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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한국 영화 <브로큰>이 개봉합니다.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주목받았던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하정우, 김남길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최근 스크린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이었던 두 배우가 과연 <브로큰>으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무시무시한 뒷심을 발휘해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또다른 웰메이드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1972년 9월 5일, 방송 역사상 최초로 테러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일을 다룬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 개봉합니다.
앞서 1월에 파트1이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도 빠르게 파트2로 돌아왔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 보러 가볼까요?
브로큰
NOCTURNAL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99분
감독: 김진황
주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개봉: 2025.02.05.
배급: (주)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느 날 하나뿐인 동생 '석태'가 시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생의 아내 '문영'은 자취를 감췄다. 동생이 죽고 진실이 잠든 밤, 분노가 깨어났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민태는, 자신과 같은 흔적을 쫓는 소설가 '호령'을 만나고 그의 베스트셀러 [야행]에서 동생의 죽음이 예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얽혀버린 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형제가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까지 개입하며 서로가 서로를 쫓고 민태는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한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개요: 스릴러 | 독일, 미국 | 95분
감독: 팀 펠바움
주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벤 채플린, 레오니 베네쉬
개봉: 2025.02.05.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2
Dead Dead Demon's Dededede Destructi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토모유키 로카와
주연: 이쿠라, 아노, 시마부쿠로 미유리, 오오키 사에코, 와키 아즈미, 시라이시 료코
개봉: 2025.02.05.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줄거리
"거대 우주 모함이 드리운 도쿄의 하늘!
서로에게 절대적인 '카도데'와 '오란'의 캠퍼스 라이프!
지구가 망해가는 가운데, 대학생이 된 '카도데'와 '오란'. '오란'은 신비한 소년 '오바'와 재회하고 운명의 시간을 직감하게 되는데... "오란, 이제 곧 침략자도 인간도 모두 죽어…"
마침내 맞이하게 된 멸망 D-DAY!
"네가 여기에 있으면, 나도 거기에 있을 거야"
고양이키스 : 당신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Cat Kis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황수빈
주연: 오동민, 류아벨, 신수아, 강정민
개봉: 2025.02.05.
배급: (주)모토
줄거리
“크리스마스 선물, 고양이로 해주세요!”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동화 작가 ‘용희’. 아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업실에 들어갈 때마다 과호흡 증상이 일어나 오랫동안 그 방을 닫아둔 채 방치한다.
어느 날 그곳에서 ‘재인’이 몰래 숨겨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고,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목수 ‘로언’은 그 방을 고양이 방으로 꾸미자는 제안을 한다. ‘용희’는 고양이를 책임져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마지못해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재인’과 ‘로언’의 도움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시작 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용희’는 조금씩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의 온기를 되찾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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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입니다만
영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말하게 되는 부분인데 픽션을 볼 때에는 어느 정도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미나리>를 보고서 '우리의 뿌리는 소박하지만 위대했다' 같은 결론을 내린다던가, 결국 제이콥과 모니카가 같이 잘 살았을까 같은 해피엔딩을 유추한다던가, 냉전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베이비부머들처럼 '부모님들이 저렇게 고생해서 우릴 키웠다'라고 눈물을 훔친다던가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런 감상들을 느낄 수야 있겠으나 어느 정도 영화를 꽤 많이 봐 온 일정 나이 이상의 성인이라면 그런 개인적 감상과 영화가 보편적으로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분리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의 픽션들의 트렌드인 것 같기도 한데, <미나리> 또한 어떤 특정 페이소스를 자아내기 위한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그저 개인적인 역사의 이야기를 사뭇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묘사한다. 그 가운데에서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격동은 있지만 그것이 어떤 영향과 의미를 가졌는지 작품 속에서 굳이 풀어서 설명해 주지 않는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 영화를 보고 거진 "심심하게 끝났다" 혹은 "결말이 의아했다" 같은 평을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이민자들에게는 좀 더 감정적으로 건드려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입장이 아니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것은 자뭇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가 아니라 스티븐 연의 연기다. 