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9-01 10:26:04
[왓챠] 주술회전 [呪術廻戦] [일본 애니메이션]
성장하는 소년은 언제나 멋있다.
애니메이션 / 일본 애니 / 만화 / 판타지 / 몰입도 높음 / 왓챠 애니 / 성장물 / 다크판타지 / 판타지 / 주술사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왓챠를 결제한 가장 큰 이유는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왓챠에서 보는 작품은 주로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많다. 보통 짧은 줄거리와 아이콘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주술회전의 아이콘이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애니메이션을 보니 작품의 색감이나 그림체가 가슴 설렐 정도로 좋았다.(당연히 스토리도 훌륭) 애니 애호가들 사이에 그림체가 들쭉날쭉하다는 평이 있는데, 만화책으로 안 보고 애니로 봐서인지 그런 부분은 모르겠고, 개인적으론 그림보다는 스토리나 작품 캐릭터의 완성도를 보는 편이라 그런 평에 대해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작품의 짧은 줄거리
주술회전은 일반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신체능력을 타고난 소년 이타도리 유지가 주술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판타지 애니이자 성장 드라마인 이 만화는 당연히 주인공이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친구를 사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지루할 틈 없이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이진 않게)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는?
주술회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론 밝고 맑고 탄력성 강한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를 좋아한다.
연기자 중 가장 좋았던 배우는?
유튜브로 대신함.
출처[멋진기영TV]_https://www.youtube.com/watch?v=BBBGqQdoo20&t=193s
총정리 한 줄
오프닝과 엔딩의 색감이 계속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 이런 작품 때문에 왓챠 구독을 멈출 수 없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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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액션은 어디로 갔는가?
드니 빌뇌브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그 느낌을 매우 좋아한다. <컨택트>와 <시카리오> 등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미장센, 대사 없이 많은 설명을 담는 능력, 진중한 메시지 등 헐리우드의 젊은 3대 천재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만든 <듄> 시리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 감독인 한스짐머까지 합류해 기대가 컸고, 많은 유명한 SF에 영향을 준 이야기답게 무게감 있고 멋지게 담아냈다. 그리고 이번 <듄: part2>는 마치 20년 전 유행하던 블록버스터 트릴로지 무비들-<스파이더맨>, <엑스맨>,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의 2편처럼 1편보다 더 광대하고 박진감 있다.
그러나 2편에도 여러 가지 단점들이 존재했다. 1편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살라메)의 고난과 역경을 다루었다면, 2편은 그가 안티메시아로써의 도약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가득 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에서는 액션의 서사나 성장이 아주 부족하거나 거의 보이지 않아, 어떤 이들은 지루함을 느낄 정도다. 영화의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액션 매니아의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워서, <듄: part 2>를 액션 영화의 관점으로 다뤄보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캐릭터성이 사라진 액션
액션 영화에서 무술은 한 인물의 캐릭터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가문, 민족,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듄: part 2>에서는 게릴라전을 하는 프레멘을 제외하고는 딱히 특징 있는 무술을 보여주지 않는다. 즉, 액션에 캐릭터가 없다.
간단한 예를 들면, 마블의 <어벤저스>는 이런 캐릭터 액션에 상당한 공을 들인 걸로 유명하다.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시대적으로 다른 사람이라 총 파지법이 다르다던지, 토르와 로키 등 아스가르드인들은 쓰는 무술이나 준비자세가 같다던지 하는 식으로. <샹치>와 같은 중국식 무협에서는 캐릭터의 인생철학이 캐릭터가 쓰는 무술에 담겨있고, 싸우고 포용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무술의 합으로 표현했다.
<듄: part 2>에서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며 공포스러운 존재인 황실친위대 사다우카가 황제 옆에서 칼을 들고 있는 모습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마지막 선을 지키던 공작 친위대가 칼을 든 모습은 서양 롱소드 검술로, 둘 구분이 거의 가지 않는다. 가문 성격이 완전히 다른 하코넨과 아트레이데스도 무술 동작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액션을 잘 짠다는 것은 단순히 합을 잘 짜는 걸 말하지 않는다. 의상, 외모, 대사 등 캐릭터를 대비시키려고 그렇게 노력한 것 치고 액션의 캐릭터성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단 얘기다. 다만, 1편에서 처음 폴이 액션을 배울 때 했던 실수 - 목을 겨누느라 배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을 그대로 이용해서, 그보다 성장한 마무리는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사람에게서 무술을 배운 것처럼 단조롭다.
