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16 16:56:40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추천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추천 모음
지난 11월 12일, 모두가 기다리던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상륙을 하였습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그간 OTT 플랫폼에서 접하지 못하였던 작품들이 잔-뜩 모여있는데요.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같이 보러 가실까요?
D+ 로키(LOKI)
에피소드 총 6부작


영화 <어벤져스> 에서 수송중인 '로키'가 포털을 열고 사라지고, 이후 로키의 행방에 대해서 다룬 작품으로 평행 우주를 다룬 범죄 스릴러입니다. 마블 페이즈 4 드라마 중 유일하게 시즌 2가 확정된 드라마라고 합니다.
D+ 팔콘과 윈터 솔져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에피소드 총 6부작


팔콘과 윈터 솔져는 '타노스'의 핑거 스냅 이후 6개월 뒤의 시간을 다룬 작품으로 은퇴를 선언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은 샘은 책임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박물관에 방패를 기증하게 되는데, 미국 정부가 마음대로 '존 워커' 에게 방패를 주며 일어나는 스파이 버디 액션 물입니다.
D+ 완다 비전 (Wanda Vision)
에피소드 총 9부작


슈퍼히어로 완다와 비전이 마침내 결혼해 웨스트뷰라는 마을에 정착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만 언제부턴가 현재의 삶이 현실이 아니라고 의심하며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D+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시즌 1,2 총 16부작


스타워즈 실사판 스핀오프 드라마 <만달로리안>은 은하 내전이 끝난 후 제국군이 몰락하고 있는 시점을 배경으로 삼아 현상금 사냥꾼 '딘 자렌'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영화 - 액션,모험,판타지 ㅣ132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웁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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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병기 카터도 결국 구해내지 못한 영화
아닌 밤중에 잠 안 자고 글을 쓰고 있다. 잠이 안 온다. 사회복무요원 근무지에서 꾸벅꾸벅 졸면 되는 일이라 사실 그렇게까지 급하진 않은 것 같다. 뭔가를 볼까? 하다가 갑자기 어제 본 영화가 생각난다. 제목은 <카터>. <비상선언>이 나에겐 영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엔 괜찮을 거야 하며 재생 버튼을 누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몇 주 전 <그레이 맨>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넷플릭스 발 때리고 부수는 영화에 나름의 신뢰가 생겼다.
그렇게 도입부가 시작된다. 팬티 바람의 주원 배우가 보인다. 뭐지? 갑자기 몸 좋은 남자가 전화를 받더니 자기 몸 옆에 있는 핏자국에 놀란다. 그리고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단다. 그렇게 카터에 이입해서 어리둥절한 상황을 같이 느낀다. 갑자기 폭탄이 터진다. 엑스트라 중 한 명의 머리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 뭐야?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한국영화 스타일에 화들짝 놀라 '계속 봐야지'싶다. 그런데 이 호기심은 점점 안타까움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북햔 출신의 전직 CIA 요원이 있다. 싸움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 요원 카터는 정해진 임무에 따라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근데 미션의 결과와는 별개로 참 속상하게 됐다. 8월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터>로 가보자.
멀지 않은 미래
한국의 어느 도시. 지금 대한민국은 어수선하다. 왜?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름은 DMZ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타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치료제는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영화 초반부에 이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뉴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남한의 한 과학자가 발견한 바이러스 항체. 남북이 협력해서 치료제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무슨 이유엔가 여자아이가 실종됐다고 한다. 급박한 상황을 알려주는 뉴스를 뒤로하고 주인공 남자는 한 모텔의 침대에 누워 있다. 깨질 것 같은 두통과 함께 기상한다. 뭐지? 속옷 한 장만 달랑 입고 허리를 펴 일어나려는 찰나 총알이 TV에 박힌다. 주인공이 누워있던 침대 근처에 총기로 무장한 용병이 와르르 달려든다. 정병호 박사 어디 있어? 방금 TV에 나온 뉴스는 관객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목적이지 주인공 들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일어나서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을 묻는 상황에 이게 뭔가 싶었다. 주인공에게 보이는 건 핏자국이 군데군데 있다는 것이다.
