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1-12-06 20:50:29
난잡하고 우아한 사랑에 대한 고찰
영화 <러브어페어> 리뷰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Les choses qu'on dit, les choses qu'on fait, Love Affair(s))
개봉일 : 2021.11.11. (한국 기준)
감독 : 엠마누엘 무레
출연 : 카멜리아 조다나, 니엘스 슈나이더, 빈센트 맥케인, 에밀리 드켄, 귀욤 고익스
난잡하고 우아한 사랑에 대한 고찰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까? 배려는 곧 사랑일까. 배려보다 앞서는 소유욕 또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말한다면 어떠한 이유로 사랑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랑에 과연 답이 있을까?
사랑이 어그러지는 순간, 사랑에 걸려 무너지는 순간. 또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을 겹겹이 쌓아올리며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성과 색감, 그를 더욱 빛내주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그리고 모든 것을 고고하게 감싸주는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퍽 매력적이다. 잔잔하고 조용한 시간 안에 맺혀버린 여러 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감정의 파고에 부딪히며 고뇌한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했던 이의 마음과 자신의 진짜 마음을 깨닫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나를 사랑했던가. 이 심도 있는 질문 아래 답을 내리지 못한 인물들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여러 감정을 담은 미소를 짓는다.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꽤 단순했다. '니엘스 슈나이더'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하트비트>와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통해 내 심장을 두드렸던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니. 나에겐 다소 낯선 이름들로 가득하더라도 그를 보기 위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니엘스 슈나이더뿐만이 아닌 새롭고 아름다운 얼굴들을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 받게 되었다.
특히 에밀리 드켄 배우의 연기가 눈에 들어왔었는데, 알고 보니 <로제타>의 주연을 맡은 배우였다. 내가 여러 번 보지 못해 잘 기억하지 못했을 뿐, 걸출한 연기력을 갖춘 멋진 배우였다. 씁쓸하게 식어버린 그녀의 표정에서 내가 평소에 믿었던 사랑의 본질을 진하게 느꼈다. 결국 희생을 감수해야 할 순간도 있다는, 그 쓰디쓴 본질을 말이다.
<러브 어페어>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두가 믿고 싶어 하는 달콤한 사랑의 향을 느끼기엔 어려움이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져 활활 타오르는 마음과 그 뒤에 널브러진 깨어진 조각들, 사랑에 대해 질문하고 소유를 포기하며 얻게 되는 가벼움, 그리고 100% 이해할 순 없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우습게 말하자면 끝없이 달리는 막장드라마, 진지하게 말하자면 난잡하고도 우아한 사랑의 드라마라고 정의하고 싶다.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시놉시스
네 이야기를 들려줘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소설가를 꿈꾸는 막심은 시골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촌 형의 여자친구 다프네에게 자신의 복잡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막심의 이야기를 듣던 다프네 역시 남몰래 간직했던 자신의 연애담을 슬그머니 꺼내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남편 프랑수아가 출장을 가고 다프네 혼자 남은 집에 프랑수아의 사촌 막심이 도착한다. 막연한 꿈과 사랑의 상처를 안고 도착한 막심은 다프네의 부드러운 말씨에 마음을 열고 지나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안될 이유를 충분히 알면서도 이겨낼 수 없는 사랑을 했던 막심과 관심사, 감정으로 사랑을 만들어온 다프네. 새로운 이끌림을 따라 루이즈를 떠난 프랑수아, 사랑을 위해 소유를 포기한 루이즈. 이들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이끌리고, 버림받고 또다시 사랑한다. 지금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지금 느껴지는 사랑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되기라도 하듯이.
"근데 사랑에 규칙이란 게 있을까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사랑이다. 딱 정의할 수 없듯이, 이들이 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륜으로 엮인 사랑, 그것도 막장 불륜인데.. 그를 가만히 앉아 지켜볼 수 있었던 건, 이게 '남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역시 이런 사랑 이야기는 멀리서 듣는 게 가장 재밌다.
사실 유교걸의 시선에 이들이 이어가는 사랑은 그다지 아름답진 않다. 그럼에도 불쾌감보다는 옅은 호기심을 느꼈다는 건 그만큼 인물들의 감정을 적절히 담아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규칙은 없지만 사랑이란 감정 하나에 기대 그렇게 2시간이 흘러간다. 누군가는 사랑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하는 모든 것이 즉 사랑이라고.
Relative contents
-
- 벌새
벌새
1994년에 나는 30대 초반이었다. 다행히 2년 전, 산본신도시에 작은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한 것이 30년 동안 살아온 보람이자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산동네 빈민촌에서 월세, 전세를 전전하다 어렵게 집을 마련했으니 큰 짐은 덜었지만, 나는 여전히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프리랜서 활동을 하며 출판사, 잡지사와 계약을 맺고 이러저러한 책을 만들고 있었는데, 수입은 적었고, 그나마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수입으로 생활은 어려웠다. 마침 이 무렵 써 놓은 일기가 있어서 찾아봤더니, 이 영화에 나오는 사건들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
1994년 6월 18일 토요일
아침에 월드컵 축구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있었다. 2대 2로 비긴 경기. 나라가 온통 월드컵 열풍에 휩싸여 있다.
1994년 7월 9일 토요일
김일성 주석 사망.
1994년 12월 19일 월요일
연말이 되면서 나날이 바쁘기만 했다. 주위를 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지만 집에서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에는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텔레비전, 신문, 잡지를 보면서 그때마다 떠오르는 숫한 상념들이 나의 감정을 흔들었다. 이제 일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지만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우리의 삶은 연속되고 있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짧은 글이라도 내 마음을 정리하고 깊은 생각 속에서 나온 글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기능적인 글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저기 걸리고 널린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은 때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제 서서히 1994년을 정리할 때도 되었다. 꼭 정리를 하지 않아도 힘겹게 달려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숨을 고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신문의 활자를 키운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덮여있다. 가끔 그 속으로 나타나는 햇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대형 사건과 사고가 줄을 이어 터지고 김영삼 정권은 무능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나라의 정치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만큼 저질이다.
사무실을 얻기는 8월부터 얻었지만 출근은 9월부터 했다. 사무실 출근이 하루를 규칙성있게 하는 면이 있어서 좋다. 매달 지불되는 비용이 결코 적지 않지만 그것은 일을 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오지 않았던가. 사무실 유지는 그런대로 잘 되고 있는 편이다. 함께 지내고 있는 이00 씨와 00희 씨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조금 성격의 차이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약간의 양보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도 많고 참여했다 떨어져나오는 모임도 수없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반복은 줄어들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른글을 정리하고 새해에는 사람을 정리하고 맺는 관계를 보다 깔끔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리를 잘 하는 편이지만 조금이라도 걸리고 널린 관계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힘들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나 지켜온 원칙이 '양보다 질'이었다. 친구는 적게 사귀되 깊이 사귄다. 무릇 사람의 관계란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과의 관계도 잘 정리를 해야 하겠지만 일과 관계된 것도 잘 정리를 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쓰는 실용서 단행본 작업을 그만둘 수는 없지만 빨리 소설로 돌아서야 한다. 결국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언제나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 것은 마음뿐일까. 인간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복잡하고 열악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마음 속에 생각하고 떠오르는 것들이 거의 모두 작고, 말초적이고, 표피적인 내용들 뿐이다. 출퇴근을 하면서 보게 되는 그 많은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행동이 나의 감정에 분노와 짜증을 일으킨다. 사람들, 거의 모든 사람들은 교양이 없고 무식하며 질이 낮다. 또스또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꼴리니꼬프'는 이런 주장으로 전당포 노파와 딸을 도끼로 살해한다. 인간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정말 인간은 교양이 있는 사람과 무지한 사람으로 갈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론적으로 이미 나와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존재는 경제적 토대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으며 인간의 질적인 수준은 결국 경제문제에 달려있다고 본다. 계급이 없고 착취가 없다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교양있게 살아갈 수 있다. 나 역시 이런 주장을 믿고 있다. 인간은 처음부터 저열하거나 무지하거나 무례하지는 않다. 다만 사회의 제도, 교육, 빈부의 격차, 권력의 억압, 착취, 계급제도 등 각가지 모순들이 인간들을 기형으로 만들어 갈 뿐이다.
