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23 16:54:19
화제의 드라마, 아직도 안보셨나요?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집콕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 이불 속에서 드라마 정주행 하고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OTT 서비스 열풍은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등 새로운 OTT 플랫폼들의 국내 상륙으로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공개 이후 <지옥>을 공개하여 상승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옥> 이외에 정주행하기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는 어떤 작품이 있을지, 함께 보시죠!
N D.P. - 6부작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줄거리 :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
*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사실적으로 각색한 드라마로, 공개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어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드라마입니다.
N 인간수업 - 10부작


출연 :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 최민수
줄거리 :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 10대 범죄를 다룬 스릴러 학원물로, 공개 당시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N 퀸스 갬빗 - 7부작


출연 : 안야 테일러 조이, 빌 캠프, 마리엘 헬러
줄거리 : 1950년대 한 보육원,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소녀. 점점 더 넓은 세계로 향하며, 체스 스타의 여정을 이어간다. 하지만 더 이기고 싶다면 중독부터 극복해야 한다.
* 안야 테일러 조이가 주연을 맡았고, 미니시리즈 부문 포함 에미상 11개 수상, 골든글로브 미니시리즈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작품입니다.
N 에밀리, 파리에 가다 - 10부작


출연 : 릴리 콜린스, 필립핀 르로이-뷔리우, 애슐리 박, 루카스 브라보
줄거리 : 봉주르,파리! 낭만의 도시에서 꿈의 직장을 갖게 된 에밀리. 프랑스어는 못하지만, 마케팅이라면 자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인생. 사랑과 우정은 여기서도 복잡하다.
*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시리즈로, <섹스 앤 더 시티>의 대런 스타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시즌 2가 확정되었다고하니, 아직 시즌1을 안본 분들은 빠른 정주행 추천드려요!
N 보건교사 안은영 - 6부작


출연 : 정유미, 남주혁, 문소리, 유태오
줄거리 :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고사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이야기.
* 정세랑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독특한 드라마입니다.
N 브리저튼 - 8부작


출연 : 피비 디네버, 레지 장 페이지
줄거리 : 1800년대 런던, 사교계에 첫발을 내딘 브리저튼 가문의 맏딸인 다프네가 최고의 바람둥이 공작인 사이먼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아찔한 스캔들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담은 이야기.
* 에미상 후보에 오른 드라마로, <그레이 아나토미>의 숀다 라임스가 줄리아 퀸의 베스트 셀러 로맨스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한 시대물 드라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
-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크리에이티브 2
클린턴은 기숙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살인 어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크리켓 골든 트로피를 얻었던 만큼 크리켓을 잘했다. 기숙사에서 키가 큰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고 비하하는데 클린턴은 자신의 화를 참으며 과거에 트로피를 손에 쥐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클린턴은 기숙사 학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이다. 식당에 빌린 돈이 많아 갚지를 못해 밥도 못 먹고 선생님도 클린턴을 소외시키고 만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전학생을 본다. 그 전학생도 말수가 적고 소외당하는 아이지만 클린턴은 그 애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기숙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은 클린턴에게 기회는 있을까?
제인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8살 어린이다. 하지만 그녀를 키우던 엄마가 우울증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되어 할머니 집에 맡겨지게 되자 싫은 감정을 내보인다. 할머니는 그런 제인에게 양파 파이를 만들어주고 레시피도 공개하지만 싫증이 난 제인은 집 뒤뜰에 있는 숲에 가게 되고 길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자 자신 앞에 보이는 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고 거대한 몸집의 큰 거인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도망치려 하는데... 이 거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아의 소수 민족인 아제리 민족은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여성들과 아이들은 글자를 못 읽기에 학교에 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파샤의 딸인 귀네쉬는 글자를 읽고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귀네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파샤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들이 미래의 중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
- 어장 속 물고기
줄거리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사체. 담당 형사인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를 만나게 된다.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어색하다는 서래는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에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마침내'라는 단어를 쓰며 피식 웃을 뿐.
어딘가 미심쩍인 남자의 죽음에 해준은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잠복근무를 한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데…
감상포인트
감독이 원래 산과 바다라는 챕터로 영화를 나누려고 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초밥을 사준다는 건 분명 스윗한 행동이지만, 그 이후에 오는 상징들은 전혀 스윗하지 않다.