귀신이 곡할 것 같은 상황. 맨발바닥에 피를 묻히며 잡생각에 빠질 찰나 전화가 울린다. 받는 주인공. 전화의 상대는 남자의 이름을 ‘카터’라고 설명한다. 전화 상대는 남자에게 뒤에 있는, 총기로 무장한 여자에게 전화를 바꿔달라고 말한다. 전화를 바꿨다. 그리고 폭탄이 터져 전화를 받은 이의 머리가 날아간다. 속옷만 입은 채로 옆 건물로 뛰어내린 카터. 귀에 들리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하다. 전화랑 상관없이 들리는 목소리에 여러 가지를 질문한다. 그리고 쏟아지는 대답에 카터는 경악한다. 뛰어내린 옆 건물에 있던 수많은 이들을 비롯해 엄청나게 많은 인원들이 자기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목소리가 들린다.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고, 위험천만한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카터는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DMZ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에서 남과 북 그리고 인류를 구해낼 수 있을까?
드라마 잘 안 봐요
난 드라마 잘 안 본다. 그래서 사실 요즘 핫한 배우들 잘 모른다. 넷플릭스 순위권이 아니면 웬만하면 재생하지 않는 나. 그 유명한 <비밀의 숲>이나 <나의 아저씨>도 보지 않았다. 이에 호응하듯 당연히 <굿 닥터>도 보지 않았다. <앨리스>와 <엽기적인 그녀>라는 드라마도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제빵왕 김탁구> 말고는 사실 주원 배우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예전에 <1박 2일>에 출연한 거? 그거 빼고는 배우 주원의 이미지가 별로 없다. 그래서 주원이란 사람이 뭔가 연기를 하는 것 자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상기한 <제빵왕 김탁구>도 출연한 사실만 알지 본방을 본 적은 없다). 근데 이 영화에서 정말 고생 많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몸 키우는 게 액션 영화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일단 그 몸도 예쁘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몸 쓰는 게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또 이 영화 액션 자체는 롱테이크 형식을 많이 쓰고 있어서 암기도 잘해놔야 한다. 떨어지고 부수고 쏘고를 2시간 동안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다치는 것도 많이 다쳤을 것 같다. 예전에 <굿 닥터>에서 좀 특별한 역을 맡아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들었던 것으로 아는데 내가 직접 그걸 확인할 수 있던 건 좋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은 게 뭘까? 바로 기존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주원 배우가 영화 필모그래피는 처참하던데 이 <카터>에서의 원맨쇼를 바탕으로 좋은 역할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올해 좋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다른 해 같으면 이름이 시상식에서 자주 불릴 텐데 올해가 워낙 죽음의 조라 이번 년에는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술 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주원 배우의 연기 하나는 정말 고생 많았고 박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묻히기엔 아까운 퍼포먼스였다.
칼 같은 여집합
얼마 전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그레이 맨>이 개봉했다. 여기도 조직의 비밀을 파헤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근데 이 <그레이 맨>은 최소한의 서사가 있다. '비밀 발견 - 비밀 파헤치고 - 흑막과 전투 - 엔딩'이라는 전형적인 소재긴 하지만 루소 형제는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액션을 사용한 셈이다. 이를 위해 크리스 에반스라는 배우를 섭외했고 그의 퍼포먼스는 영화의 톤을 만들어 주는 좋은 연기였다.
이 영화 역시 액션이 중요하다. 초반부 속옷만 입고 맨몸액션을 보여주는 주인공. 촬영이 롱테이크 형식이기 때문에 쉬는 것은 없다. 액션을 열심히 보여준다. 낫 비슷한 것으로 빌런들을 무찌른다. 와. 이걸 한다고? 촬영과 주원 배우의 열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피칠갑이 되는 카메라. 요리조리 흔들리며 카터의 처절한 싸움을 보여준다. 수십 명과 싸운 카터. 속옷만 입은 맨몸이었지만 왜일까 멀쩡하다. 이게 초반 20분 정도 되는 부분이다. 카터에게 과제가 있다. 바이러스의 전염병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아이를 구출하는 것이다. 그럼 혼자서는 안되니까 당연히 도와주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국정원과 접촉하는 카터. 그렇게 5분 대화한다. 그 5분 안에서 조용히 설명만 듣나? 아니다. 방해꾼들을 떨어트리는 장면이 몇 개 있다. 5분 대화하고 또 7분 정도 액션 신이 있다. 그러고 나서 또 주인공이 위기해 처한다. 대화하는 장면이긴 한데 총을 갖고 대화한다. 총을 갖고 대화하다가 도망가야 하니까 또 액션이 일어난다. 액션 하다가 지치면 멜로인지 드라마인지 모를 시퀀스가 있다. 근데 그 장면 중에서 갑자기 총을 맞는다. 보통 내가 아는 액션영화는 액션 비중이 엄청 높진 않았다. <범죄도시 2>나 <탑건 : 메버릭>만 봐도 전자는 강해상의 악랄함을 보여주는 시퀀스를 몇 개 넣었다. 후자는 아이스맨을 위시로 한 여러 인물 간의 이야기를 넣었다.
