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4-17 16:11:35
콜라이더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각본 25선
한국 영화 1편, <기생충>
콜라이더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각본 TOP25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들!
Relative contents
-
- 이건 나를 위한, 아니 우리 모두를 위한 응원가
하나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은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잘 나오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매 화의 대사 하나하나가 공들여 쓰여졌다는 게 느껴지는 드라마 정말 오랜간만에 찾았다. 어느 대사 하나 예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은데, 최소한 나에게는 너무나 취향이다. 그래서 난 이 드라마가 너무 어둡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덕질하자고 꼬셔보려고 한다. 과연 내 구구절절한 글로 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 폐부를 찌르는 대사의 향연
이 드라마의 장르를 나눠본다면, 휴먼 80/로맨스 20 정도가 될 것 같다.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이 드라마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관계에 대한 고찰이 너무 잘 느껴지는 드라마이다. 관계가 가진 성질은 다양해서 가족과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연인과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동료와의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연인 간의 관계의 실패로, 질투와 시기가 난무하는 동료와의 관계 등으로 관계 자체에서 염증을 느끼는 두 남녀, 구씨와 미정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추앙"을 시작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새로운 사람에게서 치유받고자 하기 위함일까. 결국 인간은 사람에게 질리면서도 사람 간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대사 하나하나에서 내 인생을 돌아볼만한 묵직한 대사들이 많았다.
“싫을 때는 눈 앞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싫어. 말을 걸면 더 싫고. 쓸데없는 말을 들어줘야 하고 나도 쓸데없는 말을 해 내야 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야.”
“나도 그런데. 하루 24시간 중에 괜찮은 시간은 한두시간 되나? 나머지는 다 견디는 시간. 하는 일 없이 지쳐. 그래도 소몰이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이 대사가 내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든 폐부를 찌르는 대사였다. 처음 만나서 어색함에 아무말이나 해야 할 때, 상대가 하는 말도 아무말이구나 싶을 때, 이 어색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오는 현타. 그리고 그 상황이 종료되고, 한창 말 잘하고 나와서 '내가 그런 말을 하고 나왔지. 쓸데없는 말이었는데."하는 자책에서 비롯된 두 번째 현타. 구씨의 대사에서 이런 내 모습이 투영되어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요 근래 내 자신을 왜 좋아할 수 없을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어서 이런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한 대사에 공감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남이 하는 이야기가 가끔 지칠 때가 있다. 그들의 일방적인 이야기에 지치면, 그 지친 감정은 곧 짜증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면서도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주절주절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리곤 후회한다. 그 사람은 이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을 텐데,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그저 들어준 것은 아닐까. 그래서 또다시 미안해진다. 내 이기적인 마음을 비판하며, 또다시 나는 나를 미워하게 된다.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으면서 남을 비판했을 때, 내가 나에게 느끼는 위선적 혐오감, 나는 오늘도 마음으로 삭히지 못하고, 또 감정을 표출해내고야 말았다는 후회 그리고 내 말을 들어주느라 지쳤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하나의 인간 관계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불안함. 그렇게 쿨한 척 하지만 한없이 소심한 내 자신에 대한 끝없는 자책. 이 생각의 잔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을 싫어하고, 인간에게서 내 자신을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인간들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신경쓰는 나 자신에 대한 비판이 결국 나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나는 인간을 상대하는 게 힘들어서 인생은 혼자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결국 온전히 혼자서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완전히 인간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공허함을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대사를 통해 '맞아, 나도 그런 비슷한 느낌 받았었어'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좀 덜 외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2. 왜 하필 추앙일까.
계속 궁금했었다. 왜 작가는 연애하자는 말을 추앙이라고 바꾸어 표현했던 것일까. 처음에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읭?하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때의 그 의문스러운 느낌 때문에 많은 뇌피셜 해석들을 찾아봤었는데,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들어갔다고 해석하신 분들이 꽤나 많았었다. 그 해석에 대해 많이 동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세계관이고 뭐고 그냥 단순하게 해석해서 누군가와 연애를 할 때,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기분이 왔다갔다 하는 것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내가 좋으면 그냥 좋다고 표현할 거라는 대사에서 이 추앙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미정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신선하고, 미정이라는 캐릭터의 걸크는 여기에 핵심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꾸 답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두고 봐라. 나도 이제 톡 안 한다. 그런 보복은 안 해요. 남자랑 사귀면서 조용한 응징과 보복 얼마나 많이 했게요. 당신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아요. 그냥 추앙만 하면 되니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이리저리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거 말고, 그냥 나는 그 때 상황에 맞추어 내가 하고 싶은 감정적 표현을 하고 사는 것만으로도 나의 자존감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미정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술에 절어사는 상대(구씨)를 바꾸려 들지 않고, 그저 좋아한다는 표현, 그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하는 것으로 미정은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을 시작한다는 개념이 너무 신박하다고 느껴졌고, 그런 담백하지만 묵직한 표현을 통해 구씨가 미정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우면서 보기가 불편하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싫어도,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 명의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살 만해진다는 미정의 말처럼 나를 사랑하는 사람 간의 섹슈얼한 관계가 아니라 나를 응원하는 사람의 존재 덕분에 나는 오늘도 버틴다는 메시지가 너무 가슴 따뜻해진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적인 로맨스는 참 많지만 내 영혼을 보듬어주고, 내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다. 나의 경우, 그런 사람을 찾으려면, 나부터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사랑해보는 연습부터 해봐야 겠다. 나는 그런 경험이 전무하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사치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지만 나를 이해하고, 나를 구원할 한 사람은 필요하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너무나 침체되어 있음을 느끼기에.
