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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루프를 통해 진화한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시각적으로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영화 매체에서 타임루프는 매력적인 소재다.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는 시각적인 묘사만한 게 없다. 두번 이상 반복되는 시간, 위치, 인물, 대사는 보는 즉시 관객에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코믹 요소로도 더할 나위 없다. 최근에는 액션 장르나 심지어 공포 장르에까지 타임루프 소재가 확산되었지만 타임루프를 가장 많이 사용해온 장르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프 온리>는 반복되는 타임 루프는 아니지만 반복된 단 하루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멜로를 선사하면서 관객의 눈물을 자극했다. 일반적으로 타임루프는 같은 시간(일반적으로 하루)이 영화 내에서 수십 수백번씩 반복되는데 이 반복 자체가 재미 요소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반복 자체가 영화의 백미가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이는 반복되는 일상, 그날이 그날같은 하루라고 하지만 실제 관객은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관객이 겪는 반복은 실제로는 반복이 아닌 셈이다. 마치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반복을 통해 달라지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그 성취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반면 타임루프에 갇힌 우리의 주인공들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루동안 무언가를 쌓아 놓는다고 해도 다음 날이면 리셋되기 때문이다. 이 리셋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단 한 명만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의 인간관계는 얼마나 처참해질까. 타임루프라는 소재를 멜로와 섞어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을 그린 <팜 스프링스>는 멜로의 요소 또한 살짝 비튼다. 누군가와 친해지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리셋, 그리고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 사이가 나빴던 누군가와는 영영 화해할 수 없다. 홀로 타임루프를 반복하며 살고 있었던 나일스(앤디 샘버그 분)의 삶은 이 타임루프에 또 다른 주인공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분)가 끼어들며 달라진다. 매일이 리셋인 나일스에게 세라와의 관계는 유일하게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 타임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일스는 세라와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데 치중하지만 세라는 타임루프를 통해 삶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반복되는 사람들의 행동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매일을 다르게 사는 나일스와 세라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던 서사는 여기서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달리한다. 나일스는 세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세라는 삶과 사랑에 빠진다.
관객들은 죽고 못사는 연애 서사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로맨틱 코미디의 90% 이상은 순정으로 마무리한다. 현실적인 연애를 그렸다는 <연애의 온도>도 결말은 순정이었고(연애 하이퍼 리얼리즘의 끝판왕은 오히려 레즈비언 연애를 그린 <연애담>쪽이다
감독병크는잠시무시)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라 할 수 있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조차 서사에서 사랑을 쉽게 놓지 못한다. 환상을 믿는 관객에게는 안됐지만 누군가 없이 살 수 없는 삶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이 아니다. 정말 서로 죽고 못사는 커플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커플들은 적당히 만나서 적당히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적당히 살다가 죽는다. <이프 온리>가 한국 관객에게 소구했던 건 권태기가 온 커플에게 비현실적인 사랑 서사를 선사함으로써 개봉 당시 관객 지분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20대 여성들에게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현대 관객은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만다의 대사에 열광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이제는 타임루프건 뭐건 지고지순한 로맨스 서사는 관객에게 더 이상 소구하지 못한다. <노트북>에 열광했던 관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부모님의 이야기를 실제 모델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이 이혼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해한다.<팜 스프링스>는 그래서 서사의 중심을 연애가 아닌 삶으로 옮겨온다. 세라와 나일스의 공통점은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에도 그닥 의미없어 보이는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나일스는 타임루프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전의 삶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찾고 빠져나가려는 세라를 보며 고통은 진짜라고 설파하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세라에게 반복되는 하루는 현실이 아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고통으로 시작해야 했던 세라는 더 이상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 타임루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 세라는 나일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반부 남성 캐릭터를 이성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그리는 것만 같던 <팜 스프링스>는 후반부에 이르러 이를 반전시킨다. 반복되는 삶에 안주한 나일스는 그냥 여기서 매일 재밌게 지내면 안되겠냐며 이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세라를 붙잡지만 세라는 단호하게 나일스가 아닌 삶을 선택한다. 세라는 나일스와는 달리 삶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기 시작하며 하루하루를 방탕하게 사는 나일스와 대비된다.
