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9-01 10:26:04
[왓챠] 주술회전 [呪術廻戦] [일본 애니메이션]
성장하는 소년은 언제나 멋있다.
애니메이션 / 일본 애니 / 만화 / 판타지 / 몰입도 높음 / 왓챠 애니 / 성장물 / 다크판타지 / 판타지 / 주술사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왓챠를 결제한 가장 큰 이유는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왓챠에서 보는 작품은 주로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많다. 보통 짧은 줄거리와 아이콘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주술회전의 아이콘이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애니메이션을 보니 작품의 색감이나 그림체가 가슴 설렐 정도로 좋았다.(당연히 스토리도 훌륭) 애니 애호가들 사이에 그림체가 들쭉날쭉하다는 평이 있는데, 만화책으로 안 보고 애니로 봐서인지 그런 부분은 모르겠고, 개인적으론 그림보다는 스토리나 작품 캐릭터의 완성도를 보는 편이라 그런 평에 대해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작품의 짧은 줄거리
주술회전은 일반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신체능력을 타고난 소년 이타도리 유지가 주술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판타지 애니이자 성장 드라마인 이 만화는 당연히 주인공이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친구를 사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지루할 틈 없이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이진 않게)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는?
주술회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론 밝고 맑고 탄력성 강한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를 좋아한다.
연기자 중 가장 좋았던 배우는?
유튜브로 대신함.
출처[멋진기영TV]_https://www.youtube.com/watch?v=BBBGqQdoo20&t=193s
총정리 한 줄
오프닝과 엔딩의 색감이 계속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 이런 작품 때문에 왓챠 구독을 멈출 수 없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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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과속스캔들 결말 줄거리 살펴보기
여기 정말 재미있는 코디 영화가 있어요! 박보영의 리즈시절과 차태현의 조합으로 코미디 가족 드라마로 만든 영화 과속스캔들. 이 영화를 본 사람에게 자동으로 BGM이 깔리는 마법 같은 영화, 보면서 배 아플 수 있는 영화가 여기 있어요~ 잘나가는 연예인에서 갑작스러운 딸이 생겼다?!
영화 과속스캔들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가족
감독 : 강형철
각본 : 강형철, 이병원
출연진 :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개봉일 : 2008년 12월 03일
평점 : 9.20
스트리밍 : tvN , 웨이브, 쿠팡 플레이, 왓챠
기획 의도
한때 아이돌스타로 10대 소녀 팬들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남현수(차태현). 지금은 36살 나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잘나가는 연예인이자, 청취율 1위의 인기 라디오 DJ. 어느 날 애청자를 자처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이 현수가 과속해서 낳은 딸이라며 바득바득 우겨대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애까지 달고 나타나서...
집은 물론 현수의 나와바리인 방송국까지. 어디든 물불 안 가리고 쫓아다니는 스토커 정남으로 인해 완벽했던 인생에 태클 한방 제대로 걸린 현수. 설상가상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한 그에게 정남과 스캔들까지 휩싸이게 되는데...
나 이제 이거 한방 터지면 정말 끝이다 끝!
여담
영화 과속스캔들은 2008년 개봉 당시 초 대박을 터트리며 2008년 흥행 성적 1위를 달성했다.
원래 영화 제목은 '과속 삼대'였으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과속 스캔들'로 바꿔서 흥행에 성공했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이후에 오랫동안 히트작이 없었고, 박보영 역시 무명 신인에서 벗어나 어엿한 배우로 성공하였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과속스캔들 결말을 살펴보자면...
현수(차태현)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봉필구 연예부 기자로 다른 사건을 통해 한 명의 연예인을 나락 가게 만든 그 연예인이 현수의 기자회견으로 들어와 봉필구를 마구 두들겨 패면서 현수의 기자회견은 난장판이 난다. 결국 한때 잘 나갔던 연예인이지만, 연예인이 인기가 없어서 아저씨 콘셉트로 바꾸면서 인기 없던 연예인에서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 과속스캔들은 결말까지 진짜 완벽하게 웃기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봤었고, 아역 배우였던 왕석현이 어엿한 어른이라니..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준 영화랄까?..
한줄평 : "아마도~ 이건 사랑이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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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이토록 뚝심 있고 암울하며 끈적한 조폭 영화라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김창훈 KIM Chang-hoon
출연] Xa-bin HONG 홍사빈 Joong-ki SONG 송중기 Hyoung-seo KIM 김형서
KOREA|2023|124 min|DCP|Color|Special Premiere
시놉시스
명완시에 나고 자란 18세 고등학생 '연규'(홍사빈). 중국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의 꿈은 엄마 '모경'(박보경) 함께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는 것. 하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다. 새아빠 '정덕'(유성주)의 딸 '하얀'(김형서)을 도와주려다 일진과의 싸움에 휘말리고, 졸지에 합의금 300만 원을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명완시를 떠나 본 적 없는 '치건(송중기)'이 선뜻 300만 원을 준 것. 이를 계기로 연규는 치건처럼 명완시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치건이 중간 보스인 조폭 조직에 합류해 이것저것 일을 배우는 연규. 그러나 연규가 치건에게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치건이 연규를 신뢰하면 신뢰할수록 그들에게는 점점 더 위험한 일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갱스터 영화의 사회적 맥락
갱스터 영화는 필연적으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영화다. 지나치게 남성적, 마초적이라고 비판받고, 높은 수위 때문에 불쾌하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폭력성은 갱스터 영화에 남성 판타지 이상의 사회적 의의가 깃드는 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갱스터 영화의 전성기가 두 차례 있었다. 금주법이 시행된 대공황 시기,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사회가 혼란했던 70년대다. 갱스터 영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당대의 사회 구조적 불안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비정상적인 시스템 하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몸짓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그 폭력성과 선정성을 스크린 안으로 제한하면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기제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제76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된 <화란>은 장르의 본분을 충실히 해낸 수작이다. 신인 감독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마지막까지 톤을 유지하는 뚝심, 달라붙은 껌처럼 찐득한 장르적 쾌락이 돋보인다. 조폭의 가장 말단에 위치한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한국 조폭 영화의 익숙한 틀을 깨부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부인 오프닝
사실 <화란>은 오프닝이 전부인 영화다.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남학생 일진 무리. 연규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무리 중 한 명을 붙잡더니 돌덩이로 머리를 내리친다. 그러고는 돌덩이를 내려놓는다. 이때 운동장에 고여 있던 물덩이에 피 묻은 돌이 떨어지고,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는 사이 흙탕물이 된 물덩이 표면에 제목 <화란>이 나타난다.