프레멘의 무술은 단도를 주로 사용하고, 몰래 빠르게 움직여 죽이는 암살과 게릴라전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군용 무술보단 잠입암살 무술인 닌자에 더 가깝고, 그 부분은 프레멘의 특징을 잘 살려서 좋다. 그러나 이는 폴이 배운 '펜싱 자세를 기본으로 한 검술'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렇다면 폴이 프레멘에게 인정받기 위해 수행을 할 때 무술을 배우는 장면도 있어야 했다. 물론 1편에서 무술수련을 할 때 이미 다양한 무기들로 수련을 해온 설정이 어렴풋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실제와 자료로 보고 배운 건 다르다. 영화에서는 '사막 걸음'을 프레멘인 챠니가 제대로 된 걸로 다시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액션에서도 필요했다.
그리고 폴이 하는 검술의 펜싱자세는 다른 무술과 달리 주손 주발이 앞으로 나와있는 오소독스 자세다. 그 이유는 긴 칼로 빠르게 찌르고 빠지기 위함인데, 단도를 들고 육탄전을 감안해 싸우는 <듄> 세계의 특성상 잘 맞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준비 자세만 펜싱 자세고, 싸울 땐 그냥 군용 무술이다. 즉 '귀족'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준비자세만 멋으로 그렇게 했다는 뜻이다.
액션을 죽이는 잘못된 무기들
라반은 채찍을 사용하는데, 이게 그의 캐릭터가 말랑해지는 데 한몫했다. 채찍이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고, 그 큰 덩치에 조그만 채찍을 꺼내드는 모습은 조금 코믹하다. 페이드 로타는 칼을 두 개 든 이도류지만, 액션이 그의 캐릭터성을 나타내기엔 평범했다. 그 이유도 무기 때문이다. 페이드 로타의 검은 앞이 길고 내려앉은, '정글도'로 잘 알려진 마테체의 한 형태다. 정글도는 원래 도끼와 단검의 중간 형태로, 정글에서 생존용으로 쓰는 칼이다. 실제 무기로도 자주 쓰이지만, 날 앞쪽에 무게중심이 있고 손잡이 위에 손을 보호하는 키용이 없어서 가까이에서 찌르기에 적합한 무기가 아니다. 마테체는 오히려 덩굴을 베듯 도끼처럼 내려찍는 무기다. 그런데 페이드 로타의 액션은 일반 백병전 단검술이다. 그러니 동작이 둔해지고,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오히려 예리한 단검술보단 위협적으로 내리찍는 무술을 했다면 더 맞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레멘의 무기, 크리스나이프도 그렇다. 크리스나이프는 샤이 훌루드의 이빨로 만든 단검으로, 날과 손잡이의 두께가 거의 같으며 역시 손을 보호하는 키용이 없다. 키용이 없는 칼은 사실 대부분 찌르는 전투용 칼이 아니다. 그런 칼로 유명한 것은 일본의 시라사야인데, 이건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지팡이로 위장한 칼이며 베는 칼이다.
서양의 칼에서 손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날과 손잡이 사이의 키용
영화 <듄> 시리즈의 크리스나이프
칼과 칼이 맞붙는 싸움에서 키용은 굉장히 중요하다. <듄> 시리즈에서는 칼을 칼로 막고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사실 진검이라면 날끼리 미끄러진 다음 키용끼리 부딪혀, 칼과 키용의 십자 모서리 부분끼리 엇갈려야 힘겨루기가 가능해진다. 즉, 키용이 없는 칼끼리 싸우면 금방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키용이 없는 칼끼리 너무 챙챙 맞부딪힌다. 날끼리 부딪혀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 자체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판타지 액션 연출이지만, 키용까지 없는 칼로 그렇게 싸우는 건 조금 그렇다. 사실 키용은 손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칼을 뺏거나 부러트리는 등 다양한 용도로 검술을 확장시킬 수 있는 장치다. 그런데 폴과 페이드 로타 둘 다 칼에 그게 없으니, 단순하게 찌르거나 휘두르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키용이 없다면 손이 미끄려져 힘을 준 찌르기가 힘들며, 오히려 내 손이 날까지 미끄러져 손이 다치게 된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식칼로 찌르다 엄지손가락이 나간 것을 기억해 보자. 즉 <듄: part 2>의 무기들은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디자인부터 잘못되었다. 단순한 액션 고증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영화의 액션을 심심하게 만든다. 칼 디자인은 그냥 영화적 장치니까 멋으로 보자고 하기엔, 다른 부분들에서 세계관을 엄청나게 잘 만들었다고 칭송받는 소설이 원작이라 아쉬울 뿐이다.
