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0-14 12:09:27
비틀즈가 돌아왔다
<비틀즈: 겟 백>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이 지난 2019년 1월 '비틀즈' 공식 SNS에 '비틀즈'의 음반 제작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결국 북미 배급사였던 '디즈니'와의 협의 끝에 극장용 영화가 아닌 TV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는데요.
피터 잭슨 감독이 다룬 영상은 비틀즈의 Let It Be/Get Back 제작 과정을 담은 21일 간의 미공개 영상과 현장의 음성이 담긴 영상이기에, 전 세계 비틀즈 팬들은 당초 예상되었던 2시간 짜리 편집본보다 더 긴 영상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신이 난 모습인데요. 이 앨범이 제작되었을 당시는 '비틀즈' 멤버 간의 불화가 극에 달한 시점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난해 피터 잭슨 감독이 공개한 클립을 통해 팬들이 알지 못했던 멤버들의 관계가 드러나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10월 13일 (북미 기준) <비틀즈: 겟 백>의 새로운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예고편은 전무후무한 최고의 그룹 비틀즈가 곡을 써내려가는 과정은 물론, 녹음부터 콘서트로 이어지는 장면까지 말그래도 비틀즈의 한 앨범의 제작부터 활동 과정까지가 모두 담겨있는데요. 원체 곡을 빠르게 쓰는 것으로 유명한 그룹이기에, 이 여정이 3주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 서사 안에는 그들이 불안, 초조함을 느끼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최고의 합을 보여준 이 앨범 이후 그들이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기에 관객 입장에서 이 다큐멘터리가 더 와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시간 가량의 영화에서 그 3배에 달하는 TV 시리즈로 커진 <비틀즈: 겟 백>은 비틀즈 역사의 마지막 장을 돌아보는 거대한 회고의 일환으로, 비틀즈의 1969년 1월을 돌아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이는 전 세계 비틀즈 팬들에게 특히 큰 선물일텐데요. 그저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영화 혹은 드라마 팬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회고는 단순히 '작품성'만을 논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피터 잭슨 감독이 다듬은 '비틀즈'의 "Get Back"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3일에 걸쳐 공개될 예정인데요. 2021년 11월 25~27일로 공개일을 픽스한 만큼, 11월 국내 출시되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국내 팬들 역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은 볼 수 없어 더욱 소중한 장면들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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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신만의 블루스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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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우리들의 블루스 (2022)
편성 : tvN, 20부작 완결 │ 장르 : 한국, 드라마
연출 :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극본 : 노희경
출연 : 이병헌(동석), 이정은(은희), 김우빈(정준), 한지민(영옥), 고두심(춘희), 김혜자(옥동) 외
등급 : 15세 이상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그건 봐야지
요즘 나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드라마에 입덕하는 일이 잦다. 그중 하나가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이정은, 이병헌, 한지민을 비롯해 고두심과 김혜자 선생님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아, 배경이 푸른 섬 제주라는 것도. 내심 속으로는 ‘그 출연진을 가지고 재미없으면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 드라마를 본 주변 사람들이 그리도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니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주변에 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재밌다’는 나의 법칙이 이번에도 통했다. 인물별로 나누어 에피소드를 진행한 점이 특히 독특하고 좋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 대한 리뷰도 인상 깊었던 인물을 추려 인물별로 진행해보려 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한수와 은희 : 다시 잘 살아볼 기회를 주어 고마워
멀대 같이 크고 잘생긴 한수. 서울 사는 한수. 차승원이 연기한 ‘한수’는 제주 사람이 보기엔 그런 존재다. 학창 시절부터 때깔이 달라 결국 서울에 가더니 은행 지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제주로 내려왔다. 평생을 제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 동창들은 그런 한수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모른다. 골프 유학을 떠난 딸을 뒷바라지하느라 한수의 재정상태는 거의 파산 직전이고, 그런 이유로 지쳐있는 아내와도 썩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그때 눈앞에 ‘은희’가 나타난다. 학생 땐 그저 자신을 좋아하는 귀여운 여학생쯤으로 여겼던 은희는, 현재 자산만 10억을 지닌 알부자다.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었으나 빚만 늘고 있는 한수에게, 생선 대가리를 자르며 많은 것을 일군 은희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직업의 귀천은 무엇이고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보이기 위한 삶과 진짜로 실속 있는 삶은 어떻게 다른 걸까.., 나도 보는 내내 생각했다. 조여 오는 궁핍한 상황에 은희에게 돈을 빌리려던 한수는, 은희가 카카오톡 기프티콘 쏘듯 보낸 2억을 결국 다시 돌려보낸다. 은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때문도 있었지만, 어쩌면 정말로 ‘잘’ 살아보려는 의지였을 수도 있다.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정말로 만족스럽고 실속 있는 삶이 무엇인지 은희를 보고 배운 덕이다. 한수는 골프 유학을 접고 돌아온 딸과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때 그 가족은 그제야 처음으로 행복해 보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인권과 호식 : 절친에서 앙숙으로 그리고 다시 절친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인권과 호식’을 꼽겠다. <범죄도시>에서 감초 같은 연기를 보인 배우 ‘박지환’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응급실 선생님으로 나왔던 배우 ‘최영준’이 각각 인권과 호식을 연기했다. 이들의 사연인 즉, 학창 시절부터 죽고 못 사는 친구지간이었으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철천지 원수 같은 사이가 되었는데, 서로 얼굴만 봐도 으르렁대던 그들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자식들이다. 인권의 아들 ‘현’과 호식의 딸 ‘영주’가 서로 좋아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임신을 하게 된 것.