아무 맥락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한 오프닝은 충격적이다. 예상치 못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 물론 영화는 그 직후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규연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매 하얀을 돕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 그녀가 학교 내 일진이 여자 속옷을 거래하는 일에 휘말려서 협박당하고 있었기 때문.
대신 충격만큼 <화란>의 주제는 간명히 드러난다. 고요한 물덩이가 피로 물들고 파동 치기 시작한 이상, 흙탕물을 되돌릴 수 없다고. 즉, 폭력의 굴레에 발을 내딛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고. 실제로 영화는 현실 속 온갖 폭력으로 가득하다. 연규네 가족은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불법 사채업자 치건은 오토바이 절도 사업을 병행하고, 정치인 뒤를 봐주는 조폭이다. 심지어 사회적 혐오와 책임회피 같은 이슈도 끼어들어 있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이들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일절 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를 감싸 안으려고 하지 않는다. 연규도, 치건도, 하얀도, 새아빠도 모두 폭력이 잘못된 것인 줄 안다. 심지어 부패 정치인 '정의석'(서동갑)도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영화는 더 냉혹하다.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말이 빈말로 느껴지는 암울한 사회상과 폭력의 굴레를 고발하겠다는 의지도 강렬하다.
갱스터인 척하는 멜로드라마
악의 굴레를 멜로드라마로 바꿔서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 두 남자의 브로맨스 덕분에 폭력의 의미와 역할이 더 잘 전해진다. 연규는 아버지가 없다. 친아빠는 어릴 적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는 새아빠와 결혼했다. 하지만 새아빠는 술만 마시면 연규와 엄마를 두들겨 팬다. 하얀이 말려야 간신히 말을 들을 정도다.
자연히 연규에게는 머리를 다친 일진에게 줄 합의금 300만 원을 마련할 재주가 없다.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로는 택도 없다. 그런 그에게 치건이 나타난다. 연규에게 홀연히 300만 원을 선물하더니 결코 자기를 찾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던 연규는 끝내 치건을 찾아간다. 어떤 힘이든 있어야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런 그를 보면서 치건은 망설이다 못해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하나 둘 알려준다. 그 역시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가정폭력 피해자였으므로.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럴 수 없는 일. 더 나아가 손가락 하나, 손톱 한쪽으로 책임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렇게 처한 상황도 성격도 다르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두 사람은 형과 동생, 가족이 된다. 이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멜로 같다.
연규와 치건의 관계는 뻔해 보이기도 한다. 절망에 빠진 주인공에게 의지할 대상이 홀연히 나타난다. 주인공은 그를 닮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길을 걷는다. 여느 갱스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관계다. <신세계> 속 이자성과 정청,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속 재호와 현수 관계를 자연히 떠올릴 순간도 스쳐 지나간다.
'화란' 속에 '화란'이 있는가
하지만 연규와 치건 사이에는 낚시찌에 걸린 물고기 마냥 애매한 대목이 있다. 그들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다. 서로에게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 치건은 연규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아픔을 알아본다. 그래서 그가 자기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그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다.
연규도 치건의 삶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물론 폭력의 달콤함에 잠시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큰 형님 '중범'(김종수)의 살인 지시에 불복할 만큼의 사리 분별은 한다. 이처럼 원치 않지만 자기 모습을 발견한 형과 잘못을 알지만 형이 되고 싶은 동생. 영화는 쌍방이 빚어내는 애매한 긴장감을 극한으로 몰고 가서 터뜨린다. <화란>의 멜로가 다른 갱스터 영화 속 브로맨스와 차별화되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제목이 있다. '화란'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재앙과 난리를 뜻하는 말이자 네덜란드의 한자어다. 이때 전자는 현실의 유의어다. 연규와 치건이 사는 세상은 그 자체로 지옥이니까. 후자는 희망의 유의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를 데리고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는 게 연규의 꿈이니까.
두 형제 사이의 긴장감은 두 번째 화란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연규에게 화란은 두 가지 의미이지만, 치건에게 화란의 의미는 하나뿐이다. 연규의 금속 보관함이 비상금과 네덜란드 여행 가이드북으로 꽉 차 있는 반면, 치건의 나무 보관함은 끝내 비어있듯이. 이 차이가 둘의 말로를 갈라놓는다. 동생은 화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울 의지가 있지만, 형에게는 그럴 화란이 없기 때문. 이는 영어 제목이 <Hopeless(희망이 없는)>인 이유다.