현상은 왜곡된 인간성의 발현일 뿐이다. 이기적인 인간, 조잡스러운 인간, 한심한 인간, 사악한 인간, 더러운 인간, 비참한 인간, 음흉한 인간, 불쌍한 인간, 교활한 인간 등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간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독버섯으로 키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조건 희생자인가.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품성은 어떤 사회에서든 존중되어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 품성이란 결국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할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품성의 미덕은 분명 있다. 권력을 소수가 장악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에 대항하는 주체는 결국 민중일 수 밖에 없고 그 민중은 권력자와 자본가를 대상으로 언제나 대립의 관계에 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민중의 단결되지 못한 현실을 이용하여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를 만들고 서로 경쟁하도록 만든다. 산업예비군, 실업율, 대학의 경쟁, 학력중시, 심지어는 지방색까지 만들어서 가능하면 민중들의 단결이 안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구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극도의 이기주의가 번지는 것은 자본주의 제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경쟁을 최우선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가와 권력자들은 민중의 삶을 피폐하고 메마르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이러한 제도는 국가의 경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 50년대와 60년대는 국가 전체가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여 모든 노력을 경제부흥에 쏟았다. 경제발전 속에서 최소한의 인권이나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죽어가야 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은 그들이 단지 이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80년대 이후, 경제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자본가와 권력자는 민중을 계속 파편화하고 우매하게 묶어두기 위해 '성'과 '스포츠'를 도입했다. 초기의 권력도 파쇼이고 80년대의 권력도 파쇼임에는 갖지만 경제의 발전정도에 따라 민중을 분열시키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노동악법과 국가보안법 등 탄압과 착취를 강제하는 채찍은 언제나 동일했다.
'개발독재'로 불려진 70년대 파쇼의 시절을 지나 대외 수출이 호황을 맞이하던 80년대와 90년까지 경제의 토대는 성장했다. 대중이 누리는 물질의 풍요는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이었고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한 증거이다. 하지만 이들도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다. 민중의 기본 삶은 조금 나아졌지만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 소외는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이 나아진 만큼 씀씀이도 커지고 경제의 개념이 소비 위주로 바뀌면서 생활 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일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을 노동에 바쳐야 한다. 직장과 직위,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갑작스러운 변수, 이를테면 질병, 사고와 같은 변수가 생기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의 복지제도가 기본으로 지원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는 분명한 일이다. 또한 일정한 수입은 소비문화를 따라가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범죄의 유혹을 받고 있다. 공무원의 범죄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그래서 너무 당연한 것이다. 공무원 뿐 아니라 몫돈을 만질 수 있는 일이라면 직업과 나이에 관계없이 한탕주의에 빠져든다. 마약의 밀매, 매춘, 인신매매, 성을 파는 모든 서비스업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격은 경제력으로 대체된다. 아파트 평수와 고급 승용차, 월 수입 등이 지위와 권위를 대신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무차별하고 단순한 비교로 심한 박탈과 소외를 느낀다. 경쟁을 부추기고 인간성을 물질로 대신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쟁하지 않고 평등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근본에서 잘못된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차 모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마저도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다. 나와 우리 가족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무시되고 필요없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 이기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든 가장 성공한 분열방법이다. 사회에 범죄가 극성이고 온갖 사고, 사건, 위험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가족끼리만 다정하고 평화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단위는 경제단위의 중심이기도 하다. 부(물질)의 승계가 가부장제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족은 자본가가 대대로 이어받을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이런 경제단위는 소비문화의 주체이기도 하다. 가족으로 연결되는 수많은 소비문화가 대중을 유혹하고 빈부의 격차를 더욱 확실하게 확인하도록 만들고 있다. 가족(주로 가부장)은 고급 주택, 아파트를 구입하고 외제 승용차를 사고, 외제 의류를 철마다 사 입고, 고급 백화점에서 날마다 쇼핑을 하고 자녀를 외국에 유학시킨다. 한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보다 결국 자본가이겠지만 가부장의 존재가 가족을 대상으로 이러한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은 수없이 많은 다른 가족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은 없다. 엄격히 말하면 가족이 아니라 언제 깨질지 모르는 최소한의 경제단위일 뿐이다. 가족은 부모와 피를 이어받은 자식으로 구성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혈연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가는 단적인 몇 개의 예만 들어도 충분하다. 비록 자본가라 할지라도 그들이 풍요롭고 넉넉한 물질생활을 누리는 것이 가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뿐이다. 이미 고유한 의미에서 혈연공동체나 평등한 관계의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 아침이면 뿔뿔히 흩어져 공장이나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에 잠을 자기 위해 들어오는 가정을 어떻게 가족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까. 돈이 없어 생활이 궁핍하면 가족은 해체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란 '굶어죽을 자유'밖에 없다고 마르크스는 말했지만 가족의 모습 역시 그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 구성원의 성격, 이해관계, 희망, 욕심 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자본주의 제도, 경쟁, 수입원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다. 부모가 넉넉한 수입이 없다면 자녀는 제도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제도교육을 일정하게 받지 못하면 좋은 취직자리를 얻을 수 없으며 이것은 결국 수입의 한계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만 거의 모든 민중들은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가난한 가족은 가난함때문에 가족이 갖는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고 살며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 단칸방에서 서너 식구가 끼어 자야하는 주거생활이 그렇고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일상생활이 그렇다. 여기에 가족 구성원이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면 그 가족은 거의 궤멸에 이른다.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치료비며 생활비 등 들어가야 할 돈은 평소보다 몇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른 대책이 없다면 빚을 짊어져야 하고 이 빚은 그 가족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올가미가 된다.
가족이 단단히 결속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고 살아가야 할 일이 막막해지면 빠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어느 사회에서도 빠르고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다.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결국 편법과 불법이 존재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 범죄가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며 여성은 매춘을 한다. 3차 산업의 발달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로 옮겨간다는 것을 뜻한다. 서비스 산업은 성을 상품화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여기에 투여되는 여성의 인력은 언제나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유흥업이나 각종 서비스업에는 매매춘이 허용(?)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건전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오게 된다. 여성의 경우 매매춘을 통해 인간성의 황폐화와 경제적 이익을 바꾸게 되고 남성은 극심한 노동이나 범죄의 방법을 찾게 된다. 가족은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흩어지게 되며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
영화에서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은희의 가족에게 변곡점이 된다. 은희 개인에게도 가족의 문제와 함께 영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은희를 둘러싼 세계는 무겁고 답답하다. 떡집을 운영하는 부모는 일하느라 바쁘고, 학교는 성적 위주로 학생을 평가하고, 어디 한 곳 편하게 마음을 내려 놓을 곳이 없다.
