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5-10 13:41:16
바로 지금이야, 놓치지 마
존 카니, <싱 스트리트>
코너는 라피나와 함께 배를 타고 런던으로 간다. 코너의 형 브랜든은 벅찬 환호성과 함께 멀어져 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형은 동생이 현실의 벽에 막혀 포기해야 했던 자신처럼 되지 말길 바랄지도 모른다. 브랜든은 코너를 향해 토해낸다. 너는 막내로 태어나서 편하게 내가 닦아놓은 길을 걸어왔잖아. 나도 한때는 기타를 치며 사람들과 놀고 달리기도 잘했다고.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나보고 약쟁이에 대학 중퇴자래. 나도 열정 많은 사람이었는데. 형은 열정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의 한순간을 돌이켜본다. 존 카니의 <싱 스트리트>를 보고 나면 가슴속에 처박아뒀던 먼지 쌓인 꿈을 꺼내보고 싶다. 자신이 꿈꾸던 삶에 가닿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모두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포기하고 대안을 찾으며 꿈꾸던 삶과 멀어진 채로 일상을 버텨낸다. 그때 조금 더 해볼걸, 포기하지 말고 고집부려볼걸. 많은 이들이 후회와 미련이 뒤얽힌 복잡한 마음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고 살아간다.
젊으니까 그런 거라고?
코너와 라피나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자 비가 쏟아지고 파도가 몰아친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는다. 꿈을 향한 이들의 길에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문제 될 게 없다. 사실 코너가 부럽다.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와 접점을 만들려고 계획에도 없던 밴드를 덜컥 만드는 코너가 부럽다. 네가 라피나를 런던에 데려다주면 어떠냐는 에이먼의 말에 황당해하지 않고 비행기 표는 얼마냐며 끝내 배를 타고 그녀를 런던으로 데려가는 코너가 부럽다. 소년은 거침없이 본능과 직감을 따르며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다. 무언가를 시도했다가 잘못된다 하더라도 이번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될 거야, 라면서 포장해버리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더 코너 같은 사람이 부러운 걸까. 아니 정확히는 뭘 해도 용인되는, 젊음의 기운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부러운 걸까.
인생은 길고 젊으니까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빙빙 돌아가도 절망하지 말라는 어르신들의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떠안고 있는 것들을 쉽게 떨쳐내고 새로운 삶에 도전할 만큼 단순한 세상을 살고 있지 않다. 그런데 코너를 보고 있으면 사실 이런저런 얘기들은 전부 핑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코너만큼 과감하지 않고 현실적이라 늘 걱정을 안고 산다. 그게 코너와 나의 차이다. 코너는 젊으니까 저렇게 손발 가는 대로 행동하지, 라는 말들은 어쩌면 잘못된 건 아닌가. 그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본능을 따라 여러 시도를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코너라서 그런 거고, 나이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공연, 코너는 분위기를 깨고 발라드를 부르려고 한다. 팀원들이 진심이냐고 되묻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다. 코너는 그 순간을 놓치기 싫었다. 그때 그 곡을 불러야 원하는 대로 무언가 이뤄질 것만 같은 기분일 테니까. 그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다. 가슴속에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코너는 늘 기회를 잡지만 나는 기회를 떠나보낸 적이 많았다. 그런 코네와 라피나가 만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코너는 그녀에게 왜 물에 빠졌는지 묻는다. 우리 작품을 위해서야. 절대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대답. 코너와 라피나는 아직 새파랗게 젊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본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것들로는 이들의 희망찬 런던행을 뒷받침할 수 없다. 그들은 그냥 그런 사람들이다. 눈앞에 찾아온 기회를 그냥 떠나보내지 않는다. 그들은 과감하고 행동력이 강하며 꿈을 향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고 각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
<싱 스트리트>는 사랑과 꿈에 청춘 감성의 밴드 음악을 존 카니의 입맛대로 입힌 영화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감독의 위트 있는 권고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꿈꾸던 것들, 하고 싶던 것들을 묻어두거나 잊은 채 일상에 전념하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존 카니가 말한다. 원하는 게 있다면 지금 해보라고. 꿈에 닿으려면 찾아온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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