한국 영화의 클리셰를 거부하다
이러한 멜로드라마는 <화란>이 한국 조폭 영화의 틀을 탈피하는 원동력이 된다. 사실 배경은 유사하다. 한국 조폭 영화는 주로 재개발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심지어 1달 전쯤 개봉한 <보호자>까지도. 조폭은 철거민을 밀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뤄낸 한국 사회의 집단적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조폭 영화 속 신축 부동산은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려는 평범한 서민의 욕망을 보여준다. 이는 장르는 달라도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궤를 같이 하는 지점이다. 조폭 또한 부동산 재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조직 내외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 조폭 영화는 정치인, 기업인, 조폭의 삼각관계를 주로 반복한다. 조폭인지 정치인인지 분간하는 게 의미 없는 <아수라> 속 박성배 시장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삼각관계에는 올드하다는 이미지와 클리세 범벅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 감독은 과감한 시도를 한다. 정치인, 기업인, 조폭이 아닌 조폭의 말단, 막내에게 집중한다. 치건의 큰 형님은 재개발 사업 이권을 두고 국회의원 선거를 주무르려 한다. 그러나 연규에게 이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윗사람이 어떤 이익을 두고 싸우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조폭 영화에 담긴 새 세대의 현실
대신 영화는 새로운 세대의 고민에 집중한다. 치건은 연규에게 묻는다. "언제 여기 왔어?" 연규가 답한다. "태어날 때부터요." 이는 단순히 명완시에 언제 왔는지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언제부터 폭력의 굴레에 빠졌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린 연규 입장에서는 답이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이 문답의 연장선상에서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성년을 앞둔 고등학생이 이미 존재한 카르텔, 폭력의 굴레를 어떻게 버텨내는지, 책임 지고 빠져나갈 방법은 있는지. 이미 자리 잡힌 사회 구조, 상승할 희망조차 찾기 힘든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이는 <화란>의 분위기가 여느 영화보다도 암울하고 처절한 이유다.
그렇다고 <화란>은 그저 냉혹한 현실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한 가닥 응원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치건과 헤어진 후 집에 돌아온 연규는 새아빠에게 맞아 죽은 엄마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새아빠에게 복수하는 대신 하얀과 함께 집을 나온다. 다른 도시로 떠난다. 자기 손으로 폭력을 거부하고, 굴레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화란>은 고여 버린 장르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다.
물론 마지막 장면이 마냥 희망적이지는 않다. 과연 연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완전히 떠날 수 있을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 주인공의 표정도 홀가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들이 새 출발을 알린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화란>은 회의감을 떨치지는 못해도, 이제 막 성년이 될 두 주인공에게 마지막 응원은 보내려고 노력한다.
좋고 싫은 이유가 같다
분명히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15세 관람가치고 잔인한 장면이 꽤 많다. 완성도 문제도 있다. 여기저기 생략된 지점이 많다 보니 뒤로 갈수록 영화가 버거워한다. 특히 조직 상부에서의 의사결정과 음모, 하부 조직원과의 감정선과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하얀처럼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캐릭터도 생긴다. 정교한 스토리텔링 대신 배우들의 연기력과 분위기에 기대기 때문. 서사의 빈 공간을 유추해야 하는 불친절한 작품인 셈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좋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인 영화이기도 하다. 반지하방의 습기처럼 답답하고, 운동화에 달라붙은 껌처럼 찐득한 분위기는 근래 한국 영화에서 맛보기 어려운 개성이다. 도를 넘는 듯한 잔혹함은 그 분위기와 현실을 강조한다. 그 덕분에 송중기의 새로운 모습, 홍사빈과 김형서라는 신인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나아가 웃음을 단 한순간도 허용하지 않는 뚝심까지 고려하면 <화란>은 근래 한국 영화 중, 특히 갱스터(조폭) 영화 중 보기 드문 수작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들짐승처럼 맹목적이고 폭력적이며 진득한 갱스터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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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들의 우정 이야기 영화 '클로즈' 언론배급시사회 후기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로즈
(2023.05.03 개봉)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린, 구스타브 드 와엘
안녕하세요! 씨네랩 크리에이터 에깸입니다 ♥
소년들의 풋풋한 우정을 그려 더욱 관심 받고 있는 영화
'클로즈'의 언론배급시사회에 다녀왔어요
영화관 내 오열하신 분도 계셨구 ㅠㅠ
감정선을 정말 톡톡 잘 건드리는 영화였던 거 같은데요
어땠는지 평을 한번 남겨 볼게용
클로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진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클로즈>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후기 글이니까 엔딩 말씀드리자면
레미가 괴한에게 습격당해 죽습니다
그제야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던 자신을 반성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이 나는데요
뜬금포 괴한 습격이... 사실 좀 당황스러웠어요
사실 괴한인지 뭔지 정확히 나오진 않지만 집 문이 박살나 있고 레미가 죽었다고 말하거든요
차라리 저는 레미가 자살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레미의 자살로 인해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 왕따를 견디지 못한 아이
두 개의 교훈적 엔딩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아이들의 대사 중에 '호모', '생리하냐', 등 편견 섞인 대사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엔딩이 더 맞았다고 보고요
레오를 원탑 주인공(감정선)으로 두려다가 오히려 분위기가 축축 쳐지기만 하고
레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벅차단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레미의 엄마를 또 다른 주연으로 둔 건 좋았어요
레오-레미-레미엄마 세 캐릭터의 구도로 가니까 레미가 죽고 나서도 이어갈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다만, 레미 엄마의 태도가 급변하는 게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달까요
아들이 죽기 전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 달라고 하지만
말하지 않는 레오도 다정하게 대해 주거든요
우물쭈물하다 말하니까 바로 차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여기까진 오케이죠 당연한 감정이에요
근데 5초도 안 돼서 찾으러 가요
이 부분이 약간... 정신사나웠던 듯해요
레오의 감정선을 토대로 영화가 흘러가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돌보지 못한 느낌?
그래도 끝내 레오가 오열하던 병원 씬에서는 많은 분들이 따라 울더라고요
예술 영화로선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공부하는 제가 보기에 딱이었달까요?
인물의 감정선을 어떻게 꾸려가면 좋을지 굉장히 공부가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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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최신 개봉영화!
