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3-18 07:35:51
'젠틀'해져버린 가이 리치의 ‘언젠틀 오퍼레이션’
영화 〈언젠틀 오퍼레이션〉
신사답지 못한 작전(‘언젠틀 오퍼레이션’, 원제는 ‘The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은 어쩌면 가이 리치를 위한 최고의 영화였을지도 모른다. 가이 리치의 이전 영화는 종종 감독 특유의 인장과도 같은, 영화의 전체적인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 튀는 연출로 비판을 받았다. 이를테면, 〈맨 프롬 UNCLE〉과 〈킹 아서: 제왕의 검〉 같은 영화에서 가이 리치는 각각 진지한 스파이물, 시대물에 게임 액션처럼 보이는 과장된 장면을 넣어 영화의 톤을 깨뜨리곤 했다. 그러나 점차 원숙해지면서는 〈알라딘〉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능숙하게 성공해내는 감독의 면모도 보였고, 무엇보다 〈젠틀맨〉, 〈캐시트럭〉과 같은 범죄 영화에서는 자신이 남성성과 남성성이 순환하는 세계를 장르 영화로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심지어 〈젠틀맨〉의 성취에 힘입어 감독 자신이 이를 시리즈화해 넷플릭스에서 〈젠틀맨: 더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아쉽게도 완성도는 영화에 한참 못 미친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영화의 제목이 감독의 스타일, 재능과 잘 어우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아쉬웠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가이 리치가 만든 좋은 영화가 보여준 덕목 중 제대로 갖춘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신사답지 못한’ 작전의 내용은 이렇다. 나치의 유보트가 바다를 장악해 해로가 막힌 상황. 처칠은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유보트에 꼭 필요한 보급품을 실은 배와 그 배가 정박한 항구, 독일군을 소탕할 계획을 세운다.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였기에 작전은 거칠 수밖에 없었고, 이 작전이 국내의 화친파를 자극할 수 있기에 극비여야만 했다. 이에 목숨을 버려서라도 나치에 대항할 만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과 자기만의 특기가 있는 ‘문제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문제는 메인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작전보다 이들이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항구에서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자들, 즉 보조 작업을 하는 요원들의 임무가 더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역할은 전통적인 스파이가 할 법한 일이라는 점에서는 ‘젠틀’하다. 또 나치에게 보급품을 대는 흑인 사업가와 팜므파탈로 분한 비밀 요원의 캐릭터 완성도,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언젠틀 오퍼레이션’에서 이들의 역할은 어쨌든 ‘보조적’이다.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요원들은 카리스마도, 긴장감도, 선사하는 액션의 재미도 그럭저럭인 데 반해, 영화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은 자들, 그러니까 ‘신사다운’ 자들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수적 작전이 주요 작전을 잡아먹어버리는 것이다.
자꾸 외적인 요소로 요원들이 펼치는 작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화친을 목적으로 비밀 작전을 방해하려 드는 장군과 처칠의 명에 따라 작전을 성공적‧비공식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자들 사이의 갈등이 나오는 장면이 ‘언젠틀 오퍼레이션’의 긴장감과 중요성을 환기할 뿐, 정작 작전의 주인공들이 그 위험성을 입증해 보이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역설적이게도 실화 배경, 매력적인 서브 플롯을 비롯한 극의 구성 등의 요소가 빛날수록 정작 영화에서 가장 빛나야 할 것들의 평범함이 폭로되고 만다. 이왕 실화라는 알리바이를 획득한 이상, 조금 더 가이 리치의 솜씨를 듬뿍 발휘해 스펙터클을 극대화하거나 독특한 캐릭터의 케미를 극화하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반대로 실화라는 무게감에 눌렸기 때문이었을까. 가이 리치가 어울리지 않게 다소 ‘젠틀’했다는 느낌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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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뒷모습 보기
다른 모든 단어가 그러 하듯이, ‘예술’이라는 단어 또한 무수하게 많은 유동적인 의미를 가진다. 예술이 우리가 흔히 문화예술이라 부르는 영상물, 회화, 음악, 문학 등의 창작물들을 아우르는 분야를 일컫는 말이라고 했을 때, 왜 인간에게 예술이 필요할까?
