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9-12 14:26:20
한여름의 판타지아 그리고 우드잡
함께 보기 좋은 힐링 영화
2015년 어느 날, 좋은 영화라 같이 보고 싶다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날은 상영 마지막 날이었고, 관객석은 꽉 차 있었다. 내가 한여름의 판타지아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정보는 배경이 일본이라는 것.
배우도 감독도 아무것도 모른 체 영화 관람이 시작되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흑백이라면 좀 답답할 것 같지만 몰입도가 높은 영화라 어느새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이 흑백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그 중심엔 조감독 '미정'역의 김새벽 배우가 있었다. 영화감독 태훈과 새영화를 찍기 위해 일본의 지방 소도시 나라현을 방문한 미정. 그녀는 외지인임에도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 들어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영화인지 다큐멘터리 필름인지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그녀의 연기는 이후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서 그랬을까? 1부와 2부의 주인공이 같은 사람들인데, '배우가 바뀌었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남주인공인 ‘이와세 료’씨는 2부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3일 동안 일부러 살을 까맣게 태웠다고 했고, 여주인공인 ‘김새벽’씨는 영화가 전환되는 시점에 머리를 풀고 나왔다. 참 신기하게 2부의 새벽씨는 다른 여자라고 느껴질 정도로 예뻤다.
영화는 큰 굴곡 없이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힐링 무비였다. 그리고 한여름의 판타지아가 끝나고 난 후, 고조라는 일본의 어느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 느껴졌다. 또 영화 내내 떠오르던 미우라 시온의 책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영화 '우드잡'으로 개봉했는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함께 보기 좋은 영화다.
순서는 조금 더 자극적인 우드잡을 뒤로 해야 한다.
워낙 미우라 시온의 원작 소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좋아해서 영화 '우드잡'을 보기 전에 기대와 불안감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원작 소설과 약간 다르지만, 그 다른 점이 영화를 더 살렸다.
대학 시험에 떨어졌는데, 여친에게 차이기까지 한 우드잡의 주인공 히라노. 홍보 전단의 모델이 예쁘다는 단순한 이유로 산림관리 연수에 지원한다. 깊고 깊은 산속에서 나무를 다뤄야 하는 산림관리 연수 프로그램의 무서움을 모른 체, 모델만을 찾아 가무사리 마을에 떨어진 히라노. 휴대 전화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속 마을에서 식객으로 산림관리 연수를 시작한 그. 고된 노동에 열두 번도 더 도망칠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어느새 벌목과 산림관리에 익숙해져 가고, 그를 가무사리로 이끌었던 홍보 모델인 이시이 나오키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
따뜻하고 먹먹한 소설 '가무사리 숲의 나날'에 스윙걸즈의 감독인 야구치 시노부의 유쾌함을 덧입혀 탄생한 영화 우드잡. 장면 장면을 사진으로 소장하고 싶은 영화다. 눈이 편해지면서 마음도 편해지는 영화의 색감도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 히라노 유키역의 소메타니 쇼타의 구부정한 어깨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영화다.
소메타니 쇼타의 어벙한 표정은 우드잡의 별책부록.(귀여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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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날이 풀린 듯~ 했다가 또 추워져서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는 날씨네요 :-(
오늘은 우울한 기분을 환기시켜 줄 2월 넷째 주 개봉 예정작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제95회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기대감을 높인 <TAR 타르>부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포츠 드라마 영화 <카운트>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이번 주, 어떤 영화들이 개봉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TAR 타르
TAR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58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니나 호스 등
개봉: 2023.02.22.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로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는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말러 교향곡 녹음 음반 발매와 자서전 발간을 동시에 앞두고 있는 그에게 자신이 설립한 아코디언 재단의 회원이었던 크리스타로부터 이상한 이메일이 도착하고, 이후 크리스타의 자살 소식을 접한 그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TAR 타르>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션 발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기대작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린 시절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그것을 이뤄낸 후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했다.” 토드 필드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이같이 전하며, 영화를 통해 무대 위와 아래 모두에 존재하는 권력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음악 감독이기도 한 '존 모세리'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었고, 실제 독일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들이 겪은 일들을 조사하기도 했다네요. 특히 이번 작품까지 해서 아카데미에 8차례나 노미네이트 된 케이트 블란쳇은 <TAR 타르>에서의 완벽한 연기로 베니스영화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독일을 대표하는 여배우 니나 호스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노에미 메를랑이 각각 '타르'의 아내 '샤론', 어시스턴트 '프란체스카' 역할을 맡아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카운트
Count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권혁재
출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ENM
시놉시스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1998년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인 ‘시헌’(진선규). 선수 생활 은퇴 후 남은 건 고집뿐, 모두를 킹 받게 하는 마이웨이 행보로 주변 사람들의 속을 썩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알게 된 ‘시헌’은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내 ‘일선’(오나라)의 열렬한 반대와, ‘교장’(고창석)의 끈질긴 만류도 무시한 채, ‘시헌’은 독기만 남은 유망주 ‘윤우’와 영문도 모른 채 레이더망에 걸린 ‘환주’(장동주), ‘복안’(김민호)을 데리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하는데...! 쓰리, 투, 원! 긍정 파워 풀충전! 그들만의 가장 유쾌한 카운트가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카운트>는 권혁재 감독의 드라마 영화로, 전 복싱 선수인 '박시헌'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마이웨이 선생 '시헌'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어제 오전 한국 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진선규는 출연 이유에 관하여 "고향인 진해가 배경이고, 배우 이전에 꿈꿨던 체육 선생 역할이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는데, 현재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박시헌 감독은 영화 관람 이후에 진선규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영화 속 '시헌'의 성향과 모든 행동들이 자신과 정말 똑같아서 좋았다는 말과 함께 88 올림픽의 아픔, 비화를 영화 <카운트>가 모두 씻어 내려주는 개운함을 느꼈다며 진심이 가득 담긴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카운트>는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배우들의 열연과 복싱 경기만큼이나 빠른 템포로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며,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에 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서치 2
Missing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11분
감독: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출연: 스톰 레이드, 켄 렁, 다니엘 헤니 등
개봉: 2023.02.22.