부모는 아들 대훈이 학교 전교회장을 하고, 서울대학교를 들어가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은희와 은희의 언니 수희에게는 살뜰하지 않다. 수희는 남자 친구와 어울리느라 학원에 가지 않고,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소리나 지른다.
가족이라고 해도 다섯 명 모두 자기 삶을 사느라 바쁘고, 함께 모이는 시간은 아침 밥먹을 때 잠깐이다. 은희가 '왜 우리 가족은 모래알 같을까'라고 묻는 마음은, 그 이유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더 서글프다.
은희는 한문 학원에서 만난 영지 선생님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오빠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대학을 다니던 은지 선생님은 다른 어른들이 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학교가 재미있니, 성적은, 어느 대학 가야지, 같은 뻔하고 지겨운 질문이 아닌, 좋아하는 게 뭐지, 왜 좋아하지, 요즘 무슨 생각해, 같은 자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른, 청소년 할 것 없이 모두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영지 선생만이 세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고, 은희가 놓여 있는 상황을 공감하고 있는 인물이다. 영지 선생은 서울대학교를 휴학한 상태인데, 그가 부른 노래, 그의 책장에 있던 책으로 보아 '운동권 학생'으로 보이고, 어쩌면 수배 당한 상태였을 수 있다.
은희의 부모는 90년대 한국 부모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아버지는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고, 엄마는 가게 일과 집안 일을 하느라 남편, 아이는 물론 자기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는 사람이다. 언니는 학업보다 남자 친구 만나며 노는데 신경을 쓰고, 오빠는 부모의 기대로 심한 부담을 진 채 학교를 다닌다. 은희는 아직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어린 영혼이지만,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는 관찰자 역할을 한다. 그의 세계는 아직 좁고, 부모, 학교, 학원 그리고 친구들이 세계의 전부인데, 은희가 세계를 깨고 나오게 되는 계기가 영지 선생의 죽음이다.
은희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은희가 살고 있는 대치동은 지금이나 그때나 강남의 중심이고,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여서 은희는 가난한 집 아이였고, 공부도 탁월하게 잘 하지 못하는 아이라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다.
한국 자본주의 욕망이 응집된 강남에서 제한 없는 경쟁을 통해 사회의 기득권으로 진입하려는 부모와 그 부모의 욕망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학생들의 삶은 그 자체로 지옥이지만, 이런 지옥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 또한 한국 사회의 특성이다.
영화에서 은희를 비롯해 왼손을 쓰는 인물이 여럿 있다. 주인공이 왼손을 쓰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왼손잡이는 소수라는 점에서, 이들이 이 사회의 소수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는 걸 드러낸다. 은희와 그의 가족은 강남에서 오히려 소수에 속하고, 은희는 학교에서 소수이며, 영지 선생도 한국사회에서 소수에 속하는 인물이다. 은희와 영지 선생이 여성이라는 점 또한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라는 점에서 이들이 바라보는 사회는 폭력적이다.
이렇게 영화는 1994년의 한국사회 속에서, 중학생 은희가 바라보는 세상과 만나는 사람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은희의 모습을 보여준다. 악한 사람은 없지만, 악한 행동을 하고, 선한 사람도 때론 악한 모습을 보이는 것, 인간의 다면성은 의도가 필요 없는 삶 그 자체에서 나오는 모습이며, 은희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부장적이고 때로 폭력을 휘두르는 은희의 아버지도 은희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성수대교가 붕괴되었을 때, 은희를 때리던 오빠 대훈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수희를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 이들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기득권을 공기처럼 가지고 살아가지만, 자신들이 휘두르는 폭력의 실체와 본질을 알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기생충'이 한국사회의 계급성을 폭력적으로 드러낸 영화라면, 이 영화는 그 폭력성을 내재한 채, 체제의 무게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중하층 가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계급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두 장면이 나오는데, 떡집에서 강남 '사모님'이 은희 아버지가 만드는 떡이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에 반박했다는 은희 아버지의 말과, 은희가 남자 친구와 시완과 함께 있을 때, 시완의 엄마가 나타나 시완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시완의 아버지가 의사라는 사실은 딱 한 대사에서 나타나고, 그것이 부르주아와 중하층 상인의 가족을 가르는 선으로 드러난다.
어떻든, 은희의 가족은 '생존'한 가족이다. 수희가 성수대교 붕괴에서 살아온 것도 생존이지만, 강남에서 떡집을 하며 어렵게 세 명의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의 열성 덕으로 은희, 수희, 대훈 모두 살아남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희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1995년에는 강남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다. 성수대교 붕괴보다 이 사건은 은희에게 더욱 직접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의 친구들이 모두 강남에 살고 있고, 삼풍백화점에 갔을 확률이 높았을테니, 가능성이 높은 추론이다.
더구나 은희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1997년 말에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고, 수많은 사람이 파산하게 되는데, 이 가족이 과연 그때도 무사히 생존하게 될 지는 모를 일이다. 이렇게 1994년 이후, 한국, 특히 강남에 불어닥치는 사고와 불행으로 은희의 삶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영화는 1994년, 은희의 수학여행에서 끝나지만, 영지 선생의 죽음으로 은희는 조금씩 변할 것으로 보인다. 평생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내면은 꺼지지 않는 불을 간직하는 것이리라.
-
- <듄>의 감독 드니 빌뇌브 필모 모음_zip
여러분의 올 10월 기대작은 무엇인가요?
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정말 화려하죠 !
그래서 가져왔습니다.
이달 20일 개봉하는 <듄>의 감독 드니 빌뇌브의 필모그래피를 보며 <듄>을 같이 기다려보아요!
[넷플릭스]
블레이드 러너 2049
SF, 액션 ㅣ영국, 캐나다, 미국 ㅣ16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수십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유골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었나.
진실을 찾으려는 경찰, 진실을 덮으려는 조직.
진실을 악용하려는 재계 거물의 쫓고 쫓기는 게임이 시작된다!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ㅣ미국 ㅣ121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우연히 멕시코 마약 조직 소탕 작전에 참여하게 된 원칙주의 FBI 요원 메이서.
합동작전팀의 리더와 의문의 '사냥개'는 누구인가?
함정수사가 선을 넘자 갈등이 증폭된다.
프리즈너스
스릴러, 범죄, 드라마 ㅣ미국 ㅣ15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화로운 마을 ,두 부부의 딸이 사라졌다.
유력한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믿는 아빠.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고 믿는 형사.
각각 다른 방식으로 추적을 시작한 두사람은,
마침내 세상을 충격에 빠트릴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왓챠]
컨택트
드라마, SF, 스릴러 ㅣ미국 ㅣ116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외계 비행 물체, 쉘이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했다.
웨버 대령은 언어학 박사 루이스와 과학자 이안을 통해 쉘에 접촉하고,
쉘 내부로 들어간 두 사람은 정체 모를 생물체와 마주한다.
에너미
스릴러,미스터리 ㅣ캐나다,스페인 ㅣ90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아담은 우연히 본 영화에서
자신과 똑 닮은 배우를 발견하고 그를 찾아 나선다.
