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1-09-01 16:31:18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 프리가이 리뷰
현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인 Free city의 유저들에게 새로이 강자로 자리매김한 플레이어가 있다. 그의 ID는 블루 셔츠 가이. 그는 과도한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중2병 게임으로 치부되던 프리시티, 그리고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이 아직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들에게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캐릭터로 각인되어, 게임 규칙과는 달리, 선행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그는 게임 유저들 못지않게, 게임회사 직원들도 그의 정체에 대해 추적하는데, 알 길이 없다. 당연하다. 이 남자는 게임 유저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시티의 배경 캐릭터 NPC이다.
게임 제작자들이 만들어준 세상에서 그들이 설정해놓은 행동 패턴으로 매일 쳇바퀴같은 삶을 살아가는데도 참 해맑게 살고 있는 이 남자, Guy. 이 남자의 정해진 루틴과도 같은 삶이 한 여자를 만나고 나서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하나의 게임 세상임을 자각하고, 그가 프로그래밍된 언어와는 달리, 그의 행동에 자유 의지가 생겨나며, 게임 속 플레이어들과 대등하게 게임을 펼치면서 살아간다. 게임 제작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이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그에게 닥친 위기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1.사람이 아닌데, 사람 같은, 수많은 군종 속의 한 사람,guy.
자신의 행동과 말이 인간이 설정한 기계어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가이는 자신의 행동의 진정성을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의 삶은 가끔 누군가의 삶의 들러리가 될 때도 있고, 자신의 의지대로 결과가 녹록치 않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 우리는 자기 자신의 쓸모없음에 필요 이상으로 절망하고,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끊임없이 파고들곤 한다. 그런 게임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이 항상 주인공이 될 수 없음에 너무 절망하는 자존감이 현저히 낮은 현대인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일개 npc를 통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을 투영하게 되다니, 정말 기묘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가이가 하는 행동에는 자유의지가 있어서는 안된다. 인간이 창조해낸 캐릭터이고, 게임 세상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상관없이 특정 행동만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인생은 결국 인간 손아귀에 의해 놀아날 뿐이다. 그에게 자유의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면, 짜임새있게 설계된 세상 속에서 그냥 생각없이 살아가도 행복했을 삶인데, 자유의지가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 현실 간의 간극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에 항상 직면해야 하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의지로 행해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방황을 보면서 우리네 삶이 우리 의도대로 흘러가지 못해 좌절하는 무수한 청춘들이 눈에 그려졌다. 그렇다. 가이, 영어로 하면, Guy, 또다른 의로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한 이 게임 캐릭터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현실 속의 우리들을 반영하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한 것이다.
2. 절망 속을 살고 있다면, 현재에 집중할 것.
난 여기 앉아서 내 절친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게 돕고 있어
그게 진짜가 아니면 뭐가 진짜겠어?
하지만 자신의 현실이 가짜라는 사실에 충격받은 가이는 친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그 때, 친구가 한 말이그에게 경종을 울렸는데, 설사 자신의 현실이 가짜라는 사실이 맞을지언정, 자신이 지금 맞닥뜨린, 현재 상황까지 부정해버리면, 진짜 현실 세계는 그 어디에도 없음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가이가 상황적인 요소이든, 내면적인 요소이든 절망적인 감정에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가이 친구의 대사는 당신이 만들어낸 성과가 허무하게도 의미없는 일이었음이 확실하게 증명되었을지라도 아직 우리에게는 현재의 삶이 남아있음을 잊지 않아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그의 대사를 통해 자존감이 낮은 수많은 현실 속 Guy들은 너무 과거에 매여있지도 말고,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환상, 두려움에 대해 신경쓰지 말기를, 더불어, 당신에게 닥친 현실 속 퀘스트를 하나하나 뚫어가야 함을 깨닫게 될 수 있었다.
현실 속 우리들은 생각보다 겁이 많다. 나이가 하나하나 들어갈수록 도전하기를 두려워하고, 과거의 패기넘치던 모습에서 점점 남들의 말에 위축되기도 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게 될 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닥치고, 지금 해야하는 일이 뭐지? 나는 지금 누굴 신경써야 하지?"
그러면, 자신이 처한 현실이 가짜처럼 느껴질만큼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당신 옆에 있을 사람들은 계속 존재해 줄 것이고, 당신이 지금 당장 해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나 하나 챙기면서 살기도 버거운 이 세상에서 우리 그냥 오지랖 넓은 소리들 다 개무시하고, 그냥 우리만의 속도로, 내 사람들이라도 철저히 챙겨가면서 그리고 조금만 덜 절망하면서 살아가자. 당신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한 당신은 이미 주인공이니까.
3.총평
여태까지 나름 심각한 영화리뷰하는 것처럼 글을 썼지만 사실 이 영화는 오락 영화이다. 굉장히 오락 장르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아주 솔직한 영화이다. 그리고 조금 유치한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살짝 스포를 하자면, 이 영화에는 표면적인 로맨스와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는 로맨스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대놓고 오락 영화라고 해서 작품성이 없는 영화라고 평하고 싶지는 않다. 비록 게임 속 캐릭터이긴 하지만 인간이라면 한 번 정도는 느껴봤을 법한 혼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가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네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만한 영화라고 본다. 또한,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 모두의 입장에서 게임 산업의 이면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을 열어줄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오락성과 작품성 모두 평균 이상인 영화라고 평가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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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순간.