배급: 소니픽쳐스코리아
시놉시스
여행을 끝내고 월요일 귀국을 알린 엄마의 영상통화, 그리고 마중 나간 딸. 그러나 엄마가 사라졌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딸 ‘준’은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엄마가 방문한 호텔의 CCTV, 같이 간 지인의 SNS, 거리뷰 지도까지 온라인에 남아있는 모든 흔적을 검색하는데… 이번에는 딸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검색하다!
CINE PICK!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 2>는 2018년 선보인 1편의 새로운 주인공과 이야기로 잇는 속편입니다. 대학생 딸이 최첨단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매체를 이용해 여행 중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는데요, 전작이 국내에서 흥행을 했던 만큼 2편에 대한 기대도 뜨거운 편입니다. 또한, 한국계 미국 배우 다니엘 헤니가 주인공을 돕는 FBI 수사관 역할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1편에서 호응을 얻었던 편집 방식을 계승해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CCTV 등 주인공 '준'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화면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 덕에 추적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전편에서 연출을 맡았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각본을 썼고, 반대로 편집을 맡았던 '윌 메릭'과 '니콜라스 D. 존슨'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를 주인공으로 했기에 휴대전화의 세로 화면, 스마트워치 정사각형 화면 비율까지 등장해 트렌디한 감성 또한 놓치지 않았으며,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와 계속되는 반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살수
The Assassin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대한민국 | 101분
감독: 곽정덕
출연: 신현준, 이문식, 김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시놉시스
조선 팔도 제일의 살수 '이난'(신현준). 병마가 그를 위협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에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한 마을에 의탁한다. 탐관오리의 횡포와 울부짖는 백성들의 비명으로 점철된 살아있는 지옥…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 마침내 그가 깨어난다!
CINE PICK!
배우 신현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살수>가 22일 개봉하는데요, 영화 <백두산>의 각본과 <끝까지 간다>의 각색을 맡아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은 바 있는 곽정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혼돈의 조선을 배경으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앞에 놓인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부상 투혼 속 '1:80' 대규모 액션신 등의 볼거리로 신현준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출연과 관련하여 신현준은 <살수>를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영화로 꼽으며, 리허설 훈련 때부터 얻은 부상을 안고 촬영해야 했던 것과 촬영지였던 문경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던 것들을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탑건>의 톰 크루즈나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나이를 뛰어넘는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는 기회가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마루이 비디오
Marui Video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대한민국 | 87분
감독: 윤준형
출연: 서현우, 조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CGV, kt알파
시놉시스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영상 중 그 수위가 높아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영상물 '마루이 비디오'. 검찰청 지하 보관소에 봉인된 비디오에 대한 소문을 들은 김수찬 PD는 이를 입수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하는데… 영상 속에 담긴 1992년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과 19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CINE PICK!
오랜만에 들려온 한국 공포영화의 개봉 소식입니다.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 장르의 공포영화 <마루이 비디오>가 그 주인공인데요,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비디오를 가리키는 은어인 '마루이 비디오'는 '극비'를 뜻하는 일본어 '마루히'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윤준형 감독은 국내에서 원조 파운드 푸티지 작품으로 불리는 전작 <목두기 비디오>를 연출한 적이 있습니다. 감독은 "살인 사건 자료를 쌓아 놓았던 방이 검은곰팡이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살인 사건 전담 기자의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작품을 기획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마루이 비디오>가 바로 <목두기 비디오>에 살을 붙여 완성한 장편영화입니다. CCTV, 블랙박스, 핸드폰 영상, 노트북 웹캠, 보디 캠, 뉴스 화면 등 다양한 형태의 편집된 영상을 교차시키는 추적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진행되어 사실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일반적인 파운드 푸티지 장르 영화와의 차별점으로 공포 자체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 차근차근 서사를 전개시켜 결말부에 이르렀을 때 관객이 소름과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합니다. CGV에서 단독 개봉 예정입니다.