요근래 참 나에 대한 고찰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 나는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조금 생각을 단순화시키려고 한다. 그냥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해야겠다. 남을 신경쓰지 않는 척했던 과거를 지나 정말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내고 싶다.
3. 삶이 힘든 그대에게
지금 이 시각, 드라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무래도 열린 결말인 듯하다. 무엇보다도 하수구에 떨어질 뻔한 위기의 동전을 구하고, 편의점에서 샀던 술을 노숙자에게 준 걸로 봐서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자신을 스스로 구원하고, 새로운 챕터를 열고 있는 것이다. 그가 화류계를 떠나고, 정말 술을 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술을 끊는 첫 스텝은 밟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구씨는 조금씩 미정의 세계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 나는 그렇게 믿을 거다. 아무래도 작가님은 각자가 원하는 결말을 알아서 상상하라는 의도로 그런 결말을 내신 것 같으니, 나는 내가 원하는 결말을 내련다.
삶이 힘들고, 연애가 지치고, 친구 관계도 염증이 날 때, 미정의 상황, 기정의 상황, 창희의 상황에 감정 이입하기 보다는 그들이 하는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시기를 추천한다. 그들이 하는 말을 통해 내 안에서 답을 내지 못한 답답함을 뚫어내는 잔잔한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해방일지에 스며들며, 이들의 말에 공감하며, 이들의 캐릭터가 대단히 성공하지는 못해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이 드라마 속 모든 캐릭터들을 "추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을 응원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인 응원, "추앙"을 받고 싶다. 그렇게 여러분들도 세상의 단 한 명의 사람에게 "추앙"받는 삶이시기를 바란다.
-
- 이제는 우리가 ‘은혜씨’의 얼굴을 들여다볼 차례
-
누구나 생각만으로 그저 웃음이 나는 얼굴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을 보고 나면, 거기에 하나의 얼굴이 더 추가될 것이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인 ‘은혜씨’의 얼굴 말이다.
〈니얼굴〉은 여러 예술가가 모여 물건을 판매하는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캐리커처를 그리는 은혜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은혜씨에게 자기 얼굴 캐리커처를 맡긴 사람은 4천여 명에 달한다.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은혜씨는 화가인 어머니가 운영하는 그림 교실에서 우연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후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인기 셀러(seller)로 거듭났다. 마주 앉은 사람의 얼굴을 정성 들여 그려주다보니 ‘니얼굴 작가 은혜씨’라는 별명도 생겼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골치 아프다는 은혜씨의 너스레에서 그녀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장애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내내 밝은 분위기로 전개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니, ‘밝은 분위기’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니얼굴〉은 엄청나게 웃긴 영화다. 은혜씨는 내내 재치 있는 말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렇다고 또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화에는 은혜씨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장생활 안내서에 삽화를 그려달라는 의뢰에 답하는 장면이 있다. 제안을 들은 은혜씨는 “중요하다, 이거”라고 말한다. 그녀가 자신의 문제에 깊이 있는 고민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요컨대 발달장애인인 은혜씨는 유쾌하고 성숙한 시민이다. 차이를 차별로 환원하지 않는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은혜씨의 ‘다름’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애를 다루는 영화라고 해서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왔다면, (내가 그러했듯) 〈니얼굴〉을 본 관객은 아마도 어떠한 반성의 계기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밝고 유쾌한 은혜씨에게도 불행한 순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은 마땅히 불행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우리들의 편견 때문이기도 하다. 장애인이라서 불행한 게 아니라, 장애인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우리의 가정이 불행의 원인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은혜씨의 웃는 얼굴은 원인과 결과의 순서가 뒤바뀌었음을 자각시키는 계기이기도 하다. 동료 시민들의 애정과 지지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장애인의 얼굴은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은혜씨의 웃는 얼굴 옆에 있는 돌봄 제공자의 얼굴도 기억해야 한다. 은혜씨의 기쁨, 짜증, 투정, 행복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반응하는 은혜씨의 어머니이자 화가인 장차현실, 그리고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아버지이자 감독인 서동일의 얼굴 말이다. 아무리 은혜씨의 그림 재능이 탁월하고 그녀의 성격이 활발하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헌신이 없었다면 은혜씨는 여전히 집에서 다소 우울한 얼굴로 뜨개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사회‧공동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사적인 공간에서 오롯이 떠맡은 채 은혜씨의 삶이 빛나도록 지탱하고 있다. 그들은 많은 순간 행복을 느꼈을 테지만, 그만큼 많은 순간에 괴로워하기도 했을 것이다. 비장애중심주의가 상식인 사회에서 장애인과 그의 가족이 마냥 행복하길 바란다면 그건 기괴하게 뒤틀린 환상에 불과할 테니까.