이 무더운 여름조차 싱그러운 분위기로 새겨주어 본격 여름이 그리워지는 영화인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소개하려고 한다. 세대와 세대를 잇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따뜻한 영화는 2년이 넘은 지금도 바래지지 않은 채 색을 유지하고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은 정말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졌지만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관계없는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환갑을 맞은 정연은 일본에서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딸을 만나러 일본에 간다. 비가 무수같이 떨어지는 날, 딸이 아닌 손녀인 안이 마중 나와 있다. 일면식도 없던 손녀와 택시를 타고 딸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은 정적 그 자체다. 손녀 안은 한마디 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 통화를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정연이 집을 돌아본다. 그 모습을 보던 안은 밖으로 나가자고 말하고 정연은 안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긴 외출을 하고 돌아와 우연히 손녀의 휴대폰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은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갈 곳을 잃어버리다가 한 대상을 찾아 언제 끝날지 모를 원망을 자신을 상처 내면서 까지 쏟아붓는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져드는 원망이라는 마음은 누군가가 되짚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감정을 깨닫고, 인정하는 순간 왠지 모를 미안함과 민망함이 몰려오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나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다가갈 수도 없다. 의외의 지점에서 겹치는 두 사람은 서로의 언어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눈빛, 몸짓, 그 외의 비언어적인 요소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아픔을 공유한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이루어지지만,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이루어져서 서로의 마음을 잘 두드릴 수 있었다. 타인이 우리가 되는 순간이 좀 늦어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짧게만 느껴지는 영화의 여운은 끊어지지 않을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안이 서울로 왔을 때, 서로 어떤 표정으로 다시 만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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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Dune) [2021]
* 본 리뷰는 <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듄 (2021)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페르구손, 오스카 아이작, 제이슨 모모아, 조시 브롤린, 젠데이아, 장첸, 하비에르 바르뎀,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장르: SF, 판타지, 스페이스 오페라
러닝타임: 155분
개봉일: 2021.10.20
장대한 운명의 서막, 시련에 맞서다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 아트레이드(티모시 샬라메)'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베네 게세리트' 출신인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의 피를 물려받아 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고, 미래의 구원자로 점지되어 태어난 인물이다. 아트레이드 가문은 황제로부터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아라키스'를 다스리라는 명을 받고, 낙원과도 같은 본거지를 떠나 새 터전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이는 세력이 커지는 아트레이드 가문을 시기한 황제의 함정이었다. 아라키스를 오랜 기간 억압했던 하코넨 가문과 사다우카 연합군이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기습하고, '레토 아트레이드(오스카 아이작)' 공작은 물론 성 안의 모든 인물들이 몰살당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레이디 제시카'와 '폴'은 그들을 지키는 소드마스터 '던칸 아이다호(제이슨 모모아)'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적에게 맞서기 위해 아라키스의 '프레멘' 부족을 찾아간다.
복잡하고 심오한 세계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시놉시스나 줄거리를 텍스트로만 접한다면, <듄>의 복잡하고 장대한 세계관에 대해 알 길이 없다. 따라서 <듄>을 단순히 킬링타임용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닌 웅장한 스토리에 담긴 깊은 매력을 탐미하고 싶다면, 유튜브를 통해 세계관 정보와 관련된 짤막한 영상을 우선적으로 시청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듄>은 가상의 거대한 제국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부족들의 권력 투쟁이 등장하고, 현실 세계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SF영화 특유의 미래 기술과 소품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스타워즈>, <블레이드 러너>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물을 표방한다. <스타워즈>가 어느 정도 오락성과 스펙터클함을 가져간 시리즈라면, <듄>은 좀 더 심오하고 황량한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에 익숙한 10-20대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조금만 인지한 상태에서 관람한다면 마냥 따분한 작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구현된 세계의 다양한 인간 군상과 판타지적 존재들, 그리고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관계성을 하나씩 짚어보며 전개를 따라간다면, <듄>이라는 발상 자체에 대한 놀라움과 어릴 적 한번쯤 머릿속으로라도 해보았을 법한 비현실적 시공간에 대한 공상을 떠올리게 한다. 십 년간 지속되어온 마블 세계관에 이제는 익숙해졌을 대중에게 새로운 신비감을 자극할 만한 드넓은 무대가 펼쳐진 셈.
