <파리, 13>가 '낭만의 도시’라 불리는 파리를 흑백으로 담아내어 전달하려는 건 이 혼란스러운 감정의 흐름이다. 그래서 영화는 현재의 사건과 대화를 인물들을 둘러싼 과거의 배경과 사연으로 눈으로 돌린다. 대만계인 에밀리의 가족을 통해, 카미유의 가족을 통해, 화상 채팅을 통해 그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왜 그들이 사랑에 집착하고 또 사랑을 알지 못하는지를 납득시킨다. 적나라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은 카미유가 동생 에포닌과 오해를 풀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외적으로 닮았지만 전혀 다른 이들이 담담히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그 결과, 클라이맥스의 키스신은 덜 섹슈얼하더라도 그 어떤 장면보다도 농도가 높고, 외로운 청춘들의 욕망은 깊은 계곡을 넘어 낭만적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네 주인공의 만남과 욕구, 사랑의 서사를 더욱 진하게 만드는 것은 감각적 요소, 특히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의 활요이다. 우선 영화는 흑백 촬영을 선택해, 파리에 기대하는 일반적인 이미지에 변화를 주었다.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도시의 색을 없앴다. 그 덕분에 쾌락과 섹스처럼 즉각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 너머에 있는 이야기들에 집중할 수 있다. 자칫 매우 자극적인 영상의 향연일 수 있었지만 파리라는 도시를 이루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성공한다. 이에 더해 제한적으로 등장하는 음악의 존재감은 네 주인공의 삶의 무게를 극대화한다. 내용이 전환될 때 들려오는 빠른 템포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대비를 이루며 이질적인 인상을 준다. 이는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속사정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청춘들의 이면을 음악으로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에 따르면 “<파리, 13구>는 현시대를 보여주는 시대극이라 말할 수 있다.” “이 도시에 사는 등장인물이 성취감을 얻고, 성적인 면에서는 정체성을 깨닫고 쟁취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포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리 13구역에서 성장통을 겪는 네 명의 캐릭터들은 다양한 배경과 문화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느껴진다. 그렇게 <파리, 13구>는 육체적 쾌락에서 시작해 낭만적 감성을 충족시키며 파리의 색다른, 또 색이 없는 사랑을 그려낸다.
A(Accepatble, 무난함)
낭만을 잠시 버린 파리의 색다르고 색 없는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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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재난 영화 추천 '콘크리트 유토피아' 잔인한가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23.08.09 개봉
드라마, 15세 관람가
한국, 130분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올 여름 최고 기대작 '콘크리트 유토피아'!
실제로 롯데 배급이라 그런가 홍보도 젤 많이 하더라구요
저는 재난 영화를 좋아해서 <더 문>과 함께
가장 기대하는 작품 TOP 2 였어요 ㅎㅎ
사실 '세상이 멸망하고 아파트 한 채만 남았다'는 소재를 빼면
줄거리 자체는 흔하디 흔한 재난 영화이긴 합니다
싱크홀처럼 특출나게 웃긴 것도 아니고
엑시트처럼 재난 상황에 대비할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이제는 재난 영화에도 새로운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재난 영화가 가져갈 수 있는
대표적인 클리셰들을 빼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개중에는 팀원의 배신, 성별/나이/임무로 갈라치기,
서사 있는 캐릭터의 잔인한 죽음 등이 있을 텐데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것들을 죄다 뺐어요...
나름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시청자가 기대하는 거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달까요?
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믄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에 따르거나 떠나거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줄거리
기대했던 바와 실망했던 바를 함께 나열해 보겠습니다
#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에 따르거나 떠나거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캐릭터들은
정말 황궁아파트 주민이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퍼 줍니다
외부인을 숨겨 주다 걸렸어도
200번 죄송합니다!! 만 외치면 다시 주민이 될 수 있게 해 줘요
저는 인간의 잔혹함은 끝이 없다는 걸 보여 주려고
내쫓는다거나, 죽인다거나, 심지어 먹는 걸 상상했거든요
혹은 노예로 부려먹을 수도 있었겠죠?
