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2021-11-14 15:35:42
#이터널스 / Eternals, 2021
많아진 가짓수에 헤메는건 감독도 마찬가지!
배우 '마동석'의 별명 "마블리(Mavely)", 뜻은 강해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귀여운 이미지로 붙여진 별명이지만 발음은 "마블(MARVEL)"과 비슷한데요.
그런 '연관성(?)'에 곧장 새로운 마블 영화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은 들려왔는데, 이에 참여한 배우와 제작진들의 이름들을 듣자니 입을 쉬이 닫히지가 않습니다.
"앤젤리나 졸리"를 시작으로 "리타드 메든 - 쿠마일 난지아니 - 셀마 헤이엑 - 젬마 찬 - 베리 케오칸", 그리고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 - 작품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까지 한국 영화 팬들뿐만 아니라 마블 그리고 씨네필들까지 모두가 궁금했을 겁니다.
그렇게 공개된 <이터널스>의 성적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박스오피스 1위야, 사실상 예정된 결과이기에 궁금한 건 성적이었을 겁니다.
먼저, 국내에서는 21년 들어서면서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영화가 주말 관객수 100만명을 기록하게 된 첫 영화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상영 2주차로 접어든 현재 관객 수는 200만명을 넘기며 "역시, 마블이다"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미에서의 반응은 이와 다릅니다.
최소 8000만 달러에서 최대 1억 달러로 점쳤던 오프닝 성적은 7000만 달러에 그쳤고, 평가도 전문가 48%로 앞전 "아카데미 감독상 - 작품상"을 수상한 이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요.
'과연, 어떤 점들이 문제였는지?' - 영화 <이터널스>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구가 생기고, 그 안에 살아가는 인류가 생기던 그 시점에 생명체들을 먹고 살아가는 "데비안츠"들이 외계로부터 찾아오게 됩니다.
이에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셀레스티얼"은 지구의 인류를 "데비안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터널스"를 보냅니다.
그렇게, 지구를 지키는데 성공한 "이터널스"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이내 "데비안츠"의 부활과 함께 지구의 멸망이 일주일로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왜, 반응이 나쁘죠?
1. 신을 다루었다고, 영화가 완벽하지는 않아요.
영화 <이터널스>를 소개하는데 앞서, "마블" 혹은 "슈퍼 히어로"장르의 작품들을 보는데 특정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소한 이름과 함께 관객들에게 소개되는 '해당 캐릭터의 능력부터 어떻게 가졌으며, 또한 왜 영웅으로 변모하고 어떤 적과 마주하는지?'까지의 과정을 온전히 1명의 캐릭터가 풀어가는데도 132분(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분량)이 걸립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터널스>의 155분은 길어 보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마동석"분을 포함하고도 10명분의 소개를 해야 하기에 짧게 느껴집니다.
물론, 이를 시원시원한 전개로도 바라볼 수 있겠지만 하나의 장점에는 하나의 단점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신이 약골이군
으레, 이런 '멀티캐스팅'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의 매력을 나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해당 캐릭터들의 출연 당위성을 비롯하여 이끌어가야 하는 이야기의 개연성까지 성립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앤젤리나 졸리"라고 해도 그 분량을 보장받을 수가 없고, 이런 예상은 크게 다르지가 않았습니다.
영화 <이터널스>는 뭔가, 캐릭터의 깊이를 논하기에는 각자 매력들이 뚜렷해 관객들의 선택을 유도합니다.
특히, 캐릭터들마다 취하고 있는 입장의 차이도 있기에 분열하는 조직만큼이나 관객들도 다양한 스탠스를 취하게 됩니다.
2. 5개의 입장을 어떻게 풀 건데?
이에 일부 관객들은 이를 두고서, 이번 <이터널스>의 차별화 즉슨 고착화된 마블 영화의 새로운 변화로 볼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마블 영화"를 많이 봐왔던 관객들에게는 <이터널스>는 여전히 그들의 법칙에 굳혀진 작품입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대립을 취하는 구조는 이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한 번 다뤄진 구조입니다.
물론, 찬성과 반대의 <시빌 워>와 다르게 이번 <이터널스>는 각자 2명씩 짝을 이뤄 5명의 입장으로 가짓수를 늘려 관객들에게 폭넓은 선택을 취하게 하나 이는 전개에 있어 중요한 개연성을 빠트리게 만듭니다.
메뉴는 많아졌는데, 젓가락이 안가네?
앞서 언급한 <시빌 워>는 "슈퍼 히어로가 조치하는 행동들을 제한하는가?"에 찬반을 다루었고, 이에 조직이 와해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자 나온 솔로 영화에서 끝마친 소개와 설명도 있겠지만, 이 2개의 입장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에도 147분이나 걸렸습니다.
그렇기에 각자 솔로 영화도 없이 2개도 아닌 5개의 입장을 풀어야 하는 <이터널스>로서는 155분은 부족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걱정은 <이터널스>의 캐릭터들, 그리고 보여주는 방식에 엿보입니다.
3. 선택할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이터널스>에는 "플래시백"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 잘 쓴다면야 큰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는 이게 "플래시백"은 관객들에게 설명하는데 논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운다는 것입니다.
그 시간대에 놓인 캐릭터들의 모습을 통해서, 감정을 먼저 읽게 함으로 몰입하게 만들면서도 이야기를 늘리게 합니다.
물론, 이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10명의 캐릭터들의 입장 차를 소개하기에는 이보다 간결한 방법이 없거든요.
여기에 그들의 소개까지 하려면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후 "스프라이트"의 선택과 "킨고"의 불참, 그리고 악당으로 등장하는 "대장 데비안츠"의 대립도 여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먼저, 대장 데비안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이들을 직접적인 마찰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극 중 "흡수"라는 설정으로 비밀을 알고 있는 "에이잭"을 통해 "이터널스"와의 대립각을 세우는데, 이는 "악당을 세워야 하지만 설명할 분량은 없으니 이렇게 진행하자"라는 느낌이니 무미건조를 넘어 갖다 세워둔 느낌입니다.
여기에 "스프라이트"의 선택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갑작스레, 제안하니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4. 마블에게 이런 여유도 없었나?
무엇보다 캐릭터들의 죽음은 이야기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태나"와 "길가메시"의 관계에서 추후 "대장 데비안츠"의 대립까지 귀결되는 이야기의 연결 새는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가슴이 따라가는 공감은 이번 <이터널스>를 무리하게 1편으로 축약시킨 부작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음에도 "마블 영화"로 끝난 건 어른들의 속 사정이 빚어낸 해프닝이 아닌가 싶습니다.
- 1
- 200
- 13.1K
- 123
- 1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