아이를 지우고 서울대를 가겠다던 영주는 갈등 끝에 아이를 낳기로 하고, 산모와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현은 학업을 포기하고 중국집 배달부터 귤 따기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순대를 팔아 아들을 공부시키는 맛에 살던 인권의 마음은 무너지고, 마찬가지로 딸을 서울대에 보내 의사를 만들려던 호식도 망연자실한다.
그러나 별 것도 아닌 일을 계기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던 인권과 호식은, 두 아이들을 매개로 하여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원래의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데..., 과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진국이고 눈물 버튼이다. 드문드문 현실적인 나의 뇌는 ‘과연 영주와 현은 아이를 낳아 끝까지 잘 살았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내 인권과 호식을 보며 안심이 됐다. 엄마의 부재를 메꾸는 아버지의 사랑은 위대했고, 먼지를 털어낸 오래된 우정은 더 위대했으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정준과 영옥 :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 말고 정직함으로
한지민과 김우빈이 열연한 ‘정준’과 ‘영옥’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영옥은 육지에서 온 여자다. 서로 모든 걸 터놓고 지내는 제주 사람들과 달리, 좀처럼 자기 얘기를 꺼내지 않고 촐랑거리만 하는 영옥은, 같이 일하는 해녀들에게 눈엣가시다. 하지만 영옥이 그렇게 가벼운 것은 사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이었는데.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장애가 있는 쌍둥이 언니를 부양해야 했던 터라, 살아오면서 사람들로 인해 켜켜이 상처가 쌓여온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달아났고, 고아나 장애라는 조건에 섣부른 동정이나 무례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말하지 않기와 무겁지 않음을 택했을 뿐이다. 영옥에게 호감을 느껴 다가온 정준 또한 영옥은 그런 이유로 밀어낸다. 어차피 너도 똑같고 날 떠나갈 테니, 상처받기 전에 내가 먼저 자르겠다는 심보.
하지만 연애도 통계학이고 경우의 수다. 열에 아홉이 떠나갔대도 묵직한 놈 한 놈쯤은 나타날 수 있는 법. 영옥에게는 그게 정준이 아니었을까. 가시 돋친 영옥이 “(장애 있는 우리 언니 보고) 많이 놀랐나 봐?”라고 물으면 정준은 “미안해”가 아니라, “나도 장애 있는 사람을 처음 보는 거라 당황할 수 있잖아. 천천히 적응하고 친해질게요”하는 식이다. 선 넘은 동정도, 무례함도 없이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를 이해하려는 정직함 만이 있다. 말없이 생선살을 발라 영옥의 밥 위에 올려주던 정준의 어머니도 그랬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런 거지 싶다. 투박한 날 것이더라도 과장 없이 오로지 이해하려는 그 마음을 ‘정직하게’ 보여줄 때, 사람의 마음은 열리는 게 아닐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제주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바다 같은 마음
왜 배경이 제주여야 했을까 하고 처음에 생각했다. 외계어 같은 사투리도 잘 못 알아듣겠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쉬이 이해하기 힘든 ‘오지랖’ 심한 정서도 너무 강한 탓에, 처음에는 거북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제주여야 했음을 머잖아 깨달았다.
‘선아(신민아)’는 우울증에 걸린 자신을 떠난 차가운 남편이 아닌, 만물상 하는 촌스런 제주 남자 ‘동석(이병헌)’의 오지랖에 치유를 하게 됐고, 남이 흉이라도 볼까 가면을 쓰고 다니던 영옥도 제주 남자인 정준을 통해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배웠다. 언제든 두 팔 벌려 안아줄 것 같은 제주 할망 ‘옥동(김혜자)’과 ‘춘희(고두심)’는 모든 이들의 엄마였다. 경쟁이나 물질만능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그곳 제주에는, 촌스럽지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할 줄 아는 선한 마음들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화해하며 끝나는 다소 진부한 결말이었음에도 이 이야기가 와닿는 건, 까끌해진 마음을 보듬는 따스한 인류애 때문일테다. 제주에서, 오지랖을 당하고 싶어진다.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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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온 무근본 코미디
새삼 신기한 이야기지만 300여 일 남았다. 시간 겁나 안 간다고 한탄할 때가 엊그제 같았다. 근데 사실 그건 엊그제 일이 맞다. 시간 정말 안 간다. 무려 336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안 가는 건 매한가지다. 신기한 일이다. 아마 반강제적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으니 그런 것 같다. 또 막상 이렇게 시간 안 간다고 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100일이 지나 있겠지. 뭐 그런 행복회로가 없으면 정말 정말 지루해서 못 견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막연하게 지루한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소집해제 하면 뭘 할까? 적금을 깨는 거야. 적금으로 여행을 가는 거지. 그리고 남은 돈 얼마 남겨서 노트북을 바꾸면 되겠어. 10개월이나 남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꿈 정도는 꿀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그럼 건물 한 두 채 사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잉여롭게 누워있어도 될 것 같다. 엄마, 아빠한테 효도도 하고 말이지. 없는 지갑 털어서 복권을 살 까 싶지만 5천 원은 소중하기에 참기로 한다. 최전방의 어느 군부대. 여기에 나와 비슷한 꿈을 꿨던 말년 병장이 있다. 갑자기 날아온 복권 한 장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자. 장소는 극장이다!