어느덧 여름이 지나가고 9월이 다가왔네요
9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9월 1주 개봉영화 5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마블 첫 아시안 히어로 무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마블 페이즈 4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첫 아시안 히어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을 합니다.
마블의 강력한 히어로 '샹치'의 탄생과 '아이언맨', '앤트맨' 등
기존 마블 작품 속에서 미스터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전설적 조직 '텐 링즈'의 실체를 다루는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마블의 강력한 전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달은 초인적 히어로 '샹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펼칩니다.
넷플릭스의 '김씨네 편의점'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계 캐나다인 시무 리우가 '샹치' 역을 맡았고
양조위, 아콰피나, 양자경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춥니다
기존 마블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익스트림 액션과
현대와 고대 신화의 세계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비주얼!
첫번째 추천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켈리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 2019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영문 소설 TOP100이자 21세기 최고의 책 TOP100으로 꼽힌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는 전설적인 영웅이자 범죄자로 이름을 떨친 ‘네드 켈리’의 실화를 수면으로 끌어올린 세기의 소설입니다.
탁월한 원작 소설에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매력적인 연출력과 밀도 있는 시나리오가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 영화 "켈리 갱"이 개봉을 합니다.
"켈리 갱"은 전설적인 존재 ‘네드 켈리’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만큼 주인공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저스틴 커젤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네드 켈리’를 찾았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1917'의 조지 맥케이가 낙점됐습니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의 이야기
두번째 추천영화 "켈리갱"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코다 CODA , 2021
선댄스 영화제 역대 최초 US 드라마틱 부문 4관왕 석권!
영화 '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가
어느 여름날, 우연히 노래와 사랑에 빠지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감동 가득한 뮤직 드라마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농인 가족 캐릭터는 실제 농인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의 엄마 '재키' 역을 맡은 배우 '말리 매트린'이 농인 배우로,
그는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을 통해 오스카의 트로피를 거머쥔 최초의 농인 배우죠
또한 청인배우는 코다인 주인공 '루비' 역에 캐스팅된 배우 '에밀리아 존스'와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놀라운 가창력으로 화제가 된 배우
'퍼디아 월시 필로'가 맡아 환상적인 뮤직 케미를 선보입니다.
'라라랜드'로 그래미상 2관왕을 수상하고 '물랑 루즈',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2관왕을 달성한 음악 감독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자신의 음악적인 역량을 총동원하여 탄생시킨 뮤직 드라마!
세번째 추천영화 "코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습도다소높음 The rain comes soon , 2020
대한민국 최초 코로나19 소재 영화의 탄생!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은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에어컨을 꺼버린 극장에서 벌어지는 현실공감 땀샘개방 코미디입니다
너도 나도 힘든 코로나19 시대,
존폐 위기에 놓인 낭만극장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통해 웃음 폭탄은 물론 공감까지 보여주는데요
출입명부 기재 거부, 마스크 착용 거부 등 코시국 이후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빌런들의
기상천외한 진상 행태와 이에 맞서 꿋꿋하게 방역 수칙을 부르짖으며 고군분투하는 극장 직원의 안타까운 모습 등
이 시대를 살아가며 어디선가 꼭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의 격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코미디 장인 고봉수 감독과 이희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개성 넘치는 배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 챠유미, 고주환 까지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고 합니다.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로 관객들의 웃음을 개방시킬
네번째 추천영화 "습도다소높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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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Snowball , 2021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부터 뉴욕아시안영화제 초청, 수상 쾌거
영화 "최선의 삶"은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우리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원작으로
'송한나', '옷 젖는 건 괜찮아', '애드벌룬',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등
단편 영화를 통해 주목 받은 이우정 감독이 각색과 감독을 맡은 작품입니다.
열여덟 세 친구 ‘강이’, ‘소영‘, 아람’ 싱크로율 200% 최선의 캐스팅인데요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이렇게 세주인공입니다.
"최선의 삶"은 일찌감치 각종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어 단연 기대해도 좋을 올해의 데뷔작 탄생을 알렸습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KTH상, CGK&삼양XEEN상 2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선택상을 수상하고
지난 8월 6일부터 열린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2021 New York Asian Film Festival)에서
방민아 배우가 국제 라이징스타상(Rising Star Asia Award)을 수상하는 영예를 더했습니다.
열여덟, 그때가 최악이었던 나로부터! 2021, 그때는 최선이었던 우리에게!
그 시절을 소환할 우리의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최선의 삶"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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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떠나갈 모든 것들에게 전하는 사랑고백
"우리 아들은 엄마를 졸졸 쫓아다녀. 낼모레 30인 애가." 우리 엄마의 말이다. 난 우리 엄마가 짱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좋아해요!'식의 카톡을 하루에 한 번은 보내는 듯한 나. 엄마가 퇴근하고 나서 집에 오면 엄마가 보는 TV에 옆에 쪼르르 눕는다. 엄마는 이런 나를 보고 아빠에게 말한다. "얘 봐봐. 낼모레 30인 애가. 이제 좀 징그러워." 사실 30이 되려면 4년 언저리가 남았지만 아무튼 낼모레 30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강박장애가 가진 힘 중 하나가 되는 그런 생각이다. 바로 내일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엄마가 짱이라고 생각한다. 후회하기 싫으니까 엄마에게 하루라도 주접을 떨어야 하는 것이다. 난 심지어 이모티콘도 샀다. '아들 짱이지?' 하는 이모티콘이다.