광활한 우주와 행성, 영상미에 취하다
<듄>은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에 달할 정도로 작품의 길이가 길고, 생소한 세계에 대한 설명적인 내용의 등장, 그리고 알 수 없는 시공간이 뒤섞인 '폴'의 꿈에 관한 이야기 등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작품의 이러한 심오함은 집중을 통해 몰입감을 끌어낼 수도 있지만, 몰입과 흐트러짐은 한 끗 차이이기 때문에 본편의 서막과도 같은 내용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를 제쳐두고라도 <듄>은 봐야할 가치가 있다. '드니 빌뇌브' 작품답게 영상미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대표적으로 광활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아라키스'의 사막 배경은 작품의 장대한 세계관을 머금은 듯 엄청난 위압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뿐만 아니라 <테넷>을 뒤로 하고 <듄>을 택한 '한스 짐머'의 묵직하고 웅장한 음악이 더해져 언제 어디서든 주인공들을 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듯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든다. 줄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렵더라도, 영상의 압도적인 비주얼만큼은 우리 두 눈에 최대한의 만족도를 선사한다. IMAX로 촬영하여 화면 비율을 무려 1.43:1까지 확장한 스크린은 드넓은 우주의 시공간을 폭넓게 탐험하는 기분을 자아내는데, 이 때문에 꼭 IMAX로 관람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초호화 캐스팅, 제몫 다한 배우들
<듄>은 명감독인 '드니 빌뇌브' 감독, 그리고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원작 소설만으로도 감상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지만, 초호화 캐스팅을 실현시키며 작품의 스케일을 극대화시켰다. 주인공 '폴'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대 배우 중 한 명이며 그의 부모님을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과 '오스카 아이작', 전투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조시 브롤린'과 '제이슨 모모아', 섬뜩한 악역 '데이브 바티스타'와 '스텔란 스카스가드', 후속작에서의 기대를 남긴 '젠데이아'와 '하비에르 바르뎀'까지. 주인공급 인물들이 대거 출연하며 짧은 등장에도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는 '레이디 제시카'를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형적인 어머니상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서 강인한 눈빛과 카리스마로 작품의 중심을 무게감 있게 잡아준다. 보통 부녀가 함께 등장하는 SF 장르 영화에서는 아들이 어머니를 지키는데, 레이디 제시카는 작중 가장 강한 인물 중 하나로 그려지며 각성을 앞두고 혼란을 겪는 폴의 멘탈을 케어해주는 것은 물론 모진 시련에도 아들보다 앞장 서서 상황에 맞서는 모습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두려움과 기개가 공존하는 '레베카 퍼거슨'의 표정과 눈빛 연기, 그리고 적을 공격할 때 발산하는 파워는 작중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티모시 샬라메' 때문에 본 작품이지만, 의외로 가장 눈길이 가는 배우는 '레베카 퍼거슨'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인 유약한 소년의 성장
<듄>의 원작 소설은 6부작으로 된 대작이지만, 영화는 해당 소설을 2편에 걸쳐 모두 담는다고 한다. 따라서 극에 등장하는 여러 세력의 특징 혹은 '레토 공작'과 '하코넨'의 대립 관계 등 극에 미처 담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HBO Max 드라마 <듄: 자매들>을 추가로 기획했다고는 하지만, 원작을 보지 못한 관객들은 여전히 이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시리즈 1편에 해당하는 본작은 주인공이 각성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본편의 인트로인 것처럼 그려진다. '폴'의 강인함이나 구원자적 존재로서의 용맹함보다는 유약함과 두려움이 부각되는 것 역시 운명을 거부하고 싶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삶에 놓인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기 위해서일 것이다. <듄>은 SF 판타지 영화임에도 그 흔한 주인공의 전투신조차 없다. '폴'의 활약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극이 끝나고 도대체 무슨 내용이 전개된 것인지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주인공 혹은 히어로의 능력을 강조하여 주인공 보정을 입히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활약을 하는 틀에 박힌 구조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된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듄>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폴'이 이끌어갈 후속작에 대한 완벽한 빌드업을 마쳤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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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 널 영원히 남겨두기로 했어
왜 그렇게 수도 없는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진 걸까? 아름답지도 않은데. 아닌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연애와 결혼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별의별 이야기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합친다. 어떤 사람은 ‘성욕에 뇌가 절여진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누구는 어떤 사람에게 감동 못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럴 거면 왜 사랑을 하지? 사랑은 예쁘지 않다. 전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사람이 하는 것에는 뭐든 장/단점이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엔 사랑은 장점이 3개쯤이고 단점이 97개다.
근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사랑이 역겹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운명처럼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따라가게 되는 것. 이 사랑의 기억은 사람마다 깊은 행복함이 있으니 어떤 것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랑 때문에 어떤 인생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 97개쯤 되는 단점이 결국 내 인생의 행복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결론이 난다. 참, 불행하다는 것이 과거의 내가 행복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사랑의 상흔을 그림으로 남겼던 프랑스의 두 사람이 있다고 한다. 18세기의 프랑스로 가보자.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마리안느는 화가다. 결혼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자를 가르치고 있던 마리안느. 마리안느의 화실에는 그림 한 장이 있다. 제자들은 그림에 대해 마리안느에게 묻기 시작한다. 그림 제목이 뭐예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마리안느는 그림 앞에 멈춰 서서 옛 생각에 빠진다.
앞에서도 썼듯 마리안느는 화가다. 18세기의 프랑스는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결혼 이전에 여자의 초상화가 남자의 집에 전송되면, 맘에 든 경우에 결혼 절차를 밟는다. 원래는 한 여자의 언니와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예비 신부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유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 원래 결혼하고자 했던 남자의 집에 전하고자 했다. 엘로이즈의 집으로 가는 마리안느. 엘로이즈는 ‘포즈 잡는 게 싫다’라며 그림 그려오는 걸 거부했다고 한다. 마리안느에게 주어진 시간은 6일이다. 이 6일 동안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서로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마음에 남을 수밖에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강점은 몰입감이었다. 특히 이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사운드다. 이 영화는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 영화에 파도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 파도 소리를 바탕으로 인물들이 대사를 치는데 이는 오롯이 영화의 내용과 대사에 집중이 잘 되는 효과다. 또한 이런 식의 미니멀한 연출법은 하이라이트 신의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연주 소리가 기억에 남는 효과를 더한다. 이 몰입감의 연출은 최종 엔딩신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묘사로 이어진다. 로맨스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이 뭘까? 뭐 모든 영화가 다 그렇겠지만 역시 집중력일 것이다. 이게 내 사랑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나를 이끌고 내러티브를 전개하면 보이는 사람에게 큰 감정의 깊이를 남기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크고 작은 사운드 연출 하나만으로도 로맨스 영화로서의 흡인력은 충분했던 셈이다.