길 가다가 만원 주운 것과는 달라
이게 뭐야? 갑자기 웬 복권? 군생활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말년 병장 천우는 종이 한 장을 주웠다. 복권? 갑자기? 사실 군대와 복권이란 단어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천우도 아무 생각 없이 복권을 주웠다. 이거 발표는 언제 하는 거지? 뭐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결과를 확인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방송을 보는 천우. 숫자 하나가 맞았다. 맞았네. 무덤덤한 천우. 두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맞았네. 오늘 운이 좋은가보다. 세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뭐지? 뭔가 이상한 것 같다. 그런데 말년병장이라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재미가 없어지는 마력이 있는 시기다. 금세 평정심으로 돌아온 천우. 근데 맞는 숫자가 네 개가 되고 다섯 개가 된다. 응? 여섯 번째 숫자 하나 남았다. 이것까지 맞았다. 엥? 이게 뭐지? 실화인가? 눈앞에 보이는 건 꿈이 아니다. 말년병장 천우는 여섯 개의 복권 전부를 맞춘 당첨자가 됐다.
헐. 헐. 헐. 말도 안 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조회해봤다. 57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57억이면 집 한 두 채를 사도 남는 돈 아닌가. 집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이었던 농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역까지는 3개월이 남았다. 안 그래도 안 가는 시간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니. 57억이라니. 밥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웃음이 나오다 못해 저절로 눈물이 난다. 그동안의 고생이 왠지 모르게 생각나는 것 같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내무반. 천우는 복권 용지를 가지고 밖에서 후임과 대화하고 있었다.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근무지도 왠지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안 읽던 책을 읽기 시작하던 천우. 책을 읽으며 근무를 하고 있는데 후임 한 명이 말을 건다. "병장님. 저 화장실 가고 싶지 말입니다." "갔다 와~" 배가 아픈 후임은 천우의 앞을 스윽 지나가며 아픈 배를 움켜잡았다. 그때, 후임이 지나가던 찰나에 복권 용지가 사르륵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복권 용지가 북으로 넘어갔다. 자. 57억이 눈앞에서 증발되게 생긴 천우. 천우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웃겼어
일단 장르는 코미디다. 이 장르의 가장 첫 번째 본분은 무엇? 웃겨야 한다. 별생각 없이 상영관에 들어가서인진 모르겠지만 난 꽤나 웃다 나왔다. 가장 최근에 봤던 코미디 향 첨가 영화는 두 편이었다. <외계+인> 1부와 <불릿 트레인>이다. 전자에선 그냥 내내 정색하고 봤고 후반부에는 정확히 두 번 웃었으므로 코미디 타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티켓 값이 4천 원이니까 봤지 아니었으면 중간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들어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선회하는 재미를 느꼈으니 내 기준에서 코미디의 기능을 충분히 한 셈이다.
이 웃긴 고경표 배우가 복권 당첨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때 각본을 상상하면 좀 허무맹랑할 수도 있다. 근데 고경표 배우는 이를 굉장히 잘 소화한다. 좀 실없는 인물의 내면 묘사,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고, 초중반부의 인물 구도를 설계하기 위해 나름 중요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 시퀀스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좀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는 연기를 진짜 미친놈같이 소화해서 '역시 이 배우는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에 공개됐던 <서울 대작전>, 배우의 전작 <헤어질 결심> 세 역할의 톤이 다 다른 건 이 배우가 얼마나 욕심이 있고 능력까지 받쳐주는지를 볼 수 있는 훌륭한 단면이었다. 이 장면 이후에도 좀 여러모로 입장이 난처한 인간의 마음이 표정에서 잘 드러났다. 전체적인 코미디 톤을 이끄는 좋은 연기였다.
다른 배우들의 호연 외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에 대해 쓸 수 있다. 바로 '무근본'코미디라는 것. 이 코미디는 근본이 없다. 일단 이야기의 전개에 대해 써보자면, 솔직히 아쉽다(그리고 이 부분은 후술 할 것이다). 극을 전개할 때마다 '와 이러면 진짜 웃기겠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로 이어진다. 이러면 따라오는 단점이 뭐냐. 일단 뻔하다는 전개와 이야기 간의 접착력이 딱 달라붙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뒤집어서 표현하면 상황상황마다 인물의 표정이나 구도 촬영을 잘해놨어서 웃기기에는 최적화됐다는 뜻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코미디에는 웃음 강박이 없는 것 같다. 뭐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알던 웃음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러분이 이 글과 영화의 예고편을 읽으며 바로 눈에 들어오는 설정이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우리나라 군대 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폐쇄된 공간, 억압된 자유, 남북한의 군사 긴장상태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때 생각날 수 있는 소재를 경제적으로 박박 긁어모은다. 그 외에도 우리가 예능프로그램을 본다거나, 수많은 짤에서 볼 수 있던 유머 소재들도 적재적소에 잘 쓰였다. 뭔가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익숙한 패턴을 잘 변용했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로서의 안전장치는 잘 구성한 것 같다.