윤여정과 한예리가 정말로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의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반면 스티븐 연의 한국어는 그냥 교포 말투 그 자체다. 정이삭 감독의 묘사와 연출이 얼마나 정확하냐면, 그렇게 어눌한 번역투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스티븐 연의 연기를 통해서도 땅과 자기 일(그니까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사업 그 자체)에 집착하며 개인적 만족과 자아실현을, 자신이 꾸려놓은 가정보다 우선시하는 답 없는 구시대 한국 아버지의 모습을 너무 정확하게 전달했다는 점이다. 제이콥의 모습을 보며 사업 트라우마에 시달린 한국 가정 구성원들이 아마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나리>는 굉장히 한국 문화의 일종의 헤리티지를 예리하게 담아낸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노릇을 하는 제이콥의 모습 외에도 외할머니가 자기의 집으로 데려가거나 혹은 아예 딸의 집에 와서 손주들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보편화된 보육 형식인 나라도 아마 한국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가부장적인 문화적 습성 때문에 한국에서는 부계 쪽 조부모들은 어떤 집안의 문화나 재산을 물려주는 존재로 인식되고 모계 쪽 조부모들은 보육이나 가사 등 좀 더 노동에 가까운 자원을 제공해 주는 조력자로 인식되곤 한다. 흔히 '헤리티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그래서 어떤 가풍이나 그의 뼈대가 된 재산과 성씨를 물려받은 집안의 이야기를 주로 한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외가댁은 이런 집이었다,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는데 사실 따져 보면 외할머니가 어릴 때 키워준 사람들 손 들어 보라고 하면 최소 10명 중 4명은 손 들지 않을까 싶은 한국에서 정말로 가족의 헤리티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외할머니를 포함한 모계 조상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켄 리우의 소설집 <종이 호랑이>는 <미나리>에 비해 좀 더 '아시아적'인 서사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 효도하지 않던 아들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후회막심에 눈물 흘린다는 전래 동화는 유치원 때부터 동양인들이 지겹게 들어오던 것이다. 어쩌면 그 전래동화의 21세기 형 리메이크려나. <종이 호랑이> 뒤로 이어지는 수 많은 단편들에서도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중화권 문화에 기반한, 완전한 당사자의 입장(authentic)보다는 이민자가 느끼는 몇 다리 건넌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인식을 묘사한다.
판데믹 시대에 아시안(이라는 단어로 하나로 묶이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에 대한 인종차별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원래부터도 꾸준히 이야기돼 왔던 것이지만 자극적 사건이 터져야만 주목하는 대중들의 성격 상 2020년~2021년이 기점으로 느껴진다. <기생충>과 <미나리> 같은 영화들이 미국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그렇다. 그들은 무엇이 '아시안 헤리티지'를 대변하고, 그것이 결국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아시안 헤리티지'란 것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데서부터 메타적으로 차별성이 들어있는 것이다. 1 세계에서 아시안이라는 단어에 코카서스인인 인도, 중동 사람들까지 포함해 부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백인들을 대상으로 아시안들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정답은 '아무것도'다. 꼭 아카데미를 타지 않아도(나도 <기생충> 재밌게 봤음, 쿨병 걸린 매국노 아님) 그래미를 수상하지 않아도(BTS 좋아함 다이너마이트 완창 가능), 그러니까 "꼭 K-문화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지 않아도"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할 권리가 있다. <벌새>가 영화사에 남을 위대한 페미니즘 서사였던 것처럼,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집단의 영혼을 대변할 수 있다. 아카데미와 그래미가 아니더라도, 논밭에 집착하는 한국 아버지와 마사지샵에서 일하는 한국 어머니도 문화의 일부고 집단의 속성을 대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변은 그 누구도 설득할 필요가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냥 존재일 뿐 타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아시안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 및 다른 여타 소수자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물론 윤여정 배우님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면 한국인 여성으로서 기분은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나리가 아카데미 무관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고 아쉬울 것도 없다. 애초에 백인 할아버지들이 만든 시상식이 영화계를 과잉 대표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도 정론이 된 지 오래인데, 한국인들의 귀염둥이이자 아시안 스피릿의 수호자가 된 봉준호 감독도 오스카는 로컬이라고 단언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수상 결과에 기뻐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총에 맞거나 평생을 더 가난하게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몇 억 명인 세상에서 우리가 그들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것이 더 세상을 바꾸는 데에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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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서 보내는 응원
"나이 드니까 눈물만 많아져. 어쩐지 눈물이 나네." 같은 말에서는 괜스레 낙엽 냄새가 난다고, 그러니 내 입에서 나오기엔 좀 방정맞은 것 같다고, 아마도 십대쯤이었던 나는 생각했다. 삼십 대에 들어선 지금도 자신이 그런 말을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내게 그런 말을 했던 이들이 왜 저런 문장을 골랐는지 알 것 같은 순간들이, 가끔 그 비슷한 말이 슬쩍 떠오르는 날들이 있다. 이전에는 무심하게 넘어가던 일들이 실은 여상하지 않음을 깨달아가는 탓이다.