이렇게 서서히 쌓은 감정선을 부수고 난 후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위해 액션 신을 넣었다. 근데 이 영화는 다르다. 러닝타임 중 한 70%을 싸우는데 쓴다. 그래서 서사는 30분 정도 할당하나? 그래서 같은 내용을 1시간 30분 넘게 보려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아 또 싸워? 난 이야기 좀 보고 싶은데. 근데 그 막상 만들었던 이야기가 잘 만들었냐? 그것도 아니다. 일례로 주인공의 정체성과 관련된 갈등이 있다. 이거 빼도 서사에 아무 문제가 없다. 이게 무슨 긴장감을 주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어차피 러닝타임 거의 대부분이 액션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너무 큰 액션 비중 때문에 오히려 심심해 보인다. 인물끼리 대화하는 신을 볼 때마다 좀 방해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또 싸울 거면서 왜 대화하지? 갑자기 또 총알 날아들 것 아닌가? 형식의 간단명료함이 러닝타임을 지배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1/10으로 감소했다. 또 후반부에 주인공과 관련된 반전이 있다. 이 반전도 좀 많이 억지로 구겨 넣었다.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근데 왜 작위적으로 느껴질까? 생각해보면 액션 때문이다. 액션에서 어떤 장면을 넣어서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삐뚤빼뚤 엇갈린다. 이 외에도 거의 모든 게 다 불필요하다. 초반부 등장하는 마피아. CIA가 개입하는 이유. 굳이 넣어야 했던 남북관계까지. 바이러스라는 소재는 <테이큰>, <아저씨>와 비교하려고 넣었나?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인을 생각해보면 주객전도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런 식으로 영화의 많은 요소들이 액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극초반부를 제외한 나머지 러닝타임을 전속력으로 집어던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점도 아니야
근데 액션이 잘 뽑았다? 무작정 그렇다고도 볼 수 없다. 일단 초중반부에 오토바이 액션 신이 있다. 막 서로 쫓고 쫓기다가 어떤 사람의 오토바이가 폭발한다. 그럼 오토바이가 불타겠지? 오토바이가 불타면 주변 물질에 불이 붙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다르다. 옆의 그 어떤 것도 불에 그을리지 않는다. 또 카터가 오토바이 사이에 껴서 적을 상대하고 빌런들을 넘어트린다. 이때 오토바이 날아가는 형태가 CG 같다. 또 이 시퀀스에서 모든 인물이 다 검은색 옷을 입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구분도 안 된다. 촬영도 롱테이크 형식을 빌려왔다. 그러니까 카메라가 엄청 흔들린다. 그럼 액션이 보이지도 않아서 화려한 것만 눈에 보인다. 이 영화의 액션 신은 이런 것이다. 자세히 보면 장점이라곤 주원 배우의 열연만 남는 부분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 카터가 비행기를 타는 장면이 있다. 이 시퀀스의 모든 것은 신기할 정도다. 일단 이 시퀀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인과관계가 갑작스러운 건 다른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하자. 이 비행기엔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탑승한다. 그럼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외교란 게 있다. 만약 어떤 나라 사람이 다른 국가의 누군가를 죽인다. 근데 그걸 밑도 끝도 없이 연이어 죽인다. 난리가 난다. 근데 그 조금의 후폭풍을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총만 쏴댄다. 그리고 그 무작정 총만 쏴대고 조직을 배신하는 일을 사람들이 너무 쉽게 넘어가준다. 얘들은 목숨이 아깝지 않나? 너무 극단적인 것만 계속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렇게 영화를 보다가 비행기 아래로 떨어지는 시퀀스로 이동한다. 이 시퀀스는 모든 지점에서 CG 티가 난다. 하늘에 있는데 어쩜 그리 총을 잘 쏘는지, 떨어지는 속도 무시하고 총을 쏠 수나 있는지, 몸을 어떻게 저렇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는지, 저 높이에서 비행하고 살 수 있는지, 윤희는 과연 무슨 잘못인지 싶다. 떨어지는 인물들의 몸과 배경인 하늘이 안 맞는 건 둘째로 치고 나서라도 이 장면에 들어간 모든 부분이 이상하다. 이 지점에서 영화 창을 끄고 싶어질만큼.