또한 <듄> 시리즈에서는 핵무기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고대의 엄청난 무기를 발견한 것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그 핵무기의 사용 방법이나 파괴 리액션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폴은 핵무기를 군대 뒤에 산을 폭파하는 데 쓰고, 그 잔해들이 운석처럼 군대를 덮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 핵무기의 가장 큰 위력은 폭발 반경에 1억 도가 넘는 순간온도와 몇천 도가 넘는 '열폭풍'이다. 수십 킬로미터 반경에 달하는 열폭풍으로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녹이고 날려버리는 것이 핵무기인데, <듄: part 2>에서는 그저 조금 센 미사일 수준으로만 보여서 너무 심심했다. 황제까지 죽이면 안 되니까 그랬다고 변명한다면, 황제는 우주선 안에 있으므로 그 정도는 견딜 수 있고 밖에 주둔한 군대를 싹 쓸어버리는 용도로 쓴다고 설정할 수도 있었다. 그게 안된 이유는, 모래벌레가 공격하는 장면이나 백병전 장면을 넣기 위해서로 보인다. 사실 애초에 핵무기를 백병전 전초전 격으로 발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일대가 수십 년 이상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또 샤이 훌루드는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만 화려할 뿐, 구체적으로 적들을 어떻게 섬멸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깔고 뭉개는 건지, 잡아먹는 건지, 차에 치이듯 사람들이 날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매머드가 적들을 상아로 쳐내 날려버리는 모습이나 밟는 모습이 세세하게 나와서 위압감을 줬던 걸 생각하면, <듄: part 2>에서의 샤이 훌루드를 활용한 액션은 많이 아쉽다. 지하에서 나와서 군인들 수십 명을 잡아먹거나 하늘의 비행정을 통째로 삼키는 등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걸 보여줬어야 더 재미있었을 텐데.
대단하지 않은 액션 서사의 포장
사실 이게 <듄: part 2>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폴이나 페이드 로타 둘 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을 했는데도 대단하다고 리액션을 하며 엄청난 음악을 깔아주고 있는 연출이 그것이다. 그것은 조금 과장하면, 동남아의 무술 고수라면서 손도 안 대고 제자들을 쓰러트리는 사기영상처럼 우스워 보이기까지 한다.
앞서 말했듯 <듄: part 2>에서는 프레멘이 되기 위해 폴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 거기에 폴이 프레멘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한 부분이, 고작 '미끼가 되어 방어막이 풀리는 순간을 노리도록 한 것'이라는 게 많이 의아하다. 그 정도의 전술은 미리 가르치고 시작하던지, 당연히 해내야 하는 것 아닐까? 배우는 부분이 삭제되었다면, 프레멘이 생각하지 못할 기발한 작전들을 생각하는 것이 더 대단했을 것이다. 혹은 비행정에서 무기를 사용할 때만 방어막이 풀리는 것을 프레멘들이 모르고 있었던 걸까? 그럼 폴이 직접 포를 쏴서 그 짧은 틈을 맞추는 장면을 보여줬다면 뒤에 프레멘들이 폴을 대단하게 여기고 환호하는 모습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챠니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챠니가 포를 쏴서 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죽었다. 웅장한 화면에 더 엄청난 음악을 깔아버려 뭔가 엄청난 일을 한 것 같았지만, 생각해 보면 별거 없는 걸 포장한 것이다. 비행정의 움직임을 미래를 봐서 예측한 것도 아니고.
거꾸로, 프레멘의 액션도 그렇다. 프레멘은 적들이 사막에서 방어막을 켜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샤이 훌루드가 방어막의 진동 때문에 미쳐 날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막에서 게릴라전을 잘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수도에 들어가면 적들은 방어막을 켜고 있다. 방어막을 켠 상태에서의 검술은 일반 검술과는 달리 몸 근처에서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방어막을 켠 적을 별로 상대해 본 적이 없는 프레멘은 그 검술을 어떻게 익혔을까? 폴이 그걸 가르쳐줬다면 더 폴의 능력을 높게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페이드 로타의 액션 서사도 그렇다. 페이드 로타의 액션은 그의 캐릭터와 위압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다. 등장 전부터 그를 '싸이코닉'하다고 말하거나, 칼을 점검하며 주변 사람들을 찔러 죽여보는 모습 등으로 하코넨 남작이나 라반보다 더 대단할 것처럼 표현했지만, 실상은 그가 자기 혀에 칼을 가져다 대려다 피도 안 내고 그냥 옆사람을 찔러보던 장면처럼 맥이 빠졌다. 원작에서 그는, 그냥 미친놈이 아니라 굉장히 교활한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면모는 거의 보이지 않는데, 그럼 그냥 사이코패스 같은 면이라도 부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차라리 비슷한 장면의 비교라면 <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가 훨씬 교활하고 사이코 같고 두려움의 대상처럼 보인다. <듄> 소설이 훨씬 먼저 나왔으므로 <글래디에이터>가 그것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원작을 살펴보니 페이드 로타의 생일 검투장면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교활한 최면 술수를 써놓고 마치 자기가 정당하게 힘으로 이긴 것처럼 포장해서 영웅처럼 그려지는 장면이다. 그리고 폴과 싸우다 그 최면이 자기한테 걸린 거라 착각해서 스스로를 옭아매 죽게 되는 게 원래 내용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영화에선 페이드 로타의 그런 술수나 자업자득의 교훈도 없이 그냥 칼싸움해서 지는 걸로만 보여줘 페이드 로타의 서사가 사라졌다. 그러니 밋밋한 것이다. 서사를 없앴다면 액션에서 캐릭터성을 부여할 수도 있었는데, 페이드 로타는 검술을 잘해서 오만하다는 거 말고 딱히 액션에서 드러난 게 없었다. 만약 페이드 로타가 너무 검술을 잘해서 폴의 검술을 흉내 낸 설정이었다면,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게 연출을 했다.