황궁아파트는 정말 유토피아가 맞아요
주민 입증만 할 수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받아줄걸요
친구랑 얘기하다가 나온 건데
월세, 전세로 아파트에 들어온 주민이 있고
그 집의 집주인이 나타나서 빚는 갈등도 재미있었을 거 같아요
# 영탁(세범)을 향한 비난
영탁이 영탁이 아니라는(?) 건 영화 초반부터 많이 보여 줬죠
누가 봐도 황궁아파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잖아요
영탁의 신분을 밝히는 게 영화의 절정일 거라 기대했는데
갑자기 외부인들이 처들어오면서
영탁의 신분에 대한 건 갑자기 상관이 없어지게 돼요
모두가 영탁을 쫓아내려고 해서
아파트 vs 영탁 이런 구도로 가는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 민성-명화 관계성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딱히 빌런이 없다고 생각해요
굳이 말하자면 명화가 빌런입니다 ㅋㅋ
남편은 목숨 걸고 바깥 세상 나가서 시체 뒤지는데
외부인 숨겨 주는 집안에 음식 퍼다 주질 않나
일 그만하고 그냥 살자며 징징대질 않나...
물론 도덕성, 인간성을 보자면 최고겠죠
하지만 영화 내에서 고구마 백 개 먹은 캐릭터 ㅠㅠ
암튼 캐릭터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민성-명화 부부 관계성보다는
각자의 캐릭터에 치우친 줄거리 위주로 전개해서,
그러다 마지막에만 슬프게 죽어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사실 슬픈 감정을 느끼기엔
다정한 부부로 보이게 할 만한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 혜원의 역할
박지후 배우님이 항상 같이 무대인사를 도시기에
영화 내에서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하겠거니 했어요
영탁의 신분을 밝혀 주는 증인인 역할... 밖엔 없었죠
그마저도 너무 허무하게 죽어 버렸고요
그 정도 역할은 명화가 충분히 해낼 수 있었지 않나요?
# 부녀회장의 역할
부녀회장은 리더십 있고 전면에 나서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이 부녀회장은 영화 내용상...
리더십 있는 척지만 내로남불에 이기적인 인물이었어야 합니다
16세부터 60세 남성은 방범대로
외부에 나가서 식량을 구해 오는 역할을 하는데요
부녀회장의 미성년자 아들도 방범대 역할을 해야 해요
이때 부녀회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아들을 빼내고, 우리집만 좋은 거 먹고 이러는 게...
그 갈등이 점점 커져 절정에 이르렀을 때 팡하고 터졌을 것 같아요
그러다 아들이 죽게 되었을 때도
부녀회장과 방범대간의 갈등이 눈에 보였을 거 같고요
문제점을 짚어 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보입니다
캐릭터가 많은 데 비해 제역할을 다하는 인물이 없다는 거죠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 외에도
황궁아파트에 몰래 숨어든 엄마와 아들
외부인을 숨겨 줘야만 했던 혼자 사는 남자
황궁아파트에 가장 오래 산 노부부
외부인과 싸우다가 배에 칼을 맞은 남자
등 클리셰로 이어가다 눈물샘 폭발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정말정말정말 많이 나왔거든요
툭하면 우는 저인데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유일하게 울었던 부분은
노부부가 외부인 숨겨 주다 걸려서 사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겨우 20초 남짓한 씬이었고요,,
감독님이 클리셰를 따라가기 정말 싫으셨던 게 아니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캐릭터를 하나도 못 살린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예고편만 봤을 때는
황궁아파트 주민 vs 외부인 으로 세력이 나눠지는 줄 알았어요
'황궁아파트에 숨어든 외부인'이라는 캐릭터는 신선했지만
그 스릴 있고도 어려운 구도를
매력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줄거리가 아닌 영상미를 따져 보고
영화관에 가서 볼지 말지 정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영화값이 15,000원이나 하기 때문에 ㅠㅠ
그렇게 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15,000원까진 아니고... 10,000원 정도면 보기 좋습니다
저는 무서운 걸 정말정말 못 보는 사람인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너무 무서웠어요
칼에 찔리고 바둑판으로 사람 죽이는 장면도 무섭지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여 주는 장면이 많거든요
시각적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스토리: 2/5점
*연출: 3/5점
*영상미: 4/5점
*연기: 5/5점
*OST: 1/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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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갱> -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켈리 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2019)
개봉일 : 2021.08.31 (한국 기준)
감독 : 저스틴 커젤
