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ze2021-02-11 00:00:00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2019/ 미국)
질투의 파괴력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질투의 파괴력>
찰리와 니콜 바버는 연극 감독과 영화 배우 커플. 슬하에 어린 외아들 헨리를 두었고 화목한 가족이었으나 지금은 이혼을 하려고 한다.
니콜의 고향은 미국 서부 LA이고 찰리는 동부 뉴욕에서 활동한다. 헐리우드에서 막 배우로 발돋움 하려던 찰나에 찰리를 만나 단 2초도 안되어 사랑에 빠진 니콜은 미련 없이 고향을 등지고 찰리를 따라 뉴욕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20대부터 연극계에서 인정받은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는 찰리와 그러한 남편의 연극에 출연하는 니콜은 지극정성으로 헨리를 키운다.
그러나 10년도 되지 않아 찰리와 니콜의 결혼생활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찰리는 연극의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연극배우로서의 니콜의 평가는 그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것만큼 벌어들이기 힘든 연극 공연에 니콜은 조력자로서 그녀의 재능과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붓지만 니콜의 도움은 그늘 속에 가려지고 찰리만 조명을 차지하자 니콜은 어느덧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을 질투하게 되어 부부 사이는 그만 냉랭해지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연극 스태프와 남편의 불륜을 눈치 챈 니콜의 마음은 더욱 얼어붙고 만다.
그러던 차에 헐리웃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니콜에게 제의하자 그녀는 헨리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일을 다시 시작하는데 헨리도 뉴욕 생활보다는 LA를 더 좋아하게 된다. 그러니 뉴욕을 기반으로 한 찰리와 모자의 사이는 자꾸만 멀어진다.
찰리가 이혼에 대해 시큰둥하며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자 니콜은 LA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이때부터 부부는 진흙탕 싸움의 늪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이혼이란 변호사들의 큰 시장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이혼소송의 성격상 상대방으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어 승률은 물론 성과를 높여야 생태계의 승자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성, 지성 모두를 쏟아부어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소송인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찰리와 니콜의 사소한 결점들은 피비린내 풍기는 이혼소송법정에서 침소봉대 되어 도대체 이 커플이 어떻게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싶으리만치 그들의 좋았던 관계는 왜곡된다.
그러나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들 헨리의 양육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하고 아빠와 엄마 둘다 사랑하는 헨리는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아버지가 헨리를 잘 돌볼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전문 감정인이 하루 중 오랜시간을 함께 하며 관찰하는 장면, 그리고 주머니칼로 실수하여 혈액이 낭자한데도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태연한척하는 찰리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결국 LA에서 이혼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는 양측 변호사들의 실력 덕분에 찰리와 니콜은 양육권을 나눠 갖고 이혼을 하게 되지만 그들은 아직 서로를 사랑한다. 니콜은 찰리의 풀어진 신발끈을 묶어주며 헨리를 돌보는 시간을 양보하고 찰리는 동부의 생활을 접고 LA의 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로 결정한다. 그들이 조금만 더 빨리 서로를 이해하여 양보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 이야기>는 각각 이혼의 경험이 있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연출과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로 이혼을 겪는 부부의 감성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아담 드라이버의, 폭발하듯 감정을 담아 쏟아내는 대사와 실감나는 연기도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미국 서부와 동부를 오가는 이 영화는 느긋한 서부의 문화와 그보다는 긴장되고 삭막한 동부의 문화 차이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니콜과 찰리의 다른점을 강조한다. 결혼 생활이란 각각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따뜻한 그릇 안에 차이점을 담아 녹이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방해하는 요소는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결혼 생활이 어려운 것 아니겠나.
찰리와 니콜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틈을 생기게 한 원인은, 성공에 취해 아내의 작은 바람들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긴 무신경함, 자신에게 귀기울여 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품게 된 남편에 대한 질투였다.
그리고 그 작은 틈을, 양측 변호사들의 주장과 별거 후에 이룩한 니콜의 작은 성공이 더욱 벌어지게 만들고 말았다.
이혼 조정기간에 상대방에 대한 장점을 빽빽하게 적어내려간 여러 장의 기록도 그들의 멀어진 사이를 다시 잇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가.
부부란 무엇인가.
돈독한 부부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틈은 얼마나 어이없게 생겨나는가... 등등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아 두어야만 할 영화(©2020.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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