어장 속 물고기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감상평“축하해. 살인 사건이래.”생선의 배를 가르던 해준 대신 전화를 받은 아내 정안은 이야기한다. 그러자 해준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돈다. 우습게도 그의 눈은 죽은 시체와 참 비슷하다. 눈을 뜨고 죽은 시체들처럼 파리가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해준은 인공눈물을 넣는다. 겉으로는 살기 위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죽음을 갈구하는 자의 모습이다. 물고기 주제에 ‘인공’눈물을 넣어 삶을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음이 낫기 때문에, 그는 자꾸만 죽음을 쫓는다.“한 칸, 한 칸, 마치 초밥을 집어먹는 것처럼 쉽습니다.”해준이 서래의 행적을 따라가며 계단을 오를 때, 그의 전 남편인 기도수가 했던 말이다. 이 말 때문에 해준의 위치는 명확해진다. 그는 바다 위로 올라온 물고기다. 그는 잘게 썰려진 채로 스스로 서래의 밥상 위에 오른다. 그래서 서래는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 해준이 자진해서 밥상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그냥 초밥 같은 거 시켜 먹자니까.”정안은 남편이 밥상을 차려주자 이렇게 말한다. 해준은 아내에게 자신을 내어줄 마음이 없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떠보듯이 정안은 생선 눈알을 콕콕 찔러본다. 그러곤 곧바로 물티슈를 꺼내 손을 삭삭 닦는다. 마치 못 만질 것을 만진 것처럼. 우습게도 해준이 손가락을 물린 대가로 받아온 자라는 바다에서 서식하지 않는다. 자라는 민물이나 늪에 사는 생물이다. 정작 정안이 관심 있었던 것은 바다 물고기가 아니라 민물 자라였다. 해준은 그 자라에게 대차게 물렸고.“난 당신의 미제 사건이 되고 싶어요.”서래의 ‘헤어질 결심’이란 영원히 해준의 사랑을 탐하는 일이다. 서래는 해준이 죽음을 쫓기 때문에 자신 주변을 서성인다는 것을 잘 안다. 죽음을 택한다는 것은 곧 해준이 사랑하는 대상이 되는 일이다. 서래의 죽음은 엄마를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서래의 엄마는 그녀가 자신을 떠나길 원해서 죽음을 택했지만, 서래는 해준이 자신에게 머무르길 원해서 죽었으니까.“깊숙한 바다에 던져버려요. 아무도 찾을 수 없게.”첫 번째 죽음은 산, 두 번째 죽음은 수영장, 세 번째 죽음은 마침내 바다. 마지막 장면에서 해준은 바닷가를 서성이며 애타게 서래를 찾는다. 해준이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는 서래는 영리하게도 그가 영원히 쫓아다닐 수 있게 바다로 도망간다. 해준이 바다로 걸어갈 때, 서래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었다. 어쩌면 해준은 영원히 서래의 어장 속에 갇혀버린 것이 아닐까.사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아주 찝찝했다.
나는 서래가 물에 잠기는 직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기에 그녀가 구덩이에서 나와 도망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덩이 자체가 함정이고 해준은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해준은 그 함정을 즐기는 것 같다. 구덩이 속에 들어간 서래나, 녹음 파일을 듣고 바다를 헤매는 해준이나 내게는 다 변태스럽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누구나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헤어지지 않으려는 결심을 하기 때문에 삶은 고달프고 사랑은 아프다. 해준과 서래는 진실을 몽땅 바닷속에 던져버리고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아가기보다 도피와 외면을 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영화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나에게는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은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별점★★★(3.0 / 5.0)
섬세하게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나,
때론 그 섬세함이 독이 되기도 한다.
-
- 반복된 진부함에 맥 못 추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재즈를 사랑하는 대학생 '개츠비(티모사 샬라메)'는 학내 언론에서 활동 중이며 영화광인 여자 친구, '애슐리(엘르 패닝)'가 영화감독 '롤란 폴라드(리브 슈라이버)'의 인터뷰를 위해 뉴욕을 가게 되자 함께 동행한다. 그는 애슐리와의 근사한 뉴욕 데이트를 꿈꾸지만 그녀의 인터뷰가 각본가인 '테드(주드 로)를 만나면서 점점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자 적잖이 당황하고 불안해한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홀로 뉴욕을 거닐던 개츠비. 그는 우연히 알고 지내던 동생 '챈(셀레나 고메즈)'을 만나고, 비 내리는 뉴욕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하며 우연 같은 운명을 따라나선다.
