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작가2021-11-25 11:17:08
얘들아, 엄마 아빠 복직한다!
디즈니플러스 [인크레더블2] 리뷰
이야기는 1편의 마지막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 말인 즉슨, 전편을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편에 대해 대략적으로 간추려서 시작부분에 충분히 말하고 있어서, 크게 신경 안쓰면 그냥 봐도 괜찮다.
언더마이너가 땅 밖으로 솟구치면서 가족들이 슈퍼수트를 입고 달려 나간다. 밥 가족은 비록 언더마이너가 은행을 털어 가는 걸 막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시청 건물이 부서지는 건 간신히 막아낸다. 그러나 아직 슈퍼히어로는 불법, 그들은 시민들을 구하고서도 경찰서에 끌려가 취조를 당한다.
그런 그들에게 손길을 뻗친 것이 데버테크 기업, 보이드와 에블린 남매는 슈퍼히어로 합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일라스티걸에게 업무를 맡긴다.
지금 영화를 돌이키며 생각하니 놀라운 것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인물들에게 균형잡힌 역할과 분량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보통은 주요 인물의 스토리를 앞세워 영화를 진행시키다 주위 인물을 개입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어느 인물도 한 뼘의 오차가 없이 공정하게 배분된 분량을 담당했다.
디즈니가 얼마나 치밀한가 하면, 1편과 2편에서의 인물들 위치와 상황이 정확히 반대로 놓여있다는 것이다.
슈퍼히어로가 불법이 되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미스터 인크레더블 즉 밥이 추락할 뻔한 열차를 멈췄던 사건이었다. 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 깁스를 했고, 다들 슈퍼히어로를 몰아내자는 시위를 했다. 그러나 2편에서 일라스티걸, 즉 밥의 아내인 헬렌이 가장 먼저 해결해낸 임무가 달리는 열차를 멈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슈퍼히어로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이 긍정적이게 변한다. 결국 부부를 두고 영화는 상반된 결과를 도출해낸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인크레더블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데, 부모가 벌려놓은 일을 아이들이 해결한다는 점이다.
아마 초능력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통해 우리가 흔히 보는 부모와 자식간의 역할 분담을 뒤바꾸는 듯 하다. 단순히 부모와 자식이라는 역할을 뒤바꾸는 것 뿐 아니라, 시대 흐름에 따라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과거 큰 영광을 누렸던 구세대는 밥(미스터 인크레더블), 헬렌(일라스티걸), 루시우스(프로톤), 이 세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 이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등장하는, 조금 더 융통성 있는 세대가 바로 바이올렛과 대쉬, 잭잭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바이올렛은 역할은 아주 크다. 거의 주인공이 바이올렛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그녀의 활약이 컸다. 이야기 자체도 바이올렛의 데이트라는 사건으로 1편과 2편을 엮었다.
그 점에서 그녀가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녀는 주위 인물들이 모두 흔들릴 때도 가장 이성적인 판단과 가장 감성적인 격려를 건넨다. 애초에 1편에서도 그녀의 역할이 컸다. 중점 이야기로 두었던 게 바이올렛의 성장이었으니까. 이번 편에서도, ’사춘기’라는 뻔하지만 재미있는 위치를 통해 바이올렛은 인크레더블 가족의 중점, 기둥으로 우뚝 선다. 이건 여담인데, 바이올렛 너무 좋음.. 아빠의 무작정 밀고나가는 용기에 엄마의 신중함과 결단역이 더해진, 사실상 영화 내에서 가장 완벽한 슈퍼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인크레더블 1편이 가족이 뭉치게 되는 이야기를 던지고 작은 여운을 주고 끝냈다면, 이번 2편은 확실한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로 다음 이야기에 대한 예고편이나 다름없었다. 슈퍼히어로의 합법화 라는 목적과, 아직 끝나지 않은 수 많은 떡밥들이 그 증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이게 진짜 이야기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영화 전체적인 완성도 부분에서는 떨어지지만, 2편에서의 에피소드는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아마 이 다음 편 무조건 나올 것 같다고 예상하는 이유가,
1. 언더마이너는 1편부터 2편까지 계속 나오고도 아직 제대로 다루지 않았으며
2. 슈퍼히어로에 대한 합법화가 이제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가장 집중하는 시간이 영화가 시작되고 20분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러닝타임 내내 초반 20분의 집중도를 그대로 잡은 영화는 내 기억으로는 이게 처음이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잡다하게 이야기를 섞었다는 느낌도 없었다. 물론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흐트러지긴 했지만, 나중에는 잘 정리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하나의 상황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해력을 흐트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결국 전부 한 가지의 결말로 가져간다.
그 중에서도 잭잭의 초능력이 완벽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아직 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잭잭은 바이올렛, 대쉬와 더불어 신세대를 의미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많은 캐릭터다. 잭잭과 에드나의 만남은 사실 세기적 예술가들의 만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에드나는 자신의 작품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열린 예술가이다. 자신의 작품이더라도 오래된 것이라면 고리타분하고 후졌다고 욕하는, 예술혼이 불타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에드나가 잭잭의 수많은 가능성을 보고 흥분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잭잭은 미래에 에드나같은 예술가가 되지 않을까.
인크레더블 2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인크레더블 3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인크레더블 시리즈는 인물들이 다 죽지 않는 이상 영원히 영화를 만들 수가 있다.
슈퍼히어로 + 악당 = 인크레더블
이기 때문에, 슈퍼히어로들과 악당이 파업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이야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 설마 그럼 다음 이야기는 파업하는 이야기인가...)
영화를 얼마나 만들든 모두 봐 줄테니 제발 만들어주세요...디즈니 픽사님들아...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가 즐거워졌던, 인크레더블 2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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