고르지 못한 연출법
근데 그렇게 장면을 구상하다 못해 영화의 톤이 들쭉날쭉하기까지 하다. 일단 카메라가 엄청 흔들린다. 왜 흔든지 모르겠다. 근데 너무 흔들려서 사람에 따라 산만하다고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형식이 롱테이크 형식이다. 이거 롱테이크로 이야기 전개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장면 장면마다 이어 붙여도 영화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 <카터>는 그런 촬영기법을 고수하다 보니 일단 보는 것 자체가 어지럽다. 만약 극장에 걸렸다? 멀미 느끼는 분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 중간에 CIA 책임자로 나오는 배우 말고 대사 처리가 다 뭔가 안 맞는다. 일단 주인공 주원 배우 대사 처리하는 톤이 좀 이질감이 들었다. 이 배우 나오는 영상물 처음 보는데도 이질감이 느껴졌다. 목소리 톤에 쇳소리가 들어가니까 톤이 일정해서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 강했다. 눈빛이랑 액션은 좋은데 대사 치는 톤만 유달리 이상한 것이 안 그래도 많은 장점을 부각하기까지 한다. 주원 배우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배우들이 자주 나온다. 음.. 어.. 물어보고 싶다. 이 부분이 최선이었는지. 사실 외국인 배우만 뭔가 이상한 연기법을 갖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배우도 마찬가지다. 근데 외국인 배우들 중 쓸데없는 대사가 많았어서 그게 더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
극장에 걸렸으면
이 글을 쓰기 전에 과연 내가 솔직하게 할 말을 쓰는 게 맞나? 싶었다. 한 영화에는 많은 사람들의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 미술팀도 섭외 팀도 장소 로케이션 팀도 다들 고생해서 영화가 만들어진다. 물론 다들 고생 많으셨을 것이다. 근데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솔직히 올해의 한국영화 괴작 중 최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게 기대작 소리를 들었다면 주원 배우의 커리어에 영향이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물며 엔딩까지 이 영화는 과연 무엇을 위해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점이 있다. 특히 엔딩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안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엔딩까지 보면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 넷플릭스로 시원한 액션 보고 싶은 분들에겐 추천하고 싶다. 그 외의 분들에게는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넷플릭스로 보는 재미를 보여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렸다. 열연을 펼친 주원 배우와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 대신 정병길 감독은 이 영화와 관련된 혹평을 잘 딛고 일어나시길 기원한다. 액션 연출 포트폴리오라면 이 영화는 교보재가 될 뻔했다. 아무튼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렸다면 아찔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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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마지막 주 영화 한줄평] <아네트>
8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A24의 대작 <그린 나이트>의 언배시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린 나이트>를 보고 오신
'씨네랩' 연구원 분들의 한줄평, 한 번 확인해볼까요?
1. <그린 나이트>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다시 영화의 세계로 관객들을 불러모을
2021년 칸영화제 개막작 & 감독상 수상 <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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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트 호러 초심자를 위한 영화 5편
🩸 13일의 금요일 특집 컬트 호러 추천작, 몇 편까지 보셨나요?
다시 돌아온 13일의 금요일, 씨네필이라면 호러 영화 놓칠 수 없죠.겁 많은 당신도 볼 수 있는 쫄보 친화형 컬트 호러 영화 5편!