꽃 한 송이 피는 순간이나 새 살이 돋아 상처가 아문 자리는 어쩜 그리 경이로운지. 남들 다 하고 사는 일 중에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들이 많은지. 반쯤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 느낌을 즐기며 천문학 책을 읽어보는데 중력이나 관성 같은 개념은 어쩜 그렇게 신비로운지. 모두 다 이전에는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두 번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 깨달음이 켜켜이 쌓인 자리에 무언가 와 닿았을 때, 그래서 물방울이 터지듯 눈물이 훅 고일 때, 그럴 때 우리는 "어쩐지" 눈물이 난다고 한다. 기실 이게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걸까 곰곰이 따져보고 생각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그 모든 것을 '나이 드니까', '어쩐지'라고 해도 자연스러울 만큼 많은 시간을 그렇게 허덕허덕 보내고 있는 것이다.
윤이형 작가의 <작은 마음 동호회>에 수록된 단편을 읽다가 그렇게 "어쩐지" 울컥한 장면이 있다. 어떤 자매의 이야기였는데, 동생에게 생긴 큰 변화를 엄마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언니가 엄마의 입장을 헤아려보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장면이었다. 버는 돈 대부분을 책과 영화에 쏟아내며 사는 자신의 존재는 엄마에게 어떨까 생각하는, 뭐 대략 그런 문장이었다. 전철 한가운데서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눈물이 터졌다. 어쩐지 울컥하네. 그리고 마침 전철 한가운데였으므로, 종점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있었으므로 그 "어쩐지"의 정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건 내가 가진 불안과 맞닿아 있었다. 세상이 말하는 안정적인 것들과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스스로를 보면서, 엄마도 아빠도 눈치를 주지 않건만 괜스레 눈치 보게 되는 때가 있었던 것이다. 십대 때처럼 대단한 입신양명을 꿈꾸는 건 아니라 해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니 하는 세간의 말에 나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아씨들>의 조가 그 '세간'과 반대로 가는 삶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였다면,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은 그 걸음조차 흔들리는 그대로 괜찮다고 끌어안아준다. 좋은 영화, 마음에 남는 영화가 많지만 찬실은 마치 어려운 날 함께 앉아있어 주는 친구처럼 따스하고 다정하다.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 정말 굉장히 운이 좋은 찬실이란 사람이 나오나 봐 ” 라고 생각한 한국인이 있을까? ( 내 친구는 자꾸 “ 찬실이는 복도 없지 ” 로 기억했다. ) 시놉시스를 볼 것도 없이 찬실이의 날들이 꽤나 박복하게 굴러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제목이기도 하다.
