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다큐멘터리란 장르와 의도에 적합한 영화.
“모르겠어요 여성국극이 하고 싶어요 그냥.”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재미없는, 지루한, 사회고발적인’ 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보는 여행 Youtube 마저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한다면 다큐멘터리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게 된다.
다큐는 재미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김여사’ 라는 말이 있다. 여성 운전자를 낮잡아 비난하는 말로 여성은 운전과 같이 관행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다고 알려진 환경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비아냥이 포함된 말인데, 일반적으로 운전자 수가 남성이 조금 더 많고 사고자 수는 남성이 3.3배나 더 많다.(자료 참조)
그렇다고 ‘김여사’라는 여성혐오 표현을 즐겨쓰는 사람의 입버릇이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전체사고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거나, 운전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고는 여성 운전자 수가 현격히 높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지 모른다.
나는 이게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관행에서 밀려온 사고(思考,事故)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고든 간에 굳이 성별로 갈라처서 비난해야 한다면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맞다고 알려주고 싶다. 이처럼 너무 확정적으로 진리처럼 갖게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다큐도 그렇다.
다큐가 재미없다는 선입견 역시 잘못된 사고에서 나온 이미지다. 사고 비율 처럼 이야기 영화와 다큐영화의 포멧을 둘로 나누고 재미있고 와 없고를 나눌 수 있다면 재미있는 비율이 현격히 높은 것은 아마 다큐영화 쪽 일 것이다.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형태를 고르기에 흥미롭고 볼거리가 풍부하다.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감독의 강한 주장에서 시작되는 기획이기 때문에 재밌는 비율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결국 다큐멘터리가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이 영화가 재미있냐 없냐로 결국 이야기 해야하는 것이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라는 3월 19일에 개봉하고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보게된 영화는 분명히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재미는 무엇인가?
“모르겠어요 여성국극이 하고 싶어요 그냥.”
영화의 시작장면 중 춘향을 맡아 햇빛과도 같은 목소리라는 평의 주인공 ‘황지영’ 님의 대사이다. 이 영화는 왜 만들어 지고 이토록 어려운 제목으로 개봉을 했는가 라는 궁금증은 이 영화를 만나게 될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사고일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목표를 왜 원하는지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을 서론에서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밌는 점들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왜 여성국극을 지키고 하고 싶고 사랑하는지 굳이 탐색해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 라는 제목에서 보이듯 사랑하는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되는 거 아닌가 하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의도를 이해해도 공감하지 않는다면 실패라고 했을텐데 영화는 흥미로운 점으로 이것을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주인공들은 여성국극을 어떻게 접하고 시작했는지 간략하게 이야기 한다. 이것이 사랑에 빠지게 된 설명이라고 하면 빈약한데, 그들은 여성국극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장면으로 보여준다.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작은 무대라도 가창하고 관객이 아무도 없어도 의자를 닦으며 공연을 준비한다. 아무런 억지 의미부여 없이 그들의 삶을 우리는 관객으로 바라보며 공감하게 된다. 그들의 어려움 까지 안타까워 하지만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형태의 영화로 감독이나 제작사 등 기록되어야 마땅하고 기록하는 형식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영화로 담게 된다. 영화처럼 시각매체는 스펙타클이라고 불리우는 시각적 쾌감을 자극하고 선사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는 뮤지컬을 극장에서 보는 듯 한 요즘의 극장상황에 맞는 스펙타클을 선사한다.
주요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박수빈’과 ‘황지영’님이 모시는 선생님이 그 스펙타클의 예중 하나인데 아흔이 넘은 나이로 허리가 굽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님 이시지만 작은 체구에서 곧은 발성이 극장을 울릴 때 쾌감이 엄청나다.
판소리 등 전통예술은 아마도 너무 클래식 하기 때문에 고리타분 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겪은 여성국극의 장면은 몰입되고 즐거운 창의 소리가 좋지 못한 녹음 환경에서도 깔끔하게 들린다.