컨버세이션
Conversation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김덕중
출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등
개봉: 2023.02.23.
배급: 필름다빈
시놉시스
"남자 셋 & 여자 셋, 이들의 시시껄렁한 대화와 뼈 있는 농담!" 20대 후반 파리에서 함께 유학했던 은영, 명숙, 다혜. 오랜만에 불어로 대화를 시도하며 장난스레 추억을 끄집어내지만 현재 30대 후반이 된 이들은 사실 서로 다른 각자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바쁘다. 한편 승진, 필재는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며 빙빙 돈다.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현재에 닿지 못하고 겉돌기만 할 뿐이다. 진실과 거짓말, 그리고 게임을 통한 티키타카 대화의 향연! 핑퐁 같은 이들의 대화는 늘 의도와 다른 결말을 향해 가는데…
CINE PICK!
전작 <에듀케이션>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김덕중 감독의 신작 <컨버세이션>이 23일 개봉합니다. 영화 <컨버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인데요, 3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 혹은 그중 2명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전작에서 불편한 관계를 조명했던 김덕중 감독이 이번에는 6명의 주인공들이 현재와 과거, 결혼과 가정, 유학 생활, 인간관계, 자존심, 현실,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생겨나는 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했습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등 국내 대표 영화제들을 휩쓸며 극찬받았던 작품으로, '대화' 자체가 주는 묘한 분위기와 생동감이 매력이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송은지, 곽진무 등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시몬
Simone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스릴러 | 푸에르토리코 | 113분
감독: 베티 카플란
출연: 에사이 모랄, 쿤쥐에 리 등
개봉: 2023.02.23
배급: (주)콘텐트마인
시놉시스
이혼 후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남자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지켜보고 있다'라는 쪽지를 받게 되고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머지않아 그 정체가 자신의 제자, 동양인 '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짧은 순간 서로 깊이 탐닉한다. 그러나 뜨거웠던 순간도 잠시! '리'의 모호한 태도 속에 교수는 혼란에 빠지고 마는데…
CINE PICK!
로물로 가예고스 상 수상작인 에두아드로 랄로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작가가 각본에 함께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TV 시리즈 연출 경력을 가진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감독 베티 카플란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동양인 여성과 서양인 교수의 사랑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자국의 현실을 투영한 영화로서도 화제를 모았으며, 주인공을 맡은 배우 '쿤쥐에 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
My Sweet Monster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모험, 판타지 | 러시아 연방 | 98분
감독: 빅토르 글루쿠신
출연: 박시윤, 김용, 정성원 등
개봉: 2023.02.22.
배급: 인터파크,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주)띵크
시놉시스
용감하게 세상을 구하는 ‘에드워드’ 왕자와 비밀스럽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 공주 ‘바바라’. 교활한 ‘조이스’의 계략으로 아버지인 왕이 ‘조이스’와 결혼을 시키려 하자 왕궁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바바라’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험상궂은 몬스터 ‘보기’와 말하는 토끼 ‘버니’를 만나게 된다. ‘조이스’는 군대를 이끌고 숲으로 향하고 ‘바바라’는 둘의 도움으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를 만나러 찾아가는데… 꿈에도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마법의 물을 훔치려는 ‘조이스’의 음모에 맞서 ‘바바라’는 숲과 왕국을 지켜내고 자신만의 진짜 왕자님을 찾아낼 수 있을까?!
CINE PICK!
처음 왕궁 밖 신비로운 숲으로 발을 내딛은 ‘바바라’ 공주의 버라이어티한 모험을 유쾌한 재미로 그린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는 사랑스럽고 당당한 ‘바바라’ 공주를 비롯해 용맹한 몬스터 ‘보기’, 말하는 토끼 ‘버니’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시너지로 웃음을 유발한다는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멜로디의 OST가 적재적소에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하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자연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더해져 봄방학 극장가에 꼭 알맞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영화가 개봉하는 이번 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영화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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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뮬란, 뮬란 (2020) - 같은 제목, 다른 완성도
파씨 가문의 외동딸 파 뮬란은 어느 날, 훈족의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인해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이를 보다 못한 뮬란은 아버지의 갑옷과 칼, 그리고 남장을 하여 대신 전장에 참가한다. 그런데 파씨 가문의 조상들이 수호신 무슈를 불러 뮬란과 동행하게 만들고 귀뚜라미 복동이까지 뮬란과 함께 하게 된다. 그렇게 뮬란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여자인 것을 숨기고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과정을 그린 디즈니의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일단 확실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크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1시간 20분 동안 굉장히 몰입을 하면서 관람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우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적 관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만 결국 [뮬란]이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운명은 뿌리쳐라.'라고 본다. 작중에서 그저 신붓감으로 취급받았던 뮬란이 다른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전장에 나가는 모습은 현대에서도 자존감이 낮은 탓에 쉽게 거부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해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라딘]의 자파나 [라이온 킹]의 스카와는 다르게 큰 매력이 없는 빌런 산유와 다른 디즈니 영화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뮤지컬 넘버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후자는 중반부까지는 잘 나오다가 후반부에는 아예 없다시피 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파씨 가문의 외동딸 파 뮬란은 어느 날, 훈족의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인해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이를 보다 못한 뮬란은 아버지의 갑옷과 칼, 그리고 남장을 하여 대신 전장에 참가한다. 그러나 뮬란의 곁에는 말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사조가 전부였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힘을 숨기며 생존해 간다. 하지만 끝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과정을 그린 디즈니의 실사화 리메이크다.
