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혜경2021-10-19 12:00:17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리뷰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2021)

 

개봉일 : 2021.10.20. (한국 기준)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맷 데이먼아담 드라이버조디 코머벤 애플렉, 해리엇 월터

 

숨겨진 진실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프로메테우스>, <마션>, <바디 오브 라이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맷 데이먼아담 드라이버조디 코머벤 애플렉 등 짱짱한 배우 라인업을 보고 개봉날만을 기다린 영화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이하 편의상 <라스트 듀얼>과 혼용 표기)

 

<마션>에 이은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맷 데이먼의 만남그리고 <스타워즈>를 통해 아주 자연스레 스며들어 버린 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최근 <프리가이>로 눈에 들어온 조디 코머, <나를 찾아줘>를 통해 알게 된항상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배우 벤 애플렉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라니그것도 시대극?! 얼마나 멋진 작품이 나올까 잔뜩 기대했다.

 

 

 

 

<듄>과 <베놈같은 대중적이고 커다란 작품들에 밀려 개봉 전부터 상영관 배정이 많이 부족해 보여 크고 좋은 관에서 보긴 그른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들기에 개봉 전에라도 미리 보자며 프리미어 상영을 다녀왔다심지어 <라스트 듀얼>을 보려고 평소 팔자에도 없던 중세 시대와 봉건 제도에 대해 나름 공부까지 하고 갔다. (이 부분은 이동진 평론가님의 영상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라스트 듀얼>은 근세(1500)가 시작되기 전, 1000년 정도에 이른아주 길었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극 중 배경은 중세 시대 중에서도 유럽에 창궐한 흑사병이 진정된 지 얼마 안 된 혼란한 시기였으며그 혼란함을 추스를 후세를 낳기 위해 주인공인 장이 두 번째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장의 두 번째 아내 마르그리트가 장의 절친 자크에게 겁탈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영주와 왕은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각자의 억울함과 분노를 표하던 장과 자크는 마지막 재판 방법인 결투 재판을 신청하게 된다.

 

잘잘못을 따질 수 없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됐던 결투 재판은 재판장에서 내리지 못한 결론을 하늘이 내려줄 거라, 하늘이 선한 자를 살려줄 거라 믿으며 둘 중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재판이다말이 좋아 재판이지 사실 야만적이고 처절한 결투 그 이상그 이하도 아니다.

 

지배계급 사이의 주종 관계가 확연하게 정립되는 봉건 제도가 있던 시기이자 하늘과 신의 존재를 받들며 온 국민에게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던 그 시기에 전투 재판은 하늘의 뜻을 묻는 정당한 재판에 속했다.

 

영화의 제목이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인 이유는 영화 속 인물들이 벌이는 결투가 실제 프랑스에서 행해진 마지막 전투 재판이기 때문이다봉건 제도의 몰락과 왕권의 확립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믿음에 앞서 합리적인 부분을 먼저 찾기 시작한 사회와 인식의 변화와 일어나기 시작했고지독하게 처절했던 이 마지막 결투의 영향으로 전투 재판 제도는 사라졌다고 한다. <라스트 듀얼>은 마지막 전투 재판의 기록을 인용한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라스트 듀얼>은 야만적이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권력과 자존심 다툼을 하는 두 남성의 까칠한 민낯을 보여주며 그 사이에서 용기를 내 무고함을 소리치는 여성의 시선을 함께 담아낸다겉으로 보면 한 여성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두 남성의 운명을 건 마지막 싸움 정도의 느낌이지만영화가 보여주는 실상은 다르다.

 

영화는 장, 자크 두 남성의 시선과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으로 나눠 진행된다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아내는 남편의 재산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상이 박혀있던 그 시기에 살아온 장과 자크는 마르그리트를 지키거나 그녀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결투 재판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나의 소유물을 건든 자를나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자를 심판하기 위해 나의 운명을내 소유물인 아내의 운명을 함께 건 것이다아내는 물론 선택권이 없다.