얕게 쓰이진 않았던
이 영화가 <D.P>처럼 우리나라 군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뭐 그런 사회비판적인 코드가 주요하게 작동할만한 영화가 아닌 것도 맞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니까. 그 이유 때문에 사실 좀 불필요하게 들어간 부분이 없진 않다. 굳이 그 상황이 아니어도 인물이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이 마저도 코미디로 활용한 재기 발랄함은 강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말 단순히 웃기기 위해 모든 세포를 기울인 효과다.
또 반대 측면에서 북한 묘사도 코미디로 활용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남북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때 어려운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럼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묘사다. 일단 남북한 현실에 대한 묘사 중 어느 쪽에 힘을 더 줬냐고 묻는다면 북한 쪽에 힘을 더 줬다고 생각한다. 일단 북한은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농축산업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로 묘사된다. 또 군 내부가 어떻게 평소에 운영되는지 모를 정도로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 또 북한 내부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인재가 등장하기 어려운 현실’에 관한 내용이 코미디 요소로도 쓰이지만 소재의 활용에서도 적절하게 잘 쓰인 부분은 흥미롭다. 그리고 병사의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 나라를 위해 10년씩이나 꿈을 희생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까지 단순히 웃기려고만 이런 것들을 설정한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가장 결정적으로 시각적으로 북한군을 묘사하는 방식이 있다. 앞에서 상기한 내용은 글쓴이 본인의 생각이 어느 정도 담겨있다. 그런데 몇몇 장면들은 이 감독이 북한이란 나라를 조롱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모두가 들 것이다. 이 외에도 인물 간의 처지를 의도적으로 대비시켜서 북한이란 나라를 더 깊게 비판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게 관객들이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물들이 상대 나라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을 어떻게 영화가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면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각본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점 당연히 있지
뭐 이렇게 순수하게 웃기고 남북한 현실 묘사 깔끔하게 잘했다고 해서 모든 게 능사인 건 아니다. 이 영화 단점 당연히 있다. 일단 각본의 퀄리티다. 일단 영화 시작되고 한 10분까지 설정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이 말이 안 되는 건 그렇다 치자. 모든 영화에서 핍진성, 개연성을 따지는 건 피곤하니까. 그런데 이 가정법이 영화 끝까지 쭉 이어진다는 건 분명한 호불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밌겠는데!’를 때려 박은 이 영화. 그런 코미디 요소에 모든 걸 다 투자했기 때문에 이야기 몰입하는 데 있어 좀 깨는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이야기가 불협화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내적 논리와 함께 진행되는 영화. 그냥 웃기기 때문에 이 정도는 그래, 싶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다. 후반부다. 남한에서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그 사건을 겪기 전에 배경으로 제시되는 부분은 나름 잘 설정했다. 이 나름대로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허무맹랑하긴 해도 다음에 이어지는 일의 배경이 되는 점에서 꼼꼼함은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극 중 타인들이 지켜보거나 대응하는 방식은 의문부호가 들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는 둘째 치고, 얼핏 보면 이 사람들을 혐오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역시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그냥 이 상황에서 가장 재미있는 방식이라 이런 식으로 전개한 건 그럴 수 있다. 근데 이 지점은 살짝 다르게 변용해도 이야기 전개가 말이 된다. 그 부분까지 코미디로 소화시켜야만 하는 이유도 없고.
또 이 외에는 극후 반부가 살짝 아쉽긴 하다. 일단 CG가 엔딩부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안 그래도 결말 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데 이 부분까지 있으니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 강하다. 또 앞 문장에도 썼듯 이야기를 쓰다 만 것은 좀 아쉽다. 엔딩부에서 보여주는 떡밥 하나는 아예 불필요했고, 물렁했던 극 전개가 빈약해지기까지 한다. 뒷심이 강했으면 조금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다려 왔던 영화
뭐 이런저런 이유로 아쉬운 부분도 있는 영화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이런 작품들을 기다려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해 개봉했던 이른바 '빅 4'들은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규모가 작다. 그러다 보니 큰 스케일의 영화에 익숙했던 글쓴이 같은 분들에겐 눈이 편한 느낌이 든다. SNL이나 여타 시트콤에서는 보기는 좀 크지만 규모가 크지도 않아 왠지 잊고 있었던 정통파 코미디를 그리워했던 분이라면 안성맞춤이다.
또한 한국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주인공인 천우 역의 고경표 배우는 드라마에 많이 나왔다. <응답하라 1988>로 유명세를 얻었던 고경표 배우는 영화판에서는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왔다 하더라도 영 시원찮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고경표 배우가 표현력이 굉장히 뛰어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된다. 난감하면 난감핟대로, 맘먹고 웃기려면 웃긴대로 표정연기가 뚜렷하니 이 배우는 유아인 배우처럼 큰 존재감을 뽐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질 결심>에 이어 이 <육사오>에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은 음문석 배우다. 아마 올해 12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2>에서 봤던 얼굴로 많이 기억하실 것 같다. 이 배우 연기 잘했다. <범죄도시 2>에서도 연기 잘했는데 이 영화에선 특히 더 잘했다. 감정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뻔뻔함,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대위 역이기 때문에 장병들을 이끌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위치까지 이 작품의 최전선에서 극을 이끈다. 래퍼 겸 댄서 겸 배우신 것 같은데 이 쪽에 굉장한 포텐이 있는 것 같다. 얼굴도 잘생겼다. 39세 안 같다. 또한 박세완 배우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반짝반짝하는 존재감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단 겁나 예쁘시다.