오히려 액션의 캐릭터 서사에서는 1984년 데이빗 린치의 <듄>이 조금 더 낫다
또한 샤이 훌루드와의 액션 서사도 대단하게만 보이지 실제로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1편에서 프레멘에게 신처럼 여겨지던 샤이 훌루드가 2편에서 교통수단으로 다뤄지는 게 좀 의아했는데, 원작에서도 그런 모양이다. 그 부분 묘사를 보면, 프레멘이 샤이 훌루드를 생각하는 감정이나 느낌은 모아나가 바다에게 갖는 감정과 비슷하다. 인격체 신이라기 보단 만물이 창조된 대자연으로써의 경외감 같은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이 샤이 훌루드를 타는 장면은 사실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폴이 왜 대단한지, 샤이 훌루드와의 교감이나 길들이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서사가 전혀 없다. 이전에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토루크를 길들이는 방식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는데, <듄: part 2>에서 보이는 샤이 훌루드와의 액션 교감 서사보단 낫다.
샤이 훌루드를 타는 것은 갈고리를 걸면 끝나는 것이고, 그 거대한 것을 손으로 버티며 조종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쳐도 1편에선 분명 공격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는데, 그 정도의 갈고리가 걸쳐졌다고 해서 모래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친절하게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태워주는 것은 왜인가. 또 갈고리를 풀면 바로 튕겨나가 떨어질 텐데 내릴 땐 어떻게 내린단 말인가. 베네 게세리트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보이스'를 쓰는 것이 1편에 나왔었는데, 폴은 '보이스'를 이용해 남다르게 샤이 훌루드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설정이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마치 이 장면은 '폴이 샤이 훌루드를 타게 되어 프레멘에게 인정받았다'라는 한 문장을 대충 영상으로 멋지게 '설명'한 것뿐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특별한 교감이나 길들임 없이 되는대로 타는 설정은 샤이 훌루드의 캐릭터를 빈약하게 만들었다.
빈약한 전술
그리고 영화의 내용상으로 보자면, 황제의 군대를 잡는 마지막 전투는 전쟁액션 개연성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리 멀다고 해도 언덕 뒤에서 크게 연설을 하고 온 군대가 개전 전에 소리를 지르다니, 이건 기습전에서 해선 안될 일이다. 이런 장면은 남부에서 군대가 출발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액션에서 종종 뒤에서 기습하는 적이 소리먼저 지르고 공격하려다 소리 듣고 눈치채고 피하거나 되받아치는 장면을 많이 봤을 것이다. 기습전은 조용해야 한다.
그리고 모래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는 게릴라 전술은, 적들이 가는 길목을 예측하고 함정을 파서 기습할 때 쓴다. 앞에 스파이스 채굴기를 공격하는 건 그게 맞았다. 그러나 적의 진지 앞에서 모래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온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부터 거기에 숨어있었던 걸까. 아니면 모래 속을 기어서 거기까지 간 걸까. 그럼 그 뒤에 단체로 백병전을 위해 달려서 뛰어오는 건 왜 그럴까.
폴이 이 전투에서 특별히 한 것은 거대한 모래폭풍 예측이다. 나머지 전술이라는 건 그냥 순서대로 사방에서 쳐들어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전술이랄 게 없었다. 왜 이렇게 황제와 하코넨의 군대가 허무하게 당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폭풍이 먼저 수도를 감싸고, 비행정이 뜨지 못하는 가운데 익숙한 프레멘들만 자유롭게 움직이며 적들을 썰어버렸다면 모르지만 영화에선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프레멘들은 애초에 방어막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냥 레이저 빔으로 쓸어버리면 그만 아닐까? 하코넨한테 고전 무기도 다 허용했던 황제인데. 왜 황제 앞까지 왔는데 사다우카는 칼로 싸우는 걸까. 멋있고 장대한 장면들을 늘어놓기 위해, 개연성을 포기한 듯 보였다.