출연 :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찰리 허냄, 션 키넌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혹시 Ned Kelly(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편의상 호주로 표기)에서 활동했던 은행강도인 네드 켈리. 네드 켈리가 왜 유명한가 하면 그는 단순한 도둑이 아닌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핍박하는 자들의 물건을 훔치던 의적이자 공권력에 저항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의 막강한 힘에 눌려 폭력과 불평등함으로 점칠 된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저항했던 영웅이자 공권력이 가장 제거하고 싶어 했던 범죄자 네드 켈리. 그는 호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홍길동과 임꺽정과 같은 인물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조지 맥케이 배우 덕분이었다. 그가 영화 <1917>의 히로인으로 주목받던 해, 자연스레 조지의 진중한 연기에 빠져들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던 중, 내 시선을 순식간에 빼앗은 작품이 몇 개 있었다. 거친 표정과 단단하게 다져진 몸, 날카로운 눈빛. 지금껏 봐왔던 조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 강렬하게 다가온 네드 켈리의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온갖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일까.”, “네드 켈리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알았을 땐 영화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때였고, 솔직히 무자막으로 볼 용기는 또 없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사진들을 찾아보며 속칭 존버-를 했다. 그리고 존버는 승리한다더니, 2021년 여름의 끝자락. 네드 켈리를 만났다.
<켈리 갱>엔 위에서 소개한 인물, 네드 켈리의 불안정했던 유년시절과 저항 정신을 가득 담은 켈리 갱을 창설하고 마지막 전투를 벌이던 26살까지. 그의 생애가 담겨있다. 투박한 글체로 적어내려간 네드 켈리의 편지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우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딘가 아쉬웠다. 아무래도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과 2시간으로 일부 압축된 영화는 근본적인 정보량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영화 <켈리 갱>은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조지 맥케이의 내레이션과 함께 천천히, 아주 깊게 훑고 지나간 유년시절 부분까지는 정말 좋았다. 어린 네드 켈리를 연기한 배우 올란도 슈워드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그 위에 얹어지는 조지 맥케이의 정갈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매력에 빠진 채 “이제 그토록 궁금해했던 네드 켈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가.”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초반부를 감상했다. 하지만 네드 켈리가 성장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그의 전투엔 비장함과 결의보단 흥분이 조금 앞서는 느낌이었다.
지배받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 지배자들에게 억압을 받으며 슬픔과 분노를 안고 자란 아이가 어떠한 계기로 각성을 했다기보단 갑자기 어느 날 폭발해버린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였다,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공들인 티가 역력했고, 배우들 또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롭고 놀라운 액션들을 보여줬으며 카메라 안에 담아낸 광활한 배경 또한 정말 멋졌다. 결말까지도 참 좋았는데,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기승‘전’.. 전에 해당하는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만일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네드 켈리라는 인물 또는 시대 배경에 대한 정보를 조금 훑어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그가 왜 이토록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포인트를 미리 알고 간다면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억압의 시대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평범한 시민이 되기 위해 거칠게 저항한 네드 켈리.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전설처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켈리 갱>은 용감한 시민 네드 켈리와 그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박수갈채를 담은 작품이다.
아쉬운 시점을 지나고 나면 약간의 벅찬 감정이 밀려오는데, 그 순간 정말 희한하게도 아쉬웠던 감정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와 같은 굵직한 배우진들의 연기 조합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누군가에겐 범법자로 낙인 되었던 그의 거칠지만 용감하고 진실된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조지 맥케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켈리 갱>을 추천한다.
켈리 갱 시놉시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야기는 1867년 호주. 네드 켈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진실과 거짓으로 뒤섞여 범법자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그의 일대기에서 진실과 거짓이란 이분법을 거둬낸 후 깨끗하게 다듬어 내놓은 인생의 시작점은 다소 휑하고 뻐근하게 다가온다.
나의 비를 막는 지붕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 엘렌은 아무리 파내려 가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해리 파워에게 네드를 제자로 팔아넘겼고 해리 파워와 함께 다니며 이 넓은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자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네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마리 짐승 같은 남자로 자라게 된다.