늘 생각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들 중 가장 크게 오해받고 있는 것이 예술인 것 같다. 사람들이 예술의 가치를 해석할 줄 모른다는 식의 엘리트주의적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예술이 엘리트 계급의 전유물이라는 편견 또한 제일 큰 오해 중 하나니까. 내가 생각하는 오해의 가장 큰 요인은, 예술이 스스로를 입증하는 데에 너무 자주 실패한다는 점이다. 예술에는 많은 정보값이 들어있다. 그것이 예술 작품을 만든 창작자들의 잘못일 수도 있고 그 작품들을 유통하고 전달하는 사람들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예술의 역할은 가진 정보값을 전달해 수신자가 모종의 영향을 받도록 하는 것이고, 그 영향에 대해 대중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어쨌든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어디에도 많이 없으니까.
그래서 수많은 영화들을 보고 보다가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 같은 영화를 만나게 되는 건 무더운 한여름 차가운 보리차를 들이키는 것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경험이다. 영화가 하는 역할에 대해 영화라는 방식 그 차제로 18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영화라니, 살아가며 중간중간 이런 영화를 봐 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은 세월동안 또 다른 영화들을 보며 살아가는 일은 뜨듯미지근한 물만 마셔야 하는 여름처럼 답답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어떤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막스가 될 만한 내러티브 또한 없다. 그저 배경이 되는 타이페이의 모습이 보여지고, 거기에 살고 있는 주인공 가족들이 등장하고,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겪는 일상들을 계속해서 나열해 보여준다. 누군가들에게는 충격적이기도 하고 ‘막장’이라 할 수 있을만한 자극적 사건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일들은 늘상 일어난다. 결혼식, 장례식, 아픈 가족, 가출, 첫사랑,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진심, 사기 당해 날린 돈, 그리고 살인, 이 중에서 살면서 실제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 있는가? 생각해 보면 전부 일상적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우리의 일상을 한 데 모아서 영화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것 뿐.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이유는 이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일상을 영화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삼촌은 자기 뒷모습을 못 보니까 내가 찍어 줬어요.”
영화가 삶을 왜곡없이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삶을 그대로 비춰주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굳이 내가 겪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비추어 볼 필요는 없을 테지만, 내가 주목하지 않고 지나쳤던 어떤 것들을 확대해 보여준다거나, 존재하는지 몰랐던 것들을 알려준다거나 한다면 하루에 몇 편이라도 시간을 내어 볼 의미가 있다. <하나 그리고 둘>은 이 영화를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계속해서 영화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굴곡진 거울이다.
에드워드 양이 말하는 영화는 양양이 찍는 사람들의 뒷모습 같은 것이다. 나에게 뒷통수가 존재한다는 건 알고 사람의 뒷모습 자체가 새롭거나 의미있는 일은 전혀 아니지만, 누군가가 그 뒤통수를 찍어서 나에게 사진으로 건네 준다면 그것은 특별한, 어떻게 보면 특별 보다는 특이에 가까운 비일상적 순간이 된다. 나의 뒷모습이지만 그것을 찍은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사진이라는 틀 안에 담긴 새로운 이미지의 탄생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전혀 새로운 예술로 만들어 준다니, 게다가 개인적인 이야기가 보편적이 되기도 하고 보편적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다니, 이처럼 신기하고 의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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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이 여정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DIRECTOR. 미겔 고메스(Miguel GOMES)
CAST. 크리스타 알파이아테(Crista ALFAIATE), 공살로 와딩턴(Gonçalo WADDINGTON) 외
PROGRAM NOTE.