일단 굉장히 실망하면서 봤다. 재미가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이렇다 할 장점을 찾기 힘든 망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영화가 매우 실망스러웠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원작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뮬란의 설정부터가 영 아니었는데, 왜냐하면 뮬란이 중국 무협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를 써버린다... 심지어 뮬란이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지 않고 기 하나로 모든 걸 끝내버린다. 이렇다 보니 원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성장 스토리가 사라졌고, 개연성마저 증발한 망작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감초 역할을 해주었던 무슈와 복동이가 사라졌고, 액션신은 형편없고 연기도 똥이어서 대체 이게 뭐 하자는 건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물론 디즈니답게 비주얼과 최소한의 재미는 전달한다. 하지만 원작을 모욕하고, 완성도마저 형편없는 이 영화를 왜 봐줘야 할까? 그나마 [라이온 킹] 같은 재탕은 아니었다는 게 유일한 장점.
* 본 콘텐츠는 네이버블로거 콩까기의 종이씹기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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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과 회피, 장손의 선택
운전면허를 딴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보통은 수능이 끝난 뒤나 군대에 가기 전에 따는 경우가 많으니 나는 상당히 늦게 딴 편인데, 당장 운전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왠지 자신이 없다는 핑계로 면허 취득을 오랫동안 미뤄왔기 때문이다. 어쨌건 지금은 여러모로 운전의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 특히 보람을 느끼는 때는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운전대를 잡을 때다. 그것은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가족들을 태우고 이동시켜야 했던 아버지의 자리에 잠시나마 내가 앉아보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잠깐 동안의 일이지만.
금동현 영화사연구자는 오정민 감독의 <장손>(2023)을 이야기하며 가부장 사회에서 운전이 남성에게 지우는 책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장손>에서 운전은 집안 기성세대 남성의 몫이고, 장손인 성진은 홀로 기차나 택시를 탄다. 이를 성진이 자신에게 부여되는 책임을 (의도했든 아니든) 유예하거나 외면하려는 태도로 본다면 언뜻 이해되지 않던 몇 장면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진은 장손으로서 가족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바로 그 사실을 불편해 한다. 그가 가족 간의 자리에 항상 늦게 등장하고, 일찍이 퇴장하려는 건 가족에 적극적으로 섞이기를 거부하고 외부자의 입장을 택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두부공장을 이어받지 않겠다는 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호기로운 선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업이라는 이름의 책임과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는 때로 두려움이나 비겁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가령 고모-고모부와의 관계에서는 어떤가. 성진은 입원 중인 고모부를 보러 가자는 고모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고모부와의 만남을 기약 없이 지연시킨다. 이것이 성진이 가족애가 없거나 냉혈한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고모부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을 찾아가지만 입원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고모부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 복도 의자에 앉아 꽃바구니만 고모에게 전하고 돌아설 뿐이다. 고모와 고모부를 부모님같이 생각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가족사진을 찍은 김에 조부모의 영정 사진을 따로 찍어 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성진이 거부한 것 역시 두려움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영정 사진은 지금의 얼굴에 죽음을 포개어 보는 일이고, 앞으로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다. 성진은 그 죽음에 맞닿지 않기 위해 영정 사진을 찍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할머니의 이른 죽음으로 결국 할머니의 영정 사진은 그날 성진의 카메라로 찍은 가족사진이 된다. 성진은 자신이 찍은 그 사진을 직접 액자에 담아 기차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하는데, 고모부의 입원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빈소에 들어가기 직전 망설인다. 그 잠깐의 머뭇거림 역시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자신이 직접 놓아 드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로부터 나온 유예와 지연의 리액션이 아닐까. 함께 언급해야 할 장면이 있다. 성진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 두 번째 택시 장면. 할아버지가 그의 손에 쥐여 준 통장엔 매달 백만 원 씩, 오천만 원이 입금된 내역이 적혀있다. 성진은 그것이 고모가 매달 백만 원씩 모은 돈, 돌아가신 할머니가 관리했다던 고모의 돈이라는 것을 안다. 그때 성진의 얼굴 위로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은 그 돈의 출처를 알고 있는 세상(영화 밖 관객)의 응시에 다름없다. 그러니까 성진이 눈을 찡그리고 손으로 막아도 막아지지 않을 응시. 어떤 유예와 지연의 리액션으로도 그가 떨쳐내지 못 할 책임. 부채의식. 성진은 그 택시를 타고 서울로 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마도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 그때까지 성진은 그 책임과 응시로부터 얼마나 멀어질 수 있을까. 할아버지가 준 비밀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까. 성진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다음 장면, 할아버지 승필이 계속해서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마지막 시퀀스가 더 서늘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어쩌면 그렇게 성진의 비밀도 깊은 곳으로 들어가 끝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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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시대에 청년들의 자아 찾기는 조금 늦은 시기에 찾아오기도 한다. 