찬실은 영화를 사랑하는 프로듀서다. 즉 감독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영화라는 형태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할 때, 그걸 현실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기획과 제작부터 홍보와 개봉까지 전 과정에 손이 닿는 사람, 본인 말을 빌자면 "돈도 관리하고 사람들도 모으고 뭐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이다. 찬실은 예술 영화로서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린 감독과 오래 같이 일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영화 찍으며 평생 살 줄 알았다. 감독이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하여 갑작스럽게 실업자가 될 때까지는.
찬실이의 복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OST 가사처럼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남자도 없고 새끼도 없'는 현실이 갑작스럽게 부대껴오는 것이다. 시간과 애정을 다 바쳐 사랑한 영화가 자신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때로는 엉엉 울기도 하고 때로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기도 하면서 찬실은 씩씩하게 삶을 다시 꾸려나간다. 얼마 안 되는 짐을 추려 언덕길에 할머니 혼자 사는 집 문간방으로, 사각형도 오각형도 아니고 반지하도 1층도 아닌 방으로 이사한다. 생계를 위해 친하게 지내던 배우 소피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이렇게 급브레이크 걸린 길에서 방향을 어디로 틀어야 하나.
찬실에게는 별로 여유가 없다. "한국 영화계의 보배"라며 찬실을 추켜세우던 영화사 대표는 ‘감독의 예술이었으니 프로듀서가 누구여도 상관없었을 것’이라며 직업인으로서의 찬실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때마침 소피에게 불어를 가르친다는 단편영화 감독 영을 보면서는 또 나름대로 심경이 복잡하다. 좋아하고 어쩌고 할 만큼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리고 정작 알아보면 그렇게까지 잘 맞지도 않지만 ("노올란?!"), 이 정도면 대충 업계도 맞겠다 사람도 다정하니 괜찮은 것 같은데 적당히 연애라도 해볼까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그때 그가 나타났다
조각배 같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던 찬실의 일상에 한 남자가 더 나타난다. 어쩐지 금방이라도 맘보 춤을 출 것만 같은 속옷 차림새에, 추위에 파르라니 떨면서도 콘셉트에 충실하게 머리카락까지 고슬고슬 만지작거리는 그는, 자신이 장국영이라고 주장한다. 유령일까 환상일까 아니면 영화의 현신 같은 존재일까. 아무튼 그는 본인이 장국영이라고 주장하고, 찬실은 "이제 내가 미칬는갑다... 완전히 돌았는갑다..." 하고 서러워한다.
이 모든 주변인 틈바구니에서 찬실은 어떤 카테고리로 규정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뚜렷하게 계약서 찍힌 직업도 없고, 함께 서로를 보듬자고 미래를 약속한 사람도 없고, 하다 못해 여태까지 해왔던 일조차도 없어졌지만 찬실은 늘 최선을 다한다. 장국영에게 고민 상담을 하거나, 영과 잘해보겠다고 도시락 싸들고 따라가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서 깊이깊이 생각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소피에게도 너 자신에 대해 깊이깊이 생각해 보라고 하고, 더듬더듬 한글을 배우는 집주인 할머니 숙제를 도와드리거나 함께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그리고 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도시 곳곳에 세금으로 조성한 공간을 저렇게 귀엽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크리스토퍼 놀란을 무시하고 오즈 야스지로(를 비롯해 '시네필'들이 좋아하는 감독)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저렇게 유쾌할 수도 있구나. 빛날 찬 열매 실, "내하고 닮았나" 고민했던 모과처럼 단단하고 향기로운 사람이다. 모과 바로 뒤에 붙어나온 배, 사과, 곶감 등 영화 대박 기원 고사상의 과일들은 끝내 그녀의 것들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실에게는 알찬 열매라면 으레 그렇듯 은은한 윤기가 돈다.
그러는 동안 장국영은 찬실에게 계속 묻는다.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냐고. 영화를 "해나갈 수 있을까" 묻는 찬실에게, 찬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묻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영과 "잘될 수 있을까"를 묻는 찬실에게, 외로운 건 외로운 것일 뿐이니 상대가 아닌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일련의 일들 끝에 찬실은 모든 걸 게워낸 사람이 물병을 더듬더듬 붙들듯 다시 영화를 잡는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찬실은 "하고 싶은 일"의 첫걸음을 떼어나간다.