1917년 양곤. 영국인 공무원 에드워드는 약혼녀 몰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도망친다. 그래도 그와의 결혼을 결심한 몰리는 에드워드의 뒤를 쫓는다. 영화의 제목 <그랜드 투어>는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 또는 일본에서 끝나는 아시아 투어 여정에서 기인한다. 미겔 고메스는 2019년 그랜드 투어를 시작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에서 영상을 찍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의 국경이 폐쇄되자, 감독은 스태프와 포르투갈로 귀국한다. 영화의 일부는 로마와 리스본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중국의 영상은 어떻게 확보했을까? 미겔 고메스는 중국 현지에 촬영팀을 꾸린 뒤, 포르투갈에서 원격으로 촬영을 감독했다. (시차 때문에 매일 밤 자정에 작업을 했다). <그랜드 투어>의 기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연인의 여정을 카메라에 담으며 미겔 고메스는 자유롭고 총체적인 스펙터클을 창조한다. 영화에는 수확, 종교 축제, 오토바이 행렬 등 현대 아시아의 모습을 담은 매혹적인 아카이브 이미지, 그리고 주인공이 안개가 자욱한 강을 건너거나 매혹적인 밤의 숲을 가로지르는 모험 소설 속 상상의 아시아가 공존한다. 미겔 고메스는 <그랜드 투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영화에는 국가, 성별, 시대, 현실과 상상, 세상과 시네마 등 분리된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투어가 있다. 나는 무엇보다 관객을 이 투어에 초대하고 싶다. 이것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믿는다.” (서승희)
그랜드 투어는 본디 17세기 중반부터 유럽 상류층 자제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약 2-3년을 들여 신문물을 익히던 여행이다. 가정교사를 대동한 젊은 남성 귀족이 당시 유럽 문화의 최고 중심지였던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향했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계속해서 발달되고 구시대의 계급 구조 또한 변화되면서, 그 의미가 점차 퇴색된다. 19세기가 되면 대륙횡단철도를 포함한 각종 철도, 수에즈 운하 등이 차차 개통되면서 <80일간의 세계 일주>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된다.
20세기에는 제국주의의 광기가 시작되고, 이제 평범한 유럽인들도 식민지 관리를 위해 아시아로 향한다. 기이했던 이 시절은 문학의 역사에도 독특한 족적을 남긴다. 인도 벵골 지역에서 아편국 직원의 아들로 태어나, 추후 영국 본토 생활을 그만두고 근무지를 버마(미얀마)로 신청한 인도제국 경찰관, 조지 오웰은 <버마 시절>에 그 시절의 축축한 야만을 기록했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베트남 사이공 공무원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인도차이나 반도’ 곳곳을 다니며 살았고, 이는 <연인>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 세계에 계속해서 묻어난다.
2019년, 유럽의 한 영화감독 또한 행선지가 비슷한 여정을 꾸린다. 포르투갈 출신의 미겔 고메스 감독이 영화 <그랜드 투어>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에드워드는 1910년대 버마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7년째 약혼자 상태인 몰리와의 결혼을 코앞에 두고, 영국에서 찾아오는 예비 신부를 피하고 싶다며 갑작스러운 도주 길에 오른다. 범죄를 저질러도 저렇게 열심히 도망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 도망은 대체 왜일까… 싶은 이 여정은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거쳐 일본, 중국에까지 이른다. 이 여정은 에드워드의 도주를 따르는 단단한 의지의 여성, 몰리의 행적을 통해 한 번 더 펼쳐진다. 즉 이 영화 스토리의 골자는 서로 겹쳐지기도 달라지기도 하는 두 개의 여정이다.
영화 속 여정들은 17세기의 ‘그랜드 투어’와도, 19세기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와도 그다지 닮지 않았다. 20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제국주의의 광기와도 닮지 않았다. 그 닮지 않은 모양새를 아무 설명도 필요 없이 미장센으로 구현한다. 꿈을 비롯한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 모두 흑백인데, 그 안에서 각지의 아름다움이 빛난다.
20세기를 재현할 때에는 환상적이다. 흑백이라 더 어렴풋하여 아름다워 보인다. 희뿌연 안개 낀 정글을 가로지르는 기찻길, 거기서 들리는 새 소리, 당시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들던 싱가포르의 호텔, 방콕의 파티 현장 등은 모두 동양인 보기에 ‘적절’하다. 20세기 동남아 내 왕족의 부를 고스란히 재현하여 노골적으로 비춰 보이는 오리엔탈리즘을 피하고, 보는 동양인 마음 복잡스럽게 만드는 일 없이, 단순하게 영화를 영화로서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선을 적절히 지킨다.