우디 앨런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영화 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앨런 감독은 하비 외인스타인 성범죄 파문 당시 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 출연한 티모시 샬라메, 셀레나 고메즈, 레베카 홀 등의 배우들은 그의 발언과 영화 내용에 반대하는 의미로 출연료 전액을 성폭행 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했다. 또한 감독 본인도 입양 딸인 딜런 패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 자서전 출판이 취소되는 등 여러 어려움에 처했고, 이 영화 역시 부적절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의심을 받는 등 개봉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영화 내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지닌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수많은 장르에 도전했던 우디 앨런 감독이지만, 그의 영화들은 스토리 전개 상의 몇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특정 도시를 배경으로 중산층의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인생의 절정기를 지났거나,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의 여자 친구 혹은 배우자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소통이 잘 되지 않고, 그에게 그다지 큰 위안과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앞에 자신과 말도 잘 통하고, 관심사도 같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같은. 어느 여성이 등장한다. 이 남자와 여자는 우연인 듯 운명처럼 계속해서 만나고 사랑을 만들어간다. 우디 앨런의 대표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 <카페 소사이어티> 등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문제는 이 규칙들을 그대로 따른 결과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마치 배경만 뉴욕으로 바뀐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뉴욕을 사랑하는 개츠비의 입에서는 뉴욕에서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낭만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는 파리를 가장 완벽한 도시로 여기며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오웬 윌슨)'처럼 뉴욕을 열심히 돌아다닌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챈을 만난다.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 후 그는 뉴욕을 가기로 한 순간부터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던 애슐리가 아닌 챈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다. 길이 약혼자였던 '이네스(레이첼 맥아담스)'와 헤어지고 파리에서 만난 '가브리엘(레아 세이두)'과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영화는 비를 맞으며 키스하는 개츠비와 챈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나는데, 이마저도 비 오는 파리의 거리를 함께 걷는 길과 가브리엘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두 가지 악수를 두면서 새롭지 않은 스토리를 더욱 진부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우선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우연을 남발하며, 우연이 아니라면 사건을 전개하지도 못한다. 물론 우연이 없으면 영화의 스토리는 시작조차 되지 않을지도 모르며, 우연은 운명적인 사랑을 강조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뿐만 아니라 결말에 이르기까지 우연으로 가득하다. 작중 개츠비가 챈을 만나 그녀의 집과 미술관에 가는 것, 애슐리가 영화 스타들을 하나씩 만나게 되는 계기들은 말 그대로 우연의 연속이다. 이처럼 인물들의 성격, 시간 및 장소적 배경, 논리적인 흐름 안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대신, 뉴욕과 비라는 소재를 운명적인 사랑으로 연관 지으려는 시도의 결과 반복되는 우연은 클리셰로 가득한 진부한 영화를 탄생시킨다.
다른 하나는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중년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 잘생기고 인기 있는 스타에게 무조건 사랑에 빠지는 여성 등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있는 그대로 투영시킨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애슐리다. 영화는 정신적, 감정적, 육체적으로 영화감독, 작가, 스타에게 사랑을 받은 것이라며 애슐리가 겪는 일련의 사건을 정당화한다. 그녀가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기자로서 목적과 직업 정신도 철저하다는 설정이 무색하게 그저 그녀를 파도에 떠밀리듯 상황에 떠내려 다니는 수동적인 인물로 묘사할 뿐이다. 이에 더해 남성이 권력과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여성을 원하는 대로 이용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기보다는 어설픈 유머로 포장하고 청춘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한다. 영화의 초점 자체가 개츠비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는 감독의 행보와 분리시켜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눈을 뗄 수 없는 확실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우선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 성공한다. 우디 앨런의 경우 유달리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많이 제작해왔고 이번에도 도시에 대한 그의 사랑이 다시 한번 발현된 듯 보이기도 한다. 뉴욕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재즈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것도 아련하고 약간의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데, 특히 티모시 샬라메가 직접 부른 "Everything happens to me"가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그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고, 과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며, 냉소적인 듯 보이지만 실은 다른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교류를 원하는 캐릭터를 맡을 때 자신의 이미지와 배역의 이미지를 가장 잘 조화시키는 듯 보이는 배우다. 작중 개츠비는 어머니가 숨겨왔던 진실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고통받아 왔던 인물인데, 티모시 샬라메의 퍼포먼스는 개츠비의 캐릭터를 적절히 살려주면서 극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다.
작년 2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프랑스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세자르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자 젠더와 인권 관련 문제가 있는 감독과 그의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가 논쟁의 대상이 된 바 있다(http://www.goham20.com/59622/). 이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 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들의 영화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디 앨런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 온 뛰어난 필모그래피와 별개로,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그 역시 사라지게 될 감독 중 하나일 수 있다(그의 성추행 논란은 아직도 명확히 결론 나지 않았다). 다만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그 이유가 단지 영화 외적인 논란과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성 차별적인 시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디 앨런은 이제 진부하고 치밀하지 않은 스토리와 자기 복제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잃을지도 모른다.