각자의 삶을 염탐하며 아담의 마음속에 욕심이 또아리튼다.
그을린 사랑
드라마 ㅣ캐나다ㅣ130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가 남긴,
죽은 줄 알았던 생부와 형제를 찾아 자신의 편지를 전해달라는 유언을 위해
중동을 떠나 어머니의 과거와 마주한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SIWFF 데일리] 인간에서 인간까지
SYNOPSIS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커스틴 존슨이 25년간의 촬영 경력 동안 포착해 낸 푸티지 영상을 직조하듯 풀어 낸다. 영상 제작자와 대상들 사이의 관계, 카메라의 객관성과 개입 사이의 긴장, 그리고 날것의 현실과 가공된 이야기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영화.
PROGRAM NOTE
감독으로서 영화는 곧 ‘이야기’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감독은 이야기 안에서 배제된 촬영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늘 아쉬움과 한계를 느끼고는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영화 〈카메라를 든 사람〉은 무엇보다 예외적이며 뛰어난 작품이다. 이는 25년 동안 촬영감독으로 활동한 커스틴 존슨만이 가지는, 감독과는 다른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영화는 오랜 기간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를 통해 만난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았던 순간을 엮어서 만든 커스틴 존슨만의 자서전이다. 마치 잘려진 천 조각들이 ‘퀼트’라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본 듯하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5년 만에 다시 찾은 보스니아의 한 가족과의 대화와 ‘작은 상영회’는 이야기에서 놓쳐버린 현장의 순간들이 어떻게 환생되고 의미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다큐멘터리를 하다 보면 감독의 그릇만큼 세상이 보일 때가 많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 대한 깊은 탐색과 교감이 쌓여 결국 자신의 아이들과 치매를 가진 어머니에게로 카메라가 향할 때, 어떻게 카메라가 한 개인에게 역사가 되어 성숙한 시선을 갖게 하는지, 또한 그것이 관객에게 어떠한 울림을 주는지, 이번 영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권우정]일전에 넷플릭스에서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주변에서 알음알음 추천을 받고, 왓챠피디아도 내가 4.1점을 줄 거라고 했으므로. 역시나 좋았다. 딕 존슨의 죽음을 다룬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딕 존슨의 딸이자,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으로 25년을 살아온 감독 커스틴 존슨의 작품이 상영된다고 해서,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첫 영화로 냉큼 골랐다. 그리고 역시나, 좋았다.
이 작품은 25년 동안 수많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가 촬영한 풋티지 영상을 모아모아 새로이 편집한 것이다. 커스틴 존슨 감독은 이것을 자신의 회고록처럼 여겨 달라고 했다. 타이틀이 떠오르기 직전 보이는 장면은 도로만이 펼쳐진 넓은 평원에 번개가 치는 순간과 우렁찬 천둥 소리가 포착되는 것, 그리고 관객인 나와 동시에 깜짝 놀란 숨을 들이켜는 촬영자의 소리. 기둥 뒤에 공간 있듯, 카메라 뒤에 인간 있음을 감추지 않는다.
굉장히 다양한 영상이 조각조각 모여 있다. 스레브레니차 집단 살해의 기억이 남아 있는 보스니아처럼 역사의 어떤 순간도 들어 있고, 복싱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는 장면도 들어 있다. 복싱 코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가까이서 찍는 게 진리라고 말한다. 복싱도 촬영도 가까운 데서만 가할 수 있는 일격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그 가까운 촬영의 일격을 연타로 날리는 걸작이다.
얼핏 평이해 보이는 장소에서도 ‘흥미로운 요소’를 찾는 것이 카메라의 힘임을 느끼게 한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는 도시의 풍경에서, 벽의 포탄 자국이, 93-94년 사이에 사망한 사람들의 묘비가, 스레브레니차를 잊지 말라는 그라피티가, 카메라에 점점이 담기면 그곳은 더 이상 평이한 도시가 아니게 된다.
세계 곳곳, 각기 다른 세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성실히 따르며, 카메라는 다양한 것을 담는다. 삶의 ‘흥미로운’,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 단면마다 커스틴 존슨의 카메라가 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조각조각들이 모인 곳, 소실점에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바로 인간을 담기 위해 그의 카메라는 그토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리창을 깨끗이 닦아 차창 너머로 찍을 수밖에 없는 나라들도 있다. 알 자지라 주요 인물들이 수감된 예멘의 감옥 앞이나 카불처럼 위험한 곳들이 있다. 그러나 거기서도 유리창을 닦는 손이 흥미롭게 담겼다고 말하는 ‘기술 전문가’인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잊지 않는 ‘예술가’가 있다.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익명성을 위해, 머뭇거리며 움직이는 손과 목소리만 담은 인터뷰 영상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진다. 인터뷰의 가장 앞 단어를 건네주면서, 공감하고 경청한다. 카메라의 역할은 결코 응시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을 동원하여, 담고 전달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의 모습도, 집단 살해의 기억 이후에 살던 곳으로 돌아온 가족들이 거둔 알알이 보석 같은 열매도, 눈을 다쳤지만 똑똑한 소년으로만 보였던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증언도… 촬영자에게나 감상자에게나 뚜렷하게 각인되는 이런 영상들은, 카메라의 역할이 응시에만 그쳤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가 흘렀던 역사의 기억들과, 그 자리들이 오늘날은 평화로워진 장면을 대조해서 보여주는 것도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편집한 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영화의 보여주기는 사실 적극적인 말하기이다. 무수한 이들의 피가 흘렀던 초원에 오늘날 얼마나 햇살이 곱고 들꽃이 살랑거리고 있는지, 단지 고운 들판을 보여줄 뿐인데 왜 우리는 참담해지는지. 이 적극적인 말하기가 없다면, 다시 말해 기록의 행위가 없다면 우리 눈에 그저 예쁜 초원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그토록 거대한 기억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록하고 전달하는 한, 조각도 이야기가 된다.
커스틴 존슨의 작업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이것이 팩트와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는 과정과도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각조각 모인 이야기들이 새로운 진실을 그려내고, 풋티지 영상이 모여 새로운 작품이 되는 과정이다.
영화는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함께 담았다. 현장 프로듀서 겸 통역으로 보스니아에서 내내 동행한 이의 말처럼. 우리의 선택이지만, 더 오래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해소도 필요하다는 것을.
때로는 몰랐던 이야기 앞에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대답을 회피하는 인터뷰이에게 다른 주제로—이를 테면 옷 같은 얘기로— 말을 돌리기도 하는 커스틴 존슨의 모습을 보며… 전문가가 된다는 건 단순히 기존 하던 일에 노련해지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자기 하는 일 안에서 자기 감정을 정확하게 직면하는 일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흔히 전문가가 된다고 하면, 마치 감정은 무디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정을 잘 해소하고 정돈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한 것 같다. 꼭 영화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배우나 소위 ‘감정 노동’으로 일컬어지는 일들이 아니어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대부분 감정을 사용하며 일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인간의 시선에서, 시선 끝의 인간까지. 다큐멘터리는 결국 그런 작업이 아닐까.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도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경계를 넘어서서, 보여지지 않는 그 너머까지, 그 소실점에 있는 인간에까지 시선이 미친다면 그 사람이 어느 직군에 있든 전문가 소리를 들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때 나의 조각 모음은 어떤 회고록의 모양이 되어 있을까. 커스틴 존슨의 인생 thanks to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엔딩 크레디트가 쭉 올라가는 동안 생각했다. 나의 크레디트에 남기고 싶은 이름과 마음들을. 이 영화에서 보고 배운 아름다운 시선이 거기에도 한 자락 묻어나 있다면 참 좋겠다.