잔인함보단 B급 감성, 깜짝 놀람보단 웃픈 설정으로 승부 보는
입문자용 호러 영화 🎬👻
저장해두고 친구랑 같이 보자구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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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진일보가 아니다
6★/10★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어느 부유한 집안에 불운이 연달아 생긴다. 아버지, 아들, 손자에게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이어진다. 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곳은 무당의 자리다. 두 무당 화림과 봉길은 괴로워하는 가족에게 조상의 묫자리를 옮겨야 한다고 제안하고, 여기에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결합한다. 의뢰인 조상의 묫자리는 좀처럼 무덤이 있을 만한 곳으로 보이지 않는다. 화림, 봉길, 상덕, 영근은 이 일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이 첫 번째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영화가 자아내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감독이 이미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서 선보인 바 있는 능숙한 솜씨로 사건의 비밀을 향하는 여정을 채운다. ‘미신’으로 불리는 일에 종사하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감을 강화한다. 훌륭한 배우들이 나름대로 표현한 개별 캐릭터를 한국의 케이퍼 무비에서 본 능청스러운 호흡으로 엮어내 오컬트 장르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쉬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영화의 중반, 의뢰인 가족의 사연이 갈무리된 후 영화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하면서 영화는 고꾸라진다. 의뢰인 가족 조상의 관 아래에서 수직으로 박힌 거대한 관이 발견된다. 크기와 묻힌 방향 모두 기괴한 이 관은 말뚝의 형상이다. 묫자리는 한반도의 척추에 해당하는 곳이다. 때문에 관은 척추를 부러뜨리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관 속에 든 것이 일본 다이묘(무사)라는 것이 금세 밝혀진다. 의뢰인은 친일파로 고위 관료였는데, 다이묘의 관을 파헤치지 못하게 고위 관료의 관을 그 위에 덮어 위장한 것이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 지도가 호랑이 모양인지 토끼 모양인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누가 각각의 의견을 지지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민족의 가능성과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은 한반도를 도약하는 호랑이로, 민족의 기질을 유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것으로 본 사람들은 토끼로 보고자 했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영화의 대사는 이 영화가 전자의 관점을 취했다는 점을 알려준다. 요컨대 개인적 비극을 파헤쳐보니 민족의 비극이 보였고, 파묘를 통해 호랑이의 끊어진 척추를 되살려내 민족정기를 회복하자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는 완전한 실패로 보인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미스터리의 대상이 너무 빠르게 정체를 드러낸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대상의 정체가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오컬트 장르가 긴장감을 자아내는 핵심 장소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따르지 않고, 무당 일당이 어떻게 민족정기를 억누른 괴수를 퇴치할 것인지를 관객에게 몰입감을 유지하며 보여줘야 한다는 어려운 싸움에 자발적으로 뛰어든다. 장르 영화가 반드시 장르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오컬트 장르의 재미 요소를 부정하고 시작하는 건 영리한 선택이 아니다. 장르의 문법을 넘어설 만한 분명한 장점이 있는 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파묘〉가 후반부에서 선보인 도전은 전반부와 달리 참을 수 없이 지루했다.
두 번째는 감독이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서 보여준 치밀하고 깊이 있는 윤리 의식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던지는 두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검은 사제들〉, 영생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착취해야 한다면 그 존재가 불사의 존재라도 ‘신’일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사바하〉와 달리, 〈파묘〉에는 우리가 일상으로 끌어올 만한 윤리적 고민이 없다. 그저 우리 민족을 억누른 일제와 그에 동조한 친일파를 처단해야만 한다는 당위와 그 당위가 달성됐을 때의 통쾌함만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 케이퍼 무비의 능숙한 호흡과 더불어, 더 많은 관객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소재를 영화에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는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오컬트 장르를 크리처물로 바꾸고, 민족 감정으로 지금껏 감독이 던져온 윤리적 화두를 대체한 결과가 과연 얼마나 의미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모든 걸 ‘의도하고 밀어붙였다’*는 감독의 말은 아리송하다. 지금껏 보아온 그의 뚝심이 이 작품에서는 적당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데만 쓰인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릴 테지만.
*https://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2402260903003&sec_id=54040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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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잡하고 우아한 사랑에 대한 고찰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Les choses qu'on dit, les choses qu'on fait, Love Affair(s))
개봉일 : 2021.11.11. (한국 기준)
감독 : 엠마누엘 무레
출연 : 카멜리아 조다나, 니엘스 슈나이더, 빈센트 맥케인, 에밀리 드켄, 귀욤 고익스
난잡하고 우아한 사랑에 대한 고찰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까? 배려는 곧 사랑일까. 배려보다 앞서는 소유욕 또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말한다면 어떠한 이유로 사랑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랑에 과연 답이 있을까?