P(Poor, 형편없는)
우디 앨런도, 배우들도 예상한 만큼은 보여준다. 단지 그들의 만남에 기대가 더 컸을 뿐.
-
-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
.
.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계속해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차지했습니다.
개봉 한 이후로 4주 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월 7일~9일) 관객 수 30만 46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59만 8995명입니다.
지난 주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북미에서만 약 395억원, 그리고 지난 달 17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약 8012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아바타>,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에 이어 북미 역대 흥행 순위 6에 오른 기록이라고 합니다.
현재 국내 극장가에서는 1월 5일 개봉한 <경관의 피>와 나란히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하고 있어 과연 이번 주에는 순위가 변동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
2위. <경관의 피>(▲42)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1월 5일 개봉한 <경관의 피>입니다.
주말동안 (7일~9일) 주말 관객 수 6만 0027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37만 4412명입니다.
다시 박스오피스에서 국내영화가 흥행을 하고 있는데요.
<경관의 피>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또한 주연 배우들의 무대 인사 등에서 최대한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번 주 누적관객 수 50만 돌파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대 인사마다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주연배우들이 극장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3위. <씽2게더>(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씽2게더>입니다.
같은 기간(7~9일)동안 주말 관객 수 20만 3800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8만 2264명입니다.
<씽2게더>는 오디션 그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쇼 스테이지에 오르기 위한 크루들의 고군분투 도전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U2, 콜드플레이, 아델, BTS,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히트곡 40여곡이 등장할 예정이며,
스칼렛 조핸슨, 태런 에저튼, 매튜 맥커너히, 리즈 윈더스푼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목소리 역으로 참여힌 작품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2회 예측 이벤트는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먼저 1월 첫째 주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5%, 여성 35%로 계속해서 남성 관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4%,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82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2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의 대부분은
박스오피스 1위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예측하셨고, 박스오피스 2위 -<경관의 피>, 3위 - <씽2게더>를 예측해주셨습니다.
이 순위는 실제 박스오피스 순위와 일치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2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
56%의 참가자분들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34%가 <경관의 피>의 박스오피스 2위를 예측,
3위도 마찬가지로 34%의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씽2게더>의 박스오피스 3위를 예측했습니다.
또한 제 82회 박스오피스 순위예측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를 모두 맞혀 상금을 받아가실 분들은 모두 57명 입니다.
제 82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3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순위에 비해 2계단 하락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주말 관객 수 7만 2459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92만 0952명을 기록했습니다.
좌석 판매율은 14.5%로 높은 편이어서 관객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인데요.
하지만 이번 주에도 할리우드 대작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박스오피스 4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5위. <해피 뉴 이어>(▼2)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해피 뉴 이어>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0611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22만 5949명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기대 속에 개봉한 <해피 뉴 이어>가 이번 주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했는데요.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공개한 점의 핸디캡과 <씽2게더>, <경관의 피> 등 굵직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 하락은 어떻게 보면 예상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주 누적 관객 수 30만명 돌파 또한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박스오피스 5위 유지 또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세계 극장가에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7~9일) $33,015,000 (한화 약 39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68,753,195 (한화 약 8,027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월드 와이드 수익은 15억 3625만 달러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억 4835만 달러), <쥬라기 월드>(16억 7051만 달러), <라이온 킹>(16억 6289만 달러)에 이어 역대 월드 와이드 흥행 순위 8위에 오르는 기록이라고 하니 대단하네요!
이 기록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이룬 기록으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2년 1월 7일 ~ 2022년 1월 9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3301만 달러 (누적 6억 6875만 달러)
2. <싱2게더> 1195만 달러 (누적 1억 901만 달러)
3. <355> 480만 달러 (누적 480만 달러)
4.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327만 달러 (누적 2509만 달러)
5. <아메리칸 언더독> 241만 달러 (누적 1874만 달러)
6. <매트릭스: 리저렉션> 186만 달러 (누적 3431만 달러)
7.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41만 달러 (누적 3215만 달러)
이번 주 박스오피스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도 더욱 더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
- 이센스가 왕이었던 시절, 두 소년의 이야기
‘힙찔이’라는 말이 있다. ‘힙합’과 ‘찌질이’를 합친 말이다. 힙찔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이 단어의 적확성에 감탄해 마지않았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부터 래퍼들이 집단적 중2병에 걸린 것만 같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이 자기 주변에 예쁜 여자와 돈이 많다고 자랑하는 것 혹은 그런 상태를 욕망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허세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조금은 귀엽게 봐 줄 여지도 있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와 경제력을 갖춘 성인 남성 래퍼들이 이들과 똑같이 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거들먹거리는 말투와 몸짓, 태도로 자랑할 것이 돈과 여자밖에 없다는 듯 구는 그들이 진심으로 한심하고 딱했다. 내게 ‘힙찔이’는 여전히 중2에 머무른 채 성장하지 못한 남성 래퍼와 그의 추종자들을 매우 적절하게 지칭하는 단어였다.