또 고를 수 있는 이 영화의 강점은 캐릭터 설정이다. 각본을 쓴 셀린 시아마는 생동감이 있는 인물들을 만들었다.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가령 특정 인물이 달리기를 와다다다 달리는 부분이 있다.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억압된 것이 있을 거라 예상하기 쉽다. 온 세상이 억압적으로 대했으니 그녀가 달리나 수영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의 뭉개기는 사람의 성격과도 이어지기 쉽다. 이 엘로이즈의 성격 묘사가 입체적인 느낌이다. 솔직히 엘로이즈 답답했다. 그런데 왜 답답하지?로 생각하면 이 세상이 만든 명과 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핍진성이 성립한다. 또 마리안느의 경우 그녀는 화가다. ‘초상화를 그려 남자의 집에 전한다’라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얼핏 보면 수동적으로 보이는 마리안느. ‘그림을 그린다’라는 것은 얼핏 보면 주체적인 예술이다. 그러나 이 인물은 시스템에 종속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 설정은 셀린 시아 마가 하고 싶었던 주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이 ‘화가’라는 모티브는 두 사람의 로맨스와도 연관이 있다. 이 부분은 ‘뮤즈’ 같은 개념을 논파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듯했다.
또 영화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적절히 잘 사용한 느낌이다. 흰 의상에 불이 타는 장면,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마리안느가 했던 특정한 행동, 엘로이즈의 그림까지. 또 영화 전체적으로 이끄는 색감 연출은 ‘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할 것인가’라는 것을 떠나 ‘멜로드라마로서도 탁월하다’라고 말하기 충분하다.
아, 앞에서 썼듯 영화의 가장 좋은 장점은 마음의 기척을 묘사하는데 탁월했다는 점이다. 대사 하나, 행동 하나, ‘그림’이라는 키워드, 예술이라는 매체, 두 주인공의 처지까지 아름다운 사랑이 기억에 남는 이유를 형식적으로, 내러티브로, 미학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꿈같은 영화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영화의 제목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실 모호하다. 뭐가 타오른다는 뜻일까? 이 단어의 수식 범위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의 결론은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여인이 타고 있다’ 둘 다였다. 일단 여인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특정 장면과도 이어진다. 이 특정 장면에서 두 인물의 사랑이 어디까지 왔나?를 중심으로 본다면 한 번에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셀린 시아 마가 극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답, 그리고 사랑의 속성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사랑이 아름다울까? 만약 이뤄진 사랑이라면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을까? 과거에 대한 미련, 자기 후회, 자아에 대한 분노 등등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때를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면 ‘타올라서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여인의 초상’이 타올랐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사랑의 속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아름답게 불타던 때는 분명히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초상화로 남아있다. 이 그림은 그런 의미다. 아름답게 피어났던 기억이 있다는 건 즉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타올랐던 기억만 남은, 두 주인공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수도 없이 뒤돌아본 이야기
이 영화에 사용됐던 모티브는 에우리디케 설화다. 이 설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오르페우스는 하지 말라던 ‘뒤돌아보지 마라’라는 말을 듣고도 결국 돌아봐 아내를 구하는데 실패한다. 수도 없는 예술에서 차용된 이야기고 이 작품에서도 쓰였다. 특히 ‘뒤돌아 봐’라는 대사가 인상 깊다. 영화에서 이 오르페우스의 선택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멍청하게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게 아니라 에우르디케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선택을 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라는 대사와도 이어진다. 뒤돌아 보는 것, 그러니까 예전의 사랑을 추억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라고 말하고 있다. 뒤돌아보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
과하지 않게
영화는 적절한 선을 지킨다. ‘뮤즈’라는 개념과 임신중절에 대한 이야기를 극 전체에 암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냥 유치하게 선전이라도 하는 듯 쭉 극을 전개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중심은 탁월한 멜로 드라마였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 사랑에 빠진 이가 벌이는 행동들, 착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주제가 부담스러울 분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냥 잘 만든 영화다. 배우 아델 에넬, 노에미 룰랑 둘의 연기는 이에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감독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넷플릭스영화추천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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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면 팔수록 현혹되는 씻김굿!
(이 글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온 몸이 아팠다. 마치 134분동안 신비롭고도 무서운 기운이 한데 몰아치는 가운데, 신명나는 굿판을 체험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파묘>는 여러모로 에너지가 상당한 작품이다. 한국형 오컬트의 길을 더 확장한 장재현 감독은 물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맞게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는 일명 ‘묘벤져스’ 배우들은 그 에너지를 한 데 모아 도깨비불처럼 관객을 끝까지 현혹시킨다. 후반부 새로운 이야기가 다소 생경스러움을 줄지언정 이 굿판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확인할 정도. 뭐가 나온다 한들,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감독의 뚝심은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한다.
실력 있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미국행 비행길에 오른다. 기이한 병이 장손에게 대물림되는 집안의 의뢰를 받았기 때문. 대번 조상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낸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거액의 의뢰엔 의심과 위험이 따르는 법. 묫자리를 본 상덕은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를 보고 이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파묘를 시작한다. 그러나 예상대로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생기는 기이한 이들이 벌어지고, 결국 이들은 험한 것들과의 전면전을 치른다.