 

 

 

 

하나의 사건을 둔 세 사람의 시선은 모두 다르다. 특히 유일한 여성인 마르그리트의 시선은 이 사건을 다르게 보고 있다영화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통해 그 시절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잔인할 만큼 투명하게 보여준다.

 

불합리와 야만의 시대에서 여성은 아내의 도리를 다해야 했고, 집안에 틀어박혀 식모 살이와 온갖 수모를 견뎌야 했고아이를 잉태하는 수단에 불과한 취급을 받아야 했다모든 여성들이 포기하며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마르그리트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남편 장에게 호소한다.

 

나는 마르그리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마르그리트를 보며 올해 7월에 개봉했던 <오필리아>의 주인공오필리아가 떠오르기도 했다남성이 절대적이었던 사회에서 일어난 남성들의 권력 싸움과 여러 사건 뒤에 묻혀있던 여성 주인공그리고 그들의 시선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담아낸 두 영화의 모습이 얼핏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 개의 시선에 따라 정의롭던 사람이 강압적인 사람으로 변하고, 희대의 바람둥이가 순수한 사랑에 미쳐버린 청년으로 변하고무고한 여성의 외침이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사건의 진실은 신이 내려줄 수 있는 것인가왜 여성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는 건 남성뿐인가그리고 무고함에 박수받는 것 또한 왜 남성인 것인가마르그리트의 시선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속이 답답할 정도로 불편했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다. 중세 시대를 충실하게 복원해낸 세트와 의상미술,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그 긴 시간마저도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관객을 끌어당기는 배우들의 힘그리고 각자의 시선을 따라 조금씩 비틀어낸 카메라의 시선같은 사건을 3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같은 시간을 3번 반복해 보는 일인데그럼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던 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라스트 듀얼>이라는 영화의 제목만 보고 중세 시대의 웅장한 전투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지만개인적으론 인물들의 위엄을 보여주는 짧은 전투 장면과 두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마지막 결투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두 사람의 결투는 충분히 처절했고단시간에 나를 압도했다하지만 그 결투 뒤에 숨겨진 진실들은 끝까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라스트 듀얼 시놉시스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 14세기 프랑스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는 남편 이 집을 비운 사이불시에 들이닥친 의 친구 자크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은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 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 결투에서 패할 경우, ‘마르그리트는 즉시 사형에 처해지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데… 단 한번의 결투가 세 사람의 운명을 가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하나의 사건과 세 개의 시선

 

세 사람을 둘러싼 사건은 여러 가지가 아닌 단 하나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보고 있다.

 

장은 영주의 눈에 든 자크가 목숨을 살려준 자신과의 우정을 배신하고 아첨을 반복하며 권력을 얻은 놈이라 생각한다. 장은 자크가 아내 마르그리트의 결혼 지참금이었던 땅을 빼앗고나아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던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며 무지향성으로 분노를 터트린다.

 

1장장의 시선으로 보면 자크는 분명 아첨꾼이자 배신자가 맞지만 자크의 시선으로 본 순간들은 사뭇 다르다자크가 난봉꾼인 건 맞지만그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리모주 전투에서 다른 병사들이 장의 뒤를 따르지 않을 때가장 먼저 장을 뒤따라가야 한다고 선봉에 선 사람은 자크였고자크는 영주에게 장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두둔한다자크는 권력을 얻으려고 영주와 함께 어울리긴 하지만꼭 장을 배신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성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 권력

 

하지만 막강한 권력 앞에서 두 인물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우정과 이성을 가볍게 내버린다. 장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옳음 따윈 없어. 사내들의 권력만 존재하는 거야.” 

 

장은 영주에게 인정받고, 좋은 땅을 받고본인 대신에 성을 물려받게 된 자크에게 분노와 열등감을 느낀다아버지의 성을 물려받기로 했던 진짜 주인은 나인데,. 나는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이 없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오가고 있는데기사 집안도 아니었던 친구 놈이 성에서 잘 놀고먹고 있다니앞서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입은 장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거다.