또 윤병희 배우와 이이경 배우도 기억에 남는다. 윤병희 배우는 얼굴이 굉장히 익숙하다. <범죄도시 2>에서 휘발유 역을 맡았을 때도 뭔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이 배우는 휘발유 캐릭터와는 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개성이 센 마스크라 이 배우 하면 휘발유가 먼저 생각나겠지만 후반부까지 극을 끌고 가는 힘은 굉장한 박력이 있었다. 또 이이경 배우는 얼마 전에 본 <공조>에서 봤었다. 그런데 이 배우는 확실히 여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그 좁은 면적에서 이렇게 예술 잘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유치할 수도 있고 질척댈 수도 있는 유머를 생기 있게 잘 소화한 건 이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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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벙커를 나갈 수 있는 열쇠는 내게 있다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애인과 다툰 후 집을 나온 '미셸'은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눈을 떴을 땐, '하워드'라는 남자의 지하벙커였다. 그는 지구가 외계인의 침략을 당했으며,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벙커에서 나가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자진하여 이 벙커에 들어왔다는 '에밋'이라는 남자.
처음엔 이 말을 믿지 않아 난동을 피우던 미셸은 이내 봉쇄된 출입문 앞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여자를 보고 나가기를 포기한다. 그런 미셸에게 하워드는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고,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미셸을 데리고 왔다고 고백한다. 그의 진심을 믿기로 한 미셸은 하워드, 에밋과 함께 사는 공동생활을 받아들인다.
벙커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던 어느 날. 갑자기 공기 여과기에 무언가가 걸려 몸집이 제일 작은 미셸이 환풍구를 타고 여과기 전원을 작동하러 가게 된다. 미셸은 그 공간의 창문 안쪽에 긁어서 도와달라는(help) 메시지를 남긴 흔적과 귀걸이 한 쪽을 발견한다. 그것은 하워드가 계속 말했던 딸 '메건'의 귀걸이.
은밀하게 에밋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더니 에밋은 사진 속의 여자가 메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하워드의 말은 모두 거짓인 상태. 두 사람은 밖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나가기 위해 방호복과 방독면을 만드는 미셸.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던 찰나, 결국 두 사람의 행각이 들통나고 만다.
극도로 화가 난 하워드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라 거짓말을 한 에밋은 총에 맞아 죽는다. 조금의 시간을 벌었지만 이내 방호복을 들킨 미셸은 격렬한 몸싸움 끝에 탈출하게 된다. 미셸은 바깥세상에서 하워드의 말처럼 외계인과 그 군함을 보고 놀란다. 외계인에게 죽임당할 뻔했으나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은 미셸은 차를 타고 질주한다.
라디오에서는 생존자들의 피난처인 '배턴루지'와 전쟁 중에 지원을 요청하는 '휴스턴'에 대한 방송이 연달아 나온다. 마침 그 갈림길에 선 미셸. 결국 차를 꺾어 휴스턴으로 향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감상 포인트
1. 처음 보면 황당, 두 번 보면 이해, 세 번 보면 감탄.
2.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움직이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된다.
3. 편하게 볼 수 있지만 잘 만든 영화.
감상평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는 개봉했을 당시 영화관에서 직접 봤던 영화였다. 영화관에서 남은 음료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말도 안 되는 영화, 똥 싸고 안 닦은 영화 정도로 평가했던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결말이 그때의 내게는 너무나도 파격적이었기 때문...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결말부의 외계인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보통 이런 영화에는 '음모론이 거짓이다'라는 결말이 어울리기도 하고, 익숙하기 마련이니까. 하워드가 미셸에게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은 '엥? 진짜 외계인이 나온다고?'하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를 가장한 성장물이다. 그래서 벙커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 싸움은 모두 맥거핀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미셸이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미셸이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부터가 진정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것.
미셸의 삶은 벙커를 기준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벙커에서 나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
여태껏 미셸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도망치고 외면해왔다. 첫 장면에서 미셸이 애인과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은 미셸이 심각한 폭력에 시달렸을 거란 예측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애인의 말마따나 '말싸움'을 했을 뿐이다. 전화를 건 애인과 한 마디 대화를 나눠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는 미셸은 나약하다.
과거의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사사건건 그녀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어릴 적 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렸던 미셸로서는 문제에 부딪힐 용기도, 싸워서 이겨낼 자신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도망치고 외면하는 것만이 문제의 답이요, 그 밖의 방법은 그녀로선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미셸은 결국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앞을 막아주었던 에밋의 죽음을 목격하며 변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도, 자신조차 구원하지 못해 쩔쩔매던 미셸은 지하 벙커에서 나오기 위해 하워드와 사투를 벌인다. 방호복은 완성이 되었지만, 이제 더 이상 하워드를 막아줄 에밋은 없다. 즉, 자신이 직접 하워드와 맞서 싸우지 않으면 이 벙커에서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벙커를 하나씩 품고 산다.