<파묘>는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장점을 고르게 가져간다. 서울 명동에서 펼쳐지는 엑소시즘, 기독교과 불교, 사이비 종교의 만남 등 이질적인 것을 붙였을 때 느껴지는 신비로움과 그로테스크함이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특히 풍수와 의례, 무속신앙과 국가를 넘은 초자연적 현상이 함께 맞물리며, 악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과 작품 전반에 깔린 기묘한 매력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검은 사제들> 보다 이야기 층을 두텁게 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 <사바하>보단 더 쉽고 직관적으로 가져가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기며 그 장점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부터 크게 전후반(전반부는 불교 후반부는 사이비 종교)을 나누어 이야기의 전복을 꾀했는데, <파묘>에서도 그 방식을 이어간다. 영화는 첩장(관이 두 개)된 묘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전반부는 파묘 이후 악의 기운을 가진 혼령의 비밀과 이를 없애려는 묘벤져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의뢰자 집안의 진실이 숨겨진 채로 행해지는 화림의 대살굿과 파묘, 이장 과정은 이후 괴이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을 계속 부여하며 이야기를 주시하게 만든다. 감독은 이 분위기를 계속 가져가기 위해 최대한 숨겨진 진실의 빗장을 서서히 풀어가고 혼령의 모습을 절제하면서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취한다. 빛과 어둠의 대비와 교차 편집을 통한 극적 긴장감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두 번째 파묘 이후 이야기는 오컬트에서 어드벤처 크리처물로 장르의 변화를, 개인에서 민족으로 대상의 변화를 꾀한다. 기존 관보다 더 깊숙하게 박혀 있는 관의 봉인이 풀려 ‘험한 것’이 나오며 비로서 이 묘가 왜 생겼는지를, 산 주위에 왜 여우들(여우 음양사)이 있었는지, 그 관이 가로가 아닌 세로로 묻혔는지(쇠말뚝)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묘벤져스는 쇠말뚝과 같은 관 속의 험한 것의 실체를 마주하면서 또 한 번 대결을 치른다.
이야기와 장르가 전복되는 후반부는 다소 당황스럽다. 일단 악의 실체가 보이는 순간, 전반부에 고조되었던 쫀쫀한 긴장감은 풀려 버린다. 장르 선택에 따른 이 결과치에 악령을 퇴치하기 위한 목적이 애국주의로 모이면서 생기는 낯간지러움이 더해진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이 생경한 이야기는 그 목적을 이해하면 달리 보인다. ‘과거의 것을 들춰서 잘못된 것을 꺼내 없앤다’는 게 실제 ‘파묘’를 하는 목적이자 필요성이다. 위험 부담을 안고도 감독이 뚝심 있게 후반부 이야기를 밀고 나간 건, 개인에서 민족, 더 나아가 우리의 땅으로 대상을 확장하며 그동안 감춰져 곪아 터진 상처와 고통, 아픔의 근원을 꺼내 없애는 의미를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숨겨진 진실(혹은 이름)을 찾으며 개인과 사회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마주하게 하고, 결국 이 과정을 통해 얻는 작은 희망을 그린 전작들을 미뤄봤을 때 이번 이야기는 일본 제국주의라는 우리 민족의 어둡고 공포스러운 존재를 심연에서 끌어올려, 상처를 치유하고 두려움을 몰아내는 씻김굿처럼 보인다. 이에 걸맞게 영화는 음양오행이란 가장 오래되고 자연스러운 섭리로 ‘험한 것’에 대항한다. 장르 전환에 따른 낯설음을 바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영화가 품은 의미는 물론, 이야기 확장성을 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파묘’하는 감독의 뚝심은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다.
관객이 끝내 설득당하는 건 배우들의 호연도 영향을 미친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각 역할에 맞게 그 선을 지키며 공조하는 연기가 돋보인다. 극중 각 영역 전문가라는 특성에 맡게 이어달리기처럼 그 순서가 되면 곧바로 바통을 전하듯 이들의 협업은 마지막까지 극적긴장감을 올린다. 특히 초반 대살굿으로 가장 확실한 인장을 찍는 김고은은 물론, 땅파먹고 산 경험을 토대로 일본의 ‘험한 것’ 을 향해 일격을 가하는 최민식, 이들과 함께 자신의 역량을 100% 표출하는 유해진, 이도현의 연기 등 이들의 앙상블은 영화에 힘을 더한다.
<파묘>에서 다룬 이야기가 어떻든간에 장재현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오컬트 장르를 길을 열어가고 있다. 후반부 봉길의 병실에서 먹을 것을 놓고, 그에게 깃든 ‘험한 것’을 불러내기 위해 구라액션을 펼치는 화림과 동료 무당인 광심(김선영), 자혜(김지안) 장면은 우리만의 엑소시즘을 멋스럽게 변형한 장면이다. 이뿐인가? 다수의 장면에서 이런 감독의 한국적인 오컬트 요소와 장면을 만날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런 말을 전했다. “진보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을 하고 나아가야 했다. 이 영화가 그 결과물이다.” 감독님이여~ 그 마음 변하지 말고 한 길 우직하게 열심히 파묘하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덧붙이는 말: 영화를 본 이후에는 꼭 소금 사시 뿌리시길. 국내산 천일염으로. 그것도 씨알 굵은놈으로다가!