<팜 스프링스>의 특이점은 하필 반복되는 하루가 세라의 동생 탈라(카밀라 멘데스 분)의 결혼식 날이라는 점이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결혼식은 세라에게는 모종의 이유로 떨떠름할 뿐이다. 한편 반복되는 결혼식에 지친 나일스는 이제 정장조차 입지 않고 참석한다. 그 자신이 의미없는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나일스 또한 결혼식이 허상일 뿐이라는 점을 짐작하고 있다. 연애라는 환상에 지친 나일스와 세라는 사랑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만나면서 사랑이 가진 의미를 깨닫는다. 나일스와 세라를 제외한 이들은 사랑이라는 환상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나일스의 여자친구 미스티(메레디스 하그너 분)는 나일스를 사랑하지 않지만 남자친구가 필요하기에 나일스와 헤어지지 못한다. 미스티에게는 타인의 결혼식조차도 한껏 꾸미고 나가야 하며 땀조차 나서는 안되는 중대 행사다. 아름다운 결혼식에 환장해 자기 자신을 꾸미는 데 집착하면서도 연애를 놓지 못하는 여성 캐릭터 자체는 시대착오적이지만 결혼식 이전에 연애조차도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미스티는 코믹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을 구해준 나일스에게 끌렸던 세라는 이제 자기 자신을 구하며 삶과 사랑에 빠진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일스에게 당신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한 마디를 날리는 세라는 현대 로맨틱 코미디 사에 길이 남을 대사를 뱉은 셈이다. 죽고 못사는 연애만이 정답인 것처럼 그려지던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남성 없이도 생존하는 여성을 당당하게 서사의 주체로 내세우며 스스로를 구원하는 구원자이자 구원받는 객체로 이원화한다. 세라는 타임루프 안에서든 밖에서든 삶을 영위할 것이며, 나일스와 함께이든 아니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연애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탈라의 결혼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축복을 빌어주는 세라는 결혼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세라를 고작 축사로부터 구해주고 생색을 냈던 나일스는 이제 세라를 믿고 따르는 객체로 변한다. 나일스의 서사인 것처럼 시작했던 <팜 스프링스>는 제목 그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세라를 입체적인 존재로 그려내며 현대적인 연애 서사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제 현대 관객들은 연애가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운명의 짝 같은 건 없을지라도 때로 삶의 동반자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영화입니다.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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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파지는 요리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우리 삶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을 주제로 잡아봤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면 배고파지는 영화! 맛있는 음식이 등장하는 영화!를 추천해볼까 합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와 함께 음식으로 눈으로 즐겨볼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배고파지는 요리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
ⓒ IMDB
synopsis
레미는 쓰레기만 주워먹는 쥐들의 삶을 벗어나 진정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하겠다는 꿈을 꾼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들어간 최고급 식당 주방에서 그는 온갖 종류의 위험 속에 처하고, 그러는 가운데 자신의 재능을 꽃피워 나간다. 식당 청소부 링귀니와의 우연찮은 만남으로 레미의 재능은 빛을 발하게되고 둘은 기묘한 우정을 쌓아가며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해간다
cine pick!
요리사를 꿈꾸는 쥐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역동적이고 코믹한 연출과
동시에 호소력 짙게 이야기를 전달하였다. 영화 속 나오는 음식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침샘을 자극한다.
줄리 & 줄리아
Jule & Julia, 200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 (메릴 스트립).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 줄리아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생활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요리 만들기에 도전, 마침내 모두를 감동시킨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가 되는데...
cine pick!
등장인물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고, 지치고 무기력할 때 보면 힘이 나는 영화이다.
요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요리에 관심 생기게 만들 정도이며, 식욕을 돋우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메리칸 셰프
Chef, 2014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유명음식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 핫이슈로 등극하고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
그 동안 소원했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던 중 문제의 평론가가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오는데…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cine pick!
영화 포스터에 적혀있는 대로 '절대 빈속으로 보지 말 것"!!