장차현실과 서동일이 가능케 한 은혜씨의 웃는 얼굴은 우리를 그다음 질문으로 인도한다. 돌봄과 헌신을 제공받지 못해 자기 내면의 빛을 꺼내 보일 수 없다면, 장애인은 웃지 못할 수도 있다(은혜씨의 문제가 비단 장애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은혜씨와 장차현실, 서동일이 촉발한 질문은 계급, 성별, 인종 등의 이유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니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그들이 은혜씨의 밝은 얼굴과 그녀의 유쾌한 농담에 웃음 짓고 감동받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그들이 은혜씨가 선물한 웃음을 또 다른 질문으로 전환해 더 많은 은혜씨‘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혜씨는 이미 4천 명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 얼굴의 구체성을 포착하여 정성 들여 그려줬다. 이제 우리의 차례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3월 1주 최신개봉영화
2022년 3월 1주 개봉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The Batman , 2022
수학에서 발견하는 인생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 입니다.
‘수알못’ 관객들도 영화가 주는 감동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일상 곳곳의 수학을 친숙하게 표현해냈으며,
경제부 기자 출신 각본가부터 물리학 교수까지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250 대 1 경쟁률 뚫고 발탁된 김동휘와 독보적 스크린 장악력 선보인 박병은과
박해준, 빛나는 신예 조윤서까지 환상적인 배우들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도 빠질수 없는 관점포인트 입니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수학의 즐거움을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첫번째 추천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입니다.
예고편 보기
-------------------------------------------------------------------------------------------------------------------------------------------------------------------------
더 배트맨 The Batman , 2022
새로운 배트맨의 탄생
영화 '더 배트맨'은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이자
고담 최고 부를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알프 DC 확장 유니버스와는 연결되지 않는 독자적인 스토리로 다시 탄생을 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새 배트맨 영화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청춘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맡고,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를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 배우 마이클 키턴, 2000년대 크리스천 베일,
2010년대 벤 애플렉에 이어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의 주인공이 된거죠
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배트맨으로 새롭게 돌아온
두번째 추천영화 "더 배트맨" 입니다.
예고편 보기
-------------------------------------------------------------------------------------------------------------------------------------------------------------------------
블랙 라이트 Blacklight , 2020
액션장인 리암 니슨의 신작
영화 "블랙 라이트"는 언더커버 요원들을 관리하는 FBI 비공식 스페셜 요원 트래비스가 조직의 추악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는 끝장 액션 영화입니다.
"블랙 라이트"는 ‘타임 투게더’, ‘어니스트 씨프’ 등의 작품을 연출한 마크 윌리엄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액션 히어로로 회춘한 리암 니슨이 ‘어니스트 씨프’에 이어 마크 윌리엄스 감독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게 됐죠.
역시나 액션장인 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맨몸 액션과 쉴 틈 없는 총격전은 물론,
도로 위 거침없는 추격전까지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러닝 타임 내내 펼쳐질 예정입니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의 베테랑 제작진과 힘을 합쳐
카체이싱부터 맨몸 액션까지 다양한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블랙 라이트" 입니다.
예고편 보기
-------------------------------------------------------------------------------------------------------------------------------------------------------------------------
소피의 세계 Sophie′s world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영화 "소피의 세계"는 일상처럼 여행을 보낸 ‘소피’,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 ‘수영’과 ‘종구’, 2년 전 그들이 함께한 나흘의 기록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여행자 ‘소피’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한 호스트 ‘수영’이 2년 전의 기록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과거를 바라보며 기록과 기억이 뒤엉키고 풀어지는 스토리 입니다.
"소피의 세계"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정서로 주목받은 영화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바라봤을 때 발견되는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소피의 세계" 입니다.