 

그래서 장은 자크를 이길 유일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버지처럼 기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전쟁을 끝마치고 영주에게 보고를 하러 간 자리에서 장은 자신을 가볍게 부르는 자크에게 자신은 이제 기사니 존칭(Sir)을 하라고 명령한다자크는 공격적으로 나오는 장을 이해할 수 없지만 우선 그가 기사인 것은 맞으니 존칭을 붙여 대답한다.

 

기사가 되어 존칭을 받음으로써 이제 자크를 이긴 걸까 싶었는데, 장이 다시 분노할 일이 생긴다자크가 자신의 아내 마르그리트를 겁탈한 것이다아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나의 후세를 낳아줄 값진 암말나의 소유물을 말이다장은 마르그리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자크를 벌하는 것에 더 열을 내며 마지막 전투 재판까지 참여한다마르그리트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장이 결투에서 지면 화형에 처해질 운명을 부여받고두 남성이 자유롭게 칼을 휘두를 동안 발목이 묶인 채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본다남성들의 권력싸움 앞에서 여성이었던 마르그리트는 무력하게 묶여 그들의 싸움에 희생되고 있을 뿐이었다.

 

 

 

 

 

여성을 부조리한 시선으로 바라본 남성들

 

중세 시대 여성들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 사회적 지위가 없기에 남편 없이는 재판을 열 수 없었고여성은 무슨 일을 당하든 입을 열 수 없었으며 후세를 잇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또는 집안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다른 집안에 보내지는 뇌물 정도로 인식된다여성은 그저 남편남성의 권력과 욕망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자 소유물일 뿐이다.

 

영화의 초반, 장의 시선으로 본 장의 모습은 마치 아내를 아껴 재판까지 참여한 꽤 멀쩡한 남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마르그리트의 시선으로 본 장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으며 사건을 알게 된 순간엔 마치 자신의 물건을 뺏겨 화가 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아내가 상처 입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기보단 “나의 소유물을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감히 내거를 가져가려고 해?” 이런 마음과 비슷한 분노였다장은 마르그리트의 말을 듣자마자 그놈은 왜!”라고 소리치며 나의 소유물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는 듯 마르그리트를 침대에 눕힌다.

 

여성 편력이 굉장하다고 소문난 자크 또한 여성을 육욕의 대상으로만 인지한다. 그는 축하파티 자리에서 처음으로 본 마르그리트의 미모에 홀려 혼자만의 착각에 빠진다. 욕심내면 안된다는 부하의 말에 자크는 “나를 향한 저 눈빛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박하며 일방적이고 사랑사랑보단 폭력에 가까운 욕망을 키워간다자크는 재판장에 서서도 끝까지 그것은 강제적인 관계가 아니었으며 마르그리트 또한 자신을 사랑했다고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라고 소리친다.

 

거기에 얹어지는 남성 법조인들의 수치스러운 질문 퍼레이드를 보며 어이가 없다 못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이 시대는 대체 얼마나 야만적이고 지저분했던 걸까중세 시대라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위엄과 무게감 따위가 모두 사라져버리는 장면이었다.

 

 

 

 

우리에 갇힌 암말과 같은 여성의 지위

 

영화의 세 번째 시선, 드디어 마르그리트의 시선이다마르그리트는 국가적 배신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버지의 딸이다나름 돈도 많고 괜찮은 집안이었지만 배신자 딱지가 붙자 아무도 마르그리트의 집안과 연을 맺으려고 하지 않는다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마르그리트와 혼인을 약속한 건 바로 장이었다.

 

흑사병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장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 명성과 집안을 이어줄 후세를 낳는 일이었다. 장은 마르그리트 집안의 돈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마르그리트의 몸을 이용하기 위해 마르그리트를 아내로 맞이한다.