성취감 때문에 의대에 간 율리에(레나테 라인스베)는 자신이 육체보다는 생각이나 감정에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심리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시각에 예민하다는 것을 깨닫고 카메라를 구입한 뒤 서점 아르바이트와 사진 공부를 병행한다. 율리에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율리에의 마음은 또 강렬한 이끌림으로 만화가 ‘밥 캣’의 작가인 악셀(안데르스 다니엘슨 리)에게 향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동거를 시작한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방황하며 자기를 찾아나가는 현대의 어른 아이 율리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쾌락과 자극을 좇으며 산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40대인 악셀에게 끌렸던 것도 그가 주는 안정감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안정적인 집, 편안한 성격, 해박한 지식 등은 혼란스러운 20대 후반의 율리에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세상에 다시 없을 연애의 그 한복판에서도 율리에는 외로웠다. 악셀의 신간 축하 파티에서도 홀로 먼 곳을 바라보는 율리에는 넓은 화면의 정중앙에서 꼿꼿이 서 있다. 외로워 보이는 동시에 내면에는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도 싫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자기애로 가득 찬 즉흥적인 삶은 여기저기로 튀며 최악의 모습 만을 내비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최악의 인간, 불안정한 인간일지라도 그 시절은 현재의 일부다. 감독은 율리에의 최악의 시절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악셀이 따라주는 커피를 기다리며 파티에서 만났던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 순간, 모든 시간은 멈춘다. 율리에의 마음은 멈춰버린 사람들과 공간을 내달려 에이빈드를 향해 뛰어간다. 이들은 날이 다시 밝을 때까지 키스를 하고 돌아서기를 아쉬워하다 집으로 돌아온다. 마음은 이미 에이빈드를 향해 달려갔고, 악셀은 여전히 율리에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찰나에 불과한 감정을 감독은 오랜 시간을 할애해 아름답게 공들여 담아낸다. 이것이 배신이고 바람이면 어떤가 이 마음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순수한데. 최악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의 감정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형편없는 선택들과 진실한 마음 덕분에 율리에는 성장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엔 끝이 있”듯이 그 시절이 끝나면 우리는 조금 성장한다. 최악의 인간이었던 시절도 가치 있었다. 트리에 감독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네가 얼마나 멋진지 깨닫게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죽음을 앞둔 악셀의 입을 빌려 율리에에게, 관객에게 전한다.
어디에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고 불안했던 율리에는 악셀과 에이빈드와 헤어지고 혼자가 된 뒤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악셀의 죽음은 율리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마법의 버섯”을 먹고 보게 되는 환각 속에서 율리에는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남자들의 모습을 본다. 악셀은 율리에의 무의식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율리에 안의 여성 혐오적 모순과 성적 욕망 그리고 아기에 대한 부담감 혹은 저항감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언제나 “내 잘못”이라며 본인 탓을 하는 율리에는 자신이 때때로 지나치고 “괴짜”임을 알고 있다. 내면의 자기모순과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관계의 삐걱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과거에 모았던 책들과 만화책들, 음반들이 한 사람을 만들었다면 연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율리에의 세계에는 악셀과 에이빈드가 그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의 세계는 그렇게 넓어진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그렇게 한 사람이 오롯이 “일인칭 단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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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 돌아온 이야기꾼 봉테일.
지구 밖 낙원은 가능한가.
미키는 지구에서 티모와 영끌한 마카롱 사업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뜬다. 파일럿 기술로 한자리 꿰차는 티모와 달리 미키는 아무런 기술이 없어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 프로그램을 신청한다. 이름부터 노골적이다. 익스펜더블, 소모품으로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한 실험체가 된다. 미키는 임상 실험체로서 쓰이고 지워지길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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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프린팅의 반복이다. 극 초반에는 미키의 내레이션 목소리 때문인지 봉준호의 연출 터치 때문인지 미키의 상황이 덜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미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음이 확실하다. 빚쟁이를 피해 고향 지구를 떠났지만 우주에서는 임상 실험체로서 죽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 인생이니까.
미키에게 우주는 새로운 공간이지만 이곳에서의 처지는 더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았다. 노동의 신성함은 허울 좋은 미끼에 불과하다. 미키에게 남겨진 것은 죽음뿐인 노동이다. 이는 현실과 연관 지어 생각할 포인트가 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의 노동을 줄여 준다고 하지만, 인간의 노동보다 더 비싼 비용이 필요한 순간에서 인간의 노동이 줄어들 수 있을까?