2023.08.25. 14:00-15:43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6관
2023.08.28. 19:30-21:13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
-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 - 유럽
안녕하세요.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럽으로 떠날 차례군요.
잠시 여러분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유럽'의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 보고 출발해볼까요? 그러면 그 모습이 영화 속에 어떻게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포스팅 순서는 개봉순입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NAVER, GOOGLE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극히 제 주관으로 선정한 지역들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유럽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① 스페인 세비야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흔히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투우'와 '플라멩코 춤'의 본고장 '세비야'.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이 대도시는 이슬람 양식의 스페인 궁전 '알카사르 왕궁', 이슬람 사원을 뜯어고쳐 만든 '세비야 대성당'등 기독교문화-이슬람문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융화된 지역입니다. 덕분에 누가 봐도 참 이국적인 곳이죠. 이러한 독특한 양식은 계속해서 전해져서 1929년 박람회장으로 지어진 '스페인 광장'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 속 아나킨과 파드메의 애정행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정말 이토록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장소는 없을걸요?
스페인 세비야
<라따뚜이>(2007)
② 프랑스 파리
<라따뚜이>(2007)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빛의 도시 '파리'.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속 모든 예술가들이 꿈꾸고, 때로는 총격전이 오가며, 지구 전체에 재난이 찾아올 땐 빠지지 않고 파괴되는 등 우리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매우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1년에도 몇 번씩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파리지만, 그중 가장 '파리'스러운 영화는 <라따뚜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프랑스 요리에 파묻힌 한 생쥐의 인생은 출신 때문에 한계를 짓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누구나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죠. 전 이 영화를 보고 은은한 파리 풍경 속 에펠탑 배경의 저녁 식사를 꿈꾸게 되었답니다.
프랑스 파리
<프로메테우스>(2012)
③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프로메테우스>(2012)
아이슬란드는 다채로운 자연 풍경 덕분에 수많은 영화 제작이 이루어지는 매우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입니다. SF-공포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2012) 또한 영화 장면 곳곳이 '아이슬란드'에서 제작되었죠. 특히 제일 인상 깊은 오프닝 장면은 아이슬란드는 물론 유럽에서 제일 큰 빙하 '바트나이외쿠틀 빙하' 한가운데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인 '데티포스 폭포'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 폭포 위에서는 외계 종족 '엔지니어'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처음 볼 때는 장엄한 장면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깨닫는 순간 그건 정말 무서운 행동이랍니다.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몬스터 호텔>(2013)
④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몬스터 호텔>(2013)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흡혈귀 '드라큘라'는 19세기 말 소설로 처음 등장했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은 루마니아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아직도 그는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유쾌하게 풀어낸 <몬스터 호텔>에서는 철부지 딸을 키우는 근심 많은 아빠로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죠. 영화 속 '몬스터 호텔'의 모티브는 루마니아 중부지방의 '트란실바니아'에는 '브란성'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이 얼핏 보면 평범한 유럽풍 성같이 보일지도 모르나 이곳은 바로 소설 속 드라큘라가 살았던 곳이거든요. 비록 소설이진 하지만 왠지 이곳은 밤에 가기 무서울 거 같습니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겨울왕국>(2014)
⑤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겨울왕국>(2014)
노래 'Let it go'로 너무나 유명한 <겨울왕국>(2014). 역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에 오른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송네피오라네'지방을 포함한 노르웨이 전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송네피오라네의 빙하가 산을 깎은 자리에 해수면의 상승으로 만들어진 좁고 긴 만 '송네 피오르'는 길이 200Km, 깊이 1300m에 달하는 거대한 비경이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송네 피오르를 보기 위하여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플롬'마을행 열차에 매년 수십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겨울에 간다면 진정한 '겨울왕국'을 느낄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오로라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나의 산티아고>(2016)
⑥ 스페인 순례자의 길
<나의 산티아고>(2016)
스페인 북서쪽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성당이 있습니다. 이 성당은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성지 순례길의 종착지이기도 하죠. 순례자의 길은 여러 코스가 있으나 제일 유명한 '프랑스 길'은 프랑스 국경도시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며 총 길이는 무려 800km에 달합니다. 순례자의 길을 걷는 관광객은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과 이유가 있으며, 이는 순례자의 길을 소재로 하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2016)에 잘 반영되어 있죠. 현재는 연간 20만 명이나 되는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인 순례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답니다. 제가 아마 이 길을 걷게 된다면 인생을 한 번쯤 되돌아볼 때 걷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스페인 순례자의 길
<인페르노>(2016)
⑦ 이탈리아 피렌체
<인페르노>(2016)
음모론의 대명사로 불리는 <다빈치 코드> 3부작의 마지막 3편 <인페르노>. '단테의 신곡'과 '맬서스 트랩'을 주제로 다루는 이 영화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최고의 예술도시 '피렌체' 곳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다빈치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모여있어서, 아무 방향으로 걸어도 사방에 예술작품들이 줄이어 있는 모습을 자랑하는데요.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면 피렌체를 한 달이 넘게 돌아다녀도 제대로 다 못 볼 정도라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니랍니다. 영화 속에서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정신없이 보물찾기를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선 영화 감상에 덤으로 박물관 관람을 추가도 하는 셈이네요.
이탈리아 피렌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⑧ 아일랜드 먼스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변신 로봇 시리즈 '트랜스포머'. 이 시리즈의 5편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는 아일랜드 기반의 켈트족 신화 '아서왕 전설'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은 깎아진 듯한 절벽에서 머리가 3개 달린 기계용과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몰아내죠. 여기서 이 절경의 배경이 된 곳은 아일랜드 남서쪽 '먼스턴' 지방에 위치한 '모허'절벽입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모허 절벽은 아일랜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며, 그동안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록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평가가 종합적으론 형편없긴 하지만 이 배경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일랜드 먼스턴
<아토믹 블론드>(2017)
⑨ 독일 베를린
<아토믹 블론드>(2017)
남한-북한, 월남-월맹, 동독-서독... 분단국가들은 미국-소련의 대립인 냉전시대를 잘 표현하는 수많은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특히 동베를린-서베를린으로 도시가 통으로 나뉘어 있던 '베를린'은 독특한 지형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첩보영화의 숱한 소재가 되었죠. <아토믹 블론드>는 소련 붕괴 직전 베를린에서 스파이끼리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네온사인 분위기의 현실적이면서도 잔혹한 당시 냉전시대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작중에서 나온 '체크 포인트 찰리'-'베를린 장벽' 등의 장소는 대부분 헐렸지만, 아직도 역사유적을 위해 남겨놓은 일부분의 지역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독일 베를린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은 3편 '아프리카'로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3편 아프리카
https://blog.naver.com/hollyforest/221346157916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내가 사랑한 건 언젠가 날 울게 만들어
아마 이번 생은 역시 틀려먹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그런 것 말이다. 지금 내가 있는 카페도 아마 커플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인 거 같다. 앞에서 여자분이 남자분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모습이 기분이 좋았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12시. 창가 앞에는 사람들이 몇 명 지나가고 있다. 매일 같은 것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이 카페 사장님처럼 재미(?)를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업만 잘하면 즐길 거 다 즐기고 살 수 있겠지만 난 역시 솔로로 태어나서 갈 운명인가 보다 싶다.