예고편 보기
-------------------------------------------------------------------------------------------------------------------------------------------------------------------------
나이트 레이더스 Night Raiders ,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신예 이제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전쟁으로 도시가 모두 폐허가 된 2043년,
국가는 얼마 남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공적인 자산 취급하며 애국을 세뇌시키는 군대식 공공학교 ‘아카데미’로 차출해가고,
인간병기로 만들어 다시는 부모와 만날 수 없게 하죠
숲에 은신하며 딸 ‘와시즈’를 지키던 엄마 ‘니스카’는 덫에 걸려 다리를 크게 다친 딸에게 약 하나 제대로 구해줄 수 없게 되자
온전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이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이별을 택합니다
전쟁 이후, 개인이 낳은 아이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전쟁 이후의 독특한 설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나이트 레이더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과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대기록을 달성 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뜨거운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입니다.
예고편 보기
-
- 외로움을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않기를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나는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더 큰 도시로 거처를 옮겨다녔다. 서울에는 고향을 떠나 온 수많은 '레이디 버드'들이 있다. 이들이 고향을 떠난 이유는 아마도 소도시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이고,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고향에 갔을 때 느끼는 갑갑함 때문일 테다. 나는 직장을 다니지 않지만 아마 다시 귀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소도시 사람들은 건너건너 다 아는 사이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야자를 째고 놀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우리 엄마한테 일러바쳤다는 걸 나는 몇 년 전에 알았다. 그러니까, 딴짓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살지 않으면 너무 튀어서 온 동네에 소문이 쫙 퍼진다는 거다.
아마 내가 고향에 있었으면 이런 소리를 들었을 게 뻔하다.
"그집 딸은 대학 나왔으면서 취직도 안 하고 시집도 안 가고 어쩌고 저쩌고."
그렇기에 수많은 아이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 몰린다. 그 돈이면 고향에 집을 살(이제는 아니지만) 만큼의 돈을 내고 콩만한 방에서 해로운 음식을 먹으며 낯선 곳에서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떠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이따금은 가정을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택하는 여자 아이들도 있다. 내 가까운 친척도 그리하였다. 나는 같은 여자로서 그 아이의 삶이 너무 아깝고 아쉬웠는데, 그 생각 또한 근시안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인 닉의 아버지의 말처럼,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떠난다. 더 나아지고 싶기 때문이다. 내 고향사람들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니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할머니, 엄마, 이모, 고모, 숙모, 옆집 아주머니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 존재들은 외로움에 직면한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휘몰아치는 존재의 고독을 고작 이십대 초중반의 우리가 어찌 견뎌내겠는가. 그리하여 우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몇 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가장 쉽고 빠른 돌파구가 연애가 되겠으며 나와 몇몇 사람들처럼 술을 비롯한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한편으로는 연애도 중독이라 볼 수 있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연애에 중독된 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옆에 누가 없으면 못살겠어서, 혼자서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서, 못난 나를 바라보는 게 불편해서. 아주 쉽게 자존감을 채워주는 사람, 응당 나에 대해서 좋은 말을 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같이 있어 주는 사람을 찾아 온 거리를 헤매는 것이다.
나는 그쪽보다는 감정과 생각을 마비시키는 편이 더 좋았으므로 술을 선택했겠지만 그것 역시 연애중독자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못난 나를 바라보고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브루클린>의 주인공 에일리스 역시 아일랜드의 소도시에서 미국 브루클린으로 돈을 벌러 떠난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다.
에일리스는 언니 로즈가 아는 신부님의 도움으로 미국에 간다. 아일랜드에서는 소매점에서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할 자리밖에 없다. 하지만 때는 1950년대, 기회의 땅 미국에는 일자리가 차고 넘친다.
에일리스를 태운 배는 몹시 흔들릴 예정이지만, 에일리스는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본 적이 없으니 아무것도 모른 채로 혼자서 저녁식사를 한다. 결과적으로는 속에 든 걸 다 게워내고 배에 탄 그 누구보다 심하게 멀미를 한다. 그때, 에일리스와 같은 호실을 쓰는 여자는 에일리스를 돌봐주고, 미국에 입국할 때의 자세를 알려주고, 옷차림을 고쳐준다.
에일리스는 아일랜드 여자들이 모여 사는 하숙집에서 살면서 미국 백화점에서 일하게 된다. 에일리스는 낯가림이 무척 심한데, 별안간 친절하고 다정한 점원이 된다. 이탈리아 출신 남자 토니와 연애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남자는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에일리스를 가족에게 소개시키고 싶어 하고, 가족을 소개하자 마자 결혼하고 싶어하고, 롱아일랜드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같이 살고 싶어 한다. 공교롭게도 롱아일랜드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다.