이렇기에 영화는 지루하지 않으면서 스펙타클 까지 충족하며 재밌는 영화가 된다. 영화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저렇게 하는 의도와 연출된 상황이 들어가고 ‘인간극장’ 식 첨언이 들어가지 않고 그저 묵묵하고 담백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일본에 가서 여성극을 보고 아쉬워 하는 장면에서 조차 그 감정에 매몰되고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지 않고 흘러간다. 선생님이 여성국극의 보관된 자료를 보는 장면에서 울음을 터트리지만 영화는 그 장면을 길게 늘어뜨리고 감정이 격해지길 바라는 촌스러운 음악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고 담담하게 또 한번 장면을 이어나간다.
제목이 너무 어려워 처음 입에 안 붙었지만 이런식으로 이어지기에 이 영화가 좋은 것은 아닐까 하고 러닝타임의 절반쯤 지났을 때, ‘박수빈’ 님은 전세대 여성국극 출연자들을 모아서 공연을 하기로 한다.
얼마나 고된지 안절부절 하는 모습도 역시나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이때쯤에는 조금 더 캐릭터를 대변하고 변호하는 편집으로 애정했어도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마저 든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처럼 ‘박수빈’님은 은퇴한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투자 등 자존심을 내려놓고 읍소하는 과정을 지나 공연을 준비하는 시퀀스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그런 과정과 여성국극의 직업으로서 버티는 과정도 볼 맛이 넘치는 다큐라고 음미하며 몰입중인데, 또 한번 재밌는 이야기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선배님들, 동선을 넣으면 창을 하지 못한다는 작은 갈등, 각색하면 안되고 무조건 원작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들 마저 그냥 흘러가게 두며 두근 거리는 공연의 실제 장면까지 보여준다.
‘혜자롭다’ 라는 말은 편의점 도시락 ‘김혜자 도시락’ 에서 비롯된 말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빈약함 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풍부한 구성으로 배불리 먹기 좋다라는 의미에서 ‘혜자롭다’는 풍부하다는 말처럼 쓰게 된 것이다.
실제 연배가 많으신 배우 ‘김혜자’를 존경하는 배우들이 많은 것처럼. 캐릭터들이 선생님으로 모시는 무형문화재 이자 선생님인 ‘조영숙’님의 무대 활력을 보면 당연히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는 느낌도 비슷한데 영화의 스펙타클도 담당하시고 공연까지 보여주니 이 영화 굉장히 ‘혜자스럽다’ 라고 느껴진다. (혹은 영숙스럽다.)
공연을 준비하시며 집중하시는 모습과 앉아있다가 일어나 창을 하시는 모습 등 실제 공연 장면에서도 여성국극이라는 예술을 모르는 내가 봐도 존경하고 재밌다라고 느끼게 되며 영화는 막바지로 향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다시 강조하며 장면을 나열하거나 감정적인 몰입을 바라는 후반 강조 부분 하나도 없이 캐릭터들을 따라간다. 보기 편하고 흥미로워 어떻게 끝날까를 궁금하게 될 쯤 좋은 소식으로 그들은 다시한번 무대를 꾸린다.
역사적 상황이 어쩌고 하며 울음을 바라는 피아노 음악을 까는 노잼영화들과는 다르게 흥미롭게 영화는 끝까지 이어진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저도 여성국극의 주인공들의 노래가 나오며 어깨는 들썩이고 엉덩이는 의자에 그대로 두게 한다.
크레딧과 노래가 끝날 때 즈음에는 제목이 입에 착 붙는다. 이래서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고 하는구나. 나마저도 영원하라고 응원하게 된다. 인생에서 겪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들. 저마다 각자의 가치를 빛내며 만나는 현상들.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기억할지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수 많은 어려움에도 이어지고 기록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번 극장에서 만나라고 권유하고 싶다.
‘재미없는, 지루한, 사회고발적인’ 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나게 해주고 아마 몰랐던 여성국극이라는 스펙터클이 즐겁기 때문에 ‘유수연’ 감독이 영화로 기록되는게 좋겠고 담담하게 기억하는게 관객으로도 좋았기 때문에, 많지 않은 극장수에 상영 시간이지만 충분히 극장에 가볼만 하지 않을까?
영화를 본 후 즐거운 기분에 Youtube에 검색을 하다가 ‘레전드 춘향전’ 공연전체를 보는 놀라움을 만날지 모른다.ㅎㅎ
덧. 참고하면 좋은 감독 인터뷰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111564
더덧.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 통계 자료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617