난 언제쯤 모두가 사는 세상에 끼어들 수 있을까? 청승맞은 주책을 부리며 노트북을 켜 글을 쓴다. 확실히 세상은 아름다운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지. 어떤 부침이 있어도 다들 잘 사는 거 보면 이 세상 60억 인구 모두가 행운아다. 전 세계 어디를 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만 봐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람 덕분에 우리가 외롭지 않은 거고 공감하며 행복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앉아있는 카페 창으로 보이는 저 귀여운 캐릭터도 역시 사람이 그렸으니 일상의 자그마한 귀여움과 즐거움도 다 그들 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뭔가를 창작하거나 그리는 일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참 다행인 것 같다. 마음속에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 이렇게 글을 쓰면 여러모로 효과가 좋았다. 되게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뭔가를 표현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이거 되게 중요하다. 이렇게 살지 못하면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 내면의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극도로 우울한 현실 속에서 내면의 밝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물이었다. 운명적인 로맨스를 기다려 온 한 화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딱 봐도 그림 잘 그리게 생긴 사람
루이스 웨인은 그냥 화가다. '그냥 화가다'라는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다. 왜냐하면 그는 그림 빼고는 모든 게 서투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화가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말을 청산유수로 줄줄줄 하는 게 아니라서 그림 빼고는 사실 사람들의 기억에 잘 박히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근데 이 말은 즉슨 그림 하나는 귀엽게 잘 그린다는 뜻도 된다. 친구도 없고 애인은 당연하며 가족과도 사이가 그렇게까진 좋지 않았던 루이스. 갑자기 가족을 부양해야 할 사정이 되자 부랴부랴 일을 구하기 시작한다. 근데 루이스에게는 과제 하나가 더 있다. 바쁘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겠지? 조카들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반쯤 됐던 루이스. 어렵지 않게 가정교사 한 명을 구하게 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였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다. 둘은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내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 가는 관계가 된다. 세상의 따가운 시선이나 남매들의 압박이 있었지만 루이스 웨인은 아내와 함께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영화는 이 루이스가 그려왔던 미래를 소재로 삼은 영화다. 이 인물이 어떤 상황을 겪어 행복감을 느꼈고, 그 행복감이 어떻게 그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명한다.
사랑을 그리면서 우울함은 글로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귀여운 고양이들이 나오는 로코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터 색감이 세상 밝으며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라는 부제까지 있으니 그 생각이 막 뚱딴지같은 추론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실제 내용을 까 보면 완벽히 다르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상실이다. 주인공 루이스 웨인은 한 데 머무르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간이다. 뚜렷한 친구가 있었나? 그건 아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아내를 제외하고 루이스가 마음을 여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윽박지르기만 하는 여동생들이나. 노쇠해진 어머니를 보면 '이 사람이 가족에게도 위안받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라고 이해하기 충분하다. 또 이 사람은 영악하지는 못했다. 자기 걸 잘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일상 속에서 페널티를 겪는 묘사가 몇 번 나온다.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현실에 주인공 루이스가 겪는 장애물들이 몇 개 더 있다. 영화는 이 굴곡진 루이스의 삶을 보여준다. 아마 여러분이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아마 이럴 거야'라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떨어진다고 예상해 본다. 그러나 이렇게 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엔딩부에서는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사진에는 전기가 없지만
영화 안에 루이스가 실제로 대사를 치는 부분이 있다. '사진에는 전기가 없다!'라는 말이다. 사진은 플래시를 터트려서 기록으로 남기는 매체다. 이 대사의 뜻이 실제 물리학적으로 전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의 '전기'는 다른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이는데 이는 극의 주제의식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웨인이 비유한 이 '전기'에 대한 묘사가 괜찮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찾을 때 짜릿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쩔 땐 '와 이거다' 싶기도 할 것이고, 또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지점을 첫눈에 반한 사람처럼 굉장히 짜릿하고 특별한 순간으로만 연출했다면 좀 과헀을 것 같다. 영화는 이 지점을 피해 간다.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스가 이에 기대는 것에 각본상의 허점이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인물 설정, 고압적인 자매들, 자식을 낳지 않았다는 것, 당시의 신분 격차로 인한 사회적 시선까지 불안정한 인물을 만들어내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원활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몰입이 잘 되는 영화'라는 뜻이다. 마치 이 작품에서 전기가 통한 루이스 웨인처럼.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찾아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간단하다. 루이스 웨인의 일대기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시점에 관한 작품이다.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그림의 속성과도 이어진다. 그림은 내가 본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예술이다. 루이스 웨인은 재수 없는 동물의 상징이었던 고양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아티스트다. 이는 곧 예술가가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으나 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원인이나 동기부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중요한 건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고양이가 인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변해왔는지를 눈 딱 뜨고 보다 보면 단순히 한 가지의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인물이 세상에게 건넸던 효과가 아니라,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묘사했다는 뜻이다. 이는 어쩌면 감독이 '네가 하고 싶은 걸 해'식의 동기부여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내 에밀리가 하는 대사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비극적으로 반복되는 삶에도 아름다운 구석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아름다운 부분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웠던 루이스의 삶에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몇몇 장면이 있던 이유는 그가 그의 전기를 따라가서 생긴 것들이다. 감독은 극의 주요 분기점마다 그림과 현실을 교차시키는 연출법으로 행복한 루이스의 모습을 기억에 남게 만들어준다.
아카데미 한 지 딱 2주
이 글을 쓰는 시간은 4월 10일이다. 아카데미가 3월 27일이었으니까 정확히 2주 지난 셈이다. 이때 남우주연상은 윌 스미스에게 돌아갔다. 난 <킹 리처드>를 안 봐서 그런가 내심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받았으면 했었다. 아카데미나 칸, 베니스가 뭐 우리 동네 시상식도 아니고 아무 때나 노미네이트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마 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요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얼굴에 모든 곡절이 담겨있기는 쉽지 않을 텐데 비주얼적으로도 소화하는 멋진 모습을 선보였다. 또 섬세한 감졍묘사도 기억에 남는다. 극 중에서 반복되는 트라우마나 자매들을 만날 때의 표정 변화 같은 것이 이 인물 내면에 잠겨있는 깊이를 느껴지게 하는 훌륭한 연기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의 연기는 <파워 오브 도그>에서 코디 스핏 맥피와 담배를 피우는 신만큼이나 임팩트가 강했다. 장면의 설정상 배우의 화려한 연기법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보면 압도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림 같은 영화
영화의 다른 장점으로는 미술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화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보니 그림이 많이 나온다. 근데 이 그림들이 아무래도 실제 쓰였던 작품들을 갖고 왔을 텐데 루이스 웨인의 입장 변화에 달라지는 것을 잘 사용했다. 또 전반부에 이 극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엔딩에 다시 한번 반복되는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티켓 값 2/3은 한다고 본다. 내가 갔던 파리의 퐁텐 플로가 생각나는 연출이었다. 이 외에도 특정 질환에 대한 묘사가 거슬릴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도 이야기해 볼 법하다. 인물이 겪는 고통을 가볍게 쓰지 않고, 또 타인이 보는 시점도 적절히 넣었으며 병세 시각화가 좋아서 기괴하다는 느낌이 든다.