사랑이 어그러지는 순간, 사랑에 걸려 무너지는 순간. 또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을 겹겹이 쌓아올리며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성과 색감, 그를 더욱 빛내주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그리고 모든 것을 고고하게 감싸주는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퍽 매력적이다. 잔잔하고 조용한 시간 안에 맺혀버린 여러 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감정의 파고에 부딪히며 고뇌한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했던 이의 마음과 자신의 진짜 마음을 깨닫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나를 사랑했던가. 이 심도 있는 질문 아래 답을 내리지 못한 인물들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여러 감정을 담은 미소를 짓는다.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꽤 단순했다. '니엘스 슈나이더'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하트비트>와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통해 내 심장을 두드렸던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니. 나에겐 다소 낯선 이름들로 가득하더라도 그를 보기 위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니엘스 슈나이더뿐만이 아닌 새롭고 아름다운 얼굴들을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 받게 되었다.
특히 에밀리 드켄 배우의 연기가 눈에 들어왔었는데, 알고 보니 <로제타>의 주연을 맡은 배우였다. 내가 여러 번 보지 못해 잘 기억하지 못했을 뿐, 걸출한 연기력을 갖춘 멋진 배우였다. 씁쓸하게 식어버린 그녀의 표정에서 내가 평소에 믿었던 사랑의 본질을 진하게 느꼈다. 결국 희생을 감수해야 할 순간도 있다는, 그 쓰디쓴 본질을 말이다.
<러브 어페어>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두가 믿고 싶어 하는 달콤한 사랑의 향을 느끼기엔 어려움이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져 활활 타오르는 마음과 그 뒤에 널브러진 깨어진 조각들, 사랑에 대해 질문하고 소유를 포기하며 얻게 되는 가벼움, 그리고 100% 이해할 순 없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우습게 말하자면 끝없이 달리는 막장드라마, 진지하게 말하자면 난잡하고도 우아한 사랑의 드라마라고 정의하고 싶다.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시놉시스
네 이야기를 들려줘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소설가를 꿈꾸는 막심은 시골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촌 형의 여자친구 다프네에게 자신의 복잡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막심의 이야기를 듣던 다프네 역시 남몰래 간직했던 자신의 연애담을 슬그머니 꺼내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남편 프랑수아가 출장을 가고 다프네 혼자 남은 집에 프랑수아의 사촌 막심이 도착한다. 막연한 꿈과 사랑의 상처를 안고 도착한 막심은 다프네의 부드러운 말씨에 마음을 열고 지나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안될 이유를 충분히 알면서도 이겨낼 수 없는 사랑을 했던 막심과 관심사, 감정으로 사랑을 만들어온 다프네. 새로운 이끌림을 따라 루이즈를 떠난 프랑수아, 사랑을 위해 소유를 포기한 루이즈. 이들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이끌리고, 버림받고 또다시 사랑한다. 지금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지금 느껴지는 사랑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되기라도 하듯이.
"근데 사랑에 규칙이란 게 있을까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사랑이다. 딱 정의할 수 없듯이, 이들이 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륜으로 엮인 사랑, 그것도 막장 불륜인데.. 그를 가만히 앉아 지켜볼 수 있었던 건, 이게 '남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역시 이런 사랑 이야기는 멀리서 듣는 게 가장 재밌다.
사실 유교걸의 시선에 이들이 이어가는 사랑은 그다지 아름답진 않다. 그럼에도 불쾌감보다는 옅은 호기심을 느꼈다는 건 그만큼 인물들의 감정을 적절히 담아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규칙은 없지만 사랑이란 감정 하나에 기대 그렇게 2시간이 흘러간다. 누군가는 사랑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하는 모든 것이 즉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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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기억, 기록, 기억
우리 모두가 너무 다른 것 같아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인류는 비슷한 보폭을 맞추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 과테말라에 대해 아는 건 마림바와 향기로운 커피밖에 없던 내가, 과테말라의 젊은 감독이 만든 <스파이의 침묵>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때처럼. 이 영화는 <액트 오브 킬링>을 처음 보았을 때 못지않은 충격으로 내게 강렬하게 남았다.