그래서 한 2달에 한번쯤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건강검진받았죠?"라고. 엄마는 이제 슬슬 짜증내기 시작한다. "아 받았다고!" 엄마가 사실 통통한 체형이라 운동을 하면 좋을 나이와 시기가 됐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 많다. 진작에 엄마한테 헬스클럽 등록권을 갖다 주면 좋았을 걸 50대 후반이 되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우리 엄마는 짱이다. 언젠가 내가 눈을 감는 날이 갑자기 올 수도 있지 않나. 또 이 가정은 엄마에게도 적용된다. 이 두려움 때문이라도 지나간 자리에 흔적이 남아도 후회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한다. 그게 내가, 또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미결 사건으로 떠나보낸 사랑은 참 사람을 아프게도 만든다. 무뚝뚝한 진봉 씨는 형사 장해준 씨와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 무뚝뚝한 남자와 순박한 여자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인생은 아름다워>다.
갑자기 찾아온 마지막 날
그날은 그렇게 멀지 않았던 날이었다. 부부인 진봉과 세연. 남편 진봉은 세상 무뚝뚝한 사람이다. 세연은 정 많지만 어딘가 유약해 보이는 아내다. 둘은 세연의 몸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갔다. 그렇게 그날도 오늘 같았던 하루였다. 세연은 폐암 진단을 받게 된다. 폐암이라. 그냥 흘려보냈을 친구 아주머니들의 대화도 하나하나 가슴에 박히기 시작한다. 실감이 나지 않는 세연. 그건 진봉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날이 머지않았다. 세연은 생각이 많아진다.너무 어린 아이들. 둘 다 10대다. 딸은 담배를 많이 피워 선생님께 혼쭐이 났다. 아들은 엄마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무엇에 홀린 것 같은 아이들. 엄마, 아빠라는 존재는 뒤로 하고 한눈 열심히 팔고 있다. 한눈만 팔고 있으면 다행인데 아이들은 그냥 부모님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 큰일 났다. 딸의 아침 등굣길 스타킹도, 진봉의 휴지도, 아들의 알약도 챙겨줘야 하는데 세연은 이제 끝을 바라보고 있다.
한 숨도 못 잔 세연. 이제 여름옷을 버릴지 겨울 옷을 버릴지 고민하고 있다. 점점 무서워지는 세연. 이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봉은 속 긁는 소리만 벅벅 하고 있다. 아직 해보지 못했던 것이 너무 많이 남았다. 버킷리스트를 계획하는 세연. 명품도 사보고, 운전도 직접 해보며, 메이크업도 받아보고, 전국일주 여행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중 가장 하고 싶었던 우선순위는 옛사랑을 찾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눈 감는 날 이전에 진득하게 사랑받으며 떠나고 싶었다. 세연은 진봉과 함께 첫사랑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우리나라에선 신선해
뮤지컬 영화라.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적당히 음악 들어간 영화 말고 확실한 뮤지컬 장르는 확실히 못 본 듯싶다. <알라딘>이나 <라라랜드>처럼 출연진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노래하는 경우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없다. 나의 가장 최근 시청 기록 업데이트는 <아네트>다. 아무튼 이 장르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우리나라 영화사를 뒤로 하고 이 <인생은 아름다워>가 나왔다는 점은 제작진들과 배우들의 노고에 감사해할 만하다. 이 영화가 그냥 막연하게 '우리나라에서 한 신선한 시도'라서 좋은 평을 들어야 할 것은 아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낡았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구체적으로 써보자면 초반부는 사실 좀 아쉽다.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이 들어가는 파트가 있다. 이때 류승룡 배우가 맡은 강진 봉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첫 구절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를 말한다. 이 부분 정말 어색하다. 뭐라 구체적으로 쓸 수가 없다. 맥락상 굉장히 심각한 음악이 들어가야 앞으로의 강진봉 서사에 플러스가 있을 텐데 밝은 노래를 넣었다. 가사가 '언제쯤 세상을 알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멜로디가 너무 신난다. 멜로디가 신나다 못해 춤을 춘다. 성격적 특성상 강진봉은 아내 앞에서는 딱딱하더라도 내면에서는 울음을 삼켜야 한다. 이럴 때 <그녀의 웃음소리뿐> 같은 음악이 들어가도 좋을 텐데 굳이 그걸 넣은 이유는 의문이 든다. 또 <잠도 오지 않는 밤에>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들어간 방식도 너무 전형적으로 딱 넣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연은 시한부 인생이 됐다. 그럼 인생 전부를 관통하는 소회나 회한이 들어가는 쪽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 단적인 상황만을 충족하는 삽입곡이 들어간 지점은 좀 아쉽다. 전체적으로 더 깊고 비참해야 할 이야기의 톤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느낌? 더 구체적으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유기견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노래다. 뭐 그건 작사가 이적의 사정이니 최국희 감독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했잖아'라는 가사가 들어간다. 이 '다시 돌아온다고 했잖아'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가 들어가고 이 노래의 상황이 제시되면 이질감이 든다. 이 여행이 끝나고 나서 어머니와 자식을 아예 못 만나는 건 아닐 것이다. 제목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는 것만 보고 평면적으로 넣어서 흐름에 살짝 지장이 갔다고 생각한다. 인지도가 있는 노래를 고르고 싶었나? 그러나 <라라랜드>나 <비긴 어게인>의 삽입곡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좋다고 느낀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부산에 가면>과 <아이스크림 사랑>이 들어간 부분이었다. <부산에 가면>은 가수 최백호가 참여한 노래다. 이미 지나가버린 사랑을 추억하는 쓸쓸한 후회가 담겨있는 곡이 전자였다. 삶의 끝자락에서 사랑받지 못했던 인생을 반추하는 게 가사의 내용이다. 그리고 중후반부까지 쭉 아쉬움이 많았던 세연의 삶을 조명하는데, 이 선곡은 이후의 러닝타임을 관통하는 좋은 선택이었다. '파도에 부서져 깨어진 조각을 맞춰본다'라는 가사가 세연의 옛사랑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내포하는 좋은 문장이었다. 그리고 또 이 영화에서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기억의 조각과도 비슷한 기억을 한다. 