송주(좌)와 주연(우)
〈라임크라임〉은 힙찔이의 전사(前史) 혹은 균열을 탐색하는 영화다. 힙합 덕후였던 이승환, 유재욱 감독이 힙합에 빠져 지냈던 본인들의 학창 시절을 모티브 삼아 만들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송주와 주연이다. 송주는 그리 풍족하지 않은 집에서 자랐다. 아빠는 카센터 정비공으로, 엄마는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데 아빠가 술을 마시면 돌변하는 탓에 분가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고, 담배를 피우고 또래에게 돈을 뜯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반면 주연은 넓은 아파트에 산다. 그의 부모는 경찰서에 끌려간 송주를 빼 줄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진 사람이고, 집은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정도로 풍족하다. 성적도 좋아서 외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토록 다른 송주와 주연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힙합 그리고 래퍼 이센스를 좋아한다는 것.
수많은 차이에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관계는 시작될 수 있다. 둘은 ‘라임크라임’이라는 힙합 팀을 결성한다. 자기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작은 무대나마 공연장에 올라 환호를 받는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고 함께한 경험이 쌓이면서 둘의 세계는 점차 공고해진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으로 시작된 관계는 언젠가 서로의 차이를 마주할 수밖에 없고, 이를 조율해 내지 못하면 위기를 맞는다. 송주는 래퍼 형들과 어려운 용어를 써 가며 대화하는 주연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주연은 송주가 왜 계속 껄렁한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함께 랩을 하며 꿈을 키우는 송주와 주연
서로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송주와 주연
결국 관계는 두 세계를 조율하는 게 아니라 세계를 가로질러 이동함으로써 유지된다. 둘의 관계는 주연이 송주를 자신의 세계로 초대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주연은 송주에게 랩을 같이 해 보자고 제안했고, 명반으로 불리는 랩 음반을 빌려줬으며, 함께 공연에 오르자고 독려했다. 즉, 라임크라임의 모든 것은 주연의 세계에서 전개되었다. 라임크라임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가 주연의 세계를 토대로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많은 것이 어그러진 후, 이번엔 주연이 송주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둘은 늘 주연의 깔끔한 아파트에서 작업을 했다. 주연이 수집한 수많은 음반을 듣고, 주연의 돈으로 산 피자를 먹으며, 주연이 틀을 잡은 방식대로 음악을 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만난 둘이 모인 건 송주의 허름한 다세대 주택이다. 주연은 그곳에서 송주가 끓여 준 라면을 먹고, 송주가 만든 음악을 들으며, 송주의 제안으로 다시 라임크라임을 이어갈 용기를 얻는다.
이처럼 〈라임크라임〉은 청소년들의 성장과 꿈, 관계의 윤리 등이 결합된 영화다. 영화에는 힙합이 주류가 아닌 하위문화 시절이었던 때의 정서와 시대적 질감이 잘 묻어나며, 다소 어색한 듯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은 오히려 성장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리는 연출처럼 보이기도 한다. 송주와 주연 사이에 오고 가는 내밀한 감정 묘사는 감독이 굉장히 세심한 관찰력과 회상으로 영화를 연출했음을 보여 준다.*
송주와 주연은 어떤 어른/래퍼로 성장했을까?
그러나 혼란, 상실 속에서도 꿈과 관계의 윤리를 모두 놓치지 않았던 송주와 주연이 어떤 어른/래퍼로 성장했을지를 상상했을 때 조금은 우울해졌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이 겪어 온 시절을 잊지 않고 좋은 어른/래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혹여나 그들이 혼란스러웠던 과거는 다 잊어버렸다는 듯이, 혹은 이제 나는 성공을 거머쥐었기에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듯이 구는 ‘힙찔이’가 되어 버리진 않았을까? 왜 어른/래퍼들은 자신의 취약함을 타인에 대한 다정함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늘 강한 척 연기하는 걸까?
물론 이런 질문들은 다른 결의 힙합을 추구해 온 래퍼들의 존재를 비가시화하고 모든 래퍼와 힙합 팬들을 ‘힙찔이’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하지만 래퍼의 주류적 이미지가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젠체하며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려 드는 남자들이라는 점에서 위 질문들은 진지하게 고민될 필요가 있다. 송주와 주연이 경험한 그 시절의 모든 것들은 더 깊게 이야기되어야 하고 힙합 음악으로도 표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야, 이센스가 왕이었던 시절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라임크라임〉은 ‘힙찔이’들이 자신의 과거를 낭만적으로 채색하려는 퇴행적 시도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송주와 주연이 좋은 어른이자 래퍼로 성장했길 바란다.