영화 끝에서 찬실은 장국영이 메어주는 아코디언을 한 품 가득 끌어안고 희망가를 연주한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시작과 끝에 어쩐지 쓸쓸한 바람 소리를 품고 있는 악기여서일까. 제목은 희망이라지만 어쩐지 절망적인 시대에 불리던 아득한 노랫말이어서일까. 그 장면은 어쩐지 눈물겹다.
이 영화에서 내게 "어쩐지" 눈물이 난 부분은 이 장면이었다. 차분한 연주 끝, 그동안 자기 일처럼 열을 내며 해준 장국영의 조언이 더 이상 찬실에게 필요치 않다는 걸 모두가 동시에 느끼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 제가 멀리 우주에서 응원할게요 "
" 고마웠어요.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그 차분한 인사는 마치 영화와 주고받는 말 같았다. 우리는 이래서 영화를 보는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영화에 있어 늘 외부자라고만 느꼈던 내게도 영화가 말을 걸어주는 순간이었다. 우주 어딘가에서도 누군가가 담은 마음을, 때로는 택배 받듯 때로는 유리병 편지 받듯 건네어 받는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마음에 품고 이따금 끄집어내어 살펴보는 것. 그게 영화와 나의 관계였다. 찬실처럼 프로듀서가 되고 감독이 될 일도, 영처럼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업을 두루 섭렵할 일도, 하다 못해 이미 폐간된 <키노> 지를 쌓아놓고 정성일 평론가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일 일도 없지만 그런 나에게도 영화는 선물처럼 가까이 와준다. 마치 이 영화, 찬실이 그랬듯.
영상으로 보다 보면 닮아 보인다. 진짜다.
영화의 현신 장국영. 그를 우리가 길이길이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잘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영화의 아우라가 있으니까. 이 영화에도 나온 <아비정전>의 옷차림이 그의 외적 시그니처라면, <패왕별희>는 그의 내적 시그니처였다. <패왕별희>에서 그가 맡은 데이는 철저하게 이야기 속으로 침잠한 인물이었으니까.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가장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가 데이인데, 그럼에도 그를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건 영화가,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 때문이다.
그가 이야기의 극단에 서 있다면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은 쥬샨이다. 거친 현실을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했던 쥬샨과, 이야기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던 데이. 샬로는 그 사이에서 남편이었다 패왕이었다 하며 갈지자로 걸었다. 이야기 안에만 있고자 한 이에게 현실은 너무 거셌고, 현실을 바지런히 걷고자 한 이에게 이야기는 너무 매혹적이었다. 끝내 현실은 이야기를 밀어내지 못했고, 이야기는 현실을 지우지 못했다. 공리와 장국영은 대척점에 있었지만 실은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찍힌 대척점이었다. 현실과 픽션은, 삶과 영화는 그렇게 먼 것 같지만 멀지만은 않다.
이따금 <패왕별희>의 어떤 장면이 생각나는 이유. 장국영의 눈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 삶에 에너지가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 때마다 내가 찬실을 만난다는 기분으로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들여다보는 이유. 우리가 늘 이야기를 찾는 이유는, "사는 게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라는 찬실의 말에, 다른 이들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뒤에서 비춰주는 찬실의 플래시에 녹아 있는지 모른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선이정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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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베놈: 라스트 댄스>가 개봉 2주 차에도 국내와 북미에서 주말 관객 수 1위를 지켰습니다.