소설을 읽어주는 느낌이 드는 내레이션 또한 국경선을 넘길 때마다 그 나라의 언어와 목소리로 새로이 펼쳐진다. 화면에는 현재 그 도시의 광경이 드러난다. 일본에 도착한 에드워드가 식당에서 마주한 일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동안, 오사카의 작은 식당에서 국수인지 우동인지를 먹는 손님들의 모습과 음식을 내는 사장님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 안에서 우리는 20세기 이야기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객석에 있는 나의 동시대성을 밟고 서게 된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라도 나올 것 같은 검박한 장면들이 겹쳐 흘러간다. 거위 알을 줍고 야자 열매 껍질을 벗기는 농부, 연꽃을 수확하여 팔기 좋게 단으로 묶는 여성, 오토바이와 차량이 줄지어 다니는 도로의 모습… 무엇보다도 감독이 꽤나 감흥을 깊이 받은 듯한, 동남아 각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전통 인형무가 여러 차례 나온다. 덕분에 관객은 20세기와 21세기를 골고루 오가며 독특한 여행을 한다. 그러는 동안 내내 궁금해진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저 정도로 싫으면 차라리 결혼을 파하든지 대체 왜 저렇게까지 도망가는 것일까?
에드워드의 여정은 행선지를 못박아둔 여행이 아니라, 탈출이라는 목적만을 못박아둔 여행으로, 목적을 위시하여 행선지는 계속해서 추가된다. 이는 에드워드의 여정뿐 아니라 그 뒤를 따르는 몰리의 여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두 사람은 길 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유 모를 이 선형적 여정의 끝으로 점차 달려간다.
그리고 여정의 끝에서, 관객은 감독이 준비한 선물을 맞이한다. 이 선물은 거울처럼 관객을 비추며, 관객에 따라 다른 답을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여정에서 ‘왜’에 집착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뾰족한 물음표를 보고 팔짱 끼고 본 영화가, 팔짱 끼고 미간을 찌푸린 내 머리 위로 시원하게 내리치는 죽비 같았다.
모든 영화는 감독이 내놓는 상차림이다. 어떤 영화는 든든하고 친근한 밥상 같고, 또 어떤 영화는 조금 까다로운 미식의 세계 같다. 이 영화는 자기 실력에 자부심을 가진 요리사가 화려하게 꾸며 올린 테이블 같았다. 곱씹을수록 더 매력적인, 하나하나 더 뜯어 알고 싶은 그런 상차림. 영화를 본 직후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만족스러운 상차림이었다.
10/04 20:0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상영코드 083)
10/09 13:30 CGV센텀시티 1관 (상영코드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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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 얼굴에 감춰둔 악
* <그 남자, 좋은 간호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그 남자, 좋은 간호사 (2022)
감독: 토비아스 린드홀름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에디 레드메인
장르: 스릴러
상영시간: 121분
공개일: 2022.10.26
누구보다 친절하고 다정했던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니.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은 환자들과 그들을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언제나 호의적으로 대하는 상냥한 인물이다. 때로는 이러한 친절 때문에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에이미'는 남들 몰래 심근경증을 앓고 있었고, 업무 도중 심장에 무리가 올 때면 호흡 곤란을 겪으며 고통스러워 했다. 회복을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했지만 두 딸을 홀로 양육하는 입장에서 일을 놓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미국의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일 년의 근무기간을 채워야만 했다.
곤경에 빠진 '에이미' 앞에 한 남자가 따뜻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중환자실 야간 근무조로 충원된 남자 간호사 '찰스 컬린(에디 레드메인)'은 처음부터 '에이미'에게 호의를 베풀며 그녀가 홀로 감내해야 했던 일들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찰리(찰스 컬린)'와 홀로 두 딸을 키우는 '에이미'는 처음부터 대화가 잘 통했고, 두 사람은 하나의 콤비처럼 친밀해진다.
'에이미'의 담당 환자인 '애나'는 상태에 호전을 보이던 찰나 갑작스레 사망을 하고, 파크필드 기념병원은 보건부의 요청에 따라 이 사망 사건에 관해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한다. 병원 측은 모든 수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는 척하며 최대한 정황을 숨기려 하고, 경찰은 조사 끝에 '찰리'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다. 병원의 위험 관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경찰은 '에이미'로부터 환자에게 주입되서는 안 되는 약물(인슐린)이 투여되었다는 정보를 얻고, '찰리'를 향한 수사망을 점점 좁혀간다.