*〈라임크라임〉이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다룬 영화라는 걸 모르는 채로 영화를 봤는데, 송주와 주연이 함께 장난치며 햄버거를 만들며 노는 장면에서 서로의 몸에 묻은 케첩, 머스터드를 스치듯 핥는 장면을 보며 이 영화가 감독의 경험을 반영한 영화란 걸 확신했다. 성인이 되기 전, 남성들 간의 우정(특히 둘 사이의 우정)에는 결코 동성애로 독해되지 않으나 명백히 동성애적인 순간들이 너무도 많다. 〈라임크라임〉의 햄버거신(scene)이 포착한 건 바로 이 순간이다. 이 정도의 세심함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웬만해선 나오기 어렵다.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판타스틱 4 | 지나치게 반듯한 히어로 가족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잘 만든 MCU 영화'의 조건
'잘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싸움을 잘 붙인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센티넬',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속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 같은 빌런들이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라고 할 수도 있다. 히어로와 빌런의 갈등과 대립이 주목받을수록 빌런 고유의 서사와 특성도 덩달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합의 범위를 '잘 만든 MCU 영화'로 줄이면 다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싸움은 잘 붙이지만, 히어로와 빌런 대신 히어로와 히어로가 싸움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이다. <어벤져스>에서는 뉴욕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 6명의 영웅과 닉 퓨리가 뒤엉켜 말다툼을 벌였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아예 어벤져스가 둘로 나뉘어 전투를 치렀으며, 토리와 로키는 시리즈 내내 싸웠다. <썬더볼츠*>도 다르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이는 MCU가 여러 시네마틱 유니버스 중 가장 성공적인 팀업 무비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었다. 히어로들끼리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드는 동안, 관객들도 그들의 신념과 철학, 한계와 약점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유대감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수많은 캐릭터가 한 작품에 등장해도 각각의 개성과 존재감은 묻히지 않을 수 있었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시작>(이하 <판타스틱 4)은 정반대다. '잘 만든 가족 드라마'이지만, '잘 만든 MCU 영화'는 아닌 듯하다. 가족애, 특히 모성애에 집중한 드라마는 인상적이다. 윤리적 딜레마의 활용도, '가족'의 중요성을 시의적절하게 환기하는 메시지도 영리하다. 하지만 정작 관객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할 네 명의 주인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MCU 팀업 무비답지 않게, 싸울 줄 모르나 싶을 정도로 반듯했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4가 딜레마를 푸는 법
지구-828의 수호자인 '판타스틱 4'. '수 스톰/인비저블 우먼'(바네사 커비)의 임신을 축하하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그들은 돌연 위기에 빠진다. '실버 서퍼'(줄리아 가너)가 나타나 행성 파괴자 '갤럭투스'(랠프 아인슨)의 공격을 경고했기 때문. 자신을 막으려 우주로 향했 판타스틱 4에게 갤럭투스는 제안한다. '리드 리처즈/미스터 판타스틱'(페드로 파스칼)과 수의 아들이자 우주적 능력을 지닌 '프랭클린'을 넘기면 지구와 인류를 살려주겠다고.
그 순간 판타스틱 4는 '트롤리 딜레마'라고도 불리는 공리주의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 딜레마는 고장 난 기차가 다섯 명의 작업자가 있는 선로로 달려가고 있을 때, 레버를 당겨서 한 명의 작업자가 있는 선로로 변경할 수 있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판타스틱 4의 입장에서는 작업자 다섯 명의 목숨이 온 인류와 지구의 운명이고, 한 명의 작업자가 그들의 가족이라는 게 차이점일 뿐이다.
이때 판타스틱 4는 철저히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선택을 내린다. 어렵게 임신한 아들인 만큼 리드와 수는 절대 프랭클린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다섯 명의 작업자가 기다리는 선로, 곧 지구와 인류가 기다리고 있는 선로를 선택한다. 이에 시민들은 판타스틱 4를 의심하고,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들이 보기에 판타스틱 4의 결정은 특별한 힘에 따르는 책임을 포기하고 도망친 꼴이니까.
흥미롭게도 그들의 사적인 선택 덕분에 딜레마는 해결된다. 시민 앞에서 수는 연설한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두려워하는 그들의 심정에 공감을 표한다. 판타스틱 4가 본인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시민들을 설득한다. 그 덕분에 판타스틱 4의 신뢰도가 다시 높아지고, 리드는 갤럭투스와의 전면전을 피할 전 지구적 프로젝트를 실행할 기회를 잡는다.