이전 시리즈보다 다소 낮은 오프닝 스코어로 출발해 향후 성적이 주목되었으나,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이 2억 달러(약 4,143억 원)를 돌파하며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하였고, 북미에서는 9,000만 달러의 누적 수익을 거두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프랑스에서 650만 달러(약 89억 7,650만 원), 일본에서 380만 달러(약 52억 4,780만 원), 중국과 멕시코에서 각각 7,060만 달러(약 974억 9,860만 원), 1,340만 달러(약 185억 540만 원)의 수익을 거두며 시리즈의 건재함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타 슈퍼히어로 영화들보다 적은 예산인 1억 2,000만 달러 (약 1657억2000만원)로 제작된 <베놈: 라스트 댄스>는 이러한 흥행에도 시리즈 1, 2편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극한직업> 이후, 류승룡, 진선규가 의기투합한 <아마존 활명수>와 <보통의 가족>이 주말 박스오피스 2, 3위를 기록했으나, 각각 누적 관객 수 36만 명, 59만 명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북미에서는 <와일드 로봇>이 다시 2위를 탈환하며 장기 흥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주 2위를 차지했던 <스마일 2>가 3위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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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8년의 일본을 그리는 담담한 스케치, 십년(⼗年, 2018)
아시아의 신예 감독들이 모여 제작한 태국, 대만, 일본의 10년 후 이야기들. <십년> 프로젝트 중 일본의 2028년을 다룬 동명의 이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잘 알려진 고레이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 총괄을 담당했다. 쉽게 말하면 일본판 <블랙 미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와닿는 가까운 실감 나는 미래를 그려낸다. 총 5개의 옴니버스식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멀고도 가까운 흐름을 따라가 보자.
- 플랜 75 / 하야카와 치에 감독
“당신의 선택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후생성 인구관리국-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작품이다. 플랜 75라는 제목은 인구관리국의 프로젝트 이름이다. 75세 이상부터 가능한 안락사 시스템인데, 붙이는 약을 목 옆에 붙이면 고통 없이 잠드는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예상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슬픈 비밀이 있다. 사실 이곳의 관리자들은 국가에서 많은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단기 체류자나 저소득층,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다시 말해 국가의 복지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사회에 이바지하지 않는 인력을 강제로 줄이는 것이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이 들 수 있고, 100만 엔의 준비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에 이끌려 이 프로젝트를 자원한다. 결국 타의에 의한 자의인 셈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장모님이 치매에 걸려 주위 가족들이 영향을 받고, 스스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주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단편의 인상적인 점은 주된 소재는 노인 세대를 다루고 있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젊은 세대의 시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작과 끝은 언제나 같이 존재함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장모님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 채 주인공은 또 새로 태어난 아이와 함께 그들의 삶을 계속 살아간다. 마치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인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에도 하얀 천이 둘러싸여 있는 병실은 가동됨을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장면은 노인을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일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특히 이 주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해당이 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충분한 것 같다.
- 장난꾸러기 동맹 / 카노시타 유스케 감독
인공지능 교육 시스템이 만약 학교에서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 단편은 생각보다 다정한 면모가 있다. IT혁신 특구인 한 학교는 ‘프로미스’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관자놀이 부분에 연결된 통신장치와 동기화되어 아이들에게 학업 성취도와 직업과 같은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한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며, 프로미스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프로미스의 말에 세뇌되고, 정해진 규칙 속에 살 것이다. 인공지능은 심지어 교직원 회의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리고, 학생들의 얼굴을 인식해 그릇된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는 경고음이 울리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음성으로만 존재를 드러내던 프로미스는 극 중간마다 모습을 보인다.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HAL 9000을 연상시키는, 정면을 응시하는 렌즈를 종종 화면에 등장시킨다.
우연한 사고로 잠깐 송신기에 오류가 생기고,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르는 말을 지키기 위해 갑작스러운 모험을 하게 되면서 점점 틀을 벗어나게 된다. 디지털화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말과 숲 그리고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들은 마치 판타지같이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장면이 관객에게 선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탁 트인 공간에서의 자유가 아이들에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아이다움을 지켜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와닿게 한다. 잠깐 꺼졌던 프로미스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선에서 유연한 대처를 한다면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디지털화라면, 긍정적인 면들을 잘 활용하여 인간과 공생하는 새로운 바람을 맞게 하자는 의도가 잘 담긴 영상.