'에이미'는 철썩 같이 '찰리'를 좋은 간호사라고 믿었다. 환자 가족에게 베푼 작은 친절만으로도 꾸지람을 내뱉는 삭막한 병원 환경에서 자신의 비밀을 숨겨주고, 언제나 망설임 없이 도와주는 '찰리'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동료였다. 하지만 '애나'에 이어 또 한 명의 환자 '켈리'의 몸에서도 인슐린이 발견되어 의문사를 하게 되고, 경찰과 '찰리'의 과거 동료 '로리'에게서 그의 과거 행적을 접하게 된 '에이미'는 더 이상 그 스윗한 미소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그녀는 이제 경찰의 편에 서서 수사에 협조를 해야 했다. 언제 의문사를 당할 지 모르는 수많은 환자들, 그리고 아이들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연쇄살인범 '찰스 컬린'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찰리'는 실제로 15년간 40명에 달하는 환자를 약물로 살해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시인하지 않은 범죄까지 포함한다면 그가 살해한 환자는 400명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많은 환자들을 죽인 것인지 작중 명확한 이유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실제 경찰 조사에서는 중환자실의 환자들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밝혔다. 범죄사건의 스케일에 비해서는 제법 궁색한 변명이다.
스윗하고 다정한 간호사의 미소가 섬뜩한 살인마의 조소로 느껴지기까지. '제시카 차스테인'과 '에디 레드메인'의 클로즈업 샷들을 위주로 진행되는 작품은 스릴러의 긴박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보다는 정적이고 절제된 연출을 택했지만 긴장감을 잃지는 않는다. 특히 외적으로는 온정적인 모습을 띠면서도 묘한 서늘함을 풍기는 '에디 레드메인'의 섬세한 연기는 평이한 스릴러에 깊은 몰입감을 형성한다. 환자들의 죽음에 무력감을 느끼고, 심장질환 때문에 괴로워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입체적인 연기도 훌륭하다.
다만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 것인지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수사물인지, 수백 명의 환자를 죽인 범죄자의 심리를 파헤치는 심리극인지, '찰리'의 범죄 행태를 알면서도 묵인한 대형병원에 대한 사회비판극인지, 혹은 친절한 얼굴을 하고 끔찍한 범죄를 일삼는 인물을 통해 소름을 유발하는 스릴러인지 방향성이 분명치 않다. 자극적이지 않은 화면 연출과 스토리 구조는 언제든 환자들이 죽어나갈 수 있는 중환자실 배경의 삭막함과 무력감을 표현하기 좋은 장치였으나 후반부에 갑작스레 '찰리'의 고백으로 마무리되는 촘촘히 쌓아온 긴장을 한 순간에 떨어뜨린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실화를 착실하게 재연하는데만 성공했을 뿐 작품은 굉장히 무난한 스릴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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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이야기를 살짝 비튼 로맨스
우리 모두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태어난 이후, 나 자신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도 가지게 된다. 자아라는 것, 즉 나 자신이라는 것은 유아기,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조금씩 그 모양이 만들어진다. 어쩌면 죽기 직전까지도 그 자아의 모양은 계속 변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이해를 하고 나면 자아를 가만히 들여다볼 기회도 생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진 자아가 어떤 모양인지를 보면서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듣고 싶어 한다.
그 자아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꽤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자아의 모양을 바꾸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자아의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아를 무척 사랑하고 소중하게 대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자아를 싫어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런 내외부의 시선들이 모이면서 자신이 가진 외모와 성향들에 대해서 판단하게 만든다. 특히나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체로 남들 앞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아를 부끄러워하는 남자와 그를 만나는 여자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하드>는 자아를 부끄러워하는 한 남자와 그를 만나게 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화 초반, 중심인물은 나탈리(니나 도브레브)다. 그는 계속 연애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애 실패담을 통해 잡지사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는 정말 자신이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가 우연히 데이트 앱에서 한 남자의 사진을 보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가 메시지를 보낸 조시(지미O.양)는 사진에서 남성적인 외모를 뽐내고 있다. 또한 나탈리와 조시는 대화 코드가 아주 잘 맞아 수시로 메시시를 주고받게 된다.