수의 연설이 특별한 이유
혹자는 이러한 전개를 작위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고,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 중 판타스틱 4에 대한 이중적인 묘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수의 연설 이후 편의적인 전개가 의도된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지구-828에서 판타스틱 4는 그 어떤 MCU 히어로보다도 독특한 지위를 누린다. 그들은 토니 스타크만큼 유명하고, 캡틴 아메리카만큼 존경받고, 토르만큼 고결하며 브루스 배너보다 영민하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조니 스톰/휴먼 토치'(조셉 퀸)와 '벤 그림/씽'(에번 모스배크랙)은 모든 아이와 시민들의 완벽한 우상이자 친구다. 수는 '닥터 둠'의 라트베리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협력을 끌어내는 범지구적 정치적 리더다.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과학자인 리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영감 그 자체다. 영화는 이들의 업적과 위대함을 중간에 삽입된 방송 인터뷰 화면, 과거 자료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와 동시에 정작 관객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임신 때문에 걱정이 많은 부모와 그저 신난 삼촌들의 모습은 바로 옆집, 옆 동 아파트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반면에 초인적인 활약상은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수준으로만 묘사된다. 영화 자체가 초능력자들의 영웅담보다는 조금 독특한 사람의 일상을 엿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소소한 히어로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수의 연설은 특별해질 기회를 얻는다. 모두가 바라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그녀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판타스틱 4>는 정치, 사회, 경제적 지도층과 그 외 계층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종의 영화적 위로처럼 기능한다.
지금, 필요한 가족 드라마
근래에 많은 사람들은 의심한다. 과연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사회적 문제를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는지를. 더 나아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세계에서 같은 걱정거리를 공유하며 살고 있는지, 같은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문을 표한다. 지도자들이 공익보다는 그저 사익만 추구한다고 의심하는 시민들이 늘어남에 따라 포퓰리즘에 기반한 극단적 정치 세력도 나날이 발흥하는 중이다.
MCU의 판타스틱 4는 시민들이 품은 의심과 느끼는 거리감을 해소하는 존재다. 그들은 시민들 앞에서 솔직하다. 가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시는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누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을 안다는 수의 공감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아무리 우월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라 해도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솔직함이 사람들에게 믿음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즉, 수의 연설은 철저히 개인적이라서 오히려 공동체적이다. 가족애라는 공통점을 확인하면서 시민들은 판타스틱 4, 곧 사회적 지도층과 자신들이 같은 목표와 걱정, 미래를 공유하는 한 공동체이자 가족임을 실감하고 거리감을 좁힌다. 이는 단지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을 자기 가족처럼 보호하기 위해 갤럭투스와 싸울 것이라는 판타스틱 4의 다소 뻔해 보이는 다짐에 전 지구적 차원의 신뢰가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판타스틱 4를 영웅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을 그려내는 데 주력한 선택이 서사적으로 영리한 이유다. 하나의 공동체나 하나의 가족과도 같다는 연대 의식보다는 개인과 집단 간의 차이가 주목받고 갈등과 분열이 확산는 현시점에 꼭 필요한 영화로 <판타스틱 4>를 포장해 냈으니까. 설령 그 희망이 비현실적인 꿈과도 같을지라도, 지금 누구나 바라는 정치적, 사회적 희망을 선사하는 영화가 바로 <판타스틱 4>인 셈이다.
가족은 보이는데, 히어로는 안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히어로 영화로서, 특히 MCU 영화로서 <판타스틱 4>는 한계가 명확하다. 프랭클린을 지켜야 한다는 수의 모성애가 갤럭투스와 갈등을 빚는 핵심적인 동기인 이상 그녀를 제외한 세 히어로의 존재감이나 역할이 눈에 띌 수가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리드의 천재성도, 조니의 유쾌함도, 벤의 내적인 고뇌는 돋보이지 않을뿐더러, 캐릭터의 매력으로도 기능하지 못한다.
만약 판타스틱 4 내에서의 갈등이 강조되었다면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갤럭투스의 요구를 두고 수와 리드는 다툰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수와 달리 리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어야 한다며 비교적 이성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한다. 이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을 부각한다면 리드만의 신념, 개성, 존재감이 돋보일 수도 있었다. 아이언맨과 대립각을 세운 캡틴 아메리카가 그랬듯이.