그곳은 어떤 위험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때 그곳으로 숨어버리면 안전하다. 문제가 나를 지나갈 때까지, 나를 절대로 헤칠 수 없게 문을 꽁꽁 걸어 잠그면 된다. 하지만 벙커를 나올 때는 바깥에서 날 꺼내주길 기다려선 안 된다. 스스로 나가기를 원치 않으면 이 벙커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 지하 벙커를 나온다는 것은 끔찍한 현실의 위험을 마주해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하지만 사실 정말 무서운 것은 바깥의 위험이 아니라, 모든 위험으로부터 숨으라고 유혹하는 벙커 안의 나 자신이다. 미셸은 자신을 구석으로 내몰던 스스로를 집어던지고 결국 벙커 바깥으로 나선 것이다.
갈림길에 선 미셸은 편히 쉴 수 있는 피난처인 배턴 루지와 전쟁 지원자를 구하는 휴스턴에서 결국 전쟁터를 택한다. 내면의 자신을 이겨냈기 때문에, 피하고 숨고 외면하기보다는 들이받아보자는 결정도 할 수 있었다. 결연한 표정으로 차를 돌린 미셸은 이제 학대당하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소녀가 아니다. 앞으로 나서서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이 지점에서 얼마 전 리뷰했던 [글리치]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된다. 전개 방식과 소재까지도 모두 흡사하지만, 단언컨대 [클로버필드 10번지]가 훨씬 더 나은 결말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하 벙커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인물의 진정한 성장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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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찬 상영중] 보헤미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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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악기들이 존재한다. 그 악기들을 다루는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그리는 연주가의 청사진을 안고 잠이 들었거나, 들 것이다. 무수한 가수들이 저마다 고유한 음색으로 세상을 칠하고자 성대(聲帶)의 고난을 견뎠거나, 견딜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꿈'이 그러하듯이 뮤지션이라는 꿈의 표면도 미끄덩하다. 꿈의 토대 위에 바로 서고자 아무리 치열하게 노력해도 번번이 넘어지기 일쑤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녹아내리기 십상이다. 마침내 누구나 인정할만한, 혹은 최소한 해당 분야 종사자들은 엄지를 치켜세울 결과물을 얻었다고 해도 세속적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모두 뛰어난 뮤지션은 그만큼 희귀한 보석이다. 하물며 자신의 유산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며, 꾸준히 음악적 실험을 추구하는 뮤지션이라면? '인피니트 스톤'이라고 할만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밴드 퀸(Queen)과 밴드의 리드 싱어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재현(representation)'한다. 음악영화이자 전기영화인 셈이다. 음악영화로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추구했던 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냉소적인 영국식 유머를 주고받고, 때로는 음악적 견해의 차이 때문에 티격태격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늘 '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과 희열을 선사한다.
퀸의 수많은 히트곡 중 하필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 영화의 제목으로 채택된 이유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다른 어떤 노래보다도 당대의 조류를 거슬렀기 때문일 것이다. 라디오를 활용한 곡 프로모션이 성공의 절대 반지였던 당시에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6분짜리 대곡,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에도 나오듯이 이 곡은 발매 초기 평론가들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 "프레디 머큐리가 작사/작곡한 이 곡은 아카펠라, 발라드, 오페라, 하드 록 등 전혀 다른 장르들을 조합한 실험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퀸이 세계적인 밴드의 반열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위키백과 'Bohemian Rhapsody' 항목에서 인용)
전기영화로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묘사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는 실제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영화 자체의 기승전결을 위해 허구의 사건과 인물을 추가하고, 실제 일어난 사건의 시간적 순서를 영화적 흐름에 맞게 재구성하기도 했다. '재현'은 있는 그대로의 '복제'가 아니므로 과하지 않은 수준의 각색이라면 납득할만하다.
특정 인물의 전기영화는 주연배우가 실존 인물의 외양과 행동을 얼마나 잘 따라 했는지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레미 말렉만 소위 '싱크로율 대박'인 것이 아니다. 퀸의 메인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로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귈림 리, 드러머였던 로저 테일러로 분한 벤 하디, 그리고 베이시스트 존 디콘(디키)을 연기한 조셉 마젤로 등 모든 주연 배우들이 퀸을 충실히 재현했다.
이 영화는 결말부에 등장하는 'LIVE AID' 공연의 벅찬 감동을 위해 수미상관의 구조를 채택했다. 긴장한 채 'LIVE AID'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으로 시작된 영화는 'LIVE AID' 공연이 끝나는 동시에 마무리된다. 'LIVE AID' 무대에 오르는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퀸의 멤버들이, 특히 프레디 머큐리가 공연장 안과 밖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몰랐다면 마지막 공연의 감흥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악기가 특정한 음(音)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진동해야 한다. 인산인해를 이룬 관객들을 바라보는 동안 프레디 머큐리의 눈동자는 얼마나 많이 떨렸을까. 그런 그의 눈동자는 또 다른 악기가 되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대표곡 '라디오 가가(Radio Ga Ga)'의 가사 "Radio, someone still loves you"가 아니라 "Everyone still loves you, Freddie fxxxing Mercury."라고 노래한다.