사진 출처: 쇼박스
평점: 4.0 /5.0
한줄평: 파면 팔수록 현혹되는 씻김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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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daily] A voice remaining through time
May 2025, just before the opening of the Cannes film festival. More than 380 figures in film industry published a letter declaring "We cannot remain silent about the genocide unfolding in Gaza". Among the signatories were Hollywood actors like Susan Sarandon, Ralph Fiennes, and Mark Ruffalo, renowned directors including Pedro Almodóvar, and Jonathan Glazer, who had mentioned Gaza with trembling hands right after winning an Oscar for 〈The Zone of Interest〉. These names came together to honor one name: Fatima Hassona, a Palestinian photographer and journalist.
Fatima Hassona’s story is captured in the documentary 〈Put Your Soul on Your Hand and Walk〉, which had its world premiere in the ACID section at Cannes, and its Asian premiere at this year’s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I met the film’s director, Sepideh Farsi, in Busan. She is Iranian, a woman who lived through revolution and imprisonment, and had to leave for France at the age of 18. She is also a close friend of Fatima Hassona.
I struggled with how much of this story to include—where to begin and where to end. But unusually, I decided to share everything I heard in this interview, just as it was told. It’s going to be a long read, but some stories must be simmered slowly, like medicine, and taken in gently, no matter how long they are. If your heart has been wounded by the horrors unfolding in Gaza, if you’ve ever felt helpless wondering what you could possibly do—then I hope you’ll read this.
세피데 파르시 감독
It’s such a pleasure to meet you here at the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You had your first Q&A session with the audience yesterday—how did it feel?
It was great. The audience’s feedback was really strong and it was also a new experience for me to show the film to the Korean audience. Also, it was the Asian premiere so it does feel very special. The film has been going around the world a lot but this was the first time in Asia and in Korea.
I think the audience would feel closely connected, as Korea has also experienced deep historical pain.
That’s exactly what I felt. When I mentioned that in Q&A session— there are experiences of hardship, famine, and siege during World War II (under Japanese colonization). I'm sure people could relate to it very strong.
Still, the ending of this film was unpredictable. Of course, documentaries are unpredictable about its ending when starting it, but this film ended with a particularly difficult for everyone and especially for you. It wasn’t part of your original plan—so when you first began, how were you planning about the ending of this film?
Well, the film you see now apart from the very last minutes which I added afterwards was the one already it was ready. When Fatem—I call her Fatem like close friends— sent a video that she did to me, I know that I had the ending of the film.
I worked with Fatem for a year. We had video calls and became close very quickly as you see in the film. It was basically interviewing her while filming her, but it was rather our conversations than the interview. I knew that the main line of the film would be our conversations. Very quickly I started editing and the film emerged quite quickly.
It was early spring that I'd sent it for the Cannes. The film was there already when selection happened. I learned it, I told her, and following day she was killed—assassinated by the Israeli army—I'll tell you later how exactly we know that it was a target at that time. It was a target attack usually done similarly for other journalists in Lebanon and Palestine.
I was firstly very shocked and of course and I didn't expect it at all to be, but I thought that I would not change the film, that I would not change anything in the file. I left it as it was. Then I decided just before the Cannes screening—the world premiere— to add this little bit of our last conversation to the film.
The word "assassination" is not used lightly—it’s backed by a detailed investigation that it was not a random strike. But even before that, it’s important to acknowledge that the bombardment was so relentless and indiscriminate that dying from a “random” strike wouldn’t have been surprising either.
In 《Gaza Catastrophe: the Genoside in World》, Gilbert Achcar cites a New York Times article from November 25, 2023, describing the scale of the attacks: 15,000 airstrikes between October 7 and the declaration of a ceasefire. It’s not just the quantity—it’s the deliberate cruelty behind those numbers. If that number feels too abstract to grasp, consider this: look at what Fatem’s world had become.
Israel is using 2,000-pound bombs rarely seen since World War II, far larger than those typically used in modern urban warfare. As a result, Civilian casualties in Gaza within seven weeks are already two-thirds of those in the nine-month battle for Mosul. Strikingly, about 70% of the victims are women and children, a rate unmatched in recent wars.
The reason I say that it is an assassination, a targeted attack it that there was a study conducted by an NGO called 'Forensic Architecture', based in Goldsmiths University in London. They investigate the extrajudicial assassination in different countries and they've done a lot of work about Palestine and Gaza. They had access to some photos and videos of her house filmed from inside after the attack, and through the ballistic studies and 3D modeling, they concluded that it was a targeted attack.
They sent a drone and the drone dropped two missiles on the top of the building where she was living. The missiles were designed not to explode as they hit, but to go through three floors and to explode only on the second floor where she was living. They knew it would kill everybody. They knew it perfectly because the blast was so strong that the concrete column is curved and the floor was wiped, but the building itself is okay. Everybody died except her mother. It was not just a random bombing. They really planned it and they did it. It's so diabolic and I feel strange to describe such an act.
I don't know if it was just linked to her photography or the selection of the film. Even though her name was not announced for the protection. I was afraid and I thought we have to get her out, as we've discussed in the film.