무능하게 살다 감옥에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아버지, 여러 남자들을 거치며 서서히 네드를 지키길 포기한 어머니. 아직 어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동생들. 먼지만 날리는 땅에 살고 있는 네드 가족을 억압하는 영국 경찰들까지. 어린 네드가 감당하기엔 세상은 너무 거칠고 불공평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빠르게 막을 내렸고 희망 또한 보이지 않았다.
신이 버린 땅에서 아버지를 잃고, 남은 가족들의 일부는 볼모로 잡힌 채 공권력 밑에 무조건 수그려야 하는 불합리한 삶. 네드는 이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 억압된 사회의 진실을 감추면 숨이 막힐 것이고 편안한 길을 찾아 거짓을 숨기면 삶이 서서히 부패할 것이니 그는 진실된 사회를 되찾기 위해 거친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네드는 원망스럽지만 잊지 못했던 가족들과 사랑에 빠진 여인 매리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경찰들에게 대항한다. 그는 어릴 적에 발견한 아버지의 드레스에 담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동생 대니와 친구 스티브, 오래된 절친 조니와 함께 흐드러지는 드레스를 입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네 명의 청춘들은 이 조직의 이름을 ‘켈리 갱’이라고 명했다.
네드는 부패한 공권력 대신 진실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소수의 힘으로 거대한 권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끝없는 도망 대신 맞서 싸우기를, 조용히 입을 닫기보단 우리의 역동적인 삶을 글로 남기기를 선택한다. 그는 평범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자신들의 피로 쓴 역사를, 신이 버린 땅이라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땅을 되찾기 위해 겪어야 했던 거친 여정을 틈틈이 적어나간다. 네드는 두서없고, 문법과 문장 규칙 따위는 하나도 배우지 못한 티가 역력하지만 후세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이 글을 자신의 미래인 아이에게 바친다.
광기와 날것의 분노가 가득했던 마지막 전투를 마친 네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 후 사람들은 네드가 남긴 기록을 보며 손뼉을 치고, 형장에 매달려 있는 네드의 모습에 박수 소리가 얹어진다. 이 박수는 네드의 후손들이 네드와 그의 삶에 보내는 박수갈채를 의미하려는 연출이 아니었을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남겨주고 싶었던 남자 네드 켈리. 거짓에 물들지 않은 진실된 그의 삶은 예상보다 더욱 거칠었고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그는 자신이 남긴 기록이 후손들에겐 낯선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 핍박받던 나의 삶이 나의 후손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라면, 이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어져선 안될 역사지만 여전히 잊히기만 하고 사라지진 않고 있는 강자의 압제와 폭력들. 안타깝지만 그가 원하던 세상은 아직 완전하게 도래하지 못한 것 같다. 남은 건 그가 미래라고 칭했던 우리의 몫이니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로 물든 저항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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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정치를 웃으며 소비하기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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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정직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답답하다. 정치인은 누구보다 정직해야 할 사람들이지만, 대개는 그들의 말을 듣고 50% 이상 구라일 거라 생각하게 된다. 2017년 3월 10일, 헌정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그리고 2022년 3월 10일에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갑자기 영화 <정직한 후보>를 꺼내어 본 건 정치로 인한 속시끄러운 상황이 주는 피로감 때문이기도 했다.
앞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였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공통점은 여성 정치인을 앞세운 이야기라는 점과,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를 풍자했다는 점이겠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 이정은은 전 문체부 장관이 성추문으로 사퇴하는 바람에 문체부 장관 자리에 오른다. 이정은의 남편 김성남은 직업이 지식인이다. 무직이라는 이야기다. 이 남편이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가상의 도시인 탄현시의 3선 후보 주상숙은 전형적인 정치인이다. 전형적이라 함은 서민코스프레, 약자를 위한, 그런 거. 그런 주상숙도 처음에는 보험회사의 꼼수약관을 파헤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선한 의도로 시작하였으나 4선을 앞둔 지금, 주상숙의 모습을 살펴보자.
주상숙 정치의 상징과 같은 '김옥희 여사'는 주상숙을 키워준 할머니다. 할머니가 죽고, 주상숙은 할머니의 유산으로 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을 공부하게 해주겠다며 옥희과학대를 설립한다. 주상순의 재산은 20평대 아파트가 전부.