주인공의 엄청난 요리 실력으로, 보고 나면 배가 안 고플 수가 없다.
영화가 가진 메시지도 굉장히 좋고, 이와 더불어 좋은 음악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 혜원.
그렇게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데…cine pick!
마음이 공허할 때 보면 공허함이 사라지는 ,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힐링 영화이다.
사계절 음식 뿐만 아니라 풍경을 다 담아 영상미도 무척 예쁜 영화이다.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싱키의 길모퉁이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 이곳은 야무진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사토미)가 경영하는 조그만 일식당이다.
주먹밥을 대표 메뉴로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달 째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그래도 꿋꿋이 매일 아침 음식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언제쯤 손님이 찾아올까?
일본만화 매니아인 토미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대뜸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묻는가 하면,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손가락으로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이곳까지 왔다는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가 나타나는 등 하나 둘씩 늘어가는 손님들로 카모메 식당은 활기를 더해간다.
사치에의 맛깔스런 음식과 함께 식당을 둘러싼 사연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cine pick!
영화가 아닌 현실 속 누군가의 일상을 보는 듯 편안한 분위기 속 진행되는 이야기.
영화 자체는 잔잔하지만, 마음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영화이다.
개그 코드가 맞다면 웃기기까지 한 인생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족: 라멘샵
Ramen Teh, Ramen Shop,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빠의 요리 ‘라멘’과 엄마의 요리 ‘바쿠테',
둘이 만나 가족 레시피가 탄생했다.
오직 당신을 위해 요리하는 깊고 진한 가족의 맛,
따뜻한 한 그릇을 대접합니다.cine pick!
로튼 토마토 신선도와 관객 지수 80%의 높은 평가를 받은 영화.
3대 국제영화제를 휩쓴 쿠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며,
일본과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하여 이국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시각적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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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매드랜드 [영화 후기] 삶의 대안을 찾아서
<노매드랜드>는 금융위기 여파로 네바다 주의 엠파이어 시에서 폐광이 결정되면서 88년 역사를 지닌 채굴회사 USG가 문을 닫게 되죠.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펀(Fern)’(프란시스 맥도맨드)은 설상가상 남편 '보'도 암으로 사망한다. 결국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집을 팔고, 작은 밴에서 생활한다. 펀은 자신은 노숙자(홈리스)가 아니라고 말하며 자발적으로 유랑생활을 택한 유목민(노메드)들과 어울려 지낸다.
카메라는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유목인들을 담는다. '자본주의 비판'같은 거대 담론보다 인간극장처럼 소소하게 그들의 일상을 쫓는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데이브 역의 데이비드 스트라탄을 제외하면 밥 웰스, 린다 메이, 살렌 스윙키 등의 실제 노메드들을 캐스팅했다. 원작<노매드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2017)>을 쓴 제시카 브루더처럼 20여명의 스태프가 유목민과 동행하면서 제작했다.
영화는 ‘길 위에서의 삶’을 노래하지만, 유목인들을 연민하지 않으며 유목생활을 낭만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 객관적인 거리두기는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사색하도록 권유한다. 촬영은 테렌스 맬릭처럼 자연주의적이며, 연출은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한 도가(道家)적이다.
모든 해석을 관객에게 맡긴 셈이다. 삶의 조건과 가치에 대해, 노년의 곤궁과 떨어진 노동가치에 관해, 가정의 해체 그리고 결핍과 유대감에 대해, 과연 현대인의 생활방식이 옳은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 곰곰이 고민하도록 이끈다. 변변한 사건 없이 유목민의 삶을 담은 영화가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현대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변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그것이 4차 혁명으로 요약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일 수 도 있고, 코로나로 촉발된 비대면(언택트)사회화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월가가 부동산을 투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다가 9800만개의 일자리가 날라 가고, 1000만 명이상이 노숙자가 된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을 되새겨 봐야할 시점인 것 같다.