사실 영화 속 나탈리는 자신의 매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자신이 가진 자아의 모양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저 좀 더 완벽한 남자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것이 계속 실패할 뿐이다. 어찌 보면 자존감이 높은 인물이기 때문에 특별한 고민 없이 자신에게 맞을 만한 완벽한 남자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연애가 계속 실패할지라도 그의 앞에 완벽한 남자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은 놓지 않고 있다.
반면, 나탈리가 채팅 앱에서 만난 조시는 사진의 외모나 대화를 통해서 보면 완벽한 남자로 보인다. 그래서 나탈리와 더욱 완벽한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을 준다. 먼 거리에 살고 있어 실제 조시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나탈리는 갑작스럽게 조시가 살고있는 집으로 방문하기로 하고 그 때문에 조시의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동양인 계열의 사람이고 사진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조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은 인물이고 그 자신이 가진 자아의 모양도 잘 알지 못한다. 남들에게도 크게 인기가 있었던 인물이 아니기에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이성을 만나라고 시도를 했던 것이다.
조시는 외모적으로 훌륭하지 않고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너드 정도로 보인다. 또한 그는 외모 뿐만아니라 자신의 성향조차 숨기려고만 하는 캐릭터다. 그가 나탈리를 실제로 만났을 때,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가짜 연인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그의 모습은 대체로 자신 없고 미안한 감정이 담겨있다. 축 처진 어깨와 재미없는 농담들은 그가 가진 그 우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가 가진 진정한 매력은 나탈리로 인해 조금씩 발견되어 간다. 영화는 조시가 가진 매력을 나탈리가 하나씩 발견해 내는 과정이 재치있게 담겨있다.
영화 <러브하드>속 나탈리와 조시의 이야기는 사실 과거 여러 영화들에서 많이 보아 왔던 내용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과 아주 잘 나가는 인물이 만나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굉장히 진부한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된 <러브하드>는 그런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특성이나 구도를 살짝 비틀었다. 꽤 잘 나가는 여성 캐릭터와 동양 계열의 남자를 연결시키면서 과거의 진부한 틀에 캐릭터의 변화를 살짝 준 것이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계 남자가 로맨스 주인공을 했던 영화가 거의 없었기에 이 부분만큼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존 할리우드 로맨스를 살짝 비튼 따뜻한 영화
나탈리와 조시,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극은 유쾌한 웃음을 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인,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많이 보던 로맨스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시감이 많이 들어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 온전히 스크린 밖으로 전달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따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에서 조시를 연기한 배우 지미 O. 양은 과거 <판타지 아일랜드>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영화에서 짧은 감초 역할을 많이 연기했던 배우다. 홍콩 출신인 그가 로맨스 물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의외로 진지한 연기도 잘 소화해낸다. 나탈리 역의 배우 니나 도브레드도 그렇게 이름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배우다. <더 파이널 걸스>나 <디어 마이 프렌드> 같이 저예산 영화들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인데, 이번 <러브 하드>에서 매력적인 커리어우먼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하드>는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빨리 벗어난 영화다. 하지만 연말에 볼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만 한 영화는 없을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가족과 로맨스 이야기가 같이 펼쳐지기 때문에 연말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익숙하지만 약간은 특별한 로맨스 영화를 찾으시는 관객들은 넷플릭스에서 관람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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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하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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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을 둔 이브는 남편 아서가 새로운 애인 펄이 생기자 이혼을 요구하자 자살을 기도한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 요양소에 입원하게 되지만, 세 딸중 어느 누구도 아서의 외도에 대해 관심이 없자 이브의 절망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결국 아서는 떠나고 이브와 세 자매만 남게 되자, 서로에게 화를 내고 비난하던 네 여자는 그동안 쌓여 있던 앙금을 털어 버리고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엘리오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올리버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엘리오의 처음이자 올리버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집에서 매춘하는 젊은 가정주부의 일상을 건조하게 담은 영화, 성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의 공간 가정에 대한 고찰. 잔느는 어린 아들을 키우며 집에서 매춘하는 젊은 가정주부이다. 그러나 한 손님의 방문과 함께 잔느의 일상은 기이하게 무너지고, 그녀는 실수를 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녀는 손님을 찔러 죽이고 거실 탁자로 쉬러 간다.