Fatem was living in 2nd floor. (source: FA report, https://share.google/LAJxPYmphqVIqnDk2)
I’ve read several articles about the targeted killings of journalists, but I had vaguely imagined it as simply locating someone’s home and bombing it. That alone is terrible... but to calculate someone’s death with such precision—to design and execute technology that reflects such intent—is so terrifying that I found myself stunned, unable to think for a moment.
Does the people who carried out this operation know that they, with their own hands, have enacted "the banality of evil"? Why does history keep repeating itself in such monstrous forms? People who once read the diary of a young woman who feared death “just for being Jewish” are now looking into the eyes of a woman who died “just for being born Palestinian in Gaza.” And this horrific repetition is not the first time.
In the film, you mentioned that seeing her was like looking into a mirror. As an audience, I felt that too. You, unable to return to the place where you were born, and Fatem, unable to leave hers—it felt like a mirrored reflection. What was it like when you first met this mirror-like Fatem?
I can't explain it exactly but we really felt it in the first conversation. The conversation that opens the film is the very first one that we had together. It was not logical but I think it was more in terms of feelings that emotionally we knew immediately between us.
I know the feeling of being blocked. I was blocked in my own country. I was jailed when I was 16 for almost a year. Then I was blocked. I could not go back to school. I could not go to the university. I had to just sit at home and read books or so, and once a week I had to go to the revolutionary guards and sign up to say what I had done for a week until I was later able to leave the country at the age of 18 and a half. So, for more than 2 years, I was totally like a prisoner—first in prison and then at home.
It goes back to a long time ago and I can't compare it with what happens to Palestinians in Gaza, but I do have a notion of this; how it feels to be blocked. Also, I started with photography when I was 16. These helped a lot to relate to her and perhaps she felt that; that's why she opened to me.
The emotional connection between you and Fatem was clearly visible to the audience. Another mirrored aspect I felt was this: you, as the director, travel widely around the world through your films, yet those places are not shown much in the film—instead, we mostly see screens. On the other hand, Fatem lives in one of the most closed-off places in the world, Gaza, but through her photographs, she opens the streets and alleys to us. It felt like a reversed reality, like a mirror image. Through this film, it felt as though you were expanding and opening up Fatem’s world. Fatem often spoke about wanting to travel, mentioning places like amusement parks and Rome. If you could take her somewhere—beyond the places she mentioned—where would you want to go with her?
I really wanted her to come and see my places. Of course, Tehran is also one of the places but I myself cannot go back for now… but I wanted to go to Gaza. First of all, that was our common plan.
And yes, I would have loved to bring her to the festivals I was going to. The initial plan was Cannes but generally, I wanted her to see. I was also concerned that she might be shocked by the contrast, but this was part of life and... I was prepared to accompany her to face the outside world but never happened.
It felt even more heartbreaking because it was so close. I see this film not only as a precious record of your relationship with Fatem, but also as the conversation and documentation of two artists about the madness of this era. And it's not the first madness that the humanity sees and experiences. Thinking about your life and experiences, I’d like to ask—on behalf of the next generation—do you still believe that society and history are moving toward something better?
Well, that's a hard question. When I arrived in France 41 years ago, it was kind of “free Europe” that was going away from all the authoritarian fascism of 30s and 40s. It was an opening world to many things. I certainly got welcomed in that Europe, in France namely but generally in Europe, and I could find a place in the society while remaining who I am—an Iranian woman.
But nowadays the space of freedom is shrinking. Europe is closing and the world also generally—I don't have much experience about Asian countries, and there's also cases like what happened in Korea last year; the resistance that Koreans did against the strange movement and the martial law. It was great that people realized how important it was to resist immediately and stood up quickly. This awareness is that we're lacking in many societies, such as in USA and Europe generally. I think the world is going towards a more protectionist and conservative stance, political stance and human stance both.
It's bad that we've never had so much access to technology, knowledge, and to so much richness and resources, yet they are not divided properly. The social gap is ever bigger. Some are even richer and many are getting poorer. Also, we have the genocides and the wars. Technologies is being used against the people, instead of being used for people.
I've lived most of my life in Europe, and the "European values" are something that I used to believe in but I think now it's very hollow and they're doing something different with what they were saying. This is very disappointing, and I think really it's time for people to wake up. Of course there are some people resisting, not quite a few, but in terms of governments and the leadership, we are very far from where we should be.
We should be responsive, for instance, against the genocide towards Palestinians in Gaza. This is totally inacceptable. But we see the opportunism and blindness from the politicians. It's the bad side of the politics—maybe politics has become a profession, a business or a career. Earlier for many decades or centuries, it was more like a matter of conviction and faith. I'm not saying that all were great people but there always were people who would show what they believe and what they fight for. Nowadays many working for their own careers and this is very disappointing.
While many politicians remain silent, we’re also seeing more voices from those in the culture industry. Recently, French actress Adèle Haenel joined a flotilla for Gaza, saying, “I could no longer bear doing nothing.” Some people, like her, take immediate action. But many others—though deeply disturbed by what’s happening in Gaza—not knowing what they can actually do. Some say even mentioning Gaza feels politically charged and makes it hard to act.
This is the problem. You see: we've been brought to believe that Palestine is an exception— it is NOT an exception. If—wherever in the world— you kill children, if you kill civilian and innocent people, if you kill journalists, it's a war crime. It doesn't matter who is. The law should be same for everybody. When Israelis do, it's because "they needed to do it", "they had to", for the "self defense". This is not true. That's not correct and this is the problem.