게다가 하코넨은 프레멘을 상대한 게 처음이 아니다. 지금이 가장 격렬한 저항이라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아라키스 행성을 지배하며 그들을 상대해 왔다. 그런데 프레멘의 저항이 거세진 상황에서 채굴기의 방어인력은 왜 이리도 허술한가? 거꾸로 채굴기를 미끼로 해서 프레멘을 몰살시킬 생각은 왜 못하나? 여기선 프레멘이 폴에 대한 종교적 믿음으로 더 강해진 것처럼 보인다기보다, 그냥 하코넨 쪽이 너무나 바보같이 보인다. 황제 또한 그렇다. 황제는 은하계의 대 가문들을 사다우카의 무력과 자신의 정치력으로 조율하는 세력이다. 물론 그 뒤에 베네 게세리트가 있었다고 해도, 여기서 보여주는 황제의 모습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허약한 모습이다. 만약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이 원작에 있다!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팬끼리 돌려보는 2차 창작 팬무비에 불과하다. 영화는 영화로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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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지만, 듄의 스토리가 현재 세계정세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아주 궁금해진다. 모티브를 따온 종족과 별개로 내용을 보자면 아트레이데스는 영국(미국) / 하코넨은 나치 / 프레멘은 유태인과 흡사하다. 현재 2편까지의 내용을 보면 영국이 유태인을 나치에게서 구해 유태인의 나라 이스라엘을 세워준 역사와 비교되는데, 그 뒤 이스라엘은 미국을 등에 업고 주변 아랍국가와 팔레스타인과 끝없이 전쟁해 왔다. 이는 3편에 나올 내용, 대가문들과의 전쟁과도 연결된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듄: part 3>가 이것을 어떻게 느끼게 만들까? 미국인과 이스라엘 인들은 그 내용을 자신들의 이야기와 연결시킬 수 있을까?
드니 빌뇌브가 소설 <듄>을 너무나도 멋지게 실사 영화로 만들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고질적인 약점인 빈약한 액션 서사가 더욱 두드러졌다. 게다가 그 빈약함을 영상미와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멱살 잡고 끌고 가고 있는 모양새다. 1편보다 2편이 조금 더 완성도가 높다고 한다면, 3편은 부족함을 더 채워서 나왔으면 좋겠다. 장대한 우주 대 서사시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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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프랑스] 아멜리아와 몽마르트에서
이번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챌린지의 나라가 ‘프랑스’라고 할 때, 딱 생각나는 영화, <아멜리에> . 독특하면서도 프렌치 감성의 색감과 동화같은 이야기, 사랑스러운 주인공까지. ‘러블리’를 영화화하면 딱 이 영화가 아닐까?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는 사랑스럽고 감각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캐릭터들로 가득 찬 영화다. 이 영화는 파리의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감미롭게 그려낸다. 주인공 아멜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상상력을 지닌 아이였다. 선천적인 심장 문제로 인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었고, 그로 인해 상상의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성장했다. 성인이 된 아멜리에는 몽마르트르의 작은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도 여전히 세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자신의 아파트 욕실에서 오래된 보물상자를 발견한다. 어린 시절 누군가가 남긴 이 상자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한 아멜리에는 그를 찾아 나서고, 결국 감동적인 재회를 만들어낸다. 이 일을 계기로 아멜리에는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그들이 알지 못하는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선행을 베풀기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시장의 풍경을 생생하게 설명해 주고, 외로운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건네며, 동네 식료품점 점원의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을 몰래 도와주는 등 그녀의 친절한 장난들은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정작 아멜리에는 자신을 위한 행복을 쉽게 찾지 못한다.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익숙해진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을 직시하는 것에는 서툴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사진 조각을 수집하는 남자, 니노를 만나게 된다. 그는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에서 일하며, 거리에서 주운 증명사진을 모아 퍼즐을 맞추듯 의미를 찾는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아멜리는 니노에게 끌리지만, 직접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그와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그녀는 수수께끼 같은 단서를 남기며 니노를 유도하고, 그가 자신을 찾아오도록 작은 게임을 펼친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방식은 결국 그녀에게도 불안과 망설임을 안겨준다.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에는 자신감이 있었던 아멜리에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에는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아멜리아는 결국 용기를 내어 니노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한다. 그녀가 이제껏 남에게 베풀어 온 선행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그녀 자신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아멜리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점차 변화해 가는 과정은, 타인과의 연결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영화 아멜리에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영상미와 음악으로도 나를 매료시켰다. 빨강, 노랑, 녹색을 중심으로 한 색감은 영화 전체를 동화적인 분위기로 물들이며, 감미로운 얀 티에르상의 음악은 아멜리에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빠른 편집과 독특한 카메라 앵글은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연출로 관객을 아멜리에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타인에게 기쁨을 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서툴렀던 아멜리가 결국 자신의 행복을 향해 한 발 내디딜 때, 우리는 그 여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잔잔한 감동과 유머,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우러진 아멜리에는 삶의 작은 기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영화로, 볼 때마다 새로운 따뜻함을 선사한다.