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는 동맹을 위해 프랑스의 황태자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하고 베르사유에 입궐한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선 그녀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설레지만, 무관심한 남편과 프랑스 귀족들의 시기심으로 점차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외로움을 느끼고 지쳐만 간다.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녀, 마리 앙투아네트! 사치와 허영이라는 타이틀, 다른 남자들과의 스캔들, 굶주려가는 국민들에게 케이크를 먹으라고 외쳤다는 루머, 진실은 무엇일까? 세상이 궁금해 한 그녀의 모든 것이 밝혀진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모로코 탕헤르라는 먼 거리에 떨어져 지내는 뱀파이어 커플 아담과 이브. 수세기에 걸쳐 사랑을 이어온 이들이지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아담은 인간 세상에 대한 염증으로 절망에 빠져 있다. 이브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디트로이트행 밤비행기에 몸을 싣고 마침내 두 사람은 재회한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브의 통제불능 여동생 애바의 갑작스런 방문은 숨겨두었던 뱀파이어의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하는데… 21세기 현대사회, 아담과 이브는 과연 영원한 삶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1922년 뉴욕 외곽에서 살고 있는 닉은 호화로운 별장에 살고 있는 이웃 개츠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옥스포드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개츠비는 어딘가 비밀이 가득한 의문의 사나이. 이 베일에 싸인 백만장자는 토요일마다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 파티에 초대 받아 참석한 후 개츠비와 우정을 쌓게 된 닉은 자신의 사촌 데이지와 개츠비가 옛 연인 사이였던 것을 알게 된다. 데이지는 가난한데다 전쟁터에서도 돌아오지 않는 개츠비를 잊은 채 부유한 톰과 결혼한 상태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톰은 정비공의 아내와 은밀한 사이였고, 때마침 개츠비와 재회하게 된 데이지는 잊혀졌던 사랑의 감정을 되살리는데…
뉴요커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한다.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다는 설렘도 잠시, 닉의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닉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결혼 후보 1순위 신랑감이었던 것. 레이첼은 사교계 명사들의 질투와 더불어 본인을 영 탐탁지 않아하는 닉의 어머니의 타겟이 되는데… 남친의 재력을 알게 된 순간, 시월드의 문이 활짝 열렸다!
영화 데이지즈는 마리라는 동명을 가진 두 명의 장난기 어린 소녀들이 자신들 주위의 삶을 교란시키고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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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함에 상상을 더해 웃음을 만드는 영화.
어디에선가 날아온 로또는 바람을 타고 말년 병장 천우의 앞에 떨어진다. 반신반의하며 맞춰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1등 당첨 로또 종이였다. 인생 펼 일만 남은 천우는 온 세상의 기쁨을 맞으며 방실방실 웃는다. 하지만 찰나의 실수로 로또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천우는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다. 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간 로또는 북한군 용호 앞에 떨어진다. 천우는 무사히 1등 로또를 되찾을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면 좋을 듯하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의 구조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 영화는 남과 북의 병사들이 경계선에 서서 1등 로또를 두고 대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북을 주제로 하는 만큼 정치적인 선입견이 들어가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보았는데, 거리를 두며 적정선을 유지한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인해 어떠한 거리낌 없이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토록 가벼운 재미와 우연함에 상상을 더한 황당한 전개가 또 있을까. 시사회를 통해 보고 온 ‘육사오’는 시종일관 웃기려고 작정한 영화 같았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코믹을 노린 듯했지만 영화의 등장인물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이 마치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시간도 티켓값도 아까워져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웃음을 작정한 이 영화에서는 통 크게 웃겨주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너무 가벼운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TV에서 틀어주면 몇 번을 봐도 재미있었던 코믹영화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악당과 티키타카가 오가며 상당히 웃기고 계속해서 기억나는 영화였는데, 작품성이 떨어지더라도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영화가 어느새 신파와 진지함에 묻혀 사라진 것 같다. 언제쯤이면 다시 ‘강철중 : 공공의 적 1-1’ 같은 영화가 나와 브라운관을 가득 채워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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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간 2.0>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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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흩어진 밤> 티저 예고편
“그냥 같이 살면 안 돼?”
갑자기 집에 찾아드는 낯선 사람들.
엄마와 함께 공부에 집중하는 오빠.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아빠.
그리고 원치 않게 떠맡게 된 힘든 선택.
어둠 속에서 흩어지는 마음들을 바라보는 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