영화는 한 노인이 법정에 들어서면서 시작한다. 비쩍 말랐고 거동이 불편하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형형하다. 노인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감독에게 촬영을 부탁해 둔 자리에서, 반인륜 범죄에 대해 내부에서 목격한 유일한 증인으로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이게 생의 마지막 증언이 될 것을 알았기에 촬영을 부탁했던 것일까? 증언 2주 후 그는 세상을 떠난다.
그는 젊어서 기자였다가, 내부무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가 일하는 정부는 국민을 학살하는 정부였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정부라 부를 수 있는가? 불행히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과테말라 내전"이라 부르는 1970년부터의 36년. 내전이라는 말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말의 온도를 지나치게 낮춰 놓은 것이 아닌지.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 뿌리에는 돈이 있다. 미국 유수의 기업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토지를 대부분 소유한 상황에서, 좌파와 빈민, 토착민들의 사회적 불만이 쌓여 반군으로 조직되었다. 군사독재자를 필두로 한 과테말라 정부는 공식 군대 외에 특수군을 창설했다. 이들의 역할은 "반사회적" 인물 제거. 수많은 사람들이 납치와 살해를 당했다. 토착민들이 사는 산간지역이 토벌되고, 바른말을 하던 언론인들도 실종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정확하게 살해와 도륙의 의도를 갖고 진행되었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이자,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 당시 내무부에서 일하던 사람, 엘리아스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말하자면 스파이였다. 군부독재 정부의 학살에 반대하는 사람임을 숨기고 들어가서, 필요한 정보를 취해 전달했다. 곧 살해당할 사람을 미리 파악하고 피신시키는 일도 있었다. 정보를 얻고 전달하는 과정은 철저하게 익명성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루어져야 했다.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고 짓밟으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농담을 웃어넘겨야 하는 자리에서, 그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스스로를 "두더지 견습생"이라 부르면서.
때로는 잘했다 싶은 일이 있어도 거울 속 자신 외에는 함께 기뻐할 사람이 없고, 자신이 느끼는 압박감이나 괴로움을 토로할 상대도 많지 않았다. 아무도 믿지 않는 것. 모든 것을 철저하게 의심하는 것. 단지 침묵하는 것. 군부독재 사회에서 사는 사람, 특히 스파이로 사는 사람에겐 제1의 생존 원칙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 본인도 아버지가 독재 정권을 피해 망명 생활을 했다고 한다. 법정 증언을 촬영할 때까지도 이를 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지만, 관련 자료를 좇는 과정에서 점차 이 촬영은 영화로 발전해 간다. 1915년이나 1920년 영상도 남아있는 기록보관소에 1970년대 영상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언제나 증거를 파기하고 역사의 망각을 기다린다.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은 기록의 부재에 절망하는 대신, 그 부재마저 기록의 소재로 되살려냈다. 용기와 성실함으로 촘촘하게 채운 결과물이 이 영화다. 당시 엘리아스와 함께 했던 동료들의, 그때 살해당한 언론인의 자식의, 기록자료원 직원의 인터뷰를 차곡차곡 담는다. 끌려가는 사람들이, 항쟁을 외치는 사람들이, 생존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거기 남아 있다.
목숨을 걸고 남기는 작은 마크들. 사력을 다해 남기고 또 없애야 했던 정보의 조각들. 당시 엘리아스가 전달했던 정보도 그랬지만, 지금 카메라 앞에 인터뷰하는 사람들 또한 있는 힘껏 증언하고 있다. 가끔 갱단이 한 짓으로 보도되지만 실상은 그들의 소행이 아닌, "기억하고 지켜보는" 자들의 소행이 여전히 있다고 말을 아낀다. 여전히 익명으로 처리해야 안전한 이름들이 있는 것이다. 감독의 내레이션 또한 "여전히 죽음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라고 한다. 과테말라의 현대사에 무지한 사람이 들어도 위협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학살자가 여전히 살아있고, 21세기에도 목격되었으며, 도망자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나에게까지 생생한 현실적 공포로 와닿았다. 살아있다는 건, 내가 영화를 보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나타나는 것까지도 가능한 존재라는 뜻이니까. 이 공포는 아마도 과테말라와 무관한 내 것이라기보다는, 이 영화를 만들고 전하는 사람들이 느낀 공포가 전이된 것은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과테말라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절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내전"이라는, 한껏 톤을 낮춘, '학살'이라는 거친 단어를 감춘, 용어 선택 또한 그런 공포에 기인한 것일 테다. 당시 엘리아스의 기록에는 물론, 지금이 되어 과거를 회상하는 이들에게도 두려움이 생생하다. 그러나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싸웠다. 그렇게 공포 속에서도 침묵을 깨야 한다고, 엘리아스의 삶이, 또 나아가 이 영화가 말한다. 살아남아 증언하는 사람들이, 본인에게도 괴로운 기억을 필름으로 되감는 사람이, 기록하는 힘이 말한다.