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단순한 견해 차이 정도로 비치고, 화해도 신속하게 이뤄지다 보니 기대한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 도리어 극을 평면적으로, 모범적으로 느껴지게 할 뿐이다. 마치 판타스틱 4라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통해 가족애와 모성애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정작 그 구성원들이 완벽한 가족이라는 이데아에 눌려버린 꼴이다. 심지어 수도 예외는 아니다.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이미지 외에는 드러난 바가 없으니까.
조니와 씽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조니는 실버 서퍼와의 접점 덕분에 비중을 챙겼지만, 씽은 그조차도 없다. 변하기 전 외모를 의식하거나 대중들의 반응에 싫증을 내고, 연애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려 보려는 모습은 있지만 수의 모성애에 비하면 깊이가 충분치 않다. 이 불균형은 액션씬에서도 유지된다. 나머지 멤버들이 별다른 상황을 못 만들어낼 때, 수는 모성애로 증폭된 능력을 살려 압도적인 활약상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장점으로도 못 가리는 한계
다행이라면 시각적 요소가 단점을 일정 부분 상쇄한다는 것. 갤럭투스의 첫 등장 장면은 셀레스티얼 '아리솀'의 <이터널스> 등장씬에 비견될 수준의 위압감을 선보인다. 막상 지구에 도착한 후에는 기대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지만, MCU에서 드물게 접할 수 있었던 우주적 공포감이 오랜만에 느껴지는 장면임에는 분명하다. 이에 더해 중성자별을 배경으로 펼쳐진 실버 서퍼와의 추격전도 MCU에서 기대하지 못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196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세계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임신 테스트기, 주방 도구, TV 같은 일상적인 소품뿐만 아니라 뉴욕의 스카이라인에 이르기까지 복고적인 문화와 혁신적인 기술력이 결합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레트로퓨처리즘의 정수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는 우주 개발을 비롯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 더 나아가 판타스틱 4를 향한 존경과 선망 어린 시선과도 조화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도 <판타스틱 4>의 한계를 완전히 숨기지는 못한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나머지 히어로 영화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쾌감 중 일부가 지워진 듯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 또 공들인 가족 서사도 지나치게 모범적이라서 도리어 매력이 반감된다는 것. 이는 설령 MCU에 편입되기 이전에 제작된 과거 '판타스틱 4'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호불호가 나뉠 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MCU의 새 방향성으로 인한 문제 같기도 하다.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겠다는 케빈 파이기의 발표 이후 공개된 <썬더볼츠*>와 <판타스틱 4>의 장단점이 같기 때문. 현대인의 정신 건강, 현대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라는 현실적 이슈를 반영한 서사가 전자라면, 기대에 못 미치는 액션은 후자다. 이러한 시도가 MCU의 진짜 부활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쿠키 영상이 예고한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기다리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Acceptable 그럭저럭
MCU 답지 않게 너무 반듯한 팀업 무비
-
- 올레 tv 파본자들 드라이편 - 등대 출연본 (이 투샷 정말 귀하군요)
-
올레 tv_파본자들 영화 '드라이'편에 제가 출연을 했었는데요... O.O !
너무 친절하시고 러블리하신 민아MC님이 잘 도와주셔서 기분좋게 재밌게 촬영하고 왔습니다!
(싸인 받아서 너무 기쁘다구요!)
영화장면은 저작권때문에 업로드할수 없지만...조금더 매끄럽게 해당 영상을 보고 싶으시다면
국내 최고 플랫폼 '시즌'에 회원가입하시면 무료로 '파본자들' 시청하실수 있습니다!
여러분... 시즌 드라이편에 하트 많이 눌러주실거죠...? O.o?
-
- 로켓이 가지고 있던 '한(恨)'이 표출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Rabbitgumi 입니다!
오랜만에 리뷰를 업로드 합니다.
지난 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이미 많은 리뷰어와 관객들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죠.
다양한 관점의 리뷰도 이미 보셨을 거에요.
저는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로켓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과 그가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에서는 일반적인 영화 리뷰 보다는 보면서 떠올렸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달 드려요.
아래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링크를 통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브런치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
-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도파민 '풀'충전 예고편
?: 같이 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지!( ͡° ͜ʖ ͡°) 블록버스터급 대환장 케미 2️⃣0️⃣0️⃣% [데드풀과 울버린] 도파민 '풀' 충전 예고편 대공개! [데드풀과 울버린] 7월 24일 극장 대개봉?
-
- 영화 <체르노빌 1986> 티저 예고편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엄청난 위험에 노출된 줄도 모르는, 사람들
방사능에 피복되어 쏟아지는, 환자들
그리고 전세계를 위협할 2차 폭발의 일촉즉발 상황
더 큰 재앙을 막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생사를 넘어선 위대한 용기를 낸 이들의 진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