세연의 추억이 딱 완성되는 부분이 지역과 관련된 기억이 모두 합쳐져 시너지가 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 점에서 '부산'이라는 선택지를 중심으로 전국일주를 도는 영화의 공간적 세팅과도 잘 맞았던 선곡이었다. 또한 <아이스크림 사랑>은 세연의 첫사랑을 연기하는 박세완 배우가 나오는 과거 파트에 삽입되는 노래다. 이때 상대역인 옹성우 배우는 아이돌 출신이라 춤추는 선이 이쁘다. 그러나 반대로 박세완 배우가 정말 의외였다. 이게 춤추는 장면을 촬영, 편집으로 대충 때우는 게 아니라 긴 테이크와 빠른 속도로 구성되어 있어서 얼핏 봐도 안무 외우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후술하겠지만 이 영화의 과거 시퀀스들은 정말 잘 찍었다. 옹성우 배우가 좀 클리셰 같지만 그래도 멋있는 오빠 역할을 너무 잘 소화했고, 박세완 배우도 감정의 높이를 구현하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그 와중에도 이 영화를 본 관객분들이라면 이 <아이스크림 사랑> 파트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선곡만큼 보다 빛났던 부분은 바로 <애수>와 <솔로예찬>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일단 전자 <애수>는 이 영화의 초대형 스포일러가 되는 부분이니 생략하기로 한다. 이 후자 <솔로예찬>이 들어가는 부분은 장면 구성 자체를 잘했다. <라라랜드>에서 미아가 파란 원피스를 입은 채로 춤을 추던 장면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때 기억에 남았던 것이 인물 간의 빠지는 동선이나 색감 배치를 감각적으로 잘해서 시퀀스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다. 이 <솔로예찬>이 들어간 시점, 가사의 내용, 이야기의 서사까지 각본가의 꼼꼼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류승룡, 염정아 두 배우가 춤을 잘 추기도 했고 소품을 활용했던 것도 좋아서 <솔로예찬>을 모르는 분도 이 곡을 선명하게 기억할 것 같다.
김새는 느낌
이렇게 장단점으로 작용하는 뮤지컬 형식이지만 각본에도 단점이 있다. 바로 강진봉 캐릭터다. 이 캐릭터의 후반부 전까지의 행보 모든 게 다 이상하다. 일단 강진봉 캐릭터의 기본 설정은 '무뚝뚝한 성격'이다. 그러나 극에서 제시되는 부분은 무뚝뚝한 성격이 아니다. 그냥 소시오패스다. 일단 자기 아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자기 볼일 볼 때 휴지 안 주냐고 징징댄다. 또 그 상황 이후에 막말을 해댄다. 게다가 이 사람은 직업이 공무원이다. 꾸준히 출퇴근하는 일을 해야 한다. 뭐 직업이 자기 인생에서 중요할 순 있다. 이를 충분히 설명하면 그나마 납득이라도 갈 텐데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로 '이 사람의 근태'가 작동한다. 이 부분과 '아내와 직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강진 봉의 태도'는 그냥 안 맞는다. 이 사람의 인생 동기부여는 과연 무엇이었나?라는 의문이 든다. 또 극 중에서 '내가 너니까 같이 살아주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건 시한부 건 아니 건간에 이런 사람이랑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세연은 과연 무슨 잘못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 정도다. 이 인물이 이렇게 틱틱대는 습성은 후반부에서 떡밥이 회수된다. 뭐 이런 이야기 구성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러닝타임 거의 전반을 차지하는 까칠함이 후반부에 잠깐으로 회수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연출적으로 힘을 빡 준 게 아니고 그냥 '그랬다더라'식의 이야기 전개가 이 영화에 어떤 강점으로 작용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강진봉 캐릭터가 아예 비현실적으로, 기능적으로만 사용되다 보니 오세연 캐릭터에게도 구멍이 생긴다. 대체 이 사람이랑 왜 결혼한 걸까?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부부의 로드무비에 살짝 어색함이 든다.
비슷한 맥락으로 자녀 둘의 캐릭터 설정에 아쉬움이 크다. 일단 아내 세연과 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 세연이 왜 이런 처지에 처했는가?를 암시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는 아들 캐릭터에서도 알 수 있다. 아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일과 진봉의 과거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가족끼리 뭔가가 유전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런데 애초에 이 두 설정이 굳이 들어가야 했는지? 는 의문이다. 일단 세연이 그런 병이 생겼다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 않는다. 그냥 엄마, 선생님 말 안 듣는 애의 속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소재를 활용한 셈이다. 또 후자 아들의 욕심과 관련한 부분에도 굳이 그가 그런 미래를 꾸릴 이유가 없다. 그냥 딸의 서사 안에서도 이야기를 구성하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를 넣었다는 것은 음악영화라는 강박 때문에 넣어야만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는 영화의 형식과도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극초반부의 내용과 후반부의 내용은 수미상관을 이룬다. 이 대비를 통해 한 인물은 성장한다. 그런데 어떤 인물들은 신기할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 이 역시 최국희 감독이 인물을 기능적으로만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작은 부분이지만 로드무비의 근본적인 계획에서 의문점이 드는 부분도 있다. 이 지점은 관객분들이 러닝타임 끝까지 보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관이 명관
또 이 영화에 강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배우들의 퍼포먼스다. 일단 류승룡 배우는 최고작을 경신했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강진봉 캐릭터는 많이 비현실적이다. 시한부인 아내 옆에서 신기할 정도로 까칠한 진봉. 이에 힘입어 직장 생활에서도 민원을 많이 받는 폐급 공무원 역할을 맡았다. 이 사람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는 있겠는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를 위해서 후반부에서 이 사람의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에 힘을 팍 줘야 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잘 수행한다. 특히 극후반부 독백 신은 글쓴이에게 깊은 감동으로 남았다. 이 영화가 뻔한 신파극이 아닌 창의성을 가지는 지점이 이 시퀀스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류승룡 배우에게 진심이 느껴졌다. 관객이 몰입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각자의 삶에 보내지 못했던 인연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당신의 그 사람이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진심이다.