에일리스는 백화점 점원보다는 언니 로즈처럼 회계를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며 경리 자격증을 딴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때, 언니 로즈가 갑자기 죽는다. 영화에서는 병을 앓고 있었다고 하지만, 글쎄, 언니가 스스로 선택했을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한 집안의 장녀가 살아온 삶을 상상해보자. 열심히 돈 벌어서, 둘째 에일리스에게는 결혼하라고 여기저기 남자들과 연결하고 일부러 자리 만드는 동안 로즈의 애인에 대한 소식인 전혀 들리지 않는다. 자기가 미국에 가서 아메리칸드림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생을 보내고, 자기는 어머니를 봉양하는 삶.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여러모로 아일랜드와 한국은 비슷한 궤를 가졌다. 섬나라의 식민지로 수탈을 당한 것도 그렇고, 독립 후 경제성장도 그렇고, 상황이 그렇다 보니 국민성도 비슷하다고 한다. 아직 아일랜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K-장녀로서 I-장녀를 이해하는 게 어려울 것도 없다.
아무튼, 언니가 죽고 에일리스는 잠시 아일랜드로 돌아오는데, 아일랜드로 간다고 하니 토니가 자기랑 결혼을 하고 가란다. 혼인신고까지 마치고 가라는데, 에일리스는 또 그렇게 하겠단다.
아일랜드에 갔더니 가장 친한 친구가 남자 하나를 붙여준다. 부잣집 아들에다 외모도 미국 토니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서 에일리스는 고민하는 눈치다. 게다가 언니의 후임으로 회계 일을 할 자리도 얻었다.
여기서, 예의 아르바이트하던 소매점 주인이 어디에서 건너건너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녀가 미국에서 이탈리아계 성을 가진 남자랑 혼인신고 했다는 걸 안다고 약간의 협박을 한다. 그렇다. 그것이 작은 마을의 특징이다. 건너건너 건너면 바다 건너 소식까지 다 아는 것이다.
잠시 고향의 안락함에 젖었던 에일리스는 당장 짐을 싸서 미국으로 건너간다. 에일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뉴욕으로 가는 배에는 갓 미국행 배를 타고 설레하는 어린 여자가 있다.
*
에일리스가 토니와 사랑에 빠진 것이 과연 진짜 사랑이었을까. 에일리스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토니를 만난 것도 겨우 몇 번에 불과하다. 혈혈단신으로 뉴욕에 와 보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해진 것. 토니 역시 에일리스를 정말 사랑한다면 아일랜드에 갔다 올 때까지 기다려주면 되는 거였다. 굳이 혼인신고까지 해서 여자를 밧줄에 묶어둔 채로 보내준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전근대적이다.
그러나 에일리스가 아일랜드 남자와 아일랜드에 정착하게 되면 에일리스의 삶은 어머니의, 할머니의, 옆집 아줌마의 삶과 똑같아진다. 이 세상이 전부인 줄로만 알고 살아가는 것. 에일리스는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새로운 세상에서 에일리스는 자신만의 삶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나의 친구들, 친분은 없지만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자기만의 삶을 위해 집을 떠났다. 안락하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고향을 두고 머나먼 타지로 올라와 서러운 삶을 견딘다. 우리의 서러움은 반드시 외로움을 동반한다. 분명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지만, 사랑으로 구원받으려고 하지 말자. 정확히는 사랑도 아니면서 사랑인 척하는 것들을 경계하자.
끝내 에일리스가 토니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뉴욕을 활보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영화 너머에 시골에서 뉴욕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젊은이가 꿈을 이루면서 멋지게 살고 있기를 바란다.
-
- [BIFF 데일리] 광장에서, 골목에서, 만남에서
DIRECTOR. 모흐센 마흐말바프(Mohsen MAKHMALBAF)
CAST. 알리 자데(Ali JADDEH), 벤자민 프라이든버그(Benjamin FREIDENBERG), 아디 니센바움(Adi NISSENBAUM) 등
PROGRAM NOTE.
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최신작이다. 감독은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악화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의 성지이자, 긴장과 증오가 일상화된 예루살렘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유대인과 무슬림들은 한 건물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서로를 공격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무슬림과 유대인 사이의 공존과 평화의 해법을 고민한다. 영화는 현재의 암울한 도시 분위기와 양쪽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내는 한편, 이 도시의 미래가 지금은 함께 놀지 못하는 밝은 표정의 아이들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힘과 역할을 확인시켜 주는 수작이다. (조지훈)
이 영화는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수미상관을 이루며 시작하고 끝난다. 감독이 과연 이 갈등의 해결책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조사차 예루살렘을 찾았다는 말. 시작할 때와 마칠 때, 같은 문장에서 서로 다른 감정이 피어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예루살렘이라는 도시를 둘러싼 두 ‘국가’의 갈등을 담고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60여 분 동안 나는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를 떠올렸다. 능소화가 군데군데 박힌 초록빛 배경에 한예리 배우가 서 있는, 그 싱그러운 포스터. 북촌 일대 서울 골목골목의 이야기가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그 영화를.