'프레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Mercury)'처럼 뜨겁게 살다 간 한 뮤지션을 위한 열렬한 헌사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태혁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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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리뷰
언제까지 이 일을 좋아할 수 있을까? 이따금 그런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열정으로 격앙된 목소리를 들을 때나 해맑은 눈으로 열렬히 몰두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유독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어?'라는 말을 속으로 애써 삼킨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때때로 이런 무례한 발상으로 빚어져 튀어나온다. 우리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싫어하고 불분명한 이유로 좋아한다. 불분명한 이유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호감의 정체는 희미하고 파악하기가 어렵다. 싫어하는 건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좋아하는 건 오직 주관적인 평가만 가능하다. 옆에 서서는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슬프고 기쁘고 노여워하고 때때로 즐겁다.
나는 살면서 두 번 친구한테 '그걸 왜 좋아하냐'는 말을 건넨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표현이 날카로웠다는 사실보다 머릿속으로 필터링되지 않은 말이 나갔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내뱉는 순간 '실수다' 싶을 때가 있는데 두 번의 순간 모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종류의 말실수는 정말이지 고통스럽다. 무심코 내뱉었기 때문에 사과의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그렇기 때문에 반복해서 그 순간을 곱씹으며 후회한다. 내 생각과 다른 말이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더욱 후회스럽다. 취향에 공감할 수 없어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열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어떤 취미든 그렇게 열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편이니까. 주관적으로 좋아하는 정도와는 별개로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또래 집단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진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도 내부 사회에서의 계급은 결코 수평적이지 않다. 학생이라는 신분에서는 복장과 같은 표현의 한계가 발생하니 학급 내부적으로는 철저하게 파가 나뉘고 계급이 결정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키리시마는 전교의 학생들이 관심 갖는 스타다. 학교 최고의 인기인이자 배구부 주장, 학교 피라미드의 꼭대기층. 그런 학생이 한순간에 동아리를 그만두고 학교를 나오지 않자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는 학교 최고의 인기인이 사라졌다는 사건보다 역할극의 민낯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다. 키리시마는 모두에게 사랑받지만 그 누구도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사라진 이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키리시마의 부재는 학교 전체로 퍼져나간다. 그의 친구들과 여자친구, 동아리 부원들, 같은 반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키리시마가 속해있던 배구부에선 특히나 파장이 컸다. 앞으로도 시합이 남아있었고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했으니까. 리베로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대타 리베로가 생겼지만 믿을 수 없다. 그는 키리시마가 아니니까. 동아리는 취향의 결정체다. 같은 뜻으로 뭉쳤기 때문에 그 안에선 자연스럽게 그들은 서로를 묶어 하나라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같은 활동을 한다는 것 말고는 공통분모가 없을 수도 있다. 예컨대 운동부라면 팀의 성적과 별개로 개인의 목표치가 다를 수 있으니까. 누군가는 입상이 목표인가 하면 누군가는 그저 부활동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좋아한다'는 감상에 따라붙는 감상이 다채롭다. 행동을 속이기란 어렵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으면 그 시선을 따라가 보면 된다. 좋아하면 보게 된다. 들키고 싶지 않으면 힐끔힐끔, 티 내고 싶으면 가깝게 붙어서 보고 그보다 더 좋아하면 아예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둔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 위해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 영화 내내 학생들이 서로 무엇을 보는지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면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이 보인다. 마에다처럼 카메라 렌즈 속으로 숨으면 그 마음이 티가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명확해진다. 타인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려는 노력, 애정이나 경외감, 도달하지 못하는 목표치에 대한 슬픔과 화. 그 엇갈리는 눈빛과 외면하는 시선으로 갈등이 드러난다.
보통 아마추어라 하면 비전문가에 숙련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 이유는 대개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활용되는 방식이 돈을 받고 일하는 전문가인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와 대치되는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돈을 받을 정도가 되면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실력의 수준과는 별개로 그 자체가 인증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라는 말에는 애정이 들어가 있다. 단어에 사랑이 담겨있고 그 뜻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협상해야 할 때가 생긴다. 좋아하는 마음의 유효기간은 꼭 내적인 이유만이 원인이 되진 않는다. 버티고 버티다 밀려나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일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니까. 용단을 내려야만 한다.
'싸우자 이곳이 우리들의 세계다.
우리들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야만 하니까.'