 

장은 수차례 관계 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마르그리트를 보며 첫 아내와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며 마르그리트를 압박한다. 장의 어머니 또한 아내의 의무를 다하라고여성은 겁탈을 당해도 아무 말 없이 집안에 있는 거라고 다그친다마르그리트의 친구 마리 또한 결혼의 무게감을 느끼며여성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사회가 말하는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희생한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던 여성, 마르그리트

 

마르그리트는 장이 꽁꽁 묶어둔 그의 번식용 값진 암말을 보며 자신 또한 그 암말의 존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고립된 상태로 살아온 마르그리트는 장이 긴 전투를 떠나고 스스로 집안일을 처리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새하얀 얼굴이 아닌 조금은 탄 얼굴, 하인인 알리스는 얼굴이 타지 않았냐고 묻는 마르그리트에게 얼굴에 색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죠.”라고 답한다스스로 일을 하고성과를 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마르그리트는 살아있는 사람이다남성들의 욕망을 채워줄 도구 따위가 아니다.

 

여성의 침묵의 대가는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뿐이고, 만일 침묵하지 않는다면 죽음을 감수해야 한다.

 

장도 친구 마리도, 마르그리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모두가 마르그리트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욕하며 자크의 편을 든다하지만 마르그리트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말한다장의 어머니는 자신도 겁탈을 당했지만 꾹 참고 견뎌 겨우 살아있다고재판을 진행하지 말라며 마르그리트를 말린다.

 

부조리한 일을 겪었음에도 여성은 침묵해야 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그저 살아갈 수 있는 찬스를 얻는 것뿐이다삶을 영위한다는 건 고귀한 일이지만여성은 그저 살아있을 뿐명예지위돈 같은 것들을 절대 탐할 수 없는 아이를 낳는 도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마르그리트가 침묵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마르그리트는 장과 자크의 결투 재판에 끼인 채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고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다그것도 자신의 손이 아닌 장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목숨을 반강제로 걸게 된다.

 

 

 

 

피 튀기는 마지막 결투

 

사실 점점 더 처절해져가는 결투를 보며 장과 자크 두 사람이 다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두 인물이 모두 미웠으니까하지만 발목이 묶인 채 결투를 지켜보는 마르그리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장을 조금은 응원했던 것 같다.

 

처음엔 말을 타고 꼿꼿한 자세로 시작된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처절하게 변한다. 장과 자크는 말의 죽음과 동시에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이내 괴성을 내며 무기를 휘두른다긴 창에서 도끼그리고 단검까지두 사람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싸움은 더 치열하고 본능적인 모양새로 바뀐다장과 자크두 사람은 본인의 권력을 위해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싸운다.

 

신의 손, 신의 심판인 결투 재판의 결과를 결정하는 건 결국 남성이었다.

 

신의 손, 신의 은총이라 불리는 결투 재판이지만 사실 결투 재판은 싸움을 하는 남성이 언제 지치느냐언제 죽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남성들에 의해 내려지는 이 재판은 사회에서 남성이 가진 절대적인 힘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만든다.

 

남성들의 힘이 모든 걸 결정하는 그 결투에 자신의 목숨마저 걸라니. 마르그리트는 장의 손에 자신의 목숨을 그대로 쥐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말한다.

 

“이게(아이를 낳는 것내 삶이었어요.”

“엄마에게 정의가 필요한 것보다 더,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해요.”

 

마르그리트는 이러한 재판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재판은 과연 누굴 위한 재판이며 이 재판이 말하는 거짓과 진실은 제대로 된 것이었을까?

 

장이 결투에서 승리하고 마르그리트의 발목에 묶여있던 족쇄가 풀리지만 세상은 여전히 마르그리트가 아닌 신의 재판에서 승리한 장에게 집중하고 박수를 보낸다. 누구도 마르그리트의 무고함엔 관심이 없다이게 바로 그 시대의 진정한 민낯인 걸까.

작성자 . 혜경

출처 . https://blog.naver.com/hkyung769/222541507429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