프랑스 여행으로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과 멋진 건물들의 풍경들과 추억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아멜리에>를 통해 프랑스 로망과 감성을 한껏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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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삶이 한 편의 영화다
어느 날, 단란한 한 가족이 화목하게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부모는 아직 미취학 아동인 아이에게 영화라는 환상의 세계를 경험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날, 아이는 기차와 자동차의 충돌 장면을 너무 인상깊게 보고야 만다. 그 장면이 공포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곱씹는다. 아이에게 영화가 준 첫인상은 공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에게 영화는 어느 순간 즐거움을 넘어 취미가 되었고, 더 이후에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꿈이 되었다. 그렇게 그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영화"라는 매체는 점점 그에게 크게 자리잡아 간다. 이 영화는 훗날 유명한 영화 감독이 될 것이 자명해 보이는 한 남자의 유년 시절을 엿보게 만드는 영화다. 마치 거장 영화 감독의 내밀한 과거를 훔쳐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1. 예술이라는 알 수 없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
샘의 인생에서 슬픔과 기쁨을 모두 함께 한 게 바로 영화다. 그의 삶 속의 장면들을 모아 그만의 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일련의 가공이 들어갔다 할지언정 그의 영화는 곧 그의 삶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엄마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속으로 삭이고 있을 때에도, 사귀던 여자에게서 매정한 말을 듣고,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도 그는 항상 그가 연출한 영화와 함께 했다. 그의 상황이 최악을 달리고 있을 때에도 그의 영화는 언제나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즐겁게 했지만 정작 그의 삶은 그가 만든 영화와 판이하게 달랐다. 영화가 상영되는 와중에 관객이 된 사람들과 샘의 표정에서 이 간극을 느낄 수 있다. 그에게 예술이란 삶의 한 부분이 되었지만 그가 점점 예술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갈 수록 그의 현실은 점점 불안정해진다. 예술을 하겠다는 말은 안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선택하겠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의 인생에 산재되어 있는 불안정은 결국 그의 영화 속의 소재로 승화되어 결국 작품이 될 것이다. 샘의 큰할아버지가 했던 말씀처럼, 예술은 마음을 찢어내면서 자신을 갈아넣어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대서사시인 것이다.
여행이 안정적인 삶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쾌락을 느끼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면, 예술인들은 매일 같이 이런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매일 같이 불안정 속에서 해매이는 그들은 매일 같이 쾌락을 동반한 불안을 느끼기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정신과를, 더한 쾌락을 주기 위해 그들이 마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예술가들을 동경하지만 내가 그들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내 자신을 한 번 더 이해하게 되었다. 한 때 나는 내 자신이 꽤나 기질적으로 특이하다고 생각해 예술가를 꿈꿔 본 적도 있었지만 현재의 나는 생각보다 평범하고, 안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같이 불안정 속에 나를 던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히려 안정적인 삶에 지쳐 잠시 쾌락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내 마음과 내 소소한 일상을 망가뜨려 가면서까지 예술을 할 생각을 없다. 그만큼 나에겐 현실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샘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2. 모두가 주인공인 샘의 영화들
샘은 가족들을 수시로 찍으며 홈비디오 형식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학창 시절 내내 많은 친구들을 자신의 영화에 동참시킨다. 애리조나에서의 친구들과 함께 전쟁 영화도 찍어보고, 인종 차별로 괴롭히던 캘리포니아의 일진들도 그의 영화에 출연한다. 심지어 한 일진은 자신을 영웅화시켰다고 화를 내고 끝내 울기도 한다. 이 사건은 시절이 시절인 만큼 그 때의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과 배우를 분리시켜 생각하지 못하던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샘에게 영화는 '각색된 우리들의 삶'이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약간의 과장이나 관점 체인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는 완벽하게 우리의 삶을 묘사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는 우리들의 꾸며넣은 가짜의 삶이냐라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하겠다. 영화는 진짜와 각색 그 사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거나 경악시킬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샘은 자신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현실적 팩트를 다 살리진 않았지만 오히려 각색한 덕에 감정적 전달을 확실히 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필버그는 영화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나하나가 결국은 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극장에서 보는 그 영화는 우리네의 삶을 그저 살짝 각색해 다시 선보였을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3. 꿈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은 빛난다.
이 영화는 꿈을 가진 모든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샘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고, 샘의 아버지는 내 가족이 안온하게 사는 것이 꿈인 것처럼 각자의 꿈의 크기와 온도는 다르다. 심지어 샘을 괴롭히던 일진도 꿈이 있었던듯하다. 아마도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꿈이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은 빛난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지만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샘의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꿈이다. 가족을 떠나 살긴 했지만 그녀가 온전하게 주도적인 삶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이혼은 어쩌면 그녀에겐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감정에 매몰되어 사는 삶이 완전히 이해되진 않지만 무엇인가 자기주도적으로 살고자 한 선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 삶은 온전히 내 것이야"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의 인생을 그저 지켜보는 것보단 관객에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라고 독려하는 감독의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 성공한 한 남자의 우당탕탕 우여곡절을 지켜보며 내가 너무 조급해하고 있음을 되새기게 되었다. 나도 꿈이 있으니 언젠가 어떻게든 빛날 수 있겠지. 그 꿈을 놓지만 않는다면, 꿈이 상상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근접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내 잊었던 꿈을 되새길 수 있어서 거장 영화감독의 삶을 엿보며 잠시 행복했다.