하지만 할머니는 살아있었고, 옥희과학대는 가난학 학생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부잣집 자제들의 학점을 위해 가난한 학생들이 희생되는 구조였고, 주상순이 보여주는 20평대 아파트는 쇼룸이며 실제 거주하는 으리으리한 저택이 있었다. 그것도 건설사의 로비로 받은. 모두 다 거짓말이다. 거짓말로 3선을 이어온 것도 대단하다.
TV에서 서로 물어뜯던 후보들은 사실 짬짜미로 밀어주기를 하고 있었고, 주상숙은 자기를 밀어주는 대가로 주식 정보를 알려준다. 밀어준다는 것도 사실 원정출산, 아들의 병역비리 같은 이슈를 묻어주는 쪽이다. 지저분함으로 우열을 따질 수 없는 이 정치인들은 서로간의 몰카도 서슴지 않는다. 항상 이 몰카가 담긴 USB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 이정은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차정원도 김성남 납치사건의 전말이 담긴 USB를 확보한다.
사학재단 비리와 토건 비리, 병역회피를 위한 원정출산, 짬짜미 밀어주기... 우리가 너무 자주 들어왔던 키워드들이 아닌가. 몇몇 떠오르는 인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전형적인 정치인 주상숙이 별안간 '정직한 후보'가 된 것은 샤머니즘 때문이다.
죽은 사람으로 산속 깊은 곳에 틀어박혀 살면서 상숙이가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는 김옥희 할머니의 소원과, 유명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주상숙의 바람과, 소원을 빌며 쌓아올린 석탑에 꽂혀버린 번개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주상숙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저주(또는 축복)에 걸려버린다.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상숙은 입만 열면 폭탄 투하다.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진실들은 지금까지 위선으로 쌓아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그러자 주상숙 캠프는 아예 선거 전략을 '정직한 후보'로 내세운다.
하지만 김옥희 할머니가 살아있다는 걸 약점삼은 상대편 진영은 주상숙에게 후보 사퇴를 종용한다. 주상숙의 수행비서는 몰카 업자를 찾아가 딜을 하고, 별안간 정신을 차린 주상숙은 USB를 기자에게 넘기고 자신도 감옥에 간다. 그런데 하필이면 업자가 주상숙 파일인 'JOO' 대신 'ZOO'를 건네고 마는데, 여의도 정치인들의 짐승 같은 행태가 몽땅 담겨 있는, 말 그대로 동물원 파일이었다.
주상숙이 감옥에 다녀오고, 정말 크게 가진 것 없이 살게 된 주상숙 가족. 여전히 남편과 아들은 무위도식한다. 주상숙은 군소정당(또는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남편과 아들은 물을 떠놓고 제발 주상숙이 예전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빈다. 그때, 주상숙이 거짓말을 잃어버렸던 때처럼 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주상숙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곧 개봉될 <정직한 후보2>에서 기도빨이 먹혔는지 안 먹혔는지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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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정의롭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세를 얻고 돈을 만지기 시작하면서도 변하지 않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존경스러운 이들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욕먹는 이들도 있다.
<정직한 후보>는 '그놈이 그놈인 건 다 알고 있는데,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하지 마라'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작은 주권자들의 소망을 담았다. 서로 더 좋은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로 끝장을 보는 선거와 각종 비리 종합세트, 돈이면 다 된다는 천박한 일 처리방식까지, K-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꽤 피곤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다. 2020년에 나온 이 영화에 등장했던 모든 불법과 비리들이 2022년에도 똑같이 언급되었다고 생각하면 암담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진보하기를 바랄 뿐이다.
관람 포인트
1.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김수진 비서(이학주)가 멋있었듯이, <정직한 후보>의 박희철 비서(김무열)도 멋있다.
2. 라미란의 연기는 말해서 뭐하겠나.