왜냐하면 올해 물가가 오르든 수요가 급증하든 간에 금리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은 양회에서 부채를 줄이기 위한 강령을 발표했다. 부동산 버블 및 핫머니(단기성 투자자본) 등으로 터키, 파키스탄, 브라질 등 같은 이머징 국가들이 위험해 보인다. 당연히 우리나라 역시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유목민들이 겪은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 (4.3/5.0)
Good : 극장 문을 나서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Caution : 한국도 부채와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매드랜드>를 보며 저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되더군요. 영화 대사들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하나같이 폐부를 찌르더군요.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올해 1월 14일에 열린 다보스포럼 50주년 행사에서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가 '자본주의 리셋', 즉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 떠오르더라구요. 영화로 말하면 자본주의를 리부트하자고 한 거죠.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인터뷰 따르면 실제 노매드(유목민)를 체험하였다고 하며 할인마켓 직원으로 채용될 뻔했었다고 한다.
■영화를 함께 찍었던 유목민들은 대부분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실제 배우인지 몰랐다고 한다. 밥 웰스는 맥도먼드가 사별한 남편을 회상하는 장면을 찍을 때까지 그녀가 배우인지 몰랐고, 나중에 개인적으로 위로해주었는데, 나중에 맥도먼드가 사실 배우이고, 남편이 멀쩡히 살아있는 현역 할리우드 감독 조엘 코엔이란 사실을 알려주자 놀랐다고 한다.
▶<노매드랜드> 감독 클로이 자오는 중국 국적이며, 아버지가 공산당원이다. 그녀는 과거 미국, 호주 등의 매체들과 인터뷰 할 때, "중국은 어딜 가나 거짓이 판을 치는 곳이다. (중략) 미국이 이제 나의 나라다."라고 발언해서 중국에서 논란이 일었다. 광전총국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국 언론에서 다루지 않도록 보도지침을 내렸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을 안심할 수 있었다. <노매드랜드>는 어떻게 보면 정체성을 다뤘다고 볼 수 있다. MCU 역시 실존주의적 테마이므로 잘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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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전주에서 미야케 쇼 감독님을 만나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이다.
소설가 세오 마이코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월경증후군 (PMS)로 고통받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에의 이야기를 담았다. 5월 2일 개막시사 후 진행된 기자회견과
5월 3일 진행된 인터뷰를 정리해 보았다.
Q. 원작 소설에서는 PMS를 막기 위해서 잡초 뽑기를 했는데,
영화에서는 세차로 바꾼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A. 잡초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해 주셨는데 굉장히
세세한 대사 부분까지 봐주셔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말씀을 드리자면 사실은 소설 속에서는 이 잡초를 뽑는 이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게 저한테 다가왔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읽고 생각을 했던 것은
몸을 움직여서 잡초를 뽑고 그걸로 인해서 새로 나아간다 이런 부분들이 어쩌면
조금 책이랑 다른 느낌이 이지 않을까, 조금 다른 인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잡초 뽑기가 영화에서는 그렇게 큰 이제 인상을 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다른 액션들을 뭔가 같이 보자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여러분들 영화에서 보신 계속 뭔가를 담는, 사용해 왔던 물건들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그런 이제 모습들을 보면서 뭔가 똑같아 없는 것 같은 그런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꼭 중점적으로 봤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A. 그동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많은 배우진들과
영화를 촬영을 했습니다. 많은 출연자들이 굉장히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사실 주연 두 분의 연기도 너무너무 훌륭했지만 구리타 과학이라는
회사 안에서 좀 연세가 있으신 베테랑 선배님들의 연기와 중학생
어린 중학생 2명의 연기를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희 영화는 한 번 보면 다 한 번 보고는 다 모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두 번 번 어떤 분들은 세 번을 보셔야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자전거에 대한 설정이 좀 궁금한데요.
원작 소설에서는 그 자전거가 두 사람을 연결해 주는 매체로 쓰이지만
영화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설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자전거를 빌려서 여자주인공이 입원한 병원에
가기 위해 자전거를 빌리는 씬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영화에는 반대로 여자주인공이 예전에 아르바이트에서 썼었는데,
지금은 내가 안 쓰니까 네가 써하면서 전달을 합니다.