깊게 한 우물을 팠던 사람들을 이곳저곳에서 보고 나서부터는 무슨 일이든 좋아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잘하지 않으면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데에는 정도가 없는데 좋아하는 걸 선보이고자 하는 마음에는 정도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주변 시선에서 자유롭게 좋아하는 일 자체를 몰두할 수 있는 기간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길지가 않다. 한껏 좋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해지지 않을 필요가 있다. 각자가 그 마음에 들인 시간을 알 수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그렇게 좋아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으니까. 비록 겉으로 보기에 비효율적이고 괴상망측하고 고집스러운 일처럼 보임에도 그래야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듯이 내가 알 수 없는 그 시간을 존중해야 하니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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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 위의 거북이와 바다 위의 용
영화 한산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속 명량을 이은 두 번째 작품이며, 작중 시기 상으로 보았을 때는 한산도 대첩 이전부터 당일까지를 그리는 명량의 프리퀄 작품이다. 영화를 직접 보기 전 여러 평가들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공통된 의견은 전작인 명량의 단점을 개선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직접 영화를 보게 된 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명량이라는 영화의 단점을 고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꽤 존재하는 영화라고 느껴졌다. (이후 스포일러)
영화가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된 시점에 관람하게 되었는데,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VOD 포함 4번이나 봤던 시기이다 보니 박해일 배우님을 너무 자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화가 시작된 후 초반부에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캐스팅이 대단하다!'였다. 우선 실제 역사 속에서도 조선 수군의 암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원균 역을 손현주 배우님이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고, 향도 역으로 나오는 안성기 배우님이 등장하셨을 때도 놀랐다. 이외에도 왜군 역으로 등장하는 변요한 배우님, 김성균 배우님 등등 반갑게? 느껴지는 배우님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다만 연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작중 등장하는 왜군들의 일본어는 거의 '한본어'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나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배우님이 휘하 장수 이름을 부를 때는 한국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일본인이 아니다 보니 그런 부분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았고, 카리스마 있는 표정 연기나 몸을 쓰는 방식 등은 자연스럽고 멋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박해일 배우님의 연기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공존하고 있다. 사실 헤어질 결심 속 연기에 너무 압도되어 많은 기대를 한 것도 있지만, 정말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산 속 박해일 배우님의 연기는 이순신 장군을 많은 고뇌를 가진 인물로 묘사하지만 고뇌의 내용에 대해 관객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우선 이순신 장군님 본인께서 과묵한 인물이었던 것에 대한 고증이 있을 것이고 다음으로 그의 침착하고 치밀한 지략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영화를 후반까지 보게 되면 부관들의 실수나 재촉에도 불구하고 99%가 아닌 100% 확률의 승리를 위해 인내하고 인내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적을 끌어내리는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뇌와 고통을 겪어야 했을 텐데, 문제는 이 영화 속에서 관객이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박해일 배우의 표정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임진왜란 시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 어차피 아니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영화적인 재해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부관들의 질문이나 요청 중 50%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 장군의 모습을 보면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따라서 감정을 절제하는 장군으로서의 면모는 탁월하게 묘사되었으나 영화 속 주인공으로만 생각하고 연기를 보았을 때는 아쉽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초반부 1시간가량의 전개가 지루하다고 느껴졌고 각 장면 속 사건들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주변인들과 대화를 해 봐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정말 나의 주관적인 감상인 것 같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조선군과 왜군 두 진영에서 의견 차이나 새로운 작전 등이 계속 벌어지지만 모든 이야기가 유려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몰입 없이 전반부를 지루하게 감상했다. 또한 전작인 명량보다는 훨씬 덜할지 몰라도, 여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차가운 사극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대용이 거북선의 개량 버전을 만들어 이순신 장군을 울며 설득하는 장면이나 의병장 황박이 준사에게 하는 대사 등은 '냉철한 지략가인 이순신 장군'이라는 영화의 중심축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작중 이순신 장군의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정말 울림이 있는 대사와 이어지는 장면이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때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박해일 배우님이 인조로 출연한 '남한산성'같은 영화가 더 재밌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들만 너무 길게 쓴 것 같긴 한데,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역시 확실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작인 명량에서 개선되었다고 느낀 점은 악역(?)인 와키자카에 대한 묘사이다. 전작의 왜군 장수에 비해 훨씬 지력과 통찰력이 있는 인물로 그려졌으며, 이는 결말을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영화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역사 속 와키자카의 모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거북선에 대해 파악하는 것, 해상에서 매복하여 작전을 펼치는 것, 조선 수군에게 절대 먼저 접근하지 않으려 하는 점 등은 '한산도 대첩'이라는 영화의 배경을 뻔하지 않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영화의 제일 훌륭한 점은 역시 해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육지전을 묘사한 국내 영화 중에 '고지전'이라는 훌륭한 영화가 있다면, 해전에 있어서는 명량과 한산이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안갯속에서 적은 수의 배로 상대를 유인하는 조선 수군의 모습, 우리의 바다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사실에 기반해 적군을 농락하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학익진으로 바다 위의 성을 만들어 적을 궤멸시키는 모습은 지루했던 전반부를 잊게 만들 정도로 큰 쾌감을 선사했다. 거북선에 대한 압도적인 묘사도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중 왜군은 거북선을 보고 '복카이센'이라는 표현을 쓰며 두려워하는데, 영화 속 거북선의 모습을 보니 정말 그 시절에 해전 중 저런 적선을 맞닥뜨리게 될 경우 누구나 다리가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 적들 속에 홀로 들어가 무쌍을 찍는 개량된 거북선의 성능을 보고 있자니 앞서 언급했던 나대용의 눈물까지 설명되는 듯한....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는 후반부를 위해 기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반부의 해전만으로도 티켓 값은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남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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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 스토리 해설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2]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매트릭스4 #매트릭스4예고편 #매트릭스_리저렉션《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 예고편 리뷰
+ 매트릭스1,매트릭스2,매트릭스3 결말포함
+ 매트릭스 스토리 해설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2]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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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테랑2> 티저 예고편
THE 찐해진 [베테랑2] 티저 예고편 공개🔥 오라... 황정민 X 정해인이 말아주는 베테랑표 액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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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벤느망> 30초 예고편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모두가 그녀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하지만... 모든 걸 각오한 스물셋 대학생 '안'. 그녀의 이야기를 3월 10일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 〈레벤느망〉 3월 10일 극장 대개봉 수입·공동배급 | (주)왓챠 배급 | (주)영화특별시S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