3. 좋은 풍자. 더러운 현실을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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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였던 엄마의 고백
-로스트 도터-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사랑'을 영화로 만든다기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별조차 불분명한, 실명조차 확실치 않은 엘레나 페란테의 아름다운 글을 어떻게 스크린에서 구현해낼지 궁금했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잔잔한 수면 아래 요동치는 소용돌이 같은 영화다. 레다 역의 올리비아 콜맨의 눈빛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보여줬고 젊은 레다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의 극사실주의적 연기는 온전히 경이로웠다. 영화는 엄마이자 여자로서 모든 것을 다 잘 해내고 싶었지만 불완전한 자신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레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그리스의 어느 해변으로 홀로 휴가를 떠난 레다 앞에 미모의 젊은 여성 니나(다코타 존슨)가 눈에 띈다. 니나가 아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던 레다는 쉽지 않았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대학 교수 레다는 학업과 두 딸의 육아를 병행하는 고된 나날을 보냈다. 레다는 이제 훌쩍 커버린 자신의 딸들을 떠올리며 "자식은 골칫덩어리"라고 니나에게 말한다. 옛 기억 속에서 마주하는 원색적인 진실들과 함께 레다에겐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베일에 싸인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스크린에서 소름 돋을 만큼 정확히 재현한다. 엄마이자 여성이며 희생과 욕망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의 여운은 아주 오래 지속된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며 이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이 되면 주인공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지지 않을까? 유명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것이 더욱 놀라움을 선사한다. 또 하나의 배우 출신 명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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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고는 없어도 고향 같은 곳, 파주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보다는 영화 내용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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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매년 겨울 파주에 있었다.
처음 파주에 갔던 기억. 2008년쯤 되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공부하는 친구네 고시원에 끼어서 하룻밤을 잤다. 그 다음날에는 파주라는 곳으로 갔다. 그때는 서울에서 파주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전철을 타고 어느 역에 내려 하염없이 걸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헤이리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헤이리마을에 도착하자 진눈깨비는 폭설로 바뀌었다.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어느 카페에 앉아 커피를 시키기로 했다. 계산을 하려고 가방을 뒤져봤는데 지갑이 없었다. 그랬다. 내 짐은 서울역 물품보관함에 있었다. 그때는 삼성페이도, 카카오페이도 없고, 폰뱅킹 계좌이체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눈밭을 하염없이 걷다가 마음씨 좋은 노부부가 나를 지하철역까지 태워다주시지 않았더라면 나는 파주에서 얼어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 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헤이리마을로, 출판도시로 일하러 갔다. 파주는 11월부터 칼바람이 불었다. 파주-시베리아라는 '파베리아'도 모자라, 그냥 북한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그 사이 무슨무슨 페이들도 생기고 OTP카드 없이 계좌이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은 이렇게나 빨리 변하는데 파주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눈길을 헤매던 나도 이제는 합정역에서 능숙하게 2200번을 타는데 말이다.
파주는 춥고, 저너머에 북한이 보이고, 퇴근시간 자유로는 어김없이 막히고, 책이 아주 많다. 언제나 그렇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것, 바로 책으로 이루어진 도시, 파주출판도시.
통계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많이 안 읽는다. 문맹률은 낮지만 문해력은 떨어지고, 사흘이 왜 3일인지, 금일이 왜 오늘인지 모르는 사람들과 그 단어를 아는 사람들을 배려도 재수도 없다고 공격하기까지 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저 거대한 북센 건물과 지혜의숲과 규모는 작지만 건물이 아기자기 예쁜 출판사들은 여기에서 뭘 하나.
책이라는 무거운 짐을 대신 지어주고 있나.
이사를 많이 다녀본 사람은 알 거다. 이사할 때 가장 골치아픈 건 대형가전과 대형가구가 아닌 책이다. 고작 원룸이사라도 책이 많으면 추가비용을 받는다. 책은 너무 무거워서 한번에 많이 운반할 수도 없다.
몇 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캐리어에 책을 실어 중고서점에 팔았는데, 팔아봐야 천 원밖에 안 쳐준다.
파주에 가면 자본주의에 굴복한 내 지적허영심이 채워지는 것만 같다. 웅장한 서가와 갖은 종류의 책들을 눈으로 훑으며, 언젠가는 이렇게 책을 쌓아두고 살아도 이삿짐센터에게 혼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책을 만드는 일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문학을 사랑하고 철학을 탐구하고 지식을 흡수하는 사람이 사라진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아무리 종이책의 종말을 이야기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파주출판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과 뜻을 합쳐 건축가가 모였다. 국가예산을 따고 땅을 고르고 조합원을 찾고 건물을 올리는 지난한 과정들과, 하나의 가치만을 위한 위대한 계약.