4.총평
영화가 잔잔한듯 있을 건 다 있다, 내용에서 기가막힌 반전은 없지만 모든 장면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찍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인물을 담는 구도, 심리묘사 시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방법까지, 다음에 관람할 땐 카메라 구도를 유심히 볼 것 같다. 아, 가장 웃겼던 대사는 일진이 자신이 울었던 걸 발설하면 죽는다고 하니, 말은 안하겠지만 영화로라는 만들수도 있을 거라는 대사였다. 이 대사로 이 장면은 실제 사건일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결국 영화가 되었으니 그 일진의 실존 인물은 이 장면이 얼마나 웃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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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닝타임 3시간 이상인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요즘 시간이 많이 남는데 할 게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그 시간을 순삭시킬 수 있는 영화를 가져와봤는데요.
무려 러닝타임이 3시간 이상인 영화라
한 편을 봐도 3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같은 영화입니다
˚✧₊⁎( ˘ω˘ )⁎⁺˳✧༚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러닝타임 3시간 이상인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
ⓒ 네이버 영화
synopsis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를 무대로 스칼렛 오하라가 겪은 인생 역정을 통해
생존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역사 로맨스 영화
cine pick!
퓰리처상을 수상한 마거릿 미첼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빅터 플레밍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작이자 한국에서 3번이나 재개봉한 걸작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랍 민족의 독립에 적극 참여했던 영국군 장교 T. E. 로렌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cine pick!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위대한 영화로 꼽히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영화가 역사, 문화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여 1991년에 미국 국립 영화 등록부에 보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등 주요 부문의 수상을 거두기까지 하였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A Brighter Summer Day, 199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중국 대륙을 떠나 온 부모세대의 불안 속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자녀세대의 사랑과 폭력을 담아낸 영화
cine pick!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대표 작품이다.
BBC 선정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영화 100편' 중 하나로 꼽혔으며,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표한 '아시아 영화 베스트 100'에서 10위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타이타닉
Titanic, 1997
ⓒ 네이버 영화
synopsis
우연한 기회로 티켓을 구해 타이타닉호에 올라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가 잭은
막강한 재력의 약혼자와 함께 1등실에 승선한 로즈에게 한 눈에 반한다.
진실한 사랑을 꿈꾸던 로즈 또한 생애 처음 황홀한 감정에 휩싸이고, 둘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는데…cine pick!
박스오피스 15주 연속 1위를 하고,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수상한 <타이타닉>.
안 본 사람도 타이타닉 속 OST와 배 위에 두 남녀주인공이 서있는 명장면은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죠.
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들여 실제 타이타닉호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카페 느와르
Cafe noir, 200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음악교사인 영수와 동료교사인 미연, 학부모 미연, 길에서 우연히 만난 선화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cine pick!
코리안스크린 가장 위대한 한국 영화 100 중 46위에 선정됐으며,
신하균 배우의 화보집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신하균 배우가 멋있게 나오는 영화입니다.
해피 아워
Happy Hour, 2015
ⓒ 네이버 영화
synopsis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을 가진 30대 후반의 네 명의 친구들이 일상 속에 마주한 이혼과 외도,
알지 못했던 상처와 진실을 마주하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고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cine pick!
<아사코>,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일본의 거장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An Elephant Sitting Still,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친구의 자살을 목격한 위청, 졸지에 살인자가 된 웨이부, 원조교제 중인 황링, 가족들에게 버려진 왕진.
저마다 최악의 하루를 보낸 이들은 만저우리의 코끼리를 찾아 마을을 떠날 채비를 한다.
cine pick!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6%를 기록하고, 이동진 평론가가 별 4개를 준 작품.
타이베이 금마장 영화제에서 작품상, 각색상,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는 포럼 부문 국제비평가연맹 상을 수상하기까지 하였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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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보다는 빌런? 영화 <나폴레옹> 리뷰
86세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영화 <나폴레옹>이다. <글래디에이터>,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마션>을 연출한 노장의 거장이 만든 귀한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직접 스토리보드로 그려 감독이 상상한 장면을 관객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거로 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 그리고 봉준호 감독과 통한다. 이 영화는 거대한 전투씬이 포함되어 천문학적 제작비가 들었다. 스콜세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문>과 마찬가지로 애플에게 투자지원을 받아 손익분기점 스트레스 없이 영화를 찍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나폴레옹>의 전투신을 OTT 스트리밍으로 보아서는 양이 찰 수가 없다. 큰 화면의 스펙터클한 즐거움을 주는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나폴레옹이 포병 장교에서 장군으로, 장군에서 황제로, 황제에서 망망대해 외딴섬의 유배자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속 나폴레옹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다. 영화는 나폴레옹이 조세핀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찌질하고 병적인 모습을 강조하여 보여준다. 조세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저열한 인간으로 나폴레옹을 그려낸다.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모습 중의 하나는 전투에서 속전속결 적은 병력으로 대병력을 격퇴시키는 뛰어난 전략가이다. 영화는 이런 나폴레옹의 특출함에 대해 조명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연합군의 대병력을 괴멸시킨 아우스터리츠 전투마저 단순한 매복전술로 승리한 것처럼 표현한다.