감독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좁다란 골목을 카메라로 부지런히 담고,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 평소 우리에게는 늘 가장 우렁우렁 외친 소리들, 뉴스 너머로 전달될 만큼 커다랗고 거친 극단의 목소리만이 들리기에, 보통 사람들의 무난한 생각들을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는 걸 생각하면, 더없이 귀한 인터뷰다.
메카에 순례를 왔던 선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아프리카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련 현대사와 촘촘하게 맞물려 온 자기 인생을 풀어놓는다. 선조부터 대대로 예루살렘에 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서로 다른 관계를 맺어 왔다는, 그래서 세대의 차이를 피부로 느껴온 유대인 벤자민 또한 골목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단절되고 분리된 사람들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연결하는 공간으로 자기 집을 가꾸어 가는 유대인 여성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골목에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도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하루>가 북촌 골목골목을 비추며 더없이 서울다운 풍경을 담았듯, 늘 국제면 기사에서 보게 되는 과격하고 뒤틀린 모습이 아니라 이 영화 속 사람들이 그리는 모습이 실제 예루살렘의 모습일 것이다. 언제나 그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일들은 골목에서 일어난다. 통곡의 벽이나 대형 모스크 같은 유적지가 아니라.
이들은 변해가는 예루살렘의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도시 한가운데서 총성과 폭격음이 울리고, 무장한 군대뿐 아니라 어느 날부터 정착해서 살기 시작한 이스라엘 사람들도 마치 자경단 느낌으로 무기를 두르고 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시장은 일시적으로 폐쇄되고, 그럴 때마다 일시적으로 모두가 길을 잃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어떤 말들이 무너진다. 평화, 공존, 그런 단어들이 무너진 자리를 더듬거린다.
영화의 제목은 <이곳의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이고, 제목답게 ‘같이 노는’ 아이들은 나오지 않는다. 철저한 분리. 위협을 느꼈다고 또 무장하고, 피를 흘렸다고 또 피가 흐르게 함으로써 이 도시를 메운 위험의 총량은 계속 늘어나, 불안한 수위를 한참 넘어서 위태롭게 찰랑거리고 있다.
철저한 분리 안에서, 사람들은 같은 골목을 걷지 않게 된다.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고 걸을 일도 없고,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대화할 일도 없다. 미지의 적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류를 구매하겠다고 긴 줄을 선다. 인터뷰를 하는 인물들은 이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하면서도, 밝은 미래의 회복을 꿈꾸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차분한 인터뷰가 다수를 이루는 영화임에도, 예루살렘이 죽어가고 있다고 절절하게 외치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도시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건 이런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일 것이다. 마을 안에서, 골목에서, 작은 각자의 집에서, 조금씩 각자의 주변을 바꾸어 가는 사람들. 그 도시에 대한 진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예루살렘 거리는 돌로 되어 있지만 우리 심장은 그렇지 않다”. 영화에 나온 노랫말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이내 돌처럼 굳어져야 한다. 혐오는 길러지는 것이기에. 영화 속에서 연결을 희망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듯, 대화를 나눠보면 다 그냥 사람이다. 역사적 사실도, 경전 속의 문장들도, 구태여 갈등을 만들고 상대를 비방하고 살해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여기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지만, 영화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폭력의 행위를 흉내 내며 노는 아이들도 있고, (토실토실해서 너무 귀여운) 고양이를 끌어안고 노는 아이들도 있고, 무엇보다 종교나 민족과 상관없이 섞여 함께 가는 학교가 있었다. 그 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입대를 꺼려 한다고 한다. 희망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같이 노는 것만으로 해결될 만큼 간단한 자리에.
10월 7일의 하마스 공습을 기점으로 이제 눈치조차 보지 않는, 이 영화 속 표현을 빌자면 점점 파시즘에 가까워 가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바라본다. 또한 그 폭력이 전염되고 있는 일대 국가들을 바라본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공세를 펼치고 이란은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응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이란 핵시설 공격만 슬쩍 반대했다. 이란에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 밝혔다. 10월 3일 기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보도들이다.
불안하고 산란한 마음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광장과 골목이,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신을 추앙하든, 어떤 가치를 숭배하든,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든, 우리는 만나서 뒤엉켜야 한다. 애정도 갈등도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만남이 단절된 애정은 헛되고, 미지의 상대에 대한 적의는 미친 듯이 부풀어올라 불필요한 갈등으로 꼬이니까.