I think there has been a propaganda that has been imposed after the World War II and I understand that what happened there was a total horror and it had to be stopped and punished. But it's not that one genocide had happened so that we have to allow another one to make up for the first one. And it's even worse because we know it now and we see it live. It's streamed. People say that they don't know what to do, but I think there's always something you can find to do.
What would be, for example?
Well, finding NGOs working in Gaza, talking about Palestine, writing about Palestine, sharing news about Palestine, demanding that something need to be done about Palestine, rallies, protests, asking for the government to take stands... You know, it's not easy but I think it's doable for sure.
Think of when Vietnam War was happening. It was not easy to stop it but people were fighting for a long time until the American government change the stance. Same for Apartheid in South Africa. It took decades but people from inside and outside were fighting together. It's also far but I remember clearly that people were fighting in Europe, too.
Civil right movement in America for the "Black Lives Matter", and "Women, Life, Freedom" in Iran... which had a lot of support—and requires a lot more. I don't see any difference with the case of Palestinians. I think we have to do the same thing.
I think imagining something beyond what we’ve always done can be difficult at first—but there are so many references in history we can draw from. With this heart, what keeps you going as an artist? Fatem once said she had a voice in her head telling her to “capture” with her camera. What is your motivation or inspiration for you?
Well, it's more like an obsession in my case. When I work on a project, at some point it takes over my mind and I have to take care of it or I get busy with it. So I get in this case.
The main reason was that I was very, very disturbed by the dominant narrative in the media. They talked about Palestinians as thought they were not human beings. They disregarded their rights, talking instead of them. They were not even interviewing Palestinian victims' families on how they were feeling about this. They were just assuming and other people were talking about them, instead of them. It became very disturbing to me. As an Iranian, I also know that, because it does happen to Iran, to Iranians. I mean Western media; they presume that they know what we feel and what we think. They talk instead of us. And this really got on top of my head and I needed to find out a personal answer for myself.
So, the idea of film started from a personal need, and then I needed to share it with the audience and that's usually how it works. It comes from my heart or my guts and then I share the results with the world.
You’ve shared a story the world truly needed to hear. That question and that heart have reached mine as well. Lastly, could you describe how Fatem was? I hope your description on her would stay with the audience.
First of all… every time I watch the file, I feel she's still alive—beyond life. It's hard for me say that she "was", because I feel she still "is" here somewhere watching us. She was a believer of God—I don't, but I respect her faith—, so I hope she's somewhere watching all that's happening.
And she is a solar, very solar person. When I think of her, I think of lights and illumination. She had such a force and energy in her—a lot of hope, energy and resilience. And the very particular eye: the way she photographed her country and her people is very particular, a mixture of something very rigorous and as intransigent but also very tender. She had these two things mixed in her works and her photography. She was also a great poet. She used to write and she shared quite a few texts with me. I really liked a lot.
I think she had so much to give to the world. She was curious and wanted to travel. She was open-minded. For instance, she believed in God and I said I was not, but I never felt she had kind of a negative reaction. She was very open and respectful and I felt the same way towards her. This was the beauty of our relationship.
She was a great and extraordinary person, and at the same time, a young woman—also a very ordinary one. She had desires like many other young women in her age. By the way, yesterday after the screening, there was a young Korean lady who asked me a question about what to do in Gaza told me that she was Fatem's age that she felt very impacted by what happened to her. Most of us are so lucky to be living the life that we are living, while the Palestinian youth are deprived from all their rights.
She was born in Gaza in 2000 and she was killed in Gaza in 2025. She never left that piece of land. All that she did, all that she learned—she gave to the world from that little room of Gaza as she used to call it in the big house of the world. This metaphor is from her text. I think we lost a great person.
I saw deep affection and sorrow in Director Farsi’s eyes as she spoke about who Fatem was. It reminded me of the days, years ago, after watching the film 〈The Dream Song〉, a movie inspired by the Sewol Ferry tragedy, when I couldn’t sleep for a week.
I’d lie down trying to get asleep, only to suddenly sit up in tears, thinking, “But my love is out there, in that sea—how can I go on living?” It was a time when I truly realized that some people have lived with that feeling for years. And that feeling returned as I looked into the eyes of Fatem and Director Farsi through〈Put Your Soul on Your Hand and Walk〉.I think of Fatem—someone I might have met that day, greeted with a bright smile, shared a conversation with. Someone I might have become friends with. Someone who already feels like a friend.
I imagine her walking through the alleys of Gaza, holding her camera as if holding a soul in her hands. I hear her voice—resonant, unwavering—wanting to send a message to the world. And I believe that writing and reading this article is, in itself, an echo in response to that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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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날 특집: 한국의 바다가 담긴 영화 5편
🌊 바다 앞에서, 우리 마음도 물결처럼.
5월의 마지막 날, 무슨 날인 지 아셨나요?
바로 바다의 날입니다!
파도 소리, 해풍, 조용한 섬마을까지-
한국의 바다가 담긴 영화 5편을 모았어요.
일상에 잔잔한 물결이 필요한 주말
영화를 머금고 있는 바다로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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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헤어질 결심> 삼척 부남해수욕장
❷ <자산어보>, 신안군 도초도
❸ <집 이야기>, 서귀포시 남원읍 공천포구
❹ <파이란>, 고성군 대진항
❺ <인어공주>, 제주시 검멀레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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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영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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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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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3 결말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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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2 별점 및 한 줄 평
11: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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