도시 외곽에는 여전히 그 시절 총탄 흔적이 그대로 남은 차들이 쌓인 채로 녹슬어 썩어 가고 있다. 그 시절 사람들이 납치당하고, 고문당하고, 총에 맞고, 끌려갔던 곳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역사 속 녹슨 금속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파상풍 같은 아픔을 계속해서 남기고 있다. 기록이 하는 일은 아프더라도 그 자리를 되짚는 일이다. 우리가 여기 있었노라고. 여기 있다고. 도시에 고요하게 가려진 전쟁이, 침묵을 강요당하고 살해당한 사람들이 잊히지 않도록.
신념을 가지고 죽은 이를 기억한다. 신념을, 살리는 힘을, 서로를. 그 신념이 누군가에겐 기적이 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떤 나라를 사랑한다는 건, 그 나라의 명암을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 밝은 면뿐 아니라 어두운 시기가 끝내 아주 어둡게 끝나지 않도록 하는 어떤 힘을 사랑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테말라 현대사와 엘리아스라는 인물의 일대기에 경악하는 한편으로, 기억과 기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따금 "선명한 기억보다 흐릿한 연필 자국이 낫다" 같은 식의 말을 듣는다. 그럴 때 보면 기록은 기억의 반대편에 있는, 그래서 기억의 단점을 보완하는 도구인 듯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역사의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기억과 기록은 그렇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형태를 달리 하면서 몸피를 비트는, 거대하고 동일한 하나의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기억은 기록되고, 또 기록이 기억되는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이 몸피를 비틀 때마다 역사의 비늘은 다른 빛으로 빛난다. 살육에 대한 공포로 기억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침묵 뒤에,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들의 침묵이 있었음을. 나아가 그 침묵을 스스로 깸으로써 무겁게 사회를 내리누르던 침묵을 아예 걷어버린 것이다. 이 영화는 엘리아스의 증언의 연장선인 동시에, 언젠가 새로운 기억이 될 새로운 기록이다. 침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한 겹 더 아로새기는 작업이다.
학살은 늘 피해자 혹은 가해자를 주목하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기억까지 눌러 담아, 기록은 더욱 풍성해지고 망각과 두려움에 맞서는 힘은 그만큼 강해진다.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영화는 아직 과테말라에서 일반 상영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시사회만 2회 진행했고, 해외 영화제 상영으로 안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다음 6월 중에 4번의 상영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있다고. 그리고 다음 날, 국제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 사이 또 한 걸음이 추가된 이 영화의 여정을, 언젠가 이 영화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될 날을 기대한다. 그때는 더욱 풍성해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전주국제영화제 남은 상영 일정
▶ 5월 5일 20:30 CGV전주고사 7관
▶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프레스로 참석하였습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2년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계속 진행됩니다.
일부 온라인 상영작도 있어요. 어디 계시더라도 우리 전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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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폭력의 그림자> 메인 예고편
황홀한 아일랜드 배경에 스며드는 액션
전직 복서이면서 자폐증을 앓는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청부 살인 일을 맡게 되면서 그의 삶은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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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주토피아 2> 티저 예고편
주토피아를 뒤흔든 새로운 사건?! 혹은 짜릿한 파티? 더 새롭게 돌아온 [주토피아 2] 티저 예고편 전격 공개 11월, 환상의 도시 '주토피아 시티'로 놀러와💙 [주토피아 2] 11월 극장 대개봉 #디즈니 #주토피아2 #Zootopia2 #11월극장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