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5-10-07 22:21:02
아는 맛으로 빠르고 통쾌하게~
<야당> 리뷰
아는 맛이 무섭다는 건 진리인 듯하다. <야당>은 마약 수사판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를 활용하는 신선한 접근법이 눈에 띄지만 기존 마약 범죄를 다뤘던 국내 영화의 레퍼런스 장점을 가져와 익숙한 맛으로 승부한다. 기시감은 들고, 특별함은 적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빠르고 통쾌하다.
강수(강하늘)는 잘 나가는 야당(마약을 하는 놈과 그걸 잡는 놈을 엮어주는 일종의 마약 브로커)이다. 처음부터 야당이었냐고? 그건 아니다. 대리운전하던 그는 누명을 쓰고 마약 투약자로 수감됐는데, 그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안달 난 검사 구관희(유해진)를 만나 야당이 된다. 강수의 노력에 관희는 탄탄대로 승진을 하고, 이들은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된다. 한편,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은 강수 때문에 매번 허탕을 치고, 강수와 관희와의 관계를 파고든다.
영화는 마약 사건을 중심으로 검사와 야당, 마약 수사대 경찰이 서로 속고 속이며 복수를 감행한다. 관희는 자신의 승진을 위해 벼랑 끝에 있는 강수를 이용하고, 강수는 그런 관희를 철석같이 믿으며 야당 짓을 신나게 한다. 그러고 보면 강수도 나쁜 놈인데, 참 순진한 청년이다. 누가 차가운 사회에서 맨입으로 도와 다 꿍꿍이가 있고, 써먹을 구실이 있기에 도와주는 거지. 아무튼 이렇게 관희에게 배신당한 강수와 관희에게 일격을 당해 교도소까지 수감되는 상재는 손을 잡고 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관희를 잡기 위해 손을 잡는다.
영화는 단순 복수극의 영역을 넘어 정경계의 비리까지 확장한다. 그 시작은 막강한 대선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의 등장이다. 출세를 1순위로 생각하는 관희에게 조훈은 법보다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을 일깨워주면서 그 안에 편승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로 인해 전반부 팽팽했던 관희, 강수, 상재의 삼각관계는 끊어지고, 재편된다.
그 영역이 넓어진 큼 후반부 몰아치는 관희의 추락 쾌감이 꽤 크다. 강수와 상재의 공조가 만들어낸 검사와 약쟁이 대선 후보 아들 나락 보내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유추가 가능함에도 통쾌하기 그지없다. 검사 권력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리는 풍자 장면들은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니까.
앞서 소개했듯이 야당은 마약을 소재로 범죄물의 루트를 오롯이 따라간다. 상재 빼고 모두 나쁜놈들이기는 하지만 명확한 선악 구조로 예상가능한 지점에 도착한다. 감독은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피드를 선택했다. 동일 장르 영화와 달리, 전개가 정말 빠르다. 황병국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스마트폰을 보지 못할게 만들기 위해 빠른 전개를 택했다고 할 정도로 스피드가 F1급이다. 그 가속력으로 밀고 나가며 후반부 통쾌함까지 주게 된다.
또 하나는 바로 강하늘이다. 야당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옷에 입은 그는 극 중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초반 야당을 소개하며 마약사범을 일망타진하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더불어 마약과 범죄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강하늘 특유의 경쾌함이 극을 환기시키며, 관객을 계속 따라오게 만든다.
아는 맛을 무섭지만, 조훈 캐릭터가 너무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 마약 투약 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한 수진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그렸다는 점, 마약 난교 파티의 선정성은 눈에 밟힌다. 그럼에도 마약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엔 충분하다. 다 알지? 마약 하면 인생 종친다!
덧붙이는 말
황병국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극중 검사 부속실에 소훼난파(巢毁卵破)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를 걸려있다. ‘둥지가 부서지면 그 안의 알도 깨진다’는 의미다. 여기서 둥지는 법, 알은 국민을 의미한다. 영화를 보면 관희, 그리고 그 부속실에 있는 고위급 검사들에게 이 문구의 의미는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냐고? 그야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평점: 3.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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