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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2025-06-30 23:11:18

같은 얼굴의 다른 인생을 산다면

<미지의 서울> 리뷰



 

 여기 미지와 미래,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 너무 닮아서 엄마도 누가 누군지 분간을 못하는 쌍둥이. 첫째인 미지는 조용한 성격에 모범적인 공기업 회사원이고, 둘째인 미래는 활발한 성격의 오늘만 사는 아르바이트 인생이다. 미래가 자신의 인생이 너무 버거워서 튕겨나가려는 그 순간, 미래와 미지는 오로지 둘만 할 수 있는 인생을 바꾸는 치트키를 사용한다.

 

 

2. 미지의 서울 2화

 

미지의 서울은 평생 아픈 할머니를 돌보며 시골에 살던 미지가 순탄하기만 한 것처럼 보이는 미래의 인생을 서울에서 대신해 살기로 하며 시작된다. 미래는 미지를 또 미지는 미래를 흔히 "편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보지만 뒤로 갈수록 어려운 난관들에 부딪힌다. 특히 미래의 삶을 사는 미지는 미래를 대신해 회사의 안 좋은 소문으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회사에서 문제 많은 프로젝트를 떠넘겨지기까지 한다. 엎은데 덮친 격으로 낯선 서울에서 첫사랑이었던 호수까지 만난다. 미래를 연기하며 미지는 몰랐던 미래의 일상을 조금씩 알게 된다.

 

<미지의 서울>의 기획 의도처럼 미지와 미래는 서로의 인생을 대신 살면서 단순하게만 보였던 타인의 인생이 저마다의 아픔과 고난을 가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미지가 왜 "오늘"만 사는 사람이 되었는지, 미래는 왜 아픈 것을 티 내지 않고 꾹 참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저마다의 아픔은 미지와 미래에서만 지나지 않는다.

 

 

4. 미지의 서울 4화

 

이 드라마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중 하나가 미지의 첫사랑 상대인 "이호수"이다.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다정한 성격과 잘생긴 외모 덕에 인기가 많지만 사실은 과거 교통사고로 왼쪽 귀와 몸이 거동이 힘들다. 그리고 어린 호수의 힘든 순간을 지켜준 것은 바로 미래다. 보통 드라마의 남주라고 한다면 여주가 이해를 못 할 만큼 쾌남이거나 능글맞기 마련이지만 호수는 타인의 영역에 이상할 정도로 발을 안 들이는 캐릭터다. 좋게 말하면 다정한데 나쁘게 말하면 방어적이다.

 

 

호수는 성인이 되어서도 왜 변호사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에 다른 드라마처럼 정의나 옳음을 답으로 대지 않고 그냥 좋은 직업이라서? 하고 얼버무린다. 호수는 자신의 상사에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라는 약점이 당신의 강점일 수 있다 얘기하면서도, 자신의 약점은 누군가의 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떻게 보면 미래와 데칼코마니다. 미지가 동경하는 미래와 호수의 좋은 직업과 덤덤한 태도가 화려한 이유보다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미지는 미래의 인생을 살며 직접 겪게 된다. 드라마 전반적으로 호수는 남주답지 않게 답답하고 회피적이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호수도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저 "사람"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보이는 남자 주인공의 클리셰적 면모를 탈피한 그저 한 사람으로.

 

 

10. 미지의 서울 10화

 

 

그 뿐만 아니라 로사 식당의 감로사 할머니도, 미지의 친구인 경구도, 미지의 엄마와 호수의 엄마도. 점차 회차가 지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인생이 어떤 과거를 딛고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 또한 한결같이 사실은 우리 모두 아픔을 숨기면서 사는 거라고 얘기한다. 엄마는 딸을, 딸은 엄마를. 친구를, 연인을. 그들은 서로는 아픔 속에서 서로를 통해 치유받는다.

 

 방어적이고, 소문에 시달렸던 미래는 이미 새로운 선택을 한 세진을 만나서 앞으로 나가는 법을 배우고, 남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호수는 엄마와 미지를 만나서 남에게 기대는 법을 배운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소리를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미지의 엄마는 자신을 그렇게 가르쳤다던 미지의 할머니를 통해 다시금 다정해지는 법을 배운다. 12화 내내 사람이 사람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당신도 못할 것은 없다고 말한다.

 

 

미지의 서울

 

 

이 드라마는 반전이나 서스펜스, 스릴이라는 것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힐링과 공감 그리고 이해로 똘똘 뭉쳐있다. 모든 것이 사람이 사람에게 치유받고 다가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이 타인의 삶을 살아가며 "네가 이렇게 힘들었구나" 말해주는 몇 마디에 삶을 위로받는다. 어느 누구의 삶이라도 쉬운 것은 없다고.

 

드라마의 막바지 무렵의 미래와 미지는 남들이 보기에는 의아한 길을 걷는다. 가기 쉬운 길, 갔다 왔던 길, 익숙한 길을 제치고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이런 "헛수고"도 결국 의미 있다고, 또 이런 "헛수고"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나를 믿어주는 다른 이가 옆에 있어서라고 말한다. 미지와 미래처럼 아직은 어린 사회초년생들도 미지의 엄마와 로사 할머니처럼 이미 나이를 어느 정도로 먹은 경험자들도 남들은 모르는 저마다의 헛수고와 아픔을 겪는다. 날씨와 달리 차갑고 쌀쌀한 우리 사회에 그런 헛수고와 아픔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미지의 서울>은 시청자들을 토닥인다.



작성자 . 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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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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