스쳐 지나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라스트신을 보면 야마조라는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쭉 가는 씬이 있잖아요.
자전거 자체는 후지사와 상이 준 것이지만 그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남긴 것, 내가 받은 이 물건이 그녀는 없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에 대한 존재를
그 자전거로 표현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스쳐지나가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 자전거를 놓고
영화만 이야기를 하지만 물건일 수도 있고 생각일 수도 있고
우리에게 없지만 갖고 있는 게 우리 영화에서 큰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옛 선조에게서 받았지만 우리에겐 있고 선조는 이 세상에 없는 것과 같은 것.)
저희 영화의 주인공 한 명은 공황장애가 있기 때문에 영화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봐주세요.라고 말씀은 못 드려요.
그러나, 가실 수 있는 분들은 꼭 가셔서 이 영화관에서의 그 깜깜한 상황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저희 영화랑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가셔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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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이 죽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아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대비하는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늘 속수무책으로 찾아오는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아버지의 죽음을 연습해 보는 딸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이자 촬영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커스틴 존슨
은 아버지인 딕 존슨이 여러 유형의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는 모습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카메라를 드는 것이 일임에도 치매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전, 총명하고 따뜻했던 엄마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버지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서, 그리고, 갑자기 찾아올 아버지의 죽음에 무뎌지기 위해서 죽음을 리허설하는 것이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처음부터 충격적인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손자들의 그네를 밀어주던 딕 존슨이 위에서 떨어진 물건에 머리를 맞고 처참하게 쓰러진 장면이 그것이다. 손자의 그네를 밀어주던 다정한 할아버지이자 유쾌한 인물이 어떠한 주의도 없이 머리에 물건을 맞아 쓰러지는 장면.
이를 보고 놀라 멍하니 있을 관객들에게 영화는 쓰러진 딕 존슨이 스탭들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는 광경을 보여주며 그의 죽음이 허구적 연출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계속해서 딕 존슨이 죽는 여러 사고를 허구적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바로 이것이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의 특징이다. 죽음을 당하는 딕 존슨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멀쩡히 일어서거나 자신으로 분장한 스턴트맨의 죽음을 바라보는 딕 존슨의 모습을 담아내며 관객들을 다시 안심시킨다.
사실, 허구를 다루는 영화에 있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은 허구적 상황을 관객이 믿도록 만드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극 영화의 대부분이 그런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이 허구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한다. 이로써 관객들은 죽음에 무뎌지게 된다. 처음 그려지는 죽음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죽음에, 그리고 그 죽음이 계속해서 허구임을 보여주는 연출 방식에 우리는 적응하게 된다. 즉, 영화가 어느 정도 전개되었을 때는 딕 존슨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는 모습을 보여줘도 그가 아무렇지 않게 나타날 것이라는 걸 알기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 예측 가능하게 관람하게 된다. 물론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관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을 연습한다’라는 주제 덕에 이러한 문제점을 피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에 장난처럼 반응하던 딕 존슨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가상에 죽음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무서워하기도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점차 진지하게 자신의 죽음을 대하는 딕 존슨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우리는 더 이상 공포나 스릴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에 감정에 공감하며 지루
함을 느끼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허구적 연출임을 관객들에게 계속 보여주는 이러한 방식은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
한다. 이렇게 기존 영화들과는 다르게 관객들이 영화에서 빠져나와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이 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우리는 몰입을 방해당함으로써 영화 외부의 시선으로 딕 존슨의 죽음과 그에 대한 그의 반응올 목격할 수 있다. 딕 존슨에게 몰입하게 되면 언젠가 자신에게 닥칠 죽음을 두려워하는 시선을 가지게 되고, 감독인 커스틴 존슨에게 몰입하게 되면 다가올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외부의 시선에서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죽음이라는 넓은 키워드에 주목할 수 있게 된다. ‘딕 존슨’의 죽음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보편적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고 이를 자신에게 대입해 볼 수도 있다.
즉,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딕 존슨이 누군가의 이름 000으로 바꿔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죽게 되었을 때 남겨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와 같이 말이다.