-
- "오스카"가 외면한 로맨스 명작 TOP 12
누구나 인정할만한 최고의 로맨스 명작에 대한 순위도 있을 것이다. '오스카' 시상식은 그들의 92년의 역사 속에 시대를 막론한 로맨스 명작 대부분을 인정해왔다.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이나,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와 같은 영화들에 축배를 올리지 않는 건 범죄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버라이어티 지는 2001년부터 지난 20년 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혹은 각색상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 최고의 로맨스 작품 12편을 취합해보았다. 몇 편은 충분히 명백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겠지만, 몇 편은 사랑의 복합성을 파고드는 작품이며, 이 모든 작품들은 다른 시대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리스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이 12편에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이 게시글에
'댓글' 창이 있는 이유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공유해주시길 바랍니다.
12위 - <The 40-Year-Old Virgin>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2005)
각본 - 주드 아패토우, 스티브 카렐
감독 - 주드 아패토우 | 제작 - 유니버셜 픽쳐스
출연 - 스티브 카렐, 캐서린 키너, 폴 러드, 세스 로건 등
'앤디 스티처'는 40세까지 자신의 동정을 지키면서 진실로 마음이 통하는 상대가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전자제품 대형 매장에서 일하는 남자이다. 그러나 동료들에게 그가 동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자 동료들은 그를 가만 놔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운명적인 여자 '트레이시'을 만나게 되고 그가 한번도 못해본 일을 트레이시와 시도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러한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 폭소는 물론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선정 이유 : 보통 외설적인 섹스-코미디 영화는 '로맨스' 장르의 그럴듯한 예시가 될 수 없겠지만, 이 영화의 두 각본가의 '사랑'을 불어넣겠다는 불굴의 의지는 거의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오스카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 되었던 배우 '캐서린 키너'의 연기는 이를 극도로 끌어올려 화려한 성공을 만들어냈다.
11위 - <A Ghost Story>
<고스트 스토리> (2017)
각본 - 데이빗 로워리
감독 - 데이빗 로워리 | 제작 - A24
출연 -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등
교외의 작고 낣은 집, 작곡가인 C와 그의 연인 M은 조용하지만 단란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C는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M은 무거운 슬픔에 잠긴다. 창백한 조명의 병원 영안실, 고스트가 되어 깨어난 C는 마치 홀린 듯 M이 기다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는 그녀와 고스트는 사랑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무디게 흘러가는 시간을 견뎌낸다. 몇 년 후, 다시 집,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헤어지며 상실의 시간을 지나온 M은 결국 집을 떠나고, 남겨진 고스트는 영원히 그녀를 기다릴 자신의 운명을 알기에 끝을 알 수 없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선정 이유 : 이 영화는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호불호가 확실했던 영화이다. 한 쪽은 지나치게 질질 끄는 '침묵'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다른 한쪽은 비탄과 절망의 가장 순수하고 가슴 아픈 초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결국, 모두가 동의할만한 영화여서는 안 된다. 영화는 열띤 논란을 만들어야 한다.
10위 - <It's Complicated>
<사랑은 너무 복잡해> (2009)
각본 - 낸시 마이어스
감독 - 낸시 마이어스 | 제작 - 유니버셜 픽쳐스
출연 - 메릴 스트립, 스티브 마틴, 알렉 볼드윈 등
베이커리 가게를 운영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제인'. 안정된 생활을 유지해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20살 어린 젊은 여자와 재혼한 전 남편 '제이크'가 찾아오고, 결혼 전 연애시절을 돌이키려 한다. 이와 동시에 '제인'의 집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건축가 '아담'이 그녀에게 조금씩 호감을 보여 오는데...
선정 이유 : '오스카'를 3번이나 수상한 '메릴 스트립'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이 영화를 '오스카'는 외면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볼드윈'과 '마틴' 또한, 강렬하면서도 매우 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다. 60세 이상의 여성을 위해 쓰인 이 이야기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과 그들의 그 이후까지 보여준 소중한 영화이다.
9위 - <Love Actually>
<러브 액츄얼리> (2003)
각본 - 리차드 커티스
감독 - 리차드 커티스 | 제작 - 유니버셜 픽쳐스
출연 -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로라 리니, 엠마 톰슨, 앨런 릭먼, 키이라 나이틀리, 빌 나이 등
사랑에 상처받은 당신을 위해, 사랑하지만 말하지 못했던 당신을 위해, 사랑에 확신하지 못했던 당신을 위해,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선물이 찾아옵니다. 크리스마스에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로맨틱한 고백
선정 이유 : 그 자체로도 과하게 느끼하고 과하게 덧붙여진 듯한 이 영화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이미 한차례 오스카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아이들의 눈을 통한 사랑, 걱정, 불륜, 언어와 비밀까지 다수의 예시를 담아낸 영화이다. 매력적인 역대급 출연진들은 인생에서 가장 기이한 인연 속에서 각자의 존재감을 확실히 뿜어냈다.
8위 - <Baby Driver>
<베이비 드라이버> (2017)
각본 - 에드가 라이트
감독 - 에드가 라이트 | 제작 - 소니 픽쳐스
출연 - 안셀 엘고트, 케빈 스페이시, 릴리 제임스, 에이사 곤살레스, 제이미 폭스 등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그녀 '데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되지만, 같은 팀인 박사, 달링, 버디, 배츠는 그를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
선정 이유 : 액션 장르에서 러브 스토리는 자주 다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가슴 뛰는 세트피스와 두 주연 배우의 케미는 관객들이 쉽게 이야기에 흡수될 수 있게 했다. 영화의 가장 긴박한 순간에 그와 대조적인 배경음, 베리 화이트의 1937년 명곡 "Never, Never Gonna Give Ya Up."이 흘러나오고 그로부터 전율을 느끼게 된다.
7위 - <500 Days of Summer>
<500일의 썸머> (2009)
각본 - 스콧 뉴스타드터, 마이클 H. 웨버
감독 - 마크 웹 | 제작 - 20세기 폭스 (현 서치라이트 픽쳐스)
출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클로이 모레츠 등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 사랑을 기다리는 순수 청년 '톰'은 어느 날 회사에 새 비서로 온 '썸머'를 처음 본 순간 대책 없이 사랑에 빠져든다. 구속 받기 싫어하고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자유로운 여자 '썸머'는 누군가의 여자이기를 거부하며 '톰'과 친구도, 애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이어간다. 어딘지 어긋나고 삐걱대는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를 위해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선정 이유 : 관계에 대한 500일 간의 여정은 양쪽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사실 우리 대부분이 이전에 느껴봤던 감정일 것이다. 두 각본가의 변덕스럽고도 방대한 이야기는 연애 젬병 낭만주의자인 '톰'의 시선에서 이어나가고, 관객들은 '썸머'를 향한 그의 심장 찢기는 고통을 함께 느낀다. 때문에, 관객들은 모두 '톰'이 '어텀'을 만나는 피날레를 그토록 로맨틱하게 느끼게 된다.