또 염정아 배우 역시 엄청났다. 염정아 배우가 맡은 오세연 캐릭터 역시 비현실적이다. 극의 초반부에 제시되는 강진봉은 세상 이런 쓰레기가 없을 정도로 나쁜 놈이다. 또 아이들도 보통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리액션 연기를 수행하며, 아이들도 사랑하는 어머니 연기를 잘 수행했다. 또 이 배우가 갖고 있는 미션이 있다. 바로 울 때, 웃을 때 감정을 선명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전자의 경우 '울 때'는 이 인물이 가진 불운을 섬세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때 매번 우는 모습을 바꾸면서 각각의 시퀀스마다 개성을 부여한다. 또 이 '웃을 때'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과도 이어진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설득력을 부여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다른 세 배우도 좋았다. 옹성우-박세완-심달기 배우는 설레는 틴에이저 로맨스를 잘 구현했다. 특히 옹성우 배우는 <서울 대작전>에선 커리어의 최저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유아인, 문소리 같은 베테랑들도 오그라드는 연기를 보여주게 만드는 영화의 톤이 이 배우에게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과거 파트에서, 인물의 뒷배경을 유지하면서 내면의 무언가를 숨긴 연기를 잘 수행한다. 그리고 발성이나 눈빛 연기도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배우가 임시완 배우만큼이나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 사랑>에서의 연기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뒷배경을 잘 살렸다. 또 내가 좋아하는 박세완 배우도 감정의 높낮이를 잘 구현했다. 앞의 옹성우 배우와 함께 좀 전형적인 연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이야기 구성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건 사랑에 빠지면 빠진대로 그 깊이를 묘사하는 방식의 힘이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는 각본에서 철저하게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않아도 설득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박세완 배우는 어린 10대의 얼굴로 자기만의 연기를 수행한다. 또 심달기 배우가 물리적으로 그렇게 분량이 길진 않다. 그러나 이 배우는 굳이? 싶은 불필요한 캐스팅이 아닌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연기 방식으로 잘 소화한다. 이후에 이 영화는 심달기 배우가 맡은 역할이 성인이 된 후에도 굉장히 중량감이 있는 캐스팅을 골랐는데 두 사람이 잘 어울렸다고도 생각한다.
떠나갈 모든 것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워. 제목만 보면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처럼 보인다. 물론 지금 왓챠피디아를 켜면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난 그 문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난 이 영화가 지나간 것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세연의 사랑을 그리는 방식, 그리고 영화의 엔딩이 어떤 인물로 끝나는가에 대한 부분, 포스터만 봐도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그렇다. 이 지점을 추렸을 때 영화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모티브는 이별이다. 무슨 이별이나? '행하지 못했던 이별'이다. 또 세연이 삶 전체를 관통하며 사랑받지 못했다는 미련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 두 지점은 별개같이 느껴지지만 영화에서 하나의 결론으로 향한다. 바로 내 삶에 대한 반추다. 이 반추 끝에 결국 이별하게 된 인물들을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뭉클한 느낌이 든다.
결국 영화는 모든 삶을 아름답다고 하되 좀 다른 느낌으로 변화구를 던졌다. 바로 어떤 인생이든, 현재가 아름답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모든 삶은 박수받아 마땅하다는 뜻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기억과 그 기억에 남아있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 그 기억 끝에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이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얼 생각하게 만들까? 지나간 사람이 남기고간 추억에 대해서 반추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 추억이 현실로 옮겨오면 별 볼일 없게 된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는 아직 너무 많은 노래와 사랑이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 없이 사랑하고 또 그들을 기억할 준비를 기꺼이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삶을 살았건 인생은 아름답다. 아니, 후회없이 사랑하고 있는 당신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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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라는 베이스 캠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브루노와 피에트로. 브루노는 주민이 14명뿐인 작은 산골 마을에 살며 어엿한 일꾼으로 성장하고 있고, 피에트로는 여름이면 도시와 학교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산골로 들어오곤 한다. 공교롭게도 동갑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브루노는 스스로를 “이 마을의 마지막 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흔하지 않은 소개의 말이다. 어떤 기분일까? 유일하다는 것은.
이내 브루노는 또 하나의 유일함을 찾는다.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서로 유일한 존재로서 친구가 된다. 대단하게 각 잡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쉽게 친구가 된다. 뛰고, 움직이고, 물을 튀기고, 서로의 말을 배우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져 있는 것이다. 우정이란 본디 그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마음이니까.
피에트로는 천천히 움직이고, 천천히 배우는 사람이다. 산에 오르자마자 이름을 체크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넘어가려는 아빠에게 “이제 막 왔다”고 말하는 피에트로는, 어쩌면 봉우리의 이름을 나누어 부르지 않는 산 사람들과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세 사람은 산 위쪽의 빙하까지 올라가고, 피에트로는 빙하를 “산이 우릴 위해 간직한 과거 먼 겨울의 추억”이라고 여긴다. 햇빛이 그토록 강해도 녹지 않는 눈은, 정말 추억과 많이 닮은 것도 같다.
영화는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유년기부터 시작하여 긴 세월을 찬찬히 비춘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듯 보였던 십대 시절, 눈이 마주쳐도 별스러운 인사 없이 서로를 스쳤던 시절. 자기 자신이 되어가기 바빴던 어린 날들. 실상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자기 자신임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가 답습한 부모의 면에 화를 내기도 했던 날들.