죽음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 특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감정이 굉장히 처절하고 마음 아프게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상일지라도 누군가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을 약간은 유쾌하게 다루고 있으며 죽는다는 것 자체를 무섭고 슬픈 일만으로는 그리고 있지 않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천국에 가 있는 듯한 딕 존슨의 모습이 종종 중간에 삽입된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찍어 먹기도 하고 아내와 춤을 추기도 하며 아픔이었던 자신의 발가락이 펴지기도 한다. 우리는 모르는 죽음 뒤에 벌어질 상황, 즉 사후세계에 대한 불완전한 지식은 사람이 죽음을 무서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후세계를 천국이라는 긍정적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죽음을 두려운 상황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유쾌하고 발랄하게 표현한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에서 ‘000이 죽었습니다‘를 마주하게 될, 그리고 그 000에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가게 될, 더 나아가 000에 내 이름이 들어갈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직감하게 될 어느 날,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주변에 누군가가, 혹은 내가 죽을 날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죽음을 처절하고 비참하게 그려 낸 영화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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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잊지 못할 어느 나바호의 여름날
감독: 빌리 루터 (나바호, 호피, 라구나 푸에블로 아메리칸 원주민, 감독 겸 제작자)
출연진: Kier TALLMAN, Charlie HOGAN, Sarah NATANI, Martin SENSMEIER, Kahara HODGES
시놉시스: 애착 인형 이름은 제프 브리지스, 애정하는 밴드는 플리트우드 맥. 감수성 넘치는 베니와 똘똘한 사촌 돈의 특별한 우정
혹시 그런 적 있는가?
너무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어느날 돌연 조부모님의 손에 떠맡겨지거나 하는 일 말이다. 이것은 필자 개인이라든가 한국에서만 공감을 얻는 국지적인 경험은 아닐 것이다.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맡겨지는 경험은 인류가 가부장제를 따르기 이전 시절에서부터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왔을 것이므로.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의 대리로 가장 적합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또다른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더듬어 올라가면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할머니 집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 없는 그곳은 마냥 낯설기만 하고, 그들의 살뜰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겉도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순간. 엄마는 나를 버리지 않았지만 어쩐지 고립된 것만 같고 막연한 불안감이 휩싸였던 어린 나의 모습 같은 것들. 명절에나 가끔 보는 할머니는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닌 것 같고, 나의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필자에게는 할머니집에 맡겨지던 그 때의 기억이 어렴풋하면서도 강렬한 한 장면으로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나의 뿌리와 마주치게 되는, 일종의 문화 충격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구 반대편, 1990년의 어느 나바호 땅에서도 이와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경험담이 펼쳐진다.
1. 나바호의 길 잃은 어린 양
나바호(아메리카 원주민 중 미국 남서부에 뿌리를 둔 한 부족)의 후예인 베니는 어느날 황량한 나바호 들판에 다다른다. 베니는 정말이지 그런 시골 구석에는 머물고 싶지 않았지만 이혼을 앞두고 정신 없을 엄마에게는 오래 전 떠나온 고향 말고는 달리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할머니와 황량한 들판의 어느 낡은 집. 이 집 자식들(그러니까 삼촌과 이모들)은 죄다 고향으로부터 도망쳤다는데 유일하게 하나 남아 자리를 지킨 삼촌은 심술맞기만 하고 가끔 오는 이모는 영 소문이 나쁘다. 양들을 가두는 울타리는 허구한 날 망가진다. 부모님의 이혼 소식은 자꾸만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데, 하필 수중에는 샌디에고로 돌아갈 39달러가 없다. 자신의 조상이 대대로 살아오던 땅에서 소년은 자꾸만 겉돈다.
바로 그 즈음에, 동병상련의 처지인 소녀가 나바호 집에 도착한다. 그의 이름은 '새벽(Dawn)', 어쩐지 가족들 사이에서는 본명보다도 '빵떡 소녀'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사촌이다.
빵떡 소녀는 여느 십대들과는 다르다. 교도소에 간 삼촌을 대신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다시피한 그는 나바호의 전통을 할머니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바호 방식으로 머리를 길러 묶고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나바호 말을 고집하는 그에게서는 백인들의 삶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은 할머니의 완고함이 묻어난다.