해답은 언제나 믿기지 않을 만큼 간단하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광장, 골목, 우리가 만날 곳을 회복하는 것뿐이다. 오늘 우리가 만날 곳은 어디일까. 어쩌면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이는 영화제 또한 그런 만남의 광장이 아닐까 생각하며, 영화의 전당 앞을 걷는다. 더 많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려오기를.
10/03 14: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상영코드 065)
10/05 20:00 CGV센텀시티 2관 (상영코드 175)
10/09 13:30 영화의전당 소극장 (상영코드 434)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프레스로 참석 후 작성한 기사입니다.
-
- [JIMFF 데일리] 자기만의 길을 가요, 짐짓 꾸며내지 말고
- 포저PoserCast감독: 오리 세게프, 노아 딕슨출연: 실비 믹스, 바비 키튼 외Synopsis존재감 없는 ‘레넌 게이츠’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인디 음악계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자신이 동경하는 음악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야망을 발견하는데, 자신감과 재능이 넘치는 ‘바비 키튼’과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 ‘바비’는 ‘레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것을 권유하고 ‘레넌’은 곧 집착의 길로 들어선다.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Review혹시 좋아하는 인디 뮤직이 있으신가요? 인디 뮤직은 음반 제작을 비롯해 유통, 홍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해내는 뮤지션의 음악을 말합니다. 인디 뮤지션들은 음반 제작사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개척자입니다. 음악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인디 뮤직은 음악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죠.인디 뮤직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를 자신 있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레넌'의 이야기를 담은 픽션 영화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르의 인디 뮤직에 집중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스릴러적 감각에 젖어 들고 마는 매력적인 작품이죠.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경쟁 섹션에 이름을 올린 영화 <포저>입니다.⊙ ⊙ ⊙짐짓 꾸며내는 사람, 포저(Poser)의 이야기<포저>는 인디 뮤지션이 되고픈 ‘레넌'의 그릇된 욕망을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내는 영화입니다. ‘레넌'은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 녹음기로 세상의 소리를 수집하는 인물입니다. 지역 인디 뮤지션을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음악계에 속하기를 간절히 소망하죠. 하지만 공연장 안 ‘레넌'의 모습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마냥 불편해 보입니다. 그녀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신나게 즐길 만큼 배짱이 좋지도 않고, 존재감마저도 미약한 사람이거든요. 팟캐스트에 인디 뮤지션의 시크릿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려놓고도, 정작 그녀는 공연장에 들어가는 방법조차 알지 못합니다. 인디 뮤직계에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발을 들이지 못한 ‘레넌’이 할 수 있는 일은 동경하는 뮤지션과 비슷하게 화장하고, 그 표정과 제스처를 따라 해보는 것뿐이죠.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여러 인디 뮤지션을 인터뷰하던 ‘레넌'은 우연히 동경하던 뮤지션 ‘바비'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를 포함한 뮤지션들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죠. 그 자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바비'와 친분을 쌓고, 음반 제작까지 권유받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상과 음악계로부터 인정 받은 ‘레넌’의 노래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레넌'은 짐짓 꾸며내는 사람, 포저(Poser)였거든요.인터뷰에서 들은 뮤지션의 음악을 그대로 베껴 부르고, 물고기를 싫어한다는 ‘바비'의 말에 이름까지 붙여 키우던 물고기를 변기에 흘려보내며, ‘바비'와 한 팀인 ‘Z 울프'가 가면을 벗지 않고 활동하자 자신과 밤을 보내는 남성에게도 가면을 씌우는 ‘레넌'. 음악계에 속하기를 갈망했던 그녀는 다른 음악인의 정체성을 자신의 것인 양 꾸며냄으로써 그 안에 들어갑니다. 빼앗은 노래, 빼앗은 정체성으로 사람들에게 음악적 인정을 받기 시작한 ‘레넌’은 결국 모방에 대한 집착을 억제하지 못하죠.⊙ ⊙ ⊙창작의 필요 조건, 모방 아닌 오리지널리티모방은 창작의 모체이고, 영감은 창작의 자극제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예술가들도 모방과 영감의 가치를 힘주어 이야기하곤 하죠. 그러나 모방과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모방은 손쉽게 절도가 됩니다.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이러한 이유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철학을 밝힌 바 있죠. 오늘날은 ‘레넌'처럼 소리를 수집하거나 인터뷰에 나서지 않아도 뛰어난 예술가의 훌륭한 창작물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달리 말하면 포저가 되기 쉬운 세상이기도 하죠. 꾸준히 자기 창작물을 성찰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동경심에 시작한 모방일지라도 쉬이 표절로 변하고 맙니다.<포저>의 주제 의식은 ‘레넌'에게 가장 맛있는 감자 칩은 반으로 접힌 감차 칩이라는 예찬을 펼치는 한 남성의 입을 통해 전해집니다. 