오히려 값싼 인건비를 이용해 로봇 대신 위험한 일에 계속 투입시키지 않을까.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만 봐도 쉽게 이해 가능하다. 우주 방사선과 바이러스 확인을 위해 소모되는 미키를 보고 있자니, 로봇 유지 보수 비용보다 값싼 노동이 미래에도 끊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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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신성한 것이라는 말에 엿이나 먹으라고. 미키를 보라고, 값싼 노동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 투입되는지 당신들은 모르지 않냐는 봉준호 감독의 생각이 살짝 묻어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프린팅되는 미키를 대하는 모습과 멀티플이라는 개념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윤리와 법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생긴다.
죽고 나서 프린팅되는 미키 17을 보고, 그의 삶에 관심을 가지기보단 미키가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존재인지, 그는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니까. 대부분은 그의 죽음과 삶을 단순한 하나의 절차와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죽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본능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하나의 육체에 하나의 영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멀티플 현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다. 만약, 멀티플이 발생하게 되면 그 즉시 죽여서 삭제한다는 단서 조항도 만든다. 미키에게 행해지는 것과 모순적이다. 미키는 반복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재생당한다. 그러면서 동일한 기억이 심어진다. 자연의 섭리를 따지지만 인간을 프린팅 해서 자기들 입맛에 맛게 사용하고 죽이고 다시 살려내는 비인간적인 행위는 서슴지 않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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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심어지는 것도 생각해 볼 포인트다.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부 기억을 삭제한 뒤 심을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다. 기술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미키와 같은 처지의 사람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 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격이다. 내로남불. 이런 상황이면,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지만 제한된 자원과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는 어떤 사회 시스템이 작동할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우주형 자본주의가 새롭게 생겨나거나,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전체주의가 들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신기술을 가진 새로운 기득권이 전체주의 독재를 펼치게 된다면 마샬이 집권하는 사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마당에 우주로 공간이 바뀐다 해서 인류가 파라다이스를 건설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인간의 비인간적인 잔혹성이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미키의 서사와 세계관을 살펴보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 많다. 이런 포인트를 넣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만 함몰되지 않고 극의 재미를 이끌어 가는 봉준호의 터치는 매우 좋았다. 물론, 로버트 패틴슨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장과 사랑
나샤와 미키 18의 등장으로 미키 17은 변화를 맞이한다. 죽음과 프린팅밖에 없는 일상에 사랑과 질투의 감정이 새로 스며든다. 미키 17은 18과 나샤를 두고 경쟁(?)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키 18은 17보다 더 적극적이고 때론 공격적이다. 미키 18은 미키 17의 다른 자아이자 봉준호 감독 자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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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은 지구에서부터 니플하임까지 오게 된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엄마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눌렀던 빨간 버튼으로 인생을 망친 벌을 받고 있다고 말이다. 여기에 대고 봉준호 감독이 미키 18을 빌려,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하며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서의 미키 17은 일반의 삶을 살아가는 모두를 의미한다 해도 무방하다.
미키 18은 미키 17과 달리 인생이 꼬여버려 불행한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 지구에서 불의의 사고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의 기계 결함이고, 니플하임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벌이 아니라 마샬 때문이라고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에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그렸었다.
여기서는 문제의 원인을 바로잡고자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인물을 미키 18을 통해 보여준다. 설국열차에서 기차의 벽을 터뜨리는 남궁민수와 비슷하다. 종국에는 미키 17이 자신의 손으로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부숴버리며 당당히 극복하는 모습도 그려낸다. 미키 17에게 미키 18은 미키 스스로의 내적, 외적 성장을 촉진하는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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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복의 과정에는 미키에 대한 나샤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한몫했음을 그려낸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나샤가 미키 17과 18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장면과 나샤와 카일이 미키 17과 18을 두고 경쟁하는 장면이다. 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권력이 바뀌는 분기점이 된다. 결말로 향할수록 모계 사회에 대한 그림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짐작 가는 여러 장면이 더 있다. 멀티플 법안을 만드는 위원회에서 지구 측 발언자가 여성인 점. 독재 권력자인 마샬이 아내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나샤의 신분이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정치적 올바름의 활용.