1단계, 2단계를 거치며 오직 선(善)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룩한 도시.
이 과정에서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열화당은 미술전문서적을 만드는 출판사인데, 예전부터 내적 친밀감이 있다. 그외에도 한길사 김언호 대표 등 출판단지에서 노동을 했다면 들어봄직한 분들이 출판단지를 만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쓰셨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나는 그분의 제자가 아니지만)과 여러 건축가들이 출판단지 건물을 설계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다음에 출판단지에 가면 예사로 봤던 건물들이 달라보일 듯하다.
파주는 꼭 고향 같다. 내 고향은 따뜻한 남쪽나라인데... 가기 싫지만 막상 가면 좋기 때문일까. 파주에서 여유롭게 무언가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 고향도 나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서 비슷한 느낌일까. 그곳들은 항상 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나는 항상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았다 . 그러나 고향은 고향이라 그저 가면 좋고 안 가면 생각난다.
우리가 만약 통일을 하게 된다면, 강맑실 대표가 개성까지 자동차로 갔던 것처럼 북한 사람들이 차를 타고 내려와 가장 먼저 만나게 될 풍경이 바로 출판도시이다.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활자와 영상을 교류하게 될 거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해금이 되고 나서 북한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봇물터지듯 이루어진 것과 비슷할까. 지금 우리는 백석의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자본주의의 논리로 높게 쌓아올린 건물이 아니라 심학산 능선을 따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화와 문학이, 영화와 예술이 자기의 할 일들을 하고 있는 마을. 나는 그 고요를 좋아했다. 내 고향 바닷가 사람들이 거칠다고 하지만 부두는 언제나 적막했다.
파주에는 철새가 있고, 습지가 있고, 장단콩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빵집이 있고, 맥주집이 있고, 메밀국수집이 있다. '위대한 계약'이 아니었더라면 돈을 벌러 파주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파주에서 돈을 벌어 맛있는 걸 많이 사 먹었다.
<위대한 계약>은 파주 출판도시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우리나라처럼 독서인구가 적은 나라에 책의 마을이 생기게 되었는지, 그것을 위하여 무엇을 포기하였는지, 무엇과 싸워야 했는지, 얼마나 치열해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평소 2200번 버스 좀 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영화이고, 파주출판도시에 가 보지 않았다면 한번쯤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 영화이다. 파주 가고 싶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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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리뷰 - 아버지 부조금으로 장례식장을 노름판으로 만든 불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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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는 반드시 온다!
한때는 잘나가던 큰형님 `호성`(손현주).
8년 만에 출소해 보니 남보다 못한 동생 `종성`(박혁권)은 애물단지 취급이고,
결혼을 앞둔 맏딸 `은옥`(박소진)과 오랜만에 만난 아들 `동혁`(정지환)은
`호성`이 부끄럽기만 하다.
아는 인맥 다 끌어 모은 아버지 장례식에서
부조금을 밑천삼아 기상천외한 비즈니스를 계획하며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데…
그런데…! 하필이면 세력 다툼을 하는 두 조직이 이곳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닌가!
때마침 눈치라고는 1도 없는 `호성`의 친구 `양희`(정석용)가
술에 취해 오지랖을 부리는데...
일촉즉발! 수습불가!
과연 X버릇 남 못 준 `호성`에게 봄날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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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맨, 넷플릭스에서 보기 아까운 액션 영화
?Rabbitgumi 입니다!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감독인 루소 형제가 마블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이번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그레이맨이라는 영화로 돌아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하고 있는 액션영화인데요,
꽤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여서 극장에서 선 공개 되었어요.
넷플릭스가 엄청난 금액인 2억 달러를 투자한 영화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https://rabbitgumi.stibee.com/
브런치는 아래 링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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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쿠라우> 30초 예고편
미지의 땅 ‘바쿠라우’.
마을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지는데…
이곳에 절대 발 들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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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공식 티저 예고편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8월 23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