나폴레옹 역할을 <조커>의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가 맡을 때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 역을 한 러셀 크로우가 아니라 빌런 콤모두스 황제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라니. 콤모두스는 막시무스에게 왕위를 넘기려는 부황을 살해하고 왕좌에 올라,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 저열한 악당이 아닌가. 영화가 역사의 사실(史實)과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역사적 인물을 찌질하게 만들어 왜곡한다면 하늘에 있는 나폴레옹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은 나폴레옹이 치른 수많은 전투별로 희생된 전사자 수를 보여준다.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죄 없는 젊은이 3백만 명을 희생하게 했다는 역사적 평가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나폴레옹이 영웅이 아니라 빌런이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는 메시지다.
극장을 나오면서 아내가 말했다,
“나폴레옹을 너무 찌질이로 만들었네. 프랑스 사람이 보면 열받겠네.”
“프랑스가 낳은 영웅 나폴레옹을 영국인 감독은 단지 그는 괴팍한 빌런일 뿐이라고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었네.”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프랑스 사람에게는 나폴레옹이 적국인 영국의 언어를 쓰는 것부터 짜증 나게 할 거야. 혹시 외국 감독이 이순신 장군 영화를 만들면서 장군이 일본말로 대사를 한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황당하겠어.”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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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여서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함께여서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40대 부부 레이첼과 리처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임신을 시도하고, 수술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지만 다 실패했어요.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하고 아이를 밴 젊은 여성과 연락이 닿지만, 알고 보니 관심을 받고 싶어 임신 중이라고 거짓말한 사람에게 속은 것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실패에 몸과 마음이 지칠 뿐 아니라 이들이 쓰는 비용도 점점 늘어 갑니다. 게다가 이들에게 임신은 더 이상 '프라이빗'하거나 로맨틱한 이슈가 아닙니다. 궁금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질문을 받고, 의사에게는 민감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 털어놓아야 하죠.
레이첼과 리처드는 임신을 위해서 "애를 납치하는 것만 빼고 다"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마지막 방법으로 난자 기증을 추천받죠. 처음에 레이첼은 강하게 반대해요. 아이에게 자신의 유전자는 들어 있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리처드는 '따져 보면 입양보다 난자 기증이 더 합리적이지 않냐, 못할 게 뭐냐'고 설득합니다. 입양아에겐 부부의 유전자가 없지만, 난자 기증을 통해 얻은 아이는 리처드의 유전자는 갖고 있고, 레이첼의 배 속에서 품으니 그가 태내 환경을 제어할 수 있으니까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 결국, 이들은 자신에게 난자를 기증해 줄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프라이빗 라이프>는 누가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를 무척 좋아하고 귀여워하지만, 한 번도 키워 보고 싶었던 적은 없어서 이들이 왜 이렇게 상처를 받으면서 노력하는지 공감하지는 못했거든요. 분명 아이와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고 싶은 것일 텐데 그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고, 임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소망의 농도를 재보지 않고 계속 애를 쓰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리처드는 너무 지쳐서 홧김에 "이젠 아이를 갖고 싶지도 않아"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둘에게 아이가 그만큼 간절하구나 싶었고, 나도 좀 더 나이를 먹고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 시작하면 마음이 바뀔까, 라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원래 살던 뉴욕을 벗어나 타지의 작은 식당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부부의 모습입니다. 사뭇 긴장한 듯 말없이 문 쪽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레이첼의 손을 잡는 리처드. 서로를 보며 살짝 웃고는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고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옆에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는 것. 이 영화에서 저는 그런 마음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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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브런치 문소정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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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최신 개봉영화(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 사람, 내가 날 부를때)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건파우더밀크셰이크 #쇼미더고스트 #리스펙트 #좋은사람 #내가날부를때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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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나이트 리뷰 - 구담을 비틀어 뒤틀린 판타지를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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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8월 5일 개봉한 작품 ‘그린 나이트’의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 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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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2차 예고편
관능적으로 녹여낸 신분 초월 로맨스! 2022년, 웰메이드 파격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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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휴먼 보이스> 메인 예고편
떠난 연인과 함께 살던 집에서 그의 마지막 전화를 기다리는 여자.
드디어 전화가 울린다.
조심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라며
여자는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랑이 식은 남자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여자는 그의 대답을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