일부에서는 PC 주의를 버리지 못했다는 의견을 비추기도 한다.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과거보다 현재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고 그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권력도 커졌다. 숫자는 적지만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도 있다. 앞으로도 인종과 성별에 따른 사회의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한데 영화의 배경은 우주다. 행성을 개척하려는 인류는 함선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 인간을 프린팅하고 기억을 심는 기술을 보유한 인류다.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극 중에서 인종과 출신 그리고 사회적 구조를 창의적으로 구성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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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맨>의 주인공처럼, 베이비 크리퍼를 안고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나샤를 보면 나샤의 결말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니플하임에서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어색하진 않다. 소설 원작의 작품이고 극중 인물과 사회적 배경에 대한 각색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무작정 PC가 점철된 영화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런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는 자연스러운 전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키 17은 PC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영화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PC를 적절히 활용한 것과 그저 이용만 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서 구별하기 어렵다.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그리고 마블의 사례를 따져보자.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원작 주인공은 백인이다. 아주 오랜 시간 백인 주인공으로 모두의 뇌리에 박혀있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굳이 라틴계와 흑인 배우를 섭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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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원작과 팬들에 대한 각색을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했다고 봐야 한다. 조선시대 장군이 백인으로 등장하거나 타 인종으로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원작의 특징을 무시하고 PC를 잘못 활용하면 이렇게 된다. 마블에는 대표적으로 아이언하트가 있다. 아이언맨과 아이언하트 사이에는 어떠한 개연성이나 연관성이 없다. 아이언맨은 전형적이지만 완벽한 영웅 서사를 가졌다. 반면, 아이언 하트의 서사는 그 자체로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 바운더리에 포함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아이언맨 3에 등장했던, 차세대 아이언맨이 되지 않을까 모두의 기대를 받았던 캐릭터는 사라지고 뜬금없이 어린 흑인 배우가 아이언맨인 양 등장해서 PC 비판만 받았다.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의 서사처럼 흘러갔다면 PC 비판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언 하트의 경우는, 서사를 무시하고 PC 요소를 잘못 활용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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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PC를 활용하는 방법이 구린 것이 문제다. 백설 공주와 인어공주 그리고 마블의 일부 영화는 이 부분에서 처참히 실패했다. PC 요소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방법의 적절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정확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위의 영화들과 달리 미키 17은 PC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완성도 좋은 상업 영화다. PC를 덕지덕지 묻힌 영화라는 비난과 비판을 받기엔 서사의 완성도가 높고 비난 의견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다.
통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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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서 등장했던 통역기가 여기서도 나왔다. 통역기 사용 전에는 미키와 나샤는 크리퍼가 미키를 살려준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으로 결론짓는다. 마샬은 벌레의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다며 식민지 개척을 목표로 크리퍼 몰살을 계획한다. 모두 각자의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해 행동한다. 이 상황에서 통역기가 개발된다. 통역기를 통해 처음으로 크리퍼와 소통을 시도하는 인물이 미키다. 그는 왜 자신을 살려줬는지 크리퍼에게 물어본다. 프린팅 인간이라 맛이 없어서 그러냐고 말한다. 이때, 별것 아닌 크리퍼의 대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럼, 죽여?”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존재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자신과는 다른 존재기 때문에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빠른 판단을 하는 것도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조차 크리퍼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진 않을까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는 극 중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라고 깨닫게 해주는 대사였다. 백인의 미대륙 원주민 침략 역사를 반추하게 한다. 넓게는 인류의 침략 역사도 떠올려진다.
여자어와 남자어가 있듯이 사람과 사람끼리의 오해도 쉬운 세상이다. 오해가 켜켜이 쌓여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던가. 만약, 역사의 여러 부분에서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역기가 있었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지 않았을까. 이는, 나샤가 언급하는 원주민의 역사와도 관련된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마샬처럼 원주민을 약탈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 무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좋은 통역기를 개발하는 게 시급하겠다 싶더라. 이런 게 봉준호식 스토리텔링이구나 감탄했다.
그 외 이야기들미키의 과거 서사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버튼을 눌러서 미키의 가족과 인생이 어떻게 변했고 이후로 이 사건이 미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키가 지구에서 사업도 말아먹고, 자신의 인생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과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크게 필요하진 않겠다 싶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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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도 기택 가족의 구체적인 서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이 어떤 특징과 사연을 가졌었는지 대사로 짧게 설명하고 만다. 이번 영화에서도 미키17이 내레이션으로 자신의 서사를 간략하지만 충분히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키의 서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키 17과 18처럼, 생김새는 같지만 각자 이름을 가진 루코와 조코를 통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듯이 말이다. 인간이 얼마나 자신들의 세상만 생각하는지, 역지사지의 태도는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듯, 이들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배척하지 말라고.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는 많다.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과 주인공 복제 인간이 대립하면서 한쪽이 죽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키 17과 18은 살짝의 갈등이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받는 시스템을 향해 그들이 처한 문제의 원인을 돌린다. 전형적인 복제인간 서사를 살짝 틀었다고 생각은 들지만 2009년에 개봉한 영화 <MOON>의 서사와 굉장히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샤와 카일 그리고 티모와 일파까지 추가해 서사를 더 풍성하게 만든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마크 러팔로의 케네스 마샬은 트럼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특정 정치인을 이야기했다고 말하긴 했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트럼프가 양 팔을 허리 위로 들어 트위스트 비슷하게 두둠칫하는 춤사위를 따라 하는 장면도 나온다. 어느 장면에서는 마샬이 말할 때 실룩이는 입술 모양으로 트럼프를 묘사한 것 같았다.
또한,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질문을 받는 모습과도 유사한 장면이 있다. 더불어 One and Only가 적힌 빨간 모자와 카페 간판만 봐도 트럼프를 묘사했다는 게 명확하다. 트럼프가 총격을 당했었는데, 마샬 얼굴에 총알 스치는 장면이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키 17의 촬영은 2022년 12월에 끝났다고 한다. 트럼프가 등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대통령직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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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의 이름 자체가 권위주의적이다. 마샬이라는 영문 성은 군사적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극 후반에는 사실상 군사적 지도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악역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는 말이 있던데, 작년에 개봉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에서 악역에 가까운 던컨 웨더번을 연기한 모습도 떠올랐다. 물론, 사악한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긴 했지만.