- 데이터 / 츠노 메구미 감독
우리는 지금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없이 많은 정보와 함께 사적인 정보 유출의 위험에 처한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디지털 유산 카드’는 일종의 개인정보를 지키는 디지털 보험과 같은 특이한 구조를 가진다. 누군가가 죽고 난 후, 특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ex-배우자나 가족)만이 그동안 고인이 썼던 전자기기들의 영상, 사진, 쇼핑 정보, 문자 내용과 같은 정보를 열람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딸이 죽은 엄마의 디지털 유산 카드를 열어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리움과 의문의 발자취들을 따라서 걸어간다.
나와 닮은 점이 많은 엄마에서 숨기고 있던 비밀을 풀어내는 순간, 혼란스러운 엄마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짧지만 빨리 전개되는 이 상황은 굉장히 실감 나는 묘사가 이루어진다. 사실 이런 점들이 정보의 빛과 그림자라는 생각이 든다. 알고 싶은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정보를 맞이했을 경우 그 해석을 자신이 오롯이 한다는 점에서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걸음에서 발견한 건 아빠와 친구,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다. 예상했던 줄거리보다 굉장히 서정적으로 다가온 결말이어서 의외였고,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의 사이에 놓여있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여러모로 보는 내내 따스한 색감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단편.
-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 후지무라 아키요 감독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이후의 나날들, 방사능이 공기에 퍼져있지만 보이지 않는 상황을 아이들의 눈빛으로 풀어낸다. 사고가 발생한 후 사람들은 지하 벙커에 모여 그들 나름의 규칙에 맞는 생활을 한다. 미즈키와 카에데라는 두 아이가 등장하는데, 미즈키는 과거엔 일상생활을 하다 아래 지하로 내려온 경우이고 카에데는 지하에서만 살아 하늘을 본 적이 없는 아이이다. 미즈키의 엄마는 자꾸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는 카에데와 어울리지 말라고 하지만, 둘은 계속 우정을 이어간다.
비와 햇빛, 자연의 소리 같이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매번 얘기를 하던 둘은 어느덧 카에데가 떠나버리면서 급전환을 맞는다. 그에 이어 미즈키 또한 하늘과 햇빛을 맞이하기 위해 세상의 문을 열어본다. 푸른 하늘 사이로 오묘한 표정을 짓는 미즈키가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직접적으로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 이런 열린 결말이 더 좋은 것 같다. 이 단편만의 매력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을 표현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귀여운 연출들이다.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연상하는 연출이 톡톡 튀면서 동심을 자극한다. 어두운 소재에 그렇지 않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괜히 더 애틋해지는 효과가 있다.
- 아름다운 나라 / 이시카와 케이 감독
한때 일본에서 논란이 되어 꾸준히 말이 오고 갔던 ‘징병제’에 대한 스토리이다. 꽤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징병제를 홍보하는 포스터 시안이 거절당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룬다. 전쟁과 맞닿아 있는 상처를 삼대에 걸쳐서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언뜻 보기엔 회사원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지만, 곳곳에 과거, 현재의 전쟁역사가 묻어나온다. 마치 요즘 재난 문자 알림이 뜨는 것처럼 전쟁이 일상화된 곳에는 사이렌과 함께 미사일 발사 경보가 울리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노인 세대는 어쩌면 지나가 버린, ‘아름다웠을지도 모르는 나라’를 추억하며 이런 말을 한다. “젊은이들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나라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고.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이 그 책임은 이제 온전히 젊은 세대에게 쥐어지고, 방위성의 소름 돋는 문구와 함께 화면은 암전된다. 전쟁에 대한 역사가 있는 일본이 또다시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발생할 세대 간의 대물림되는 아픔을 잘 보여준다. 과거와는 또 다른 전쟁의 형태, 이를 대비하는 징병제라는 제도에 의해 고통받는 젊은 세대들과 그들을 또 잇게 되는 다음 세대들. 그들에 대한 우려와 모순적인 사회에 대한 반발이 잘 드러난다.