반으로 접힌 감자 칩 맛을 흉내 내려고 감자 칩 두 개를 겹쳐 먹어도, 반으로 접힌 감자 칩의 맛은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예찬론인데요.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창작은 절대 모방에서 비롯될 수 없습니다. 창작의 핵심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니까요.영화를 끝까지 보면, 소리를 수집하고 인디 뮤지션을 인터뷰하는 ‘레넌’의 행동이 실은 ‘예술성 절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그녀는 몰랐겠지만, 사실 ‘레넌’에게도 오리지널리티는 있었습니다. 디지털로 녹음한 소리를 굳이 테이프로 재녹음하는 아날로그 마니아라는 정체성 말입니다. 만약 소리를 정직하게 담으려는 열정을 오리지널리티로 살려 음악을 했더라면, 그녀는 언젠가 음악계에 당당히 발을 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종국엔 정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음악계에 진출해 버렸지만요.그런데도 자꾸만 피어오르는 그녀를 향한 연민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소속과 인정의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소속감은 그 집단이 보내는 인정에서 옵니다. 뮤지션들이 인정해주는 음악을 만들면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작가들이 인정하는 글을 쓰면 작가로 인정받죠. 소속감과 인정 모두 창작의 필요 조건은 아니지만,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확실한 힘이 됩니다. 하지만 <포저>는 창작자라면 한 번쯤 겪는 유혹의 순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예술의 가치가 소속과 인정, 모방 따위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확신, 그것이 창작의 진정한 필요 조건입니다.⊙ ⊙ ⊙인디 뮤직의 세계를 흥미롭게 조명한 <포저>는 인디 뮤직에 대한 두 감독의 애정과 열정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인디 뮤지션들을 인터뷰하는 ‘레넌'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데요. 영화 속 뮤지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퀴어 데스 팝, 익스페리멘탈 팝, 인디 포크, 얼터니티브, 폐차장 디스코까지, 상영 시간 내내 다양한 인디 뮤직의 향연이 펼쳐집니다.놀라운 사실은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 대부분이 실제 인디 뮤지션이라는 점입니다. ‘레넌’이 훔친 노래의 주인인 인디밴드 WYD와 동경의 대상 ‘바비’도 극 중 이름과 같은 활동명의 인디 뮤지션이죠.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지켜보면 짧게나마 그들의 실제 공연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음악을 짐짓 꾸며내는 포저가 되지 않기 위한 두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Schedule in JIMFF2022.08.12(금) 메가박스 제천 2관 17:002022.08.14(토) CGV 제천 2관 10:00
-
-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담긴 상징들 #2
환몽(幻夢) CINE 리뷰 2화_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 당신의 취향은?
- 환몽이 꼽은 시달소 속 최고의 OST!
- 우리가 시달소를 사랑하는 이유?
- 시달소에 담긴 상징물 3가지의 의미는?
- 시달소 속 최고의 명장면과 한줄평!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시간을달리는소녀 #시달소 #호소다마모루
-
-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감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영화! 스펜서!
다이애나 황태자비에 대한 영화 스펜서가 개봉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화라기보다는 실제 그녀가 이혼 전 느꼈을 감정을 압축해서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고독과 외로움이 영화 전반에 강하게 묻어나고 있죠.
그 외로움이 이렇게 제대로 표현된 건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ug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
TRANSLATE with xEnglishTRANSLATE withEnable collaborative features and customize widget: Bing Webmaster Portal
-
- 넷플릭스 <케이트> 공식 예고편
냉혹한 킬러 케이트가 치명적인 물질에 중독된다. 그녀에게 남은 생명은 24시간뿐. 그 안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을 찾아 복수하려는 케이트.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딸과 손을 잡게 된다.
-
- 영화 <아가일> 1차 예고편
장르: 판타지 스파이 스릴러 출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헨리 카빌, 존 시나, 두아 리파, 브라이언 크랜스톤, 소피아 부텔라, 아리아나 데보스, 캐서린 오하라, 사무엘 L. 잭슨 각본: 제이슨 푸치스 감독: 매튜 본 위대한 스파이일수록 더 큰 거짓말을 한다. [킹스맨], [킥 애스]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은 다시 한 번 스파이 액션 영화를 정립할 것 입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베스트셀러 스파이 소설 작가 ‘엘리 콘웨이’ 역을 맡았습니다. 집에서 컴퓨터, 고양이 '앨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내향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 속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소설 속 비밀 요원 ‘아가일’이 세계적인 스파이 조직의 비밀에 근접하게 되고, 그녀의 소설이 현실 세계에서 동일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모든 상황이 뒤바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