6위 - <Crazy Rich Asians>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2018)
각본 - 아델 림, 피트 치아렐리 (케빈 콴의 소설 "Crazy Rich Asian" 원작)
감독 - 존 추 | 제작 - 워너 브라더스
출연 - 콘스탄스 우, 헨리 골딩, 양자경, 젬마 찬, 아콰피나, 켄 정 등
뉴요커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의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한다.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다는 설렘도 잠시, '닉'의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에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닉'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결혼 후보 1순위 신랑감이었고, '레이첼'은 사교계 명사들의 질투와 더불어 본인을 영 탐탁지 않아하는 '닉'의 어머니의 타겟이 되는데...
선정 이유 : 기념비적인 문화적 돌파구 영화이자, 박스오피스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낸 이 영화는 평론가들로부터 '각색'에 대한 칭찬을 받아왔다. 때로는 "사랑해" 라는 가장 명백한 대답이 최고의 한 마디일 수도 있다.
5위 - <Drive>
<드라이브> (2011)
각본 - 호세인 아미니 (제임스 샐리스의 소설 "Drive" 원작)
감독 - 니콜라스 윈딩 레픈 | 제작 - 필름디스트릭트
출연 -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등
삶의 의미라곤 오직 스피드밖에 없었던 남자. 그런 그의 일상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한 여자.
어느덧 또 하나의 의미가 된 그녀가 위험해지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는 모든 것을 거는데...
선정 이유 : 레픈 감독의 장기는 아미니 각본가의 대본을 기반으로 액션, 드라마, 그리고 코미디까지 많은 장르를 매력적으로 섞어놓는 것이다. 2010년대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이름도 없는 '드라이버'가 그 자신 속에 있는 "전갈"을 드러낼 때이다.
4위 - <Weekend>
<주말> (2011)
각본 - 앤드류 헤이
감독 - 앤드류 헤이 | 제작 - 선댄스 셀렉트
출연 - 톰 컬렌, 크리스 뉴 등
이성애자인 룸메이트와의 홈파티에서 많이 취하게 된 러셀은 파티가 끝난 후 게이클럽으로 향한다. 영업 종료시간을 얼마 앞둔 그곳에서 운명의 상대 글렌을 만나고, 원나잇스탠드로 끝날 거라 생각했던 만남은 전혀 다른, 특별한 것이 되어가는데...
선정 이유 : 이 영화는 매우 정직하고도 결백한 두 남자의 사랑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그들 각자 모험을 떠난다. 서로를 향한 부정할 수 없는 끌림은 꽤나 분명하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애정을 향한 깊은 갈망이다.
3위 - <Moulin Rouge!>
<물랑 루즈> (2001)
각본 - 바즈 루어만, 크레이그 피어스
감독 - 바즈 루어만 | 제작 - 20세기 폭스
출연 -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등
1899년 파리,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세계 '물랑 루즈' 최고의 뮤지컬 가수인 '샤틴'은 신분 상승과 성공을 위해 투자자를 구하다가 우연히 사랑을 찾아 몽마르트로 흘러온 영국의 낭만파 시인 '크리스티앙'을 만나게 된다. '샤틴'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크리스티앙'은 그녀가 있는 '물랑 루즈'라는 신비의 세게에 발을 들여놓게 되지만, 그 둘에게 거역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이 서서히 다가오는데...
선정 이유 : 이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는 거의 모든 의미에서 매우 훌륭하고,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하여 오스카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각본과 감독 부문에서는 외면당하였다. 영화는 꽤나 직관적이고, 모든 뮤지컬 넘버들은 서로를 보완해 나가며 관객들의 시선을 그 사이에 접합시킨다. 특히, '엘튼 존'의 넘버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이완 맥그리거'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포착하였고, 어떻게 '니콜 키드먼'이 그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게 되는지 납득시켰다.
2위 - <The Perks of Being a Walflower>
<월플라워> (2012)
각본 - 스티븐 크보스키 (본인 소설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원작)
감독 - 스티븐 크보스키 | 제작 - 써밋 엔터테인먼트
출연 - 엠마 왓슨,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니나 도브레브 등
말 못할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찰리'는 고등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삶을 즐기는 '샘'과 '패트릭' 남매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멋진 음악과 친구들을 만나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가는 '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샘'을 사랑하게 되고, 그는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가슴 벅찬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불현듯 나타나 다시 '찰리'를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와 '샘'과 '패트릭'의 겉잡을 수 없는 방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우정을 흔들어 놓기 시작하는데...
선정 이유 : 스티븐 크보스키의 '마스터피스'가 이 목록에 있는 것은 꽤나 분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로 선정한 건 아니다. '샘'을 향한 '찰리'의 헌신이 주된 서사이지만, "월플라워"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사랑의 왜곡된 면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찰리'의 내적 분투에 공감할 것이다. 그중 일부는 그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행운을 누렸겠지만, 다른 이들은 여전히 하루하루 그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어떠한 나쁜 기억들이 당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당신은 '사랑'을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1위 - <Disobedience>
<디서비디언스> (2018)
각본 - 세바스찬 렐리오, 레베카 렌키에비츠 (나오미 알더만의 소설 "Disobedience" 원작)
감독 - 세바스찬 렐리오 | 제작 - 블리커 스트리트
출연 - 레이첼 맥아담스, 레아첼 와이즈 등
유대인 사회에서 쫓겨나 뉴욕에서 살던 사진작가 '로니트'는 랍비였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후계자 '도빗'이 그녀의 옛 연인 '에스티'와 결혼했다는 소식도 접한다. '로니트'가 돌아오자 모임에서는 '도빗'에게 부인 단속을 잘 하라며 훈수를 두고 유대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시 '로니트'와 '에스티'의 이름이 거론되기에 이르는데...
선정 이유 : 이 영화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저평가된 로맨스 영화이다. '레이첼 맥아담스', '레이첼 와이즈', 그리고 '알레산드로 니볼라'가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사람들은 이 영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판타스틱 우먼>의 감독이기도 한 '세바스찬 렐리오'는 관객들을 금기된 사랑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알고, 그는 관객을 사로잡는 마법을 부린다. 이 영화는 매우 강렬하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우나기] 끝장리뷰 | 우나기(뱀장어), UFO 상징 | 섹스에 대한 탐구 | 결말해석 | 두 명의 엄마
[우나기](1997)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섹스란 무엇인가
Chapter 2 뱀장어(우나기)와 UFO
00:00 우나기 재개봉
01:12 섹스란?
05:52 엄마 두 명
07:19 우나기 상징
10:23 UFO 상징
11:41 별점 및 한 줄 평
12:01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나기영화 #우나기리뷰 #우나기해석 #우나기 #영화우나기 #이마무라쇼헤이 #TheEelMovie #theeelreview #ImamuraShohei #야쿠쇼코지 #YakushoKoji
-
-
-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 메인 예고편
전 세계가 극찬한 100% 리얼 팬데믹 호러!
지금, 당신의 랜선미팅에 무언가가 접속했다!팬데믹, 락다운과 함께 자가격리를 시작한 ‘헤일리’와 친구들.
‘줌’을 통해 랜선 미팅을 연 그들은 금기를 어기고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위험한 놀이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
-
- 영화 <범죄도시4> 인터내셔널 예고편
전 세계가 괴물형사를 주목해 #범죄도시4 Coming Soon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동휘 #DonLEE #KimMooYul #ParkJiHwan #LeeDongH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