이렇게 <십년>은 인물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게 다루는 일본 작품답게 마냥 차가운 미래가 아닌, 따듯함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 많다. 유난히 인물을 줌인하고, 클로즈업 샷들이 많은 것 또한 현재의 우리들과 맞닿아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곧 다가올 미래,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지는 물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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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감독 축구 영화 '드림' 리뷰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림
(2023.04.26 개봉)
감독: 이병헌
출연: 박서준, 아이유 등
안녕하세요!
오늘은 극한직업, 스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축구 영화 '드림' 리뷰를 써 보려고 해요!
드림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축구 선수 홍대,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나서게 된다.
열정리스 PD 소민이 다큐 제작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특별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이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드림> 줄거리
드림은 실화를 각색한 영화거든요!
실제로 2010년에 열린 홈리스 월드컵이 있었는데요
드림처럼 대회 참가에 필요한 돈이 부족해서 참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대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 축구 협회 등에서 후원받은 돈으로 겨우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2019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었는데 2023년부터 다시 홈리스 월드컵이 열린다고 하니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병헌 감독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스물의 치호와 멜로가 체질의 진주가 생각나는데요
겉으론 멀쩡하지만 어딘가 고장나 있는... 돌I 같은 생각을 하는 캐릭터들이죠
드림에서는 소민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멜로가 체질 영화판 같단 리뷰를 남기셨는데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그 이유가 모든 캐릭터들의 말투가 비슷해서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본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드림만 놓고 봐도
캐릭터들이 다 높낮이 없는 일정한 톤으로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팩폭을 말하거든요
물론 그게 웃기긴 하지만 이제는 지겹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드림이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효봉, 문수 등 새로운 캐릭터를 넣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많은 캐릭터들 각각의 사연을 풀어 주는 데 애썼기 때문이고요
모두가 소민 같은 말투를 구사하는 코믹 영화였다면
사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많이 지루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동진 평론가님의 평을 보았습니다
영화보다 해설가가 해 주는 말이 더 많다였던가??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드림에서 우리가 감동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한국팀이 1점이라도 따내는 경기 부분이잖아요?
근데 경기 씬 30분...? 정도를 외국인 해설가의 나레이션과 함께하게 되는데요
그렇다 보니 캐릭터들의 감정을 느끼진 못하겠더라고요
해설가가 말하는 상황 자체(지문)를 이해하고 있을 뿐
머리띠를 쓴 인수가 어떤 감정으로 임하고 있는가, 다리까지 다쳤던 환동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
캐릭터에 몰입이 안 되는 거예요...
저 진짜 BGM만 깔아 줘도 우는 애인데 그냥 재미있다~뿐이지 감동적이진 않았어요
저는 이병헌 감독님의 개그 코드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예고편을 보고 코믹을 기대했던 것도 있는데
아무래도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다 보니까 완전히 웃음만으론 갈 수 없겠나 보더라고요...
웃긴 건 정말 예고편으로 보는 장면이 다였고 가끔씩,, 피식거릴뿐
박장대소할 정도로 웃긴 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스포츠 영화로 최고였냐? 그건 또 아녜요
사실 스포츠 영화는 깊은 울림과 함께 여운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슬램덩크가 대표적인 예시겠죠?
저 강백호 빼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막판 1점에선 숨도 못 쉬고 진짜 눈물이 차올랐거든요
그 정도의 감동을 원하고 보는 게 스포츠 영화인데... 그렇게 보았을 땐 아쉬웠습니다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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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드림 - 소심한 강아지와 순수한 반려로봇의 우정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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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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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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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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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비우스> 리뷰 예고편
?마블 히어로의 틀을 깨다!? 개봉과 동시에 반응 대폭발한 #모비우스 압도적 액션 스케일 극장에서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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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새터데이 픽션> 메인 예고편
1941년 상해로 돌아온 유명 배우 취란 일본군 소령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임무를 맡게 되고… 연극 ‘새터데이 픽션’의 첫 공연이 열리는 날, 작전을 개시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마지막 ‘연극’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