그 끝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그리고 과거의 회한을 하나씩 제거하듯이, 어린 시절과 비슷한 몸짓으로 그때는 할 수 없던 육체 노동을 하면서, 집을 지어 올리기 시작한다. 앙금 녹듯 눈이 녹으면 그 자리에 지어 올려야 하는 것은 집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산의 풍광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얼핏 다시 시작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둘은 끊어진 적이 없었음을 우리는 이내 알게 된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속해 있(다고 믿었)던, 공장으로 대표되는 차가운 세계를 거부했지만, 그 동안 피에트로가 풀지 못한 매듭을 대신 풀어주며 유사 가족처럼 관계를 맺은 것은 브루노였다. 브루노 또한 자신과 아버지 사이 관계에서 쌓인 회환을 푼 것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깍지 낀 손가락처럼 서로의 마음을 겹쳐 살고 있었다. 풀지 못한 매듭의 자리에 대신 서기도 하고, 못 다 전한 염원을 대신 전해주기도 하면서.
우정은 단순히 무료한 시간에 색깔을 더하는 정도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서로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관계는 얼핏 그 정도처럼 느껴지지만, 서로가 보일 때든 아니든 꾸준히 우정의 나무는 자라 오고 있었다. 서로의 회한이 회한으로만 남지 않게, 이따금 ‘금쪽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서로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손을 뻗기도 하고 그냥 이해하기도 하며… 존재 자체의 의의를 더하는 것이 우정이다.
묵묵히 할 일을 하다가도 이름 불러주는 친구 하나 있다면 산 위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 지금 가라고 등 떠밀어주는 사람이 그때 있었더라면, 어쩌면 마음의 어떤 골짜기가 그리 깊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에라도, 어린 시절과 비슷한 옷을 허리에 꾹 졸라매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영화 도입부에는 키가 크고 이파리가 없는 두 그루 나무가 나온다. 우정이 나의 뿌리 내릴 곳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피에트로의 내레이션과 함께. 이 영화는 두 그루 마른 나무 같은 사람이, 서로에게 뿌리를 내리고, 회한을 무너뜨린 자리에 우정으로 베이스 캠프를 짓고, 각자의 산을 오르는 이야기이다. 나무 같은 존재가 산을 오른다니 이상한 비유 같지만, 결과적으로 나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산이다.
브루노는 산에서 옮겨 심어질 마음이 없는 나무, 피에트로는 잘 옮겨져 심기고 싶었던 나무였다. 그러나 같은 베이스 캠프에서 시작한 둘의 인생 여정은 너무나 달라 보인다. 너는 너의 산에, 나는 나의 산에. 그러나 산이라는 점에서 일견으로는 닮아 있다. 어쩌면 인생이 다 그런 것도 같다. 지도를 들고 길을 떠나는 순간, 등 뒤에 두고 온 자리는 자동으로 베이스 캠프가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등이 되어주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평생 우정의 빚을 진다. 이런 빚이라면 아무리 많아도 파산하지 않는다.
언젠가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당시 내가 느끼던, 아주 유약하고 섬세한 불안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돌아선 길이었고, 집 방향이 같은 친구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친구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냥 즐겁게 이것저것 하면서 잘 지내니까, 그런 마음들이 있는지 몰랐다고.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내면 깊은 곳에 있던 감정이니 주변에서는 당연히 몰랐을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몰랐음을, 알게 되어 안심임을 말하는 친구의 다정한 말투에 고마움이 울컥 치솟았다.
오랜 친구라는 거, 참 좋구나. 구구절절 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나를 너무 잘 아니까, 내가 어떤 변화를 휘청휘청 거쳐 왔는지도 다 보았으니까, 지금의 마음도 솔직히 말할 수 있고 그냥 온전히 그 모습 그대로 포용될 수 있다는 거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그건 정말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이어서, 앞으로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오랜 세월 다정하게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친구들을 많이 떠올렸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짤막한 편지를 썼다. 낯간지러워 부치지 않겠지만, 나 또한 그들의 베이스 캠프가 되어 그들의 삶에 뿌리가 되고 싶단 마음을 담아서.
살다 보면 우리 멀어질 날도 올지 몰라.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이 너와 물리적으로 먼 곳에 있을 때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래도 그 길에 나는 너에게 아주 많은 걸 빚졌어. 너는 나의 뿌리야. 서로 아름다운 안식처라는 기억을 뒤에 두고 걸음을 다시 걷자. 지도 위에 새로운 걸음을 덧그리자. 각자의 안에서 무언가 뚝 끊어지는 감정이 들 때에는 방향을 틀어 다시 네게로 갈게. 어떻게든, 우리 같은 지도에서 만나자.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는 2023년 9월 개봉합니다. 산의 풍광이 많이 아름답고, 가본 적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음악도 하나 같이 다 좋으며, 무엇보다 14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섬세하게 연출된 작품이니, 스크린 환경이 좋은 영화관에서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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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장르: 액션, 공포, 범죄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잭 스나이더, 조비 해롤드, 셰이 해튼
제작: 웨슬리 콜러, 데보라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외
촬영: 잭 스나이더
음악: 정키 XL
촬영 기간: 2019년 7월 15일 ~ 2019년 10월 20일
제작사: 미국 국기 스톤 쿼리
배급사: 넷플릭스
공개일: 넷플릭스 2021년 5월 21일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2시간 11분
제작비: 9,000만 달러
독점 스트리밍: 넷플릭스 N아이콘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의 첫 장편 영화 촬영 감독 데뷔작
#아미오브데드리뷰 #아미오브데드 #아미오브데드_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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