일파는 왜 소스에 집착했을까? 아직까지 정확히 모르겠다. 굳이 엮어 보자면. 미키와 같은 노동 계급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손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쏘옥 빨아먹는 권력자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였다. 노동자들을 갈아 넣은 그들에겐 의미 있는 어떤 결과물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스는 다채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근데, 마샬 부부를 제외하면 함선의 사람들은 맛없는 밥만 조금씩 배식 받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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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은 넉넉한 음식들에 소스를 껴얹어 먹고. 이런 비교를 위해 설정한 부분 아닌가 싶기도 하다.(우주에서 향신료나 소스가 얼마나 귀하겠나.) 크리퍼의 꼬리를 자르고 갈아 마시는 행위와 미키 악몽에 등장하는 마샬 복제 장면을 연결 지어보면 복제 인간이 가능한 시기에는 장기 매매 같은 것도 성행하게 되리라는 상징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앞서 미키17 세계관을 먼저 설명해야 했지만 글의 마지막에서야 언급한다. 미키가 간 곳의 행성 이름은 니플하임이다. 이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 중 하나의 이름이라고 한다. 얼음과 안개의 세계. 실제 극에서 크레바스가 등장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행성으로 그려진다. 니플하임은 죽음의 신인 헬이 통치하는 세계로 알려져 있다 한다. 죽은 자들이 가는 장소로도 여겨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지구에서 활용될 만큼 활용된 빈 껍데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모시키기 위한 장소라고 볼 수 있어 보인다.
봉테일의 귀환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미키가 화력발전소와 구의역에서 숨진 청년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미키가 우주에 나가서 시설을 정비하는 모습이나 사이클러 불구덩이로 미키의 시체가 던져지는 장면을 보면 봉준호 감독의 말이 쉽게 설득된다. 결과적으로, 미키에게는 죽음의 장소였지만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곳이다. 나샤라는 사랑도 만났잖나. 어둡게 생각하면 한계 없이 침울해질 영화지만, 동시에 아기자기한 희망이 담겨 있는 영화기도 하다.
<기생충>과 비교하면 복부를 푹 찌르는 날카로운 느낌은 줄었지만, 그럼에도 봉준호의 영화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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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박물관에서 벌어진 러-우크라 전쟁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크리미아의 유물(The Treasures of Crimea)
Netherlands/2021/84min/우카 후겐데이크 감독 작품
전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데 영향을 끼친다. 영화 〈크리미아의 유물〉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초래한 한 사건의 혼란스러운 궤적을 담았다. 사건의 장소는 박물관이다. 크림 반도의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는 소장품의 일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보냈다. 박물관끼리 소장품을 교환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일상적이기에 전혀 문제될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시와 전쟁이 겹치며 소장품을 어디에 보낼 것인지를 두고 대립이 생긴다.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가 원래 자신의 영토였음을 강조하며 소장품이 크림 반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가 국가의 소유물이고, 해당 소장품이 ‘국보급 유물’이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물관은 소장품이 원래 있던 곳, 즉 크림 반도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차지한 것도 수십 년에 불과했다는 점도 상기한다. 무엇보다 문화재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지역의 역사를 표상하는 유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양측의 주장은 합리성과 맹점을 동시에 가진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문화 자산을 수호한다는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문화의 주체를 국가에 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박물관의 주장은 문화의 경계를 국가 너머로 확장하지만, 정치를 배제하겠다는 태도가 크림 반도를 점유한 러시아의 지배권을 승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는다.
한 출연자의 말마따나 문화재는 문화, 정치, 역사가 뒤엉킨 감정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장소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모두 승소했다. 최근 재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러시아를 대하는 국제 여론이 악화돼 최종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누가 승소하든 ‘크리미아의 유물’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 지형에서 ‘완전한’ 정답은 성취되지 못한 채 남을 것이다.* 〈크리미아의 유물〉이 던지는 문화재의 의미와 전쟁의 파급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는 동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복잡한 문제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크리미아의 유물〉의 시도가 다소 공허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는 학문적 열정으로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자기 땅에서 유물을 발견한 농부의 순수한 기쁨도 담아낸다. 그러나 ‘순수히 아름다운’ 문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인 학예사가 우크라이나 동료들에게는 러시아 편에 선 제국주의자로, 러시아 치하로 들어간 상황에 만족하는 주민들에게는 크림 반도의 유물을 반출한 사람으로 비난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영화의 암시적 대답은 문제의식에 비해 다소 나이브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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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구름 #팔콘앤윈터솔져 #2대캡틴아메리카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3. 23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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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블쟁입니다!!
드디어 스포가 있는 자세한 리뷰 영상입니다!
영화 속에 들어있던 수많은 이스터에그들 중,
이번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캡틴과 아이언맨의 떡밥 및 이스터에그 들을 자세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영상 재미있게 봐주세요~
2018. 04. 27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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