록밴드와 파우와우(아메리칸 인디언의 연례 축제 행사)만큼이나 다른 삶을 살아온 베니와 새벽은 한솥밥을 먹으며 그 황량한 시골땅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양을 잃어버리고 삼촌 차를 훔쳐타고, 그 양을 다시 되찾아와 울타리를 제대로 고치는 법을 알게 되는 사이, 베니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고향, 조상들의 삶에 대해 배운다.
그는 여전히 나바호어는 모르지만 양 목장 울타리를 고칠 줄 알고, 엉터리지라지만 전통적인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출 줄도 안다. 백인의 샴푸가 아니라 나바호의 방식으로 머리를 감고 길게 기른 머리에 지혜가 흐른다는 것도 알게 된 베니는 그 여름날 나바호에 갓 발을 디디던 베니와는 사뭇 다른 사람이다. 소년의 눈에 드리우던 방황의 그림자는 가시고 얼굴에는 미소가 꽃핀다. 마침내 뿌리 뻗을 곳이 어디인지 깨달은 사람처럼.
2. 어떤 문화의 전승
이 영화는 한 어린 소년이 그의 방황과 상처를 딛고 일어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러한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바호라는 생소한 공간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색다름을 선사한다. 실제로 나바호이자 호피, 그리고 푸에블로의 후예인 감독 빌리 루터는 그의 유년 시절을 이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하는데,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진솔하게 담아낸 장면과 장면들이 백인들의 사회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았던 아메리카 원주민, 그 중 나바호의 후손들의 삶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영화 속의 나바호들은 어쩐지 위태로워 보인다. 베니의 삼촌과 이모, 엄마에게 나바호는 그리운 고향땅이면서 도망치고 싶은 가난의 터전이다. 원 주인을 몰아내고 백인들이 세운 자본주의의 제국에서 나바호의 방식은 이질적이고 '돈이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아주 오래전부터 그 곳에 살아온 자들의 후예이면서 바로 그 땅을 떠나 배회하는 방랑자가 되고, 그들은 원주민이면서 이민자와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산다.
나바호 문화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만 같던 베니가 외할머니와 사촌, 그리고 다른 친척들을 만남으로써 나바호들의 삶을 배워가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더 뜻깊다. 나바호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전승될테니까. 할머니의 양탄자와 그에 담긴 이야기들을 전수 받은 손주가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 시절 나바호에서 여름날을 보낸 '베니'는 필름을 베틀 삼아 그 옛날의 이야기를 새겨넣었지 않나. 나바호 할머니가 들려주는 어느 고집스럽고 지혜로운 전통의 단편은 스크린과 스피커 너머로 오래도록 이어지리라. 바다 건너, 나바호가 아닌 또다른 손주들의 입을 통해서.
09-17(일)20:00 - 21:29
롯데시네마 은평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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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리뷰ㅣ너무 재밌어서 가슴으로 울었습니다ㅣ스포약간ㅣ영화리뷰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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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동전사 건담 F91> 메인 예고편
깨어나라 우주! 건담 신시대 제 1장 ‘크로스본’ 시리즈의 시작! 아무로와 샤아의 최후의 결전 이후의 세계를 그린 [기동전사 건담 F91] 메인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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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걸어도 걸어도> 재개봉 메인 예고편
료타’와 가족들은 십여 년 전 바다에 빠진 소년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장남 ‘준페이’의 제사를 위해 매 여름 고향 집에 모인다 ‘준페이’가 목숨을 구해준 ‘요시오’ 역시 기일마다 그들의 집을 찾아오고 그런 ‘요시오’를 놓아주자는 ‘료타’의 말과 함께 가족들은 묻어뒀던 속마음을 꺼내 놓는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키키 키린, 아베 히로시, 나츠카와 유이 -재개봉: 2025년 5월 21일 -등급: 전체관람가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공동배급: ㈜하이스트레인저 #고레에다히로카즈 #걸어도걸어도 #5월영화 #영화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